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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6-18 16:58:37

지키멜 퍼스

피를 마시는 새의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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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행적
2.1. 비나간 후작 시절2.2. 독행왕 시절2.3. 엘시와의 협상2.4. 비나간 탈주2.5. 규리하의 불청객
3. 분석
3.1. 하지만...

1. 개요

판타지 소설 피를 마시는 새의 등장인물. 인간 여성.

비나간의 후작 홀빈 퍼스의 증손녀이자 또 한 명의 비나간후다. 시오크 지울비와는 연인 사이로, 그가 유료도로당의 당주가 되도록 돕는 등 연인인 동시에 정치적 동반자이기도 하다. 증조부인 홀빈 퍼스를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이후 하늘누리가 실종되자 비나간 후작령을 비나간 왕국으로 바꾸고 스스로 독행왕이 된다. 법학 전공이라 그런지 꽤나 이론적이고 현학적이다. 자신의 말로는 "꿈을 쫒는 자들", 즉 현실성 없는 목표를 추구하거나[1] 이상주의자들을 혐오한다고 한다.[2] 참고로 어깨가 넓은 듯하다.

2. 행적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2.1. 비나간 후작 시절

비나간을 오랜 기간 통치하며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유능한 아들을 독살했다는 의혹을 받는 증조부의 아래에서 몰래 경비대장과 창고지기, 동년배 추종자들의 세력을 만든다.

이후 아실의 하늘누리 폭주 사건 이후 제국 정부와 황제가 사라져 난세가 도래하자 세력을 이용해 증조부를 존속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기고, 이후 증조부에게 독배를 권해 증조부의 자살을 종용한다. 이후 무능한 아버지 레데른 퍼스의 양보를 받아 공석이 된 비나간 후작의 자리를 차지하고 비나간을 통치하게된다.

그리고 비나간에서 열리는 유료도로당 전당대회에서 남자친구의 아버지, 즉 현 당주 게라임 지울비를 실각시키고 비나간에 억류시켜 시오크 지울비를 유료도로당주로 올려놓는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제국이 다시 성립될 수 없음을 확신하고 평소 가지고 있던 자기만의 유사 분리주의 이념과 그게 성취된 모습을 증명하기 위해서 비나간 왕국의 개조를 선포한다.[3]

2.2. 독행왕 시절

그러나 왕국은 세웠지만 완전히 바뀐 비나간의 정부는 주변과의 외교관계도 없고 부족한 경험 탓에 계속해서 사소한 문제들이 발생했으며, 무엇보다 군사력이 미약했다.

그런 와중에 곧 황제 실종 후 새로운 황제를 옹립하기 위한 베로시 토프탈의 11만 시모그라쥬군의 북진이라는 위협이 현실화된다.

잘 훈련된 남부 제국군의 힘을 바탕으로 무섭게 치고올라오는 시모그라쥬군의 북상을 저지하기 위해, 그리고 비나간을 전장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키탈저 사냥꾼의 후예라는 명목으로 키탈저 지역에 증원군를 보내 협력을 하며 키탈저와 비나간에게 민족주의를 유도한다.[4]

그러나 강력한 시모그라쥬군은 키탈저 내부 인사[5]에게 뇌물을 써 성문을 열게하고 키탈저를 간단히 무너뜨린다. 이후에 유료도로당의 당주이자 연인인 시오크 지울비가 시모그라쥬군과의 대치 과정에서 생포되어 비나간은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인다.[6]

심지어 이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엘시가 이끄는 100만의 흑사자군이 비나간에 도달한다.

2.3. 엘시와의 협상

그러나 비나간에 도착한 엘시는 칭왕에 대한 처벌 대신 지키멜에게 비나간군 휘하의 제국군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한다.

