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잠입 작전
때는 제1차 세계 대전이 진행 중이던 1917년 4월 6일,[1] 프랑스의 서부전선에서 휴식을 취하던 영국 육군 제55보병여단 8대대 소속 톰 블레이크는 중사로부터 병사 중 아무나 한 명과 함께 사령부에 가보라는 명령을 듣는다. 평소처럼 간단한 보급 명령일 것이라 예상한 블레이크는 옆에서 낮잠을 자던 친구인 스코필드를 깨워서 데리고 사령부로 향한다. 사령부로 가면서 여유있게 농담 따먹기를 하는 두 사람. 블레이크가 편지를 읽으면서 밥이 잘 나올 것 같아 군대에 왔는데 영 아니라며 투덜대는 가운데, 스코필드가 숨겨둔 부식을 일부 건네준다.
하지만 둘의 예상과 달리, 블레이크는 사령관 에린모어 장군( 콜린 퍼스)로부터 "자네가 지도를 잘 본다고 들었네."라는 말과 함께 전황을 듣게 된다. 현재 전방의 독일군은 진지를 버리고 후퇴했으나, 입수된 항공사진으로 유추한 결과 후퇴는 기만전술이며, 독일군이 새로운 전선을 구상했고 그곳으로 추격해오는 아군 부대를 유인해서 집중포화로 말살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곳으로 유인당한 아군 부대는 톰 블레이크의 형인 조셉 블레이크 중위가 속해 있는 데본셔 연대의 2대대였는데, 독일군이 통신선을 끊어놓아 공격 중지 명령을 원격으로 내릴 수 없기 때문에 다음 날 작전 개시 전까지 서면으로 작성된 공격 중단 명령서를 대대장 맥켄지 중령에게 전하지 못하면 블레이크의 형을 포함한 1,600명의 장병들이 독일군의 포화에 몰살당한다는 것이었다.
당장 출발하라는 명령에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는 낮이라 발각될 것이라며 걱정하지만, 에린모어 장군은 독일군이 이미 후퇴한 후라고 답변한다. 고작 둘이서만 가는 거냐고 블레이크가 묻자 장군은 '지옥으로 떨어지든 왕좌로 올라가든 홀로 있을 때가 가장 빠르다'며 키플링의 문장을 인용하고, 중요한 임무라 사람을 많이 모아서 분대를 꾸리면 당연히 적에게 들킬 확률이 높아진다고 답변한다. 얼떨결에 임무를 위해 지급된 소정의 물품을 챙긴 두 병사는 전령으로서의 임무를 수여받고 약 14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데본셔 연대를 향해 출발한다.
스코필드는 처음에는 자신의 경험상[2] 매우 위험할 것이라며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 보자며 만류하며 최소한 어두워질 때까지만 기다렸다가 가자고 제안하지만, 자신의 형이 속한 부대가 전멸할 위험에 놓인 걸 아는 블레이크는 "이미 다 후퇴한 뒤라잖아. 다 후퇴했으면 우리한테 수류탄을 줬겠냐?"라는 지적에 "네 형이 아니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라고 받아치며 무시한다.
최전선 참호에 도착한 이들은 전사한 연대장 대신 지휘를 맡고 있던 레슬리 중위( 앤드류 스콧)의 도움을 받아[3] 물품 몇 가지를 불출받은 뒤, 영국군 참호 밖으로 올라와 모든 게 포격으로 황폐화되어 있는 무인지대로 발걸음을 향하게 된다.[4]
|
독일군 진지로 향하는 중 손이 철조망에 찔리거나 하는 등의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5] 둘은 독일군의 참호까지 가는 데 성공한다.
참호에서 아직도 연기가 나는 불씨를 발견하지만 다행히 독일군은 갓 떠났는지 장군이 말했던 대로 아무도 없었고, 둘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독일군 진지 속으로 들어간다. 방어를 위해 단단하고 정교하게 지어진데다, 침대까지 제대로 구비해놓은 지하 진지를 둘러보며 감탄하던 중[6], 어두운 곳에서 찰나의 순간으로 부비트랩 인계철선을 발견하여 죽을 고비를 면하는 듯 싶었지만…하필이면 지나가던 큰 쥐[7]가 인계철선을 건드려서 참호가 무너지고, 블레이크는 무너져내린 천장에 깔린 스코필드를 깨워서 빼내 가까스로 탈출한다.
2. 블레이크의 죽음
부비 트랩 바로 옆에 있던 스코필드는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잔뜩 뒤집어쓴 흙먼지 때문에 잠시 눈을 못 뜨지만 물로 씻어내고 잠시 휴식을 취한후[8], 블레이크와 함께 언덕 위로 올라가 독일군들이 자신들의 진지를 부수고 간 모습을 발견한다. 쥐새끼 따위 죽여버려야 했다고 욕하면서 잠시 쉬던 스코필드는 블레이크에게 왜 많고많은 사람 중 하필이면 자기를 뽑았냐며 따지고, 이에 블레이크가 참호를 수리하거나 지원물자나 배식 담당 같이 쉬운 일을 시킬 줄 알았다며 이렇게 어렵고 중요한 일을 시킬 줄은 몰랐다고 말하자, 경험 많은 스코필드는 "그게(생각이 없는 게) 너의 문제야"라고 따갑게 말한다.그러면 다시 돌아가냐는 블레이크의 질문에 스코필드는 됐고 조명탄이나 쏘라고 티격태격하고 이후 부서진 참호와 그 앞의 숲을 지나가면서 긴장을 풀기 위해 잡담을 하다가[9] 숲을 벗어나 초원으로 나오자, 그들은 아군 전투기가 정찰 후 돌아가는 것을 목격한다.
