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화: 1:23:45 · 1시 23분 45초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는 것이 아니다. 거짓의 진짜 대가란 거짓을 끝없이 듣다가 진실을 인지하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이다."
"What is the cost of lies? It's not that we'll mistake them for the truth. The real danger is that if we hear enough lies, then we no longer recognize the truth at all."
1988년
4월 26일. 한 남자가 녹음 테이프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나톨리 댜틀로프에게 노동교화형 10년형을 선고한 건 이중으로 잘못된 일로, 우선 댜틀로프는 10년형 수준이 아니라 사형을 받아 마땅한 자이고, 그 이상의 범죄자들도 많건만 자신들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죄를 물을 자가 필요했을 뿐이었으며 이 모든 것이 분별을 찾을 수 없이 미쳐버렸던 체르노빌 앞에서는 의미 없었다는 내용이 주. 이후 겹겹이 신문지를 둘러싼 6개의 테이프를 바깥 환풍구에 숨겨둔 남자,[1]
발레리 레가소프는 집으로 돌아와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담배를 한 대 피운 뒤 목을 매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 시간은 새벽 1시 23분 45초.[2][3] 이후 2년 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와 그 주변을 대상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What is the cost of lies? It's not that we'll mistake them for the truth. The real danger is that if we hear enough lies, then we no longer recognize the truth at all."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인근 프리피야트에 살던 류드밀라 이그나텐코는 새벽 1시에 일어나 화장실을 쓰고 주방을 드나들고 있었는데, 1시 23분 45초에 창가 저 멀리 지평선에서 빛이 솟아오르더니 그녀가 사는 곳까지 충격파로 뒤흔들린다. 류드밀라는 물론 잠자고 있던 남편 바실리 이그나텐코도 놀라 일어나 창밖을 응시한다.
한편 시점은 폭발 직후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혼비백산이 된 통제실에서 그날 작업의 감독을 맡던 아나톨리 댜틀로프가 부하 직원들을 욕하며 사태 파악에 나서는데, 제어 시스템 탱크가 수소 때문에 터진 거라 멋대로 단정지은 그는 부하들에게 어서 빨리 원자로 노심에 냉각수를 들이부으라고 다그치치만, 이미 폭발 직전의 현장을 보고 급하게 달려온 부하 직원[4] 하나가 노심이 폭발해서 없어져버렸다고 보고한 데다가 그 자신도 창밖에 나뒹굴고 있는 흑연 조각들을 목격했지만 현실부정만 일삼으며 계속 냉각수를 넣으라는 타령만 하며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서에 연락하라고 지시한다.
허나 이미 냉각수를 들이부을 노심 자체가 날아간 데다가 거기 있던 방사선 소형 계측기의 최대 수치인 3.6 뢴트겐(약 31.32밀리 서버트)이 감지되는 동시에, 현장에서 늦게 빠져나왔거나 아예 빠져나오지 못한 직원들 다수가 방사능 피폭 증세를 보이는 절망적인 상황. 그래도 댜틀로프의 억지에 견습 직원 2명이 노심 쪽으로 향하고 화상당한 동료를 짊어지고 있던 알렉산드르 유브첸코가 가봤자 노심도 뭣도 없을 거라 하며 말리다가 같이 동행하지만,[5] 원자로 자체가 터져버렸다는 악몽 같은 현실만 목격될 뿐이었다.[6]
그걸 보고받고도 또 헛것을 본다고 무시하며 주간조까지 전 인원을 불러들여 사태를 수습하라고 명령하는 댜틀로프 때문에 아키모프는 톱투노프와 함께 오염된 냉각수로 가득 찬 지하로 내려가 작업을 진행하게 됐고 보리스 스톨야르추크가 원자로 부근으로 향하지만, 문을 여는 걸 돕다가 피폭된채 주저앉아있던 유브첸코를 만나고 그에게 담배를 한대주며 이야기를 하던 중 유브첸코에게 다 끝났다는 암담한 말을 듣게 된다.[7]
한편 이 사태로 지역 소방관이 모두 소집되면서 그 날은 비번이었던 바실리도 출동하고, 새벽 1시 30분경 아무 것도 모르고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은 도착하자마자 예상 이상으로 난폭하게 불타오르는 발전소의 광경에 질색하며 분주하게 화재 진압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 바실리의 동료 미샤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흑연 조각을 집어들고[8] 이게 뭘까 하고 중얼거리는데, 바실리는 쓸데없이 건드리지 말고 불이나 끄자고 말하지만 동시에 입에서 금속 맛을 느끼며 꺼림칙해한다.[9]
그렇게 한창 진압 작업이 시작되던 중 아까 흑연을 집어든 직후 계속 오른손에 이상을 느끼던 미샤가 끝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데, 두꺼운 소방 장갑을 끼고 있었음에도 조각을 집어 들었던 손의 손바닥 피부가 붉게 녹아내리고 있었다.[10] 그 광경을 보고 잠시 얼어붙었던 바실리는 이후로도 다른 소방관 동료가 몸에 이상을 일으키며 쓰러진 걸 목격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엄청난 규모의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 상황이라[11] 4호 원자로 건물 주변에 이어 흑연 조각들로 어지럽게 뒤덮인 지붕 부근까지 올라가 계속 물을 뿌려댄다. 그리하여 바실리를 비롯한 작업 소방관들의 피부가 붉게 변하기 시작한다.[12][13] 그런 그들 앞에서 버티고 있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는 마치 악마의 성과 같은 모습으로 불타고 있었다.
한편 프리피야트에서 저 멀리서 발전소에서 솟아오른 빛을 보고 신기해하던 일부 주민들은 10km 떨어진 철교로 몰려들어 구경하고, 곧 그들 위로 방사능 낙진이 떨어지지만 다들 즐겁게 빛만 구경할 뿐이고 아이들은 그 낙진을 맞으며 어울려 논다. 그리고 아름다운 빛과 눈, 그리고 바람을 쐬는 미하일과 그의 아들, 그리고 다른 주민들의 모습이 훈훈해 보인다. 일상 드라마나 아침 드라마에선 아름답게만 보일 광경이었지만 이 장면을 이렇게 공들여 훈훈한 연출을 곁들인 건 이 작품은 훈훈한 일상물이나 아침 드라마 같은 게 아닌 끔찍한 실제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작품이고, 이들 모두는 그 실상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죽음을 재촉하고 있다는 은유적인 연출이라 할 수 있다.[14]
댜틀로프가 미리 발전소 근처 지하벙커에 와 있는 상태에서 발전소장 브류하노프, 부소장 포민이 일단 먼저 들어오고 셋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다.[15] 일단 셋이 원하는 바는 같으므로 현재의 상황 보고서를 위원회 의원들이 소집된 가운데 그대로 보고한다. 댜틀로프는 사고가 잘 진압되고 있다는 브류하노프와 포민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의원들을 속여넘기려 하고, 지역 위원회 의원들이 조용히 듣고있는 가운데, 한 젊은 의원이 사태가 심각해 보인다며 조심스럽게 소개령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지만, 뒷자리에 앉아있던 위원장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입을 열기 시작한다. 그는 처음엔 그 의원을 칭찬하지만 곧이어 사회주의 체제에서의 국가와 인민들의 역할을 주장하더니 정반대로 도시를 봉쇄하고 전화선 등 연락수단의 차단을 결정한다. 이후 이어지는 장광설에 빅토르 브류하노프는 기립박수까지 치며 맞장구치고 그를 따라서 모든 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호응하고 노인은 내심 뿌듯한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16][17]
그러나 위원회 의원들이 돌아간 뒤 수석 감독 엔지니어 아나톨리 시트니코프가 군대 소방부서 기계로 계측해보니 또다시 그 기계의 최대계측수치인 200 뢴트겐이 나오고 잔해 속에 흑연이 섞여있다는 보고를 올리고, 댜틀로프의 말을 믿은데다 이 새로운 계측결과를 믿고싶지도 않았던 관리자들이 이해불가의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18] 댜틀로프가 화를 내며 본인이 직접 확인하러 가겠다고 하지만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구토증세를 보이며 쓰러지고 만다.
기겁한 브류하노프가 그를 끌어내 병원으로 보내고 일련의 상황을 겪은 브류하노프 소장과 포민 부소장은 시트니코프를 불러 시트니코프에게 원자로 상황을 보고 오라며 강제로 떠밀고[19] 환기구 쪽에 가서 노심 상황을 확인한 시트니코프는 뻥 뚫린 발전소 천장 위로 방사성 물질이 타오르는 연기만 무지막지하게 피어오르는 장면을 목도한다. 야간조의 직원들과 초기 투입됐던 소방관들이 하나 둘 쓰러지는 가운데[20] 병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나온 댜틀로프 역시 결국 그 현실을 두 눈으로 직시하게 된다. 피폭 때문에 얼굴이 시뻘개져 돌아온 시트니코프는 소장과 부소장에게 그 모든 걸 보고한 후 체념과 분노를 담은 표정으로 침묵하고 결국 정말 대면하기 싫었던 결과를 맞닥뜨린 둘은 좌절한다. 포민은 격분하며 시트니코프에게 무어라 소리지르지만 아무 의미없는 짓.
프리피야트의 병원에는 발전소에 화재 사고가 일어났는데 환자 하나 이송되지 않는다는 밤중의 의아함이 무색하게 날이 밝자마자 수송된 환자들을 실은 차량들이 줄을 이어 들이닥치기 시작한다.[21] 한편 모스크바 주립 대학 화학기술과 학장이자 쿠르차토프 연구소의 부소장 발레리 레가소프는 소련의 장관회의 부의장이자 연료동력부 장관 보리스 셰르비나로부터 이번 사고에 대한 공산당 위원회에 자문 역할로 오라는 퉁명스런(...) 통지[22]를 받고, 날이 밝은 뒤로도 체르노빌의 폭발한 4호 원자로에서는 계속 방사성 물질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그 물질들은 인근 숲을 거쳐 그 뒤의 도시 프리피야트로 퍼져간다. 아무 것도 모르는 마을 주민들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가운데 새 한 마리가 돌연 길바닥으로 떨어져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2. 2화: Please Remain Calm · 침착하십시오
This is what has always set our people apart. A thousand years of sacrifice in our veins. And every generation must know its own suffering. I spit on the people who did this, and I curse the price I have to pay. But I'm making my peace with it, and now you make yours.
