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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15 18:23:35

Palworld/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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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표류자의 수기3. 조이 레인의 일기4. 릴리 에버하트의 일기5. 마커스 드라이덴의 일기6. 빅터 애쉬포드의 일기7. 액슬 트래버스의 일기

1. 개요

Palworld 수기들을 정리한 문서.

섬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 주인공이 주운 것과 유사하게 생긴 패드를 수집할 수 있는데 여기서 과거 시점에서의 한 표류자와 각 단체의 수장의 일기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서 과거 팰월드에 일어났었던 일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수기를 통해 파악이 가능한 내용을 요약하면 팰파고스 섬[1]이라 명명된 이 섬은 외부 세계와 어떤 이유로 단절되어있으며 머나먼 과거에 팰과 인간이 어우러진 문명이 수립되어있었으나 어떤 이유로 어느 순간에 멸망했으며, 섬 곳곳에 위치한 탑 형태의 유적에 그 이유가 있다고만 추측되어지고 있고, 이후 다시 사람이 흘러들어와 마을이 세워지기도 했지만 팰을 남획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밀렵단, 소수의 팰을 보호하기 위해 온갖 불법은 다 저지르는 보호 단체, 마약을 유통하고 이를 단속하는 부패한 자경단, 팰을 인공적으로 창조하는 실험을 자행한 과학 단체 등이 난립해 있는 상황이고 이러한 단체들이 그 탑을 하나씩 점거하고 있다.

2. 표류자의 수기

표류자의 수기 Day-XX


이 세계엔 비밀이 존재한다.
이를 확신하게 된 건 작년 말 무렵, 연구 목적으로 세계 지형을 돌아보던 때였다.
세계의 여러 섬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신기하게도 어느 한 부분이 '비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이곳에는 어떤 무언가가 있었으리라. 지금까지 눈치 못 챘던 게 이상할 정도로, 딱 1곳만 비어 있다.
이때부터 몇 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가설에 근거해 섬의 위치를 추정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홀로 배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표류자의 수기 Day0


이상하게도 해상에선 짙은 안개 탓에 이 섬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안개에서 벗어나려고 배를 돌리기가 무섭게 더 짙은 안개가 배를 감쌌고, 누군가의 공격을 받았다!
어디서 공격당한 건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배는 크게 망가져 너덜너덜해졌지만, 어찌어찌 해안까지는 닿을 수 있었다.
이 섬은 어느 데이터베이스에도 실려 있지 않은, '세계로부터 은폐된 섬'이다.
이 섬은 어째서 감춰진 걸까, 어째서 지도에서 사라진 걸까.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숨긴 게 분명하다. 지난번의 공격도 은폐 공작의 일환일까?
온갖 의문점들을 내가 직접, 하나도 남김없이 해명해낼 것이다.
표류자의 수기 Day1-1


해안에서 의문의 단말기를 발견했다.
전자 기기처럼 보이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과는 동떨어진 신비한 느낌의 물건이다.
아무래도 영상을 찍고 해당 영상과 관련한 정보를 기록하는 기능이 있는 모양이다.
나의 연구 수기를 이 섬에서 촬영한 영상과 함께 기록해야겠다.
표류자의 수기 Day1-2


섬에 상륙하자마자, 알 수 없는 생물을 발견했다.
그 생물 1마리뿐만 아니라, 이 섬 전체의 생물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반대로 일반적인 생물은 서식하지 않는 모양이다.
보아하니 이 섬엔 독자적인 생태계가 있는 듯하다.
이 시점에서 나는 이 섬이 단순히 '지도에 존재하지 않는' 섬인 것만은 아니라는 확신을 가졌다.
생물들의 생태 또한, 이 단말기에 기록해 두어야겠다.
표류자의 수기 Day2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탐색하던 중, 신비한 푸른빛을 내뿜는 스피어가 눈에 띄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집어던졌더니, 우연히 근처에 있던 생물이 알 수 없는 빛으로 변하며 스피어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스피어를 다시 집어 들자, 빨려 들어간 생물이 다시 빛에서 생물로 변하며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
게다가 비바람을 피하려고 오두막집을 짓자, 그 생물이 내 옆으로 와 일까지 거들어주는 게 아닌가.
정말 고마운 일이다. 이 생물에 친밀감을 담아 '팰'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 섬의 이름도 여기에서 따와 '팰파고스섬'으로 부르고자 한다.
표류자의 수기 Day3


