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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30 17:24:29

하이너 발데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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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너 발데마르
Heiner Waldemar
<colbgcolor=#424246,#010101><colcolor=#fff,#ddd> 신분 파다니아 군 최고 사령관
가족 아내 아네트 로젠베르크
1. 개요2. 특징3. 작중 행적
3.1. 과거3.2. 본편
4. 평가
4.1. 비판
4.1.1. 가정폭력4.1.2. 배우자에 대한 존중 전무4.1.3. 굴절분노4.1.4. 강약약강4.1.5. 책임전가4.1.6. 임산부 학대4.1.7. 똥군기
4.2. 타 등장인물들과의 비교4.3. 총평

[clearfix]

1. 개요

사랑하는 나의 억압자 남자 주인공.

2. 특징

흑발 회안을 가진 파다니아 군의 최고 사령관이자 로젠베르크 후작에게 혹독하게 길러진 스파이. 로젠베르크 후작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아왔으며, 그의 딸 아네트와 결혼 후 혁명군의 사령관이 되어 파다니아 왕실과 로젠베르크 후작가를 몰락시키고 임시정부를 수립한다.

3. 작중 행적

3.1. 과거

그의 과거는 미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처참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자랐다가 12살 때 서더레인 행 배를 탔다. 그러나 왕립 비밀 군사 훈련소[1]에서 동료를 잃고, 본인도 죽을 뻔 하고, 살인을 강요 당하거나 고문을 버티는 훈련, 세뇌를 당하는 등 비참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아네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했던 것.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건 PTSD의 증상 중 하나다.[2]

나이는 어리지만 전투력만큼은 뛰어나 디트리히의 눈에 들었고, 다른 훈련생들과 로젠베르크 저택에 초대 받았을 때 피아노를 연주하던 아네트에게 첫눈에 반했다. 다만 아네트에게 직접 다가가지는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다. 비참한 나날 속[3]에서도 아네트를 생각하며 버텼지만, 아네트가 반드시 자신을 구원해 줄 성녀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 의존했다.[4] 간첩 때문에 동료들과 같이 프란체에서 끔찍한 고문을 당할 때도 아네트를 생각하며 버텼다. 가슴팍에 새겨진 흉터[5]도 이때 불에 달군 인두에 지져지면서 생긴 것.

이후 실제로 만난 아네트가 그의 환상과는 달리 남의 고통에 무지한 귀족 여자란 걸 알게 되자 분노하며 복수심에 불타게 된다.[6]이전까지는 성녀로 추앙하던 아네트를 몹시 이기적이며 부와 신분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나약한 여자라고 여기게 된다. 그리고 험한 꼴 한 번 보지 않고 살아온 그녀를 지독하게 불행하게 만들고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들을 알게 해주고 싶단 가학심을 느낀다. 아네트가 가진 것을 모두 잃어 아무도 그녀를 원하지 않게 만들고 자신조차 그녀를 원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 오직 아네트를 불행하게 만들고 싶단 목표 하나로 혁명군에 가담한다. 아네트의 뒷조사를 하고 자신의 과거를 거짓으로 꾸며낸 채 접근해서 그녀의 연인이 되고 결혼까지 성공한다. 아네트와 교제하면서 뒤로는 계속 로젠베르크의 정보를 넘기며 혁명을 준비했다. 결국 혁명이 성공하고 본작의 내용대로 흘러간다.

3.2. 본편

진실을 알게된 아네트가 이혼을 요구하자 하이너는 평생 내 곁에서 불행하라면서 거부한다.

혁명군의 일원인 아넬리가 그에게 청혼했으나 거절하고 아네트와 이혼할 생각이 없음을 밝힌다.

호텔 개관식에 아네트를 데려가서는 저명한 피아니스트 펠릭스 카프카의 연주를 들려주는데, 이 때 사람들이 아네트에게 피아노를 쳐달라고 부추기자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본다.[7] 그러나 아네트가 피아노 앞에서 구토를 시작하자 당황하면서도 '진정한 고통'이 뭔지도 모르는 여자가 트라우마 같은게 있을리 없다고 단정짓는다.

아네트가 몰래 밖으로 빠져나가자[8] 미행하다가 그녀가 바다에 들어가자 붙잡고서는 관저로 다시 데려온다.