우리들의 핏줄에는 수천년의 희생의 역사가 흐르지.[23] 이게 소련인을 다른 민족과 다르게 하는 것이고. 모든 세대는 자기 몫의 고통을 감내할 필요가 있어. 나는 내 몫으로 온 댓가를 저주하고 이 짓을 한 사람들에게 화가 나지만, 그래도 난 내 몫을 받아들이고 있네. 이제는 동무들의 차례고.
방사능에 심하게 오염된 물에 잠수하여 수문을 열 자원자들을 모집하며 셰르비나가 발전소 직원들에게 한 말
시점은 폭발 사고 직후인 다음날 아침, 체르노빌에서 400km 떨어진 벨로루시 민스크 핵에너지 연구소. 밤샘 작업을 했는지 연구실 안에서 잠을 자다 깬 울리야나 유리브냐 호뮤크는 출근한 동료가 왜 이리 덥냐고 하며 창문을 열자 자연적으로 있을 수 없는 8밀리 뢴트겐의 방사능을 감지한 계측기의 경보음을 듣고 기겁을 한다. 연구소 안에 샌거 아니냐고 여기는 동료의 질문에 호뮤크는 '그러면 경보가 더 일찍 울렸어야 한다. 안이 아니라 밖에서 들어온거다' 라고 대답하고, 동료는 굳은 얼굴로 '
미국일까?' 라는 경우를 제시해본다.우리들의 핏줄에는 수천년의 희생의 역사가 흐르지.[23] 이게 소련인을 다른 민족과 다르게 하는 것이고. 모든 세대는 자기 몫의 고통을 감내할 필요가 있어. 나는 내 몫으로 온 댓가를 저주하고 이 짓을 한 사람들에게 화가 나지만, 그래도 난 내 몫을 받아들이고 있네. 이제는 동무들의 차례고.
방사능에 심하게 오염된 물에 잠수하여 수문을 열 자원자들을 모집하며 셰르비나가 발전소 직원들에게 한 말
그리고 창문에 묻은 먼지를 수집해 측정한 결과 아이오딘-131이 검출되자,[24] 군사적 원인은 아니라는 판단 하에[25] 가까운 발전소[26]에 연락해서 사고가 났는지 여부를 확인했으나, 거기서는 사고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4밀리 뢴트겐의 상대적으로 낮은 방사능만 계측되었다는 짜증섞인 소리를 듣는다.[27]그러자 노심 노출을 의심하며 그 다음으로 가까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도 연락해보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고, 수화기를 책상위에 올려놓은채 두 사람은 경악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본다.[28]
한편 류드밀라는 남편 바실리를 찾아 병원에 오다가 군인들에게 제지당하고, 잠시 소동이 일어난 틈을 타 겨우 내부로 들어간다. 그때 병원에서는 바실리를 비롯한 호송된 소방관들이 이미 몸 곳곳이 붉게 부어오르는 등의 급성 방사선 피폭 초기 증상을 보이는 가운데[29] 간호사들이 그들의 소방복과 장구를 벗겨 지하 창고에 폐기하는 중이었는데, 이미 엄청난 방사능 오염 물질로 변해 잠깐 만진 간호사들 손이 빨갛게 변할 정도였다.[30]
결국 이들 소방관들을 비롯한 피폭 환자들이 모스크바로 이송되는 와중에 류드밀라는 병원 내에서 체르노빌의 불빛을 구경하러 다리 위로 갔다가 피폭당한 절친한 이웃 미하일을 만나고, 그의 부탁으로 아기를 건네받으려 했지만 그걸 본 간호사가 "당장 떨어져요! 병 걸리고 싶어요?" 하면서 류드밀라를 제지한다.[31] 이어 병원을 통제하는 지휘관 뷰로프 소령에게 남편을 만나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이를 측은히 여긴 뷰로프 소령은 바실리가 호송된 곳이 모스크바 병원이란 사실을 알려주는 동시에 지역 이동 허가를 내려준다.
모스크바의 당 위원회에 소집된 발레리 레가소프는 회의 전 보고서를 읽다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위원회에서 보리스 셰르비나가 수소 탱크가 터졌을 뿐 체르노빌은 잘 진압되고 있고 흉부 엑스레이 정도의 3.6 뢴트겐의 방사능[32]만 감지될 뿐이라는 보고를 올리자[33][34] 이를 믿고 회의 종료를 선언하며 다들 일어나려는 순간 레가소프가 "안 됩니다!" 를 외치며 책상을 양손으로 치며 사태의 심각성을 환기시킨다.
한 소방관이 검고 부드러운 광물질을 만진 후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는 내용을 언급한 뒤, 이건 원자로 내부의 노심을 구성하는 물질 흑연이 분명하며 다시 말해 원자로가 터져 노심이 노출된 상황이고 보고된 3.6 뢴트겐은 소형 계측기의 최대 수치일 뿐 실제로는 그것과 비교도 안 되는 수치일 거라고 얘기한다.[35] 이대로 가면 유럽 대륙 전역이 방사능으로 오염될 거란 레가소프의 경고를 듣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처음에는 '자기 눈에는 낮선 사람이 당 간부의 의견에 태클을 거는 거로밖에 안 보인다'며 불신하지만 이내 사태의 심각성을 대강이나마 파악하고, 대놓고 못마땅해 하던 셰르비나에게 레가소프와 같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로 가서 사태를 파악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발레리 레가소프와 함께 헬기로 이동하던 보리스 셰르비나는 원자로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36] 설명을 다 듣자 이젠 자네는 필요없다며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체르노빌 근방에 도착해보니 4호 원자로 지붕에는 흑연 덩어리들이 나뒹굴고 있고, 위로 뿜어져 나오는 연기의 주변 공기가 시퍼렇게 빛나는 걸 본 레가소프는 기겁을 하여 방사능에 공기가 이온화되고 있는 것이며, 즉 원자로가 터진 거라고 말한다. 이를 못 믿던 셰르비나는 레가소프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종사에게 원자로 상공으로 날아가라고 명령하고, 안 하면 총살이라고 윽박지르나 레가소프는 이에 대해 저기로 날아가면 내일 총살을 구걸하게 될 거라 경고한다.[37] 이게 무슨 의미인지 단번에 파악한 조종사는 방향을 선회하고, 셰르비나도 그 말을 듣고는[38] 더 이상 우기는 걸 포기하고 의자에 주저앉는다.
그때 울리야나 호뮤크는 벨로루시 공산당 본부로 가서 억지로 부서기장을 만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대해 경고하며 주민들에 대한 아이오딘 정제와 대피령을 요청하지만 일방적으로 무시당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는 내 판단이 더 현명해 보인다는 헛소리를 늘어놓는다.[39] 결국 떠나면서 부서기장의 비서에게 아이오딘을 주면서 매일 한알씩 복용하고 민스크로부터 멀어지라고 충고한다. 이에 비서는 호뮤크가 나가자 즉시 약을 한 알 삼킨다. 자신도 무시하고 억지로 부서기장을 만나려 했기에 비서 입장에서도 호뮤크는 그냥 말 안통하는 짜증나는 과학자일 뿐이었지만 호뮤크가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주며 아이오딘까지 건네자 그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
레가소프와 셰르비나는 브류하노프 소장과 포민 부소장을 만나 사태가 잘 진압되고 있다는 엉터리 보고와 함께 사고를 일으켰다는 근무자들의 명단을 받고, 이 둘은 사태를 경고하는 레가소프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위험한 허위 정보를 퍼뜨린다고 일축한다. 하지만 이전에 헬기에서 봤던 것도 있고 레가소프보다는 이들을 더 불신했던 셰르비나는 헬기에서 레가소프에게 들은 RBMK 원자로의 원리를 인용해 "왜 옥상에 흑연이 있지? 그건 중성자 선속을 조절하는 용도로 노심에만 있는 거잖나."라는 말과 함께 설명을 요구하며 딴지를 걸어보고,[40]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거라 생각한 셰르비나가 의외로 핵심을 찌르자 브류하노프와 포민은 크게 당황하는데, 브류하노프는 빛의 속도로 장관님이 어떻게 지붕 위에 흑연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거냐며 포민에게 떠넘기고 포민은 "장관님이 불탄 콘크리트 조각을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라고 변명하자 셰르비나는 "내가 원자로는 몰라도 콘크리트는 잘 알아."라며[41] 이들이 얼버무리고 있음을 간파한다. 하지만 여기서 무언가 확답을 내놓을 수도 없는 일이고, 결국 옆에 있던 현장지휘관 블라디미르 피카로프 상장이 고선량 방사선계가 막 도착했다며 이걸로 확실하게 측정해보기로 한다.
레가소프가 피폭에 대해 누차 경고하자 피카로프 상장은 별다른 망설임도 없이 자기가 직접 가겠다고 말하고, 최대한의 보호 장구를 걸치고 차폐 처리를 한 트럭을 몰고 발전소에 갔다 온 그의 보고에 따르면 무려 1만 5천 뢴트겐[42]이 검출된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의미냐고 묻는 셰르비나에게 레가소프는 이미 노심이 노출된 상태이며, 발전소에서 피어오르는 불길에서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내뿜은 방사선의 두 배에 달하는 방사선이 매 시간 뿜어져나오고 있으며, 폭발로부터 20시간이 경과했으니 벌써 원폭이 40개나 터졌다는 말을 레가소프에게 들은 셰르비나는 브류하노프와 포민을 끌고 가라고 명령하고, 포민 부소장은 책임자는 댜틀로프였다며 끝까지 남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며 끌려간다.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완전히 파악한 셰르비나는 레가소프에게 어떻게 끄면 되냐고 조언을 부탁한다.
