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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6-04 12:25:58

The Mercenaries

1. 개요2. 1장3. 2장4. 3장5. 4장

1. 개요

EVE 온라인의 등장 세력 머서너리에 관한 연대기

2.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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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워프에 성공했지만 조리나는 한동안 눈을 뜨지 못했다. 어둡고 광활한 우주는 아름다웠지만 성간여행은 고된 일이다.
어느 정도 속이 안정되고 안전장치가 해제되자 스카라는 살짝 떨리는 손길로 무장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아트널은 근육질의 팔을 주무르면서 탄띠에 매달린 갖가지 금속제 및 합성플라스틱제 도구들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능숙하게 확인했다. 크랄린은 무기 따위엔 관심도 없는 듯이 창밖을 바라보며 하품하고 있었다. 철의 거인들이 그들의 양쪽을 스쳐 지나가면서 태양빛이 그 선체에 눈부시게 반사되고 있었다.
조리나, 스카라, 아트널, 크랄린 - 각각 갈란테, 칼다리, 민마타, 아마르 출신인 이들은 모두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협상전문가에서부터 순수한 기술자나 폭력전문가까지. 이들은 한동안 같이 일해오고 있었다. 보수는 좋은 편이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스피커가 울리며 함장인 크래자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예정대로 정시에 항구에 정박할 예정이야. 예상했던 교통량이야. 캡슐리어들은 사전에 대비를 하거든. 회복할 시간이 더 필요한 사람은 지금 말해.”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조리나를 쳐다봤 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워프후유증을 보여주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 손을 들어 입을 가렸지만 다른 손을 흔들며 작게 웅얼거렸다. “괜찮아. 고마워.” “물 좀 줘. 고마워. 이제 마지막 일을 해보자고.” 그녀는 슬쩍 주머니에서 알약 하나를 꺼내 입에 넣으며 화상스크린으로 몸을 돌렸다.
화상이 스크린을 채웠다. 숱이 많은 머리칼과 짙은 눈썹에 울퉁불퉁한 얼굴을 가진, 어딜 봐도 행복할 권리가 없어 보이는 웃기는 인상의 살집 좋은 사람의 모습이다.
“샤혼 아사라는 녀석이야.” 크래자가 스피커를 통해 말했다. “과거가 꽤나 화려하지. 머저리같은 산샤들 처리 전문인 아마르 해군 최고의 미션 코디네이터 중 하나라네. 캡슐리어들이 꽤 좋아하는 녀석이로군.”
샤혼의 영상이 사라지고 우주 스테이션의 그림으로 바뀌었다. 구리스타 스테이션이다. 창문을 통해 저 멀리 반짝거리는 실제 스테이션의 확대된 영상이다. “산샤는 변한 게 없어. 그저 총부리 앞에 몸을 내던지는 짓거리만 하고 있지. 아마르한텐 안된 일이고 우리한텐 잘된 일이지만, 모든 해적이 저렇게 멍청하게 세뇌된 건 아냐. 산샤 친구 구리스타가 샤혼에게 어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했대. 샤혼이 구리스타에 붙어서 아마르 해군의 전술을 죄다 누설해대면 아마 구리스타에선 평생 은인으로 여기겠지. 시중이나 들라고 쌔끈한 산샤 노예를 붙여줄지도 모르지.”
“위험한 발상이군.” 크랄린이 창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멍청한 거지.” 스피커에서 대답이 흘러나왔다. “해군에서 이런 일을 대비하지 않을 리 없거든. 뇌물을 꽤나 먹여서 빠져나왔겠지만. 돈보다는 사상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어.”
“상관없잖아?” 아트널이 반은 고정용 핀을 닮고 반은 톱니 모양의 칼을 닮은 금속덩어리를 만지작거리며 으르렁거렸다.
“협상할 기회는 없을 거야.” 조리나가 그를 무시하며 한숨 쉬듯 말했다.
“예정대로라면 말이지” 크래자가 대답했다. “그자가 잠적하기 전에 우리가 찾아낸 게 기적이지. 난 아직도 그자가 이런 스테이션에서 뭔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돼. 어떤 첨단제품이라도 사 모으려고 기다리는 걸까나. 어쨌건 오래 있진 않을 거야. 여긴 구리스타 최전방 스테이션 중 하나라고. 뭐 덕분에 우린 자유롭게 도킹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샤혼이 제 몸 지킬 수단은 마련해 놨다고 봐야 할 거야. 그러니까 제군, 제발 해군이 그 녀석을 온전하게 생포해 오라고 한 걸 기억해 줘. 지난 번처럼 망치지 말고.”
“그건 실수였어.” 스카라가 말했다.
“실수라고? 머리를 날려버린 건 너잖아.” 크래자가 말했다. “진정하자구. 그리고 제발 아무나 잡아 죽이지 마라. 너도 저 스테이션에서의 법칙은 잘 알잖아.”
“난 정말 믿을 수가 없어.” 스카라가 장전되지 않은 총을 아트널에게 겨눈 채 가늠자를 조정하며 말했다. “살인이 허가되지 않는 해적 스테이션이란 걸 대체 어떻게 운영하는 거지?”
“규율이지.” 아트널이 스카라에게 그 금속덩어리를 마주 겨누며 말했다.
“해적들한테 규율이라고?” 스카라가 물었다.
“사람이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살기 위해선 어떤 짓이라도 할 테니까.” 아트널이 말했다.
“뭐 별로 힘들이지 않아도 사람들을 반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크랄린이 태연하게 말했다. 아트널은 크랄린을 힐끗 보았지만 대꾸하진 않았다.
“그런 게 아냐.” 약간 혈색이 돌아온 얼굴로 크랄린과 아트널을 번갈아 노려보며 조리나가 근엄한 말투로 말했다. “해적이건 아니건 간에 뭔가 돌아가게 하려면 통제가 가능해야 해. 항상 갈등이야 있기 마련이지만 그걸 해결해야 하는 거야. 모든 갈등은 어쨌건 해결될 수 있어. 죽지만 않는다면.” 그녀는 물을 한 모금 더 마시고는 덧붙였다. “여기 오면서 이 스테이션의 규칙을 봤는데, 감사관이 인타키 신디케이트 출신이야. 그 작자들은 미친 짓을 제어하는 일에는 이골이 나 있지. 우리가 시민을 죽이면 엄청난 서류작업에 휘말리게 될 거야. 샤혼은 코빼기도 못 보게 되겠지. 게다가 경비병을 죽인다면 그야말로 큰일이야. 샤혼이 우리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면 그런 일은 벌이지 말자구.”
스카라가 총을 장전하는 찰칵 소리가 작은 방에 울려 퍼졌다. 조리나가 뭔가 말하려 했지만 그 때 조종사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승객여러분. 이 배는 곧 도킹합니다. 안전벨트 단단히 채우시고 정신줄 꼭 붙드세요. 나중에 물건이 준비되면 태우러 올게요.”
관측창 밖으로 수천 개의 불빛이 깜빡거리는 거대한 스테이션이 보였다. 배는 점점 다가가서 스테이션의 커다란 입 속으로 삼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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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스타 스테이션 치고는 이 스테이션은 꽤나 깔끔했다.
조리나는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여 보안 검색대와 그리즈 팜을 무난히 통과했다. 나머지 팀원들은 번화한 상가를 어슬렁거리며 각자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우주는 무한하지만 빼곡한 무기들이랑 다른 용병들이 가득한 좁아터진 우주선 객실에서 그 우주를 여행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지나치게 열심인 노점상들이 만들어내는 상가 소음은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구리스타가 대놓고 그 구역을 순찰하고 다니면서 사소한 다툼들을 해결하곤 했기에, 상인들은 대체적으로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가격은 대체로 양호했다. 응결식품이나 갖가지 색의 합성음료, 기타 일반 생활필수품들이 무법지대로 팔려나가고 있었다. 가끔씩 휴대용 무기나 마약류를 판다는 자랑스럽게 번쩍이는 광고문을 내건 진열대도 보였다. 이런 가게에서는 독특한 냄새가 난다. 자극적인 땀 냄새, 마른 파우더와 요상한 화학물질, 그리고 금속과 피의 날카로운 냄새들이다. 피하 임플란트에서 반자동 공격로봇까지 보다 복잡한 기계류도 살 수 있지만 3차원 카탈로그를 나눠 주는 상인들한테서만 구입할 수 있다. 그 카탈로그는 조그만 씨앗 같은 모양인데, 손바닥 위에서 펼쳐지며 당신이 선택한 치명적인 물품의 회전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변덕이 죽 끓듯 하지만 어쨌건 돌아가긴 한다. 스테이션 지역은 넓은 데다 창문과 간접조명들이 박힌 천정으로 덮여 있어서 우주에서는 흔한 폐쇄공포증을 방지할 수 있었다. 노점이나 창고, 전자카트의 앞은 거래하려는 사람들의 대화로 북적거렸다. 혼돈과 무질서의 틈에서 재잘거리며 거래하는, 꽤나 위험한 공동체이다. 질서를 유지하려는 누군가의 감시 하에서, 자기 자신의 파괴적인 요소들에 끝없이 적응해가야 하는 환경이다. 크랄린은 여길 관리하는 사람이 누구건 간에, 아무 말썽 없이 비즈니스를 끝내고 조용히 떠날 수 있기를 바랐다.
