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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8 20:32:18

가면극장



仮面劇場

1. 개요2. 소개3. 등장인물4. 줄거리
4.1. 스포일러
5. 미디어화
5.1. 드라마
5.1.1. 원작과의 차이점
5.2. 코믹스

1. 개요

요코미조 세이시 추리 소설 시리즈 유리 린타로 시리즈의 장편.

2. 소개

원래는 잡지 《선데이 마이니치》에 1938년 10월부터 11월까지 연재된 중편 소설이었다. 1942년에 처음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한 차례 <선풍극장(旋風劇場)>으로 제목이 수정되었는데, 수정 사유는 당시의 시국 상황상 원래 제목에 쓰인 ' 가면' 등의 단어가 불온하게 보일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출판사 측에 정부로부터 압력이 들어갔다는 설이 있으나, 진위 여부는 확실치 않다. 이후 잡지 연재판에서 상당 부분을 수정 및 재집필해서 장편소설로 개작, 1947년 2번째 단행본판에서는 <어둠의 극장(暗闇劇場)>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되었다가 1970년에 출간된 코단샤판 요코미조 세이시 전집에 수록되면서 원래 제목을 되찾았다.

시리즈 마지막 장편인 < 나비 살인사건> 못지 않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며, 다른 작품들에 비해 막장 드라마 요소가 짙지만 수위는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다. 작중에 등장하는 주요 살해 수법이 수법이다보니 직접적인 유혈 묘사는 나오지 않는 대신,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음습하고 꺼림칙한 느낌이 강하다.[1]

3. 등장인물

4. 줄거리

세토우치 해상 국립공원을 일주하는 여객선에 타고 있던 유리 린타로와 카마쿠라의 증기선 회사 중역의 미망인 다이도지 아야코는 나루토 해협의 소용돌이치는 바다 위에서 표류하는 의문의 조각배를 발견한다. 자세히 보니 그 조각배에는 유리로 만든 [3] 하나가 실려 있었고, 그 안은 온통 꽃으로 뒤덮인 가운데 19~20세 정도로 보이는 미모의 소년이 누워 있었다. 그러나 죽은 듯 보였던 그 소년 '니지노스케'는 살아 있었고, 그의 옆에는 '눈 먼 농아 니지노스케의 묘(盲にして聾唖なる虹之助の墓)'라고 적힌 위패가 함께 놓여 있었다. 위패에 적혀 있듯 니지노스케는 앞을 보지 못하는데다, 청각장애가 있어 소리도 듣지 못하고 거기에 말도 하지 못하는 이른바 '3중고'를 지닌 불행한 소년이었다. 게다가 어디 출신인지, 가족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처지였기에 이를 알게 된 아야코는 도저히 그를 혼자 둘 수가 없다며 자신이 니지노스케를 거두어 돌보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리는 니지노스케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척을 엿보고 아야코에게 조만간 그를 둘러싸고 무서운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며 충고했지만, 그녀는 결국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오사카 텐진마츠리 날 유리와 아야코, 니지노스케는 우연히 유명 여가수 코우노 유미와 그녀의 오빠 시즈마, 그리고 시즈마의 친구 우도 고로를 만나게 되는데, 어째서인지 유미는 니지노스케를 보자마자 크게 동요하면서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였고 니지노스케도 유미를 보는 순간 심한 공포와 공황상태에 싸인 채 유미를 습격한다. 후에 아야코는 니지노스케 같은 사람들이 예민한 후각을 가졌다는 데서 착안하여 한 가지 실험을 하는데, 그 결과 니지노스케는 정향 향기를 이상하리만치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유미와 대면했을 때 공황상태가 된 것도 비록 유미의 얼굴은 볼 수 없지만 그녀에게서 정향의 향기가 났기 때문에[4] 이를 느끼고 공포에 질린 것. 이를 본 유리는 니지노스케가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상태가 아닐 것이라 짐작하고 자신도 실험조로 니지노스케에게 연필을 쥐어주고 종이를 가져다 준다. 그러자 그는 어설프게나마 종이 위에 한 남자의 얼굴을 그려내는데, 이로써 유리는 니지노스케가 선천적인 맹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낸다.[5]

