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시작된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 시즌. 한편 시즌이 개막하자마자 대박을 치고야 말았다.
EVER 스타리그 2009 36강에서 박상우와 김택용을 꺾고(!) 최초로 16강 진출한 것이다. 이때 보여준 모습으로 홍진호와 박성준을 섞은 플레이를 보여줬다고 태풍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거기다 박상우에게는 놀랍게도 가필패로 1승을 따냈다. 중요한 건 2세트에서 졌던 전법[1]을 3세트에서도 똑같이 써서 이겼다는 것.
이어진 김택용을 상대로 한 경기는 더욱 충격과 공포였다.
그러나 잠시 후, 김택용 특유의 비수류가 작렬하려는 바로 그 전 타이밍에 정말 거의 8, 9년전즘에나 볼 수 있었던 무한 히드라 웨이브 전략으로 김택용의 앞마당을 사정없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포톤캐논과 하이 템플러를 동원한 김택용의 무난한 수비가 예상되었으나, 정말 미칠 듯이 몰아치는 히드라 웨이브 앞에 김택용도 적잖이 당황했는지 입구에서 버티던 병력이 본진 안쪽까지 밀려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또한 이영한이 드랍을 시도하면서 김택용의 병력이 모이는 것을 최대한 늦췄고, 하템까지 잡았으나 이영한의 오버로드가 싹 끊기는 바람에 후속 웨이브가 늦어 막히는 듯했지만...
결국 이 끝없는 공격 앞에 김택용도 GG를 선언하고 말았다.
이후 이어지는 2세트 역시 이 운영으로 게임을 끝내려고 했으나 이번엔 초반에 코세어로 오버로드를 사정없이 찢어버린 김택용의 싱거운 승리.
그리고 3세트, 이 경기 역시 화제의 경기로 남았는데, 단장의 능선을 본격 프징징의 능선으로 낙인을 찍어버린 경기였다. 이번에도 역시 부유한 빌드로 출발한 이영한, 마찬가지로 먹을 만큼 먹은 김택용. 그러나 상황은 전혀 달랐다. 이번엔 김택용이 정말 유리한 분위기. 하지만 히드라 중심으로 병력을 꾸리는 걸 보여주던 이영한은 갑작스럽게 역뮤탈을 모아 김택용의 주무기나 다름없는 하이 템플러를 뮤탈리스크 컨트롤로 강제로 살해하며 대규모 물량전을 벌이는 중에 스톰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결국 하템을 자꾸 잡힌 김택용은 이어지는 이영한의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GG를 선언하고 말았다. 이영한은 이 36강 경기 하나로 실시간으로 팬이 늘어나는 기현상과 함께 수많은 별명을 선사 받으며 09-10 시즌 화제의 신인으로 떠올랐다.
10월 24일, NATE MSL 서바이버 토너먼트에서 투명인간에게 패했지만, 조병세와 우정호를 연속으로 잡고 MSL에 진출해 양대리거가 되었다. 그러나 11월 26일, NATE MSL 32강 B조 경기에서
이 기세는 프로리그에서도 기세를 제대로 탔는지 11월에는 소리소문없이 3연승하며 승률 100%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1라운드 마지막 상대였던 eSTRO와의 경기에서 1세트에 출전했는데, 김성대에게 패하였고, 팀도 패하였다. 그리고 2라운드 들어서는 팀의 약발까지 떨어지면서 프로리그에서는 적당히 밥값만 해주었다.
그런데 소리소문없이 EVER 스타리그 2009 8강 진출.
12월 18일 EVER 스타리그 2009 8강 송병구와의 1세트 경기에서 온니 뮤탈리스크만 죽어라 뽑아 송병구를 괴롭혀서 승리. 누가 봐도 명백히 관광이었던 경기였다. 이로 인해 스갤에서는 SM저그[2]란 별명을 그에게 붙여주었다. 이 경기로 자신의 스타일을 확고히 다진 듯.
정말 스타 10년동안 있었던 모든 전략을 뒤집어버리는 게이머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홍진호의 폭풍도 아니고 조용호의 목동도 아닌 그냥 완전히 스타일을 하나 만들어 낸 굉장한 선수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운영과 승부 사이에서 미묘한 실낱같은 타이밍을 끄집어낸 새로운 형태의 승부저그인 듯.
일각에선 송병구가 태풍을 맞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위로해주는 분위기.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에 송병구와 EVER 스타리그 2009 8강 2세트를 가졌다. 스갤이 폭발할 만큼 팽팽한 경기 끝에 패배하고 3세트 신 단장의 능선에서 미네랄 뚫고 저글링으로 한번 흔든 후에, 첫 커세어를 스커지로 바로 잡아내고 뮤탈리스크로 송병구의 본진을 제대로 견제했다.
그리고 곧바로 히드라를 왕창 뽑아서 태풍처럼 입구를 뚫고 GG를 받아냈다.
이로써 당시 최강의 프로토스 두 명, 김택용과 송병구를 EVER 스타리그 2009에서 모두 잡아내게 되었으며(그것도 2:1이라는 똑같은 스코어로!), 4강에서는 역시 프로토스인 진영화와 대결하게 되었다.
만약 진영화까지 잡고 결승에 진출한다면 엄옹은 분명 포풍의 후계자 태풍저그가 결승에서 홍진호의 한을 푼다 이런 식으로 포장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상대가 테란인 이영호라면 더더욱. 그리고 2의 전설로...
그런데 일단 결승전에 이영호 등장은 확정이다. 그가 과연 진영화를 잡고 2의 전설을 이을 수 있을지 뭇 스덕들은 기대했다. 정말 진영화를 잡고 2:3으로 이영호한테 패한다면... 그날 스갤은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그러나 정작 4강전의 뚜껑을 열어보니, 진 로얄로더를 노리던 진영화에게 1:3으로 실신하며 결승 진출 실패.
그리고 택뱅 빠들에게 분자 수준으로 까일 수밖에 없었다
[1]
앞마당 이후 제2멀티를 테란 본진 근처에 한 것, 뮤탈리스크 이후 가디언, 디바우러 올인.
[2]
뮤탈 뽑는 단축키가 S+M이라는 거지 이영한에게 특이취향이 있다는 게 아니다.
[3]
사실
임진록 당시의 삼연벙은 콩이 당황했기도 하고 안이하게 3연속 앞마당을 가져가면서 벙커링을 자초한 측면이 크므로 이후의 발전한 스타판에서 3연벙이 다시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