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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9:20:55

택견과 태권도의 관련성

1. 개요
1.1. 택견-태권도 간 교류사
2. 택견과 태권도의 차이점
2.1. 시합의 규칙2.2. 기술 체계2.3. 힘쓰기의 원리
3. 택견이 태권도에 영향을 준 점4. 관련 항목

1. 개요

WT의 역사왜곡으로 인해 태권도 택견에서 유래되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태권도는 중세 시절부터 따지면 중국 남권이 원류인 오키나와 테에서 유래한 쇼토칸 가라테에서 기본적인 스타일이 유래된 것이며, 택견은 후술되어있듯 이른바 코리안 가라테가 태권도로 변화하는데 영향을 끼친 부분은 있지만 핵심적인 스타일을 계승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택견의 발차기(내지르기)같은 발 기술 사용에 영감을 받아 태권도가 발차기 위주의 무술을 추구한 것은 사실이다.

1.1. 택견-태권도 간 교류사

오늘날 태권도의 역사는 해방 전후 무렵 쇼토칸 가라데 계열 도장이었던 청도관과 송무관, 중국권법을 가르치던 YMCA 권법부, 중국권법으로 시작했다가 가라테로 전환한 무덕관 등 당시 한국에서 서로 다른 무술을 가르치던 5대관(이후 9대관)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가 한반도 전통무술에 관심을 가지던 중 눈에 띄인 것이 택견이었다.

태권도의 모태인 9대 기간도장 설립자들 중에서는 청도관의 이원국, 무덕관의 황기 정도가 어린 시절 택견을 살짝 접했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로 황기는 한반도 전통무술과 태권도의 결합에 적극적인 원로격 인물이었지만, 도장 통합에 부정적이라 종국엔 태권도계에서 제명당하고 본인이 창시한 수박도란 무술을 보급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파일:attachment/bluehousedojo.jpg
송덕기와 상무관

초창기 태권도 지도자 중 그나마 택견을 진지하게 배운 케이스는 강덕원의 박철희 사범이었다. 당시 오늘날 청와대 경호실 무술도장격인 경무대 상무관에서 무술을 가르치던 박철희는 송덕기를 상무관에 틈틈이 초청하여 택견을 지도 받았다. 후일 김병수, 임창수 사범 등도 택견을 배웠다. 허나 박철희, 김병수 등은 이후 미국으로 가면서 맥이 끊겼고, 나머지 택견을 배운 태권도인들 중에서도 딱히 택견의 기술을 직접적으로 태권도에 도입시키려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태권도협회는 1960년 로마 올림픽 당시 태권도를 소개하면서 태권도의 원형으로 태껸을 지목하였는데, 이때 송덕기의 기술 시연을 찍은 사진이 송덕기에 대한 가장 오래된 사진 중 하나다. 더불어 송덕기와 임창수의 발차기/막기 시연 사진이 1972년 발간된 태권도 교본 품새편에 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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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덕기와 김병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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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덕기가 나온 태권도 잡지(1971)

이후로도 송덕기가 타계할 때까지 택견을 배우려는 태권도인들은 제법 있었고, 신한승에게 사사한 대한택견회의 창립자인 이용복도 그런 케이스였다.[2]

2. 택견과 태권도의 차이점

택견의 견주기 - 결련태견협회의 2019년도 택견배틀 하이라이트
태권도의 겨루기 - 제45회 협회장기 전국단체대항 태권도대회

택견은 손질, 발차기, 넘기기 공방 중심이며 간합이 상당히 좁다. 반면에 태권도는 발차기 중심이며 간합이 매우 넓다.

결정적으로 택견 알파 오메가품밟기가 태권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품밟기의 용도는 단체에 따라 경기 진행을 위한 규칙( 대한), 발차기 공방을 수월하기 위한 보법( 결련), 택견 기술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데 필요한 신체능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법( 위대) 등으로 갈리지만, 택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기법이라는 데는 택견계 그 누구도 이견이 없다. 그러한 품밟기가 태권도에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태권도와 택견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부정되는 것이다.[3]

또한 기본기에서 택견과 태권도의 명확한 차이가 보이는데, 택견에는 특정한 "자세"를 수련하는 기술 체계가 없다. 택견에는 주춤서기나 앞굽이, 뒷서기, 학다리 서기 같은 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수련 체계가 없으며 그런 자세들이 모여서 틀을 이루는 품새 또한 없다. 저런 수련 체계는 중국 무술을 받아들여 현지화된 오키나와테->일본 공수도->한국 태권도의 계보에서 보이는 무술의 DNA라 할 수 있다.[4] 권투처럼 낱기술+스파링의 체계를 가진 택견에서는 볼 수 없는 수련 체계이다.