붕소와 모래를 상공 위에서 최소 5천 톤 이상은 투척해야 하고 주민 소개령도 필요하다는 말한 레가소프는 우리는 지금 지구에서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재난과 마주하고 있는 거라는 말로 사태의 심각성을 표현한다. 셰르비나는 주민 소개령에 대해서는 듣지 않고 붕소와 모래를 구하러 떠나고, 호텔에 도착한 레가소프는[43] 수상한 분위기의 부부에게 이 사건과 관련해 뭔가 주의해야 할 게 없냐는 질문을 받고 이에 거짓말로 문제없다는 답을 한다.[44]
다음 날 헬기를 이용한 붕소와 모래 살포 작전이 시작되고, 레가소프는 헬기 조종사들에게 10m 이내로 접근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1번 헬기가 연기에 접근하자 방사선의 영향으로 통신기가 먹통이 되고, 너무 가깝다는 레가소프의 경고를 듣지 못하고 앞쪽의 크레인에 연결된 케이블에 로터가 걸려 추락하고 만다. 셰르비나는 레가소프에게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나머지 헬기 조종사들에게 접근 방향을 바꿔서 들어가라고 지시한다. 한편 호뮤크는 모스크바의 쿠르차토프 연구소[45]에 있는 동료와의 암호 통신으로[46] 이 상황에 대한 소식을 듣고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설계도를 보더니 직접 체르노빌로 향한다.
일단 헬기로 약 20번의 투척이 이뤄진 가운데 레가소프는 셰르비나에게 주민들의 소개령 무시에 대해 항의하고, 셰르비나는 중앙위원회 위원인 의학박사 일린 교수의 '대피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말을 믿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여기 계속 있으면 5년 뒤에 죽을 거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셰르비나는[47] 곧 서방 외국들이 이미 위성사진이나 방사능 측정으로 이 사태에 대해 다 알고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결국 소련은 사태를 인정하고 5만여명에 이르는 프리피야트 주민들의 '임시' 피난 작전을 시작한다.[48]
그리하여 프리피야트는 삽시간에 유령 도시로 변하고, 검문소에서 제지를 받다가 최고 지휘관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한 호뮤크는 레가소프와 셰르비나와 만난 뒤 이대로 가면 노심융용으로 기포 장치와 급수조의 탱크가 녹은 노심이 접촉해 증기 폭발이 일어날 거라고 경고한다. 레가소프는 이미 탱크들은 다 비었다고 얘기하지만 울리야나 호뮤크가 건물 내 파이프는 폭발로 다 파괴되었을테고, 첫 진압 작전에서 소방관들이 뿌려댄 물 때문에 탱크가 가득 찼을 거라고 말한데다 직접 발전소 내부로 들어갔던 피카로프 상장도 소방호스가 아직 연결되어있다고 첨언하자 기겁을 한다.
이 상황은 모스크바 공산당에도 그대로 전달된다. 우방국은 물론 미국에도 이 사태에 대해 사과하느라 불쾌해하던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위원회에서 레가소프와 호뮤크의 브리핑을 통해 이대로 가면 약 2~4메가톤의 증기 폭발로 남은 원자로 3대도 다 폭발해서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가 완전히 죽음의 땅이 될 거고 루마니아와 동독권까지 오염될 거란 경고를 받는다.[49] 결국 발전소 구조에 익숙한 근무자 세 명이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하수가 가득한 지하 구획에 위치한 펌프까지 가서 수동으로 밸브를 열어야 펌핑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고, 셰르비나는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모든 승리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말로 승인을 대신하자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은 3명을 연간 400루블의 연금이란 조건으로 자원자를 받는다.
레가소프의 임무 설명에 모두가 주저하고 심지어 일부는 고작 400루블 때문에 거기에 들어가야 하냐고 냉소적으로 반문하는 가운데, 뒤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셰르비나가 수천 년의 희생이 흐르는 소련인의 핏줄을 언급하며 모든 세대가 제 몫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고 이제 수백만명의 죽음을 막기 위해 우리 몫을 받아들일 차례라고 주지시키고, 결국 알렉세이 아나넨코, 발레리 베스팔로프, 보리스 바라노프, 이 세 명의 용감한 자원자가[50] 잠수복을 단단히 입고 4호 발전소 건물 안으로 투입된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이 가득한 지하를 헤쳐 가며 지나가던 중, 기분 나쁘게 울리던 가이거 계수기음이 최대치에 달하고 방사능에 의해 휴대하고 있던 랜턴이 하나 둘 먹통이 되기 시작하면서 결국 랜턴이 모두 꺼져 세 사람은 암흑 속에 갇히게 되었다.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안보이는 곳에서 어떻게든지 랜턴을 다시 켜보려고 랜턴을 달각거리는 소리,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에서 다급히 움직이는 첨벙거리는 물 소리, 점점 거칠어져가는 잠수복을 입은 자원자들의 숨 소리, 그리고 미친듯이 울려대는 가이거 계수기의 지지직 소리들이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며 에피소드가 끝난다.[51]
3. 3화: Open Wide, O Earth · 세상이여, 활짝 열려라
투입된 작업자들이 벌써 죽은 건 아닌가 하고 레가소프와 셰르비나가 불안해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비상용 수동발전 랜턴을 열심히 펌핑해가며 가까스로 불을 비춰 세 작업자는 무사히 펌프까지 도착해 벨브를 여는데 성공한다. 복귀한 세 작업자가 손을 쳐드는 것을 시작으로 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이 환호하고, 레가소프와 셰르비나도 한숨 돌린 가운데 펌핑 작업이 시작된다.[52]한편 류드밀라는 모스크바 병원에 도착해 경비에게 돈까지 줘가며 내부로 들어와 남편 바실리와의 면회를 간청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지금 남편은 생체 원자로가 되어버린 상태라 하여 거절한다. 계속 물고 늘어진 류드밀라는 신체 접촉을 절대 금한다는 조건 하에 딱 30분의 면회를 허락받고, 혹시 임신한 거 아니냐는 물음에도 아니라고 답한다. 병실로 들어가 보니 피폭된 소방관들은 의외로 멀쩡한 모습으로 담배를 피우거나[53][54] 카드놀이를 하는 등 그냥 경미한 화상 환자 같은 모습이었다.[55] 류드밀라를 본 바실리는 반가워하며 둘은 서로 포옹한다.[56][57]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바실리는 한밤중에 격통에 시달리며 비명을 지르는 상태가 된다.
레가소프는 주민들의 소개령 영역이 너무 좁다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지만 이 부분은 셰르비나도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4호 원자로 화재는 진압되었지만 이제 노심용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자칫하면 지하수가 오염된 후 프리피야트 강에 스며들고 드네프르 강까지 유입되어 5천만 명의 식수원이 오염될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셰르비나가 고르바초프 서기장에게 이를 보고하던 중 레가소프가 끼어들어 소개령 영역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고르바초프가 정치국정위원 리즈코프[58]의 결정 사항이라며 짜증을 내는 가운데 셰르비나는 레가소프를 따로 불러내 얘기를 나눈다. 이번 사태에 투입된 작업자들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을 시작으로 고통스러운 방사능 피폭 증상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이어 이전 호텔에서 본 부부를 다시 목격하는 것으로 레가소프는 자신들이 이미 KGB에 감시받고 있는 처지라는 걸 알게 된다. 셰르비나는 이걸 알려주기 위해 그를 굳이 밖으로 불러낸 것.
레가소프는 이어 호뮤크와도 대화를 나누는데, 어떻게 해도 폭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호뮤크는 모스크바 제6병원에 아나톨리 댜톨르프, 알렉산드르 아키모프, 레오니드 톱투노프가 입원해있다는 말을 듣고 이들이 죽기 전 증언을 받아 진상을 밝히기로 한다.
툴라 광산에는 석탄부 장관인 샤도프가 찾아와 광부들을 징발하려 하고, 작업반장인 안드레이 글루코프가 항의를 하고, 어디로 가는지 질문해도 기밀이라며 함구한다.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는 한 가지 않는다는 완강한 거부에[59] 샤도프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라는 답변과 함께 노심 용융으로 지하수가 오염되는 걸 막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답하고, 이에 광부들 전원이 자진해서 체르노빌로 이동한다. 체르노빌에 도착해 레가소프에게 사태를 들은 광부들은 즉각 지하에서 콘크리트 하층부 아래까지 뚫고 들어가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 때 작업반장 글루코프는 작업 내용을 듣는 과정에서 '광부들의 안전을 위해 지하 12m 깊이까지 파내려 가도 방사선 피폭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것'과 '땅 속보다 더 위험한 지상에서 현장 최고 책임자가 방사선 보호 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있는 점'[60]에서 지급된 보호 장비 따위는 아무 소용도 없는 매우 위험한 곳임을 알아챘고,[61] 내일이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놨다는 셰르비나 장관의 말에 인부들을 1초라도 쓸데없이 이런 곳에 있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바로 시작하겠다고 한다. 마스크를 책상에 두고 가면서 "이게 효과가 있으면 댁들도 쓰시지 그래요."라며 뒤끝을 남기는 건 덤.
6주 내에 모든 걸 완료해야 했지만, 노심 용융으로 땅이 달궈져 땅굴 내부는 50도에 이르는 중이었고, 글루코프는 환풍기 설치를 요구하나 피카로프 상장은 방사능 분진의 위험성을 이유로 거부한다. 결국 이들은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벌거벗은 채 작업을 속행한다.[62] 글루코프는 셰르비나에게 "이번 일 끝나면 저 친구들 보살펴준답니까?"라고 묻자 셰르비나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장담할 순 없네." 라고 한다.[63] 이후 그는 다시 작업 현장으로 돌아간다.
다시 모스크바, 호뮤크가 도착한 모스크바 제6병원에서는 바실리가 앞서 레가소프가 설명한 대로 고통스러운 피폭 증상을 일으키며 점차 끔찍한 몰골로 변해가면서 처참하게 죽어가는 중이었고, 류드밀라는 의료진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아랑곳 않고 옆에서 갖은 수발을 다 들어주다가[64] 단둘이 남았을 때 임신했다고 고백한다.[65]
호뮤크는 우선 그나마 멀쩡한 댜틀로프에게 찾아가지만, 댜틀로프는 이미 정신이 나가서 내가 좋아하는 캐비어 샌드위치와 버터 갖고 온 거 아니면 자기 병실에서 나가라는 후안무치스러운 태도로 무시당한다. 결국 바실리처럼 중증 피폭으로 죽어가는 톱투노프와 아키모프[66]를 찾아간 호뮤크는 이 둘에게서 출력이 갑자기 200 MW에서 400 MW로 올랐으며 분명 안전장치인 AZ-5[67] 버튼을 눌렀는데도 터졌다는 이해할 수 없는 전모를 듣게 된다. 그러다가 바실리의 아내 류드밀라를 발견하고, 그녀가 임신했음에도 피폭자 옆에 붙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간호사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격리 조치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게끔 사실을 알리겠다고 하다가 감시하던 KGB 요원에 의해 연행당한다.
