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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2 21:53:14

정비석 삼국지

1. 개요2. 특징
2.1. 요시카와 에이지본과의 관계2.2. 등장인물의 미화
3. 기타

1. 개요

1979년에 소설가 정비석이 평역한 삼국지연의다. 이때 당시엔 고려문화사에서 5권으로 발간하였으며 이후 1985년 고려원에서 6권으로 재발매되었다. 은근히 초판인 5권 버전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아서 언론에서도 정비석 삼국지는 1985년에 나온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1979년 초판, (가격은 당시엔 상당한 거금인 2만 원)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번역에 정비석 본인의 재해석을 부여했다.
내용은 제갈량의 사망까지이며, 초기 고려원 판은 공명 사후의 내용은 몇 페이지 안에 축약해서 처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판본보다 짧아서 6권으로 종료된다. 단, 2004년에 나온 은행나무 판은 공명 사후의 내용이 제대로 실려있다.

2. 특징

2.1. 요시카와 에이지본과의 관계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를 참고한 흔적이 강하다. 예를 들면, 초반에 유비가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차를 사러 갔다가 황건적을 만나 부용아씨를 구해주는 장면은 요시카와 에이지의 창작인데, 이 에피소드가 그대로 수록되어 있다. 또한 유비가 공손찬을 공장군이라 호칭하는 서술이 반복되는 걸 보면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를 기본으로 일부 수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손찬은 복성이라서 성에 장군이란 직함을 붙인다면 공장군이 아니라 공손장군이라야 맞다.

2.2. 등장인물의 미화

고우영 삼국지의 극단적인 묘사와는 다르게 등장인물이 동탁같이 어지간한 악당이 아닌 이상 대부분 미화되어 있다. 하지만 삼국지연의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조조를 어떻게든 재해석하고 싶었으나 당시는 한중수교가 이루어지기 전이라 중국에서의 정사 삼국지 평가가 국내에 보편화는 커녕 연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연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비의 경우는 눈물의 화신이면서도 명쾌한 해답을 내리는 능력자로 묘사되어 있고 그래서 관우 장비가 뭔가 막히면 그 문제를 유비가 해결하는 패턴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운의 경우는 다른 삼국지에서와 같이 뛰어난 무예를 가진 장수라는 점과 덧붙여 뛰어난 정치능력의 소유자로 묘사되어 있는데 삼국지 3의 조운과 상당히 맞아떨어진다. 조조의 경우도 연의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어떻게든 좋게 평가하려 애썼으며 심지어는 다른 삼국지에서 비교적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여포마저도 배신의 달인이 아니라 그냥 귀가 얇아 누가 시켜도 판단못하고 시키는 대로 하는 인물 선에서 묘사했다. 예를 들면 이숙이 여포에게 동탁을 죽이라고 했을 때 여포는 "그래도 부자의 연을 맺었는데 죽이는 건 너무하지 않소"라고 말하자 이숙은 "귀공은 '여'씨고 그 작자는 '동'씨인데 성이 다른데 뭔 부자의 연이오?"라 일갈하고 여포는 그 일갈을 듣고서야 동탁을 제거하는 데 참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물관이 정비석 개인의 시각인지, 아니면 요시카와 에이지본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3. 기타

정비석은 삼국지를 집필하기 위해 중국 여행까지 다녀왔으며 그 곳에서 유비와 제갈량의 묘소 및 삼국지의 주요전투지를 방문해서 사진을 촬영하여 85년도판 단행본 맨 앞장에 첨부했다. 그리고 맨 마지막권 부록에는 제갈량의 병법 '심서'를 첨부했다.

저자가 워낙에 유명한 소설가이면서 언어 묘사 역시 훌륭해서, 글 읽는 맛도 좋다. 또한 부록으로 조조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글을 따로 싣고 있다. 85년 당시 한국의 일반에게는 조조에 대해 간신이라는 측면만이 부각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장합이 조조에게 투항하자마자 유비한테 죽고, 순우경이 장판전투에서 조인의 부장으로 등장하였다가 조운에게 죽는 등 자잘한 오류가 있다.

여담으로 장비 등 몇몇 인물을 묘사할 때 범강 장달이 같다는 표현이 종종 나온다. "키가 크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람을 이르는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실려 있는 단어이지만, 바로 그 삼국지의 범강 장달에서 유래한 말인데다 하필이면 장비를 죽인 사람들인 걸 생각하면 좀...[1] 물론 다르게 생각한다면 그 장비를 죽일 정도로 강한 인물임을 어필한다는 점이 있다.


[1] 참고로 이 범강장달이 같다는 표현은 이 저자가 습관처럼 쓰는데, 이 저자의 다른 소설인 손자병법 에도 이 표현이 여러 번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