가는 도중 화제를 돌려서 블레이크가 스코필드에게 훈장이 있어서 좋겠다고 말하는데, 스코필드는 "그딴 쇠 쪼가리가 대수냐. 자신의 훈장은 어느 프랑스 장교의 와인과 바꿨다"고 답한다. 대체 왜 그랬냐는 블레이크에게 시크하게 목말랐었거든.이라고 대답하는 스코필드가 압권. 덤으로 블레이크는 그냥 쇳쪼가리가 아니라 리본도 달렸다며 응수한다.
|
그렇게 길을 가던 중, 독일군이 퇴각직전에 잘라버린 벚나무가 가득한 한 버려진 농가를 발견해 적이 없는지 먼저 살펴본 뒤 안전한 곳을 확인한 뒤에 그곳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10], 마침 신선한 우유가 나무통 속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발견한 스코필드는 눈을 씻느라 전부 사용했던 빈 수통에 우유를 담는다.
그런데 곧 벌어진 영국 육군 항공대와 독일 육군 항공대 전투기들의 공중전으로 인해 독일군 전투기가 블레이크와 스코필드가 휴식을 취하던 농장으로 추락하게 되었고, 두사람은 추락해 불타고 있는 전투기 조종석에서 비명을 지르는 독일군 조종사를 꺼낸다.
편하게 보내주자며 죽일 생각을 하는 스코필드와 달리 조종사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은 블레이크에게[11] 스코필드는 마지 못해 동조하며 우물로 물을 뜨러 간 사이, 갑자기 블레이크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니 구해줬던 독일 조종사가 자신을 치료해주려던 블레이크의 복부를 칼로 찌르고 있었다.[12]
스코필드는 즉각 조종사를 총으로 사살했지만 블레이크는 이미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고,[13] 나 이제 죽는 거야?라며 스코필드에게 묻다가 의식이 혼미해지며 불타는 비행기에서 나오는 불씨로 인해 농가가 불타서 생긴 재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적의 포격이 쏟아지는 것으로 착각하고 내가 총을 맞았냐고 하는 등 횡설수설을 하다가, 죽음을 받아들이고 스코필드에게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잘 알아두고 있냐고 물어본 뒤,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남겨달라고, 그리고 꼭 임무를 완수해달라고 부탁한 후 숨을 거둔다.
블레이크의 의식을 확인하고 사망한 것을 알게 된 스코필드는 잠시 상심하다가 블레이크의 반지와 인식표를 챙기고(이 때 블레이크의 품 속에 있던 지도는 피에 젖어서 쓸모가 없어져버린다) 시신 수습을 위해 블레이크를 낑낑대며 옮긴다.
그런 스코필드 앞에 두 영국군 병사가 나타나는데, 이들은 지나가던 중 근처에 추락한 독일군 전투기를 확인하기 위해 온 것으로 보이는 부대의 병사들이었다.[14] 스코필드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서 블레이크를 척박한 진흙땅에서 베어졌다곤 하나 꽃이 핀 벚나무들이 가까운 푸르게 자라 있는 잔디 위로 옮긴 다음 그 병사들이 소속된 부대의 지휘관인 스미스 대위( 마크 스트롱 분)의 배려로 트럭에 얻어타게 된다. 이 때 날카로워 위험의 요소가 있어서인지 총에 붙어있던 대검은 스코필드와 두 병사 모두 빼낸다.
지휘관 뒷담화 등 유머러스한 잡담을 주고 받는 병사들[15] 사이에서 스코필드는 죽은 블레이크를 생각하며 상심하지만 가는 도중 타이어가 진흙에 빠지게 되어 직접 밀어 빼내야 하는 상황이 오자 시간을 더 허비할 수 없어 트럭을 꺼내는 것을 도와달라고 신경질적으로 재촉하며 트럭을 빼내는 데에 힘을 쏟는다.
