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말로 ‘한번 갔다 온’ 돌싱. 좀 일찍 갔다 왔다.
스물여섯에 시작한 3년의 결혼생활은 어설펐다.
더 많이 ‘사랑받는 게’ 이기는 거라 믿었기에 늘 조르고 싸웠다.
판사의 ‘남남’ 선언 후, 깔끔하게 돌아서는 남편을 보고 깨달았다.
더 많이 ‘사랑하는 게’ 이기는 거라고.
이후 그녀의 사랑은 미련 없이 쏟아붓기다.
이혼 후, 8명의 남자를 짧고 굵게 만나가며 못다 한 연애의 흥을 풀었다.
5년 정도 연애하다 보니 이제 슬슬 재혼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돌돌싱이 되지 않기 위해선, 하려면 완벽하게.
20대처럼 보이는 30대 매력남이자, 30대 임에도 초등학생 아들 둔 싱글대디.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다.
스무 살이 되자 대학만큼은 고국에서 다니고 싶다고 홀로 한국 땅을 밟았다.
강의실에서 긴 생머리 그녀, 안순수에게 꽂혀 뜨겁게 사랑했고
그 바람에 아기가 생겨버렸다.
순수는 아들 민우를 낳다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수혁은 자책하며 사랑이란 걸 거세하고 살았다.
핏덩이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날아갔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그는
적당히 강하고, 적당히 일 잘하고, 적당히 넉살 좋은 ‘인간 송수혁’이 되었다.
그런데 13년간 잠잠했던 ‘남자 송수혁’을 깨우는 ‘몹쓸 여자’가 등장했다.
24년 전 동창이란다.
필수 아이템 ‘벨트’의 역사를 선사한 몹쓸 줄리엣, 한미모...
수혁과는 대학시절 댄스동아리 절친이다.
“선배 잘 생겼어요. 조각 같아요.”라고 찬양하는 후배에게
“나도 안다.”라며 겸손의 미덕 1%도 보여주지 않는 잘나디 잘난 남자다.
주변에 예쁜 여자들이 꼬이다 보니 이성관이 좀 특이해졌다.
뭇 남자들처럼 예쁘고, 몸매 되는 건 베이스.
‘특별한 i’t이 존재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단다.
‘의사치고 예쁜’ 연수와 결혼해 짧고 굵은 결혼생활 후 갈라섰다.
그 후, 미모가 날아 들어왔다.
당직을 서던 어느 날 새벽, ‘레드와인 슬립’ 차림으로 응급실에 실려 들어왔다.
어지럽단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본 그날처럼......
이름 한번 잘못 지었다. 잘못 들으면 고독미다. 그래서 늘 고독하다.
엔젤스로 데뷔할 당시엔, 예쁜 것들의 가창력을 메우기 위해
전략적 멤버로 끼워졌다.
스물일곱에 달콤한 첫사랑에 빠졌는데, 알고 보니 그 남자.
전직 요정 걸그룹 멤버에 대한 호기심 차원에서 ‘한 번쯤’ 만나본 거였다.
충격의 여파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는데, 쉬어도 너무 쉬었다.
남자 사람의 옷깃을 스쳐본 지도 어언 3000일. 곧 있으면 동정녀로 승천하겠다.
남들은 평범한 남자 만나 약혼도 하고,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하고,
심지어 재혼도 하는데......
난 왜 맨날 ‘미혼’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제발 누군가의 아내로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구 엔젤스의 멤버이자, 현재는 ‘용감한 웨딩’의 공동대표.
차분하고 고운. 조선시대로 말할 것 같으면 당상관 댁의 여식 같은 이미지.
덕분에 엔젤스 해체되고 러브콜 들어온 ‘김건학 댁’에 시집가
어린 나이, 부잣집 사모님이 되었다.
부잣집으로 시집 간 그녀의 의무는 딱 하나다. 김 패밀리의 대를 잇는 것.
그런데... 남편이 병원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임신이 힘들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2년 동안 인공수정, 시험관 아기를 거친 끝에 득남했지만,
이후 그녀의 몸은 망가졌다.
인간의 기본 3대 욕구인 식욕, 수면욕, 성욕이 함께 고장 난 것.
남편 김건학을 멀리한지도 어언 7년이 되었다.
원래 부부는 잠 같은 거 같이 안 잔다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건학이 뜻밖에 입을 열었다.
우리 ...... 이혼하자.
(구) 엔젤스의 막내 멤버.
엔젤스로 활동할 당시, 천사 콘셉트로도 가려질 수 없는 ‘섹시 천사’였다.