공산당 위원회에서 일단 여타의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보고가 들어와 잠시 자축 분위기에 빠지지만, 레가소프는 정식으로 소개 지역의 확대를 주장하는 한편 발전소 자체를 덮는 차폐막 설치를 주장한다. 그리고 회의가 끝난 후 KGB 국장 차르코프를 만나 호뮤크의 석방을 요청한다. 자신이 모든 걸 책임지겠다는 말로써 허락을 받은 레가소프는 호뮤크와 만나서 광부들의 작업이 수많은 사람을 구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광부들을 쓸데없이 죽게 만들 수도 있다며[68] 지금 하는 일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다. 뒤이어 호뮤크에게 사고 당시 아키모프가 AZ-5를 눌렀는데도 원자로가 터졌다는 얘기를 듣고 역시나 의혹을 느낀다.
확대된 소개 지역의 살처분 작업을 위해 전국에서 남성들이 소집되는 가운데 결국 바실리를 비롯한 피폭 소방관들은 숨을 거둔다. 이들은 그 자체가 심각한 방사능 오염물이 되어버린 탓에 시신도 납으로 된 관 안에 봉인되어 그 위로 콘크리트를 들이붓는 형태로 매장된다. 시신이 너무 변형되어 버려 수의를 입혀주는 것조차 불가능해 신겨줄 수도 없던 신발을 두 손에 든 채 류드밀라는 슬픔에 찬 얼굴로 유가족들과 함께 그 모든 걸 지켜본다.
4. 4화: The Happiness of All Mankind · 모든 인류의 행복
체르노빌 인근의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소개령이 내려지고, 거주자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동시에 살아있는 동물들을 살처분하고[69] 오염 지역 전체를 방제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한 노파는 외양간에서 소의 젖을 짜다가 군인들의 명령을 무시하며 12살 때 일어난 혁명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대기근, 2차 대전에 이르러선 겨우 정착한 지금까지 가족을 다 잃는 고난의 세월 속에서 고통과 외로움을 벗삼아온 삶을 얘기하며 거절의 뜻을 보이지만, 결국 살처분될 처지였던 소를 총으로 사살까지 해보이자 체념한 듯 따라나선다. 체르노빌의 비극은 그렇게 고난의 세월 속에서 고향을 지켜온 이들의 터전마저 앗아가고 있었다.[70]한편 사고 후 4개월이 흘렀지만 발전소 지붕을 뒤덮고 있는 흑연들이 워낙 강한 방사능을 방출하고 있어 원자로 봉쇄 작업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이 구획을 수치에 따라 총 세 영역으로 분류했는데, 다른 두 구역인 '카탸'와 '니나'의 검출 수치는 1000~2000 뢴트겐 정도였지만 가장 강한 1만 2천 뢴트겐이 감지되는 '마샤' 쪽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 상황.[71] 결국 월면 로봇[72]을 불러와 흑연을 치우는 작업을 시도해보나, 약한 쪽은 어떻게 버티며 흑연들을 밀어내도 마샤 내부에선 금세 고장나고 말았다. 독일에서 받아온 로봇도 마찬가지였고, 애초에 소련이 이 곳 수치를 2천 뢴트겐이라 밝히는 바람에 그 정도 수준의 로봇밖에 못 받아왔다는 사실을 안[73] 셰르비나는 격분하여 고르바초프와 리즈코프를 비롯한 당 관료들을 저주하며 전화기를 마구 때려부순다. 그 뒤 레가소프와 타라카노프에게 상황을 얘기해준다. 옆에 있던 다른 병사에게 무심하게 새 전화기 가져오라고 하는 게 깨알같은 웃음 포인트.
현장 수습 작업 인원이 끊임없이 보충되는 와중에 파벨이라는 젊은 청년도 투입되고,[74] 바츄와 가로라는 베테랑 군인과 한 팀이 된다. 바츄로부터 고간 부분에 채우는 보호구를 받은 파벨은[75] 동물들을 살처분하는 작업에 투입되는데, 바츄는 그에게 자신에게 총구를 들이대지 말 것,[76] 한 번 쏴서 안 죽으면 죽을 때까지 쏴서 고통스럽지 않게 최대한 빨리 죽일 것, 이 두 가지 주의사항을 숙지시킨다. 차마 동물들을 죽일 수 없어 주저하던 파벨은 눈앞의 개가 짖어대자 멋모르고 어설프게 사격을 하고, 파벨이 그 뒤에 확인사살까지는 못 하고 버벅거리는 와중에 총소리를 듣고 온 바츄가 확인사살한 뒤 고통스럽지 않게 하라 하지 않았냐며 호통을 치지만 이후 자신의 아프간에서의 첫 사살 경험을 얘기해주며 위로해준다.[77] 시간이 흘러 파벨도 어느덧 익숙해져서 능숙하게 동물들을 쏴죽이지만, 새끼들 앞에 선 어미개를 보고 순간 얼어붙어서 어쩌지 못했고, 파벨을 불러도 답이 없자 올라온 바츄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지 혼잣말로 욕을 한 뒤에 파벨을 밖으로 내보내고 자신이 마무리짓는다. 이 때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람을 여럿 죽여봤던 바츄도 많이 망설였는지 총소리가 한참 뒤에야, 그것도 시간차를 두고 난다. 그렇게 살처분된 동물들은 모두 구덩이에 던져져서 콘크리트로 매장된다.
한편 호뮤크는 체르노빌 4호 원자로 폭발 사고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지만, 이미 KGB의 감시를 받고 있어 자료 접근에 난항을 겪는다. 이어 증세가 호전된 댜틀로프에게도 다시 찾아가지만 묵묵부답이었고, 자신을 도와주면 총살도 면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말에 그는 올바른 질문이 진실에 다가설 수 있게 해줄 것 같냐고 되물은 뒤 거기에 진실은 없고 윗선에 뭘 물어봐도 거짓만 있을 것이며 자신은 총살밖에 없다며 반 체념조의 말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댜틀로프 역시 자신이 모르고 있는 원자로의 설계상 결함이 있었고, 그것이 사고의 원인이며 자신은 그걸 묻기 위한 제물이 될 거라는 앞날을 직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아나톨리 댜틀로프는 훗날 모든 것이 다 결함 때문이며 자신이나 다른 운전원들은 억울하다는 내용의 책 'Chernobyl. How it happened'까지 썼다. 물론 드라마에서나 현실에서나 안전 수칙까지 무시한 무리한 실험으로 폭발하게 만든 것도 본인이다. 당시 은폐되었던 RBMK 원자로의 결함은 원자로를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지 않는 한은 신경 쓸 이유가 없기도 했고.
지붕의 흑연을 치우는 작업이 서독제 로봇조차 고장나는 지경이라 난항을 겪는 가운데[78], 액화한 납을 들이붓거나(셰르비나의 주장) 폭발탄으로 저격해 흑연을 밀어 넣자(타라카노프의 주장)는 식의 온갖 탁상공론만 나오고 진전을 보지 못하였다. 셰르비나는 오죽 답답했으면 "화재현장에 다시 불을 놓자고? 그래, 다시 해봅시다. 하긴 처음에 너무 쉽게 불을 끄긴 했어요."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결국 레가소프가 바이오 로봇, 즉 사람을 투입하자고 제안한다.[79]
1인당 90초씩의 작업 시간이 주어진 가운데 방호복을 입은 인원들이 교대로 흑연 조각들을 원자로 아래로 밀어 넣는 작업이 진행된다. 물론 모든 게 순조로울 수 없어서 그 와중에 흑연 조각에 발이 끼인 것도 모자라 장화가 찢어진 병사의 묘사가 나온다.[80] 복귀한 후 그것을 확인하자 "이제 끝났네."라는 중의적인 말을 듣는 것은 덤. 인간은 커녕 기계도 버틸 수 없는 미칠 듯한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인간이 직접 작업을 한다는 미친 짓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낳을지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81]
시간이 흘러 어느 덧 홀로 만삭의 몸이 된 류드밀라는 진통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호송된다.
다시 장면이 전환되며, 어느 허름한 폐건물. KGB의 감시가 없는 이 곳에 모인 셰르비나와 레가소프, 호뮤크는 댜틀로프 등의 실험 진행 인력들이 안전 규칙도 어겼고 총체적으로 무능했고 무모했지만 그걸로도 폭발을 설명할 수 없는 것에 의아해한다. 그러던 중 호뮤크가 기록보관소에서 반출했던 두 페이지가 생략된 보고서를 읽어본 적이 있었던 레가소프가 그 내용을 기억해내고, 이를 통해 RBMK 원자로에 결함이 있다는 보고가 무려 10년 전에 올라갔음에도 소련 윗선에서 KGB, 레가소프를 비롯한 핵물리학자들을 통해[82] 이를 은폐했다는 걸 밝혔다.
그리고 이것을 공개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이르게 되고, KGB가 이를 놔둘 리 없다며 셰르비나는 자신이 협상을 통해 이번 건에 대해선 침묵하는 대신, 내부에서 조용히 원자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제안해보자는 방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호뮤크는 바실리의 아내 류드밀라가 출산한 아이가 4시간만에 숨을 거둔 이야기를 꺼내며, 아이가 류드밀라의 체내에 있을 당시에 그녀의 피폭된 방사능을 흡수하여 의도치 않게 자신을 희생한 대신 류드밀라의 생명을 구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는 이 나라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아이가 죽는 나라라 하며 협상이고 우리 목숨 걱정이고 다 집어치우고 누군가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바이오 로봇에 의한 발전소 지붕의 흑연 정리 작업이 완성 단계에 이르러 원자로 봉쇄도 눈앞에 다가온다. 그러한 가운데 공허한 표정으로 숙소 주위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파벨을 보여주고, 산후조리실에 유일하게 아이 없이 있는 류드밀라를 비춘다. 류드밀라는 남편에 이어 아이까지 잃은 고통에 멍해있을 뿐이었다.[83] 결국 그녀는 체르노빌 사고로 남편과 관련된 모든 걸 잃었다.[84]
5. 5화: Vichnaya Pamyat[85] · 영원의 기억
우리는 진실이 불쾌할 때, 진실의 존재를 잊을 때까지 거짓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우리의 모든 거짓은 진실에게 빚을 집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빚은 반드시 갚게 됩니다.
