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헌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04석, 비례대표에서 44석으로 총 148석을 얻으면서 의석을 크게 늘렸다.
선거 전 대비 의석을 크게 늘리면서 이번 선거의 승자로 평가받고 있다. 2012년
제46회 중원선 이후 비자민 단일정당으로는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세자릿수 의석을 확보해 제1야당으로서의 입지를 굳혔으며, 특히 구 입헌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도호쿠와 구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홋카이도,
아이치에서 크게 지지세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출구조사에서 확보가 기대될 것으로 보였던 단독 개헌저지선(155석) 확보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
옥에 티지만, 범좌파 계열 야당인
레이와 신센구미,
일본공산당,
사회민주당과 의석 수를 합치면 개헌저지선인 155석을 상회하는 166석이 나오는지라, 개혁 성향의 정당들 입장에선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또한 기존 연립여당인 자민당, 공명당의 과반이 붕괴되며 이론적으로는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과의 연대를 통해 정권 교체도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실제로
노다 요시히코 대표 역시 개표가 계속 진행되는 상황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내각총리대신 지명 선거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다만 입민, 유신, 국민 3당의 입장이 모두 미묘하게 다르고 유신, 국민 양당이 모두 어떠한 형태의 연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 자민당이 무소속 당선인 영입 및 국민당 설득을 통해 정권 연장을 노리는 점을 고려하면 정권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본유신회에도 지지율이 밀려 자칫하면 제1야당의 지위까지 유신회에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에서 벗어나 일본의 대표 혁신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다지고, 입민당이 야당 세력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유신회가 자민당 2중대 행보 논란으로 지지율이 정체되는 사이에 입헌민주당은 선명 야당 노선으로 자민당과의 차별점을 부각하여 입민당이 확실하게 자민당과 대척점에 서있는 야당이라는 점을 일본 국민들에게 각인시켰으며, 그 결과 자민당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을 입민당으로 대거 결집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의석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공산당과의 단일화를 통한 야권 연대, 이른바 '야당공투'를 파기한 것이 의석 수를 늘릴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제49회 중원선에서 입헌민주당은 지역구에 출마한 자민당 후보를 꺾기 위해 일본공산당과 야당공투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입민당이 강경 좌파 세력과 한 배를 탔다는 이미지가 형성되어 불안감을 느낀 중도와 온건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일본유신회 등으로 이탈하여 의석 수가 선거 직전보다 감소하여 중도 확장성에서 손해를 봤었고 한동안 공산당과의 공투에 있어서 크게 혼란을 겪었다.[1] 이후
2024년 입헌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당선된 당내 온건파인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가 공산당과의 야당공투를 파기하며 좌파 이미지에서 벗어나 중도화하여 입민당의 지지를 꺼리던 중도와 온건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안심하고 입민당으로 결집하게 되어 중도 확장성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지난 중원선과 비교하면 비례대표 득표 수 자체는 5만표 증가에 그쳤지만, 비례대표 득표 수가 677만표에 그쳤던
2년 전 참원선과 비교하면 479만표나 증가했다. 공산당이 그간
시이 가즈오 위원장의 24년 독재로 대표되는 비민주적인 당 운영이 좌파 사이에서도 부각되면서 지지층의 이탈로 지역구 1석 + 비례대표 7석에 그치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인 것과 비교된다.