한편 유리의 부탁으로 다이도지 아야코와 그녀의 주변 사람들의 신원을 조사하던 미츠기 슌스케는 유리에게 그 동안 수집한 정보를 준다. 우선 다이도지 아야코는 몰락한 남작 가문의 딸로, 토라노몬의 명문 여학교를 졸업하고 2년 후에 카마쿠라의 선사 중역 다이도지 신고와 결혼했다. 당시 다이도지 신고는 45세였고 아야코는 겨우 21세였는데, 나이 차이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이 결혼은 다분히 정략적인 의도가 강한 것이었다.[6] 그래도 그렇게 결혼한 것 치고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매우 원만했으나, 다이도지가 3년 전 뇌일혈로 사망하면서 막대한 유산이 전부 아야코에게 상속되었다.[7] 또한 아야코는 시가 쿄조라는 사람과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이며, 이모 키미에와 함께 다이도지에게 상속받은 카마쿠라 나카미카도의 대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한편 코우노 유미, 시즈마 남매와 아야코의 교제 상대인 시가 쿄조는 사촌간으로, 코우노 가는 원래 세토우치의 쇼도지마에서 대대로 대규모의 간장[8] 양조업을 해 온 명망 있는 자산가 가문이었다. 남매의 아버지인 코우노 요모타는 늦은 나이에 결혼한데다 아내 리에코와도 18살이나 차이가 났는데, 자식들이 제각기 도쿄로 상경해 시즈마는 화가로, 유미는 가수로 자신의 갈 길을 가면서 가업을 이을 사람이 없어지자 자신이 죽은 뒤 가업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도록 조치를 취해 두었다가 심장마비로 돌연 세상을 떠났다. 이후 쇼도지마의 집에는 어머니 리에코 혼자 남게 되지만 그마저도 병으로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되자,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혼자 둘 수 없다며 남매는 아버지 요모타의 장례가 끝나고 얼마 안 가서 자신들이 살던 도쿄 니시오기쿠보의 집[9]으로 어머니를 모셔와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2, 3일 전쯤 돌연 카마쿠라로 이사를 가면서 남매와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우도 고로라는 화가 지망생 청년과 시가 쿄조가 그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또한 시가 쿄조는 요모타의 여동생의 아들, 즉 조카로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외삼촌 요모타의 집에서 성장한 뒤 제국대학 법학과를 졸업했으나, 일정한 직업이 없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일종의 모험가라고 했다. 한편 그에게는 코토에라는 이름의 여동생이 있었는데, 요모타가 죽은 뒤에도 줄곧 쇼도지마의 코우노 가에 머물다가 쿄조를 따라 도쿄로 상경한 이후로는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2주 후, 코우노 남매의 어머니 리에코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인은 독극물에 의한 것으로, 리에코가 먹은 초콜릿에 든 스트리키닌[10]에 중독되어 사망한 것. 리에코의 시체가 발견되었을 당시 집안은 전기가 고장나 캄캄한 상태였고, 집 안에는 리에코와 우도, 시즈마와 니지노스케 뿐이었다. 또한 리에코가 죽은 직후 그녀 옆에 놓여 있던, 초콜릿을 넣어 둔 과자그릇이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나 초콜릿에 독약을 넣은 범인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쿄조는 어째서인지 시종일관 아야코의 전보를 받고 카마쿠라로 달려온 유리와 미츠기를 도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11], 그러던 중 아야코는 사건이 일어나던 날 밤 누군가가 코우노 가의 뒷문으로 나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그는 검은 코트 차림에 한 쪽 다리를 저는 절름발이였고, 니지노스케를 발견했을 당시 오사카의 호텔에서 유리와 아야코의 대화를 엿듣다 도주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유리는 자신과 아야코가 세토우치의 바다에서 니지노스케를 발견한 시기와 쿄조의 여동생 코토에가 행방불명된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의문을 품고 코토에에 대해 질문하지만, 어째서인지 코우노 남매는 물론 쿄조와 우도까지 이상할 정도로 코토에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기색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앨범을 확인해 보았지만 그마저도 코토에의 얼굴 부분만 오려낸 상태였기에 얼굴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유리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죽은 리에코가 소일거리 삼아 만들던 하고이타[12]의 그림 속 얼굴이 니지노스케를 그대로 옮긴 듯 빼다 박았다는 것을 떠올리고 그들을 계속 추궁하나, 그 순간 사건 담당인 카마쿠라 경찰의 사법주임 에마 경부가 우도와 니지노스케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알린다. 수색 끝에 일행은 바닷가에 떠 있는 한 척의 보트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바이올린 줄로 목이 졸린 채 쓰러져 있는 니지노스케와, 그 옆에서 바이올린 줄 끝을 쥔 채 죽어 있는 우도를 목격한다. 우도의 사인은 리에코와 같은 스트리키닌 중독이었으나, 그가 어째서 니지노스케를 죽이려 했는지, 언제 어디서 스트리키닌을 복용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결국 이렇다 할 소득 없이 도쿄로 돌아가던 유리와 미츠기는 역으로 향하던 도중 우체국으로 들어가는 쿄조를 목격하고 뒤쫓는다. 그리고 그가 도쿄 센쥬의 스즈키라는 정신병원 앞으로 전보를 보낸 것을 알게 되는데, 두 사람은 그 동안 행방불명으로만 알고 있던 코토에가 그 정신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그리고 코토에를 직접 만나보기 위해 도쿄로 돌아온 다음 날 정신병원이 있는 센쥬로 향하던 두 사람은 선착장 근처에서 19~20세쯤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를 목격하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니지노스케와 꼭 닮은 외모였다.[13] 직감적으로 그녀가 코토에라는 것을 알아차린 두 사람은 그녀를 뒤쫓지만, 유리와 미츠기를 자신을 쫓아온 병원 사람들로 오해한 코토에는 패닉에 빠져 도망치다가 의문의 사내에게 납치된다. 그리고 그는 리에코 살해사건이 일어난 날, 아야코가 보았다는 절름발이 사내였다.

