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검도 시합에서 서로 죽도를 맞대고 코등이와 코등이가 서로 다투는 상태. 롱소드 검술에서는 바인딩 상태라고 부른다.2. 현실성
막대 두 개를 서로 교차하고 힘을 주면 약한 마찰력과 지레의 원리에 의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철제 검이나 죽도는 각각 재질과 접촉면적의 차이로 인해 실전에서도 잠깐은 교차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나, 칼을 살짝 비틀거나 힘조절을 조금만 다르게 해도 맞물림이 풀리고 칼날이 미끄러지게 된다. 이렇게 칼이 미끄러질 경우 손이 베이는 것을 막기 위해 전투용 검에는 코등이(가드)가 존재한다.
서로 근접한 상태에서 칼날을 맞대고 있는 상태는 딱히 좋을 건 없으므로 실전에서는 교착을 깨기 위한 다양한 전술이 발전해왔다. 동양에서는 유술이, 서양에서는 캄프링겐이 그 대표적인 예로, 특히 독일 롱소드 검술은 칼이 엉킨 상태에서 교묘하게 상대를 공격하는 걸 아예 주력 전술로 삼았다.
하지만 실전이 아닌 스포츠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호구를 착용하고 죽도를 사용하므로 날로 대미지를 입지 않고, 검이 닿는 면적이 진검보다 넓기 때문에 힘의 중심이 코등이로 몰리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되는데[1], 규정상 실전같은 유술은 커녕 첨수나 근거리 베기같은 것도 없이 오로지 검도의 검술로만 승부를 봐야 한다. 때문에 검도에서 벌어지는 코등이싸움은 상대를 힘으로 밀쳐서 간합을 확보하고 공격하거나 일부러 뒤로 빠지면서 상대의 머리나 손목을 노리는 퇴격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검도에서도 이 상태를 길게 끌어서 좋을 건 없기 때문에 길게 끄는 것은 지양하는 방향으로 가르치고 있으며,[2] 고류 검술에서는 코등이 싸움 이후의 후속 대처를 가르치거나 #[3] 비교적 원류에 가까운 경시청 검도에서는 교착 상태에서 다리 걸기나 무게중심을 무너뜨리는 기술로 대응하여 검도의 룰적인 문제를 보완하고 있다.
만화에서 힘 겨루기 하듯이 상대가 나를 누르려 드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럴 때 만화처럼 똑같이 힘 싸움을 하면 바보짓이다. 모범적인 대처법은 현대 총검술부터 아르니스, 펜싱에 이르기까지 검 초보자들도 알 정도로 다 나온다. 나도 상대에게 힘으로 미련하게 맞서는 대신, 가드는 잘 유지하되 무기를 쓱 제끼거나 돌려서 상대 관자놀이, 목 등에 내 칼날이 꽂히게 하는 것이다. 총검술의 돌리고 제끼는 동작, 펜싱의 4방향 가드와 칼 감기, 검도에서의 코등이 공방 등은 흥분해서 힘만 믿고 덤비는 상대와의 공방에서 조금이나마 유리해지라고 나왔다. 반대로 상대 힘이 너무 세거나, 내 힘이 너무 약하면 이런 상황이 성립할 것도 없이 내 머리가 쪼개질 것이다.(...) 시현류 검사들에게 당해서 머리가 쪼개진 막부 말기 사무라이들처럼. 이 쪽은 최초의 일격을 빠르고 강하게 먹여서 코등이 싸움을 포함한 반격이나 방어를 그대로 뭉게버리는 극단적인 방식이다.
진검을 사용하거나 롱소드 검술 등 고전 실전 검술에서는 검도 코등이 싸움보다도 흐름이 더 다채롭다. 접촉 면적이 적은 날 끼리 부딪히면서 서로 밀어내는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우며 보통 어느 한쪽이 미끄러지게 된다. 검도는 공방 방식이 규칙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칼이 미끄러지면 코등이 싸움으로 이어지지만, 유술과 안쪽 날 공방 등이 자유로운 고전 검술에서는 칼이 붙자마자 두 검사가 다시 떨어져서 원래 간격으로 돌아가거나, 붙은 상태에서 빈틈을 바로 공격하려고 들게 된다.
고급 기술로, 위 움짤처럼 일부러 상대방 칼이 미끄러지도록 흘려버리는 기술을 쓰기도 했다. 이런 기술에 당하면 균형이 무너지거나 무기를 놓쳐 목이나 치명상을 노린 참격에 무방비하게 당하기 일쑤다. 만화처럼 지그시 칼을 밀며 대치하는 상태를 거치는 게 아니라, 바로 일종의 그래플링 싸움에 들어가는 것이다.
펜싱 역시 스포츠화가 많이 되었고 속도가 워낙 빨라서 잘 안 보이지만, 상대와 칼이 얽힌다면 제끼거나 빠르게 뺐다가 타점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전후 풋워크를 쓸 수 있고 공방이 아주 빠르기 때문에 고전 검술처럼 적극적으로 칼을 얽는 대신 치고 빠지는 선택지를 고르기 쉽고, 평범한 관중 입장에서는 선수들 칼이 닿긴 닿았는지 안 보일 수준으로 동작이 빠른 뿐이다.
3. 서브컬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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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 레이 vs 카일로 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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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 키리토 vs 유진 |
굉장히 현실성 없는 상황. 칼날끼리 맞부딪힌 상태가 장시간 유지되려면 둘 다 손목 각도를 조금도 안 바꾸면서 힘만 줘야 하는데, 연습도 아니고 서로 죽이려 드는 실전에서 이러고 있다.
참 비현실적인 상황이지만 서브컬처에서는 애용되는데, 이는 칼싸움 중 긴장감을 높여주고 대사를 칠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검사 캐릭터와 라이벌 캐릭터가 싸울 경우 거의 확정적으로 코등이를 맞대는 연출이 들어가며 두 캐릭터간 대사가 오간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칼싸움 씬에서 원화가의 고생이 심한데[4], 수고를 덜하게 하는 꼼수로 코등이 싸움을 넣기도 한다.
실전에선 일어날 일이 없는 상황이라 그런지 칼싸움 중간에 벌어지는 장면은 잘 안 나오고, 싸움의 하이라이트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칼을 맞대고 서로 이러쿵저러쿵 대화를 나누다가 동시에 멀찍이 떨어진 뒤 대치 상태로 돌아가거나, 힘싸움에서 이긴 쪽이 단번에 베어가르며 싸움이 끝나는 식.
힘싸움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쉬운 구도라 전투력 측정 용으로도 자주 나오는 씬이다. 압도적인 강자로 묘사되거나 이전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캐릭터의 공격을 받아냄으로써 "얘가 이만큼 성장했다!"라고 보여주는 것.
칼을 쓰는 액션 게임에서도 그럭저럭 나오는 구도.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에서는 '격렬한 승부'라는 이름으로 버튼 연타로 대결하여 패배한 측이 무기를 놓치게 되며,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에서는 보스급 적의 마무리 인살, 또는 그 직전 한순간에 연출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