지키멜은 이 요구를 받고 엘시와의 독대를 청한다. 그리고 단 2명의 시녀만을 거느리고 100만 흑사자군 사이에서 엘시와의 독대를 진행하게 된다. 이 때 왕을 칭하는 지키멜은 반말을 사용하지만, 대장군인 엘시는 존댓말을 사용한다.[7]

지키멜은 엘시의 귀족원회의 개최는 방해하지 않겠지만 대신 왕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하며, 시모그라쥬군과의 전투에 비나간군도 함께 싸우게 해달라는 요구[8]를 한다. 그러나, 엘시는 칭왕에 대해서는 황제가 판단할 일이므로 당장은 묵인하지만, 비나간 밖으로 군대를 보내는 것은 허용할 수 없음을 밝힌다.
부활을 위한 모든 시도는 유혈만 가져올거야. 그대(엘시)도 제국의 부활을 원하지만 시모그라쥬 공도 그러하지. (중략)
짐(지키멜)이 보기에 두 사람은 똑같아.
(독행왕) 폐하께서 제국이 부활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으시다면, 그 말씀은 맞습니다.

협상 끝에 제국의 부활은 불가능하다 믿는 지키멜과 제국의 부활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엘시와는 접점이 없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칭왕도 황제가 돌아올 때까지 묵인하며, 시오크 지울비도 구출해주겠다[9]는 엘시 에더리의 말에 안심하고 협상을 마친다.

2.4. 비나간 탈주

제국의 부활을 부정하던 지키멜에게 치천제의 귀환 소식이 전해진다. 치천제는 귀환 후 자기에게 복종한 스카리 빌파에게 즉각 왕을 자칭한 지키멜 퍼스를 체포하라고 지시한다.

지키멜은 자신을 체포하러 온 스카리 빌파 앞에서 "적이 없어진 제국은 끊임없이 내부의 적을 찾아 파괴해야 하며 이 내부의 적도 결국 제국인데 결국 치천제야말로 제국의 적"이라고 일장연설을 펼치지만 스카리는 상황을 타파할 힘이 없는 자의 변론일 뿐이라며 비웃기만 할 뿐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10]

이렇게 되자 지키멜은 홀빈 퍼스의 충고에 따라 재在 비나간 즈믄누리 대사관이라는 명목으로 즈믄누리에 파견을 요청했던 몽화각 도깨비들의 협조를 받아 딱정벌레를 타고 시오크 지울비와 같이 규리하로 도주한다.

2.5. 규리하의 불청객

규리하에선 웬 화약고같은 불청객이 찾아들어왔다며 눈칫밥이 심하지만 다행히 정우 규리하가 받아주었다.

탈해 머리돌을 이용해서 황제와 싸우자는 지키멜의 제안에 정우는 격분하지만 지키멜을 내치지는 않는다.[11] 이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규리하와 치천제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해[12] 자해극을 꾸미고 정우를 라수의 방에 감금했다가 풀어주는 짓을 벌였다. 본래는 무사장인 탈해의 무력을 이용할 생각이었으나 탈해 대신 정우가 꿈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황제를 쫓아내는 데 성공했으니 지키멜의 의도가 성공하기는 한 듯.

이후 한겨울에 거지꼴로 감옥에 갇혔으나 사라말 아이솔이 감옥으로 찾아와 지키멜을 구해준다. 사라말은 치천제가 사람을 정신억압할 수 있음을 간파했으며, 하늘누리에 가까이 간 적이 없어 정신억압을 당했을 가능성이 적은 지키멜을 전인으로 삼은 것. 이후 지키멜은 라수의 방에 숨었다가 골동품 몇 개를 훔쳐 탈출해 한겨울에 지러쿼터 산맥을 넘어 시오크를 쫓는다. 이 때의 고난으로 체중은 10킬로그램이상 빠지고 동상에 걸려 발가락 3개를 절단해야했다.

겨우 시오크와 재회하지만 여행자를 평가해야한다는 신념을 가졌던 시오크는 히베리의 토프탈 가문에 대한 평가의 결과로 일어난 11만 남부제국군 학살을 목격하고 신념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심지어 맹수(사람)들을 관리할 목자(황제)라며 완전히 치천제에 복종하기로 한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시오크에게 청혼을 받기도 했지만, 이미 시오크에게 실망한 지키멜은 잘 있으라는 쪽지만 남기고 다시 비나간으로 왕좌를 되찾으러 떠난다. 이후의 행적은 불명.[13]

