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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22 10:52:02

예브게니 오네긴

오네긴에서 넘어옴
Евгений Онегин (러시아어)
Evgenii Onegin (이탈리아어)
Eugen Onegin (독일어)
Eugene Onegin (프랑스어, 영어)
Yevgeny Onegin (원어의 로마자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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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지은 운문 소설

러시아의 작가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무려 7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집필한 5500행짜리 운문서사시 이다.

줄거리는 사교계의 스타 오네긴이 숙부가 죽자 시골로 낙향하는데, 여기서 오네긴은 블라디미르 렌스키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와 친구가 된다. 렌스키는 타티아나의 동생 올가[1] 라리나의 약혼자이다.

시골을 방문한 오네긴을 본 타티아나는 첫 눈에 반하여 그에게 사랑의 편지를 쓰게되고, 다음날 아침에 그에게 사랑고백까지 하게되지만 오네긴은 타티아나에게 자신과 결혼하면 불행해질것이라고 말하며 거절한다. 타티아나가 오네긴에게 거절당한 다음날 저녁, 라리나 집안에서는 타티아나의 생일파티를 연다.

많은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고 오네긴 역시 타티아나와 춤을 추지만, 그는 이러한 시골 사람들의 생활에 지겨워하게 되고, 장난삼아 렌스키를 도발하기 위해 타티아나의 동생 올가를 꿰어 춤을 추지만 그 모습을 본 렌스키는 질투에 눈이 멀어 오네긴에게 결투를 신청하게 되는데...
스포일러
렌스키와 오네긴은 결투를 하게 되고 렌스키가 사망한다. 오네긴은 결국 그곳을 떴다가 나중에 타티니아와 다시 만나게 되지만 타티니아는 그를 거절한다. 묘하게도 이 스토리는 푸시킨의 말년과 비슷하다. 푸시킨은 말년에 아내 곤차로바가 프랑스의 귀족 당테스와 염문설이 나돌면서 질투에 휩싸이고 당테스와 권총 결투를 벌이지만 결국 복부 관통상으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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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나온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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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 버전 표지

국내에서도 번역본이 세 가지 존재하는데, 하나는 을유문화사에서 나온거, 또 하나는 열린책들에서 나온 버전이 있고, 서울대학교출판부에서 번역한 버전, 고려대학교 출판부 버전이 시중에 나와있다. 이 중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국내 번역판이 을유사 버전이다.[2] 서울대학교출판부의 책은 왼쪽에는 러시아어 원문(현대어)이, 오른쪽에는 한국어 번역본이 실려있어 러시아어를 공부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

2. 표트르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오페라

차이콥스키가 1번을 바탕으로 작곡한 오페라. 전형적인 러시아 오페라로서 러시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오페라이다. 줄거리의 생략과 요약, 원작의 대사와 운문을 잘 활용하여, 리릭 오페라(Lyric Opera)의 대표적인 예로 손꼽히게 된 독특한 작품이다.

차이콥스키는 제자인 세르게이 타네예프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해당 작품을 언급하며 '서정적 장면들'(лирические сцены, "Lyrical scenes")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3막의 폴로네이즈(Polonaise)는 밝고 경쾌한 무곡이어서 따로 떼어져 왕왕 연주된다.

2.1. 등장인물

2.2. 스토리

참고링크

1820년대 러시아의 시골과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주 무대이다. 권태에 빠진 젊은 귀족 청년 오네긴은 부유한 숙부가 죽어 유산상속을 위해 내려가 있을 때 그곳에서 시인 렌스키를 친구로 사귀게 된다. 렌스키는 라리나 집안의 올가라는 처녀의 약혼자이다.

그런 올가의 언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골처녀 타티아나. 그녀는 오네긴에게 한눈에 반해 러브레터를 쓰기 시작하는데 이때의 아리아가 유명하다.[4]



미렐라 프레니가 부르는 타티아나의 러브레터씬. 프레니의 열창이 돋보이는 호연이다.[5]


1967년 CBC에서 방송용으로 녹화된 타티아나의 러브레터씬. 테레사 스트라타스가 부른다. 방송용이라서 몇 부분 잘린 것이 눈에 보인다.


세나 유리나츠의 타티아나 러브레터씬. 역시 방송용 녹화라 몇 부분 자른 부분이 보이지만, 흠이 될 정도는 아니다. 다만, 독일어로 불려지는 것은 아쉽다.



2007년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열린 예브게니 오네긴 공연에서 타티아나역을 맡은 르네 플레밍. 이쪽은 화질과 음질이 참으로 좋다.