센쥬의 정신병원을 찾아간 유리는 쇼도지마 출신이라는 병원장 스즈키 박사로부터 코우노 가와 시가 가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된다. 코우노 요모타는 원래 리에코의 언니와 결혼할 예정이었으나, 쇼도지마에서 코우노 가 못지 않게 명망있는 가문의 아들인 쿄조의 아버지가 그녀를 두고 요모타와 경쟁한 끝에 결국 그녀와 결혼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자 쪽 집안이 너무 가난하다는 이유로 시가 가 쪽에서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 고민 끝에 요모타는 일종의 의협심에서 그녀를 자신의 여동생으로 만든 뒤 일체의 준비를 갖추어서 결혼을 성사시키고, 자신은 한동안 독신으로 지냈다. 그러나 쿄조의 아버지는 결혼 후부터 점차 아내와 요모타의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혼한 지 불과 9개월만에 쿄조가 태어나면서 그의 의심은 더욱 심해졌고, 점차 부부 사이도 소원해지면서 방탕한 생활에 젖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쿄조의 어머니와 요모타는 이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쿄조의 어머니는 점차 남편에게 환멸을 느끼게 된다. 그 와중에 쿄조의 아버지가 사기 혐의로 수감된 적이 있었는데, 이 때 그를 면회했던 요모타와 쿄조의 어머니는 그제서야 그가 둘의 사이를 깊이 의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요모타의 친구였던 스즈키 박사의 아버지는 이를 보다 못해 요모타에게 그렇게 의심받을 바엔 차라리 결혼이라도 해서 의심을 불식시키라는 취지로 조언을 했고, 이 말에 요모타는 마침 갓 17세가 된 쿄조의 어머니의 여동생 리에코와 결혼한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시즈마가 태어나고 리에코가 유미를 임신하면서 쿄조의 아버지의 의심도 풀렸고, 쿄조의 아버지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일해서 생활해 볼 심산으로 요모타에게 아내와 아들 쿄조를 맡기고 일자리를 찾아 오사카로 떠나 3년 정도 그곳에서 일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는지 3년 뒤 다시 쇼도지마로 돌아오는데, 그 후에 코토에가 태어난다. 문제는 코토에도 오빠 쿄조처럼 열 달이 다 차지 않은 채 태어난 아이였다는 것으로, 이 때문에 쿄조의 아버지는 다시금 자신이 없는 사이에 요모타와 아내가 불륜을 저질러 코토에를 낳았다고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급기야는 코우노 가의 창고에 불을 질러 두 채를 전소시킨 혐의로 다시 체포되어 수감되었다가 옥중에서 목을 매고 자살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쿄조의 어머니도 세상을 떠났고, 그렇게 남매는 코우노 가에서 자라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카마쿠라의 아야코로부터 또다시 유리 앞으로 이변을 알리는 전화가 걸려 온다.[14] 이번에는 시즈마가 독살당하고, 시가 쿄조가 살해 혐의를 쓰고 구속되었다는 것이었다. 당초에는 시즈마가 리에코와 우도를 독살한 범인이라고 동네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받던 상황이었는데, 바닷가에서 그림을 그리던 그가 돌연 바닷가 벼랑 아래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쿄조는 시즈마의 시체를 본 순간 벼랑에서 떨어져 죽은 것이 아니라 이미 죽은 뒤 벼랑 위에서 던져진 것임을 알아차렸고, 죽은 시즈마가 리에코와 우도 때처럼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이었다는 데서 두 사람과 같은 스트리키닌으로 독살당했음을 직감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시즈마의 시체가 발견된 현장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로 졸지에 시즈마 살해 용의자가 되어버렸던 것.