2.1. 시합의 규칙

전통 택견의 겨루기의 승리 규정은 아주 간단하다. 상대방을 넘어뜨리면 이긴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발로 얼굴을 차면 이기는 룰이 추가되었으나 어쨌든 특정한 결과를 내면 곧바로 승패가 결정되는 단판제 한판승의 룰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태권도는 발차기로 쓰러뜨려 10초에 내에 일어나지 못하면 이기는 KO 승의 경우를 제외하면, 상대의 몸을 가격하여 발차기 방식과 타격 부위 별로 차등화된 포인트를 적립하여 경기 종료 후 많은 점수를 획득한 쪽이 이기는 룰이다.

신한승이 체계화한 현대 택견 룰의 경우, 태권도 룰과 비교해서 다음과 같은 약간의 공통점이 있다.

택견에서는 무릎 이상이 바닥에 닿거나, 3걸음 이상 물러나면 승리라는 룰이 있는데, ITF 태권도에서는 두 발을 높이 도약하는 기술(뛰어 앞차기나 날아차기, 돌개차기 등)로 상대의 얼굴을 차면 3점, 상대의 복부를 차면 2점을 준다.

택견에서는 상대의 얼굴을 강하게 차면 승리하는 룰이 있고, 태권도에서도 안면을 강하게 차는 기술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2.2. 기술 체계

택견의 발차기는 상체를 노리는 윗발질 뿐만 아니라 하체를 공격하는 아랫발질도 많았으나, 태권도는 얼굴이나 몸통을 노리는 높은 발차기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이에 따라 허리 아래를 노리는 발차기를 금지하는 룰이 정착되었으며 로우킥 같은 것은 교본에서나 나올 뿐 수련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택견은 상대의 신체 일부를 손으로 붙잡고 넘어뜨리는 기법이 발달된 유술로서의 성격 역시 가지고 있으나, 태권도는 그러한 그래플링 공방이 허용되지 않는 순수한 타격계 무술이다. 택견은 손을 이용해 상대를 가격하는 기법이 발달되어 있으나 WT 태권도의 수기는 실질적으로 단 하나, 정권으로 몸통 지르기뿐이다. ITF 태권도의 경우 펀치도 자주 나온다.

택견은 품새가 없는 낱기술 수련 위주의 무술이다. 문화재 신청을 위해 신한승이 창작한 본때뵈기 12마당이라는 것이 있긴 한데, 이는 품새가 있어야만 전통 무술로 인정할 수 있다는 당시 문화재 당국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사실 전통적인 택견의 모습은 아니다. 또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엄밀히 따지면 품새라기보다는 그냥 기술 시연을 정형화한 것에 가깝다. 그래서 그것이 학습체계로 존재하는 한국택견협회, 이른바 '문화재 택견' 소속의 수련자들은 기본기를 익힐 목적으로 본때뵈기 12마당을 배우지 않으며, 일반적인 가타(形), 투로(套路)와는 달리 어떤 식으로 실전에 활용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분카이(分解)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동작이 없다.

택견에 태껸춤이라는 것이 존재는 하지만 기본기를 익히기 위한 타 무술의 투로 같은 것은 아니고 수련의 최종 단계에 배우는 것이라서 마무리의 의미거나 일종의 축하 의식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반면에 태권도에는 태극 1~8장, 고려, 금강, 태백, 평원 등의 다양한 품새가 있으며, 그 수행 능력을 겨루는 품새 경기도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다.

2.3. 힘쓰기의 원리

택견의 기본 수련법은 품밟기인데, 이는 늬엿늬엿 독특한 박자로 춤추는 듯이 보이지만, 오래 수련하면 유도의 다리후리기처럼 상대의 발목을 잡아거는 스탠드 레슬링에 필요한 다리힘이 길러진다. 또한, '비각술'이라는 별칭으로도 잘 알려진 택견의 독특한 발길질에 필요한 탄력이나 다리힘도 늘어난다.

태권도는 기본적으로 가라테의 영향을 받아 직선적이고 절도 있는 동작을 강조하며, 특히 이는 품새에서 두드러진다.