처음엔 대충대충 밀어주던 병사들은 스코필드가 정말 절박하다는 것[16]을 알고 빠르게 트럭을 빼내준다.[17]
겨우겨우 빠져나와[18] 다시 전진하던 영국군 병사들은 스코필드가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고, 스코필드는 임무 내용을 알려준다. 그 임무에 1600명의 목숨이 달려있다는 말에 병사들은 혀를 차며 경악한다.[19]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군 부대는 다리가 끊어져 다른 다리로 우회를 선택하게 되고, 스코필드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기에 무리에서 나와 다시 제 갈 길을 가게 된다. 이때 자신에게 트럭을 타고 가라며 배려해주었던 스미스 대위로부터 "명령을 전할 때는 사람들이 많은 공개된 자리에서 전하라. 그저 끝까지 싸우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20]."라는 조언을 듣는다.[21]
|
트럭 부대와 헤어진 후 끊어진 다리를 건너던 스코필드는 느닷없이 총격을 받는다. 주변에 있던 건물 위에 독일군 한명이 매복하고 있었던 것이다.[22][23] 총격전을 벌이던 스코필드는 상대를 명중시키는데 성공하고 확인사살을 위해 건물로 들어간다. 독일군이 숨어있는 방의 문을 열자마자 죽어가던 독일군이 스코필드를 향해 한손으로 소총을 쏘고, 이와 동시에 스코필드도 응사하며 적을 사살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적이 쏜 탄환이 철모를 비껴맞으며 생긴 충격으로 계단 밑으로 떨어지며 의식을 잃어버린다.[24]
3. 마을 탈출
스코필드가 이슬이 떨어지는 소리와 얼굴에 닿는 촉감 때문에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마을은 독일군 부대에 의해 점령 당한 상태였다.[25] 시간 내에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그는 기절해 있었던 건물에서 나와 어두운 하늘 아래 조명탄으로 반짝거리는 거리로 나서지만, 곧 정찰 중이던 독일군에게 쫓기며 질주하다 불타는 교회 앞에 도착한다. 한밤 중 불길에서 나오는 빛과 뿌연 먼지 사이로 서로의 실루엣을 보는데, 아군인지 적군인지 서로 긴가민가 하다가 먼저 알아차린 독일군 쪽에서 갑자기 스코필드 쪽으로 달려오면서 총격을 가하기 시작한다.[26] 스코필드는 다시 달리기 시작해 한 건물의 지하실로 급히 피신하면서 그곳에서 숨어지내던 프랑스 여인을 만난다.스코필드는 독일군인 줄 착각하고 겁먹은 여인에게 서툰 프랑스어[27]와 최대한 쉬운 영어 단어로 영국인이라는 걸 설명한 후 그녀에게 데본셔 연대가 있는 숲으로 가려면 강을 따라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와 이야기하던 중 뒤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는데, 그녀가 부모도 누군지 모르는 버려진 아기와 단둘이 숨어살고 있고, 음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가지고 있던 음식과 잠시 쉬어갔던 목장에서 수통에 담아뒀던 우유를 그들에게 주고 아기를 달래준다.[28][29]
종소리가 울리는 것을 듣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직감한 스코필드는 곧 아침이라 독일군에게 발각될 테니 가지 말라는 여인의 만류를 미안하다는 말로 뒤로 하고 지하실에서 나온다.[30]
지하실에서 나와 연이어 터지는 조명탄의 빛을 피해 건물 뒤로 몸을 숨기며 급박하게 강으로 향하던 도중, 스코필드는 만취한 독일군이 갑자기 튀어나와 구토를 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한 건물 안으로 몸을 숨긴다. 건물로 들어가자마자 또 다른 독일군 바우머[31]와 정면으로 맞닥뜨린 스코필드는 그를 제압하고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보내고, 제압당한 바우머도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좋게 끝나나 싶더니, 안심한 스코필드가 입에서 손을 떼자마자 바우머가 소리를 질러 동료를 부르면서 스코필드와 바우머 간의 격투가 벌어진다. 바우머는 칼을 꺼내들며 스코필드를 죽이려 들지만 스코필드의 반격으로 목이 졸려서 제압 당한다.[32]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와 술이 담긴 박스를 뒤지고 있던 만취한 독일군이 다른 바우머의 이름을 부르며 비틀거리지만 어두워서 전혀 눈치채지 못한 가운데 스코필드는 바우머를 목을 조르고 입을 막아 교살시킨다.[33] 그리고 여전히 상황 파악 못한 만취 독일군이 다가오자,[34] 스코필드는 그를 밀치고 도망간다. 곧 정신을 차리고 사격하며 쫒아오는 만취한 병사와 반대편에서 또다른 병사가 쫓아오며 총을 쏘고, 옆 길로 샌 스코필드는 엄청난 스프린트 능력으로 독일군의 추격으로부터 도망치던 도중 더이상 길이 없자 즉시 강으로 뛰어든다.[35]
4. 무인지대
거센 강의 물살에 떠내려가다 지칠 대로 지친 그는 물살이 잔잔해진 곳에 도착한다.[36] 강가에 흩날리던 벚꽃잎을 본 스코필드는 헤엄쳐서 강둑으로 향하고,[37] 강둑에 쌓인 시체들 위에 기어올라서[38] 마침내 강변 둔치로 올라오는 데 성공한다.끔찍한 일들과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군장까지 모두 망실한 상태에서 정신이 극한까지 몰린 스코필드는 둔치에 엎드려 오열한다. 그러다 환청처럼 들려오는 어떤 노래 소리를 듣게 된다.[39] 그는 그곳으로 다가가고, 그곳에서 많은 영국군 병사들이 한 병사의 노래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걸 보게 된다. 스코필드 역시 지쳐 쓰러지듯 앉아서 그 노래를 멍하니 듣는다.
I'm just a poor, wayfaring stranger 저는 방황하는 가련한 떠돌이입니다 Traveling through this world of woe 슬픔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을 떠돌고 있지요 There is no sickness, no toil, no danger 질병도 고생도 위험도 없어요 In that bright land to which I go 제가 가는 밝은 그곳에는 I'm going there to see my mother 저는 어머니를 뵙기 위해 그곳으로 갑니다 She said she'd meet me when I come 제가 오면 만나자고 말하셨죠 I'm just goin' over Jordan 요단강을 건너 I'm just goin' over home 집으로 갑니다 I know dark clouds will gather 'round me 먹구름이 저를 감싸리란 걸 압니다 I know my way is rough and steep 가는 길이 거칠고 험하다는 것도요 But beauteous fields lie just before me 그러나 황금 들판이 펼쳐지고 Where gods redeemed, their vigils keep 주님 아래 구원받고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겁니다 I'm going there to see my father 저는 아버지를 뵙기 위해 고향으로 갑니다 I'm going there, no more to roam 더 이상 방황하지 않아도 되는 그곳으로 I'm just goin' over Jordan 요단강을 건너 I'm just goin' over home 집으로 갑니다 I'll soon be free from earthly trials 곧 모든 고통은 끝나고 This body rests in the old churchyard 이 몸은 교회 묘지에 잠들어 있겠죠 I'll drop this cross of self-denial 제 금욕의 십자가를 지고 And go singing home to God 주님을 찬양하며 집으로 갑니다 I'm going there to see my savior 저는 주님을 만나기 위해 그곳으로 갑니다 I'm going there, no more to roam 더 이상 방황하지 않아도 되는 그곳으로 I'm just goin' over Jordan 요단강을 건너 I'm just goin' over home 집으로 갑니다 |
노래가 끝나자 병사들은 일어서서 움직이고, 그들 중 몇몇이 얼이 빠져 있는 스코필드에게 다가온다.