4.1.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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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니지노스케였다. 또한 니지노스케는 처음부터 시각, 청각, 언어장애를 전부 가진 것이 아니었으며, 그는 시가 쿄조의 아버지와 코우노 리에코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었다.

발단은 코우노 가와 시가 가의 악연이었다. 결혼 당초부터 아내와 요모타의 사이를 의심했던 쿄조의 아버지는 코토에를 두 사람이 불륜을 저질러 낳은 아이라고 굳게 믿고, 그에 대한 복수로써 자신도 요모타의 아내를 빼앗겠다는 생각을 품고 리에코와 관계를 가졌다. 그리고 이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니지노스케로, 코토에와 쿄조, 그리고 니지노스케는 배다른 남매였던 것이다. 사실 리에코는 뒤틀린 심성의 소유자로, 평소 남몰래 언니를 질투했고 요모타에게도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쿄조의 아버지가 리에코를 유혹했고 그대로 넘어가면서 니지노스케를 임신하게 된 것. 코토에와 니지노스케의 외모가 마치 쌍둥이처럼 꼭 닮은 것은 이런 이유였다.[15] 리에코가 니지노스케를 임신한 이후 요모타는 사람이 변해버렸고[16], 리에코를 큐슈의 산 속 온천으로 데려가 그곳에서 니지노스케를 낳게 한 뒤 그대로 온천 근처 유랑민들이 모여 사는 부락의 사람들에게 주어 버렸다. 그런데 그 부락에서 살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니지노스케가 3년 전 돌연 쇼도지마로 돌아왔고, 요모타와 리에코는 크게 당황했다. 결국 부부는 창고 깊숙한 곳에 니지노스케의 거처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그를 양육하게 된다.[17]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것이었을 뿐, 리에코는 유미와 시즈마 남매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니지노스케에게 맹목적인 애정을 쏟고 있었다. 사실 니지노스케는 갑자기 쇼도지마에 돌아온 것이 아니라, 코우노 가에 '재앙'을 불러오기 위해 계획적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즉 누구라도 상관 없이 코우노 가의 사람들을 전부 죽이고 일족 자체를 완전히 파멸시키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던 것. 또한 니지노스케는 태어나면서 귀가 멀기는 했지만 눈은 멀쩡했는데, 쇼도지마로 돌아왔을 때는 한쪽 눈을 잃고 의안을 끼고 있었다. 또한 유랑민 부락에 있었을 때부터 독순술을 익혔고 어눌하게나마 말은 할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의사소통이 가능했으나, 쇼도지마에 돌아온 이후 남은 한 쪽 눈마저 멀면서 완전히 맹인이 된 것이었다. 니지노스케가 완전히 맹인이 된 이후 리에코는 그에게 손끝의 감각을 이용한 독순술, 즉 손가락 끝으로 상대방의 입술을 더듬어서 의사소통을 하는 법을 가르쳤다. 니지노스케가 완전히 농아가 아니라 멀쩡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유리가 알게 된 것도 이 독순술과 관련된 스즈키 박사의 증언이 계기로, 스즈키 박사는 코토에가 병원에 있을 당시 때때로 가공의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의 입술을 더듬는 듯한 몸짓을 하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몸짓이 마치 입술의 움직임을 손끝으로 읽으려고 시도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는데, 박사의 이 증언이 유리에게 큰 실마리를 주었다.