섬을 더 열심히 탐색하자, 고대 유적처럼 보이는 장소가 드러났다. 혹시 과거에는 이곳에도 사람이 살았던 게 아닐까?
벽화 내용을 해석해 보니, 놀랍게도 이 벽화는 신비한 스피어의 제조법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내용에 따르면, 이 섬에서 구할 수 있는 푸른 광석(편의상 '팰지움 광석'으로 부르도록 하겠다)을 촉매로 삼아 평범한 나무와 돌을 스피어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이 제조법도 단말기에 기록해 둬야겠다.
다쳐서 못 움직이던 팰을 발견하여 시험 삼아 스피어를 굴려보았더니, 그 팰을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표류자의 수기 Day5[2]


그 후로 몇 마리의 팰을 동료로 만들었다.
양처럼 생긴 팰, 닭처럼 생긴 팰, 고양이처럼 생긴 팰… 팰 녀석들은 각자 잘하는 작업이 있나 보다.
녀석들은 제 알아서 작업을 분담하고, 나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었다. 이 섬에 존재하던 고대 문명은, 팰과의 협력을 통해 번영을 누렸던 게 분명하다.
팰은 모두가 똑똑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분에 넘칠 만큼 근면하게 일을 해주고 있다.
그 유적도 팰 무리가 만들었을까? 그렇게 붕괴된 데에도 다 이유가 있으리라.
표류자의 수기 Day6


섬에 도착한 뒤부터 줄곧 의문이었던 것은, 바로 저 멀리 보이는 세계수처럼 생긴 나무다.
하지만… 저렇게 커다란 나무가 있다면, 아무리 안개가 짙다 한들 섬 외부에서도 충분히 보이지 않았었을까.
합당한 가설을 떠올려 보자면,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된 이유는 단순히 안개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어떤 작용으로 인해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차단된 것이다.
현재로선 팰의 불가사의한 힘이 관련됐다고 생각하는 편이 타당하지 않을까.
표류자의 수기 Day8


우연히 어느 팰이 사슴처럼 생긴 다른 팰 위에 탑승한 모습을 발견했다.
이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사슴 위에 안장을 얹고 탑승해 보기로 했다.
탑승감은 생각보다 괜찮았고, 이렇게 타고 다니면 탐색 범위도 전보다 넓힐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류자의 수기 Day10


오늘은 팰 무리를 데리고 조금 멀리까지 나가 보기로 했다.
저 멀리 보이던 탑 같은 건물이 대체 무엇일지, 전부터 계속 궁금했기 때문이다.
탑을 향해 걸어가다가 다른 인간을 발견해 놀라고 말았다. 말을 걸어 보려 했지만, 그는 다짜고짜 내게 총구를 들이밀었다!
이 섬에 사는 사람이니 고대 문명의 생존자… 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장비들은 현대인에 가깝다.
나처럼 외부에서 온 인간일까? 혹시 고대 문명은 독자적인 발전을 거듭해 온 걸까?
양 팰이 우리를 지켜준 덕분에, 위기일발의 순간을 겨우 모면할 수 있었다.
곧장 거점으로 돌아가, 팰 무리도 무사한 것을 확인했다. 이 섬은 아직도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표류자의 수기 Day11


어제는 곧장 도망쳐 버리고 말았지만, 역시 그 탑이 자꾸만 신경 쓰인다.
장비를 단단히 챙겨서 다시 가 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할 무렵, 등 뒤에서 총성이 들렸다! 어제 봤던 그 녀석이 날 노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
나도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팰 무리를 총동원해서 녀석에게 반격했다.
팰들의 공격이 과한 나머지 녀석을 아예 죽이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짓도 안 했다간 내가 죽었을 테니,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표류자의 수기 Day12-1


다시 탑으로 향하자 또다시 총성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녀석들은 집단으로 움직이며 이 구역을 차지하려는 모양이다.
현재는 팰이 나서서 싸우고 있다.
여긴 위험하다. 숨어서 행동해야겠다.
표류자의 수기 Day12-2


