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라는 학문에 있어 중요한 것은, 너희들이 '배움에 알맞은 가치가 있는 자인가 아닌가'뿐이다.
古橋零侍
1. 개요
우리는 공부를 못해의 등장인물. 성우는 미도리카와 히카루.후루하시 후미노의 아버지이자 후루하시 시즈루의 남편.
직업은 유즈루하 대학의 수학 교수로, 수학적 재능은 젬병인 후미노의 아버지라는 게 어찌 보면 아이러니. 죽은 눈에 제대로 밀지 않은 턱수염 등 세상에 무관심한 인상을 하고 있으며, 후미노 본인의 평가로는 수학 이야기만 나오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진다고 한다.
2. 작중 행적
2.1. 등장 이전
나... 위압적인 남자가 무서워. 우리 아빠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려나....
- 후루하시 후미노, 5화 中
- 후루하시 후미노, 5화 中
오늘은 아빠가 집에 있으니까... 별로 돌아가고 싶지 않거든....
- 후루하시 후미노, 58화 中
등장 전부터 본작의 가장 큰 시리어스 떡밥으로 독자들의 주목을 모았던 인물. 모친인
후루하시 시즈루가 타계한 이후 현재 후미노의 유일한 가족이지만, 작품 내내 딸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좋지 않다는 불길한 복선이 던져졌다. 후미노가 남성을 대하는 데 벽을 두는 것도 위압적인 아버지의 영향이며, 나리유키가 후루하시 가에 찾아갈 때마다 부재중이었던데다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무뚝뚝하고 일이 바빠서 애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솔직하지 못한 아버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으나...[2]- 후루하시 후미노, 58화 中
태풍이 치는 날에 후미노가 아버지 얼굴을 보기 싫다는 이유로 집에 들어가기를 꺼리고, 심지어 밤이 되어서는 아빠가 이미 자고 있을테니 들어가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아, 일의 바쁨 이전에 딸에게 애정도 관심도 없는 인물이 아닌가 하는 예상이 매우 높아졌다. 이는 다시 말해 태풍이 몰아치는 날씨에 미성년자 딸이 밤늦게까지 연락 하나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데도 개의치 않고 자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적어도 후미노 자신에게 있어 아버지의 인상은 그렇다는 것. 아무리 소통에 서투르다고 해도 자식이라면 연락 한 번 해보는 정도는 당연한 노릇인데. 더구나 매일 얼굴 보는 딸도 아니고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상황이라면,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 정도의 무반응은 사실 있기 어려운 일이다.[스포일러] 유이가 나리유키도 마음에 걸려서 비긋기 에피소드 도중 직구로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보았지만, 후미노는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얼버무렸는데...
2.2. 「가장 사랑하는 별에 x의 이름을」
첫 등장은 의외로 후미노 에피소드가 아니라 오가타 리즈의 오픈 캠퍼스 편. 81화 수학과 강의를 진행 중 견학 중이던 리즈와 사와코가 피로에 졸고 있자 이를 지적하며, "들을 자격이 있는 녀석만 들으면 된다"는 투의 말을 꺼내며 '고교 수학에 대한 확실한 개념이 잡혀있다면 풀 수 있는 응용문제'를 즉석에서 준비하고 풀어볼 것을 주문하였다. 이과 천재인 리즈가 이를 신선하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재깍 풀어내자 크게 감탄하고는 수학과 진학을 적극적으로 강권하는 모습으로 등장. 이때는 이름이 공개되지도 않았으며, 리즈의 재능을 보여주기 위한 엑스트라 캐릭터라는 인상이었다. 다만, 던지는 대사가 은근히 범상치 않기도 하고, 퀭하게 죽은 눈에 가치관 등 어쩐지 1회용으로 끝나지 않을 법한 느낌을 주기는 했고, 실제로 이 인물이 후미노의 아버지가 아닐까 하는 독자들의 추측도 있었는데, 얼마 안 가서 「가장 사랑하는 별에 x의 이름을」 에피소드에서 재등장, 후미노의 입으로 이름이 공개되며 아버지임이 확정되었다.에피소드의 시작은 85화로 학부형의 진학상담. 