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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6-05 17:38:27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1. 중편소설
1.1. 개요1.2. 줄거리1.3. 여담
2. 책

1. 중편소설

1.1. 개요

A Rose for Ecclesiastes

미국 SF 소설가 로저 젤라즈니가 1963년 11월, SF/ 판타지 문학잡지 < 더 매거진 오브 판타지 & 사이언스 픽션(F&SF)>에 발표한 중편이다. 멸망해 가는 화성을 무대로 지구의 젊은 남자 서정시인과 화성인 무희의 비련을 시적이면서 쿨한 문체, 신화적 요소로 그려낸 걸작이다. 대한민국에서는 2002년에 김상훈 번역한 로저 젤라즈니의 동명의 중단편집으로 출간되었다.

1.2. 줄거리

지구에서 촉망받던 젊은 시인 갤린저는 뛰어난 언어학적 재능 덕에 제3차 화성 탐험대의 멤버로 선발된다. 그는 앞서 화성인 부족을 만났던 두 탐험대가 남긴 화성어(語) 보고서를 통해 화성어를 독학하고, 화성인 부족장 므퀴를 만나 그녀의 신뢰를 얻어 화성인들의 경전, 언어에 대해 학습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던 중, 갤린저는 화성인 무희 브락사의 춤을 보고 그녀에게 반하게 되는데......[스포]

1.3. 여담

젤라즈니는 작가로 데뷔하기 이전인 1961년에 이미 이 작품을 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고색창연한 화성의 설정 때문에 도저히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작품을 발표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의 우려와는 달리, 원고를 읽어본 <F&SF> 편집진이 만장일치로 이 작품을 권두에 게재할 것을 결정하고, 저명한 삽화가인 해니스 보크에게 표지 그림을 의뢰했을 정도로 이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을 통해 젤라즈니는 SF계의 총아로 떠오르게 되었다.

여타의 젤라즈니 작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그러하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인 갤린저도 굉장히 잘나가는 남성으로 나오는데, 그는 대학생 시절 발표한 서정시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화성에 건너오기 전에 이미 W.B.예이츠, 에즈라 파운드, T.S.엘리엇, 하트 크레인, 월러스 스티븐스와 함께 어떤 비평의 잣대를 들이대도 가치를 폄하할 수 없는 시의 전범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쉽게말해 인류가 존재하는 이상 잊혀질 일 없는 시인.

대시인답게 언어를 다루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귀동냥으로 화성어가 녹음된 테이프를 듣고는 완벽하게 화성어 악센트를 구사하기도 하며, 굉장히 많은 언어를 구사할 수도 있다. 소설 속에서 그가 구사할 수 있고, 또는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언어들로는, 영어,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 아람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본어, 힌디어, 한국어, 그리고 화성어[2]가 있다. 그가 한국어에 대해 언급하는 문장을 잠깐 살펴보자면,
"긴장을 풀고 로카의 교리 전체가 명백히 구현되는 것을 보고 싶습니까?"
"뭐라고요?"
"로카의 춤을 보고 싶습니까?"
"오." 화성어의 빙빙 돌려 말하기와 복잡한 완곡 어법은 한국어를 능가할 정도였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로저 젤라즈니 중단편집, 김상훈 옮김, 열린책들 세계문학 11권) 115쪽

다만 그가 대학 시절 언어학을 전공했다는 언급이 나오는 걸로 봐서는 그 자신이 한국어를 구사하진 못하고 그저 한국어에 대한 언어학적 지식만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2.

The Doors of His Face, The Lamps of His Mouth and Other Stories

김상훈 번역, 열린책들 출판, 로저 젤라즈니의 중단편 소설 모음집. 책의 원제는 수록된 단편 중 "The Doors of His Face, The Lamps of His Mouth"를 따서 지었으나, 번역서는 그 소설 대신 "A Rose for Ecclesiastes"를 따서 지었다.


[스포] 갤린저는 결국 브락사와 연인이 되며 화성인들의 경전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신전에 머무르는 동안 그들은 사랑을 나누고, 브락사는 갤린저의 아이를 임신한다. 그런데 갤린저가 일을 거의 마칠 무렵 브락사가 사라진다. 막연히 그녀도 그를 사랑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갤린저는 큰 충격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며칠 후 그는 지구로 귀환해야 했다. 그는 브락사를 미친듯이 찾아 다니다가 화성인들의 의식이 있는 날 그녀를 만나게 되고, 화성인들의 비밀을 알게 된다. 브릭사를 만난 갤린저는 그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전으로 달려가 신전의 수호자(설정상 화성인들은 지구인보다 좀 더 약하고 체구도 작은데, 이 수호자는 건장한 체구의 갤린저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컸다.)를 유도 기술로 무찌르고 자멸하려는 화성인들을 설득하려 했다. 그는 전도서를 남겼던 지구인들도 자멸을 택하지는 않았다며 화성인들을 설득한다. 또한 브락사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며 종족을 이어갈 방법이 있음을 보여준다. 부족장 므퀴는 그의 용맹을 칭송하며, 이 모든 것이 예언에 쓰여진 것이고 시험이었다 말한다. 남성의 불임에 의해 멸종되어가는 화성인들은 그 대체 수단으로서 지구인 남성을 끌어들이기로 선택하고, 갤린저와 브락사는 그 시범케이스로서 결정된 것이다. 그러나 브락사를 다시 보길 원하는 갤린저에게, 므퀴는 예언을 믿지 않았던 브락사가 예언이 실제로 실현되었음을 깨닫고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져서 두번 다시는 갤린저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했다고 말한다. 갤린저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반하였으나, 브락사는 단지 예언의 성취를 위해 그에게 안긴 것뿐이었던 것이다. (므퀴가 말하길 브락사는 갤린저의 아이를 갖는데 성공하여 가장 중요한 임무는 완수했지만 갤린저와 진짜로 사랑에 빠지는 임무만큼은 완수해내지 못했다고...) 므퀴는 이로써 화성인의 존속이 가능해졌다고 말하며 갤린저에게 고마움을 표하지만, 갤린저는 브락사의 진심을 들은 충격에 빠져 허무함만을 느낀다. 갤린저는 취한듯 자리를 뜨고 우주선으로 가서, 42알의 수면제를 삼키며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그는 살아났고 그가 의무실에서 다시 눈을 떴을 때, 우주선은 이미 지구로 돌아가는 중이었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2] '고등 언어'와 '범속 언어'로 나뉘어져 있는 화성어는 범속어(보통어)인 프라크리트어와 고전어인 산스크리트어로 나뉘어져 있는 고대 인도어와 같은 이중 언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