잠시 숨 돌리는 동안 다시 녀석들에 관해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갈피가 안 잡힌다.
나처럼 외부에서 온 사람의 시점으로 보자면, 이 정도 인원이 있는데도 외부와 정보 소통이 끊긴 것이 영 수상하다.
역시 고대 문명의 생존자가 생존 경쟁을 벌인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할지도 모르겠다.
어째서 총을 가지고 있는지는 설명이 안 되지만, 독자적으로 제작했다고 추정하는 게 자연스럽다.
혹은 어떤 사정으로 흘러들어온 물건을 모방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표류자의 수기 Day12-3


오랜 여정 끝에 겨우 탑까지는 도착했다.
사실상 고대 문명이 지었음이 틀림없어 보인다. 다만 무슨 목적으로 지었는지는 짐작이 안 간다.
팰지움 광석과 마찬가지로 어떤 에너지가 흐르는 것이 느껴질 뿐이다.
탑 내부의 비석에 손을 대자, 어딘지 알 수 없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공간에 있던 이들은 거대한 팰과 이를 조종하는 인간이었다.
나도 모르게 무서워져 도망 다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탑 근처로 돌아와 있었다…
표류자의 수기 Day13


어쩌면 고대인들은 팰과 함께 풍족한 생활을 누렸는지도 모른다. 다만 모종의 이유로 그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없게 되었으리라.
대규모의 자연재해, 또는 팰이나 자원을 두고 다툼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혹은 탑에서 체험했던 순간 이동. 그 공간 이동을 가능케 하는 모종의 힘(그러고 보니 그 스피어와 같은 원리가 아닐까)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만약 그 힘이 악용되었다면?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이 섬의 문명을 파괴한 것이다…
표류자의 수기 Day15


이런 생각까진 하고 싶지 않았으나, 가지고 왔던 식량도 바닥나고 그렇다고 열매를 먹는 것도 이젠 질렸다.
우연히 팰이 팰 고기를 먹는 모습을 목격했다.
정말 맛있겠다… 찝찝한 마음은 들지만, 이런 감정에 휘둘릴 때가 아니다.
야생 닭 팰을 손질한 뒤 불에 구워 저녁밥으로 삼았다.
너무 맛있다…! 고기를 먹었더니 감격의 눈물이 줄줄 쏟아진다.
사람을 해치고 팰까지 해쳤다. 이 섬에 머무르면서, 나의 윤리관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표류자의 수기 Day18


그 후로 탑 주변은 얼씬도 안 하고, 다른 쪽으로 탐색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각 지역마다 동굴 같은 장소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처럼 보이는데 아무래도 광맥인 듯하다.
팰의 힘을 빌려 파낸 구멍일까?
끝없는 의문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지만, 팰 무리는 어디까지고 따라온다.
적어도 내가 먹이를 가지고 있는 동안만큼은.
표류자의 수기 Day22


대체 저 거대한 팰은 뭐지!?
평원 저 멀리까지 가로지르다 보니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팰이 지나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화들짝 놀라 황급히 도망쳤지만, 저 팰을 동료로 삼을 수만 있다면 그 무엇도 무섭지 않으리라.
저렇게 거대한 팰이 존재한다는 건 다시 말해 팰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증명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팰이 가진 힘의 원천은 단순히 식사나 광합성뿐만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다른 에너지원이 아닐까?
탑의 힘도 저 팰이 가진 힘의 원천을 인공적으로 활용한 것인지도 모른다.
표류자의 수기 Day25


얼마간 팰과 함께 지내며 깨달은 사실인데, 녀석들은 일반적인 번식 행위는 하지 않는 듯하다.
그저 수컷과 암컷 한 쌍이 함께 있으면, 시간이 지난 뒤에 알이 발견되는 식이다.
그리고 또 하나, 팰의 사체도 어느샌가 사라져 버린다.
팰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사라지는가? 온통 의문투성이다.
표류자의 수기 Day29


유적에서 발견한 기록을 활용해 팰 스피어를 더 압축하는 데 성공했다.
팰의 전이 원리를 기반으로 보다 발전시켜, 스피어 자체도 이와 마찬가지로 전이시킬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팰 관리가 훨씬 수월해졌다.
고대인들은 대량의 팰을 한꺼번에 거느리며 관리했었으리라는 상상도, 이제는 충분히 가능했을 법하게 보인다.
표류자의 수기 Day30