이후 아네트가 총에 맞아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아네트가 사실 임신중이었고 11주차였으나 이번 일로 유산하게 되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의사에게서 듣는다. 아네트가 깨어나자 유산 사실을 알리고 당신이 원한다면 아이를 입양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데이빗의 누나인 카트린을 만나고 온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던 아네트가 자살을 시도하자 극도로 멘붕하며 그녀를 겨우 살리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아네트가 자살 시도를 한 뒤에도 그녀는 '결백하지 않으므로' 여전히 그녀를 증오하고 평생 불행하길 원하고 복수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아네트가 2번째로 자살을 시도하자 아내에게 애원하면서 그제서야 이혼하고 후회한다.

본작 최대의 승리자. 비록 고아로 비참한 삶을 살아야만 했지만, 결국 원하는 모든 것을 쟁취했다. 자신을 착취한 이들에게 복수도 성공했으며, 사회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고 영웅으로 칭송 받으며 부와 명예를 모두 가졌다. 또 짝사랑하던 여자를 그의 환상 속 모습대로 만드는 데 성공하고, 그의 아픔을 모두 이해하고 감싸주며 그의 잘못까지 모두 용서하고 자신의 무지를 사죄한 아네트와 재혼한다.

4. 평가

자신의 인생을 망친 후작을 증오하는 건 당연하지만 아네트에게 정치적 탄압 가정폭력을 저질렀기에 독자들에게 평이 갈리는 인물.[9][10]

아네트가 언론에 의해 얼굴이 대중에게 알려져 인격말살 수준의 비난을 받고 두려움에 집 밖에 나가지 못할 지경이 됐음에도 그저 방관했다.[11][12] 아네트가 이혼을 요구해도 거부했다.[13]

이 와중 하이너의 혁명 동료인 아넬리는 부인인 아네트가 멀쩡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너에게 공개 청혼한다. 청혼 사실이 신문으로 보도가 나면서 아네트 역시 알게 된다. 사회에서 아네트의 위치가 얼마나 바닥이었는지 알 수 있다. 파티에서 사람들은 아네트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하이너에게 아넬리의 혼담을 왜 받아들이지 않았냐며 대놓고 아네트를 모욕한다. 그럼에도 하이너는 자기 아내를 모욕한 사람들에게 화를 내거나 막으려 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남편 역할조차 하지 않은 것.[14] 아넬리는 이후에도 거리낌 없이 하이너를 만나기 위해 관저를 방문하고 아네트에게 협박에 가까운 이혼 압박을 한다.

4.1. 비판

4.1.1. 가정폭력

하이너의 행동은 명백한 가정폭력이라 과거가 밝혀진 후에도 이 점은 명백히 비판 받는다.

4.1.2. 배우자에 대한 존중 전무

원래라면, 나 따위는 감히 마주 설 수도 없는 그런 여자지. 그 사실에 나는 열망과 만족감과 절망감과 가학심을 동시에 느껴.
내가 당신에게 별것도 아니듯이, 내게도 당신이 별것도 아니라면 좋았을 텐데.
당신을 망가뜨리고 싶어. 밑바닥까지 끌어내리고 싶어. 세상의 모든 질 나쁜 것들을 처절히 알게 만들고 싶어.
그 누구도 당신을 더는 원하지 않게 되도록.
나조차도.
나조차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도록.
본편 45화. 하이너가 아네트에게 느끼는 감정
"각하, 정말 아네트를 사랑하신다면, 아니, 적어도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 주세요."
본편 53화. 카트린이 하이너에게 한 충고.
작중 하이너의 태도를 보면 아네트를 사람이 아니라 '자아 없는 인형' 내지 '자신의 소유물'로 취급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하이너는 자신이 그녀를 고고한 백조로만 봤다고 인정했다. 예전에 근거도 없이 아네트의 미모에 반해 자길 구원해줄 성녀로 취급했듯이 또 다시 멋대로 아네트를 자기 망상 속의 이기적이고 자신이 선물한 보석에만 관심 있는 여자의 이미지로 고착 시켜놓고 그녀가 자기 믿음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거나 진심을 말하면 당신은 '원래 그런 여자'니까 그럴 리 없다고 비웃는다.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존중조차 보이지 않은 것이다.

