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ruby(辻斬,ruby=つじぎ)]り고대~ 에도 막부 시대까지 일본에서 검이 완성되면 칼날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그 품질을 가늠하기 위해 사무라이나 대장장이들이 밤중에 지나가는 행인을 베던 일. 길거리의 악마라는 의미에서 토오리마(通り魔)라고도 한다. '토오리마'라는 표현은 나중에 묻지마 살인범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2. 상세
가마쿠라 시대부터 존재했던 유서깊은 악습이며 특히 에도 시대 초기, 전국 시대의 살벌한 기풍이 아직도 만연해 있을 무렵에 횡행해 치안을 어지렵혔다. 얼마나 만연했는지 츠지기리로 베어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무가의 저택 앞에 뒹굴었었다고 한다. #막번체계가 안정된 후의 일본은 사무라이들이 함부로 칼을 쓰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관리하였기 때문에[1] 단지 칼을 시험하기 위해 행인을 베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았다. 그러나 츠지기리는 실존했고 역사적으로도 많이 남아있다. 에도 시대 중기에는 사회가 안정되면서 조금 사그라드는 듯 했으나 막부 말기에는 사회가 혼란해지면서 츠지기리가 다시 늘어났다. 메이지 유신으로 사회가 안정을 찾고 나서야 츠지기리가 자취를 감추었다.
물론 츠지기리 범죄는 발생한 지역의 사회지도층에게 극도의 골칫거리였다. 츠지기리가 발생하면 민중의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진다. 지배계급인 무사가 재미 삼아 백성을 베어 죽인다고 하니 무사에 대한 민중의 적대감이 커지고 범인 색출이 더디면 '백성이 죽는데 별 신경도 안 쓴다' 혹은 '같은 무사라고 안 잡고 봐준다'는 식의 원망도 높아졌다. 그렇다고 범인을 잡아낸다고 해도 대부분 사회 하층의 무사들이 비참한 현실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짓이라 같은 하급무사들의 동정을 사는 일이 많았다. 그 결과 '니들의 실정 때문에 충성스런 자들이 봉공에서 소외된다.', '오죽 답답하면 츠지기리 같은 걸 벌이겠냐'면서 해당 지역의 실권자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가기도 했다. 그나마 막부에 충성스럽거나 센다이, 카가, 사쓰마처럼 세력이 큰 번국은 쇼군에게 번주가 불려가서 쓴소리를 듣는 선에서 끝났지만 힘없는 번이면 츠지기리 사건으로 트집을 잡혀서 번주가 교체당할 수도 있었다.[2]
그래서 범인을 찾아내면 공식적으로 처벌하기 보다는 몰래 처치해버리는 일도 잦았다. 그나마 낭인이면 재판을 거쳐 사형에 처하거나 반성하는 경우 할복을 시키기도 했지만 가적(家籍)이 있는 무사는 붙잡은 뒤에 소속 가문에 넘겨버렸다. 자기 통제가 안 되는 정신병이 있으면 그나마 온전하지 못한 사람이라 그랬다고 둘러댈 수 있었지만[3] 정상인으로 밝혀지면 가문 내에서 자체적으로 도모지 같은 식으로 처형한 다음에 병이나 낙마로 사망했다고 소문을 내거나 갑자기 실종됐다는 식으로 처리했다. 정신에 문제가 없는 해당 지역 무가의 무사가 범인으로 밝혀지면 여러 가지로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무사가 평민에게 모욕을 당했을때 결투를 통해 즉결처분할 권리를 가리키는 부레이우치와는 다른 개념이다. 두 개념이 혼동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요한다.
3. 매체에서의 묘사
포켓몬스터의 악 타입 공격기인 깜짝베기의 원어가 사실 이것으로, 한국어판에선 깜짝베기로 순화되었다.태합입지전 시리즈에서도 시리즈 초대작부터 존재했던 나름 전통있는(?) 기능으로, 얼마나 유명하냐면 일본 구글에서 태합입지전에서 스페이스 바를 누르고 t자를 입력하는 순간 츠지기리가 연관으로 뜰 정도이다. 초대작에서는 능력치 타입을 선택하는게 가능했고, 이후 시리즈의 다이묘를 성안에 틀어박히게 하는 트리거가 없었던 터라 무력에 모든것을 몰빵한 히데요시로 신겐, 이에야스, 노부나가까지 츠지기리로 목을 따는 플레이가 가능했다. 하도 밸런스 붕괴급인지라 이후 작품으로는 다이묘를 츠지기리하는 건 불가능하게 막아놓았다.