팰파고스섬에 도착한 지 어언 1개월. 어느새 섬 생활도 익숙해졌다.
요즘은 팰 녀석들에게 총의 제조를 맡기며, 장비를 비축하고 있다.
팰 몇 마리가 총에 흥미를 보이길래, 팰이 쓸 수 있도록 약간 가공해서 손에 들려주었다.
다루는 솜씨가 제법이라 믿음직한 동료가 될 것 같다.
표류자의 수기 Day32


방심했다. 조금 멀리까지 나갔다가 위험한 야행성 팰에게 습격당해 다치고 말았다.
이 섬에 사는 팰 무리는 왜 이리들 공격적인 걸까?
단순한 자기방어 차원을 넘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공격해온다.
예를 들면… 자신들의 우두머리 같은 존재. 각자도생하는 팰들에게는 섬 그 자체라고 봐야 할까?
그 우두머리를 지키려는 듯한 어떤 의지가, 그들의 행동에 우러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표류자의 수기 Day38


표류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걸어가자, 팰을 본뜬 형상의 거대한 상을 발견했다.
고대 문명이 남긴 유산이란 점은 거의 확실해 보이는데
그들은 무슨 이유로 이러한 상을 만들었을까?
지금까지 찾아낸 발견물에는 팰이 인간과 함께 지내는 동료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들이 많았으나,
거대한 상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팰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어쩌면 인간과 팰 모두에게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는 팰도 존재했었을지도 모른다.

3. 조이 레인의 일기

조이 레인의 일기 1


나는 가족이 뭔지 모른다.
아빠는 이미 오래전에 잃었고, 엄마는 얼굴조차 본 적이 없다.
부모를 대신해 지금까지 날 키워준 건 단원들과 이 일렉판다 뿐.
그러니 좁은 세상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단원들은 항상 총을 지닌 채 팰을 뒤쫓는다.
그렇게 팰을 잡아서 이상한 사람들에게 팔아넘긴다. 대신 식료를 받고, 나도 그걸 받아 배를 채운다.
단원들이 나를 특별히 아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아빠의 딸이었으니까, 단 간부의 딸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목숨만 부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뿐이다.
내가 간부가 된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조이 레인의 일기 2


일렉판다 도 그렇게 팔려나갈 1마리의 팰이었다.
하지만 우리 안에 꼼짝없이 갇힌 모습이 너무 처량해 보였다.
분명 나 자신과・・・ 또 우리 아빠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는 아직 어렸지만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단원들이 잠든 사이에 마음대로 우리 문을 열어 일렉판다 를 데리고 멀리 도망쳐 버렸다.
아침으로 먹을 빵을 일렉판다 하고 반씩 나눠 먹었지만, 저녁엔 배가 고파서 그대로 아지트로 돌아왔다.
당연히 단원들은 노발대발했다. 일렉판다 와 함께 우리에 갇힐 판이었는데, 일렉판다 가 날 지켜줬다.
일렉판다는 총에 맞아도, 몽둥이찜질을 당해도 쓰러지지 않았다.
그렇게나 강했으면 애초부터 잡힐 이유가 없었을 텐데.
처음부터 제 실력을 보여줬으면 됐잖아, 이 바보야.
내가 일렉판다 에게 지시하자 하늘에서 큰 벼락이 떨어졌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기절해 아침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그날 이후로, 난 일렉판다 와 늘 함께 지낸다.
조이 레인의 일기 3


우리가 사는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우리 단과 대립 관계인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팰을 팔아치우거나 싸움에 내보내는 우리가 마음에 안 드는 듯하다.
단원들은 그들을 '팰 애호 단체'라고 빈정거리듯 부르며, 항상 이유도 없이 싸움을 벌인다.
가만 생각해 보니, 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나쁜 이들은 아닐 것 같다.
그래서 예전부터 단에 몸담은 사람에게 물어보니, 사정이 그리 단순하지 않은 듯하다.
우리 단의 기원은 먼 옛날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시절부터 쭈욱 애호 단체와 싸웠다고 한다.
갈등이 생겼던 진짜 이유는 이젠 알 수 없게 돼 버렸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싸웠는데 이제 와서 잘 지낼 수 있을 리는 없겠지.
조이 레인의 일기 4