조리나가 다가오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옅은 미소를 띠면서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요령 있는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왔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는 일할 때가 됐다는 걸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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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배럴’ 바는 꽤 넓었지만 단골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고 있었기에 팀 멤버들은 눈에 띄지 않고 쉽게 녹아들어갈 수 있었다. 개인주의와 완벽한 중앙 집중적 쾌락주의를 뽐내듯, 구리스타 취향에 맞게 변형된 칼다리 문양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스틸 배럴은 단층구조였지만 여러 군데에 복층 형태로 둥글게 올라간, 십여 명이 둘러앉을 수 있을 만한 크기의 개인 플랫폼들이 있었다. 그 플랫폼들은 안락한 소파와 마실 것들로 가득했고, 방음필드와 침투방지실드가 둘러쳐진 데다가 성질 급한 덩치들이 팔짱을 낀 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스카라가 플랫폼 소파 위에서 한 손에 술잔을 든 채 빈둥거리면서 험상궂은 웃음을 짓고 있는 그 중년 남자를 찾아냈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른 곳을 찾고 있던 팀 멤버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들은 가능한 눈에 띄지 않게 사람들 사이를 움직여 샤혼에게 다가갔다.
조리나가 먼저 나서서 보디가드 중 한 명에게 말을 걸으려 했지만, 그들은 말없이 옆으로 비켜섰다. 열렸던 입을 다문 채 그녀는 팀원들과 함께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샤혼은 그들에게 잔을 들어 보이면서 짙은 미소를 보냈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곳에는 샤혼 외에도 각 제국 출신 사람들이 한명씩, 헤드셋을 쓴 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머리 위의 홀로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아무도 그들이 나타난 걸 눈치 채지 못한 듯했다. 아니, 무시하는 듯했다.
성급한 조리나의 어깨를 살짝 밀어내며 크랄린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리와 함께 좀 가시죠.”
샤혼은 마지막 모금을 들이키고는 웨이트리스에게 잔을 건넸다. 그리고는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뒤로 기대며 천정을 바라봤다. 그의 일행 중 한 명이 일어나서 비틀거리며 바 쪽으로 가서는 술을 한잔 받아들고는 근처 자리에 등을 돌리고 걸터앉았다.
스카라가 으르렁거렸다. “사실 여기 몇몇 친구들은 무척이나 당신을 죽이고 싶어 하고 있으니까, 얌전히 우릴 따라오는 게 좋을 거요.” 크랄린이 덧붙였다. 샤혼의 일행들이 사뭇 긴장한 표정을 보였지만, 여전히 자리에 앉아서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아나?” 약간 분명치 않은 발음으로 샤혼이 물었다. “이 스테이션에 말이야. 더 정확하게는 왜 이 훌륭한 소파 위에서 술이나 마셔가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 건가 하는 거지. - 아, 고마워요. 아가씨.” 웨이트리스가 건네주는 새 술잔을 받으며 말했다. “술에 대해서나 당신 패거리 따위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여기 이 곳...” 그는 천정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어 바닥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스테이션은 나도 잘 알지.” 그는 마지막으로 크랄린을 가리키며 장광설을 마쳤다.
“머리에 총알 한 방 먹여주면 입을 다물겠지” 스카라가 말했다.
“니가 왜 여기 있는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왜 아직도 경비원들을 부르지 않을까 궁금해 하며 크랄린이 샤혼에게 말했다. 샤혼의 곤드레만드레인 경호원들 따위는 걱정거리도 되지 않았지만, 의례히 이쯤에서 싸움이 벌어지곤 했다. 스카라가 아드레날린과 흥분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샤혼이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사실 그게 중요해. 아주 중요하지. 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거든. 곧 떠날 생각이었는데... 이 패키지가 방금 도착했거든.” 그는 패키지라는 단어를 음미하듯이 강조하며 말했다. “누군가 내 뒤를 밟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 그게 당신들인가 보군.” 그는 다시 한 입을 들이켰다.
크랄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샤혼은 천천히 등을 기대며 말했다. “그래서 내 패키지를 시험해보기로 했지. 아마도 꽤 효과가 좋을 거야.”
마침내 샤혼 패거리 중 한명이 일어나서 느릿하게 샤혼에게 다가갔다. 거대한 근육질의 칼다리 사내였다. 그는 샤혼과 팀원들 사이에 서서 팔짱을 낀 채 씩 웃었다.
“내 패키지 중 하나야.” 샤혼이 말했다.
그 칼다리 경호원이 스카라에게 윙크를 날리며 말했다. “이봐, 예쁜이. 내 레이븐에 타볼래?”
아트널이 발을 구르며 그 경호원에게 달려드는 스카라를 붙잡아 말렸다. “저 얼간이가 전함가지고 농담따먹기 못하게 해.” 아트널은 스카라를 꼭 잡은 채 으르렁거렸다.
크랄린이 샤혼에게 말했다. “당신 정말로 우리가 이 근육덩어리를 상대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쇼?”
샤혼은 갑자기 또렷해진 목소리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니, 아마 가능하겠지. 하지만 미끼를 덥석 무는 걸로 봐선 머리를 쓰는 일엔 젬병이로군.”
숨이 멎을 듯한 다음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하고 아드레날린이 팀원들의 혈관을 돌기 시작하면서 몇 가지 사실이 명확해졌다. 우선 침투방지필드가 눈에 띄게 짙어져서 외부 사람들이 안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바 쪽으로 갔던 남자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채 꽤 오랫동안 팀원들에게 등을 돌리고 서있었다. 또한 간간이 감각의 끝부분에서 미약하게 들려오던 붕붕거리는 소리가 이제는 분명하게 들렸다.
팀원들이 총을 꺼내들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바에 서있던 남자가 양팔을 벌렸고, 초소형 드론들이 공중으로 쏟아져 나왔다. 채 한 발도 쏘기 전에 모든 팀원들은 드론들에 둘러싸여서는 엄청난 전기충격을 받았다. 조리나는 금세 쓰러졌고, 크랄렌도 곧이어 쓰러졌다. 아트널은 무릎을 꿇은 채 정신을 차리려 애썼지만 다른 드론들이 금세 달려들었고 그마저 엎어졌다.
놀랍게도 끝까지 남아있던 건 스카라였다. 피가 배어나오도록 입술을 꽉 깨문 채 첫 충격을 떨쳐내고는 다른 드론들을 피해가며 샤혼에게 달려들었지만, 그 와중에 칼다리 경호원을 놓쳤다. 그 경호원은 스카라가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커다란 주먹을 들어 스카라의 얼굴을 내질렀다. 그녀는 얼굴이 떨어져나가는 듯한 충격을 받고는 바닥에 구겨지듯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3. 2장



그들은 고통으로 혼미한 정신 속에 감옥으로 끌려갔다. 강화합금으로 된 창살 밖으로 뭔가에 몰두한 경비 한 명이 얼핏 보였다.
경비병은 그들이 깨어난 걸 보고는 걸어서 다가왔다. 그는 주어진 일을 즐기는 타입의, 어딘지 모르게 짓궂은 분위기를 띤 단정치 못한 젊은이였다.
“우리 혐의는 뭐고 얼마나 여기 있어야 하죠?” 크랄린이 그에게 물었다.