병사 1: 너 괜찮아? 어디서 왔어?
병사 2: 얼이 빠졌나 봐.
병사 3: 우리 부대 애는 아닌데?
병사 2: 엄청 젖었잖아.
병사 4: 모르겠다, 그냥 얘도 데리고 가자.
스코필드: 데본셔 연대를 찾아야 해...
병사들: 뭐라고? 얘가 뭐라고 한 거야?
스코필드: 데본셔... 데본셔 연대를 찾아야 해...
병사들: 우리가 데본셔 연대인데?
병사 2: 얼이 빠졌나 봐.
병사 3: 우리 부대 애는 아닌데?
병사 2: 엄청 젖었잖아.
병사 4: 모르겠다, 그냥 얘도 데리고 가자.
스코필드: 데본셔 연대를 찾아야 해...
병사들: 뭐라고? 얘가 뭐라고 한 거야?
스코필드: 데본셔... 데본셔 연대를 찾아야 해...
병사들: 우리가 데본셔 연대인데?
이에 정신을 퍼뜩 차린 스코필드는 자리에 앉아 있던 그 병사들이 바로 자신이 찾아 헤매던 데본셔 연대 2대대 소속의 D중대임을 알게 된다. 그들은 곧 있을 공격의 후발부대였던 것이다.[40]
곧 공격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경악한 스코필드는 서둘러 맥켄지 중령에게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좁은 참호 안을 달리기 시작한다. 최전선에 다다르자 돌격 전에 유언을 미리 써두는 병사, 맥켄지 중령이 어디 있냐는 질문에 울기만 하며 패닉 상태인 대위, 부대원들의 정신줄을 붙잡으려 고함을 치는 중사, 스코필드가 공격 중지 명령이 왔다는데도 무시하는 중위 등을 보게 된다. 곧이어 독일군의 포격이 시작되면서 참호 안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리고, 병사들로 바글바글한 좁다란 참호 앞에서 발이 묶여버린 스코필드는 마지막에 보이는 중위를 향해서 말을 건넨다.
스코필드: "이 공격을 멈추라는 명령서를 갖고 왔습니다!"
중위: "뭐?!"
스코필드: "맥켄지 중령님은 어디 계십니까?!"
중위: "저 앞에 계신다!"
스코필드: "얼마나 걸립니까?!"
중위: "300야드는 더 가야 막사가 나온다! 1차 공격이 끝나기 전까지 기다리도록!"
스코필드: "아뇨, 그럼 안 됩니다!"
(그리고 "다음 공격까지 30초가 남았다"는 장교의 지시를 들은 스코필드는 참호가 막혔다면 참호 위의 들판을 가로질러 간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을 즉각적으로 하게 된다. 이윽고 참호 위를 기어오르는 스코필드.)
중위: "그쪽으로 가는 건 불가능해! 자네 미친 건가?"[41]
(중위를 다시금 돌아보는 스코필드. 그의 눈빛을 읽은 중위는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는다.)
"지금 뭐 하려는 건가, 상병?[42] 안 돼... 안 돼! 안 돼!!"
중위: "뭐?!"
스코필드: "맥켄지 중령님은 어디 계십니까?!"
중위: "저 앞에 계신다!"
스코필드: "얼마나 걸립니까?!"
중위: "300야드는 더 가야 막사가 나온다! 1차 공격이 끝나기 전까지 기다리도록!"
스코필드: "아뇨, 그럼 안 됩니다!"
(그리고 "다음 공격까지 30초가 남았다"는 장교의 지시를 들은 스코필드는 참호가 막혔다면 참호 위의 들판을 가로질러 간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을 즉각적으로 하게 된다. 이윽고 참호 위를 기어오르는 스코필드.)
중위: "그쪽으로 가는 건 불가능해! 자네 미친 건가?"[41]
(중위를 다시금 돌아보는 스코필드. 그의 눈빛을 읽은 중위는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는다.)
"지금 뭐 하려는 건가, 상병?[42] 안 돼... 안 돼! 안 돼!!"
|
|
중위의 고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코필드는 들판으로 뛰어들고, 호각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돌격하는 아군 병사들과 영국군을 저지하려는 독일군의 포격을 가로지르면서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한다.[43][44][45]
우여곡절 끝에 그는 맥켄지 중령( 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이 있는 방공호까지 도달하게 되고, 제지하는 하사들을 떨쳐내고 중령에게 서둘러 공격을 중지해야 한다고 참모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다급하게 말한다. 중령은 쫒아내려고 했지만 스코필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장군의 명령서를 전한다. 중령은 이에 대해 "이미 늦었다. 망설이면 진다. 500야드만 더 가면 이긴다. 적을 몰아세웠는데 기다리라고?"라며 듣지도 않을 태세를 보이지만 스코필드가 독일군의 함정이니 제발 명령서를 읽어보라며 명령 내용을 읊자[46] 그제서야 관심을 보인다.[47] 중령은 잠시 명령서를 읽은 후 참모인 소령에게 공격 중지를 명령한다.