3. 분석

작중에서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준 인물. 혼돈의 시간속에서 야망을 가지고 능력껏 영향을 발휘하려 하였지만 결론적으로 그녀의 재능으로는 상대조차도 되지 않는 강력한 인물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함에 따라 자신의 꿈을 짓밟히는 비운의 캐릭터이다. 작품의 대주제를 이루는 여러가지 소주제의식 중 한 가지를 시오크 지울비와 같이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배역을 가졌다. 결국 극이 작가의 선택에 의해 전개됨에 따라서 지키멜이 표방하던 의식은 꺾였다는 흐름을 타게 되지만 시오크와의 사랑은 꺾이지 않았다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사랑은 참 손쉬운 해결책이에요

지키멜은 제국을 피를 마시는 새로 생각했는데 그 주장이 이렇다. 갑자기 생겨난 아라짓 제국은 통치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를 소유하게 됨에 따라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여 이끌어 나가는 것이 크게 힘들어졌다. 그래서 아이저 규리하같은 서약지지파는 중앙집권화는 아직 아라짓 제국으로써는 무리라면서 제국의 힘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분권시키는 주장에 명분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치천제 실종 후에는 지키멜의 예상대로 주인이 없어진 제국에 전국시대가 열렸다. 물론 원시제 그리미 마케로우와 같은 천재적인 인물들만 계속 황위에 오른다면 큰 문제야 없겠지만 그런 천재는 다시 나오기 힘들고 후임은 현상유지도 하기 힘들기 때문에 계속 붕괴해가는 제국의 일부를 도려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제국은 멸망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신세계의 신이 되겠다는 또 다른 의도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치천제는 분리주의 전쟁, 서약지지파 전쟁 등 말 안듣는 제후들을 두들겨 패고 발케네에서는 몽골처럼 마차바퀴보다 큰 남자는 다 죽이라는 식으로 몇살부터 몇살 사이는 다 죽이라는 학살극을 벌였다.

정치적 감각은 있는 걸로 묘사된다. 외부의 위협과 민족주의를 통한 단결[14]로 비나간 왕국을 세우고 비나간인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이런 칭왕질로 인해 나라가 위기에 빠지고, 심지어는 한동안 발케네에 점령당하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그 지지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게다가 작중의 비나간은 키탈저 유민들과 다른 나라의 용병들, 그리고 비나간인들로 이루어진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그다지 혼란상태에 빠지지 않았음을 생각해 보면 능력이 없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인물. 실제로 무리를 모으는 힘이라든가, 언변 등은 훌륭한 수준이다. 물론 정작 가장 중요한, 왕국을 지킬 군사적 힘이 부족했지만 시모그라쥬를 꽤나 귀찮게 만드는데 성공하기도 했다.[15]

어떻게 보면 시대를 앞서 본 혜안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과정이 어떻게 됐든 제국은 확실히 멸망했다. 적어도 치천제가 이끌던 제국은 멸망했다. 그 이후 새로운 제국이 생기겠지만, 이전의 제국만한 힘을 보일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아라짓 제국은 사모 페이로부터 이어지는 적통이자 빼어난 천재인 원시제가 만들었기에 모든 사람에게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새로 생겨난 제국에는 그만큼의 정통성은 없기 때문. 치천제는 자신이 용이라는 것을 드러내며 원시제의 정통성을 박살냈다. 대호왕은 시모그라쥬에서 거병한 것으로 이미 악명을 잔뜩 들이켰을 것이다. 치천제 실종 이후에는 다른 지역을 침공하며 깽판을 쳤고 치천제가 귀환한 뒤로는 거꾸로 충실한 앞잡이 노릇을 했던 스카리 빌파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와중에 지키멜은 비나간에서 칭왕을 함으로써 비나간인을 하나로 묶는데 성공했다. 치천제가 승천하는 순간까지 혁명을 계속했던 '드라카의 아이들'이 지키멜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치천제가 사라지고 세상이 군웅할거의 시대를 맞이했을 때 이는 웬만한 지역 군웅보다 지키멜이 앞섰다는 증거로서 작용할 것이다.

단, 엘시 에더리, 정우 규리하를 중심으로 세워질 것으로 암시되는 신제국 또한 제국의 최고 무장이자 실질적 황태자였던 엘시, 유서 깊은 규리하 가문의 후계자이자 신화적인 능력의 소유자, 치천제의 계획을 저지시킨 주역인 정우의 존재로 인해 정통성 없는 그냥 힘 센 무장세력에 그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3.1. 하지만...