“공공소란죄에 아마도 납치죄가 포함될 겁니다. 듣기로는 꽤 오래 있어야 할 거 같던데요.” 경비가 계속해서 말했다. “기다릴 때 그 여자 쓸모 좀 있겠는데요.”
그들이 성난 눈빛으로 쏘아보자 그는 히죽거렸다. “농담이에요. 우린 야만인들이 아니에요. 조사가 끝나면 인도해 드리죠.”
경비는 말을 거기서 끝내는가 싶더니 조리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봐요. 당신... 아, 아니에요.” 한참 후 말을 꺼내는가 싶더니 웃으면서 자기 이마를 쳤다. “이거 믿을 수 없군요. 당신 조리나잖아요! 예전에 영화배우로 꽤 날렸었던. 와우, 내 감옥 안에서 당신을 만나다니.”
“음... 맞아요.” 조리나는 재빨리 덧붙였다. “만나서 반갑네요. 상황은 좀 마뜩찮지만요.”
“당신 영화는 다 봤어요.” 경비가 열띤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정치계에 뛰어들기 전에 출연한 불법 동영상들까지도요.”
조리나는 미소를 지었고, 나머지 팀원들도 그 미소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그녀는 창살 쪽으로 걸어가서 손을 얹으며 말했다. “내 팬을 만난다는 건 행복한 일이죠. 이곳은 맘에 들지 않지만요. 여기서 빨리 나갈 수 있는 방법 좀 없을까요? 당신이 손 좀 써줄 수 없어요?”
경비가 윙크하더니 말했다. “예전에 영화에서 당신은 이렇게 말했었죠.” 그는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흉내 내며 말했다. “간수님. 당신 생각을 바꿀 수만 있다면 치마라도 올리겠어요.”
그녀는 창살을 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당신과 일찍 풀려날 수 있는 적법한 방법에 대해 얘기할 수 있길 바랐는데요.. 갈란테식 정치 같은 것 말이죠.” 그녀는 나머지 팀원들을 가리켰다. “이 사람들과 너무 오래 같이 갇혀있었어요.”
크랄린을 비롯한 다른 팀원들은 그녀의 연기를 즐기면서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계획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감옥에서 빨리 나갈 기회는 이것밖에 없었다.
조리나는 살짝 몸을 기울이고는 경비를 마주보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감옥에 갇혔다는 말이 새어나가는 것도 달갑지 않네요.” 둘은 무언의 뭔가를 주고받는 듯하더니 그녀가 덧붙였다. “여기 감시카메라는 없는 것 같네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순간 경비의 눈이 빛나는 듯했다.
그는 감옥 문으로 천천히 다가와서는 열쇠를 꺼내들고 말했다. “좋아요. 내 앞으로 와서 내 지시에 따르세요. 다른 사람은 움직이지 말아요. 지금 환자 한 명의 상태를 점검해 보는 거니까, 다른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꽤나 곤란해질 줄 아세요.” 그는 열쇠를 열어 조리나를 나오게 한 다음 문을 다시 잠갔다. 곧 그 둘은 어딘가로 나갔다.
조금 후 조리나가 헝클어진 머리와 풀어진 옷차림을 한 채 돌아왔다. 그녀의 뺨에는 벌건 멍 자국이 있었다. 그녀는 경비의 열쇠를 주머니에서 꺼내서는 감옥 문을 열어젖혔다.
“정치 좀 했나?” 아트널이 감옥 문을 나서며 말했다.
“원하던걸.” 그녀는 짧게 툭 대답했다.
“그놈은 어디 갔어? 묶인 채 정신을 잃었나?” 크랄린이 물었다.
“그랬어야 했는데.” 조리나가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독약은 항상 지니고 있었어. 그놈이 알아차리고는 날 패기 시작하더라고. 어쩔 수 없었어.”
아트널과 크랄린은 순간 멈춰 서서 그녀를 바라봤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알아?” 크랄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 없어. 여기서 빠져나갈 계획이 하나 있어. 경비실에는 카메라 모니터가 있었는데, 이 감방에는 숨겨진 폐쇄형 감시카메라가 붙어 있더라구. 폐쇄형이라 그 경비 빼고는 아무도 못 봤을 거야. 아마 경비시스템이 어딘가에서 이 스테이션 중앙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을 텐데, 들키지 않고 그 곳을 찾아내면 샤혼을 찾아내서 빠져나갈 수 있어. 저녁 교대시간이라 괜찮을 거야.”
“위험한 계획이군. 우린 무기도 없는 데다 보디가드 네 명도 붙어 있다고.” 아트널이 말했다.
“경비 한 명을 죽이고 탈옥한 게 들통나면 눈이 뻘게서 우릴 쫓을 거야. 도망갈 시간도 없을 거라고.” 조리나가 말했다. “이러고 싶진 않았지만 이젠 어쩔 수 없어. 임무를 포기해서 명성에 흠집을 남긴데다 돈까지 잃는 거 빼고, 다른 좋은 생각이 있으면 얼른 내놔봐. 없으면 내 계획대로 해.”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그녀는 경비시스템을 찾아 나섰다. 곧 다른 팀원들도 그녀를 따라갔다.
여러 복도를 지나던 중에 스카라가 조리나를 따라잡고는 속닥거렸다. “그럴 줄은 몰랐지만 어쨌거나 잘했어.”
조리나는 미소를 지었다.
몇 번 모퉁이를 돈 후 스카라가 부끄러운 듯 말했다. “섹스는 어떻게 피했어?” 조리나의 미소가 부자연스러운 웃음으로 변했다.
조리나가 말했다. “내 등에 난 상처를 봐야 할 텐데.” 스카라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들은 감시실이라고 적힌 문에 도착했다. 조리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카라에게 말했다. “그놈 정말 정치적이더라고. 부끄러운 일이지.” 그녀는 아트널을 돌아보며 전자열쇠를 건넸다. “그 경비 열쇠야. 아직 유효할 때 써먹고 싶지?”
“물론이지.” 아트널이 대답했다. “너희 둘이 얘기하는 거 일부러 들으려 한 건 아니지만, 크랄린과 내게 계획이 있었어. 구리스타 경비시스템은 내가 잘 알거든. 크랄린이 알고 있는 건... 음... 그러니까...”
“모함하는 거지." 크랄린이 조용히 말했다. 두 여자는 잠시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아트널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약간 시간을 더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크랄린이 물어봤다. “너 몸에 상처 많이 났어? 방 안에 둔기 같은 거 없었어? 날카로운 거라든지.”
조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상처는 없어. 둔기 같은 건 몇 개 있었어. 두 번 다시는 쥐고 싶지 않은 것도 있고. 펜같은 예리한 것도 아마 있을 걸. 책상서랍에 권총 같은 게 있을지도 몰라. 제일 가까운 걸 움켜줬었거든. 그 놈이 살인자라고 외치는 바람에.”
크랄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트널에게 말했다. “여기서부턴 네가 할래?”
“그래” 아트널이 대답했다. 크랄린은 감옥이랑 그 경비의 사무실을 향해 돌아갔다.
아트널은 두 여성을 돌아봤다. “스카라. 저 방에는 아마도 경비 두 명이 있을 거야. 들어가서 경비가 울리기 전에 죽이지 않고 제압할 수 있겠어?”
스카라는 씩 웃었다. “일도 아니지.” 비폭력주의는 그녀의 혐오 대상이었다. 조리나까지 폭력을 쓴 마당에 그녀에게 폭력을 허가한다는 건 그녀의 혼돈으로 가득 찬 생활에 한 줄기 평화를 부여하는 것과도 같은 기회였다. 아마 그녀에게 일을 맡기면 더 큰 말썽이 생겼을 게 분명했다.
“좋아.” 아트널이 말했다. “내 신호에 따라.” 그가 전자열쇠를 꺼내 끼워 넣고는 속삭였다. “지금이야!”
문이 열리자 아트널과 조리나는 시야 밖으로 몸을 숨겼다. 스카라는 순간 돌변한 모습으로 열린 문 앞에 섰다. 늘 독 품은 가시처럼 잔뜩 도사리고 있던 그 작은 몸뚱이가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스카라에게 그녀는 갑자기 자라버린, 불안하고 길 잃은 어른처럼 보였다. 그녀는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갔고, 문이 닫히기 전에 나머지 둘이 들을 수 있었던 마지막 말은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였다. “안녕하세요? 길을 잃었는데,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난 것 같...”