하이너는 아네트가 아무리 괴로워해도 죽을 용기 따윈 없는 나약한 여자라고 속으로 조롱한다. 하지만 막상 아네트가 진짜 자살 시도를 하자 그 다음부턴 살 용기가 없어서 죽으려고 하는 나약한 여자라고 한다.[17][18] 아네트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걸 보면서도 그녀는 진짜 고통이 뭔지 몰라서 하찮은 시련에 괴로워하는 나약한 여자라고 생각한다.[19] 중요한 것은 하이너가 아네트를 증오하는 이유가 다름 아닌 그녀가 타인의 고통에 무지해서이기 때문이다. 선술했듯 정작 하이너 본인도 아네트의 고통에 무지했다.

하이너는 아네트가 주체성을 가진 사람이란 것을 인정하지 않은 행보를 보인다. 교제하는 중에도 그녀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리 없다며 그저 한순간의 놀이일 뿐이라고 치부한다. 그리고 그녀가 결국엔 귀족 남자와 결혼할 거라고 생각한다. 아네트가 분명히 하이너에게 사랑한다며 마음을 여러 번 전했음에도 자기 마음대로 그건 진심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당신에게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게 비참해서 망가뜨리고 싶다고 말한다.

정작 아네트는 얼마든지 선택권이 있었음에도 귀족인 안스가의 청혼을 거절하고 평민인 하이너와 결혼했다. 그런데도 그는 그녀가 말하는 사랑이 진심이 아니라고 한다. 하이너는 아네트가 자신은 안스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자 귀족들의 결혼이 어디 사랑만으로 하는 거냐며 빈정거린다. 그렇다면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평민과 연애결혼한 아네트가 진심이었다는 게 더 증명되는 셈인데 하이너는 자신의 궤변만 들이대며 그녀를 비난한다.
하이너는 아네트가 계속 안스가에게 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결국 아네트가 망가지자 자기가 안스가에게 '보내주겠다'는 식으로 나온다. 이 역시 존중 전무의 행동이다. 또 이혼한 후에는 아네트가 전우인 라이언과 가까워지자, 대뜸 그녀에게 그와 재혼할 거냐고 묻는다. 아네트가 하지 않을 거라고 해도 집요하게 물으며 주제 넘게 간섭한다. 아네트가 자신은 라이언에게 이성적 관심이 없다는 걸 명백히 내비쳤음에도 엔딩 시점에서 또 다시 하이너는 그녀를 라이언에게 기꺼이 '보내주겠다'는 식으로 굴었다. 아네트는 자율적인 선택권과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그녀가 안스가, 라이언과 함께할 생각이 없단 의사 표현을 몇 번이나 확실히 했음에도 하이너는 계속 그녀의 뜻을 무시했으며, 자기 마음대로 다른 남자에게 넘겨줄 수 있단 식으로 소유물 취급을 한 것이다.

4.1.3. 굴절분노

또 자신을 직접적으로 괴롭힌 후작과 자신을 고문하고 배신한 자들, 혹은 근본적인 사회 구조보다도 그저 무지했을 뿐인 어린 여자에게 더 분노하며 자신의 불행을 전부 아네트 탓을 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굴절분노에 지나지 않는다. 정작 진짜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고 자신과 동료들을 착취한 로젠베르크 후작, 자신을 고문하고 조롱한 프란체인들과 배신한 동료들, 안스가를 비롯한 왕정 복고 세력에겐 공감해 달라고 안 하면서 아무 권력도 힘도 없는 딸에게만 공감과 사과를 요구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아네트가 의지할 곳도 없으면서 어리고 만만해서란 이유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 하이너가 자신이 원해서 이렇게 태어난 게 아니라고 했듯, 아네트도 자신이 원해서 악독한 독재자 밑에서 태어난 게 아니다.

아네트가 남의 고통으로 호의호식하면서도 그게 누구 덕분인지 몰랐단 점에 분노했다면 상식적으로 혁명을 일으킨 다음 아네트에게 그녀가 그동안 간과한 고통들을 보여주고 부당함을 비판하는 게 옳다. 정작 하이너는 혁명 이후에도 자기 과거를 숨기고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 아네트는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태도가 변한 남편에 혼란스러워 했다. 결국 아네트가 스스로 진실을 알아낼 때까지 하이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또한 하이너는 모든 것을 잃은 아네트를 하나의 국가가 나서서 괴롭히는 것을 허용한 주제에 아네트 자살 시도 후 "그 정도로 힘들 줄 몰랐다."는 어처구니 없는 변명을 하고, 이에 아네트는 자신이 감정 없는 물건인 줄 알았냐며 절규한다. 이 점에서 하이너와 혁명 세력도 디트리히처럼 약자를 괴롭히며 가학심을 즐기는 똑같은 짓을 반복한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하이너의 목표 자체가 "저 불행 하나 모르고 자란 잘난 여자를 끝없는 밑바닥까지 추락시켜서 나만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네트가 그 정도로 괴로워할 줄 몰랐단 건 말도 안되는 변명이다. 처음부터 짝사랑하던 여자의 인생을 망쳐서 비참하게 만드는 게 그가 원하는 바였기 때문. 하이너는 목적 달성에 성공했다.