가끔 바다 저편에는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일 멀리 보이는 건 커다란 나무다. 그 나무 너머까지 가 봤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다.
용감한 옛날 사람이 더 멀리까지 확인하러 가 봤지만, 결국 돌아오지는 못한 듯하다.
반대로 바다 저편에서 온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다.
그 사람이 뭘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하고는 다른 도구를 사용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바다 건너편에는 분명히 뭔가가 있을 것이다.
수많은 섬과 사람, 그리고 물건…
조금 무섭긴 해도, 언젠가는 나도 꼭 가보고 싶다.
조이 레인의 일기 5


문득 드는 생각. 난 어쩌다가 이 탑을 지키게 된 걸까?
아빠도 하던 일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 의미를 모르겠다.
얼핏 들은 이야기로는 이 섬에 내려오는 전설? 같은 것이 있는데
이 탑에는 그 전설과 관련된 엄청난 힘이 있다고 했다.
엄청난 힘이란 게 대체 뭘까? 그 힘이 정말 존재한다면 뭘 지키려고 존재하는 걸까?
나는 그런 배경도 잘 모른 채, 그저 이 탑을 지키고 있다.
이 섬엔 이것 말고도 탑이 몇 개 더 있지만, 각 탑마다 지키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4. 릴리 에버하트의 일기

릴리 에버하트의 일기 1


팰. 신비한 생명체.
우리 문명을 오래전부터 떠받쳐 온 숭고한 존재.
높은 지능과 뛰어난 운동 신경. 탁월한 적응력.
사랑스러운 외모. 그 모든 점이 한없이 사랑스럽기만 한 존재예요.
인간. 야만적인 생명체.
자기 종족의 번영만으로는 성에 안 차 다른 종족을 지배하고 예속하죠.
불필요한 다툼. 불필요한 육식. 불필요한 발전.
추악한 용모. 그 모든 점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존재예요.
인간들은 팰을 잡아서 마음대로 부려요.
팰 스피어라는 구체에 팰을 가둬버리면, 팰은 그 주인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게 되죠.
정말 혐오스러운 도구예요. 우리 문명의 가장 큰 오점이라고밖에 달리 말할 방법이 없네요.
팰과 인간은 본래, 서로를 지탱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관계였어요.
그렇다면 그 관계는 종속이 아니라 공존이어야만 하는 거잖아요?
팰을 식량으로 삼다니, 이건 신에 대한 모독과 다름없어요.
릴리 에버하트의 일기 2


제가 릴린 님과 처음 만났던 날.
그날은 안개가 자욱하게 껴서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어요.
평소처럼 열매 밭으로 갔다고 생각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 혐오스러운 밀렵단 일당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와 버린 게 아니겠어요.
밀렵꾼들의 더러운 목소리와 스피어 소리가 오가는 그곳에서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 건 싱그러운 백합의 자태였죠.
아아, 얼마나 아름답고 우아하던지요.
그 순간 전 굳게 결심했어요.
밀렵꾼 무리의 심장을 등 뒤에서 찔러 단칼에 처치하고는 주변에 널린 스피어를 전부 없애 버렸죠.
약간의 총격을 받았지만 별거 아니었어요.
하지만 피에 젖은 손으로 아름다운 백합을 만질 수는 없었기에, 저는 그대로 거점 쪽으로 몸을 돌렸어요.
그때 제 눈앞에 계셨던 건 바로 백합 여왕님이었어요.
여왕님의 손길이 닿자 상처가 낫고, 전투로 피로해졌던 다리가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어요.
그날부터 전 여왕님과 함께 행동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여왕님은 칠흑 같은 이 세계에 핀, 단 한 송이의 꽃이니까요.
릴리 에버하트의 일기 3


여러분도 팰 애호 단체에 들어오시겠어요?

