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보든 사건

1. 개요2. 사건 전개3. 의문점4. 범행 동기 가설5. 재판6. 후일담7. 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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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Lizzie Borden Case

1892년 8월 4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폴 리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2. 사건 전개

어느 날 보든 가의 하녀 브리짓 설리번(Bridget Sullivan)이 막 청소를 마친 뒤 쉬고 있을 때 갑자기 둘째 딸 리지 보든(Lizzie Borden, 1860. 07. 19~1927. 06. 01)이 비명을 질렀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브리짓이 찾아가자 그녀의 아버지 앤드루 보든(Andrew Borden)이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현장을 처음 목격한 리지는 누군가가 집에 침입해 아버지를 죽였다고 주장했고 뒤이어 놀란 이웃집 사람들과 경찰이 집에 들어왔다. 리지는 주변인들에게 새어머니인 애비 보든(Abby Borden)을 찾아달라고 부탁하여 2층에서 그녀를 찾았으나 애비도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3. 의문점

그러나 살인 현장이 지나치게 깔끔했다는 것이 의문이었다. 피해자들의 저항이나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내부인의 범행으로 수사망이 좁혀졌다.

사건 당시 첫째인 엠마는 친구의 집에 있어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었고 외삼촌은 아침 일찍 친척을 만나러 떠났으며 현장 주변에 있었던 브리짓은 수사 내내 자신은 창문을 닦고 있었다며 일관된 증언을 했다. 이에 알리바이가 가장 석연찮은 것으로 판단되는 리지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브리짓의 일관된 증언과 반대로 리지의 증언은 이랬다저랬다 하기를 반복했다. 당시 헛간에 있었다고 주장하여 헛간을 수색해 보았지만 먼지 많은 헛간에 발자국은 전혀 없었다. 이것이 지적 받자 친구의 병문안에 갔다고 증언을 번복했지만 확인 결과 이것도 거짓말이었고 결정적으로 리지가 며칠 전에 마을 약국에서 청산가리를 구매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그녀는 재판에 기소되었다.

4. 범행 동기 가설

가족 간의 불화
보든 가는 부자[1]이긴 했지만 화목하지는 못했다. 아버지 앤드루는 전처와 사별한 뒤 애비를 새 아내로 맞이했는데 당시 엠마는 41세, 리지는 32세였다. 딸들이 애비를 아버지의 돈만 보고 결혼했다고 생각하고 매우 싫어해 사이가 나빴다. 더군다나 앤드루는 그렇게 재산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전노 기질이 심해[2] 집에는 당시 보급되기 시작했던 전기와 수도조차 없었고 딸들을 대학에 보내 주지 않아서 가족들의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정작 애비와 재혼한 후 그녀의 이복동생에게는 집을 마련해 주는 등 가족도 아닌 외부인들에게는 퍼주는 모습을 보이자 딸들은 애비를 향해 "당신은 아버지와 결혼한 사람일 뿐이지, 우리 어머니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으로 '보든 부인'이라고 불렀다. 애비를 얼마나 증오했는지 리지는 수사에서조차 경찰에게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으며 애비는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라고 말했을 정도였다.[3]

아버지의 학대
앤드루는 리지가 키우던 비둘기들을 도끼로 살해하는 등 성격에 문제가 많았다는 증언이 있었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쌓여온 것이 어떠한 계기로 인해 폭발했다는 추측도 있다.

5. 재판

1893년 6월, 리지를 사건의 용의자로 세우고 재판이 시작되었다.

검찰은 보든 가의 지하실에서 입수한 도끼를 증거로 제출했는데 도끼날과 피해자들의 두개골에 있는 상처 크기가 일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끼는 이미 물로 말끔하게 세척된 상태였으며 당시의 기술로는 잔여 혈흔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었다.

만약 도끼로 살인을 저질렀다면 필연적으로 피가 사방으로 튀었을 텐데 사건이 일어났던 날 리지의 옷에는 혈흔이 보이지 않았다. 리지의 친구 앨리스 러셀(Alice Russel)은 사건으로부터 며칠 뒤 리지가 당시 입었던 옷에 페인트가 묻었다며 태우려고 했다고 증언했으나 그 때도 핏자국은 보이지 않다고 증언했으며 옷을 태웠는지는 직접 보지 못했다고도 하여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했다.

리지는 평소에 주일마다 교회를 꾸준히 다니고 봉사 활동도 하는 등 아버지와는 달리 대외적으로 평판이 좋았다. 당시 서양의 '젊고 신앙심이 있는 독실한 여자가 어떻게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겠느냐'라는 편견이 이 사실에 힘을 실어 줬을 것이다.

결국 수많은 의문점들이 해소되지 못한 채 리지는 증거불충분으로 1893년 6월 20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6. 후일담

석방된 리지는 언니 엠마와 함께 재산을 상속받은 뒤 부촌으로 이사했으며 이후 이름을 리즈베스(Lizbeth)로 바꿨지만 주민들은 이미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고 하며 때문에 타인과의 교류 없이 대부분 집 안에서 은둔하다시피 홀로 살았다. 이 두 사람은 1905년까지 동거했으나 모종의 이유로 사이가 나빠져 엠마가 독립하여 떠났고 리지는 1927년 66세의 나이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몇 달도 안가 언니 엠마도 1927년에 76세로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둘 다 결혼하지 않았으며 리지는 25만 달러나 되는 큰 돈을 남겼다. 그녀는 그나마 몇몇 안되는 친구들에게 재산을 6000달러[4] 나눠줬으며 가족 무덤 관리비로 은행에 예치한 돈을 남겼고 집이나 보석, 소유한 밭 등은 기부했다.