4.1.4. 강약약강

내적 심리가 어떻든, 하이너의 행동은 강약약강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아네트가 '파다니아 최고의 신붓감'이자 '로젠베르크의 공주님'이라고 불리며 사회적으로 유망하던 시절에는 다정한 연인 행세를 했다. 그러나 그녀가 모든 것을 잃고 사회적으로 매장 당했을 때는 냉대하고 다른 사람들에 합세하여 그녀를 비난했다.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왕정 복고 세력들보다 자신의 잘못을 자각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아네트를 더 비난했다.

게다가 혁명 이후 하이너는 영웅으로 칭송 받았으며 대외적으로 젠틀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하이너가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건 애초에 아네트를 속이고 배신해 정보를 넘긴 덕분이다. 그런데 오직 사회적으로 매장 당해 집 밖에도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던 자기 아내에게만 차갑게 군 것이다. 차라리 하이너가 혁명 전후 일관되게 아네트에게 증오를 드러냈다거나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차갑게 굴었다면 강약약강으로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혁명 이후 자신은 애증 때문에 냉대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아네트를 모욕하는 것만큼은 막아주었다면 그의 사랑이 조금이나마 더 진심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이너가 아네트가 약자라는 걸 몰랐던 것조차 아니다. 애당초 그는 귀족 여자들이 권력에서 배제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연인 시절 아네트가 자신이 받는 차별을 인지조차 못하는 것을 보며 속으로 비난한다. 상식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사회적으로 배제됐단 것조차 모르는 상태라면, 그 사실을 일깨워주려고 한다거나 사회에 분노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런데 하이너는 아네트가 너무나 곱게 자라 자기가 여자로서 차별 받는지조차 모른다며 속으로 생각한다.

혁명 이후 이혼한 아네트에게 하이너는 여자 혼자 사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험할 것이라며 그녀가 재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시 여자들이 남편의 보호가 없다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단 뜻이다. 게다가 아네트는 부모와 친인척을 모두 잃기까지 해서 정말 아무 곳도 오갈 데 없었다. 그런 아내를 학대한 것이다. 아네트가 절박하게 자신에게 매달렸던 걸 두고 자신이 그 당시 그녀의 유일한 동아줄이라서 그런 거라고 평가한다. 하이너는 아네트가 완전한 약자였단 걸 정확히 알고 있었다. 물론 아네트가 약자라는 걸 몰랐다고 해도 문제다. 아네트가 작중에서 죄인인 이유는 약자의 고통에 무지해서다. 몰랐다고 해도 하이너 역시 약자를 학대한 것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하이너는 아네트가 마치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도 되는 양 말하지만 사실은 그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비난한다. 하이너의 이러한 비난이 우스운 건, 그렇다고 그 자신이 딱히 여성인권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란 것이다.[20] 하이너가 당시 여자들이 받던 억압과 차별, 폭력을 전부 알고 이해하고 있었을까? 남편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아내를 학대한 그가 여성차별을 이해하거나 관심이 있었을리는 만무하다.
하이너는 아네트에게 그녀가 귀족이라는 지위로 수혜를 누리면서도 약자에게 관심이 없었으니 철저히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그 자신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이해하려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는 신분 차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별과 약자가 존재한다. 혁명이 성공했다고 해서 갑자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과 폭력이 사라지고 유토피아가 된 게 아니다. 그런데 하이너는 자기가 약자였던 시절에 대한 자기연민만 했을 뿐이지 당장 자기가 권력을 얻고 강자가 된 뒤에도 약자를 위한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택의 사용인들에게 윽박지르고 부하들에게 똥군기를 잡는 등, 강자로서의 위치를 철저히 누리는 모습만 나왔다.

