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사/설화에서
자명고( 自 鳴 鼓)는 과거 최씨낙랑국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북이다.이름 그대로 스스로(自) 울려서(鳴) 적의 침입을 알리는 북(鼓)이다. 실제로 존재한다면 적군으로서는 말 그대로 넘사벽인 셈. 삼국사기에도 나오지만 아마도 경보 시스템을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교적 덜 유명하지만, 자명각(自鳴角)이라는 뿔피리도 낙랑에 같이 있었다는 전승도 있다.
1.1. 어떤 방식으로 북을 울렸나?
실제로 어떻게 하였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2가지 학설이 있다.첫 번째는 지렛대 같은 여러 장치가 달려서 군대가 다가오는 발소리의 주파수에 공명을 해서 울리도록 만들어진 북이라는 학설이다. 이는 적군의 주파수나 진동에 맞추어 지진계같이 작동하여 북채와 연결된 지렛대를 움직여 자동으로 북을 울리게 했다는 내용이다.
아직까지는 설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실제였을 가능성도 무시 못하는데, 고대의 중국 후한에는 발명가 장형이 제작한 지진계(!)가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 고대 그리스에는 헤론이 발명한 지렛대+시소의 원리를 이용하여 성수를 일정량 담아주는 자동판매기나 불을 때우면 신전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장치 등이 있었으며 당시 그리스에 기계식 계산기인 안티키테라 기계가 있던 것을 보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대의 과학을 무시하면 안 된다. 전근대 과학의 한계는 기술력보다는 그것을 만드는데 드는 지나친 비용과 그로 인한 보급의 문제가 더 크다.
또한 더 근접한 사례로 실제로도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진동을 감지해서 울리는 북 때문에 1453년의 공방전 당시 오스만 측에서 시도한 땅굴이 무력화된 사례가 있는 것을 보면 무조건 전설로 취급할 수는 없다.(출저: 임용한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
두 번째 학설은 닌자처럼 은신용 옷을 입은 보초병이 북 뒤에서 몰래 치고 빠지는 형식으로 경보를 울리는 북이라는 것. 즉 낙랑국 쪽 보초병의 넘사벽스러운 정탐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 정도로 적을 잘 잡아내는 북이면 사람이 아닌 스스로 울리는 북이다'식으로 붙인 이름이라는 설이다.
이 시대를 다룬 드라마 자명고에서는 현실적으로 각색하였는데, 평소에는 거대한 북 안에 박쥐들을 풀어놓고 기르다 멀리서 외적의 움직임이 감지될 시 국경지대의 보초병들이 전서응을 북 안에 들여보내 박쥐떼들을 흐트러놓는다. 중구난방으로 날아다니는 박쥐들이 북에 부딫혀 밖에서 보면 북이 스스로 울리게끔 보이는 형식. 이때 매의 다리엔 색끈을 묶어놓아 어떤 적이 어디서 침입했는지 구분할 수 있게끔 해놓았는데, 자명고를 단순히 북이 울리는 장치만이 아닌 적을 식별하는 경보체계 그 자체로 각색했음을 알 수 있다.
1.2. 역사에서
고구려의 호동왕자를 사랑하게 된 낙랑공주가 북을 찢어버려서 낙랑국이 멸망하게 되었다.낙랑공주가 북을 찢은 방식이 위에 있는 설중에서 첫 번째인 지진계형일 경우, 북뿐만 아니라 북채와 연결된 줄과 지렛대 장치를 모두 칼로 끊었을 것이다. 두 번째인 닌자형 보초병설을 채택할 경우 낙랑공주가 보초병을 암살한 다음 북을 찢었을 것이다.
기존에는 한국판 '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취급되었지만, 21세기에 들어서는 재해석되어 낙랑공주를 매국노로 보는 시선도 생겨났다. 논리적으로 보면 남자를 위해 자기 나라를 망하게 한 셈이니 틀린 시각도 아니다. 다만 일반적인 시각은 아니고 일부에서 그렇게 여겨지는 정도. 애초에 호동왕자 문서에서 볼 수 있듯 호동왕자도 잘 보면 낙랑공주를 사실상 협박하여 자명고와 뿔피리(자명각)을 망가뜨릴 것을 유도했던 것이니.
이와 별개로 고구려를 멍청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자명고를 역이용해(부대를 나눠 낙랑쪽에 순환을 시킨다던지) 낙랑 사람들을 잠을 못 자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 뭣하러 자명고를 찢는 고생을 하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