몇 분 후 문이 다시 열리고 스카라가 웃으며 나왔다. “도킹하는 것만큼이나 쉽구먼. 어서 들어와.”
그 방은 꽤 컸다. 감시 목적뿐만 아니라 일종의 창고 역할도 하고 있었다. 화상 스크린과 제어판 외에도 상자랑 금속쪼가리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구석에는 철제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고, 그 위에는 마인드 클래쉬 게임용 카드가 놓여 있었다. 두 남자가 테이블 옆 잘 보이는 곳에 손과 발이 자신들 옷으로 묶인 채 널브러져 있었고, 눈도 무언가로 가려져 있었다.
아트널이 그들 눈 앞에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한숨을 쉬며 씩 웃었다. “장님을 만들어놨구먼.”
“깨어날 때를 위해서지.”
“왜 하필 이 작자들 속옷으로 눈을 가려논 거야?”
스카라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쓸 만한 게 있어야 말이지.”
“다음부턴 청부살인 목표는 네가 맡아라. 필요한 장비는 내가 다 줄게. 너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아트널이 말했다. “어쨌건 이건 특종이구만. 메인 시스템과의 연결 문제로 구리스타 내부의 정보보안은 늘 좀 느려. 보안장치가 있긴 하지만 12시에만 작동하는 거야. 그 때 뭔가를 알아차리면 난리가 나는 거지. 그 때까지 몇 가지 정보를 좀 바꿔놓으면 우린 안전해. 우선 수감자 등록정보를 조작해서 스카라를 민마타인으로 바꿔놔야겠어.”
“이봐!”
“간수를 때려눕힌 조그만 여자가 우리 팀에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하게 하려는 거야.” 아트널은 또 다른 전자 카드키를 주머니에서 꺼내고는 화상 스크린 제어판 앞에 앉아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얕은 숨소리를 뱉으며 얼굴에 핏줄이 서도록 스크린에 집중하기 시작했기에 아무도 더는 간섭하지 않았다.
한참 후 크랄린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아트널이 물었다. “다 해치웠어?”
“다 됐어. 아무도 모를걸.”
“멋진데.” 조리나가 말했다. “너희 둘만 재미보고 있네. 같이 좀 즐기자.”
“잠깐만.” 아트널은 말하고는 몇 분간 더 작업에 열중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이럴 땐 방해하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돌아앉으며 말했다. “다 끝났어. 좀 흉하지만 이제 범인은 민마타인이야.”
“문제없어?” 크랄린이 물었다.
“어렵지 않았어.” 아트널이 대답했다.
“샤혼은?”
“샤혼은 아직 스테이션에 있어. 그 네 놈들은 그녀석이 보디가드로 고용한 거네. 게다가 그놈들 뿔뿔이 흩어져 있어. 각자 볼일들 보고 나서 오늘 늦게 떠날 예정이라는데? 혹시나 싶어서 우리 정보를 역추적하지 못하게 막아놨어.” 그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덧붙였다. “게다가 구리스타가 저장해 둔 우리에 대한 정보도 좀 조작해놨지. 우린 이제 죄 없는 사람들이고 게다가 구리스타 해결사 역할도 꽤 열심히 해 온 거라고. 잘된 일이야. 아까 보니까 우리에 대해 나도 몰랐던 정보까지 기록되어 있더라고.”
“샤혼 패거리를 찾는 사람들은 없어?” 조리나가 맘속에서 일어나는 음침하면서도 행복한 의구심을 안은 채 물었다.
아트널은 씩 웃었다.
크랄린이 말했다. “그 녀석들은 구리스타 감옥에 침입해서 경비를 때려눕히고는 재판을 기다리던 죄 없는 수감자들을 납치하려 했다가 실패한 거야.”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결국엔 경비를 살해한 거지. 증거는 널렸어.”

4.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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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 중 하나가 죽었군요. 게다가 난 누가 죽였는지 알고 있소.”
스테이션 감사관은 방 맞은편에 서 있는 여자를 노려봤다. 그녀는 몸짓마다 오만하고도 한가한 기운을 뿌려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형적인 갈란테인이었다. 그녀는 그보다 나이 들어 보였지만 나이치고는 꽤 매력적이었다.
“당신은 수감자 중 하나였는데 내 경비들 틈을 용케 빠져나왔구먼.” 그가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말해 보시오.”
“우리를 공격한 자들, 당신이 스테이션에 착륙허가를 내 준 그 자들이 우릴 끝장내려고 했어요. 그자들이 감옥으로 와서 우릴 없애려고 했지만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죠. 불행하게도 당신 경비는 실패했고요.”
“그게 사실인지는 곧 알게 될 거요.” 감독관이 책상 위의 홀로그램 비디오 패널에 뭔가를 입력하면서 말했다. “당신을 다시 감옥에 보낸 후 편하게 내 일에 몰두하면 안 될 이유가 있소?”
그 여자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살짝 긴장했지만 그녀는 머리 위로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군인아저씨. 난 비무장이라구요.” 계속 다가오는 그녀를 살펴보며 그제야 감독관은 그녀가 다쳤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화장이라고 여겼던 건 붉은 멍 자국이었고, 얇게 펴 바른 치료제가 아직 약효를 발효하지 못한 듯했다.
“그들이 한 짓이오?”
“더한 짓도 했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어쨌거나 살아남았죠. 우리 좀 보세요. 우리가 뭘 할 수 있었겠어요.”
그는 마침내 입력을 완료했다. 데이터 시드가 열리며 디지털 정보가 책상 위에 마치 꽃잎처럼 펼쳐졌다. 그녀는 그가 다 읽을 때까지 조용히 서서 기다렸다.
마침내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왜 이걸 허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오?”
그녀는 책상으로 다가와 팔꿈치를 책상에 기대며 앞으로 몸을 숙였다. 팔꿈치가 눌리며 하얗게 변해갔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몸을 훑어 올라가며 얼굴로 향했다. 어떤 부분은 너무 가까웠고 너무도 좋은 냄새가 났다.
“예전에도 수없이 했었던 일이죠.” 그녀는 차분한 톤으로 말했다. “제국이건 해적이건 우리가 법 집행을 도와 왔다는 걸 봤을 거예요. 일처리를 믿을 수 있다는 것도요. 당신 부하들보다 우리가 훨씬 믿음직하고 조용하게 처리할 수 있어요. 주민들은 아마 당신이 폭로하기 전까진 눈치도 못 챌 거예요. 그래도 충분하지 않다면.” 그녀가 조용히 덧붙였다. “뭐, 보시다시피 갈란테인에게 한계란 없죠. 내가 원하는 걸 못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감사관은 한동안 그녀를 응시했다. “내가 본 바에 의하면 아니요.” 마침내 그가 말했다. “6시간 후에 경비병을 파견하겠소. 그 전에 그 작자들을 찾아서 내게 데려오시오. 그렇게 해준다면 당신들은 자유롭게 이 스테이션을 떠날 수 있을 것이오. 우리에겐 감사한 일이지.”
“우리한테도 감사한 일이예요. 곧 뵙죠.” 그녀는 손키스를 날렸다. 그는 그녀가 들어오던 때처럼 천천히 걸어 나가는 걸 바라봤지만 그녀의 등에 흐르는 진땀이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는 건 눈치 채지 못했다.
***
축복받은 성공과 자살행위 같은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현란한 흉터들이 화려한 그 남자의 삶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예를 들어, 그가 진땀 빼며 만들고 있던 소형 EMP 폭탄은 성공적으로 작동할 수도 있지만, 그에 반해 시험 과정이나 실제로 사용할 때 수많은 오작동과 실패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는 전도체 젤과 절연체로 조심스레 전선을 코팅해서 폭탄에 납땜질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이런 건 밥 먹듯 해왔던 일이다.
주변은 휑뎅그렁했다. 스테이션 중앙부의 산업단지 근처에 위치한 빈 창고 건물이었는데, 통행로와는 꽤 떨어져 있었기에 아무도 그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지 알아채지 못 할 것이다. 플라스틱제 작업대와 의자, 발전기, 폭탄 시험을 위한 분석 장비들, 그리고 스테이션 컴퓨터를 해킹할 때 쓴 휴대용 콘솔이 시멘트 바닥 위에 깔아 놓은 플라스틱 방수포 위에 널려있었다.