한편으로는 새롭게 취임한 노다 요시히코 대표의 경륜과 안정감, 온건 개혁 성향이 이번 선거에서 입민당의 확장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노다는 1993년
제40회 중원선부터 중의원 의원을 지낸 10선 중진으로
짧게나마 총리를 지낸 적이 있다. 외교/안보에 있어서는 자민당과 큰 차이가 없는 데다가 총리 재임 시절에는 과장 좀 보태 자민당보다도 강경한 행보를 보인 적도 있었고, 이 때문에 한국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에 항의를 명분으로
천황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큰 충돌을 겪었다. 그래도
희망의 당 사태를 거치면서 성향이 약간 왼쪽으로 옮겨가 중도에 가까워졌으며, 국내 정치에선 개혁 성향이므로 유권자들이 보기엔 확실한 중도이다. 그동안 입민당이 가진 좌파 이미지에 불안감을 느껴 입민당을 지지하길 꺼리던 중도와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노다 대표가 주는 안정감을 보고 입민당에 투표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거를 앞두고 일본의 여러 방송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 입민당 대표를 초청해 양자 토론을 몇 차례 진행했었는데, 노다 대표가 이성적이고 치밀하게 이시바 총리에게 질문을 던지면 이시바 총리 역시 상당히 논리적이고 준수한 답변을 내놓는 등 확실히 토론 능력에 있어서는 기존의 여야 지도자들보다는 낫다는 평가가 많았다. 댓글들을 보면 지금까지의 야당 대표들과 비교하면 노다 대표에게서는 확실히 무게감이 느껴진다는 평가와 함께 '이 자리(토론회)에
기시다나
고이즈미,
에다노나
이즈미가 앉아 있었으면 확실히 사고다', '매번 야유하고 소리지르는 모습만 보다가 갑자기 지적인 토론을 보니 어색하다', '서로 감정적으로 소리나 안 지르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보기 좋다'라는 등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두 사람의 토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하토야마 유키오,
동일본 대지진,
렌호[2]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악몽의 민주당 시절"인 2010년대 초반의 민주당의 비호감 이미지가 각인된 20~40대 사이에서의 지지도가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JX통신사와 TBS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나왔듯, 비례대표 투표에선 2040 세대에서 득표율이 저조했다. 다른 야당들과 비교해봐도 20대에서의 득표율은 레이와 신센구미에게도 밀려난 4위, 30대는 국민민주당에 이은 2위, 40대는 유신회, 국민당, 레이와 신센구미와 2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이었다.
반대로 60대 이상의 노년층에서는 높은 지지율을 차지했는데, 같은 여론조사에서 60대 득표율은 자민당과 비슷했고, 70대 이상은 아예 자민당과 공명당을 합친 것보다도 많았다. 무당층의 득표율도 1등을 수성한건 덤이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중원선 대비 비례대표 득표율은 0.6%만 증가했지만
# 유신회에게 밀려나 위기론이 불거졌던 2년 전 참원선에 비해 전국 비례 득표수가 5백만표 가까이 올라갔고, 지난 중원선에 참여한 원내 정당들 중 국민민주당, 레이와 신센구미와 함께 득표수가 상승한 승리자인건 부정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 자민당 심판 여론을 타고 무당층 및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까지 상당수 흡수하여 의석을 크게 늘렸다는 점에서 입헌민주당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이나, 젊은 유권자들로부터의 비호감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했으며, 단독으로 개헌저지선(155석) 이상을 확보하지 못했고 여전히 숙원인 정권교체까지는 요원하다는 점에서 아직은 유권자들이 입헌민주당에 정권을 맡길 정도로 믿음을 주진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드러난 셈이 되었다. 단순히 선거를 통해 정권을 심판한다는 것과 아예 야당에게 정권을 넘긴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점에서 입민당은 자민당 심판론에 기댄 채 단순히 '정권교체'만을 외치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정권을 받으면 무엇을 할 것인지'부터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그에 관한 구체적인 비전과 방안을 제시해야만 유권자들에게 '입민당에 정권을 맡길 수 있겠다'라는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차기 선거에서 이번 선거보다 더 약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1]
안 하느니만 못한 공산당과의 연대라며 향후 야권 단일화를 하더라도 중도 확장성을 위해서 공산당은 배제하고 입민당과 어느 정도 결이 맞는 세력하고만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선거 때마다 공산당이 차지하는 파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데 공산당을 배제한 야권 연대가 성과를 거둘 수 있겠냐는 주장이 서로 대립했었다.
[2]
막상 이
렌호는
화제회, 즉
노다파 출신이다. 렌호 지도부에서 노다는 간사장을 맡았으며, 이 때문에 노다의 괴뢰정권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