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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퍼스볼 (Eephus Pitch) [1]
1. 개요
1. 개요
타격은 타이밍이다. 피칭은 그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다.(Hitting is timing. Pitching is upsetting timing.)
워렌 스판
야구의 구종 중 매우 느린 속도로 던지는 구종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왜인지 아리랑볼[2]이라고도 많이 부른다. 크게 포물선을 그리면서 느리게 날아가는 공으로, 궤적이나 속도는 일반인의 시구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연예인 야구나 사회인 야구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공이다. 그러나 그 느린 구속 덕분에, 역으로 다른 구종에 이따금 섞어 던지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다.워렌 스판
타자가 마음먹고 치기 의외로 힘들다. 이는 12-to-6 커브와 마찬가지로 히팅포인트가 점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며, 굳이 파훼법을 찾자면 이 볼에는 스윙의 궤적상 어퍼스윙이 다운스윙이나 레벨스윙보단 히팅포인트가 미세하게 넓으므로 그 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단, 투수 입장에서도 마음먹고 스트라이크 존에 집어넣기는 쉽지 않은 구종이다. 종변화(?)가 매우 큰 구종이기 때문. 또한 타자가 낚시에 걸려들지 않았을 경우 그냥 볼이 되어버리며, 아무리 타자가 치기 힘들다지만 대놓고 읽혀버릴 경우 여지없이 장타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이퓨스를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투수로는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뛰었던 타다노 카즈히토가 있고, 2004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콜업되어 이 구종을 선보여 삼진을 뺏어낸 적 있다. 그 타자는 다름 아닌 보스턴 레드삭스의 '빅 파피' 데이빗 오티즈... 여담으로 뉴욕 양키스의 'A-로드'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3루 앞 땅볼로 잡아냈다.
사실 이퓨스 단독으로는 위력이 나오지 않고, 패스트볼 등으로 타자가 저 걸 쳐야겠다고 긴장을 한 상태에서 이퓨스를 살포시 던져주면 타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구종에 당황해하면서 배트를 냅다 휘두르는지라[3] 대부분 범타 처리가 되는 것.
덕분에 이 구종을 사용하는 타다노의 경우도 1년에 손꼽을 정도[4]로 이퓨스볼을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며, 그 타다노 조차도 이퓨스를 던졌다 제대로 홈런을 맞은 적이 있다. 이렇게 철저히 전략적으로 던져야만 제대로 된 활용이 가능한 구종이며, 아무 생각 없이 던지면 영락 없는 아마야구다(...). 이퓨스를 간간히 던지는 걸로 유명한 올랜도 에르난데스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2연속 이퓨스를 던졌다가 초구를 지켜보고 노리고 있던 A-Rod에게 결국 홈런을 얻어맞기도 했다. 랜디 존슨이나 팀 린스컴, 클레이튼 커쇼같은 파워피쳐형 투수도 이퓨스를 던진 적 있으며 이 쪽이 명백한 실수 내지는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는데 운 좋게 들어간 케이스.
다니엘 스턴 감독의 1993년작 루키에서 주인공 꼬마가 월드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어머니의 조언대로 이퓨스를 던져 상대 타자는 삼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타다노는 원래 MLB에 등장할 때부터 엄한 이슈 때문에 유명세를 탔지만 2004년을 기점으로 이퓨스를 던지는 투수로도 알려졌다. 엄한 이슈에 대해서는 TDN을 참고.
한국에서는 1990년대 초반 OB의 장호연과 삼성의 오봉옥 선수가 몇 번 던진 적은 있었고 96년 현대 정민태가 슬로커브를 주무기로 장착하여 사용하면서 크게 이슈가 되었다. 그 외에는 고의사구가 자동이지 않을 시절에 타자 거르려고 나오던 정도. 두산 베어스의 유희관이 던지는 6~80km대의 초슬로커브가 이퓨스에 가까운 편이다. 물론 이 역시 타이밍을 뺏기 위해 한 경기에 한두 번이나 구사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유희관 경력 초기에 이 공을 본 진갑용은 이거 갖고 자기 우습냐고 화 냈다가 팬들에게 욕만 한바가질 먹었다.
본 항목 상단에 있는 워렌 스판의 말을 생각해보자. 한국야구는 구속이 느리면 AA에서나 볼법한 쓰레기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MLB도 죄 다 파이어볼러만 있는 건 아니다. 160km를 던져봐야 제구 안 되는 애들이 많아 A+에서 머물다 망하는 유망주들이 많다. 브랜든 나이트도 마이너리그 시절 160km를 던졌다고 했는데, 본인은 그냥 피쳐가 아니라, 공만 던져대는 쓰로워에 불과했다고 셀프디스를 하는 걸 보면... 게다가 그렇게 뼈빠지게 던져봐야 어차피 팔팔한 젊은 선수들이 눈에 익으면 그 공을 펑펑 쳐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채프먼도 160 넘어가는 패스트볼이 제구가 안 되어 억지로 스트존에 집어넣었다가, 홈런도 맞고 안타도 맞고 패전투수까지 되며, 양키스 팬들에게 한 해 치 야유를 한 번에 다 들었던 적도 있었으니(...) 그가 단 한 시즌도 자책점 0점을 기록하지 못한 이유. 그리고 200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올스타급이 한국 대표팀에게 일방적으로 털려 Team U 소리 들었던 적도 있었고(...).
괜히 워렌 스판이 피칭은 선수의 타이밍을 뺏는 것이라고 말한 게 아니다. 그렉 매덕스는 마이너리그에서 자신의 빠른 공이 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제구와 구위를 빡세게 다듬었던 것으로 유명하고, 톰 글래빈 또한 그러했다. 제이미 모이어는 아예 워렌 스판의 말을 제대로 실천해서 50세까지 뛰는 등으로 롱런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7년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로 합류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도 이퓨스를 구사한다. 단 타다노처럼 극단적인 이퓨스는 아니다.[5]
[1]
Eephus의 발음은 iːfəs로 영어의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이퍼스라 표기한다.
[2]
마치 민요
아리랑에 등장하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듯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라는 설도 있고, 취객을 상대로 한 소매치기를
아리랑치기라고 부르듯 아리랑이라는 어감 자체가 취한 것처럼 하늘하늘하고 맥 빠지는 느낌이 있어 자연스레 붙었다는 설도 있다.
[3]
타자가 타석에 있을 때 보통 0.2초 정도에 반응을 하지만, 이퓨스를 던지면 1초 이상 뒤에 반응을 해야 된다. 갑작스럽게 던져버린다면, 그만큼 타이밍 뺏기 좋은 공도 없다. 왜 대부분의 투수들이 최고구속 150을 펑펑 뿌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급조절을 하는지 생각해보자.
[4]
영상에서는 시즌 중 3번으로 나왔다.
[5]
구속이 50마일 후반대-60마일정도인데 흔한 슬로커브보다 구속이 5~10km쯤 더 낮은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