후미노는 상담 공지를 집 식탁에 올려놓았으나 결국 찾아오지 않았고, 후미노도 애초에 오리란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치노세 학원 교정에서 리즈와 소란을 벌이면서 예상치 못하게 등장. 오픈 캠퍼스에 찾아온 리즈의 수학적 재능에 놀라 리즈에게 수학과를 권유하러 거듭 학교에 찾아온 것으로 보이는데, 리즈와 나리유키, 사와코 모두 그를 '끈질긴 스토커 교수' 정도로 생각했다가 후미노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그러나 정작 후미노를 본 레이지의 반응은 "아, 너도 이 학교 학생이었나" 정도. 후미노가 꺼림칙해하면서도 '관심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진로상담에 와줬다'며 살짝 고마운 모습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네 진로상담 같은 건 쓸데없다. 네게 이과 학문에 알맞은 가치는 없고, 천문학자니 하는 건 철없는 몽상일 뿐. 그딴 것보다 오가타 양을 설득해야 한다"며 사정없이 후미노의 멘탈을 찢어발겨버렸다. 딸의 장래보다 수학의 본질 어쩌고가 더 중요하냐는 후미노의 비아냥에 당연하지라는 덤덤한 응답은 덤. 마지막엔 '내 집에 살면서 내가 준 학비로 그런 망상이나 벌이려는 거면 내 집에서 나가라' 라는
멘탈이 끊어진 레이지는 어린 딸의 뺨을 갈겼다. 이 사건은 후미노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으며, 그 이후 무려 10년 동안이나 두 부녀 사이에는 제대로 된 대화나 대면조차 오가지 않았다고 한다. 비긋기 에피소드에서도 보듯이 후미노는 레이지를 일부러 기피하고, 레이지는 그런 딸의 태도를 알면서도 무시로 일관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10년을 지내왔던 것.
가출한 후미노가 옷과 생활용품을 챙기느라 짐꾼인 나리유키와 함께 잠시 후루하시 가에 돌아왔는데, 후미노는 평소 패턴상 이렇게 이른 시간에 아버지가 귀가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귀가해버렸다. 당황한 두 사람은 수납장에 초밀착 상태로 숨어버렸는데, 마침 레이지가 어떤 전화를 받고 곧장 다시 외출해준 덕분에 민망한 상황으로 마주치는 건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이지가 통화 중 대꾸한 '별 문제 없다'는 말을 '자신이 가출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의미로 이해한 후미노는 더더욱 화가 치밀어오른 상태.
그런 한편 후미노와 나리유키는 수납장에 숨어있을 때 우연히 거기 보관돼 있던 낡은 노트북을 발견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죽은 시즈루의 노트북으로, 시즈루가 생전 이룩한 '수학계에 파문을 일으킬 대성과'의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는 물건이라고. 옛날에 어린 후미노가 이것을 만지자 험악한 얼굴로 노트북을 빼앗으며 '만지지 마!' 라고 으름장을 놓은 일이 있어, 후미노에게는 좋지 않은 추억의 물건. 그러나 노트북 안에 든 자료는 잠금 설정이 된 '☆'이라는 이름의 폴더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레이지 역시 아직 폴더의 내용물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4]
다시 후미노가 가출한 채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한밤중, 용무를 끝내고 귀가한 레이지는 앞서 집에 돌아와 있는 후미노를 만난다. '결국 가출 놀이는 끝낸거냐'며 비아냥을 날리는 레이지에게, 후미노는 오늘 밤은 정말 멋진 밤이었다며 담담하게 대꾸한다. 영문을 몰라하는 레이지였지만 후미노가 다시 진로 이야기를 꺼내자 다시 단칼에 끊어내고, '천문학이니 하는 헛소리는 하지 말 것'이라고 재차 못을 박는다. 그러나 후미노가 나리유키의 격려를 떠올리며 "헛소리가 아니야! 나는 별이 좋아!"라고 일갈하자, 상당히 놀란 듯 눈을 크게 뜬다. 후미노는 계속해서 어머니와의 추억이 자신의 원점이었다며, 무수한 세월을 거쳐 지구에 도달한 무수한 별들의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뿜어내며 별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역설한다. 그리고 '이토록 사랑스러운 건 또 없다'는 후미노의 말에, 레이지는 젊은 시절 시즈루가 수학 이야기를 하며 보여주던 행복에 젖은 미소를 겹쳐 보고 전율한다.
