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나이트 워커)

"내 말대로만 하면 돼. 내 계산은 완벽 하니까."

일렉트로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아폴로 주식회사의 X(엑스) 때문이었다.

X는 컨트롤의 DNA를 이용해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지난 십여 년간 이들을 전투 기계처럼 훈련시켜왔다는 내부 비밀 문건을 발견하였고,
상부가 이를 덮어버리려 하자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세상에 공개해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아폴로 주식회사의 비인간성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문건 속에 기록을 통해, 오랫동안의 실험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인물인 요한 크루이프의 각종 데이터가 큰 이슈가 되었다.
문건 속의 테스트 데이터가 사실이라면, 요한 크루이프라는 소년은 최상위급 능력자였다.
사실 전기 능력이라는 것은 너무나 흔해서,
다른 능력으로 분류되는 능력자들도 스파크를 일으키는 정도의 간단한 전기 능력쯤은 가지고 있을 정도였지만,
이 소년의 수준은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브린디쉬 전체가 생산하는 전력의 몇 배에 해당하는 전력을 순간적으로 일으키고 제어하는 것도 가능한 수준이었으니까.

문서 속에만 존재하는 이 소년은 순식간에 스타가 되었고,

연일 뉴스에서는 살아남은 다른 소년이 없을까 같은 가쉽성 기사만을 쏟아냈다.
게다가 전기 능력자 협회는 이 소년이 실존한다면,
브린디쉬 최고의 전기 능력자에게 부여되는 칭호인 E(Electric) 를 주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사람들은 요한 크루이프를 신격화하여 부르기 시작했다.
그 이름은 ‘일렉트로’. 과거 한 세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전기 능력자의 이름이었다.
X는 통치자인 컨트롤과 닥터 하이드로가 없으니, 세상이 진심으로 미쳐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직접 이 소년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실험실의 위치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가 없었다.
X가 소년을 만나게 된 것은, 오히려 소년이 X가 머무르던 아폴로 주식회사를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아니, 찾아왔다고 한 것은 너무 점잖은 표현이었던 것 같다.
소년은 실험실을 탈출한 후 아폴로 주식회사에 쳐들어와 모든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
소년은 컨트롤을 찾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인 컨트롤에 대해 분노하며 동시에 그리워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나이는 숨길 수는 없는 걸까.
하지만 적어도 한가지만은 확실했다.
소년에 대한 실험 데이터는 진짜였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X는 이 소년에게 희망을 걸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폴로 주식회사에서 보관하고 있던 파편을 꺼내어 소년에게 건넸다.
그러면서 ‘파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목소리의 소녀를 찾는다면, 컨트롤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년에게 말해주었다.
소년은 코웃음 쳤다.
그의 표정은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즉시 파편을 던져버리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에는 성공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