팰 애호 단체는 오랜 세월 동안 팰 무리 보호 활동을 펼쳐온 전통적인 단체예요.
먼 옛날로부터 지금까지 팰과 공존하며, 팰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죠.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5개 조항을 소개해 드릴게요.
1. 팰을 먹지 않는다
2. 팰에게 과잉 노동을 시키지 않는다
3. 팰을 학대하지 않는다
4. 팰을 실험 도구로 삼지 않는다
5. 팰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건다

여러분도 팰 애호 단체에 가입하셔서, 소중한 팰을 지켜주시지 않을래요?
여러분의 목숨 하나로 팰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 절대 과한 희생은 아니랍니다.
인간의 피와 살을 비롯한 그 모든 것들은, 팰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릴리 에버하트의 일기 4


섬 변두리에는 어떤 팰 무리가 사는 작은 섬이 있어요.
그 팰들은 신기하게도 본섬 쪽에서는 살지 않아요.
특수한 환경에서만 성장한다든가, 혹은 본섬에 천적이 있다든가, 아니면 단순히 바다를 건널 수 없다든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보호해야 할 대상임에는 분명해요.
혹시라도 밀렵단이 그 작은 섬에 아지트를 건설해 그 팰들을 남획한다면… 상상만 해도 정말 끔찍해요.
그 섬을 방문할 때마다 팰의 숫자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 이대로 가다간 멸종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어요.
우리가 나서서 지켜줘야 하지만 지금은 이 숲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그래서 분하지만 팰파고스섬 자경단에게 협력을 요청해 그 팰들을 지켜달라고 했죠.
앞으로 그 작은 섬은 사냥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어, 침입한 인간은 이유를 불문하고 처형당하게 돼요.
일을 맡긴 만큼 돈을 건네줘야 하지만, 팰을 지켜야 하니 어쩔 수 없죠.
제 부하들이 어딘가에서 금화를 많이 벌어오니 그걸로 충당하면 될 거예요.
한편으로는 그만한 거금을, 단지 밀렵단의 자금을 빼앗는 것만으로 구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은 들지만요…

5. 마커스 드라이덴의 일기

마커스 드라이덴의 일기 1


정말이지. 이 동네는 하나같이 약에 쩔어 사는 쓰레기들 천지다.
아무리 단속해도 끝이 안 보인다.
흥, 이딴 세상에 과연 자경단이 의미가 있는 걸까.
오늘 단속했던 녀석은 벌금 낼 형편도 안 되는 놈이었다.

뭐, 약을 사는 데 돈을 홀라당 다 썼으니 당연한 일인가?
녀석들, 약 사느라 낸 돈이 이 몸에게 들어오는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
약을 팔아서 돈 벌고, 약쟁이를 단속해서 또 한몫 잡고.
마지막으로 그 약을 회수하면 다시 팔 약이 손에 들어오니 꿩 먹고 알 먹고다.

약쟁이들은 멍청하지만 이 몸은 천재다. 머리가 나쁜 것도 죄다 이 말씀이야.
알겠지? 이 섬은 그야말로 이 몸의 모래 놀이터나 마찬가지라고.

녀석들은 그저 약을 유통하는 것도, 단속하는 것도
전부 이 몸이란 사실조차 모른 채 돈만 뜯기며 살다가 죽으면 되는 거다.
어차피 숨통 좀 틔워주면 제 분수에도 안 맞게 쓰잘머리 없는 권리니 뭐니를 주장할 게 뻔하니 말이다.
마커스 드라이덴의 일기 2


세상은 언제나 평탄하게만 흘러가지는 않는 법.
바람 한 번 잘못 불면 이 몸의 차지가 될 돈이 휙 날아가 버리지.

오늘도 쓸데없이 잔머리만 좋은 밀렵단 놈들이
마음대로 약을 유통하려고 들었단 말이야.

그리고 멍청이들 처리는 이 몸의 파트너인 호루스의 일이지.
내 성미랑 비슷하게 '모래 놀이터'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던데.
아니, 모래 먹는 걸 좋아하는 건가?

뭐야 그 눈은.
오늘도 먹이는 없어. '모래'나 먹으라고.
마커스 드라이덴의 일기 3


오늘도 섬은 평화롭다.
즐거운 소꿉놀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구만. 안 그래, 호루스?

하지만 나도 안다고.
네놈의 눈이 나와 똑같다는 사실을.
네 '소꿉놀이'는 잘 돼가고 있나?