워낙 석연찮은 정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미제로 종결된 사건이라 현재까지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미제사건으로 회자된다. 엄밀히 따지면 리지는 사망한 피해자도 아니고 범인이라고 확정된 것도 아니니 이 사건을 그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5] 당시에도 리지가 가장 의심스러운 상황이었고 이후 나온 창작물들도 리지가 범인임을 상정하고 전개하는지라 누군가 다른 인물이 진범이라고 밝혀지지 않는 이상 이 사건은 계속 '리지 보든 사건'이라고 불리게 될 듯하다.

1893년, 리지가 무죄 판결받고 길거리를 돌아다니자 당시의 어린이들이 리지의 앞에서 노래를 불러댔고 나중에 줄넘기 놀이를 할 때도 불러대서 현재까지 전해진다.

Lizzie Borden took an axe(리지 보든 도끼를 집어들었네)
(And) Gave her mother forty whacks(엄마에게 40번 도끼질을 했네)
When she saw what she had done(그리고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았을 때)
(She) Gave Her father forty one(아빠에게 41번 도끼질을 했네)[6]

-일반적으로 부르는 가사. 검색하기에 따라 2행의 And와 4행의 She는 붙이는 버전도 있고 안 붙이는 버전도 있다.

사건이 워낙 끔찍하다 보니 유튜브 등지에서 'Lizzie Borden Song'이나 'Lizzie Borden Chant', 'Lizzie Borden took an axe' 등으로 검색해 보면 상당히 음산하게 부른 버전이 많다.

인터넷에 사건명을 영어로 검색하면 앤드루와 애비의 시신을 촬영한 사진이 나온다. 흑백 사진에 화질이 흐리긴 해도 시신 상태가 굉장히 끔찍하니 검색하지 않는 것을 추천.

리지의 자손들 중에는 우연인지 몰라도 살인범들이 꽤 많다. 리지와 언니 엠마 모두 독신으로 죽었기에 직계 자손은 아니지만. 그녀의 현손의 현손의 아들....뻘 되는 먼 후손이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인데 이 사람은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었지만 정식으로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다. 제임스는 사이코패스 연구를 위해 뇌 MRI 사진을 스캔했는데 사이코패스로 분류된 뇌들 중에 자신의 뇌가 포함되었다는 점 때문에 어이없어 했고, 그래서 친족을 조사해 봤더니 부계 쪽에서 친족 살인마와 같은 흉악 범죄자들이 많았다고 하며 그 선조(직계는 아니다) 중 한 명이 바로 리지였다고 한다.

7. 매체

리지(2018): 영화
리지: 드라마
리지(뮤지컬)
위의 세 작품은 묘하게도 모두 리지와 주변 인물 사이에 동성애적 분위기가 강하게 흐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2016년 12월 11일자. 기사
* 심슨 가족: 리지가 언급된 적이 있는데 호머 심슨이 도넛 하나 때문에 악마 네드 플랜더스에게 영혼을 파는 할로윈 에피소드다. 심슨 가족은 호머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재판을 걸었는데 이때 악마 네드가 배심원으로 베네딕트 아놀드, 해적 에드워드 티치(검은 수염), 리처드 닉슨, 존 윌크스 부스, 존 딜린저, 하키 팀 필라델피아 플라이어스의 1976년 멤버들과 함께 리지를 불렀다.
* 오펀: 퍼스트 킬: 2022년 영화로 여기에서 언급된다.

[1] 당시 재산은 30만 달러로 현재 값어치로 1000만 달러에 가까우며 당시 기준으로도 꽤 큰 부자였다. [2]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게도 평판이 상당히 나빴다. 앤드루의 사업 중에는 장의사도 있었는데 '시신이 들어오면 유가족에게 큰 관 값을 청구해 놓고는 돈을 아끼려고 작은 관을 사고, 시신의 키가 관보다 크면 다리를 잘라서 길이를 맞춘다더라'고 수군댔다고도 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에는 보든 가족 모두가 식중독에 걸려서 크게 고생했는데 주변 사람들은 걱정은커녕 구두쇠인 앤드루가 먹다 남은 양고기를 안 버리고 계속 먹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 비아냥댔을 정도였다. 이에 애비는 앤드루를 미워하는 사람이 음식에 독을 탄 것은 아닌지 의심하며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3]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 혹은 피해자와 사이가 나빴던 사람이 1순위 용의자라는 것은 상식이고 보든 자매는 둘 다에 해당하는 데다 리지는 그 중에서도 알리바이가 없어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애비를 싫어했다는 것을 경찰에게 드러낸다면 자신이 꽤 불리해질 것이 뻔한데도 이렇게 말했다는 것에서 애비에 대한 리지의 반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4] 현재 값어치는 14만 달러 가까운 돈으로 꽤 큰 돈이다. [5] 굳이 따지자면 '보든 부부 살해 사건'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으로 보인다. [6] 이 사건을 기반으로 한 뮤지컬에서도 이 노래로 극을 시작하는데 한국어 번안 가사는 이렇게 되어 있다.
리지 보든 도끼로
엄마한테 마흔 번
아빠한텐 아니야
마흔 하고 한 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