하지만 오네긴은 타티아나를 거절한다. "나라는 사람과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한다면 오히려 당신에게 큰 고통일겁니다" 라고 훈계조로 타티아나에게 말한다.


타티아나의 사랑을 거절하고 이에 훈계조로 말하는 오네긴.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와 타티아나역을 맡은 누치아 포칠레. 지휘는 세묜 비쉬코프.

이윽고 타티아나의 명명일 축하파티에서 오네긴은 시골의 무도회에 싫증을 느끼고, 렌스키를 도발하기 위해 올가를 꾀어 춤을 춘다. 이것을 본 렌스키는 질투에 눈이 멀어 오네긴에게 우발적으로 결투 신청을 하고,[6] 끝내 오네긴은 결투당일 렌스키를 총으로 쏴 죽이게 된다.


오네긴과 렌스키의 결투 장면. 2007년 2월 메트로폴리탄 공연에서 오네긴역의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와 렌스키역의 라몬 바르가스

그로부터 몇 년후, 렌스키를 죽인 이후로 정처없이 여행을 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 무도회에 참석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타티아나를 만난다. 그녀는 이미 결혼하여 그레민 공의 부인이 되어 있는데, 우아하고도 품위있는 모습에 오네긴은 자신에게 사랑고백을 전해던 순수한 처녀 타티아나를 겹쳐보다가 이윽고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것을 깨닫는다. 오네긴은 타티아나가 자신에게 그러한 것처럼 러브레터를 써서 보낸다.[7]


2007년 2월 메트로폴리탄 극장 오네긴 공연에서 아리오소를 부르는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 2분 44초쯤에 나오는 드미트리의 웃음연기가 참으로 압권이다.

타티아나가 오네긴의 편지를 받고 번민에 빠져 괴로워 할때에, 오네긴이 나타나 발밑에 무릎을 꿇으며 사랑을 갈구한다. 그런 모습을 본 타티아나는 오네긴의 편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당신을 아직도 사랑해요"라고 고백하면서도 그녀는 결혼한 부인으로서의 정절을 지키겠다 말하고 오네긴을 떠나간다. 오네긴이 "부끄럽다! 고통스럽다! 이 잔인한 운명!" 이라 절규하며 쓰러지면서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이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 오네긴의 청을 거절하고, 떠나버리는 타티아나. 2007년 2월 메트로폴리탄 공연에서 오네긴역의 흐보로스톱스키와 타티아나역의 플레밍



마지막 장면을 열연하는 오네긴역의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와 타티아나역의 누치아 포칠레(Nuccia Focile). 흐브로스톱스키가 회색머리였던 소싯적에 찍은 영상으로 연출이 참으로 압권이다. 드미트리가 등장하자마자 누치아에게 매달리는 액션하며 누치아는 의자를 집어던지기까지 하고, 아무튼 굉장히 박력이 넘친다. 거기다가 영상을 잘 보면 드미트리는 뒷통수를 벽에 부딪친 순간에 노래를 시작하는걸 알수있다. 듣다보면 타티아나가 오네긴을 향해 사랑을 고백하는 아리아와, 오네긴이 타티아나를 향해 사랑을 깨닫고 부르는 아리아가 멜로디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8] 솔직히 보다보면 오네긴은 잉여인간이 따로 없으며, 렌스키는 정말 밴댕이소갈딱지 마냥 속이 좁게 느껴진다. 오페라를 보고 난 뒤 푸슈킨의 원문을 읽고 다시 오페라를 본다면 타티아나의 애절함과 오네긴의 찌질함을 더욱 느낄 수 있다. 현대식으로 말하면 차도남 오네긴의 삽질 스토리 묵념이다.