한편 여기서 또 문제가 터지고 마는데, 시즈마와 유미는 니지노스케가 쇼도지마에 돌아오기 전 이미 도쿄로 상경했고 쿄조는 방방곡곡을 여행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나, 항상 쇼도지마의 집에만 있던 코토에는 우연한 계기로 니지노스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창고에 갇히다시피 해서 지내는 신세였던 그를 동정하다가 이 동정이 서서히 연애감정으로 바뀌어 가게 된다. 두 사람이 서로 배다른 남매인 줄 모르고 사랑에 빠진 것을 알게 된 요모타는 쿄조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쿄조는 코토에를 타일렀지만 니지노스케가 자신들의 이복 남동생이라는 진실까지는 차마 밝히지 못했다. 결국 그러는 사이에 주변의 반대가 심하면 심할수록 코토에의 마음은 점점 커져갔고 이 때문에 미쳐버리고 마는[18] 바람에 쿄조는 할 수 없이 코토에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이래서 쿄조가 코토에를 도쿄로 데려간 이후 한동안 소식이 끊기는 바람에 행방불명으로 여겨졌고, 이를 기회로 그녀의 존재를 숨기려고 애썼던 것.

그러다 요모타가 죽고 리에코도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는데, 요모타의 공식적인 사인은 심장마비로 되어 있었지만 사실은 독살 가능성이 컸고, 리에코의 다리가 갑자기 불편해진 것도 병이 아니라 독극물 중독에 의한 것이었다. 그제서야 리에코는 니지노스케를 두려워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그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을 버리지 못했고, 참다 못한 쿄조가 그를 죽이려 했지만 리에코가 이를 먼저 눈치채고 쿄조가 도쿄에 상경해 있는 동안 시즈마와 우도를 구슬러서 니지노스케를 산 채로 '수장'시켰다. 그리고 마침 바다를 지나는 여객선에 타고 있던 유리와 아야코가 니지노스케를 발견한 것이었다.[19] 쿄조가 내내 유리를 도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나 우도가 니지노스케를 목졸라 죽이려 했던 것도 일련의 사정들 때문으로, 쿄조의 경우 명탐정으로 이름난 유리가 자신과 코우노 가, 그리고 니지노스케와 코토에 사이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것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 유리가 사건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계속 도발했던 것이다. 그러나 쿄조의 이와 같은 행동은 도리어 참극을 부추기는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20]