또한 펀치를 몸통 정권지르기로 제한하며 하단 차기를 금지하고 넘어지는 것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룰에 따라 태권도는 다른 격투기에서는 위험 부담이 커서 좀처럼 쓰지 않는 고난도의 발차기를 기본기처럼 구사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360도를 넘어가는 빠른 회전이나 공중제비와 같은 실전적이지는 않지만 보기에 멋진 동작과 결합이 용이하게 되었다. 현대 태권도의 3대 분야 중 하나인 시범이 그러한 아크로바틱한 동작들을 다루고 있으며, 이는 마샬아츠 트릭킹의 탄생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3. 택견이 태권도에 영향을 준 점

태권도가 택견의 실질적인 형태를 계승하지 않았다 하여 택견과 아예 무관한 것은 아니다.

우선 태권도가 택견에 영향을 받은 바가 분명한 것은 명칭이다. 태권도라는 이름은, 태권도 1세대 주요 인물 중 한명인 최홍희 총재가 택견(태껸)을 연상시키기 위해 지은 이름이다. 이는 택견의 정통성을 이어받기 위한 목적이었고, 한편으로는 발차기 위주였던 태권도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함이기도 했다.[5]

또 택견의 발기술 자체가 태권도에 직접 도입된 것은 없다고 해도, 택견에 발기술이 많았던 것은 초기 태권도인들이 태권도의 발전 방향을 중심으로 정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홍희 등 ITF 태권도 관계자들이 공동으로 저술한 책(Park, S. H. (1993): About the author. In H. H. Choi: Taekwon-Do: The Korean art of self-defence, 3rd ed. (Vol. 1, pp. 241–274). Mississauga: International Taekwon-Do Federation.)을 보면 '1세대 태권도인 가운데 택견을 배웠던 이원국, 황기, 최홍희[6] 등이 택견의 크고 화려한 발차기 기술을 태권도에 적극적으로 접목시키면서 태권도가 발차기 중심의 무술로 발전하고 태권도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쓰고 있다.

태권도인이었다 택견인으로 넘어간 이용복도 택견이 태권도의 원형이 아닌 본질이라고 주장했는데, "조선인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문화의 영향 아래서 일본의 가라테를 배웠고, 식민지에서 해방이 되자 일본을 배척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가라테를 배운 사람은 가라테를 한국무예로 재편성하려는 노력을 하게 됐다. 이 때 한국인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택견적 성향에 의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택견을 모델로 인식하여 발질을 많이 하는 태권도를 만들었다. 그러므로 태권도를 만든 사람들은 택견을 실제로 습득한 경험이 없다. 따라서 현재 태권도는 택견과 상이하다. 그러나 태권도가 맨몸으로 하는 격투기술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된 동기가 발기술을 주로 하는 택견을 지향하였기 때문에 택견이 태권도의 본질이 되는 것이다."라는 주장이다.

다만 이용복은 "태권도는 택견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발전한 한국의 전통무술"이라고 주장한 이창후의 논리는 "몰(沒) 사실적"이라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태권도는 가라테를 한 사람들이 민족적 의식으로 택견을 지향하여 만든 것으로, 가라테가 한국적인 것으로 변형된 것에 불과하다. "태권도의 택견 지향은 그 자체로도 완벽하지 못했으며 가탁을 하는 것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지향만 했지 실제로 택견을 도입하려는 노력이 투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태권도와 쇼토칸 가라테의 연관성이 뚜렷이 드러난 21세기 와서 보면 태권도가 택견의 핵심적인 스타일을 계승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태권도가 발 기술 위주로 발전하는데 택견이 일정한 영감은 준 것으로 보인다. 즉, 가라테가 모체라면 택견은 자양분 정도 되는 셈.

4. 관련 항목



[1] 경복궁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당시 로마 올림픽을 앞두고 태권도를 소개하고자 찍은 사진이다. [2] 이용복은 송덕기를 직접 사사한 적은 없다. 게다가 신한승한테도 오래 배운게 아니라서 지금도 다른 단체에서는 대한택견회의 택견에 대한 비판이 많은 편이다. [3] 합기도에서 합기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4] 사실 품새라는게 폼은 날지 모르나, 실전성만 따지고 보면 쓰잘데기 없는 동작만 돈 주고 외우는 꼴이다. [5] 최홍희, 『태권도지침』, 1966. 참고로 이 무렵 태권도계는 이종우 등이 주도한 태권도 vs 태수도 명칭 논란으로 시끄러웠으나, 결국 태권도로 귀결된다. [6] 단, 최홍희 본인은 택견을 수련했다는 진술을 나중에 번복했다. 애초에 20세기 태권도 서적들의 특히 택견과 연계하여 유구한 전통 어쩌고 하는 역사성 부분은 걸러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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