2.3. 뒷이야기

2.4. 음반과 영상물

러시아 오페라 중에서는 가장 빈번히 올려지는 레퍼토리라 음반도 많고 나와있는 영상물도 꽤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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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실황이다. 지휘는 발레리 게르기예프. 타티아나에 르네 플레밍, 예브게니 오네긴에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 렌스키에 라몬 바르가스, 올가에 엘레나 자렘바. 메트답게 화려한 캐스팅이 눈에 띄인다. 로버트 카슨의 프로덕션은 무대가 많이 심심해보이지만 보다보면 '이런 무대도 괜찮네'하고 납득하게 된다. 극 초반의 낙엽연출과 극 전체에 걸쳐 조명으로 무대를 밝히는 연출은 심플하지만 예브게니 오네긴의 무대에 잘 어울리며, 심지어 인물들의 심리표현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포인트 이다. 게르기예프의 지휘는 자칫하면 딱딱하게 변할 수 있는 음악을 섬세하게 짚어내 생동감있는 극을 만들어냈다. 또한 그레민 공을 비롯한 엑스트라들이 대부분 거의 러시아인으로 이루어져 있어 러시아적인 느낌을 더욱 느껴볼 수 있다.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의 오네긴은 두말이 필요없다.[12] 초반의 오만방자하고 제멋대로인 오네긴에서 타티아나를 갈구하는 3막에서는 열연과 열창을 보여주며 가장 마지막에 절규하는 목소리와 표정은 압권이다. 천연 은발이라 어쩐지 오네긴에 싱크로율이 높다.[13] 애당초 본인이 오네긴 역으로 무대에도 많이 서 봤고 유명하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14]

르네 플레밍은 극의 흐름에 따른 타티아나를 연기하며, 제 1막의 편지신에서는 사랑에 빠진 소녀의 마음을 노래와 연기로 보여주었고, 후에 그레민 공비가 되어 정숙한 부인의 모습도 무난하게 연기해낸다.[15] 메트의 간판배우답게 능수능란하고 상대역인 흐보로스톱스키와는 호흡이 잘 맞아서 공연의 완성도를 보다 더 높일수 있었다. 렌스키역의 라몬 바르가스와 올가역의 엘레나 자렘바 역시 각 배역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단점이 있다면 흐보로스톱스키를 제외한 주요 배역 가수들의 발음이 뭉개진다는 것. 발매는 데카에서 했으며 DVD 블루레이 두 매체 모두 나와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어 자막판으로 정식발매 했으니 이 오페라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몰입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덤으로 들어간 성악가들의 인터미션 인터뷰와 연습과정도 상당히 볼만하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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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로만 티호미로프(Roman Tikhomirov) 감독의 오페라 영화로 1958년에 나왔으며, 시기를 알 수 있다시피 구 소련 시절의 나온 영상물이다. 보리스 하이킨이 지휘하고, 볼쇼이 관현악단이 협연하며, 당대 최고의 볼쇼이 성악가들 이었던 갈리나 비쉬네프스카야와 예프게니 키브칼로, 안톤 그리고리에프의 노래를 들을 수 있지만, 연기는 아리아드나 셴겔라야(타티아나), 바딤 메드베데프(오네긴), 이고르 오제로프(렌스키) 라는 배우들이 한다. 즉, 성악가들의 목소리를 입힌 립싱크 영화이다.[17]

일단, 영상이 아닌 노래로만 들어보면 현대적인 연주에 익숙한 이들에겐 굉장히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오네긴 목소리를 맡은 예프게니 키프칼로의 노래는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가 들려줬던 스타일에 인상이 크게 박힌 사람들에겐 굉장히 실망[18]이 많다고 한다.

타티아나의 목소리를 맡은 갈리나 비쉬네프스카야의 경우 당대 최고의 타티아나 겸 러시아 오페라 해석자 라고 불렸던 소프라노지만, 역시 옛날 스타일의 목소리라 많은이들에게 호, 불호가 갈리는 편이다.[19] 일단, 연주 자체는 당대 최고의 볼쇼이 오페라 연주자들 답게 흠잡을 때가 없지만, 요즘 원하는 스타일하곤 거리가 있기 때문에 음악적인 면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대신, 영상미에선 굉장히 뛰어나다는 호평이 많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굉장히 뛰어난데 정말 푸시킨의 원작을 보는 느낌을 준다. 타티아나를 연기하는 아리아드나 셴겔라야는 정말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1막의 순정으로 가득찬 소녀 연기와 2막의 정숙한 대공비의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

이고르 오제로프의 렌스키도 탁월한 연기를 보여주며, 비주얼에서도 싱크로율이 대단히 높다.[20] 바딤 메드베데프가 연기하는 오네긴은 흐보로스톱스키를 지나치게 의식하지만 않으면, 꽤 몰입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3막에서 오네긴이 "이곳 역시 지루하구나(I zdyes mnye skuchno)"를 부르는 장면에서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므로 직접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로만 티호미로프 감독의 연출 또한 호평을 받는 요소인데, 당시 러시아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이 매력적이다. 2막과 3막 1장의 무도회 장면에서 극명한 대조를 이루게 한 것도 포인트다.