그렇게 후미노의 천문학에 대한 진심을 인정한 레이지였지만, 그렇다 해도 진로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긋는다. 후미노는 역시 자신이 싫어서냐고 따지지만 레이지는 후미노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가진 문학의 재능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는 자신의 가치관, 그리고 시즈루의 죽음으로 더욱 강해진 '천재가 그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삶을 끝내는 것만큼 허무한 것은 없다'는 신념을 토로하며 자신의 반대 이유를 밝힌다. 그리고 시즈루 역시 자신의 생각에 동의할 것이라며 재차 후미노를 만류하는데, 오히려 후미노는 시즈루의 노트북을 꺼내며 '엄마에게 물어보자'고 제안하고 나선다.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비밀번호를 해제한 후미노는 폴더의 내용물을 레이지에게 보여준다.
가장 사랑하는 별에 [레이지]라는 이름을.
폴더 안에는 레이지가 기대하던 수학 논문은 없었으며, 생전의 시즈루가 두 가족에게 남기는 영상 편지만이 있었다. 영상 속 시즈루는 자신이 두 사람에게 사과할 것이 있다며 운을 떼는데, 그것은 바로
① 생전에 레이지에게 말한 수학 논문은
애초에 없었다는 것.
② 시즈루는 천재가 아니라, 단지 레이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 열등생 출신 범재였다는 것.
② 시즈루는 천재가 아니라, 단지 레이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 열등생 출신 범재였다는 것.
이 두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밀레니엄 문제 같은 걸 내가 어떻게 푸냐며 능청을 부리는 시즈루. 이어서 고교 시절의 한 자릿수 수학시험지를 보여주기까지 하자 10년간 시즈루의 천재성을 한탄하며 살았던 레이지는 그야말로 경악해서 멘탈이 나가버린다.[5]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하던 시즈루는 후미노에게, 어떤 장래를 선택하건 간에 네가 하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엄마는 허락한다며 응원의 메세지를 보낸다.
이어서 밝혀진 폴더의 패스워드는 다름아닌 '레이지'. 그 자신의 이름이었다. 이것은 함께 천체관측을 하며 새 별을 찾던 시즈루와 후미노가, 만약 새 별을 정말 발견한다면 어떤 이름을 붙일지 의논한 결과. 어린 후미노는 자신과 엄마가 같이 발견한 별이라면 두 사람 모두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인 아빠의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즉, 이 에피소드의 타이틀에서 언급된 '가장 사랑하는 별'은 바로 이 사람. 레이지는 홀로 영상편지를 몇 번이고 재생하며 밤을 보낸다.[6]
다음날 레이지는 턱수염을 민 채 멀끔한 얼굴로 진학상담에 찾아오고, 시즈루의 말에 '재능 있는 자'에 대한 자신의 믿음이 흔들렸는지, 시즈루의 뜻에 따라 후미노가 가는 길을 믿어주기로 결정을 내린다. 레이지가 상담을 하는 동안 나리유키는 후미노에게 어제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레이지가 받고 나간 전화는 나리유키의 어머니인 하나에와의 만남 약속이었다.[7] 리즈를 설득한다는 건 핑계였을 뿐 후미노가 걱정되었던 게 아니냐며 묻고 들어오는 하나에에게, 과거 자신이 딸의 따귀를 때렸던 사건을 털어놓으며 그 이후 자신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어 혼란해했고, 딸의 얼굴을 볼 면목도 없어 수학으로 도피해버렸음을 털어놓았다. 결국 딸을 미워하거나 무관심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손찌검한 딸에게 먼저 다가갈 자신이 없어 10년간 딴전을 부렸던 것.