소령이 급히 뛰어나가 명령을 하달하자 공격은 즉시 중지된다. 사상자가 꽤 생기긴 했지만 1600명의 병사들이 몰살당하는 사태는 막았다. 멕켄지 중령은 "오늘은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 희망은 위험한 것이지."(I hope today would be a good day. Hope is a dangerous thing) 라고 말하고, 오늘은 이렇게 끝나지만 어차피 다음 주가 되면 또 다시 공격 명령이 내려와 병사들을 사지로 내몰 것이라며 사령부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비난한다. 그리고 "끝장을 봐야 전쟁이 끝난다"(the last man standing)라며 탄식한다.
말을 모두 마친 중령은 스코필드에게 돌아가서 부상을 치료하고 그만 꺼지라고 한다.[48][49] 밖으로 나온 그는 블레이크의 유품을 전해주기 위해 형 블레이크 중위를 찾는데, 지휘본부에 있었던 소령에게서 그가 전투의 선발대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설마하는 생각에 그는 참호 뒤에 있는 야전치료소로 가서 뛰어다니며 다급히 블레이크 중위를 부르고, 드디어 중위를 찾게 된다. 사지가 잘려나가고, 성한 곳이 없는 환자들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 있는 관객들 역시 설마 하는 마음으로 조마조마하게 보다가 멀쩡한 모습의 블레이크 중위를 보고 안도하게 하는 연출이 일품. 치료가 필요하냐는 블레이크 중위( 리처드 매든 분)의 말에 스코필드는 아니라고 답한다. 그럼 대체 여기서 뭐하는 거냐는 중위의 질문에 장군의 명령을 전달하러 온 전령이라고 답하고 8연대 소속이라고 말한다.
''그럼 내 동생을 알겠군''이라며 말하는 중위에게 그와 함께 왔었다고 말한다. 블레이크 중위는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냐는 어리둥절한 표정과 동생을 만날 생각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톰은 그럼 어딨나"[50]며 질문을 하지만 스코필드는 말 없이 서 있는다. 점점 표정이 굳어지며 동생의 죽음을 직감하고 우울해지는 중위에게 스코필드는 유감의 말과 함께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친구였다며 블레이크의 유품인 반지를 그에게 전달한다. 형제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자제하며 최대한 눈물을 삼키려고 하는 블레이크 중위에게 이름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때 스코필드의 이름이 밝혀지는데, 바로 '윌리엄'.[51] 중위는 동생과 함께 있었다니 기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식량이 필요하면 야전식당으로 가라는 말을 전해준다. 스코필드는 슬픔을 참으려 하는 블레이크 중위에게 블레이크와의 친분을 이야기하며 마지막을 지켜주며 들었던 유언대로 블레이크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러 가도 되겠냐고 허락을 받는다. 이후 돌아가려다 다시 블레이크 중위를 되돌아보며, 톰은 훌륭한 친구였고,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다고 전해주는데, 그 말이 어느 정도 위안이 되었는지 "자네가 곁에 있어서 다행이었겠군."이라고, 그러나 여전히 울먹이며 악수를 청한다. 둘의 맞잡은 먼지투성이 손이 클로즈업되어 전장의 전우애와 가족애를 강조한 명장면이다. 그제서야 스코필드는 중위를 뒤로 하고 치료소 주변에 있는 나무로 걸어간다.
그 나무에 기대어 아이들과 아내의 사진을 꺼내본 후[52] 평온한 얼굴로 잠들면서 영화가 끝난다. 처음 출발할 때는 수천명의 목숨이 달린 한 가지의 명령을 전달하려 떠났지만, 결국 두 가지의 다른 소식을 전하게 되었고, 수천명의 목숨을 살렸음에도 꺼지라는 답만 들은 것과 달리 단 한명의 사망소식을 전했음에도 고맙다는 감사를 듣는 것이 비교된다.
검은 화면에 'FOR LANCE CORPORAL ALFRED H. MENDES 1st BATTALION KING'S ROYAL RIFLE CORPS WHO TOLD US THE STORIES(이 이야기를 전해준 왕립근위보병대 제1대대 알프레드 H. 멘데스 준부사관을 위하여)' 라는 문구로 마무리되는데, 이는 이 영화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1차 세계 대전 당시 전령으로 활동했던 샘 멘데스 감독의 할아버지이기도 한 알프레드 맨데스(1897~1991)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뜻이다.
[1]
미국이 중립을 깨고 독일제국에 전쟁을 선포한 바로 그날이다. 모티브가 된 사건은 12월이었으나 바꾼 것으로 보인다.
[2]
독일군이 후퇴한 줄 알고 공격했다가 큰 피해를 입은
솜 전투를 언급한다.
[3]
레슬리 중위는 스코필드와 블레이크에게 "자살이나 다름없는 짓이라는 건 알고 있지?"라는 말을 하는 등
까칠하게 굴면서도 독일군 참호로 가는 루트를 다 알려주고, 보기보다 훨씬 깊고 한번 빠지면 못 나오니까 비가 와서 물이 고여 있는 크레이터들을 조심하라고 경고해 주고, 신이 도와서 무인지대를 넘어간다면 신호하라며, 만일 독일군에게 붙잡혀 노획당하면 골치 아프다는 이유로 적과 맞닥뜨리게 되면 받아줄 테니 되던지라는 충고와 함께 아무도 없으면 쏘라며 조명탄을 챙겨주는 등 말과는 반대로 챙길것은 전부 챙겨준다. 둘이 떠나기 직전에 축복해준답시고 마시던 술을 성수 대신 뿌려주는 것은 덤.