그는 콘솔의 깜박이는 스크린을 보며 납땜기를 내려놓고는 한숨을 지었다. 여기서 두 가지 일을 해야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스테이션 컴퓨터를 해킹해서 그의 팀이 스테이션에서 떠날 수 있도록 출항허가를 받아놓은 것이었다. 탈출 루트가 임무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두 번째는 그들이 곤욕을 치렀던 드론들을 처리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복수를 위해서.
그는 콘솔 쪽으로 몸을 돌리고는 얼마간 작업을 진행했다. 스피드와 집중력, 그리고 임기응변이 필요한 복잡한 일이었다. 구리스타 자체 시스템은 이 우주에서 가장 해킹하기 까다로운 것들 중 하나였고, 제국의 시스템에도 광범위하게 촉수를 뻗고 있었다. 요령이라 하면 이 까다로운 짐승을 직접 건드리지 않고 자신에게 직접 다가오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인근의 버려진 채광식민지의 보안이 허술한 방송시스템을 이용해서 엄청난 양의 가짜 정보들을 흘려 넣었다. 시시껄렁한 엉터리 정보들이었지만 구리스타의 정보망이 관심을 갖고 나중에 분석하기 위해 저장해 둘만한 센스는 있는 것들이었다. 그 정보들 사이에 어떤 함선이 스테이션에서 떠날 수 있게 해달라는 매우 정중한 요청이 끼어들어가 있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구리스타 시스템으로 집어넣는 지겹게 긴 시간을 보내던 중에, 그는 EMB 수류탄의 전선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심장이 멈출 듯 놀랐다. 그는 천천히 전선을 내려놓고 머리 뒤에 깍지 낀 손을 얹으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콘솔에서 프로그램 종료를 알릴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 노예해방운동을 할 때에는 두 가지 방법을 썼었다. 콘솔을 사용하는 깔끔한 방법과 이 폭탄을 사용하는 지저분한 방법.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는 지저분한 방법을 훨씬 더 좋아한다. 그게 민마타의 영광을 위해 싸우는 대신 이 용병단에 가입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수입 중 일부를 떼어 내어 지하세계의 친구들에게 건네주면, 그들이 알아서 같은 종족 노예들을 해방시키는 데 써줄 것이다. 이것이 어딘가 시궁창에 처박혀 죽어갈 목숨 하나가 한 손에 깃발을 들고 다른 한 손엔 총을 들고 죽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에게는 이런 게 바로 민마타 종족이다. 아무리 이단적인 상황이라 해도 기회를 보면 달려들어야 하는 법이다. 최선을 다해서.
그는 씩 웃고는 책상으로 돌아가 다시 일에 몰두했다. 30분쯤 후에 그는 이론적으로는 완벽히 작동하는 EMP 수류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시험장비 옆에 수류탄을 조심스레 내려놓고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동시켰다.
시험장비는 전원이 나가버렸고 아트널은 멀쩡했다. 수류탄은 훌륭히 작동했다.
실실거리던 웃음이 점점 커져 너털웃음이 되었다. 한참 후 책상 위를 보던 그는 EMP 파가 콘솔도 망가뜨려버렸다는 걸 겨우 알아차렸다.
***
어떤 이들은 하수구를 걷는 반면 어떤 이들은 성당 건물을 가로질러 간다. 한때 아마르 종교와 깊은 연관이 있던 크랄린은 양 쪽 모두에 익숙하다. 이런 배경은 아무도 모르게 재빨리 움직이고 싶을 땐 방해가 되지만, 조용히 걷고자 할 때엔 꽤 좋은 상황을 만들어준다.
해적이나 용병들이 무신론자일거라는 건 흔하지만 잘못된 선입견이다. 물론 독한 녀석들은 형이상학적인 일에 시간을 뺏기진 않겠지만, 이런 해적들 뒤로 과거의 희생자들의 자취만 따르는 건 아니다. 어둠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삶에 의지하거나 엮여서 살아가고 있다. 숨겨진 채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한 삶들이지만, 언젠가 영원히 벗어나고픈 희망들을 안고 사는.
그들의 숨겨진 믿음이 드러나지 않을지는 몰라도 불타오르기 시작하면 거세게 빛날 것이다. 이런 믿음의 구심점을 찾아내는 게 변수였다.
크랄린은 스테이션을 가로지르며 몇 개인가 교회를 방문했다. 교회들은 같은 믿음을 지닌 신도를 따뜻하게 환영해 주었고, 정말로 독실한 신자들을 어디 가면 찾을 수 있는지도 가르쳐 주었다.
정보에 따라 그는 빈민지역의 몇 가정을 방문해서 부모들을 만났고, 거리와 바에서 그 아이들을 만났다. 긴 대화를 나누기엔 짧은 시간들이었지만 그들은 곧 대화에 빠져들었다.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지만, 마침내 그는 꽤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다.
해적이라면 유아독존식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자들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널리 퍼져 있는 선입견 중 하나이다. 대개 으스대고 시끄럽고 자기 용맹을 과시하는 타입들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달려들 수 있는 전투본능과 기본적인 상식을 겸비한 똑똑한 해적들은 그늘에 가려진 사람들의 지원 없이는 스스로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크랄린은 순례 여행을 마칠 때쯤에는 그의 적들이 어딜 가던, 누구와 얘기하던 간에 숨을 곳도, 아무 도움도 얻지 못한 채 가장 타락한 사람들 취급을 받게 되리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군중의 마음을 지배하는 건 소수의 현명한 사람들이다. 억눌린 채 소심하게 깜박이는 불꽃을 꺼지지 않고 타오르게 하는.
***
총기를 쓸 수는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녀에겐 다른 수단들이 있었다.
스카라는 아무런 눈길도 끌지 않은 채 스틸 배럴의 로비로 들어갔다. 이곳 사람들은 특별히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면 으레 새로 온 손님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았고, 게다가 그녀가 비무장이라는 것도 무관심의 이유가 되었다. 그녀는 은밀하게 소형 작동장치와 주사액 앰풀을 넣어 논 주머니를 더듬어 봤다.
스틸 배럴은 저번처럼 북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여러 익숙한 얼굴들을 알아챌 수 있었다. 좋은 징조였다.
그녀는 바 쪽으로 걸어 들어갔지만 자리를 잡고 앉지는 않았다. 그 대신 선 채로 바텐더와 그 뒤쪽으로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 손님들을 조용히 살펴봤다. 특히 단골들이 자주 찾는 끝쪽 자리를 주의 깊게 살펴봤다. 그들 중 한두 명이 그녀를 알아본 듯 눈빛이 반짝이는 걸 알아챘다.
총은 없었지만 그녀는 더 훌륭한 걸 갖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주머니에 넣어 그 무기의 작동장치를 꺼내 쥐었다. 그녀를 알아봤던 자들이 탈주한 노예를 발견한 노예사냥꾼 사냥개들인 양 긴장한 자세로 똑바로 고쳐 앉는 걸 재밌게 바라봤다. 그녀가 손을 똑바로 선 로켓처럼 공중으로 들어 올리자, 그 인간 사냥개들은 일제히 손끝을 쳐다봤다. 그녀는 스위치 하나를 누르고는 다 써버린 연료통인 듯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 물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기도 전에 보안장치가 바의 모든 출입구를 막아버렸다. 긴급 상황에서는 인간의 자유보다는 스테이션의 안전이 우선시되곤 했고, 지금 상황은 자동 거주지 보안장치가 이 지역을 격리하기에 합당한 사건이었다.
그제야 스틸 배럴에 있던 모두가 그녀를 알아챘다. 그들 중 뒤가 켕기는 범죄자들은 벌떡 일어서서는 재빨리 스카라에게 접근했다. 그녀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다른 스위치를 눌렀다.
고음의 경보음이 귀청을 울리며 파고들었다. 단골손님들은 머리를 부여잡은 채 전원 공급이 중단된 로봇처럼 쓰러졌고, 몇 초간 몸을 뒤틀다가 행복한 망각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한 명은 스카라에게 거의 접근해서 그녀의 목을 움켜쥐려 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고꾸라졌다.
스카라는 다른 스위치를 누르면서 아트널에게 다음에 술 한 잔 사야겠다고 맘속으로 다짐했다. 이 음파공격에서 그녀의 머리를 보호해 준 이 초소형 음파차단장치를 만들어 준 그에게.