단점이라면 생략이 많다. 1막의 소작인들의 합창과 3막의 그레민 공의 아리아는 몽땅 잘려나갔고, 그 유명한 타티아나의 편지 아리아와 피날레 장면도 부분 삭제되었다. 그래도 각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는 점과 티호미로프 감독의 연출 덕분에 이러한 단점을 덮을 수 있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화질과 음질에선 요즘 보면 약점이 있으나, 가장 러시아적인 분위기를 띄는 영상물을 고른다면 추천 대상에 들어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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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으로는 보리스 하이킨이 지휘한 전곡반을 추천한다. 이 음반은 원래 멜로디아(Melodiya)에서 출시되었는데, 1955년 녹음이다보니 지금 시점이면 저작권 만료가 한참 된 상태라 오페라 도로, 마이토(Myto), 독일의 Preiser Records 등 여러 군데에서 재발매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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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21]의 세묜 비쉬코프 지휘반도 꽤 인지도가 높다. 하이킨 연주반이 고전적인 느낌을 준다면 이쪽은 좀 더 현대적인 연주를 들을 수 있다.[22]

우선, 세묜 비쉬코프가 지휘한 파리 오케스트라는 가장 러시아 오페라다운 느낌을 준다. 특히, 서곡과 플로네이즈는 하이킨 음반에서 느끼지 못했던 서정미와 감미로움을 잘 전달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실내 합창단도 오네긴 공연에서 많이 나와서 그런지 굉장히 뛰어나다. 타이틀롤의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는 2007년 메트 실황물 보다 싱싱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준다.[23] 다만, 해석에 있어선 역시 메트 실황물이 더 노련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도 소싯적의 흐보로스톱스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음반의 커다란 메리트이니 흐보로스톱스키 팬들이라면 한번 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타티아나 역의 누치아 포칠레는 이탈리아 성악가로썬 드물게[24] 타티아나 역을 장기로 맡은 소프라노지만, 감정의 표현이 조금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창에선 전혀 흠잡을데가 없지만, 하이킨 음반의 갈리나 비쉬네프스카야랑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는 평이 상당수.[25]

렌스키역을 맡은 닐 쉬코프는 DG의 제임스 러바인 음반 이후로 두 번째로 녹음한 것인데, 첫 번째 녹음 보다 더욱 성숙해지고, 더 좋은 가창을 들려준다. 특히, DG 음반에서 느끼지 못했던 렌스키의 질투발산 부분과 오네긴과의 결투 장면은 이 음반 쪽이 더욱 설득력 넘친다. 거기다 이탈리아 오페라 보다 훨씬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노래를 들려주고 있으니 듣는이도 편하다.

그 외에 그레민 공을 비롯한 나머지 성악가들도 훌륭한 노래를 들려주므로 하이킨 음반이 너무 옛날 연주라 생각된다면 세묜 비쉬코프 지휘반이 최선이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소싯적의 흐보로스톱스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26]

여담이지만, 표지 그림은 1993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극장에서 예브게니 오네긴을 공연했던 당시의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와 누치아 포칠레의 모습이다. 당시 공연 캐스팅은 필립스반과 거의 같은 캐스팅이었으며, 지휘자도 세묜 비쉬코프가 맡았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오네긴 공연이 크게 성공하자 세묜 비쉬코프가 드미트리와 누치아 포칠레, 닐 쉬코프를 비롯한 주연진들을 필립스로 데려와 음반을 녹음하게 되었다는 것. 즉, 이 음반은 실제 공연의 대성공으로 같은 캐스팅을 음반사에 데리고와서 레코드를 녹음한 케이스라 볼 수 있다.[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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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전곡반으로 시중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음반이다. 허나, 하이킨 음반과 비쉬코프반에 비하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우선 제임스 러바인(James Levine)의 지휘는 매끄럽게 잘 하는 편이지만, 너무 매끄럽기만해서 이 오페라의 매력을 많이 살리지 못했고, 그 유명한 플로네즈가 그닥 인상깊지 못하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가 된다. 또, 마지막에 타티아나가 오네긴을 떠나는 장면에서 템포를 느리게 잡은 바람에 박력도 떨어지고 만다.

남자 가수진 역시 상당히 실망스럽다. 먼저, 타이틀롤의 토마스 알렌은 오네긴을 맡기엔 지나치게 할아버지 같은 음색이며, 표정에서도 밋밋하다. 특히, 마지막에서 오열해야 할 부분은 그냥 노래만 할 뿐이다.