프리피야트의 평화로운 모습이 그려지며 발전소 직원 시트니코프 부부와 유브첸코 부자간의 한가로운 모습과 이그나텐코 부부가 철교에서 체르노빌 원자로 폭발을 구경하다가 피폭당했던 미카일 부부와 화목하게 지내는 장면도 나온다. 그리고 그 속을 아나톨리 댜틀로프가 가로지르는데, 그 곳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12시간 전의 프리피야트였다.이어 댜틀로프가 포민 부소장과 함께 브류하노프의 유력한 승진 및 모스크바행 이후 뒤따를 자신들의 지위 승급을 두고 얘기를 나누는데, 포민의 뒤를 이어 발전소 부소장 자리에 오르고 싶었던 댜틀로프는 그 자리에 나타난 브류하노프 소장이 키예프 배전 담당관이 오늘 밤까지는 전력 생산량을 낮추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걸 언급하며 오늘 예정됐던 안전 실험[86]을 취소할까 얘기하자 자신이 직접 진행하겠다고 장담한다.
그리고 체르노빌 사고가 수습 단계에 접어든 이후로 시간대가 옮겨지는데, 레가소프는 KGB 제1부의장 차르코프에게 국가 재판에서 원자로 결함이 아닌 아나톨리 댜틀로프 등의 부주의에 의한 인재라는 증언을 해준다면 쿠르차토프 연구소 소장 자리와 함께 부의장 자신도 받지 못한 사회주의노력영웅 훈장을 주겠다는 협박성 제안을 받고, 원자로 결함부터 해결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증언만 원하는 대로 해주면 나중에 조치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앞서도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비엔나에서 체르노빌 사고에 대한 소련의 공식 보고서가 올라오는 가운데 레가소프는 이 사고가 관리자들의 무리한 실험 강행에 의한 것이었다고 증언한 대가로 결함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또 나중에라는 답변만 돌아온 것.
집으로 돌아와 서류들을 보던 레가소프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몇 가닥 빠지는 것을 보고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자 뭉터기로 빠지는 것을 본다. 이때 시계 초침 소리가 거슬릴 정도로 들려오며 레가소프에게 남은 시간도 얼마 없음을 시사한다. 곧이어 호뮤크가 찾아와 다시 한 번 진실 규명을 촉구한다. 그리고 소련 내에서도 국가 재판 형태로 이 사태에 대해 청문회가 열리는데 그 동안 체르노빌 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불철주야 움직였던 세 사람이 보고 들은 것에 대한 증언이 이어진다.
맨 처음 셰르비나는 방사능 피폭으로 건강이 악화된 것을 드러내듯 계속 기침을 하며[87] 피고 3인방이 올린 안전 보고서가 허위였음을 증언하는 동시에 원자력 발전소 구조에 대해 간결하게 설명하고, 호뮤크에 의해 댜틀로프가 승진 욕심에 안전 규정을 어기고 실험을 강행했고 중간중간 이 실험의 위험성에 대해 사전에 보고받고도 이를 무시한 채 직원들을 협박하고 윽박질러가며 무리하게 실험을 자행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원래는 주간조가 담당할 실험이었건만 위에 언급된 야간까지의 전력 생산량 유지 문제로 그때까지 한 번도 실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던 야간조가 이 실험을 맡게 되었고, 게다가 출력 담당은 이제 막 25세에 4개월의 경력밖에 없던 레오니드 톱투노프였다.[88] 이렇게 실험 담당 인원들의 숙련도도 문제인데 이미 낮 시간대의 저출력 가동으로 4호기 원자로에 독이라 할 만한 제논이 축적되고 있었다는 것으로 설명이 종료된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설명을 맡은 레가소프는 4호기 원자로가 폭주에 이르게 된 일련의 과정을 설명을 시작한다. 원자로의 제논 축적과 미숙한 조작 등의 온갖 악재가 겹쳐 출력이 30 MW까지 떨어진 마당에 댜틀로프는 다시 출력을 올리라고 억지를 부린다. 이에 대해 아키모프가 계속 댜틀로프를 다독이는 태도를 보이면서 제논 축적이 우려된다며 24시간 정지 후 재개해야 한다고 요청했음에도 해고까지 거론하며 묵살한 것.[89] 이로 인한 폭발 문제는 원자로에 대해 모르는 이들은 알 수 없겠지만, 실험을 추진한 당사자들도 모르고 있었다는 게 레가소프의 표현이었다.
당연히 댜틀로프는 이 모든 추궁에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고 그렇게 KGB의 의도대로 체르노빌 사태가 인재에 의한 것이라는 형태로 흘러가는 듯 했으나, 레가소프는 마침내 폭발한 4호기 원자로를 비롯해 지금 가동 중인 16기의 RBMK가 지닌 자체적인 결함 문제의 폭로를 앞두게 된다. 이에 댜틀로프가 소란을 피워 청문회가 중지될 뻔한 상황이 되기도 했으나 셰르비나는 레가소프가 증언을 다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레가소프는 마지막 진실을 밝힌다.
댜틀로프가 이렇게 온갖 억지를 부릴 수 있었던 이유는 비상 정지 장치인 AZ-5 버튼 하나만 누르면 뭔가 잘못되더라도 수습이 가능할 거란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RBMK 원자로 설계상 노심 제어봉 끝에 달린 흑연 때문에 분열을 억제해야 할 제어봉이 오히려 분열 과정을 촉진시켜서 일시적인 원자로의 과부하를 불러오는 결함이 있다는 걸 그는 모르고 있었으며, 이것이 10년 전에 보고되었지만 은폐된 RBMK 원자로의 결함이었다.
당시 노심은 장시간의 저출력 운전으로 제논이 축적되어 중성자 반응 분포는 물로 가득찬 하단과 상단으로 쏠린 상태였다. RBMK에서 물은 중성자를 흡수하여 핵 연쇄반응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그동안은 끓어오르는 와중에도 이 역할을 그럭저럭 수행하고 있었으나 갑자기 출력이 급증하자 아키모프가 AZ-5를 가동해 제어봉이 내려오면서 흡수재 역할을 하던 물이 하단에서 밀려가고, 중단에 있던 감속재인 흑연이 그 자리에 들어갔다. 즉, 중성자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쏠려있던 노심 하단에, 그나마 핵반응을 조절하던 흡수재가 밀려나고 반대로 핵반응을 활성화시키는 감속재가 들어가자, 중성자 연쇄반응이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활성화되었다. 원자로를 꺼버려야 할 안전장치가 일시적으로 오히려 중성자 반응을 늘리고 출력을 올려버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상 출력의 영향을 받은 연료봉이 파손되기 시작하였고, 삽입되던 제어봉들이 그 파편에 걸려서 더 들어가지 못하고 제어봉 말단의 흑연은 계속 반응을 촉진시키자 3,200 MW의 출력 하에 운용되는 원자로의 출력이 3.3만 MW까지 치솟으며 걷잡을 수 없게 되었고 결국 폭발로 이어진 것이다. 이것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의 전모.
이전 비엔나에서의 증언과 달리 그 모든 것이 국가의 은폐가 초래한 결과라고 밝힌 레가소프는 평생 한직에서 썩게 해주겠다는 차르코프의 선언대로 당시 지위와 지급되었던 연구실을 제외하고 모든 직책을 박탈당한 채 24시간 감금 상태에 놓이게 되고, 그의 증언도 국가 재판에 채택되지 못한 채 묻히고 만다.[90] 그 때문에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레가소프는 차에 태워져 어디론가로 가게 되고, 그 모습을 셰르비나와 호뮤크가 안타깝게 지켜본다. 레가소프가 탄 차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가 1화에서 녹음했던 테이프 녹음 내용의 앞에 이어지는 부분이 나오고,[91] 그의 자살로 소련이 원자로 결함을 인정하고 조치에 들어갔다는 나레이션에 이어 당대의 기록 영상과 드라마의 다른 점, 생존자들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진행을 끝으로 체르노빌의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과학자가 된다는 것은 순진해진다는 것이다. 진실을 찾는 데만 열중한 나머지 진실을 원하는 자들이 드물다는 사실을 잊고는 한다. 그러나 진실은 늘 어딘가에 존재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가 보려 하지 않아도. 진실은 우리의 필요와 바람에, 체제와 이데올로기와 종교에도 관심이 없다. 진실은 숨어서 언제나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체르노빌의 진실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한때 나는
진실의
대가가 두려웠으나, 이제 다만 묻는다:
To be a scientist is to be naive. We are so focused on our search for truth, we fail to consider how few actually want us to find it. But it is always there, whether we can see it or not, whether we choose to or not. The truth doesn't care about our needs or wants. It doesn't care about our governments, our ideologies, our religions. It will lie in wait, for all time. And this, at last, is the gift of Chernobyl. Where I once would fear the cost of truth, now I only ask:
To be a scientist is to be naive. We are so focused on our search for truth, we fail to consider how few actually want us to find it. But it is always there, whether we can see it or not, whether we choose to or not. The truth doesn't care about our needs or wants. It doesn't care about our governments, our ideologies, our religions. It will lie in wait, for all time. And this, at last, is the gift of Chernobyl. Where I once would fear the cost of truth, now I only ask:
|
Hildur Gudnadottir - Vichnaya Pamyat[92] |
[1]
레가소프가 밖으로 나오자 주차된 차 안에서 이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중에 밝혀지듯이 KGB가 레가소프를 감시하는 것이다.
[2]
2년 전인 1986년 4월 26일 1:23:45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제4호 원자로가 폭발했다.