5에서도 플레이하다가 NPC 무장을 만나면 이 선택지가 뜨는데, 이걸 누르면 그 무장과 대결할 수 있고, 무장을 쓰러뜨리면 대부분 아이템이나 돈을 떨구고 부상당한 채 도망가지만, 일정 확률로 승리 후 무장을 죽일지 살릴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뜬다. 여기서 베어버리면 그 무장은 사망처리된다. 츠지기리를 계속하면 악명도 올라가고, 3명을 츠지기리로 살해하면 히토기리(人斬り, 살인자) 칭호를 얻게 되며, 악명이 높으면
5의 DX버전에선 아예 츠지기리를 반복하여 무라마사를 얻으면 볼 수 있는 전용 엔딩이 있다. 초기 버전엔 츠지기리 횟수 카운트가 안되는 버그 때문에 달성이 불가능하였으나 1.10 업데이트로 수정. 엔딩 조건은 무예, 궁술, 인술 기능 4이상인 상태에서 츠지기리로 죽인 사람의 수가 30명이상 + 무라마사 획득[5]이며 주인공의 신분은 딱히 가리지 않는다. 엔딩 선택지에서 예를 누르면 자신의 분신과 개인전에서 승리하면 엔딩. 아니오를 누르면 무라마사가 없어져서 엔딩 플래그가 끊어지는 대가로 능력치가 크게 저하되며 체력이 1이 된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 항설백물어의 이야기들 중 하나인 《시바에몬 너구리》에서도 츠지기리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스포일러]
기타노 다케시 버전 자토이치에서는 악역들 중 하나인 오기야가 좋은 칼을 다이묘에게 헌상하기 전에, 부하에게 지나가던 자토이치를 상대로 츠지기리를 하라고 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당연히도 자토이치는 츠지기리를 하려던 칼의 손잡이만 베고 가던 길을 가버렸는데, 이에 오기야가 칼을 망가뜨렸다며 부하를 갈구자, 그 부하가 이를 사과한다고 하다가 오기야를 벨 뻔해서 또 갈굼을 당했다(...).
좀비 랜드 사가 3화에서 메이지 시대 출신이었던 유우기리가 사쿠라에게 게릴라 라이브가 뭐냐고 묻자 사쿠라가 길거리에서 깜짝 공연을 한다는 답을 듣고 츠지기리 비슷한 것으로 이해했다.
beatmania IIDX 26 Rootage에서는 신규 옵션인 츠지기리 배틀이 추가되었다. 점포 내의 상위 기록과 배틀하는 기능이다. 27 HEROIC VERSE에서 한국어 번역이 추가되었는데, "무차별 베기 배틀"로 번역했다. 한국어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수련 배틀"로 번역.
원피스(만화)에서는 와노쿠니에 잠입한 롤로노아 조로가 츠지기리를 저질렀다는 누명을 쓰고 할복 자살을 언도받았다. 허나 실제로 할복을 하기 직전 츠지기리를 저지른 것은 해당 판결을 내린 관리였다는 것을 눈치챈 조로가 할복용으로 지급받은 볼품없는 단도로 진범을 단칼에 처단한다.
닌자 슬레이어에서도 등장한다. 단, 여기서는 사이버펑크 설정에 맞게 닌자가 기업의 신무기를 테스트할 때 지나가는 죄없는 행인을 베는(혹은 쏘는) 것으로 나온다.
3.1. 관련 문서
[1]
특히 쇼군이 있는 성내에서 고의로 칼을 뽑다가 걸리면 무조건 사형으로 다스렸다. 하지만 칼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사무라이 신분 그 자체였던 만큼 에도 성내의 사무라이들은 진검은 집에다 보관하고 목검을 들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1873년에
폐도령이 내려져 일본 전역에서 칼 소지가 금지되자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2]
도쿠가와 막부 이전에는 번주를 교체할 때 할복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도쿠가와 정권에서는 쇼군의 멱살을 잡는 등
강상죄 수준의 심각한 사안이 아니면 할복을 시키지 않은 대신 영지를 축소해서 지역 유지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자손대에 하타모토로 바꾸는 것이 보통이었다.
[3]
물론 이렇게 인정되더라도 대부분 정신병자라는 이유로 다락방 어딘가에 평생 감금된다.
[4]
하지만 거점주가 아닌 낮은 신분만 습격해오기 때문에(닌자를 예로 들면 하,중,상급 닌자 신분) 거점주 이상의 신분으론 츠지기리로 사람을 죽여도 인카운터가 안 뜬다는 맹점 아닌 맹점이 존재(...)
[5]
타인이 가지고 있다면 가지고 있는 무장에게 찾아가 개인전 연전을 통해서 획득, 자신이 가지고 있다면 개인전 연전을 통해서 이겨야 한다. 어느 쪽이든 3연전이며(후자의 경우 마지막 상대는 등장인물 중 가장 무력이 높은 인물이다. 승룡의 장 이전이라면 노부츠나나 보쿠덴 둘 중 하나) 지면 게임오버, 개인전에서 진 무장은 사망처리된다. 무라마사의 주인은 시나리오마다 다르다. 태평의 장이라면 도쿠가와 히데타다.
[스포일러]
'시바에몬 너구리' 편의 배경이 된 마을은 츠지기리 소동이 일어났던 마을이었는데, 이 소동을 벌인 사람이 보통 신분도 아니고 호적상
쇼군 가문에 속하며 쇼군의 사생아로 의심되는 무사였다. 게다가 이 무사는 자기가 들렀던 다른 마을에도 이런 츠지기리 사건을 벌인 전적이 꽤 있었는데 문제는 신분 때문에 함부로 처리할 수가 없어서 이 무사가 묶게 되는 지역의 영주에게도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시바에몬 너구리 편에서 결국 마타이치 패거리가 그 무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시체는 너구리와 바꿔치기해서 마을에서 일어난 츠지키리 소동은 너구리 요괴 소행이었다는 식으로 둘러대고, 무사의 시체는 은밀하게 처리하는 식으로 사건을 종결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