그녀는 다른 쪽 주머니에서 손가락 반쯤 되는, 금속제 원통형 앰풀을 꺼내서 비틀어 열었다. 딸깍이는 소리와 함께 양쪽 끝이 늘어나면서 한쪽에는 바늘이, 다른 끝에는 손잡이가 생겨났다. 옆에 쓰러진 남자 옆에 무릎을 꿇고는 목에 있는 혈관에 바늘을 찔러 넣고 주사액이 침투할 때까지 기다렸다. 소름끼치는 음파공격은 이미 멈췄지만 합성 아드레날린 없이는 아직 제정신이 돌아오기는 힘든 시간이었다.
그 남자는 헐떡거리면서 튀어나올 듯한 눈을 부릅떴다. 그녀는 미소지었다.
“쉿, 꽤 아프겠지만 참아 보라구.”
그녀는 쏟아내야 하는 분노를 담은 빈주먹을 말아 쥐었다.
샤혼의 연락책 중 하나지. 예, 맞아요. 그가 어디 있는지 말해. 난 정말 몰라요. 제발 더 이상 부러뜨리지 말아요. 그녀는 다른 앰풀을 꺼내서 목에 주사를 한 대 더 놓았다. 이번 주사는 덩치 큰 성인도 순식간에 쓰러뜨릴 강력한 수면제였다. 의식을 차릴 때쯤엔 말도 못하고, 걷거나 심지어는 눈을 깜박이지도 못할 게다.
***
이제 힘 좀 쓸 준비를 완료한 팀원들이 숨겨진 장소에서 재결합했다.
“다시 이 스테이션에 올 수 있을까?” 스카라가 물었다.
“엄밀하게 말해서 우린 아무 잘못도 없어. 경비 한 명을 죽인 것 빼고는.” 크랄린이 태연하게 말했다. “운 좋으면 그들이 알아채기도 전에 우린 빠져나갈 거고, 나중에 손 좀 더 보면 돼. 이 작자들이 잘 흥분하긴 하지만 불합리하진 않다구.” 그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물었다. “너희들은 어떻게 됐어?”
“페로몬 향기는 항상 날 구역질나게 해.” 조리나가 말했다. “몇 초만 들이마셔도 말이야. 왜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하나 모르겠어.”
“나도 그래.” 아트널이 말했다. “넌 언제나처럼 못생겼거든.” 그는 조리나가 던지는 탄약통을 몸을 숙여 피했다.
“뭐, 잘됐네.” 그녀가 말했다. “감사관이 허락했어. 경비 책임자와도 얘기했는데 경비 한 명을 잃은 점에 대해 꽤나 분개하고 있더라구. 우릴 전적으로 도와주기로 약속도 했고.”
“나도 누군가랑 얘기 좀 했어.” 스카라가 회상에 잠긴 듯이 말했다. “꽤 괜찮은 대화였지. 어쨌건 우리 정보를 확인했지. 샤혼의 경비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제 할 일들 하고 있어. 오늘 밤 떠나기 전에 말이지. 그 녀석들이 스테이션에 접속해봐야 우리 계획에 대해선 알 수 없을 거야. 근데 이건 확실히 하자. 스틸 배럴에서 내 얼굴을 때렸던 칼다리 놈은 내꺼야.”
“언제나 네 동족들을 보살피다니 놀랍군.” 조리나가 말했다.
“그놈은 내 동족이 아냐.” 스카라가 대답하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 일을 하는 중에 만나는 작자들은 공화국의 반역자들일 뿐이야.”
“말씀대로 될지어다.” 크랄린이 말했다. “샤혼 패거리는 이제 도움 받을 수 있는 데가 좀 줄어들었을 거야.”
“얼마나?” 아트널이 물었다.
“사실 없다고 봐야지.” 크랄린이 말했다. “대부분이 그들에게 등을 돌릴 거야. 그리고 그 민마타 여자는 내게 맡겨. 그녀가 여기저기 묻고 다니면서 이단자 몇 명을 규합한 것 같아. 내가 애썼는데도 말이지. 맘에 안 들어.”
아트널은 미간을 찌푸렸다. 합당한 이유였다. 아주 합당한. 게다가 팀의 목적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최근의 임무들에서 민마타인을 맡아왔던 건 크랄린이었다.
“그 갈란테 놈은 내가 맡지. 동족을 배반하는 건 우리 갈란테인에겐 아주 익숙하거든.” 아사디르가 말하고는 카르데스에게 의미심장한 눈짓을 보냈지만 무시당했다. “그 놈이 우릴 모두 눕혔던 녀석이야. 기술자 타입이지. 나 말고 그런 놈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아는 사람 있어? 그 놈 쇼핑 목록을 봤는데 꽤 재밌는 것들이더군. 게다가 그 녀석이 구리스타 데이터시스템에 우리에 대한 못된 정보도 흘려 놨더라고.”
“정말 그 녀석 처리할 수 있겠어?” 조리나가 약간의 종족 우월감이 묻어 있는 어투로 말했다.
“어이,” 아트널이 말했다. “그 녀석은 드론을 쓴다고.”
이런저런 말들을 무시하면서 크랄린은 스카라에게 말했다. “너도 알겠지만 그 칼다리 녀석한테 가면 샤혼이랑 맞닥뜨리게 될 거야.”
“그 놈을 죽이진 않아.” 그녀가 재빨리 덧붙였다.
“알아. 나한테 계획이 있어...”
조금 후 그들은 각각 제 갈 길로 조용히 떠났다.

5. 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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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가르마시. 당신 사람 곤란하게 만드는 취미가 있다며.”
이름이 불려진 그 아마르인은 천천히 둘러보던 상품을 진열대로 내려놓고 꼿꼿이 일어섰다. 주름진 얼굴이 펴지며 미소를 만들어냈다.
오른쪽 귀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가 대답했다. “누구냐에 따라 다르지. 어떻게 나왔나?”
그 목소리가 대답했다. “뭐 도움 좀 받았지. 놀랍지 않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양새를 보면.”
“그런 거였어?” 가르마시가 말했다. “물어봐도 괜찮은지 모르겠지만, 이런 탁 트인 공공장소에 와도 괜찮을까? 레이저 나이프라도 숨기고 있나보지?”
“그런 거 없어.” 목소리가 대답했다.
“변형탄(change-state ammo)을 장전한 소음권총은? 인생의 괴로운 마지막 몇 초를 마감하는 데는 딱인데.”
“전혀.”
“목줄은?” 그가 이어서 말했다. “날 어두운 거리로 유인해서 그 저절로 조여드는 올가미를 뒤집어씌우고 싶을 텐데.”
“그런 거 없어.”
가르마시가 뒤돌아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대체 내가 소란죄와 납치죄 혐의를 받고 있는 - 꽤 근사하게 생긴 탈옥범을 감옥에 다시 잡아가도록 경비병을 부르지 않아야 되는 이유가 뭐지?”
“당신이 설마 그러겠어.” 조리나가 대답했다. “그래도 당신 계획은 들려줄 거 같은데?”
“내가?” 가르마시가 능글맞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들이 진열대를 가리고 있었기에 상인이 공손하게 헛기침을 했지만 둘 다 꼼짝도 하지 않았다. 상인이 다시 기침하자 아마르인이 돌아보고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데이터카드를 꺼내 숫자를 입력한 후 상인의 스캐너에 카드를 대고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스캐너의 확인 창을 주먹으로 때렸다. 스크린에 숫자들이 주르륵 올라오고 상인은 곧 입을 다물었다.
“당신이라면 그럴 거야.” 조리나가 말했다. “사소한 일로 우릴 신고했겠지만, 이런 곳에서 아무 걱정 없이 돌아다니기는 쉽지 않지. 우리가 당신 뒤를 밟아서 일을 망쳐놓을 거라는 짐작은 했겠지?”
“별로 안했어.” 가르마시가 대답했다. “고객을 보호하는 일 외에 이곳에서 볼일은 별로 없거든. 그리고 구리스타 정보시스템을 잘 아는 동료가 있어서 당신들이 날 쫓는 건 알고 있었지. 지난 일에 대해선 미안하네. 당신들 같은 별종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관리들이 고민할 동안 감금되는 것이 좋은 경험은 아니겠지.”