[4]
이때 나오는 OST의 제목은 '게헨나'인데, 무인지대가 지옥같은 곳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게헨나는
구약성경에서 왕들이 아이들을 불태워 죽이는 인신공양을 저지른 계곡이기도 하다. 양국의 권력자들에 의해 전쟁터에서 희생되는 젊은이들을 빗댄 것.
[5]
스코필드가 블레이크를 위해 철조망을 벌려주다가 그만 철조망이 손에 박혀버렸고, 가는 도중 들어가게 된 물구덩이에서 블레이크가 참호 벽에 쳐박혀있는 시체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서 호들갑을 떨자 자신도 움찔 하다가 푹 썩은 시체 속에 찔린 손이 빠져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필 철조망에 박힌 손인지라 1차 세계 대전 당시의 야전 의료수준을 생각한다면 자칫 손을 잘라야할 정도로 심각한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영화에서는 딱히 그런 묘사를 보여주진 않는다. 충분할지 의문이지만 일단 적 참호에 도착한 뒤 수통에 담긴 물을 부어 세척 후 깨끗한 붕대로 감긴 했다. 이후에도 왼손의 상처 부위가 오염될 상황이 등장하지만 별 다른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연출로 보아, 관객들이 계속해서 스코필드의 손을 신경쓰도록 하여 몰입감을 높이는
맥거핀으로 의도한듯. 애초에 증상이 나타나려면 며칠은 걸릴텐데 그 전에 영화가 하루만에 끝나니 작중 전개와 상관이 없기는 하다.
[6]
두 전령이 출발했던 영국군의 참호 상태와 한눈에 대비되는 멀끔하고 단단한 독일군의 참호 상태가 보여지기에 관객은 독일군의 철수가 함정임을 알아챌 수 있고 전령임무가 시급한 과제임을 느끼게 된다.
[7]
전황이 독일군에 유리함을 알 수 있는 언급들이 나온다. "쥐도 독일군께 더 크네!" 출발 전 배부르게 먹지 못하는 상황을 투덜대던 블레이크의 태도가 떠오르게 된다.
[8]
참호를 나온 직후 스코필드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군복 안쪽 상자에 가족들의 사진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툴툴거리며 이 상자를 꺼내어 내용물을 확인 후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다만 이 때는 사진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없고 그저 상자를 열어 확인하고 넣는 장면뿐이기에 관객들은 어떤 의미를 갖는 행동인지 알 수 없었다.
[9]
윌코라는 친구가 귀를 어떻게 잃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스코필드는 전투 중 폭발로 잃은 줄 알고 있었다. 블레이크가 말한 진실은, 미용사인 그의 애인에게 목욕 시설이 후졌다고 편지를 보내자 애인이 헤어 오일을 보내주었다. 윌코는 오일을 군장에 넣었다가 이동중 터지는게 싫어서 머리에 그걸 전부 바르고 잤는데, 한밤중에 깨보니 쥐 한 마리가 어깨에 앉아서 그걸 핥아먹고 있었다. 윌코가 놀라서 일어서자 쥐는 그의 귀를 물어뜯고 도망쳤고, 머리에 오일을 너무 많이 발라서 아무리 씻어도 씻기지가 않았더라는 내용.
[10]
둘러보던 중 스코필드가 "불길한 곳이야(I don't like this place)"라고 말하는데 결국 그 예감이 적중한다.
[11]
솜 같은 대규모 전투를 더 많이 겪어본 스코필드와 아직 어리숙한 블레이크의 전쟁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다는 게 표현되는 장면이다.
[12]
은혜를 원수로 갚은 괘씸한 행보처럼 보이지만 독일군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꼭 그렇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게 치열하고 잔혹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방금 영국군 전투기에 격추된 조종사 입장이라면 영국병사들이 자신을 포로로 끌고 가려고 한다던지, 가혹하게 심문을 한다던지 그렇게 안 좋은 쪽으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뿐, 순수한 선의로 구해준다고 생각하긴 힘들었을테니 최후의 발악을 한 셈이다. 그리고 스코필드가 펌프질로 뜬 우물도 치명적인 흙탕물(혹은 녹물)이었기에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질병으로 전사한 병사 수가 많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종사를 죽이는 게 더 나았던 상황이었다.
[13]
이후 스코필드가 데본셔연대에 도착해 야전병원에서 블레이크의 형을 찾을 때 스코필드의 어깨너머로 블레이크와 같은 곳을 다친 병사가 나온다.
[14]
적국 병사 2명과 4명의 차이는 독일군 조종사의 발악에 영향을 끼쳤을 조건인데 블레이크의 피습과 스코필드의 대응 사이의 시간을 생각하면 정말 간발의 차이로 아군의 도움을 받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인 것이다.
[15]
이 때 트럭에
인도인 병사들이 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 명은 시크교도인지 군모 대신 터번도 쓰고 있다.
[16]
출발 당시에는 전령임무에 회의적이던 스코필드가 자신의 목숨을 구한 블레이크의 희생을 본 뒤 전령임무를 완수해 더 많은 목숨을 구해야겠다는 태도로 변화한 것을 볼 수 있다.
[17]
뺀 직후 트럭을 잡던 손을 놓친 스코필드는 철조망을 지나오다 부상을 입은 왼손이 진흙 속에 푹 박힌다. 그러나 별 다른 대사 혹은 연출은 존재하지 않고, 이후에도 상처는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다.