[3]
실존 인물인 레가소프는 1988년 4월 27일에 사망했다.
[4]
발레리 페레보첸코. 4번 원자로 담당직원으로 극중에서 노심폭발을 가까이서 확인한 두 직원과 같이 폭주를 막기 위해 원자로 제어봉을 수동삽입하러 원자로 홀에 들어갔다가 다량의 방사선 피폭으로 사망했다.
[5]
이때 댜틀로프도 댜틀로프지만 다른 부하 직원들 다수가 만만치 않게 답답한 모습을 보인다. 다만 총 지휘자이면서 흑연까지 목격하고도 현실부정을 일삼은 댜틀로프와 달리, 나머지 직원들은
너무도 갑작스러운 이변에다가 그때까진 전대미문이었던 원자로 폭발이 설마 자신들 눈 앞에서 일어났을까 하여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리였다는 걸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
[6]
실제로는 유브첸코 외 3명의 직원이 동행했는데, 이 중 유브첸코는 마지막으로 문 앞에 도착해 문이 안 닫히도록 지탱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어 안으로 들어가 터져버린 원자로 내부를 목격하고 나온 직원들은 이후 모두 사망했고, 유브첸코는 이 때 문과 벽 덕분에 치사량까지 가지 않았다고는 해도 엄청난 피폭을 당했다.
[7]
노심이 폭발해 버렸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방사선 피해를 입었을 게 뻔할 자신들 또한 가망이 없다는 중의적인 의미이기도 하다. 후반부의 바이오 로봇 관련 대사와 비슷한 셈. 참고로 이 두 사람은 참사 이후에도 살아남아 드라마 제작 이전에도 NGC, BBC 다큐멘터리 등에서 당시 상황에 대하여 증언하였으며 이들의 증언은 본 드라마의 제작에도 자료로 활용되었다.
[8]
원자로의 감속재다. 중성자선을 엄청나게 맞은 고준위 방사성 물질로, 방사능 보호 장구를 완벽하게 입고 있어도 절대 가까이 해선 안 될 위험 물질을 방사능 보호복에는 한참 못미치는 앏은 소방관복과 가죽으로 된 보호장갑만 두른 맨몸으로 직접 만진 것이다. 제대로 사고 경위도 알려주지 않고 전대미문의 재앙의 현장에 무턱대고 소방관들을 불러들인 결과 야기될 인명 피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셈. 실제로도 당시 초기 투입된 소방관들은 이런 파편들을 방호복도 없이 직접 걷어차고 치워가며 진화 작업을 했다고 하며 그 결과 1차 투입된 소방관은 모두 급성 방사선 피폭으로 사망했다.
[9]
당연히 방사선 자체에 맛이 있을 리는 없고, 고선량의 방사선에 한꺼번에 피폭당하면서 혀의 미뢰가 교란되어 강력한 금속성
신맛을 느끼는 것으로 막 발을 딛은 순간부터 치명적인 피폭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10]
실제로는 단순히 뜨겁다고 느끼는 정도였다고 하며, 만지자마자 1분도 안 돼서 피부가 녹아내리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극적인 연출을 위하여 고증을 일부 포기한 장면인 셈.
[11]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항목에도 나와 있듯 이 화재로 근접한 3호 원자로까지 폭발하거나 하면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는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되고 만다.
[12]
이는 급성방사선증후군의 증상인 홍반 현상이다. 실제 피폭자들에게도 관찰되었다.
[13]
그리고 자세히 보면 투입 직후엔 실로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주던 소방관들이 지붕 진압에 나설 무렵에는 다들 움직임이 느릿느릿해져 있다. 장시간의 방사선 피폭으로 모두 이미 무기력감에 빠져 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연출.
[14]
참고로 철교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전부 죽었다는 소문이 퍼진 적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물론 심각한 방사선 피폭을 당해 사망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생존자들이 남아있다.
[15]
이 셋은 이 자리에서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1인자, 2인자, 3인자들 중 하나이다. 1인자와 2인자는 당연히 발전소장 브류하노프와 부소장 포민이며 댜틀로프가 3인자들 중 하나인 이유는 현재 발전소장인 브류하노프가 승진하여 다른 곳으로 영전하면 다음 소장은 현재 부소장인 포민이 넘겨받게 될 테고 그렇게 빈 부소장 자리를 댜틀로프가 받게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었고 포민은 일이 잘 풀릴 경우 부소장 자리에 시트니코프를 앉힐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이걸 댜틀로프 면전에서 밝힌다(...). 댜틀로프는 불편해하는 기색을 내비치지만 그것뿐이고 자신도 고려해달라 하는 신세. 하지만 사고가 터지자 사고 책임에 대한 신경전도 잠시 어차피 이들은 한 배에 탄 셈이라 이 사고가 제발 크지 않기를 바란 데다가 댜틀로프는 당장 자신의 눈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봐 놓고 필사적으로 현실부정을 하며 사고 규모가 크지 않다고 보고해서 실상을 아직 모르는 브류하노프와 포민은 그런가보다 하고 일단 넘어간 것.
[16]
당연하지만 소개령을 한시라도 빨리 내리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고 저 노인의 뿌듯한 미소가 무색하게 그 또한 프리피야트가 소개될 때 무력하게 버스에 떠밀려 태워지고 만다.
[17]
여담으로 이 원로를 맡은 배우는
왕좌의 게임 드라마에서 간지 노인 연기로 호평을 받은 배우다. 왕좌의 게임 드라마를 봤던 시청자들은 저 멋진 노인이 이런 찌질한 배역을 맡다니 하며 놀라워했다는 후문
[18]
댜틀로프와 일부 현장상황을 목격한 직원들 외엔 원자로가 폭발한 걸 모르는 그들은 당시 다른 원자력 관련 종사자들과 같이 RBMK 원자로가 폭발할 리 없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원인으로 이 정도의 방사선이 감지될 일이 없으므로 관리자들 입장에선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 셈.
[19]
만약 원자로가 터진 거라면 환기구에 발을 딛는 자체로 엄청난 방사능에 피폭된다는 소리다. 그래서 그도 거부했지만 총을 소지한 군인까지 동행하니 별 수 없었다. 실제로 그는 머리에 집중적으로 피폭당해 사망하였다.
[20]
바실리도 이때 동료를 들것에 실어 옮기다가 쓰러지고 만다.
[21]
한 간호사가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의사에게 아이오딘 알약이 있는지 묻는데, 의사는 그런 게 이 병원에 왜 있겠냐며 무시한다. 환자가 도착한 후에도 평범한 화상 환자처럼 환부를 우유로 씻어내는 등 방사선 피폭에 대해선 1도 모르는 의사로 보인다.
[22]
전화를 받았는데, 셰르비나는 시종일관 퉁명스럽게 레가소프를 대한다. 그에게 필요한 정보만 짧게 말하고 레가소프가 뭔가 물어보려 하면 다 잘라 치워버리며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말하고 먼저 전화를 끊어 버리기까지 한다.
[23]
실제로 근현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는
러시아 혁명,
우크라이나 대기근,
제2차 세계 대전 등 유혈사태와 비극으로 점철되었고, 체르노빌 참사 후에도 비극은
소련 붕괴,
체첸 전쟁,
유로마이단 혁명,
돈바스 전쟁, 그리고 지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4화에서의 할머니의 말을 통해 이 내용이 다시금 부각된다.
[24]
핵분열로 생성되는 대표적인 부산물로, 반감기는 8일 정도이며 364keV의 감마선과 최대에너지가 약 0.66MeV의 베타선을 방출하며, 아이오딘의 동위원소 중 가장 강력한 방사성 물질이다.
[25]
핵무기에서 나온 부산물이라고 하기에는, 검출된 양부터 우선 너무 많았고 핵무기에서는 우라늄-235은 거의 쓰지 않고 대부분 플루토늄을 쓰기 때문에, 우라늄-235를 주로 쓰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났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26]
이 발전소는 지금은 폐로된 이그날리나 원자력 발전소를 가리키는 것이다. 현재는 리투아니아에 위치한 지역으로 민스크에서 약 240km 떨어져 있는 곳이며, 공교롭게도 체르노빌과는 정 반대쪽에 위치해 있다. 정확히는 체르노빌과 이그날리나 사이에 민스크가 있는 것. 체르노빌과 같은 방식인 흑연감속로 두 대가 비치되어 있는 곳이며, 사고와 상관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이후로도 줄창 운용되다 RBMK의 지속적인 가동을 우려한 주변 국가들의 반발로 제 1 원자로가 2004년 12월 31일자로, 제 2 원자로가 2009년 12월 31일자로 폐로되었다. 리투아니아는 이 발전소를 대체할 새로운 원자로로 제너럴 일렉트릭과 함께 비사지나스 발전소를 계획 중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서 2016년 프로젝트가 잠정 폐기되었다. 이 원전이 리투아니아 전력 85% 가량을 생산했기 때문에 현재 리투아니아는 소비하는 전기의 상당량을 외국(특히 스웨덴)에서 수입한다. 참고로 이 드라마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세계에 몇 안 남은 RBMK 원자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대타로 출연한 것.
[27]
참고로 4밀리 뢴트겐만 해도 자연 방사선 강도의 수백배가 넘는 값이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비상사태이다. 그쪽에서도 원인을 찾는다고 정신이 없는 통에 전화를 해 대니 짜증이 안 날 수가 없었던 모양.
[28]
작중 묘사로는 당초 호뮤크에게 체르노빌은 원인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민스크에서 400km나 떨어졌기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방사능 물질 누출 사고가 아닌 이상 이런 수준의 영향을 미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애초에 제일 의심갔던 근처 원자력 발전소인 이그날리나에 연락했을 땐 4밀리뢴트겐의 방사능이 검출되어서 호뮤크가 제대로 질문을 할 틈도 없이 흥분된 채로 말을 이어가다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수치가 왜 더 낮냐면 상술했듯이 민스크는 이그날리나와 체르노빌 사이에 위치해 있으니 이그날리나보다 검출량이 높았던 것. 당연하지만 이 수치만으로도 발전소에 비상이 걸렸으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그날리나 발전소에서는 사고가 없었다고 하자, 체르노빌 발전소에선 뭔가 알고 있는지 수소문을 해보기 위해 체르노빌로 연락을 했는데, 이미 대재앙이 일어난 곳에 전화를 해봤자 받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29]
의사가 단순 화상인 줄 알고 우유로 상처를 닦고 있는데 간호사(1화에서 요오드 알약 비치 여부를 묻던 그 간호사이다. 배역명은 스베들리나 진첸코)가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화상인 걸 알아차리고 소방관들의 옷을 모두 벗겨 지하실에 버렸다.