그럼에도 엘시 앞에서 똑부러지게 제국이 부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못했고[16] 정작 나라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누가 제국을 이끌든 결국 제국은 망가지고 말 거라는 자신의 주장도 기세가 꺾이게 되었다.[17] 이것 외에도 아마 작가의 의도대로겠지만 은근히 철부지나 아직 경험없는 허당끼가 넘치는 묘사가 한가득이다.

증조부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부하들이 초짜티를 내는 모습이라든가 대관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오른팔인 부하 팩스벗이 여동생 연애 문제를 터주겠답시고 이걸 미리 정보를 외부에 발설해버린다거나, 자기 스스로도 게라임 지울비를 억류하려다 반격을 당해 기절하기도 하였고, 그에게 협조하라고 의사를 타진했다가 시아버지한테 태도나 제대로 하라고 면박을 당하기도 하였으며 비나간 후작궁에 파옥하러 온 그을린발에게 쫄기도 했다.[18] 스카리 빌파가 자기를 체포하러 진군해 왔을 땐 능력도 없는게 입만 살았다며 개무시를 당하는 등 굴욕도 겪는다.

게다가 빼도 박도 못할 분명한 실책도 한가지 있는데 나라를 지키려면 모든 경우수를 고려해봐야 할 사항에서 "제국이 부활할 수 없다"는 자기 이념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해 아예 그 부분을 고려해 보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19] 게다가 제국 부활과는 무관하게 시모그라쥬를 저지할 방도를 생각해 둔 것도 아니다.

시모그라쥬군의 총력은 인간 40만명 이상이다. 이는 전체 제국군의 5분의 1에 달하는 숫자이며, 그들 모두가 제국군답게 정예병과로 작중 지키멜의 군사 고문은 두 배의 숫자를 가정하는게 안전한다고 조언한다. 일단 유료도로당을 돌파한 시모그라쥬군의 수는 10만인데, 그들의 지휘자는 제국 상장군답게 전략 전술면에서 출중한 베로시 토프탈. 작중 비나간군의 묘사는 '훈련 수준이 부족하여 군기가 엉성한 군대' 정도인데, 그런 병력으로 최소 10만, 최대 40만에 이르는 시모그라쥬 정예군에 무슨 수로 저항하려 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녀의 판단과 행동에 대한 의문은 제국부활담론에서도 마찬가지로, 엘시 에더리가 제국군 규합을 성공한 시점에서 제국 부활은 확정되었다. 작중 등장하는 코세 칸디드 백작이나 머리가 있는 다른 유력가들은 '엘시 에더리는 시모그라쥬군에게 승리할 것이 뻔하고, 그렇다면 흑사자군은 엘시를 제외한 다른 이들을 황위에 올리지 않을 테니 엘시는 황제가 된다. 만에 하나 시모그라쥬군이 승리한다면 아무도 막지 못할 것이고, 역시 황위에 오르게 된다.' 라고 판단했고 틸러 달비 이레 달비 역시 이에 동의한다. 즉 제국의 내구성이나 사후 전망, 기타 등등을 접어두고서라도 제국 부활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제국 부활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흑사자군 100만의 부대 한가운데에서 엘시에게 '제국 부활은 불가능하다. 환상을 버려라' 라고 단언하는 사상에 도취된 듯한 행동을 하였다.

인물을 보는 눈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마지막 대화에서 증조부 역시 나름의 뜻과 식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인정하지만 증조부의 식견조차도 증조부와의 대면 이전에는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특히 100만 대군을 규합해 시모그라쥬군을 일순간 한계선 저 끝까지 밀어버린 엘시 에더리를 "엘시 에더리는 아까운 인물이지만 저렇게 붙잡을 수 없는 목표에 매달리다 자멸하게 놔둘 수 밖에 없다."고 평가하는데서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이며 정우 규리하를 순진하다고 속으로 비웃는 부분에선 초반부의 틸러 달비가 연상되기도 한다. 난세의 시기에 타인의 역량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주제에 가소롭게도 그들을 이용해 그 사이에서 뜻을 이뤄보려고 했다는 비난을 들어도 변명할 부분이 없다.

