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명칭: 시편 150 C장조
(150. Psalm C-dur/Psalm 150 in C major)
1. 개요
안톤 브루크너가 마지막으로 남긴 종교음악 작품이자, 테 데움과 함께 후기에 쓴 걸작 종교곡으로 꼽히는 곡. 예전에도 브루크너는 시편 22와 112, 114, 146에 곡을 붙인 소규모 종교음악을 쓴 적이 있었지만, 이 곡과 비교하면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 중론.1892년 봄에 빈에서 개최된 공연예술 행사의 개막 공연을 위해 의뢰받은 곡인데, 그 전년도였던 1891년 2월에 리하르트 호이베르거가 의뢰자였다.[1] 성경의 시편들 중 하나를 택해 가사로 써달라는 것이 추가 요구사항이었는데, 브루크너가 택한 것은 '할렐루야, 주님을 찬양하라' 로 시작하는 시편 150이었다. 이 시편 구절은 다른 작곡가들도 즐겨 작곡에 사용했고, 브루크너의 선배 펠릭스 멘델스존도 교향곡 제2번 '찬미가' 에서 중심 텍스트로 쓴 바 있다.
하지만 그 때 9번 교향곡의 작곡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일단 교향곡 쪽을 잠시 접고 의뢰를 받아들여 1892년 초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뢰받은 행사까지 완성 못하는 등의 차질이 생겼고, 완성한 것은 6월 29일에나 가서였다.
2. 곡의 형태
약 8~10분 가량의 비교적 짧은 소곡이지만, 예전의 시편곡들보다 훨씬 짜임새있고 강렬한 인상의 작품이 되었다. 특히 후반부의 '숨쉬는 이는 모두 주님을 찬양하라(Alles was Odem hat, lobe den Herrn)' 에서는 대위법 스킬의 최고 단계인 푸가를 능숙하게 쓰고 있는데, 거기에 9번 교향곡에서 특히 많이 나오는 불협화음 효과까지 삽입하고 있다.연주 편성은 소프라노 독창과 혼성 4부합창(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 파트)이라는 성악진에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팀파니/현 5부(제1 바이올린-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라는 전형적인 2관 편성 스펙의 관현악이 더해진 형태. 단, 합창부의 경우 푸가로 마무리짓는 대목 등에서는 각 파트가 두 갈래로 갈라져 훨씬 많은 성부로 분할되기도 한다.
그리고 소프라노 독창도 합창의 중요성에 비하면 양념 정도로 그칠 뿐이고, 전반적인 곡의 추진력은 합창과 관현악의 표현력과 연주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독일어로 된 시편 번역본을 가사로 택했지만, 마르틴 루터가 번역한 독어판 성경 대신 역자 불명의 다른 번역본을 쓰고 있다.
3. 초연과 출판
완성 기한을 넘겨 펑크를 낸 탓에, 초연 기회는 1892년 9월의 음악제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 음악제는 전염병 확산 때문에 취소됐고, 두 달 뒤인 1892년 11월 13일에 빌헬름 게리케의 지휘로 빈에서 초연되었다. 독창자와 합창단, 관현악단의 상세 정보는 불명확하지만, 빈 음악협회(Musikverein) 주최 연주였으므로 빈 연주협회 관현악단과 합창단(현재의 빈 교향악단과 빈 악우협회 합창단)이 출연했을 가능성이 높다.초판은 같은 해 빈의 루트비히 도블링어 출판사에서 처음 나왔는데, 브루크너 자신의 감수로 나온 터라 1965년에 음악학자 프란츠 그라스베르거의 감수로 국제 브루크너 협회가 편찬한 원본과 거의 차이가 없다.
작곡되고 꽤 빨리 출판된 터라 곡의 연주와 보급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1930년대 나치의 브루크너 종교음악에 대한 폄하로 인해 잊혀지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녹음이나 음반도 종전 후인 195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테 데움과 마찬가지로 이 곡도 합창단을 시험에 들게 하는 난곡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공연과 녹음 빈도가 아직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이는 테 데움과 이 곡뿐 아니라, 브루크너가 작곡한 대부분의 합창 작품에서 나타나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1]
참고로 브루크너와 대척점에 있던 반바그네리안 계통 인물이었다. 꽤나 모순된 것 같지만, 그 쪽에서도 브루크너 말년의 원숙한 작곡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고 추측할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