그런 와중 상담을 끝내고 온 레이지가 나리유키와 후미노 뒤에 갑툭튀. 레이지는 나리유키에게 '우리 딸이랑 어디까지 나갔냐, 한 지붕 아래서 아무 일도 없었냐'를 캐물으며 팔불출로 변모할 징조를 보이고 후미노가 화를 내며 버럭거리는 것으로 후루하시 부녀의 이야기는 일단락된다.
2.3. 이후
레이지에 관한 큰 이야기는 얼추 마무리되었으나, 워낙 큰 비중을 맡았던 인물인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출연할 가능성이 많이 점쳐졌고, 실제로 자주... 정도가 아니라 딸의 메인 회마다 꼬박꼬박 얼굴을 비추고 있다. 대개의 역할은 심각한 얼굴과 말투로 웃기는 개그 캐릭터.조금 (사실 한 달은 훌쩍)늦은 생일선물이라는 구실로 생전 아내가 좋아한 립스틱을 딸에게 선물하거나,[8] 어쩐지 TV 별점 프로그램에 알은체한다 했더니 점을 잘 알면 딸에게 인기 끄는 아빠가 될 수 있다는 카피에 혹해서 점술관련 책을 몇 박스씩 구입하는 등 딸내미바보 기질이 슬슬 보이고 있다. 본인은 '쓰기 싫으면 버려라', '수업 교재용으로 산 거다'라며 말을 돌리지만...
이와 같이 딸에게 조금씩 다가가려 노력하는 장면이 나오고, 후미노와 같이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많이 나오면서 부녀간의 사이가 정상화되고 있음을 공을 들여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딸과 나리유키의 사이에 은근히 신경을 쓰며, 대놓고 캐묻진 못하면서도 너무 진도 나가지 말라고 암시를 주는 모습도 재미거리.
그리고 고양이 알레르기에 상당히 약하다.
3. 평가
자식에게 그저 자신과 명예를 드높이는 수단으로밖에 보지 않으며, 자식 본인의 삶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부모인 자신이 명령한 대로 살도록 강요한다는 점에서 시오타 히로미, 엔데버, 빈스모크 저지 등과 비슷한 유형의 막장 부모이다. 특히 자식은 혐오하고 학대했으면서 아내는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점에서 엔데버, 저지와 비슷하다.이제까지는 '일이 바빠서 사이가 소원할 뿐 사실은 애정이 있는 아버지'거나 '강압적이고 소통방법은 잘못되었지만 자식의 장래에 대한 걱정은 있는 사람'일 거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아예 딸의 학교가 어딘지도 별 관심이 없고 리즈를 설득하는 데만 여념이 없는 것, 그리고 10년 동안 딸에게 제대로 대화를 시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걸 보면 말 그대로 막장 부모에 가깝다. 물론 재능 있는 딸이 굳이 가망이 떨어지는 분야로 들어가려는 것에 대해 부모로서 화를 내고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작중 나온 언동은 (특히나 딸의 친구들이 듣고 있다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더욱) 수위를 넘어선 것이고, 더구나 '싫으면 내 집에서 나가'라는 말은 아무리 그래도 어른이 애한테 할 소리가 아니다. 도저히 성숙하고 제대로 된 어른이라고 보긴 힘든 인물. 게다가 딸이 집 나간다고 하자 한다는 말이 '집은 어떻게 구할 건데? 월세는? 수입원은? 보증인은?' 이다. 말하는 투가 담담하다 뿐이지 대꾸 하나하나가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이 점은 가출했다 돌아온 딸에게 첫마디로 비아냥을 날리고, 나름 화해 무드가 조성된 후에도 시즈루의 노트북을 보고 '내가 만지지 말라고 했잖아'라며 으르렁거리는 태도를 통해 계속해서 드러난다.