4.1.5. 책임전가

하이너는 아네트가 자신의 배신을 알게 된 뒤에도 그가 '왜' 그랬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으니 그녀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 게 아니며 그저 자신이 편하게 살았던 과거만 그리워했다고 비난한다.[21] 하지만 사실 아네트는 진심으로 사랑한 남편이었던 하이너가 정말 자길 배신했단 사실을 확인 받는 게 두려워서 회피했던 거였다.[22] 하이너의 논리대로라면 아네트는 배우자가 자신을 처음부터 속이고 접근했단 걸 막 알게 돼서 충격과 배신감에 빠진 와중에도 그가 왜 그런 건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해해보려고 했어야 그녀의 사랑을 증명할 수 있었단 거다.[23]

외전의 과거 회상에서 하이너는 아네트가 쓰레기통에서 도로 조개 껍데기를 주워온 것을 보고 그녀가 자신이 생각하던 값 비싼 보석만 아끼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그렇다면 자기가 지금까지 '그런 여자'라고 굳게 믿고 자행해온 일들은 어떡하냐며 후회하며 미안해한다. 그러나 아네트가 실제로 하이너의 편견대로 '그런 여자'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며 그의 악행을 정당화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만약 하이너의 생각대로 아네트가 실제로 이기적인 여자였다면 그는 끝까지 자기 행동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거란 뜻이다. 하이너의 잘못은 아네트가 사실 '소박한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인데 오해해서가 아니라 그저 어떤 한 사람에게 지독한 악의를 품고 학대해서다. 거기다 아네트는 단지 보석을 좋아한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주는 선물이라서 좋아한것이다. 당연히 아네트는 혁명 후에는 하이너의 실체를 알고 하이너가 선물한 보석을 모두 자선사업에 사용한다.

오히려 하이너를 포함한 혁명 수뇌부들도 아네트가 아버지처럼 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혁명 전부터 가난한 평민들을 위한 자선 사업을 꾸준히 했으며, 혁명 후 신분이 박탈되고 전 재산이 압수된 뒤에도 하이너가 준 생활비를 아껴서 자선 사업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하이너를 포함한 혁명 수뇌부는 이를 외면하고 언론에서는 아네트가 사치가 심하고 로젠베르크 후작과 같이 폭정을 한 것처럼 왜곡 기사를 쓰고, 심지어 전선에서 목숨 걸고 부상병들을 돌보는 아네트의 행동도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등 마치 혁명 전 폭정의 모든 책임과 전쟁 후 생긴 모든 비극의 책임을 관련도 없는 아네트에게 후작도 안한 연좌제를 적용하며 괴롭히고 있었다. 이는 하이너와 혁명 수뇌부들도 혁명 전 체제 지배층인 왕실, 귀족들, 로젠베르크 후작과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다. 거기다 아네트의 자살 시도 후 자신들이 아네트를 조직적으로 괴롭힌 사실이 밝혀진 것을 노심초사하는 등 자신들 치부가 드러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4.1.6. 임산부 학대

또 다른 비판점은 하이너가 혁명 이후에도 아네트와의 잠자리를 계속 했다는 점이다. 임신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불임 판정을 받은 게 아닌 이상 얼마든지 아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아네트는 하이너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방치와 냉대로 대하던 아내가 정말로 임신을 할 수도 있단 최소한의 고려와 대책조차 없이 관계만 한 것이다.

애초에 아네트를 '증오하는 여자'로 인식하고 있었고 그녀가 잠깐의 자유도 누리는 게 싫어 외출조차 통제하던 하이너가 무슨 생각으로 그녀와 잠자리를 지속한 것인지도 의문. 증오하면서도 몸은 원했다는 것인데 상당히 소름 끼친다. 아네트가 먼저 잠자리를 요구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가 자신을 배신한지 모른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거였다. 하이너는 그녀가 아무것도 모른 채, 어떻게든 관계 회복을 해보고 싶어 매달리는 걸 다 아는 상태에서 그녀를 받아들였다. 철저히 기만하고 이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네트가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것에 대해 하이너는 그녀가 '임신을 하면 예전으로 돌아갈 거란 망상'을 한다고 평가한다. 즉 설령 아네트가 임신을 한다고 해도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임산부는 신체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하이너는 단순히 자신이 아네트를 보고 있는 게 괴롭단 이유로 차라리 죽여버릴까 몇번이고 생각했단 독백이 나온다. 왕정복고 세력에 가담했단 누명 등을 씌우면 언제든 쉽게 처형시킬 수 있다고 한다. 타인의 고통에 무지했단 죄가 정말 누명을 쓰고 처형당해야할 만큼 극악무도한 잘못인지는 의문. 남의 목숨에 대해 멋대로 결정권을 행사하려고 했단 점에서 매우 질이 나쁘고 아네트를 소유물로 본 것이나 다름없다.[24]