[18]
그렇게 가던 도중 트럭에 같이 탑승해 있던 한 영국군 병사의 잡담이 참 명언인데,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을 보며 하는 말이 "저것 좀 봐, 저까짓 땅 1cm 때문에 3년 동안 죽어나갔다니. 그냥 좀 주지."이다. 차량에서 병사들의 잡담을 듣다보면 전쟁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상류와 직접 전투를 현장에서 뛰는 하류 사이에 커다란 인식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간부들에 대한 뒷담화와 전쟁의 목적인식에서 정치에 무고한 소시민이 희생됨을 느낄 수 있다.
[19]
트럭 안에서 한 병사가 건네준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신 후 주머니에 있던 명령서를 꺼내서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족사진을 보관하던 철제케이스에 함께 넣는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처음에는 전령임무에 회의적이었지만 블레이크의 죽음 이후 전령임무를 전력을 다해 수행할 것을 다짐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20]
맥킨지 중령은 고집불통 전투광이라는 것을 은근히 알려주는 것이었다. 이후 결말에서 스코필드가 맥킨지 중령에게 명령을 전달하려 할 때 맥킨지 중령은 의도적으로 무시하려 했지만 주위에 듣는 사람이 많아 결국 명령에 따라 공격을 중지한다.
[21]
전쟁이 합리적 판단보다 정치적, 감정적 판단으로도 벌어질 수 있다는 뜻. 지휘관의 결정 하나로 수천명의 목숨이 좌우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허망함이 느껴지게 된다.
[22]
저격수는 아니다. 거리도 무진장 가까운데다 끊어진 다리 위에서 매우 천천히 움직이는 스코필드를 5발 이상이나 사격했음에도
못 맞췄다.
[23]
정황상 매복이나 정찰도 아닌 낙오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저격수라고 보기엔 사격 실력이 형편없으며 무엇보다 독일군이 들고있던 소총은 망원조준경이 없는 보병용 알총이었다.
[24]
블레이크가 스코필드를 깨웠던 영화의 시작부터 이 지점까지 하나의 롱테이크 씬을 보는 것처럼 숏이 끊어지지 않고 쭉 이어진다. 물론 교묘한 편집점은 중간중간 있지만. 주인공이 기절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검은색 화면'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는데, 이야기의 1부를 끝내고 다음 장면에서 새로운 2부가 시작된다는 느낌을 준다.
[25]
독일군들이 마을에 불을 지르고 조명탄을 쏘는 상황이었는데,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의 특기인 조명과 그림자를 활용한 영상미와 폐허가 된 마을 세트, 달빛도 안 비칠 정도로 극도로 어두운 검은 하늘,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선율의 음악이 잘 어우러져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같은 감독의 007 시리즈 연출에서 비슷한 시각연출을 볼 수 있다.
[26]
스코필드는 불타는 건물을 정면에 두고 서있었기 때문에, 그의 시야에서는 화염의 역광에 위치한 독일군 정찰병의 실루엣만 확인 가능했다. 피아식별이 어려운 장면이라 아군인가 싶은 기대와 적군인가 싶은 불안감이 교차되어 긴장감이 배가된다.
[27]
스코필드는 프랑스군 장교와 훈장-와인 교환을 한 적도 있는 것으로 보아 프랑스어를 어느정도 접할 수 있는 신분이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영화 어톤먼트를 보면 영국군 병사가 프랑스어를 구사할 때 신분이 괜찮은 것으로 취급받는 묘사를 볼 수 있다.
[28]
아기에게 아동문학가
에드워드 레어의 시인 The Jumblies의 초반을 읊어 재워준다. 아기를 수월하게 달래는 장면에서 스코필드가 가정을 꾸린 경험이 있는 유부남이라는 사실이 암시된다.
[29]
이 장면에서
유사가족 관계가 형성된다. 아빠, 엄마, 아이로 구성된 화면에서 잠시나마 가정의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유사 가족관계는 영화
퓨리 등에서도 묘사된 바 있는데, 전쟁은 가정을 빼앗아가는 냉혹한 것임을 느끼게 하는 장치. 반전영화의 메시지가 담겼다.
[30]
이때 스코필드가 지하실에서 나오면서 문을 닫지 않고 그냥 가버린다. 물론 롱테이크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31]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오마쥬로 보인다.
[32]
어두워서 어떻게 싸우는지 분간하기가 어려운데, 자세히 보면 바우머가 먼저 바닥에 스코필드를 눕혀놓고 칼로 찔러죽이려 들지만 스코필드가 반격해서 칼을 놓치고, 몸싸움 후 역으로 마운트에 당해서 목이 졸린다. 이 과정에서 스코필드는 총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그걸 두고 가게 된다.
[33]
확실하게 사망여부가 나오지 않아 그냥 기절했을 가능성도 있다.
[34]
이때 독일군의 대사는 이렇다. "(술이) 더 없나? 없나 보군… 바우머? 바우머! 왜 대답이 없어? 바우머? 바우머! (밀치고 도주하는 스코필드에게 총격이 가해진다) 영국놈이다!"
[35]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출 노을에서 어두운 이른 아침으로 하늘의 색이 바뀐다. 어두운 데다 상대는 달리면서 쏘고 있으며, 한 명은 만취 상태고, 스코필드는 총이 없어 가볍게 달릴 수 있었다. 그 상황에서 달리는 사람을 단발로 맞추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에 심한 주인공 보정은 아니다.
[36]
실제로 잠을 계속해서 못잔 나머지 포격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기절하듯 잠에 들어버린 사례도 적지 않다. 게다가 꼬박 하루 동안 죽음의 공포속에 긴장하며 계속해서 도망치고 움직이기를 반복한 나머지 거친 물살에 떠내려가다 잔잔해지자 떠내려가던 통나무를 겨우 껴안고 잠시 졸기까지 한다. 의식을 잃자마자 얼굴이 물속에 들어가버려 바로 깨버리는 모습이 일품.