그렇게 카마쿠라로 와서 야아코의 저택에 머물게 된 니지노스케는 마침 코우노 가가 아야코의 저택 근처로 이사를 오자 기회를 엿보던 중 코우노 가에서 리에코와 단 둘만 남게 되었을 때 유리 의안 속에 숨겨온 스트리키닌을 초콜릿에 섞어넣어 리에코를 독살하고, 리에코가 죽은 뒤 코우노 가에 모인 사건 관계자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타 놓은 커피잔 중 하나에 몰래 스트리키닌을 넣었다. 이 때 니지노스케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이삿짐들을 놓아 둔 창고방 안에 있었고 경찰이 방 앞에서 감시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다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방의 장지문을 뚫고 손을 뻗어서 커피잔 중 하나에 독을 타는 데 성공하는데, 이 때 커피잔이 다섯 개였기 때문에 여차하면 우도만이 아니라 코우노 가의 다른 사람들이나 쿄조와 아야코, 심지어 유리와 미츠기마저 독에 당했을 지도 모르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하필 그 잔에 든 커피를 마셨던 우도는 얼마 뒤 스트리키닌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사망한 것이었다.[21] 그리고 같은 수법으로 시즈마의 그림 물감과 붓에 스트리키닌을 섞어넣어서 바닷가에 그림을 그리러 나왔던 그를 살해하고[22] 마침 근처에 있던 쿄조에게 혐의를 씌웠다. 그리고 유미의 플루트 마우스피스에 스트리키닌을 발라 죽이려 했으나, 유리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챙겨온 구토 유발제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23] 유미를 죽이는 데 실패한 니지노스케는 순간의 실수로 말을 할 줄 아는 것을 아야코에게 들키자 그녀를 목졸라 죽이려 했으나 유리 일행이 그 자리에 나타나면서 미수에 그쳤고, 코토에와 함께 보트로 도주하려다 자신을 추격하는 일행 속 쿄조의 목소리를 듣고 공포에 질린 끝에[24] 의안 속에 숨겨둔 스트리키닌으로 코토에와 함께 자살한다.

그리고 의문의 절름발이 사내의 정체는 아야코의 공상이 만들어낸 존재였다. 아야코가 처음 니지노스케를 거두겠다고 했을 당시 유리는 그를 거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거듭 경고하면서 수장시킨 사람들이 어디선가 감시하고 있을 지 모른다고 했었다. 그 직후 아야코는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진다며 복도에 나갔다가 절름발이 사내를 보았다고 했는데, 유리는 여기서 직감적으로 그녀가 연기를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25] 그리고 리에코가 살해당하던 날 절름발이 사내를 보았다고 한 이유는 유미에 대한 질투였다. 쿄조와 유미가 자신이 모르는 두 사람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것, 즉 코토에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질투한 그녀가 둘의 주의를 끌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26] 또한 도쿄에서 코토에를 납치한 것은 변장한 아야코의 소행이었다. 그녀는 쿄조에게 온 전보를 통해 코토에가 신쥬의 정신병원에 있는 것을 알고, 남장을 한 채 유리와 미츠기의 눈에 띄지 않게 사람들 틈에 섞여 있다가 두 사람의 눈앞에서 코토에를 유괴해 카마쿠라까지 데려왔던 것인데, 이것도 유미에 대한 그녀의 질투가 근본적인 동기였다. 아야코는 유미를 질투한 나머지 코우노 일가 전체를 미워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니지노스케와 코토에를 꺼림칙하게 여기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코우노 일가와 쿄조, 그리고 니지노스케 사이에 얽힌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던 것이다.
한편 리에코 살해 당시 그녀 옆에 놓여 있던 과자그릇을 숨긴 사람도 아야코였다. 리에코가 먹었다가 목숨을 잃은 문제의 초콜릿은 쿄조가 여행을 다녀오면서 선물로 사 왔던 것이었고 아야코에게도 같은 초콜릿을 선물했었다. 게다가 리에코의 시체가 발견되었을 당시 하고이타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는데, 천성이 영리했던 아야코는 이 피 묻은 하고이타는 단순한 위장일 뿐이고 실은 리에코가 독살당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그래서 초콜릿을 사 온 쿄조가 살인범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과자그릇을 숨겼던 것.