에피소드가 완료된 현 시점에서 보면, 어느 정도는 위의 추측이 옳았다. 후미노에 대한 애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며, 진로에 대한 반대도 딸의 재능분야를 고려한 사항이었던 것은 사실. 또 10년 전의 손찌검도 죄악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딸과의 틀어진 관계가 자신의 책임임을 인정하고 있는 등, 성품의 뿌리까지 막장이라고 할만한 인물은 아니긴 하다. 결국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지. 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진로에 대해 차근차근 설득하려는 노력도, 지난 일을 사과하고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에피소드 마지막에 부녀가 화해하기는 했지만, 따지고 보면 나리유키의 격려를 받은 후미노가 거의 혼자 멱살을 잡고 자리를 마련해 이룬 성과나 다름없다. 이러나저러나 부모로서도 어른으로서도 변변하게 보기 어려운 인물임은 사실이다.
개중에서도 가장 문제인 건 10년간 딸과의 관계 회복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 이건 그야말로 옹호의 여지가 없다. 앞의 따귀 사건은 백보 양보해서 아내를 잃은 남편의 멘탈이 제정신이 아니었단 걸 감안해줄 수는 있지만, 그후 10년동안 사과도 화해도 없고 제대로 딸을 보살피지도 않았다는 건, 의식주만 제공했다 뿐이지 빼도박도 못할 정신적 학대다. 더구나 이 당시 후미노는 나름 물정 아는 사춘기도 아니고 8살이었다. 어른의 보살핌 없이 생활이 불가능한 나이고, 또래 집단보다 부모에 대한 의존이 아직 강할 시기다. 당시의 후미노에겐 아버지가 남은 세상의 전부다. 누구보다 사랑했을 어머니를 잃은 건 후미노도 마찬가지인데다,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에게 깊은 상처만 받은 채 말 한마디 섞지도 못하고 10년을 자란 후미노가 작중 보이는 것처럼 밝고 원만한 성격으로 자란 건 정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아닌 게 아니라 리즈 장편인 「기계장치 반딧불은 <x>의 풋눈에 그을린다」에서 나온 2년 전 과거 묘사를 보면, 1학년 시절의 후미노는 리즈의 소신 발언에 격려받기 전까지 정신적으로 한계치까지 궁지에 몰려 있었다. 아버지를 향한 애정결핍으로 '만약 오가타 양처럼 수학의 천재였다면 아빠는 날 사랑해줬을까'하는 질투심과 그로 인한 자기 혐오는 물론, 자신의 꿈 자체를 부정하는 아버지와의 갈등이 8년간이나 이어진 와중에 하필 학교에서 붙여준 교육 담당이 지도 태도에서 레이지보다 나을 것도 없는 키리스 마후유. 서로는 몰랐겠지만 이 시기 레이지와 마후유는 집과 학교에서 절묘한 원투 펀치로 후미노의 멘탈을 두들기고 있었던 셈이다.[9] 결국 학업의 기력을 잃은 후미노는 자신의 꿈을 체념하고 두 사람이 시키는 대로 따를 생각까지 품게 된다. 진로를 바꾸는 것 자체야 딱히 잘못된 일이 아니지만 당시 후미노의 포기는 '자발적인 진로 변경'이 아니라 이젠 아무래도 좋다는 식의 자포자기였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자포자기 식으로 결정한 분야에서 본인의 포텐셜을 맘껏 발산할 수 있을지는.... 이렇게 죽은 눈이 될 지경으로 후미노가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데는 마후유의 강압적 지도 방침의 책임도 분명히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부모이자 8년에 걸쳐 냉대로 일관한 레이지의 책임이 훨씬 지대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4. 기타
머리스타일이나 얼굴 생김새가 은근히 유이가 나리유키와 닮았다. 지금은 나리유키 그림체가 많이 순둥순둥해져서 드러나지 않지만, 1화를 비롯한 초반부 작화로 살펴보면 인상이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나리유키의 흑화 버전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인물. 시즈루의 말에 따르면 수학에 젬병인 자신이 노력할 수 있었던 건 레이지가 자신을 신뢰하고 지탱해준 덕이라고 하니, 히로인들이 나리유키에게 품고 있는 감정과 비슷하다 할 수 있다. 물론 레이지 쪽은 시즈루가 진짜 천재라고 믿고 응원한 거지만. 또 시즈루의 영상편지를 보면, 결혼하고 후미노가 태어난 뒤로도 시즈루는 남편을 '레이지 군' 이라고 호칭한 것을 알 수 있는데, 후미노가 나리유키를 부르는 호칭도 '나리유키 군'이라는 것도 묘한 공통점.2차 인기투표에서는 주인공인 나리유키(9위)의 바로 뒤인 10위의 득표를 얻었다. 남성 캐릭터 중 2위이며, 부모 캐릭터들 중 1위의 쾌거. 특히 2차인기투표는 '희망하는 나리유키와의 시추에이션'을 함께 적어내는 이벤트였기에 남캐나 어른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디버프를 먹을 수밖에 없는 투표였다. 레이지를 뽑은 독자들이 나리유키와의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의문이지만...
