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일제강점기 한국의 기자 겸 소설가 채만식의 단편 우화소설.1941년에 발표되었다. 대략적인 내용은 왕치( 방아깨비)가 대머리가 되고 소새(물새의 일종)의 주둥이가 나오고 개미의 허리가 잘록해진 이유를 우화적으로 풀이한 내용이다.
제6차 교육과정의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된 적이 있다.
2. 등장인물
- 왕치: 이 작품의 사실상의 주인공이자 잉여+ 니트 속성의 캐릭터. 먹기는 매우 잘 먹으면서 비위가 좋은데 정작 힘은 파리 한 마리 건드리기조차도 힘들 정도로 최약체.
- 소새: 날쌔고 부지런하여 최소한 자기 할일은 잘 해내는 캐릭터. 하지만 너그러운 편은 아니기 때문에 놀고 먹을 수밖에 없는 왕치를 늘 구박한다.
- 개미: 부지런한 실제 개미의 습성이 그대로 반영된 캐릭터. 이 작품에서는 너그럽고 낙천적인 대인배이기까지 해서 왕치가 들러붙어서 얻어먹고 살아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3. 내용
옛날 옛적에 왕치와 소새와 개미가 한 집에 살았다. 소새와 개미는 부지런했지만 왕치는 힘이 없어서 먹고 놀 수밖에 없었으며 소새는 그런 왕치를 늘 못마땅하게 여겼다. 어느 가을날, 소새가 3일간 가을 잔치를 열자고 제안하는데 하루씩 독담해서 먹을 것을 준비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사실 이는 늘 놀고 먹기만 하는 왕치에게 창피를 주자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왕치는 자신의 능력으로는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놓고 못 하겠다고 말하려니 체면이 허락지 않아서 대충 얼버무렸다.첫날은 개미가 들판에 나가니 아낙네가 새참을 이고 가기에 얼른 가서 아낙네를 꽉 깨물어 달아나게 하고 아낙네가 내동댕이친 새참으로 잔치를 벌였다. 다음날은 소새가 물가로 가서 큼직한 잉어를 낚아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서 또 잔치를 벌였다.
드디어 마지막날, 왕치는 그냥 버텨 보려고 했지만 소새가 눈을 부라리고 있으니 눈치가 보여서 떠밀리다시피 집을 나섰다. 밖에 나와 보니 먹음직한 것들이 많이 있어서 어떻게든 가지고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왕치의 능력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빈 손으로 돌아가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날이 저물어 갈 때쯤 물가에서 잉어가 뛰어노는 것을 보고 그 전날 소새가 잡아 온 잉어가 생각나 냅다 뛰어들었는데 마침 속이 출출했던 잉어가 그냥 왕치를 꿀꺽했다. 한편, 집에서는 왕치가 돌아올 때가 한참 지났는데 돌아오지 않자 개미가 소새에게 어쩌자고 왕치에게 그 어려운 일을 시켰느냐고 탓하고, 이에 소새는 기가 죽어서 '왕치가 하도 보기 싫게 굴길래 얄미워서 창피를 주려고 했는데 진짜로 선뜻 나설 줄은 몰랐다'며 변명했다.
날이 어두워지도록 왕치가 돌아오지 않자 소새와 개미는 기다리다 못해 왕치를 찾아 나섰으나 왕치의 행방을 알 길이 없었다. 소새가 물가를 지나가다가 잉어가 한 마리 물 위로 떠오르자 이왕 사냥이나 해 가자는 생각으로 그 잉어를 낚아 집으로 돌아왔다. 왕치를 찾는 건 다음날 다시 하기로 하고 일단 배는 고프니 사냥해 온 잉어를 소새와 개미가 먹는데 중간쯤 먹으니 갑자기 잉어 뱃속에서 왕치가 튀어나왔다. 공교롭게도 왕치를 삼킨 잉어를 소새가 잡은 것.
근데 왕치가 튀어나오자마자 자신이 잡은 잉어라고 생색을 내었다. 소새는 반가운 것도 놀란 것도 어디로 가고 배알이 상해서 주둥이가 튀어나와 버렸고 왕치는 덥다고 머리의 땀을 닦다가 머리가 훌러덩 벗겨졌고 이를 본 개미는 배꼽을 잡고 미친 듯이 웃다가 허리가 부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