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2. 남자 싱글
2.1. 배경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예브게니 플루셴코가 잠정 은퇴 상태였다가 2009-10 시즌에 갑자기복귀하며,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이에 북미에서는 미국의 에반 라이사첵이 전년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는 등 동계올림픽을 제외하고 3대 A급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올림픽 금메달만 딴다면 그랜드 슬램을 앞두고 있었다.
2.2. 전개
2010년 2월 17일 열린 쇼트 프로그램에서 예브게니 플루셴코가 90.85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에반 라이사첵이 90.30점으로 2위, 다카하시 다이스케가 90.25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2월 19일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에반 라이사첵이 167.37점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예브게니 플루셴코는 165.51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쇼트와 합한 총점이 라이사첵이 257.67점으로 역전하며 금메달을 차지했고 플루셴코는 256.36점으로 은메달을 땄다. 다카하시 다이스케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동메달을 따냈다.
2.3. 판정 논란
예브게니 플루셴코는 프리 스케이팅 기술점수(TES)에서 가산점 차이로 쇼트 2위였던 에반 라이사첵에게 역전당해 총점 1.31점 차이로 은메달을 땄다. 이 결과를 놓고 판정 논란이 일었다.우선, 플루셴코는 쇼트와 프리에서 모두 쿼드러플 토룹-트리플 토룹 컴비네이션을 넣고 클린했음에도 불구하고, 4회전 점프 없이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컴비네이션만을 뛴 라이사첵보다 프리 점수가 낮았다. 또한 쇼트에서도 에반 라이사첵과의 점수차가 너무 적다는 의견이 많았다.[1]
여기에 쇼트에서 90.85점이었던 플루셴코와는 겨우 소숫점차를 받은 2위 에반 라이사첵(90.30점)과 3위 다카하시 다이스케(90.25점)의 점수차를 볼 때, 심판들의 전형적인 줄세우기 판정이라는 의혹의 여지가 있다. 단, 4회전 점프가 없다 뿐이지, 스핀, 스텝은 라이사첵이 우위였고, 피겨 스케이팅은 종합적인 요소의 총점을 따지는 종목이다.
2.4. 논쟁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16년 만에 4회전 점프 없는 올림픽 챔피언 등장이라는 경기 결과를 놓고 '쿼드러플(4회전) 점프 논쟁'이 전세계 피겨계에서 거세게 일었다. 주로 유럽의 언론과 러시아 내에서는 단순히 "플루셴코가 진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라는 식의 보도와 이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에 대해서는 단순히 쿼드러플 점프의 평가에 대한 정당성이나 선수들 개개인의 메달 색깔 논쟁 이상의 뿌리깊은 유럽 VS 북미의 파벌 문제도 그 기저에 있었다. 쿼드러플 점프 논란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수년간 유럽과 북미 사이에서 논쟁이 되어왔다.[2] 커트 브라우닝이 1998년 처음 쿼드러플 점프를 성공한 후 남자 싱글에서 쿼드러플 점프는 챔피언의 필수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졌으나, 신채점제 이후 비점프요소의 중요성과 굳이 4회전 점프를 시도하는 선수들의 수는 줄었고 이것은 점프 기술 퇴보에 대한 우려를 가져왔다.대신 두번의 스텝과 4번의 스핀으로 인해, 비점프기술은 발전했다. 1998년 이후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4회전 점프 없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선수는 모두 북미 선수이며[3] 유럽선수권에서는 한번도 쿼드러플 점프 없는 챔피언이 배출된 적이 없었다.또 한가지 주목 받은 것은, 올림픽 개최 직전에 프랑스 스포츠 신문 레퀴프(L'Equipe)가 폭로한 미국의 피겨 스케이팅 심판 '조 인만(Joe Inman)'이 개입된 승부 조작 의혹 사건이다. 조 인만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최 일주일 전에 60명이 넘는 심판들에게 예브게니 플루셴코와 브라이언 주베르를 특정하는 이메일을 보내서 이 둘의 점수를 – 특히 트랜지션 – 엄격하게 심사할 것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2010 유럽선수권 후 플루셴코의 인터뷰에서 “(나와 브라이언 주베르는) 점프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트랜지션은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 라는 발언을 인용하면서 “선수 스스로가 신경을 안썼다는데 심판들이 점수를 너무 후하게주는거 아닌가?” 