[30]
실제로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프리피야트 체르노빌 병원 지하에 방치 중인 이 장비들에선 엄청난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유튜브 영상에서 프리피야트 병원에 버려진 소방관들의 소방복 더미에 1m 앞에 계측기를 들이댔는데 미칠듯한 굉음과 함께 방사능 수치가 마구 뛰어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31]
이때 미하일은 자식만이라도 살리려고 친한 이웃이었던 류드밀라가 간호사의 제지를 받고 멀어지는 걸 바라보며 "제발 아이 좀 데려가줘요! 제발... 제발... 제발..." 하면서 울먹거린다. 참고로 굉장히 빠르게 말한다. 하지만 어른인 미하일조차 그 다리에 갔다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방사선 화상을 입고 피폭당할 정도라면 최소 10시버트 내외일 텐데 미하일이 그 정도라면 아기도 가망이 없을 정도로 피폭당했을 것이기 때문에, 설령 미하일의 아기를 건네받던들 큰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성장기여서 세포분화가 활발한 아기는 어른보다도 방사능 피폭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차라리 미하일이 살 가능성이 높았다.
[32]
시버트로 환산하면 약 31밀리시버트.
[33]
이 당시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몰랐던 셰르비나는 이 수치를 말하면서 "흉부 엑스레이 수준이라더군요. 누구 건강 검진 받아보실 분?" 하면서 허허 웃는다.
[34]
참고로 흉부 X선 검사는 약 50μSv 정도이다.
[35]
덧붙여 3.6 뢴트겐은 흉부 엑스레이 1회 정도의 방사능 수치가 아니라 400회 정도의 수치이며, 손에 화상을 입은 미샤의 경우엔 흉부 엑스레이 4백만 회의 수치라고 말한다.
[36]
이 때 레가소프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라고 하자, 자길 바보취급하지 말라며 설명하지 않으면 헬기 밖으로 던저버리겠다고 협박한다.
[37]
차라리 명령불복종으로 깔끔하게 총살당하는 게 원자로 상공으로 날아가서 피폭당해 산 채로 녹아죽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란 의미를 담은 직설적이면서도 우회적인 표현. 당연히 옆에서 원자로 방향으로 가라며 윽박지른 셰르비나와 같이 탑승한 병사들 또한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조종사가 총살 무섭다고 저 곳으로 날아갔다간 총살 걱정 없는 본인들까지 총알을 구걸하게 될 정도로 다 같이 끔찍하고 확실하게 죽을 테니까.
[38]
메시지 자체의 의미뿐만 아니라 불과 조금 전 원자로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면 헬기 밖으로 던져버리겠다는 협박에도 겁에 질려 양 옆의 군인들 눈치를 살피던 레가소프가 당장 군인이고 총살이고 아랑곳 않고 헬기 조종사를 윽박지르는 모습 또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알게 했다.
[39]
정확히는 자기가 지금 부서기장의 자리라는 높은 직급에 있으니 자기 말을 따르라는 뜻이다. 여담으로 이 부서기장은 이 보직을 맡기 전엔 신발공장의 공장장이었고 하는데, 호뮤크는 자신은 핵물리학자이고 부서기장은 신발공장장 출신이었지 않냐면서 자기 말을 들으라 하지만 신발공장장에서 부서기장까지 출세한 사람에게 핵물리학자라는 권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40]
처음에 브류하노프는 셰르비나 또한 다른 관료들처럼 고집불통이지만 멍청하다며 대충 요약해서 말해주면 못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41]
실제로 불탄 콘크리트는 흑연과 질감이 판이하게 다르다. 무엇보다 옥상에 불탄 콘크리트 조각이 있으려면 누가 옥상에 타버린 콘크리트를 가져다 두지 않는 이상에야 검은 물체들이 멀쩡히 옥상에 쌓여 있을 확률은 낮다. 만일 폭발로 불타버린 원자로에서 콘크리트가 날아갔다면 그 위력으로 바닥이나 건물 벽면, 옥상에 투석기로 돌을 날린 듯한 파손 흔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흑연이 쌓였을 확률이 높은 것.
[42]
약 130시버트이며 이 정도면 2분만에 치사량에 도달한다!
[43]
낙진이 우려되었는지 바텐더가 세워져 있는 컵에 술을 따라주려 하자 뒤집어진 컵에 담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볼 수 있다.
[44]
다만 이 때는 그 부부가 KGB의 요원이라는 것을 모르는 상태였다. 레가소프가 거짓말을 한 이유는 KGB의 심기를 거스르는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해야할지 확신과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45]
실존하는 연구소로, 소련에서 핵무기를 최초로 개발한 곳이며 핵융합발전에 이용되는
토카막을 최초로 만든 곳이기도 하다. 체르노빌 사태 당시 발레리 레가소프가 이 연구소의 부소장으로 재직중이었다.
[46]
작중명은 마리나 그루진스카야. 호뮤크가
교외의 친구를 언급하며
거기 너무 덥지 않나고 묻자 상대편에서
14살 심카(Simka, 원자번호 14번 규소 Si)와
5살 보리스(Boris, 원자번호 5번 붕소 B)라는 조카들이 놀러 오니 더위가 좀 가셨다고 대답하며,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47]
실제로 셰르비나는 사고 발생 4년 후인 1990년에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암으로 사망했다.
[48]
잘 보면 1화에서 도시 관계자들에게 통신을 끊으라고 지시한 원로도 포함되어 있으며, 병원에서 손이 빨갛게 달아올랐던 간호사도 보이는데, 이미 해당 부위에 붕대를 감고 있다.그리고 류드밀라의 이웃 미하일 가족 역시 병원 피난 씬에서 재등장한다.
[49]
셰르비나는 레가소프와 호뮤크에게 브리핑을 맡기고 절망감 속에 세상이 망한 듯한 표정으로 브리핑을 듣고있다.
[50]
실제로는 자원자가 아니라 차출된 인원이었다.
[51]
이때의 연출이 웬만한 호러 영화, 아니 호러 영화보다 몇 배는 무섭다는 경험담이 많다. 픽션 공포영화와는 달리 실제로 일어난 일을 기반으로 한데다, 그 사실이 소름끼치는 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보고 난 뒤에 가이거 계수기음이 가장 무섭게 들린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
[52]
실제로도 들고 간 랜턴이 방사능에 의해 고장났으나 극중에서처럼 비상용 랜턴은 없었고 수도파이프를 더듬어가며 나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3명 모두 다행히 심각한 피폭을 당하지는 않았다. 중간 중간에 방사선이 고농도로 검출되는 지역이 있긴 했으나, 후다닥 빨리 지나가 버리거나 옆으로 돌아서 피해 갔다고 한다. 자살임무나 다름없는 일에 투입되어서 성공한데다 잘 살아나왔으니 그야말로 천운이다. 실존인물 세 명 중 1940년생 보리스 바라노프는 2005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며 59년생 알렉세이 아나넨코와 57년생 발레리 베르파로프는 지금도 생존하고 있다는 내용이 이 드라마 마지막에 나온다. 저 임무에서 생존해서 천수를 누린 것 자체가 기적인 셈이며, 다른 이들을 위하여 자신들의 한몸을 기꺼이 바친 영웅들을 하늘이 도왔다고 밖에는 설명이 불가할 정도이다.
[53]
세포조직 회복능력을 상실한 방사능 피폭환자에게 담배는 치명적이지만, 병원에 환자가 물밀듯이 몰려와서 의료진이 신경을 못 쓰는 상황이었다. 밤에 류드밀라가 혼자 바실리를 돌볼 때도 간호사들은 다른 피폭 환자들이 가득한 병동에 있었다. 사실 담배를 폈든 안 폈든 대량의 피폭으로 인간 원자로가 된 시점에서 이미 끝난 목숨이기는 했지만.
[54]
영국
BBC에서 방영하고
EBS에서 더빙방송한 바 있는 체르노빌 다큐에서도 대량의 피폭을 당한 알렉산드르 아키모프에게 아나톨리 댜틀로프가 담뱃불을 붙여주며 앞으로 어떻게 될 건지 이야기를 나누는 신을 보면 실제로도 그런 상황 속에서 피폭 당한 직원들이 담배를 피웠던 모양.
[55]
드라마에선 바실리가 모스크바에서 이송되기 전에 한 번도 못 만나고 바로 모스크바로 이송된 걸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프리피야트에서 한번 만났다가 모스크바에서 재회했다. 프리피야트에선 퉁퉁 부어서 눈도 뜨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모스크바에선 일시적으로 붓기가 가라앉았고 살이 쏙 빠져서 52호 사이즈를 입던 사람이 48호 환자복을 입을만큼 앙상해져 있었지만 그런대로 괜찮아보였다고. 물론 그 뒤에는 빠르게 죽어갔다.
[56]
카드놀이 부분이 각색이라고 많이 오해들 하지만 카드놀이를 하고 있던 부분은 실화다. 포옹 부분은 각색으로, 당시 현장에는 의사들이 배석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못 만지게 했다.
[57]
어떻게 보면 매우 감동적인 장면이지만 류드밀라가 실시간으로 피폭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듯이 섬뜩한 배경음이 흐른다.
[58]
니콜라이 리즈코프(1929~2024). 1985~1991년에 소련의 부수상으로 재임했던 인물이다.
[59]
이때 글루코프는 샤도프를 향해 "(못 알려주겠다면) 쏘시죠. 총알이 우리 머릿수보단 모자란 것 같은데, 총알이 다 떨어지면 나머지가 댁들을 죽사발내겠지." 하며 역으로 위협했다.
[60]
"터널 깊이는 어느 정도입니까? 6m? (레가소프: 12m입니다.) 12m? 왜죠?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그 깊이에서는 방사선에서 상당히 보호될 겁니다.) 터널 입구는 12m 아래가 아니죠. 지금 여기(현장지휘소)도 12m 아래가 아니고.
