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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12-11 04:15:32

연환화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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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환화(連環画)는 중국에서 20세기 초엽에 발생한 만화의 장르로서, 하나의 이야기를 1페이지의 삽화와 해설문으로 표현하는 손바닥 크기의 그림책을 말한다. 한국은 일본만화의 영향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이 특이한 형식의 만화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환화 삼국연의>만은 몇 차례에 걸쳐서 번역 간행되었다.

명확한 자료는 없지만, 첫 번째로 번역된 것은 아마도 1980년대 초반 서문당에서 출판한 <극화 대삼국지>로서 전12권이었다. 당시 국교가 없는 중국의 책을 번역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는지, 수입처는 홍콩신아문화사업유한공사로 적혀 있다.

1991년경에 대원에서 나온 <삼국지> 전6권도 이것이다.

이 책이 몇 번이나 번역되었던, 아니 번역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그 미칠듯한 퀄리티(...). 삼국지 열혈빠였던 마오쩌둥의 중국 정부 지원으로 전통복식이나 건축양식, 문화 등에 대한 철저한 고증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중국인이 중국 역사를 그린 만화이기에 더 그렇다. 외국인이 그린 삼국지[1]보다 고증에서 한 수 위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단 철저한 고증이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이는 자료가 남아있는 한도내, 즉 후대의 사람들이 상상한 삼국시대의 복식이라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2] 굳이 따지면 문관들의 복식은 그 시대 복식이랑 비슷한 편이지만 갑옷 복식 같은건 이후 한족 왕조인 송나라의 느낌이 강한편이다.[3] 이에 영향을 받았는지 중국에서 나오는 삼국지 장군들의 갑옷 이미지도 송나라 풍으로 고정된 감이 있어서 관련 피규어들 갑옷을 보면 거의 송나라 풍 갑옷들을 입힌다. 황충 피규어 서황 피규어

마오쩌둥 정부가 연환화 삼국지의 고증을 지원했다는 설을 소개했지만, 이 설은 문화혁명 때 중국의 연환화 전통이 끊어져서 재기불능이 되었다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어긋난다. 사실 정확하게는 문화대혁명 시기에 연환화 자체가 쇠퇴한 건 맞긴 하지만 연환화 자체는 계속 발행되었다. 그러다가 문화대혁명 이후에 연환화가 전성기를 맞았지만 90년대 들어서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지의 만화가 유입되면서 쇠퇴하였다.

코에이에서 만든 초기 삼국지 시리즈의 인물 일러스트나 복식 등도 이 연환화 삼국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1] 고우영 삼국지만 보더라도 아이들은 죄다 변발하고 있고, 조조는 청나라 옷을 입고 있다. 물론 명작이지만, 고증 문제는 어디까지나 별개로 취급해야 함. [2] 예를 들어서 로마제국은 그림, 조각등이 풍부히 남아있으므로 의복이나 얼굴 고증등이 상상의 영역이 아니지만, 중국 삼국시대의 그림, 조각은 현재 거의 남아있지 않다. 유비, 조조, 손권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조조가 만든 동작대가 어떤 모습인지 엄밀히 말하자면 21세기 들어 많은 성과가 나오곤 있지만 그래도 고증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오히려 삼국시대보다 400년전인 진나라 시대의 의상 고증이 훨씬 정확하다. 그 시대의 군인 복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병마용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3] 지금이야 고고학이나 고증이 더욱 발전해 토탈 워: 삼국이나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 같은 삼국시대 창작물에서 꽤나 시대 고증을 신경 쓰지만, 연환화 삼국지가 나올 당시만해도 중국이 한창 개발도상국이라 일단 경극이나 소설 등에서 유명한 이미지를 먼저 따오고 수천년전 갑옷을 일일이 고증할 형편은 안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