렌스키 역의 닐 쉬코프도 위에 비쉬코프 음반 보단 싱싱한 가창을 들려주지만, 그것 뿐이다. 너무 밋밋한 렌스키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여자 가수진은 만족스러운데, 타티아나역의 미렐라 프레니가 가장 인상적이다. 니콜라이 갸우로프와 재혼한 이후로 러시아 오페라에 관심을 보인 미렐라 프레니는 타티아나 라는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이고, 러브레터 장면에서도 인상적이게 처리해주며, 1막에서의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과 2막에서의 공비의 모습을 확실하게 구분해주었다. 즉, 러바인 음반은 프레니를 위한 예브게니 오네긴 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를 고르자면 아무래도 하이킨 음반과 비쉬코프 음반에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프레니의 타티아나를 듣기 위해선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지만, 연주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생각한다면 굳이 러바인판을 고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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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에서 나온 오네긴 전곡반 역시 러바인반과 더불어 시중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음반이다. 게오르그 솔티가 지휘했으며, 폴란드 태생의 소프라노 테레사 쿠비아크가 타티아나, 번트 바이클이 오네긴, 스튜어트 버로우즈가 렌스키, 니콜라이 갸우로프가 그레민 공의 목소리를 맡았다. 애초부터 이 음반은 여태까지 나온 이 오페라 음반들 중에서 음질이 가장 선명한 오네긴 전곡반이라 불리지만, 그 실상은 음질만큼 좋은 연주가 되지 못한다.

먼저, 솔티가 지휘한 런던 오페라 하우스(ROH) 오케스트라. 게오르그 솔티경과 ROH 관현악단의 호흡은 일단 잘 맞아 떨어진다. 현악기와 금관, 목관 모두 솔티의 지시를 잘 따르고는 있으나, 문제는 솔티가 설정한 지휘 템포이다. 시종일관 지나치게 느리다못해 무겁기만하고, 러시아 오페라다운 느낌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뿐더러, 2막에선 오네긴과 렌스키의 결투 장면은 극적 긴장감마저 떨어지고 만다. 심지어 폴로네이즈마저 지루하고, 마지막 장면에선 김빠진 연주를 들려준다.[28]

더 실망스러운 것은 가수진. 특히, 타티아나역의 테레사 쿠비아크는 정말 실망스러운 타티아나를 들려준다. 지나치게 무거운 음색[29]이 타티아나와 맞지 않은 것도 있지만, 감정의 표현도 너무 심하다싶을 정도로 없다. 심지어 마지막 씬에선 소리만 지른다. 오네긴역의 번트 바이클 역시 실망스럽다. 도이치 그라모폰 전곡반의 토마스 알렌과 함께 할아버지 음색을 가진 오네긴을 들려주고, 심지어 표현에서도 삽질 차도남이 아니라 방정맞고 얼빠진 오네긴이 되고말았다.[30] 특히, 렌스키와 싸움 일어나는 부분에서 오네긴의 대사 "zamolchite, il ya ubyu vas!"를 들어보면 오네긴이 렌스키한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렌스키한테 겁에 질려 쪼다가 되는 것처럼 들리고만다.

그나마, 만족스러운 것은 렌스키 역의 스튜어트 버로우즈와 그레민 공역의 니콜라이 갸우로프다. 버로우즈는 렌스키와 잘 맞는 노래를 들려주었고, 갸우로프는 실제 무대에서도 그레민 공을 많이 맡은 경력이 있으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31]

결론은, 굉장히 실망스러운 연주를 들려주는 오네긴 전곡반이라 할 수 있다. 건질 것이라면 음질과 공연에서 통상 삭제되는 부분까지 모두 연주했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이 음반을 듣느니 차라리 비쉬코프 지휘반이나 보리스 하이킨 음반을 듣는 것이 낫고, 이 오페라를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덧붙이자면, 솔티가 지휘한 이 음반은 피터 바이클 감독의 영화 OST로도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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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게오르그 솔티 지휘반을 OST로 사용한 피터 바이클 감독 영화판이다.