사건이 종결되고 얼마 후 아야코는 쿄조와 결혼한다.[27] 그리고 두 사람과 유미는 함께 파리로 떠난다. 이는 아야코와 쿄조에게는 신혼여행인 동시에, 모든 것을 잊고 성악 공부에 전념하고 싶다는 유미의 의사가 더해져 그녀의 후견인 역할을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5. 미디어화

5.1. 드라마

1978년 TBS 테레비 계열에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로 드라마화되었다. 총 4화로 방영되었으며, 동년에 같은 방송사에서 방영된 신주로 드라마판처럼 각 화 마지막에 원작에는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지 않으나 원작자의 허가를 얻어 각색했음을 자막으로 고지했다.[28]

5.1.1. 원작과의 차이점

5.2. 코믹스

<진주색의 가면(真珠色の仮面)>이라는 제목으로 코믹스화되어 나카요시에 연재되었다.
[1] 당장 작품 도입부에서 관이 바다 위에 표류하는 장면이 나온다. [2] 春陽会. 실존했던 미술인 단체로, 1922년에 설립된 재야 서양화가 단체의 사단법인. [3] 드라마판에서는 평범한 나무관으로 바뀌었다. [4] 유미는 서양의 향수보다 정향 같은 전통적인 향료를 더 선호했다. [5] 즉 니지노스케의 그림 속 인물은 그가 전맹이 되기 전에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 [6] 결혼 자체는 다이도지가 아야코에게 첫눈에 반해 청혼하면서 성사된 것이었지만, 아야코 입장에서는 자산가인 다이도지와 결혼함으로써 몰락한 집안을 되살리려는 의도도 적지 않게 있었다. [7] 부부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고, 다이도지 쪽은 가까운 친척이 없었기 때문에 유산이 모두 아내 아야코의 몫이 될 수 있었다. [8] 쇼도지마는 현재도 일본에서 간장으로 유명한 섬이다. [9] 원래는 요모타가 지은 집으로, 그가 가끔 도쿄에 상경할 때마다 머물던 곳이었다. [10] 마전과 식물속의 종자에 포함된 알칼로이드 성분. 맹독성으로 경련과 경직을 일으킨다. [11] 물론 유리는 쿄조를 다소 성가신 상대라고 생각은 했지만 굳이 도발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12] 하네츠키를 할 때 쓰는 나무로 만든 채. [13] 유리와 미츠기조차 처음 한동안은 니지노스케가 여장한 줄 알았을 정도로 꼭 닮았다. [14] 이 때 마침 유리는 자택을 찾아온 스즈키 박사로부터 사건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증언을 들은 참이었다. [15] 이 설정 때문에 드라마판에서는 니지노스케 역의 배우 나가오 미유키가 코토에까지 1인 2역을 연기했다. [16] 안그래도 쿄조의 아버지의 망상 탓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던 차에 그와 리에코가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변했을 가능성이 크다. [17] 대규모 간장 양조업을 하는 집안인 만큼 십여 채가 넘는 크고 오래된 창고를 가진 코우노 가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8] 작중에서는 정신이 나갔다고 표현했지만 정확히는 조현병 같은 것이 아니라 극도의 우울증이다. [19] 아야코는 자신이 저지른 이 행동 때문에 3명이나 희생시키고 말았다며 자책했다. [20] 우도는 자신과 시즈마가 수장시켰던 니지노스케가 살아 돌아온 것을 보고 상당히 동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죽여 없애기 위해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한 코우노 가의 이삿짐들 속에서 유미의 망가진 바이올린을 발견하고 줄을 걷어내서 이것으로 니지노스케의 목을 조르다 스트리키닌의 약효가 작용하면서 중독되어 사망했다. [21] 이 때문에 유리는 후에 우도의 독살을 두고 이 사건에서 가장 무서운 점이었다고 술회했다. [22] 작중에서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시즈마에게는 붓 끝을 혀로 핥아서 가지런히 다듬는 버릇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 [23] 집안에 임시로 안치되어 있던 시즈마의 시체 옆에서 그의 영혼을 달래려는 듯 장송행진곡을 연주하다가 스트리키닌의 작용으로 중독되어 쓰러진다. 