4.1.7. 똥군기

전처인 아네트에 대한 태도만 문제인 게 아니라, 아랫사람인 라이언도 존중하지 않는다. 그 예로 라이언이 아네트와 가까이 지내는 모습을 보자마자 그를 질투하면서 괴롭혔다. 라이언이 6년간 복무했다고 하자 전시에는 보통 진급이 빠른데 아직도 중사냐면서 그를 모욕했다. 그것도 아네트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는 교회 앞에서. 옆에서 이를 지켜본 아네트조차 괴롭힘 아니냐고 생각했을 정도. 여기서 안 그치고 아네트와 라이언의 친분까지 신경쓰며 둘이 친하냐고 묻는 등 주제넘게 간섭했다.

사적인 감정에 휘둘려 애먼 병사를 갈구고 모욕하는 등, 배우자이자 연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상사이자 리더로서의 자질 또한 바닥이란 걸 알 수 있다.

4.2. 타 등장인물들과의 비교

4.3. 총평

요약하자면 하이너는 가해자가 된 피해자다. 분명 사회와 로젠베르크 후작의 피해자인 것은 맞지만 아네트에겐 더 없는 가해자였다. 하이너가 저지른 것은 명백한 악행이자 폭력이다. 그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으며 이것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할 수는 더더욱 없다. 무엇보다 하이너는 끝까지 자신이 아네트에게 저지른 폭력을 사과하지 않았다.