그 때문인지 인복은 정말 지지리도 없다. 일단 비나간에 있던 때부터 최측근이라고 있는게 그 멍청한 팩스벗 졸다비였는데, 같은 시기 유력한 군웅들에게 얼마나 뛰어난 부하들이 많았는지 생각해 본다면 격의 차이가 너무나도 심하게 난다. 정우에겐 즈믄누리 무사장 탈해 머리돌 레콘 아트밀 야리키, 아이솔 형제, 위체 파림과 세레지 파림 부녀, 굴도하 남작 부부 등이 있었고 엘시에겐 전설적인 몸종 이레와 엘시가 소집한 레콘들( 주테카, 쵸지, 론솔피, 히베리), 그리고 시허릭 마지오 니어엘 헨로 등 유능한 군인들과 레콘 여단 하나를 포함한 100만 제국군이 있었다. 이이타 규리하에게는 아이저 규리하의 가신들과 헤어릿 에렉스가, 토프탈 가엔 베로시 토프탈이, 심지어 스카리에게도 힌치오 팔리탐 지소어가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인복이 눈물나게 없다고 해야 할 듯. 이런 이유에는 증조부를 밀어냄과 동시에 증조부에게 협력한 인물들을 대규모로 숙청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밑천 다 털리고 규리하로 도주해서는 막장의 끝까지 가게 되는데 집 주인을 유폐 감금한다거나 너무 얄팍해서 사라말 아이솔이 단번에 정우가 아직 성내에 있으며 지키멜의 중독은 자해임을 간파해버리는 한심한 음독자해를 하기까지에 이른다.

그리고 이외에 까이는 이유중 하나는 시오크와 함께 참 '답답한' 커플이기 때문인데, 물론 공식 최악의 커플 1호인 부냐- 스카리에 비하면 덜하지만 이쪽도 좀 만만찮게 엇나간다.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으로, 그러다가 또 갑자기 기세가 꺾여서 폐인 모드를 찍는 시오크나, 말이 좀 많고 표독스러운 면이 있는 지키멜이 어울려 링겔만 효과를 내는데 이게 보기가 참 짜증난다고 하는 독자들도 많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팬도 있고, 안티도 많은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 능력이 없지는 않았고, 정치나 외교를 펼치며 큰 문제까진 일으키지 않고 잘 풀어나갔지만, 사람 이상의 존재들이 판치는 동란의 시대에는 많이 부족한 인물이었다. 혁명가가 되기보다는 사상가로 남는 것이 나았을 인물.

이 점에서 발견되는 역설은, 그녀 자신은 '꿈을 쫒는 자들' 이나 '이상주의자', 즉 명분과 논리만을 앞세워 현실성 없는 이상론을 주장하는 이들을 혐오했지만, 정작 자신의 정치적 행보 자체가 이상론의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작중 세계관에서 명분이나 논리 따위에는 철저히 무관심한 현실주의자의 대표격인 발케네인인 스카리 빌파가 공격해오자 제국 및 치천제 타도의 당위성을 외쳐서 저지하려고 하다가 상황을 타파할 힘이 없는 자의 변론일 뿐이라고 비웃음당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 말하자면, 거시적인 정치담론에서는 현실주의적인 입장을 견지했지만, 이런 거시적인 담론을 실천하기 위한 실질적인 영역에서는 지키멜 역시 꿈을 쫒는 이상주의자였던 셈이다. 설령 황제 귀환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제국이라는 상위 체제가 붕괴된 상황에서 전국시대가 펼쳐지면 약소국이 군사적으로 어떻게 버텨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불충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요컨데 현실주의적인 사상가이긴 했지만 현실 정치가로서는 (사상가들이 자주 그렇듯) 이상주의적 성향이 지나치게 강했던 것.