“우리가 별종이라고?”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미소 지었다. “불장난 했잖아. 당신들은 나쁜 사람들이야.”
조리나는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미소 지었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우린 사라질 거야. 어둠 속에서 당신을 습격할 거고. 결국 목표를 달성하겠지.”
“그런 일은 못할 거야.” 가르마시가 말했다. 그가 다가와서 조리나의 팔을 잡고는 상인을 보며 얘기했다. “지금 당장 경비병을 불러주면 세 배를 주겠소.”
상인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열대 밑으로 손을 움직였다. 시끄러운 소리가 울리고는 곧 경비병들이 사방에서 나타났다.
“이걸로 끝이군. 친구.” 그가 말했다.
“그래, 끝이지.” 그녀가 말했다.
경비병들이 조여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른 볼일이 없다는 건 아쉽구만. 거래를 할 수도 있었는데.” 그녀가 말했다.
“아, 아직 너무 늦은 건 아니야.” 그가 대답했다.
“물론이지.” 그녀가 쾌활하게 대답했다.
그는 눈썹을 찌푸렸지만 두툼한 손이 어깨를 잡아왔기에 말을 이을 시간은 없었다. “좋아. 이 살인자야. 갈 시간이다.”
그가 돌아보자 덩치 큰 구리스타 경비병이 다섯 명의 동료와 함께 서 있었다. 그들 중 두 명은 벌써 스턴 진압봉을 꺼내들고 있었다.
가르마시가 “잠깐만, 잠깐만요”라고 웅얼거리며 주춤거리자 그 경비병이 주먹을 들어 복부를 내질렀다. “시끄러, 썩을 놈아.” 그 아마르인이 고꾸라지는 걸 보며 경비병이 말했다.
조리나가 옆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입 다물고 있어. 어차피 심문받을 때 입이 닳도록 주절거려야 할 테니까. 당신처럼 훌륭한 분께는 좀 가혹하려나.”
가르마시의 눈이 튀어나올 듯 그녀를 노려봤다.
“이제 당신이 나쁜 사람이야.” 경비병들이 그를 끌고 가기 전에 그녀는 귓속말로 속닥이고는 손키스를 날렸다.
***
과학자들은 대개 미친 듯한 실험을 구석진 창고나 빈 집에서 하기 때문에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트널은 천천히 그 건물로 접근하며 문과 창문들을 관찰했다.
이 친구라면 폭탄 같은 광범위 무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드론은 정확하고 깔끔하니까. 지저분하게 때려 부수는 건 아트널에게나 어울리는 일이다.
게다가 드론이라는 건 감시시스템과 원거리 공격을 뜻하기도 한다. 아트널은 아주 천천히 걸어가며 두리번거렸다. 삑삑거리거나 깜박거리는 건 없었다. 상대방이 함정을 파놓진 않은 모양이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도 곧 떠날 거고 동료들은 감방에서 썩어 나갈 테니. 하지만 멍청한 짓이지. 사람을 팰 기회란 방심 속에 오는 것이지.
아트널이 히죽 웃고는 주머니 속의 작은 구체를 탁탁 두들겼다.
창고문은 대개 삐거덕거리지만 이 작자 같은 기계광들은 대개 어떤 종류의 기름을 갖고 다니기 마련이었다. 그는 건물 안으로 더 깊숙이 진입했다.
건물 안의 주변은 온갖 잡동사니와 고물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써먹을 만한 부분을 빼낸 공기부양차량의 뼈대였다. 그러나 가운데에는 넓게 트인 공간이 있었다. 거기에는 금속제 작업대가 있었고, 아트널이 바에서 만났던 그 갈란테인이 조용히 뭔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자가 내는 소음이 천정과 벽에 메아리를 울려대고 있었다.
“옹트레, 안전이란 건 준비하지 않는 자의 환상일 뿐이야.” 아트널이 밝은 쪽으로 나오며 말했다. 옹트레는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다시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별다른 반응이 없자 아트널이 몇 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그 갈란테 용병이 뭘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기엔 아직 거리가 너무 멀었지만 - 단지 은빛으로 빛나는 부품들과 전선들이 힐끗힐끗 보일 뿐이었다 - 소형 공격드론 몇 마리가 벤치 끝에 나란히 놓여 있는 걸 알아차릴 수는 있었다.
“저것들 써먹을 거야?” 아트널이 침착한 어투로 물었다.
옹트레는 이제야 그에게 관심이 생겼다는 듯이 하던 일을 그치고 아트널을 바라봤다. “그래야겠소?”
“써먹던지 말든지... 나랑 내 친구들하고 좀 불편한 대화를 좀 해야겠는데.”
옹트레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어깨를 으쓱이고는 말했다. “보시다시피 할 일이 많소.” 그리고는 벤치에 놓여 있던 작은 가동스위치를 눌렀다.
드론들이 활성화되면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가득 울려퍼졌다. 옹트레는 몇 가지 조작을 마치더니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어 앉은 채로 아트널을 바라봤다.
몇 초 만에 드론들이 공중으로 떠올라 자리를 잡았다. 그것들은 점점 더 높이 떠올라서 서로 교신하며 대형을 갖추었다. 아트널은 잠시 자기가 처한 상황을 잊고 매료된 듯 물었다. “저거 가동될 때마다 항상 이렇게 오래 걸리나? 나한테 총이 있었으면 넌 이미 죽은 목숨일 텐데.”
“공기 중에서 바람만 없다면 1미터 움직이는 데 0.85초요. 목표에게 돌진하는 특수기능도 있고. 내 손이 스위치에 있는 한 전원을 키고 공격하기까지 1.12초면 충분하지.” 갈란테인이 말했다. “총이 있다고 멀리서 쏠 생각은 안하는 게 좋을 거요. 어차피 같은 결과일 테니. 다른 사람 총 뺏어서 다시 영점잡고 쓰는 건 영 귀찮아서 말이지.”
“뭐, 드론들이 어떻게 되나 보기나 해.” 아트널이 말하고는 그 용병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높이 날고 있던 드론들은 즉시 전자눈을 그에게 향했고, 수십 개의 돌기들이 몸체에서 튀어나와 스파크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옹트레가 으쓱하고는 다른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아트널은 주머니에서 EMP 수류탄을 꺼내들었다. 수많은 드론들이 즉각 전기충격장치를 아트널에게 겨냥한 채 내리꽂히며 달려드는 걸 보면서 달아나지 않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수류탄을 작동시키고 공중에 던졌다.
후웅하는 소리와 함께 드론들은 소모된 수류탄과 함께 생명을 잃은 듯 땅위로 줄줄이 떨어졌다.
옹트레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아트널이 다가오는 데 대응하지 않은 채 등을 돌려 스크루드라이버로 만들던 것을 몇 번 찔렀다. “당신 덕에 꽤나 복잡한 작업을 하루 내내 해야겠구만.”
“이거 미안하군. 다음엔 우리 같은 사람들이랑 엮이지 말라구.” 아트널은 갈란테인에게 다가가며 손을 뻗어 목덜미를 잡으려 했지만, 그 용병이 몸을 숙여 피하고는 달려들어 아트널의 무릎 주위에 양손을 둘러 쓰러뜨렸다. 옹트레는 아트널의 가슴을 한쪽 무릎으로 짓누르고 다른 쪽 다리는 쭉 뻗어 균형을 잡으며 머리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급작스런 공격에 아트널은 몇 초간 대응하지 못했고, 머리가 그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알아차리는 사이에 벌써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엉덩이를 세차게 튀기고는 굴러서 빠져나왔다. 갈란테인이 다시 달려들자 그는 벨트 뒤에서 소형 칼을 몰래 꺼내 쥐고는, 어지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갈란테인이 아트널의 머리를 향해 발길질을 날리자 그는 다리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힘줄을 겨냥했지만 칼날은 옹트레의 종아리에 박혔고, 비록 약해진 발길질이지만 아트널을 눕히기엔 충분한 세기로 머리 옆쪽을 맞았다.
옹트레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칼을 뽑으려 했지만 톱니모양의 칼날은 여간해서 빠져나오지 않았다. 다시 상대방을 주시해야겠다고 판단했을 때엔 이미 아트널의 또 다른 칼날이 턱을 스쳐 머리 깊숙이 박혀들고 있었다.
옹트레는 힘없이 무너졌다.