[1] 스파이와 정보원을 집중 양성한 곳. 7년간 훈련을 받지만 생존률은 30% 내외밖에 안 된다. [2] 하지만 아네트의 고통에 대해선 '단순히 나약하게 자란 여자'라고 치부하면서 자기가 숨긴 자신의 아픈 과거를 몰라주는 아네트를 비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아네트가 자신의 과거를 알아주길 바랐으면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맞다. 실제로 아네트는 하이너의 과거를 알게 되자 그를 동정했다. [3] 감정을 절제하는 약물까지 주입 당했다. 그래서 우울증을 약만 먹으면 낫는 거라고 여긴 모양. [4] 정작 이 당시 아네트는 하이너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5] IM A RENT BOY OF PADANIA(나는 파다니아의 남창입니다). [6] 애초에 하이너가 아네트를 알아보지 않고 속단하고 자격지심과 열등감이 폭발한것이지 아네트 잘못이 아니다. [7] 아무래도 아네트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다시 보고싶었기 때문인 듯 했으나, 나중에 하이너는 그때 다른 사람들이 아네트에게 피아노를 치라고 부추긴 게 그녀를 조롱하기 위함이었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나온다. 또 아네트가 피아노로 끌려가며 그를 절박하게 쳐다봤던 게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란 것도 알고 있었다고 명시된다. 그러니 사람들의 조롱을 그냥 방관한 것에 더 가깝다. [8] 정확히는 교회에 기도를 하러간다고 거짓말을 해서 빠져나온 것. [9] 혁명 자체는 당연한 행위지만 아네트를 학대한 건 비합리적인 행동이다. 아네트가 덤덤히 이혼을 요구하고 부친의 죄를 속죄하려고 해서 망정이지, 당시 아네트는 혁명으로 인해 친부모를 잃고 국민들에게도 증오 받던 중 총을 맞고 유산까지 했다. 아네트가 마리 테레즈 드 프랑스처럼 평생 혁명군을 증오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고, 진짜로 마리 테레즈처럼 복수귀로 각성했으면 자신을 학대하는 하이너에게 원한을 품어 그를 죽이고 안스가와 같이 망명할 수도 있었다. [10] 하이너가 불행하게 살았다고 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 위해 작정하고 접근해서 속이고 배신한 뒤 아내를 학대한 게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이 디트리히에 의해 피해를 입은 카트린도 디트리히만 증오했지 아네트를 괴롭힌 적은 없다. 오히려 남동생이 아네트에게 총을 쏜 건 범죄라고 인정했다. [11] 하이너는 총사령관 지위로 얼마든지 신문 기사를 막을 힘이 있었다. 아네트는 이에 대해 하이너는 그녀가 무슨 일을 당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씁쓸하게 생각한다. 작품 후반부에 가서야 하이너는 아네트가 저지르지 않은 악행을 보도한 허위 기사에 대한 정정 기사를 내야겠다고 다짐한다. 즉 마음만 먹었다면 언제든 막을 수 있었단 거다. [12] 자신의 직속 부하들이 아네트와 만날 때마다 그녀를 모욕하는 걸 알면서도 냅두었다. [13] 유겐 소령, 아넬리, 아네트마저도 이혼을 원하는데 하이너만 거부한다. [14] 그런데도 이혼은 절대 싫다고 한다. [15] 아네트에게 청혼을 거절당했음에도 그녀를 강제로 프란체로 끌고 가지 않은 안스가와 대조된다. [16] 2차세계대전 후 연합군은 아돌프 히틀러의 친동생 파울라 히틀러를 체포수사하였으나 파울라는 오빠의 권유에도 나치당 가입을 거부하고 하급 군무원과 간호사, 청소부로 살았고 나치의 전범행위에 그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고 나치의 만행도 전혀 몰랐다. 그렇기에 연합군은 파울라를 무죄석방하고 그녀의 재산과 신변도 보호해 주었다. 또한 히틀러와 나치라면 사적제재도 거리낌 없이 하던 유대인과 전쟁 피해자들도 파울라에게 그 어떤 보복도 하지 않았다. [17] 아네트가 자살 시도한 것을 단순히 '나약해서'라고 취급하기엔 그녀가 겪은 일들은 죽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이었다. 가정적이었던 아버지 로젠베르크 후작은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폭군이었고, 어머니는 사치가 심했던 악녀로 밝혀지고, 자신은 무고한 사람들을 착취와 학살한 피와 눈물로 호의호식한 것으로 밝혀졌지, 남편은 자신을 복수에 이용하고자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고 혁명 후에는 남편으로서의 의무도 안 지킨다. 심지어 사람들은 아네트를 악녀로 매도하면서 대놓고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고 남편은 이를 막지 않고 오히려 권장하던 상태에서 그토록 바라던 아이는 총격에 유산하고 불임이 된 상태에서 총격범도 마음껏 원망도 못하게 된 상태다. 애초에 하이너는 아네트가 끝없이 불행하길 바랐다. 자기가 죽고 싶을 정도로 몰아넣고선 막상 죽으려고 하자 이젠 네가 나약한 게 문제라고 탓하는 것이다. [18] 아네트가 자살을 시도한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녀를 안타깝게 여겨 거둔 카트린과 대조된다. [19] 아네트는 아버지가 눈 앞에서 총 맞아 죽는 걸 목격했다. 이걸 나약하다고 치부한 것. [20] 작중에서 하이너가 혁명에 가담한 이유는 오직 아네트에 대한 열등감과 증오 때문이며, 대의와는 전혀 상관 없었다고 명시된다. [21] 사실 애초에 하이너가 아네트보고 날 사랑했느니 안했느니 따지는 게 이상한 상황이다. 처음부터 그는 아네트를 불행하게 만들 작정으로 접근한 거였고, 자기 과거도 속였으니 아네트 입장에서는 사기결혼과 다름없다. 본인부터가 전부 거짓이었는데 이제 와서 "사실 너도 날 사랑하지 않았잖아!"라는 논리는 황당한 본질 흐리기이자 책임전가에 불과하다. [22] 설령 아네트가 정말로 자신이 행복하던 혁명 전을 그리워한다고 하더라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혁명 이후 아네트는 부모를 잃고 전 국민에게 마녀사냥 당하고 사랑하던 남편에게도 학대 받던 상황이었다. 누구든 행복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게 당연하다. 이걸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어불성설. [23] 그렇게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다면 하이너가 직접 말했으면 됐다. 결국 하이너의 배신 사실도 그의 과거도 아네트가 스스로 알아올 때까지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가 자길 이해하지 못하니 날 사랑하는 게 아니라며 땅굴만 파고 있었다. [24] 아네트가 귀족으로서 피아노 치고 보석 모으고 파티나 다니며 산 건 부당한 수혜지만 자기가 총사령관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내를 억압하는 건 정당한 권력 행사인가?그저 내로남불의 연속 [25] 카트린은 오빠 제임스, 하이너는 자신과 동고동락한 동료들. [26] 아네트를 처음 봤을 때부터는 자신을 구원해줄 성녀로 망상했으나 그녀가 상상과 달리 무지한 귀족인 걸 알자마자 악녀로 여기며 증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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