후미노와 시즈루가 찾은 별에 붙이기로 한 이름이 '레이지'라는 것은 그 자체로 가족애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천재에게 하늘의 빛은 모두 x이다」(問39)에서의 회상과 연결하여 생각하면 대단히 의미심장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시즈루는 죽기 직전에 자신이 죽은 뒤 영혼이 가 있을 별을 후미노에게 찾아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렇게 후미노가 찾아낼 별의 이름이 레이지라는 것은, 다시말해 레이지 자신이 시즈루가 머물고 있는 별, 즉 레이지의 마음 속에서 시즈루의 영혼은 살아서 가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주는 장치가 된다. 10년에 걸쳐 죽은 아내를 슬퍼하고 그리워하며 끊임없이 생각했던 남편의 마음이야말로 아내가 살아있는 별이라는 것. 뿐아니라, 시즈루가 말한 '별이 밝은 밤에 엄마가 있는 별을 찾아 주렴'이라는 부탁이 '사랑하는 별' 에피소드에서 상징적으로 실현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실제로 「가장 사랑하는 별에 x의 이름을」의 클라이맥스 전개는 후미노가
- 별이 밝은 밤에 (나리유키와의 데이트 후)
- 엄마의 영혼이 머무는 (언제나 엄마를 생각하고 있는)
- 가장 소중한 별 '레이지'를 (아버지를)
- 찾아냈다 (10년만에 마음을 열고 마주보았다)
…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문학적 스토리텔링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에피소드.
상기하였듯 본격적으로 등장한 장편 이전이나 이후나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주는데, 캐릭터별 장편마다 깊게 관련되어 등장한 인물은 많았지만, 이렇게 애프터스토리까지 천천히 보여주는 캐릭터는 레이지뿐인지라 작가가 각별히 여기는 게 느껴지는 인물. 여타 장편에 등장한 뉴페이스들은 대개 그 에피소드 한편에서만 등장해 얘기가 끝나거나 이전까지 아무런 복선없이 튀어나온 캐릭터들이다. 마후유편의 히노, 아스미편의 카스미, 리즈편의 할머니 모두 그 에피소드가 되어서야 존재가 드러났을 뿐 이전까지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에 비해 연재 초반부부터[10] 심상찮은 암시를 제공하고 수 차례 복선을 뿌려오다가 최다 회수(5회, 타 장편은 3~4회)에 걸쳐 메인을 맡은 뒤 그 후일담까지 여러 편에 걸쳐 꼬박꼬박 보여주고 있는 레이지는 확실히 다른 장편의 키 캐릭터들과도 차별화된다.