나중에 제이어가 본 미래에서 헨로의 성을 사용하는 왕에게 대적하는 유료도로당과 결탁한 세력의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1] 대표적으로 지키멜 퍼스 자신에게는 '아라짓 제국'. [2] 아이러니하게도 연인 시오크 지울비의 사상인 도덕과 정의에 입각한 통행자 판단은 지극히 이상주의적인 기준이다. [3] 자기는 세 왕국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비나간 왕국, 시오크라는 왕국, (자기 앞길을 가로막는 것에 대한) 분노의 왕국. [4] 감정, 명분으로는 민족주의를 이유로 내세웠으며 실리적 이유는 비나간 영내가 전화에 횝싸일 경우 생길 피해를 미연 방지하고자 함이었다. [5] 뇌물을 되돌려받기 위해 키탈저 점령이후 암살당한다. 전형적인 배신자의 말로. [6] 칼 한자루 준비하는게 유일한 대책이라고 했다. 자살하는게 아니라 머리밀고 출가해서 하인샤 대사원으로 망명하려고. [7] 칭왕과는 별개로 제국법률에 의하면 지키멜은 당시 후작이며 엘시는 백작, 대장군에 불과하므로 제국법을 기준으로 삼는 엘시에 말을 그대로 하자면 이는 '올바른 일.' 이다. [8] 여기에는 여러가지 목적이 있는데 첫째는 시모그라쥬군의 북상 저지, 둘째는 제국군의 전쟁 기술 습득, 셋째는 시오크 지울비의 구출 [9] 지키멜의 요구와 상관없이 시모그라쥬공의 부당한 점유물에 해당하므로 [10] 사실 스카리가 한 말도 틀리지 않았고 무엇보다 지키멜 본인이 제국은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상황 판단을 그르쳤다가 스카리의 공격을 받게 된 것이므로 그녀의 말빨도 이젠 힘이 없다. [11] 지키멜은 정우를 하품나올 정도로 순진하다고 비웃는다. 물론 비빌 언덕이 없으니 속으로만. [12] 사실 딱히 이간질은 아닌게, 지키멜은 치천제가 정우와 엘시를 결혼시키려는게 거짓이며 황제가 규리하를 칠 것이라 예측했고 그 예측을 규리하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자해극을 꾸몄다. 그리고 그 예측은 정확히 맞았다. [13] 다시 비나간에 돌아가 왕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비나간을 지키지 못하고 혼자 도망쳤기 때문에 반대로 비나간 인들의 불신을 샀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미 황제군은 물러갔다지만 대신 지키멜의 세력은 풍비박산이 났고 유료도로당의 지지도 사라졌으니 과연 비나간인들이 그녀를 다시 왕으로 여겨줄 것인지는 불명. [14] 지키멜의 경우는 용의 자손으로 대표되는 비나간인의 자부심과 잃어버린 왕이라는 북부인의 한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을 듯? [15] 그 실질적 주체가 비나간이나 지키멜 자신이 아닌 키탈저, 유료도로당이긴 했지만 시오크는 같은 패였고 키탈저를 끌어들여 동맹을 맺고 이를 이용해 내부 결속을 성공시킨 것 또한 지키멜이다. [16] 단순히 논리적으로 따지면 엘시가 지키멜에게 '제국 부활이 불가능함을 증명하라'고 요구한 것은 전형적인 악마의 증명이기는 하다. 제국 부활의 가능성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논리적으로든 실천적으로든 증명해 보일 문제이지 제국 부활의 '불가능을 증명'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은 황제가 아니고, 제국의 부활을 증명하지 못했기에 자신으로써는 지키멜의 행동에 대해 평가할 수 없다'고 논리적 선을 지킨 엘시에 비해 지키멜은 '제국의 부활이 불가능하다는 내 주장에 옳으니 너도 내게 동의하라'고 주장했다는 것. 순수한 논증이 아니라 주장과 설득의 영역으로 넘어간 이상, 거증의 책임 역시 지키멜에게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논리적 입증의 수준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의 수준에서 보면 '제국이 부활할 것이다' 와 '제국은 부활하지 못할 것이다' 중에서 지키멜은 제국은 부활하지 못할 것이라는데 너무 큰 판돈을 걸었고, 제국이 부활할 경우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음으로써 정치적 실패를 자초했다. [17] 또 비현실적인 이상주의를 혐오한다면서 난세에 힘없는 소국이 가능하리라고 뜻을 고집한 것도 좀 비현실적이다. 엘시가 없었더라면 비나간은 시모그라쥬군을 막을 수단이 시오크의 유료도로당 뿐인 것이나 다름없는데 설사 시오크가 잡히지 않았더라도 유료도로당이 시모그라쥬군을 완전히 저지할 수는 없었다. [18] 쫄아서도 쫀걸 드러내지 않으려고 용감하게 행동하긴 했다. 그런 지키멜에게 그을린발이 아량을 베풀기도 했지만. [19] 애초에 제국군을 규합하러간 엘시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