유리는 경찰서에서 쿄조를 데리고 돌아오다가 이 플루트 소리를 듣게 되는데, 플루트가 문제의 이삿짐을 놓아 둔 창고방에 있던 물건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유미에게 위험이 닥쳤음을 직감하고 서둘러 달려가 의사를 불러오도록 지시한 뒤 사전에 챙겨온 구토 유발제를 사용해서 응급조치를 취했다. [24] 유미와 시즈마를 만났을 때 이상으로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니지노스케가 유일하게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상대는 쿄조로, 그가 유리와 아야코 앞에서 그려 보인 '악마'의 얼굴이 바로 쿄조의 얼굴이었다. 또한 그가 정향 향기를 두려워한 이유는 쇼도지마의 코우노 가의 뜰에 정향나무가 심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 향을 기억하고 있던 것. [25] 유리가 니지노스케가 위험하다고 하도 경고하는 통에 그를 놀려먹을 심산으로 연기를 했다는 것을 눈치챘던 것. [26] 사실 아야코는 전부터 유미를 질투하고 있었다. 쿄조와 유미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왔기 때문에 쿄조도 실은 유미에게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 [27] 사실 쿄조는 일정한 직업도, 재산도 없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아야코와의 결혼을 주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큰 돈을 벌어서 아야코의 결혼 상대로 합당한 조건을 갖추기 전까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고, 아야코는 그런 쿄조를 보며 애를 태우고 있었다. 하지만 쿄조의 속사정을 알게 된 유리는 그런 생각은 건전하지 못한, 오히려 낡은 영웅주의일 뿐이며 비록 돈은 없을지라도 그 이상의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했고, 이 말에 용기를 얻은 쿄조는 비로소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28] 신주로와 가면극장 외에도 원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 작품이 원작일 경우는 이렇게 자막 안내를 내보냈다. [29]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드라마판의 오리지널 캐릭터. 원작의 도도로키 경부를 대신하는 인물로 설정상 도도로키의 상사에 해당한다. 다만 도도로키 경부가 아예 안 나오는 것은 아니고, 시즌 2격에 해당하는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에서는 간간이 등장한다. [30] 하코네에 위치한 호수. [31] 원작에서 유리와 미츠기는 도쿄와 카마쿠라를 오가며 사건을 해결한다. [32] 원작에서 등장하는 동명이인인 아야코의 이모 키미에를 대신하는 인물. 이름의 한자도 '深町君枝'로 다르며, 작중 캐릭터도 전형적인 '부잣집의 엄격하고 깐깐한 고참 하녀 내지는 유모' 같은 이미지다. [33] 아야코의 죽은 남편의 여동생. 아야코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역할로, 그녀를 평소부터 못마땅해하던 차에 니지노스케를 데려온 이후부터 살인사건이 연달아 터진 것을 빌미로 아야코와의 대립이 극한에 치달았으나 니지노스케에게 살해당한다. [34] 원작에서 쿄조는 경찰서에 연행되어 유치장에 잠시 수감되었다가 후에 진실을 알아낸 유리와 미츠기의 도움으로 풀려나며, 연행 과정에서 저항은 없었다. [35] 부친의 시기심과 망상 때문에 빚어진 코우노 가와 시가 가의 악연과 잇따른 참극을 자신의 손으로 매듭짓고자 니지노스케를 죽이려 했다. [36] 이 가계도에는 쿄조의 부모를 비롯해 원작에서 아예 언급되지 않았던 다른 일족 사람들의 이름도 명시되었다. 또한 원작에서는 유리와 미츠기가 직접 쇼도지마에 가지는 않는다. [37] 미처 피하지 못한 리에코에게 "내 아이를 낳게 해 주마, 아이를 낳아라!"라고 소리치면서 달려들어 그녀를 겁탈했다. 그 당시 바로 옆에 있던 시즈마는 고작 2세 안팎이었고, 유미는 갓난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