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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18-05-06 18:27:52

오리아나(리그 오브 레전드)/리그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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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오리아나
날짜: CLE 21년 5월 31일

관찰

연구실은 난장판이다. 제작 장비 근처에는 부품이 너저분하게 굴러다니며, 신비로운 물질과 재료가 연구실 곳곳에 나뒹군다. 방 구석에는 먹다 남은 음식 몇 접시가 곰팡이를 기르고 있다.

만약 연구실 안에 거울이 있었다면, 코린은 자신의 비춰진 모습을 보고 경악했을 것이다. 헝클어진 생김새에 휘둥그래진 눈, 그리고 반쯤 미쳐버린 표정의 코린은 지금 자신의 작품을 마무리짓고 있다. 한 여자아이의 모습을 시계태엽으로 복사한, 아름답고 섬세한 작품이다.

이제 남은 건 생명을 불어넣는 것 뿐이다. 무한동력 기어라는 개념은 여태까지 이론에 불과했지만, 코린은 그것을 이만큼이나 현실에 구현한 첫번째 사람이다. 코린은 기어를 촉진제 용액에서 꺼내는데, 그 기어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아주 큰 미소를 지으며 코린은 기어를 자신의 작품 안에 집어넣었고, 그 즉시 반응이 나타났다.

시계태엽 소녀 속에 있는 톱니바퀴들이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생명이 팔다리 끝까지 닿으면서 코린의 작품은 경련하기 시작한다. 마치 죽어가는 자의 경련을 역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다.

코린은 아름다운 한 소녀의 사진을 가슴에 품은 채, 눈물을 글썽거리며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회고

시계태엽 소녀는 전쟁기관에 처음으로 들어온 인공체는 아니었다. 몇 년 전, 거대한 증기 골렘 블리츠크랭크가 바로 그랬으니까. 하지만 블리츠크랭크가 행동하는 바에서는 어떤 숭고함, 어떤 진심으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이 작품은 속으로 죽어있는 느낌이다. 기계가 생명을 흉내내려고 하는 느낌이었고, 보는 사람은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몬트로스 고위소환사는 스스로를 오리아나라고 칭한 기계를 주시했다. 그녀는 비정상적으로 유연한 동작으로 자신의 등 뒤에 있는 태엽을 감았다. 오리아나는 표정이 없는 게 아니라,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갖고 있었다. 뭔가 하는 행동마다 어긋나 있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고, 그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리아나를 인간으로 취급하기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그녀 주변을 따라다니는 구체가 있었다. 얼핏 보면 그냥 애완동물 수준의 것으로 간주하기 쉽지만, 둘 간의 관계는 그보다 더 복잡하다. 둘은 공생 관계에 더 가까워 보였다. 구체는 말그대로 그녀 주변을 떠다니는 공으로, 시계태엽 기술과 마법 전기기계공학이 융합된 물건이었다. 가끔씩 구체 내부에서는 막대 끝에 달린 요상한 눈이 나타나 주변을 살펴보고는 했다.

오리아나는 인간의 목소리와 어렴풋이 비슷한 소리로 말했다.

"챔피언이 되고 싶어요. 재미있겠네요."

카린 소환사는 고위소환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거 가능하긴 한 겁니까?"

오리아나는 시선을 고정한 채 몸을 회전시키며 말했다.

"가능합니다. 전 좋은 챔피언이 될 거에요."

대답한 건 몬트로스였다.

"오리아나, 너를 리그 오브 레전드에 들여보내기 위해서는 너의 기억을 탐구해야 한다. 그런데 그대에게 우리가 탐구할 수 있는 기억이 있는지가 궁금하다."

오리아나는 다시 몸을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되돌렸고, 오리아나의 치마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그렇다고 말하시네요. 저에게는 기억이 있습니다. 구체가 괜찮다고 말하면 하세요." 구체는 여러 소리를 내지만 적대적으로 여기지는 않는 듯하다.