아트널은 한동안 거기 앉은 채 그의 직업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
그 골목은 으슥하기 이를 데 없었고 꽤나 깜깜했지만 그녀는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했었다. 그녀가 최소한 무방비 상태로 혼자 있지는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도 나름대로 대비책이 있었다.
크랄린은 귀를 곤두세워 주변 소리를 들으며 서성거렸다.
“어이, 약골.”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돌아보자 민마타 출신의 한 여자가 골목 끝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네온빛과 별빛을 받아 별로 걸친 것이 없는 그녀의 짙은 색 피부가 반짝이며, 문신과 흉터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크랄린은 똬리를 튼 뱀처럼 울퉁불퉁한 그녀의 근육을 볼 수 있었다. 그 때 바에 있던 그 여자였지만 그 때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녀 뒤로는 우주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온 듯한 십여 명의 사람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내 친구를 따라다닌다며?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우릴 어떻게 해보겠다는 심산인가보지? 빌어먹을 구리스타 스테이션 서비스 오류인 줄 알았더니, 네 놈이 경비병들이 우릴 쫓게 만들었지?”
“아마 아트널이 그랬을 거야. 이거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구만.” 크랄린이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말했다. 상대방들이 긴장하기 시작했기에 크랄린이 덧붙였다. “총 꺼내는 게 아니야. 진정하라구.”
민마타 여자가 말했다. “내가 허둥대고 있다는 소문을 냈지. 그랬더니 웬걸, 당신이 짠하고 나타났네? 네 친구 놈들은 어디 있어?”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네.” 크랄린이 말했다. “직접 널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었는데, 내가 선택 하나는 잘 했구만.”
민마타 여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한 명을 지목하며 말했다. “없애버려.”
그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 말 없이 골목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가 반쯤 다가오자 크랄린은 주머니에서 작은 물체를 꺼내며 말했다. “더 다가오면 이걸 눌러주지.”
모두 제자리에 얼어버린 듯 멈춰 섰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여자가 물었다. “그게 뭐야?”
“아, 그냥 버튼이야.” 크랄린이 말하며 버튼을 눌렀다. 순간 모두 눈을 감으며 긴장했지만, 몇 초 후 아무 일도 없는 걸 알고는 그를 바라봤다. “말했잖아. 그냥 버튼이라구”
“민마타의 영광을 위하여(역주: 민마타 종족의 전투외침 같은 것. 원문: Great Tribe of earth and sky),” 민마타 여자가 소모된 아드레날린에 격분하며 외쳤다. ”죽여 버려!“
남자가 다시 다가오기 시작하자 크랄린이 미소를 지었다. 짧은 격투가 오갔다.
남자의 몸이 경련을 멈추자 크랄린은 로브의 먼지를 털며 말했다. “이봐, 이런 식으로 해결하진 말자구.”
민마타 여자와 패거리들은 크랄린 발치에 구겨져있는 형체를 놀라서 바라봤다. “뭐... 뭐야?”
“아, 너네들 목에 걸린 그 금빛 나는 쿠막(Khuumak) 있잖아. 그게 맘에 들거든. 꽤 귀엽단 말야. 그거 뽀개서 나한테 던져주면 도망칠 시간을 좀 주지.”
멀리서도 그녀의 얼굴이 굳어지고 이를 악무는 걸 볼 수 있었다. “황제폐하 이름 부르는 것도 잊지 말라구. 배웠을 거 아냐.”
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골목에서 살아나갈 생각 따윈 하지 마.” 그녀와 패거리가 걸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피식 웃으며 뭔가에 귀를 기울이듯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하늘을 쳐다봤다.
단순한 골목싸움질이라면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겠지만, 그녀는 분을 삭이며 멈춰 서서 패거리들을 제지했다.
그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통신기를 다시 눌러서 두 번째이자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뭘 기다리는 거야?” 패거리 중 한명이 말했다.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을 갖고 놀지 못하게 된 듯한 목소리로. “그냥 저기 서있을 뿐이잖아.”
“맞아.” 그녀가 말했다. “그게 문제야. 뭘 듣는 거지, 설교자 씨?”
“사람들이 오는 소리.” 그가 말했다. “내 생각에 도착한 거 같네.”
주변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들 도와줄 사람은 이제 없어. 당신이나 그 보잘것없는 동료들은 이제 이 스테이션에서는 환영받지 못할 사람이거든. 머릿수 싸움이지.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이런 곳에는 절대적인 믿음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야.” 그가 말했다. “게다가 꽤 설득력도 있다고. 다만 ‘진실을 말하는 자’들을 위한 ‘방랑자’로 꽤 오래 일해 봤더니 사람들이 뭘 듣고 싶어 하는지 알겠더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하게 하는 법도 말이지.”
왁자지껄한 소리가 엄청난 소음으로 돌변했다. 용병들이 주변을 돌아보자 엄청난 사람들의 물결이 골목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게 진작 내 말을 들었어야지.” 일방적인 구타가 시작되기 전에 크랄린이 덧붙였다.
***
깊어가는 밤 속을 샤혼은 혼자서 아무런 보호도 없이 걸었다.
그의 마지막 동료도 사라졌다. 항구로 이동할 때 그의 칼다리 보디가드가 무슨 소리가 들린다며 멈춰 섰다. 그는 샤혼에게 꼼짝 말고 기다리라고 하고는 살펴보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한 여자의 웃음소리에 그는 몸서리를 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항구에 도착하였다. 그의 배는 바로 옆에 있었다. 이제 이곳을 떠나는 데 거리낄 것은 없었다.
세관원은 그의 데이터를 한참동안 들여다보고는 샤혼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당신 배는 압류되었군요.”
말다툼이나 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이 스테이션에서 나갈 방법은 없겠소? 어떤 방법이건 간에요.”
세관원은 그를 한참동안 뚫어지게 바라만 보았다.
“너무 직설적이라서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당신 직업윤리나 도덕심을 훼손하자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전 매우 급하게 어딘가로 가야 합니다. 좀 봐주신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세관원은 한참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좋아요. 당신 배는 억류되었지만 공식적으로는 당신까지 여기 구금될 이유는 없어요. 조사관들이 조사를 마친 후라면 모르겠지만요. 당신이 매우 급박한 상황인거 같으니 한 가지 타협안을 제시하죠.”
“아무거나 상관없으니 말해보세요.” 샤혼이 말했다.
“곧 떠나는 배가 있어요.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이 몰고 있죠. 사실 오늘 저녁 때 그와 얘기했죠. 여기서 볼 일은 끝냈는데 여객용 방이 많이 남아 있다더군요. 그와 상의하면 아마 가고픈 곳까지 갈 수 있을 겁니다. 좋은 사람들이니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주시면 고맙겠네요.”
세관원은 그에게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세관원 은퇴펀드에 기부를 좀 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물론이죠. 물론이고말고요.” 샤혼은 씩 웃으며 말했다. “얼마나 원하시오?”
“당신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죠?” 세관원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샤혼이 금액을 적어 넣고 바라보자 그 요원이 힐끗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섹션 34C 적색지역입니다. 어서 가세요.”
“정말 고맙소.” 샤혼은 인사하고는 달려 나갔다.
그가 가까스로 배에 도착해서는 또 다른 관리가 아무 말 없이 손짓으로 가리키는 탑승 대기실 중 하나로 들어가서는 긴장을 풀며 주저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깊은 우주의 망각 속으로 탈출하기 전까지는 아무하고도 대화하고 싶은 맘이 없었다.
오래지 않아 외부 출입문이 자동으로 닫혔다. 다른 문이라곤 함선 내부로 향하는 활짝 열린 문뿐이었다.
그 문에서 끼익하는 소리가 들렸다. 샤혼이 올려다보자 덩치가 산만한 민마타인이 한 손에 조그만 깡통을 쥔 채 그에게 미소지고 있었다. 그자는 샤혼에게 그 통을 던졌고 샤혼은 얼떨결에 받아 쥐었다.
“탑승 환영하오.” 아트널이 말하고는 문을 닫았다. 곧 깡통에서 쉭쉭거리는 소리가 나며 냄새 없는 흰색 가스를 내뿜기 시작했다.
샤혼은 관성이 크게 작용하는 걸 느꼈다. 배가 출발하는 건지 그가 의식을 잃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정신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보디가드로 이들을 대신 고용해야 했었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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