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조 인만은 이 이메일이 그냥 아는 동료 심판들끼리 얘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북미 미디어들은 인만을 옹호하면서 오히려 러시아와 프랑스가 과잉반응을 보인다고 공격했다. 우연인지 아닌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플루셴코의 트랜지션은 눈에 띄게 낮았고, 이로 인해 쇼트에서는 에반 라이사첵보다 0.55점 앞섰으나, 결국 프리 프로그램에서 역전당했다. 쇼트에서 플루셴코의 트랜지션은 6.80점으로 확실히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상당히 낮았고 본인의 올림픽 직전 2010 유럽선수권에서의 점수 7.55점보다 0.75점이나 낮다. 그러나 이 당시 경기를 2010 유럽선수권때와 비교해보면 의식적으로 트랜지션을 늘린 것을 알 수 있는데 점수는 오히려 크게 낮아졌다. 대개 올림픽에서의 점수는 다른 국제 대회들보다 후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상한 점이다. 채점표를 보면 9명의 심판 중 2명이 5점, 1명이 6점을 매겼는데 이는 탑 선수에게는 거의 주지 않는 점수이다. 그 외 평균 구성점은 7.0~9.0까지로 심판들 간 편차가 무척 큰데 이렇게 편차가 큰 채점표는 보기 힘들다.[4] 하지만, 아직 구채점제의 경기를 보는듯한, 플루셴코의 경기에 당시 구성점이 과하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4년 만에 복귀라 상대적으로 스텝과 스핀 구성이 부실했으며, 그의 카리스마로만 의지한 채 활주만 하는 텅텅빈 구성이라 구성 요소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그런지 정작 예브게니 플루셴코는 시상식 직후의 인터뷰에서 "은메달을 받아들인다" 고 말했다. 플루셴코가 주장한 것은 신채점제에서 채점 방식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5] 그러나 북미 언론의 기사가 널리 알려진 나라들에선 마치 금메달을 못 받은 게 부당하다고 말한 걸로 퍼졌다. 신이 나서 몰아붙이는 북미 언론들에 당황한 다른 남싱 선수들이 "제냐는 그런 뜻으로 한 말 아닌 것 같다" 라고 말해도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았다. 덧붙여 플루셴코가 금메달을 받아야 했다고 말한 건 블라디미르 푸틴이다. 또한 플루셴코가 "우리 마눌님이 이건 플래티넘 메달이랬어여~" 라며 러시아 기자들 앞에서 귀엽게 은메달을 척 내밀었던 것이 은메달을 못 받아들이고 플래티넘 메달 운운한다는 오해의 발단이 되었다.
3. 그 후
결과적으로 남자 싱글 피겨 스케이팅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차별성을 위해, 쿼드 전쟁의 시대로 진입, 혹자는 고난이도 점프 경기로 전락했다고 보기도 한다.그만큼, 클린 경기가 보기 어려워졌고, 활주 시간이 길어지고, 안무는 상실되어, 음악이 필요 없다는 팬들의 불평도 나오고 있다.현재 거의 모든 탑싱들이 쿼드러플 점프를 시도하고 있다. 2008 세계선수권부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의 쿼드러플 점프의 필요성 논란은 결국 신채점제 과도기의 한 사건으로 보고있다.
[1]
적어도 3~5점 차는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2008 세계선수권에서도 쿼드러플 점프를 성공시킨
브라이언 주베르가 쿼드 점프 없는 경기를 했던
제프리 버틀에게 2위로 밀리면서 판정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3]
2008년의
제프리 버틀과 2009년의
에반 라이사첵이다.
[4]
프리에서도 역시 트랜지션에서 3명의 심판이 6점, 6점, 6.5점의 낮은 점수를 매겼다.
주베르도 쇼트에서 두명의 심판에게서 5.75점, 한명에서 5.5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5]
당시의 신체점제를 비판하며 "고난도 점프를 구사하는 선수들에게 좀 더 많은 점수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고점과 최저점을 준 양극단의 심판 점수를 제외하고 평균을 내는 구채점제 방식에 비하여, 랜덤으로 두 명의 심판의 점수를 제외하는 현행 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피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