간호복 코스튬을 입고 엉덩이 댄스를 추는 게 나을 뻔한 ‘콘셉트 착오 희생양’.
미모와 슬아가 대판 붙는 바람에 실업자가 된 애란은,
이후 섹시 싱글 이미지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후 인터넷 쇼핑몰로 갈아타 ‘비키니 화보’ 등으로 남은 여흥을 풀고 있는 그녀.
결혼은 해야 할 시기에 옆에 있는 남자랑 하는 거라던가.
대기업 다니는 바른 남자친구 방동배가 손가락 부러질 만큼
알 굵은 다이아반지로 청혼하자 그 자리에서 좋다고 넙죽 받았다.
그때부터 주름살 구김살 하나 없는 그녀의 뇌가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아직 이 남자한테 내 남은 가슴을 바치기엔 내 피가 너무 뜨겁다...
다정에게 꽃신 신겨 가마에 태워 모셔올 때까지만 해도
그 행복이 영원하리라 믿었다.
아슬아슬한 신혼 3년이 지난 후, 다정은 히스테릭해졌다.
들어서지 않는 아이 때문에 본인 마음이야 오죽하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힘들다.
수차례 시험관 아기를 시도한 끝에 아기가 생겼지만...
‘아기만’ 생겼다.
7년을 부부관계없이 살다 보니 이젠 내가 남자가 맞나 싶다.
수명 다한 부부 사이를 종결하고자 굳은 마음으로
다정에게 이혼서류를 건네는데,
그녀가 말한다. 그냥 바람피우라고....
예쁘다. 정확히 말하자면 ‘의사치고 예쁜 편’이다.
관심 보이는 의대 동기들 많았지만 그녀의 눈엔 늘 해준이만 보였다.
“우리 결혼할래?”라는 말에 “그러자.”라고 간단하게 대답한 게 늘 마음에 걸렸다.
나 때문에 애가 타는 해준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서러운 마음에 폭발해서 “이럴 거면 갈라서자.”라고 했더니
이 남자 “알았다.”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결혼생활이 끝났다.
헤어지고 나니 다시 용기가 생기는 거 같다.
‘구해준...... 너 아직도 거기 그대로 있니.....?’
수혁의 대학교 후배.
수혁의 러브스토리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의 옆에 ‘애 엄마’의 존재가 없다는 건,
그녀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틈을 기다리며 수혁의 옆에 12년간 붙어 다녔다.
그가 댄스동아리라고 해서 몸치임에도 불구하고 안무를 연습했고,
연예인 뒤 캐는 거 정말 짜증 나지만 매스펀치에 들어왔다.
이쯤 되면 알아야 하는데 모르는 건지 모른 척하는 건지......
두통을 달고 사는 백합여고 고딩.
신경과 진료를 위해 사랑병원에 들렀다가 운명의 남자,
아니 지 혼자 그렇게 믿는 ‘내 님’을 발견한다.
바로 구해준 쌤.
그를 보고 환자 연미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머리가 아파요.”가 아니라 “선생님 무슨 구 씨에요?”였다.
동성동본이 아님을 확인한 후 가슴을 쓸어내렸고,
그 후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한다.
믿을 건 젊음 하나 뿐인 20대 부심남.
동미에게 나이 3살 올려 28이라 속였다. 그런데 동미는 3살 내려 말했던 것.
결국 진실은 밝혀지고 아홉 살 차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에 헤어지자고 말하는 동미에게
“왜!!! 이렇게 귀여운 서른넷 있으면 나와보라고해!!”라고 심쿵한 대사 치는 놈이다.
잘 생기고 공부 잘하는 엄친아.
초딩답지 않은 사고방식의 애늙은이.
엄마란 존재는 사진으로만 봤다.
어떤 분이 셨냐는 질문, 별로 안한다.
굳이 기억하게 해서 수혁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
꿋꿋하게 길러낸 아빠 수혁을 배려해 사춘기? 그딴 거 안 키운다.
남들 초딩 때부터 시작한다는 이성교제도 성년이 된 후로 미뤘다.
하지만 아빠 수혁의 결혼은 절대 미룰 수 없다.
다정과 건학 사이에서 천신만고 끝에 태어난 자식.
불면 날아갈 새라, 손대면 다칠 새라 그렇게 떠받들어 키웠다.
그런데 스스로는 ‘난 왜 태어났을까.
나란 존재는 우리 집에서 어떤 것일까’란 물음을 가진다.
친구네 집에 갔을 때의 화목함이 우리 집엔 없다.
생애 첫 성교육 시간에 난자와 정자의 머나먼 여정 이야기를 듣고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어 다정에게 물어본다.
“엄마, 아빠랑 아직도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