한순간에 바람이 지나갔고, 그 다음에는 어둠, 그리고 그 다음에는 빛이 있었다. 그곳에는 발레리나의 옷을 입은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관중 앞에서 춤을 췄다. 척 보면 재능이 출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이 기억은 정신적으로 어떤 교감도 없는, 분리된 기억이었다.

다음 순간, 전쟁기관으로 다시 돌아왔고, 몬트로스 고위소환사가 물었다.

"오리아나, 이것이 너의 기억인가?"

오리아나는 웃었다. 장난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기계의 웃음소리였다.

"이것은 오리아나의 기억입니다. 저는 오리아나입니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시네요."

카린은 몬트로스의 지시를 기다렸다. 몬트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해보도록."

그림자, 빛, 색. 누군가가 소환사의 협곡의 한 레인을 재건한 모습이 보였다. 그 소녀는 이제 더 성장해 있었고, 뛰어난 유연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근처에는 완전무장된 한 포탑이 있었다.

외눈박이 조교는 걸걸한 목소리로 그녀를 설득했다.

"오리아나, 이제 타워다이브 기술을 익혀볼 시간이다. 포탑의 위력을 하향시켰지만, 맞으면 여전히 아플 거다."

소녀는 순진하게 웃으며 유연하고 침착한 자세로 준비했고, 포탑이 발포하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뭔가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 명확했다. 포탑이 발사하는 탄환은 전혀 약화되어있지 않은 듯이 오리아나 주변의 땅을 박살냈다. 오리아나는 특유의 유연함으로 탄환을 피하고 있었지만, 발포하는 간격은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조교는 오리아나에게 뭔가를 소리치며 포탑의 작동을 멈추게 하기 위해 긴박한 표정으로 조종간을 미친 듯이 두들기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남는데 집중하고 있던 오리아나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마침내 한 탄환이 그녀에게 적중했고, 오리아나는 쓰러졌다. 일어서려고 하는 오리아나의 몸에 또 한 방이 적중했다. 그녀는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다시 일어서려고 했지만, 세 번째 탄환이 날아온 후에는 일어서지 못했다.

다음 순간, 그들은 다시 전쟁기관에 돌아와 있었다.

"네, 저는 죽었습니다." 오리아나의 말이었다.

카린은 격식을 차린 채 물었다.

"오리아나, 우리는 너의 기억을 살펴봤다. 어떤 느낌인가?"

시계태엽 소녀는 인간의 소리가 아닌 소리로 웃었다.

"재미있네요. 전 기억을 좋아해요. 당신들은 어떤가요?"

몬트로스 고위소환사는 헛기침을 했다.

"그대는 왜 리그 오브 레전드에 합류하고 싶어하는가?"

"제가 항상 원하던 것이니까요. 제 아버지가 그 목적을 위해 저를 만드셨으니까요. 구체가 정의의 전장에서 뛰놀고 싶어서 안달이 났으니까요."

그 말에 대답하듯 구체의 표면에 에너지가 흘렀다. 오리아나는 몸을 돌려 구체를 쓰다듬었다.

몬트로스는 말을 이어갔다.

"이곳에 들어오는 것에 조건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가?"

"네. 저는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입니다. 좋은 소녀가 될 겁니다."

구체가 회전하면서 소리를 냈다. 이에 오리아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구체도 마찬가지로, 좋은 구체가 될 겁니다."

방금 전의 체험 덕분에 기분이 뒤숭숭해진 카린은 침묵을 지켰다. 몬트로스 역시 기분이 묘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체통을 지키며 대답했다.

"그러면 너를 챔피언으로 인정한다, 시계태엽 소녀. 절차를 밟을테니 그리 알도록."

오리아나는 소녀의 기뻐하는 소리를 요상하게 뒤틀어놓은 소리를 내며 구체를 끌어안았다. 원래는 그런 것을 보며 감동을 느껴야겠지만, 이것은 그저 괴기스러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