[1] 여동생이라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본문에 타티아나가 올가의 старшая сестра(언니)라는 언급이 나온다. [2] 고려대학교 출판부 버전은 국내 번역판 중에서도 질적인 면에서도 흑역사라는 의견이 대다수. [3] 몇몇 매체에서는 올가가 언니, 타티아나가 동생으로 나온다. 여기서는 오페라에서의 인물관계를 따른다. [4] 이 러브레터 아리아의 정확한 제목은 "내 영혼이 죽더라도(Puskai pogilabnu ya)" 이다. [5] 덧붙이자면, 프레니 커리어 말기 배역 중에서 시몬 보카네그라의 아멜리아 그리말디, 페도라의 타이틀롤과 더불어 가장 많이 맡은 역할이 예브게니 오네긴의 타티아나 이다. [6] "입 닥쳐, 안그러면 죽여 버리겠어!(zamolchite, il ya ubyu vas!)"라고 외치는 오네긴의 레치타티보는 듣는 사람이 소름이 들 정도다. [7] 여기서 오네긴이 부르는 아리오소가 "나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사랑에 빠졌어(Uvi, somnyenya nyet)" 이다. [8] 차이콥스키는 의도적으로 이 두 부분을 신경써서 작곡했다 카더라. 미묘하게 달라지다가 결국 같은 멜로디가 반복된다. [9] 2007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로버트 카슨 프로덕션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10]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한 결혼이였을지도... [11] 1막의 아리아와 3막의 아리오소 두개인데, 그나마 그것마저도 돈 조반니마냥 후다닥 불러재껴버린다는 느낌이 강하다(...) 지못미 [12] 현존하는 바리톤 중 가장 오네긴 캐릭터 해석이 뛰어나다는 평이 많다. [13] 소싯적에는 짙은 회색이였다가 점점 머리색이 흐려진다. 팬들이 부르는 별명도 은발 백작님이다. [14]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폴로네이즈가 연주되는 동안 팬들을 위한 서비스인지 3막으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퇴장하지 않고 무대에서 직접 옷을 갈아 입는다!! 몸짱 드미트리 [15] 다만 플레밍 특유의 크림같이 붕 뜬 발성이 호불호가 갈라진다. [16] 인터미션 인터뷰 진행은 1960ㆍ70년대에 미국을 대표한 소프라노였던 베벌리 실즈가 맡았다. 즉, 이 영상물은 실즈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영상물이기도 하다. 오네긴 메트 공연 후 같은 해 7월에 실즈가 사망했기 때문이디. [17] 단, 그레민 대공 역의 이반 페트로프는 노래와 연기 모두 다 소화했다. [18] 국내의 어떤 이는 예프게니 키브칼로의 노래를 '감정이 깃들지 않은, 그저 뻣뻣하기만 오네긴'이라고 혹평을 내린바 있다. [19] 물론, 비쉬네프스카야 노래 자체는 지적하는 이가 없다. 단지, 구시대적 스타일이 너무 느껴진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20] 메트판의 바르가스도 훌륭했지만, 몸매가 풍만한 렌스키라는 지적도 많이 있다. [21] 원래는 필립스인데, 현재는 데카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Classic Opera 시리즈로 새로 나온 버전은 데카 로고가 달려져있다. [22] 어떤 이는 비쉬코프 음반 쪽에 더 손을 들어주기도 한다. [23] 참고로, 비쉬코프반은 1993년 녹음이며, 흐보로스톱스키가 회색 머리였던 소싯적에 녹음한 것이다. [24] 이탈리아 성악가 중에서 타티아나역을 맡은 사람은 미렐라 프레니와 누치아 포칠레 뿐이다. 그것도 이탈리아 번역 가사가 아닌 러시아 원어로 불렀다. 그 전에 레나타 테발디도 타티아나 역을 맡은 적이 있지만, 이쪽은 러시아 원어가 아닌 이탈리아 번역 가사로 불렀으므로 예외로 쳐둔다. [25] 이 때문에 갈리나 비쉬네프스카야를 선호하는 쪽과 누치아 포칠레를 선호하는 쪽에서 평가가 많이 갈린다. [26] 이제까지 나온 예브게니 전곡반들 중에서 오네긴을 가장 인상적으로 해석한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가 유일하다는 호평이 대체적으로 많다. 필립스반 나오기 전에는 타티아나와 렌스키만 인상깊었다는 평가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27] 이 음반의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마지막 장면을 들어보면 위에 올려진 영상과 연주 스타일이 같다는 것을 알 수있다. [28] 이 부분은 피터 바이클 영화판하고 같이보면 확실히 박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29] 혹자는 쿠비아크의 타티아나를 듣고 할머니 음색의 타티아나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30] 이것은 번트 바이클이 오네긴을 잘못 해석했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31] 갸우로프가 맡은 러시아 오페라 캐릭터 중에서 보리스 고두노프 다음으로 맡은 것이 그레민 공이다. 심지어, 1988년에 마누라인 미렐라 프레니와 함께 빈 국립 가극장에서 공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