[37]
앞서 언급했듯이 블레이크가 죽음을 당한 농장 역시 벚꽃나무가 가득했고, 블레이크 역시 부모님이 체리 농장을 운영했다고 하였다. 지도를 잃어버려 길을 모르는 스코필드에게 길을 알고 있던 블레이크가 도움을 준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벚꽃이 블레이크에게 고향을 떠올리는 매개체였듯 스코필드가 영국군 부대를 만날 것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38]
벚꽃에 해박했던 블레이크와의 추억을 떠올림에 이어 그의 선량했지만 선량함으로 야기되어 버린 갑작스런 죽음을 생각하기 쉬운 장치다.
[39]
해당 노래는
I Am a Poor Wayfaring Stranger라는 영국 민요다. 이 곡은 영화 개봉 이후 팬들이 공개 청원 서명운동까지 전개한 결과 2020년 2월 8일 디지털 싱글로 공개되었다. 각종 스트리밍 사이트에 올라와 있으니 관심있는 유저들은 찾아 들어보자.
[40]
이들이 듣고있었던 노래의 내용이 요단강을 넘어서 세상을 먼저 떠난 이들을 보러간단 걸 생각하면 관객들이 보고 있는 스코필드의 상황이 여정의 끝에 다가가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 노래지만 이들에겐 앞으로 있을 공격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방황하는 삶의 여정이 끝나더라도
요단강을 건너
안락한 땅으로 향해 사랑하는 이들과 안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을 위로해 주고 있던 것이다.
[41]
독일군의 사격에 의한 위험성도 있지만 돌격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 경로를 방해하는 것이다.
[42]
대표적인 오역으로 스코필드는 솜 전투에서도 살아남은 베테랑 부사관이다.
[43]
작중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최고 명장면으로, 비장한 배경음악과 사실상 자살 공격이나 다름 없는 공격을 시작하는 영국군 병사들의 돌격함과 동시에 내지르는 전투 함성소리와 더불어 필사적으로 힘껏 달리는 스코필드의 모습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촬영 장면
[44]
배경음악을 유심히 들어보면 초침소리를 표현하고 있다. Time is the enemy(시간은 적이다)라는 주제와 딱 맞아 떨어지는 사운드트랙.
[45]
스코필드는 돌격하는 병사 몇몇과 부딪혀 넘어지면서도 즉시 일어나서 달린다. 사실 이 충돌 장면은 예정에 없던 실수였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상황의 비장함과 긴박함을 보여주는 명장면이 탄생한 것이다.
2분 55초부터 해당 장면에 대한 이야기. 이때 옆에서 돌격하는 병사들이 앞으로 내민 총검 덕분에 더욱 아찔한 광경이 연출된다. 이 와중에 넘어진 배우들은 일어나지도 않고 혼자 넘어지는 병사도 있는데, 오히려 전장의 공포 앞에 무너져 몸이 말을 안 듣거나 죽은 척을 하는 병사들도 있는 만큼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했다는 평가도 있다.
[46]
많은 수의 참모진이 있는 곳에서 내용을 밝혔고, 맥켄지와 참모도 독일군의 함정이라는 말에 멈칫한다.
[47]
의도적으로 얘기를 끊으며 무시하려는 태세를 보였으나 같은 자리에 워낙 듣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계속된 요구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던 점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스미스 대위의 조언이 딱 맞아떨어진 것.
[48]
순전히 개고생해서 도착한 스코필드 병장이 마음에 안 들어서 꺼지라고 했다기보다는, 오락가락하는 지휘부에 진저리가 나 짜증스럽게 내뱉은 말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 처음에는 임무를 끝낸 스코필드에게 말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수고했다는 듯이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가서 개인정비를 하라고도 했다.
[49]
블레이크는 전령임무를 마치면 훈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고, 스코필드가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겨가며 처절한 고생 끝에 임무를 수행한 것을 떠올리면 중령의 태도에 허망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멕켄지 중령의 말대로 이번 작전을 멈춰도 당장 일주일만 지나면 또 다시 개죽음이 닥쳐올 테니 더더욱 허탈해하는 것이 당연하다. 전쟁미화와 영웅주의 조장을 경계하는 연출로서 탁월한 장면.
[50]
"톰이 왔어? 어디 있는데?(Tom is here? Where is he?)"라고 묻는다. 동생 블레이크 병장의 이름이 톰(Tom)이라는 게 밝혀지는 순간이다.
[51]
윌리엄은 줄여서 윌이라고 덧붙이는데, will이 뜻하는 여러가지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있다는 해석이 있다. 의지, 유언, 그리고 윌리엄 본인.
[52]
영화 내내 스코필드는 가족사진을 꺼내보지 않았었다. 블레이크가 죽어가면서 가족사진을 볼 때에도 자신의 가족사진을 꺼내보지 않았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영화 초반부 독일군의 참호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직후 먼지 투성이인 상태로 블레이크에게 툴툴대던 스코필드는 가슴 안쪽 주머니에서 상자를 꺼내어 확인한 후 다시 소중히 넣는 장면이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비춰지는데 이 상자에는 가족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죽을 고비를 넘기자 마자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물품이 잘 있는지 확인하는 장면. 전쟁을 겪으며 생존에만 무게를 두게 되었던 스코필드도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인간성과 가족을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그들에 대한 사랑을 언제나 항상 품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