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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17 08:48:33

죽이 되든 밥이 되든

1. 개요2. 의미3. 구조4. 변이형5. 띄어쓰기6. 기타

1. 개요

한국어 관용구 중 하나.

2. 의미

을 넣고 을 가하면 이 되거나 이 되거나 둘 중 하나이므로, 사실 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되든지간에 해보겠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밥을 하려다가 이 되는 것이기에 은 실패하는 쪽이고,[1] 밥이 되는 건 잘 되는 쪽이긴 한데, 모 아니면 도에 비해서 '잘 됐으면 좋겠다!'의 의미는 다소 약하고 '일단 해보겠다'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반댓말(?)로 "죽도 밥도 안 됐다"라는 표현도 있다. 실제로 밥을 지었는데 죽처럼 된 경우를 한국어로는 ' 죽밥'이라고 한다. 다소 장난스럽게 지어진 단어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표준어에 실려있다. 단어만 봐서는 '죽이기도 하고 밥이기도 하고'를 의미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죽이 아니라 밥이다.

'된다'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추면 ' 모 아니면 도'가 된다. 영어로는 "Sink or swim, I will try"라는 말이 이와 비슷하다. 일본어로는 一か八か라는 말을 쓴다는 듯.

3. 구조

한국어 ' 되다'를 이용한 대치 구문. '죽이 되다'와 '밥이 되다'가 서로 대응된다.
'그게 밥이 돼?'에서의 "밥이 되다"와 같은 논항 구조이기는 하나 [일이 잘 풀림]을 의미하여 맥락이 다소 다르다. "일이 잘 풀리든 안 풀리든 해보겠다"라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관용어구라서 논항 구조를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대체로 어떤 일의 성패에 대해서 언급하는 맥락에서 쓰이므로, 'A가 밥이 되다' 식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4. 변이형

'-든'은 '-거나'의 준말인 '-건'으로 바꿔쓸 수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죽이 되건 밥이 되건'도 자주 쓰인다. 죽이랑 밥이랑 둘 다 언급하느라 문장이 상당히 길어졌기 때문에 본말인 '-거나'를 쓴 '죽이 되거나 밥이 되거나'는 상대적으로 그렇게 많이 쓰이진 않는다.

주로 미래의 일에 대해서 사용하는 관용어구지만 관용어구로 굳어져 시제를 그렇게 철저하게 따지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죽이 됐든 밥이 됐든"과 같은 표현도 자주 쓰인다.

던과 든의 혼동에 따라서 '죽이 되던 밥이 되던'이라고 쓰는 경우도 많다.
내 집 살림에 대범해서 개성댁과 할머니에게 맡기고는 죽이 끓든 밥이 끓든 상관을 안하는 엄마였지만 학교 살림엔 그렇게 자상할 수가 없었다.
『도시의 흉년』(1975-1979) 상편.
비슷한 표현으로 '죽이 끓든 밥이 끓든'이라는 것도 있다. 박완서 소설어사전 박완서가 자주 썼던 표현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미래의 일을 얘기한다기보다는 '일이 어떻게 되어가든' 식의 상태의 의미가 더 강하다. '끓다'가 상태를 의미하는 면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이미 완성된 것에 대해서 쓰는 동사이기 때문에 이 구문에서는 사실 '국이 끓든 밥이 끓든' 식으로 써도 무관하고, 딱히 '쌀'에서 공통적으로 기원하는 무언가일 필요가 없다.

주로 이 자체로 종결되지 않고 문장 중간에 삽입되는 부사절로 기능하는데, 간혹 "죽이 되겠는가, 밥이 되겠는가?" 식으로 사용하는 문서도 보이기도 한다( Duble Speed Chaos 문서).

5. 띄어쓰기

'죽이되든 밥이되든'으로 붙여쓰는 사람도 많다. 연극 가운데 '죽이되든 밥이되든'으로 표기된 것도 있을 정도. # 상당히 빈도가 잦아서 개개인의 단순한 띄어쓰기 오류라기에는 붙여 쓰고 싶게 만드는 동인이 있는 듯싶다.

이는 구문(construction)으로 굳어진 영향으로 보이기도 한다. 관용어구로 굳어진 특성상 다른 '○가 되다'에 비해서 '○가' 부분이 바뀔 일이 거의 없다. 또한 '죽이 되든'과 '밥이 되든'이 대비되는 특성상 '죽이 되든'과 '밥이 되든' 각각은 중간의 음성적 휴지가 짧아질 것으로 예측되며 '죽이되든 밥이되든'이라고 썼을 때 네 글자씩 시각적으로 대비되는 효과도 있다.

6. 기타

에라이제는 저이들 맘대로 버려두겟다 너의 맘대로해라 나는 모른다 죽이되든지 밥이되든지…… 늙은것을 굼기지나 말어라…… 너의들낫치나 그립게말어라
조선일보, 1925년 2월 2일 #
딱히 근대에 처음 출현할 만한 표현은 아니기에 근대 자료에서의 출현 양상은 큰 의미가 없긴 하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서는 1925년 조선일보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밥을 지을 때에는 쌀과 물의 비율을 잘 맞춰서 짓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다.

일본어 위키백과 문서에는 일본 농림수산성에서 제시한 죽의 분류가 나오는데, 제일 표준적인 죽에서 의 비율은 약 1:5 정도라고 한다. 거기서 七分粥(시치부가유)가 되면 1:7, 五分粥(고부가유)는 1:10, 三分粥는 1:20이라고 한다. 五分粥나 三分粥 정도 되면 죽이라기보다는 미음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밥의 경우는 된밥인지 진밥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쌀과 물의 비율을 1:1.25 정도에 맞춘다. 자세한 것은 밥 문서의 해당 단락을 참조. 상당히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짓고 나서 보았을 때 죽일지 밥일지 긴가민가한 경우는 그다지 별로 없어보이지만 실제로 밥을 처음 지어보면 죽밥이 될 때가 상당히 많다. 보통 쌀을 넣고 물을 그 위에 넣기 때문에 비율을 정확하게 체크하기 어려운 탓도 있고, 1:5까지 안 가도 1:2 정도만 돼도 진밥을 넘어 죽밥이 돼버려서 그런 듯하다. 한마디로 "죽도 밥도 안 되는" 죽밥의 비율이 상당히 넓은 셈이다.

리소토는 바깥은 찰지면서도 안은 알 덴테로 남아있어서 한국인으로서 처음 먹어보면 '죽도 밥도 아닌'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이 문구를 서양화 하면 "스프가 되든 빵이 되든" 이렇게 바꿀 수 있다

[1] '죽(을) 쑤다'라는 표현 역시 '밥을 하려다가 죽이 돼버렸다'라는 식으로 죽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