야, 내가 언제 골로 가나 기다리고 있지?
'모래' 먹는 거 좋아하니까 말이야.

내가 네놈의 날갯죽지에 붙은 모래 찌꺼기가 될지 아닐지
언젠가 알게 될 날이 올 거야.
그러니 그때까지는, 사이좋게 지내자고. 알았지, 파트너?

6. 빅터 애쉬포드의 일기

빅터 애쉬포드의 일기 1


[이종간 팰 결합 실험에 관한 기록]

실험 결과:
실패.
4족 보행 팰과 날개 달린 팰 몇 마리를 합성해 봤지만 성공 패턴 없음.
일부 결합은 육체만 보면 성공했으나 몇 초만에 붕괴하여 전부 폐기 처분함.

소감:
반응 억제를 위해 약품 재검토 및 검증할 종의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봄.
약품에 관해서는 신령사슴의 뿔에서 추출, 배합을 새로 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또한 보관 온도를 재검토하기 위해 냉장용 얼음 팰을 1마리 추가 조달한다.
검토할 종에 관해서는 역시 유전자 정보를 토대로 재검토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려면 팰 유전자 정보 분석이 시급하나 그러려면 새로운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현재 장비가 외부에서 우연히 유입된 이상 개량에도 한계가 있다.
다시 내 손으로 설계해서 장비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한다.
빅터 애쉬포드의 일기 2


[팰 농축 및 동종 투여에 관한 기록]

실험 결과:
성공.
한 종류의 팰을 모아 액체에 녹인 뒤 감압하여 농축을 실시했다.
그 후 농축한 액체를 같은 종의 팰에게 투여했다.
기대한 대로 투여받은 팰의 능력이 향상됐다.


소감:
강력한 팰을 만들어내려는 목적을 갖고 다른 접근법을 시도했던 실험이지만
의외로 결과가 아주 좋았다.
'한 종류의 팰을 대상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제일 많이 가진 건 바로 같은 종의 팰이다'
라는 이론이 옳았으며, 이에 따라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능력 향상이 본래 상정했던 수치를 초과한 부분에는 조금 의문이 남는다.
단순히 영양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팰이 필요로 하는 별도의 에너지를 지닌 근원이
팰 그 자체에 내장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부분에 대해서 계속 검토해 봐야 한다.
빅터 애쉬포드의 일기 3


[이종간 팰 결합 실험에 관한 기록 2]

실험 결과:
성공.
한 마리뿐이지만 인공적으로 네 다리에 날개가 달린 신종 팰이 탄생했다.
즉시 배양 장치로 옮겼으며 이후 경과도 양호하다. 순조롭게 크고 있다.
같은 순서로 다시 재현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알 수 없는 외부 요인에 의한 기적적인 성공이라 단정한다.

소감:
실험 성공이라는 결과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신종에게 제노그리프(이)라 이름 붙이고 계속 경과 관찰을 진행하려 한다.
다만 재현 순서가 불명확하다는 게 큰 문제다.
앞으로는 이번 실험의 순서를 답습하되 몇 가지 경미한 조정을 거쳐 실험을 진행하려고 한다.

그나저나 작업 조수로 일하던 알렉스가 실종됐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7. 액슬 트래버스의 일기

액슬 트래버스의 일기 1


하품이 절로 나올 만큼 지루한 매일, 라이벌 따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 어떤 타입으로 덤비든, 내 상대는 되지 못한다

바다 너머에서 아직 본 적 없는 강자와 겨루고 싶다, 판정승 정도로는 성이 안 풀린다
반드시 KO승, 철저한 승패를 가르는 완전한 시합

완벽한 전투 태세, 감전될 정도로 불꽃 튀는 승부열
화염조차 압도하는 번개를 몸에 두르며, 오늘도 어김없이 오르는 무대

바로 너, 지금 내 일기를 읽는 녀석, 간도 크구나
난 전부 다 꿰뚫고 있다,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1] 수기의 작성자가 명명한 '팰' 전반이 오직 팰파고스 섬에서만 서식하는 생물상이며 이를 통해 고유의 생태계를 이뤘다는 점에서 현실의 갈라파고스 제도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보인다. [2] 버그로 인해 획득이 불가능 했었지만, 현재는 픽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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