[61]
실제로 현장에 투입된 400명의 광부 중 100명 정도가 방사선 피폭 후유증으로 40세 이전에 사망했다.
[62]
레가소프와 셰르비나가 작업반장 글루코프를 부르자 글루코프는 "내부는 찜통이고 환풍기는 안 된다는데 어쩌라고요... 그래서 우리 아버지 세대부터 이어진 우리만의 작업 방식으로 하고 있죠. 그래도 X발 모자는 썼잖소."라고 대꾸한다. 레가소프는 방사능 보호가 안 될 거라고 하지만 글루코프는 옷 입으면 뭐가 달라지냐고 정곡을 찌른다.
[63]
실제로 이미 구
소련의 상태는 60년대 후반부터 싹튼 경제 침체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졸전으로 인하여 이 시기부터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나라 꼴이 말이 아닌 상황에서 체르노빌 사고로 이걸 수습하느라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 있던 상황이니 셰르비나로써도 이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현실에서도 구 소련은 이 사건 발생 약 5년 후 공중분해된다.
[64]
입으로 상처와 고름을 빨아주기까지 했다.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의 헌신적인 간호였지만 문제는 피폭으로 인해 바실리의 신체 내부 물질들이 방사능을 띄게 되어 류드밀라 본인도 내부 피폭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후 울리야나 호뮤크가 지적했듯이 단순히 경고로 그친 채 제대로 격리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 야기되고 만 2차 피폭. 게다가 류드밀라는 2차 피폭만 당한 것도 아니고, 위험지역인 프리피야트에 있을 때부터 방사능 낙진에 직접 조금씩 노출되기까지 했다.
[65]
1화 초반에 폭발 사고가 있기 전, 류드밀라가 늦은 밤에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는 묘사가 있었다. 이후 잠들어있던 바실리를 애틋하게 바라보던 걸 보아 류드밀라는 이때 임신 초기였음을 암시한다.
[66]
톱투노프는 이제 막 전신이 붉게 녹아내리려는 참이었고, 아키모프는 화면에 직접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얼굴이 다 녹아내렸다고 한다.
[67]
키릴 문자로 АЗ-5. З는 숫자 3이 아니다.
[68]
결과적으로 발전소 밑에 굴을 파서 열교환기(실제로는 장비 제작에 난항을 겪어서 콘크리트로 때웠다)를 설치하는 작업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지하의 불순물이 계속해서 노심에 섞여 핵분열을 중단시켰고, 덕분에 노심이 지하수까지 도달하지 않은 것. 당시 지휘부에서도 노심이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확률을 50% 정도로 예상했지만, 그렇다고 아무 대비를 하지 않기에는 50% 확률로 사고가 터진다는 것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혹시 몰라서 작업을 강행했다.
[69]
프리피야트 주민들이 대피하는 장면을 보면 주민이 안고 있던 강아지를 한 군인이 떼어놓는 모습, 주인과 강제로 헤어진 것으로 보이는 개가 대피 차량을 쫒아오고 이 개를 다른 군인이 데려가는 모습이 등장한다. 즉 프리피야트에 있던 동물들은 대피에서 제외했으며 곧 살처분될 것임을 암시한다.
[70]
저 장면은 실제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영향권에 있었던 농촌 마을 주민들을 대변하는 한 예로써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격렬히 저항하였다고 하며 심지어는 사태가 진정되자 야밤을 틈타 몰래 다시 세간을 들여놓고 사는 사람들도 꽤 되었다고 한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이 지역 출신들에 한해서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완전 밀봉된 식료품 제공을 조건으로 정착해 사는 노인들이 있다고 한다.
[71]
레가소프 박사가 말하길 전등 스위치보다 조금만 복잡해도 방사선에 의해 순식간에 회로가 타면서 망가질 거라고 이야기한다.
[72]
월면 로봇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양의 우주 방사선이 내리쬐는 달의 표면에서 작동해야 하므로 제대로 된 로봇을 가져왔다면 마샤 구역의 흑연도 어느 정도 잘 치울 수 있었을 것이다.
[73]
전대미문의 재난이 일어났음에도 외신에 체면을 구기기 싫어서 사태의 심각성을 고의로 축소하는 병신 짓을 저지르는 모습이 너무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74]
발전소에서 좀 떨어진 곳에도
방사능이 미약하게 나마 퍼져있는지 파벨이 탄 버스가 검문소를 통과할 때 검문을 서고 있던 군인 옆에
방사능 피폭 영향으로
구토를 하고 있는 군인이 묘사 된다.
[75]
바츄는 파벨에게 고간 보호구를 주면서 이거 안 하면 네
자지가
보지로 변할 거라며
러시아식 유머을 구사하기도 한다.
[76]
그러면서 내 옆의
아르메니아인(가로)한테는 겨눠도 좋다고 농담을 한다.
[77]
이 대목에서 가로가 자신들의 뒤편에 있는 건물에 걸린 소비에트 정권의 선전선동 문구 '우리의 목표는 전 인류의 행복이다!'(Наша цель - счастье всего человечества)가 써진 현수막을 보면서 이를 읊는다. 이에 바츄는 "그래. 난 늘 행복해."라고 받아친다.
[78]
셰르비나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샤' 속에서 작동할 만한 로봇이 미국에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물음에 타라카노프 장군 왈
'설령 그런 게 있다 쳐도 미국이 우리한테 줄 리가 없고, 미국이 그걸 준다고 한들 당 수뇌부가 미국에게 머리를 굽힐 리가 없다'며 일축시킨다.
[79]
이는 4화에서 파벨이 동물을 쏘는 것을 주저하다가 결국 익숙해진 것과 같은 맥락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80]
심지어 고여있던 웅덩이에 한번 넘어지기까지 한다.
[81]
실제 이 작업자들 중 2019년에도 생존하고 있는 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인당 90초라는 제한 시간을 뒀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의 전원이 90초는 기본으로 다 넘기고 120초 가까이 걸리기도 했으며 자신은 이 작업에 투입되고 30여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입안에서 금속성 납 맛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체르노빌 1화에서 바실리와 미샤가 느꼈던 바로 그 금속맛 맞다.) 상식적으로 현장에 나뒹굴고 있던 최대 50kg의 흑연 덩어리들을 90초 안에 삽질로 치우고 들어가라는 것 자체가
미션 임파서블급 임무다.
[82]
레가소프는
원자로를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는 머저리가 있지 않는 한 그 결함으로 인해 원자로가 폭발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머저리와 원자로의 결함이 시너지를 내면서 대재앙이 일어났으니 레가소프 또한 이 사태에 책임이 있던 셈.
[83]
아이는 후에 아버지 바실리 이그나텐코의 무덤 옆에 묻혔다.
[84]
다른 산모들은 우는 아기를 안고 달래주거나 아기 옆에 잠들어있는데, 류드밀라만 홀로 아기가 없이 넋이 나간 채 침대에 앉아있다. 류드밀라 옆에 있는 텅 빈 아기 침대가 처연함을 극대화시킨다. 류드밀라는 바실리의 수발을 들어주다 대량의 피폭을 당했다. 당시 임신 중이던 딸 '나타샤'도 방사능에 피폭당해 죽었다. 그리고 류드밀라는 피폭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듯 하였으나, 류드밀라도 피폭의 영향을 안 받았던 게 아닌지라 그 후 2년 뒤 피폭 후유증으로 추정되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85]
우크라이나어로 영원의 기억(Вічная Пам’ять, Memory Eternal)이라는 뜻인데,
정교회의 장례 의식에서 쓰이는 기도 문구이다.
[86]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항목이나 이후 청문회의 셰르비나의 증언을 통해 알 수 있듯 원래는 시공 직후 시운전과 함께 치러졌어야 했지만 공산주의 국가 특유의 승리적인 조기 달성이라는 퍼포먼스를 위해 넘어간 데다가 이후로도 3차례에 걸쳐 실패했고, 4번째 실패의 시점이 바로
지금의 상황이었다.
[87]
이후 기침이 심해지자 판사가 휴정을 선언하고, 셰르비나는 레가소프에게 피묻은 손수건을 보이며 1년 정도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체르노빌 관련 허위 보고를 그대로 믿었던 스스로의 나태함을 후회하는 동시에 그 동안 해온 모든 일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내며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고 그저 중요한 사람(레가소프) 곁에 있었을 뿐이라며 자조하지만, 레가소프는 자기가 아니어도 해결책을 제시할 핵물리학자는 많지만 이를 현장에서 실현할 자재, 인력, 장비를 공수하는 건 셰르비나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거라며 셰르비나만큼 이 일에서 중요한 사람은 없었다고 격려해준다. 실제로는 사고 이후 4년 더 살면서 이후
1988년에 일어난
아르메니아 대지진으로 인한 재난 사태에서 이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활약했다.
[88]
게다가 생전 처음 보는 매뉴얼은 여기 저기 붉은 줄이 쳐져 있으니 당사자들로서는 황당하기만 할 노릇이었다. 호뮤크는 이를 두고 세계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에게 기본적인 것도 알려주지 않고 취소선이 마구 그어진 매뉴얼만 달랑 던져주고 우주 발사대로 내보내는 격이라 표현했다.
[89]
이 때 아키모프가 실험 강행에 대한 지시를 기록으로 남겨달라며 종이와 펜을 들이밀자 댜틀로프가 그걸 풀스윙으로 땅에 패대기 쳐버리고 윽박질렀다.
[90]
실제로는 레가소프는 죽기 전까지도 모스크바 국립대 원자화학부 의장이자 쿠르차토프 연구소의 부소장으로서 바쁘게 일했으며, KGB로부터 대놓고 압박을 받지도 않았으며 공개적으로 불이익이나 비난을 받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회주의노력영웅 훈장 서훈에서 배제된 건 사실이며, 사고 이후 체르노빌 참사가 소련 과학계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연관이 되어있다고 보고 기존 연구계를 개혁하려 한 레가소프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소련 과학계는 레가소프를 외면하고 고립시켰다.
[91]
1화의 첫 대사인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가
5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92]
영원한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