이렇게 후미노의 캐릭터와 행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고 실제로 원작에서는 초창기부터 언질이 나오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TVA에서는 후미노가 '아빠'를 언급하는 대사나 장면이 전부 삭제되어서 사실상 존재감이 없다. 후미노가 아버지를 두려워한다는 것이 언급된 야마오카 에피소드는 아예 누락되었고, 여름 축제편에서 짤막하게 나온 '아빠 심부름'이라는 대사도 그냥 후미노 개인의 볼일로 바뀌었다. 다만 이후 2기에서 언급이 보충될 가능성은 있다.
5. 관련 문서
[1]
무려 아비라는 자가 자기 친딸에게 이러한 폭언을 내뱉은 것이다. 레이지가 자기 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
[2]
여름 축제 에피소드에서 후미노가 '아빠가 부탁한 심부름'을 하러 간다며 자리를 피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두 사람이 10년간 제대로 대화해 본 적이 없다는 걸 생각해보면
다케모토 우루카를 배려한 거짓말인 듯. 아니 애초에 심부름까지 부탁받은 상황이라면서 정작 불가피하게 외박을 하게 되었을 때는 심부름에 대한 언급도 없는 것에서 이미 거짓말이라는 정황증거는 있었다.
[스포일러]
11권 막간에서 밝혀진 바로는 사실 예비 우산을 가지고 마중을 나갔었다. 후미노는 나리유키랑 데이트하느라 다른 길로 새서 엇갈렸지만.... 또 굳이 예비 우산을 챙긴 것을 보면 딸이 우산 없이 등교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단 얘기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휴대전화로 연락하려 하지 않은 점이나 이후 이 인물의 행적을 볼 때
우연을 가장해서 주고 갈 생각이었던 듯.
[4]
비밀번호 입력을 위해 남은 기회가 단 한 번 있었다. 다시 비밀번호를 틀리면 폴더의 내용물이 모조리 자동삭제된다.
[5]
물론 그렇다고 시즈루의 업적이 위조나 편법은 아니었던 만큼, 자신의 노력만으로 약점을 극복하고 학계의 고평가까지 이뤄낸 시즈루는 놀랍도록 대단한 인물이 맞다.
[6]
시즈루가 불필요하게 폴더에 암호와 삭제기능까지 걸어놓은 것 자체가 이를 위한 설계인 것으로 보인다. 시즈루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레이지는 폴더가 든 노트북은 가지고 있지만 암호의 힌트는 모르며, 후미노는 암호를 풀 열쇠를 쥐고 있지만 폴더의 존재는 모른다. 따라서 시즈루의 폴더가 열리려면, 아버지가 엄마가 남긴 노트북에 대해 딸에게 털어놓고 딸은 엄마와 나눈 추억을 아빠에게 전해주는 과정이 필요해지는 것. 물론 실제로 후미노가 노트북에 대해 알게 된 건 또 하나의 트라우마를 통해서였고,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눴다기보다 후미노가 일방적으로 열어내서 레이지 멱살을 끌고 갖다 보여준 것에 가깝게 됐긴 하지만.
[7]
갑작스런 딸의 가출에 걱정 반, 나리유키 집에 폐를 끼친 것에 대한 죄송스러움 반으로 하나에에게 딸의 생활비를 보태주었다.
[8]
화해하지 못했던 10년 기간 동안 쟁여놓은 립스틱 10개를 한번에 다 줬다(...). 사실 초등학교 저학년 애한테 립스틱을 선물할 생각을 하긴 어려우니 사서 묵여뒀다기보다 그냥 한방에 10년치 생일선물을 죄다 산 듯.
[9]
사실 마후유나 레이지나 후미노 입장에서 볼 때는 오십보백보다. 재능의 길로 가라고 권하는 거야 현실주의적 노선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인생을 사는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표현도 하지 않고, 강압적인 강요로 반감만 일으키는 극악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속으로야 '사실은 진심으로 후미노의 미래를 걱정한 본심은 따듯한 사람들' 일지 모르겠지만 둘 다 표현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이 둘의 지도 방침이 후미노에게 심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도움이 된게 1이라도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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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의 존재와 성격이 처음 언급된 코믹스 5화는 후미노의 첫 단독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