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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26 00:30:22

아이저 리아인스 그레이언/작중 행적/챕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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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 style="margin:-10px" <tablebordercolor=#8bbbe5,#8bbbe5><tablebgcolor=#8bbbe5,#8bbbe5> 아이저 리아인스 그레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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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8bbbe5,#8bbbe5><colcolor=#000,#000> 작중 행적 챕터 1 · 챕터 2 · 챕터 3
인물 정보 인간관계

1. 개요2. 장교 고객을 확보하는 성과 달성(52화~55화)3. 세레나가 다이아보다 더 중요해지다(55화~58화)4. 다이아에게 미움 조차도 갖지 않게 되다(59화~61화)5. 세레나가 혼자만의 힘으로 진실을 증명해내다(62화~64화)6. 세레나와의 숨겨진 첫 만남(64화~66화)7. 세레나 납치 사건(68화~71화)8. 세레나 구출 작전(72화~73화)9. 세레나에게 감정을 표현하다(74화~76화)10. 세레나와 다른 사람들의 차이(76화~77화)11. 과거사(77화~80화)12. 세레나와 공감대를 형성하다(81화)13. 납치 사건을 겪고 불안이 강화되다(82화~83화)14. 세레나와 진정으로 부부가 되다(84화~86화)15. 아이저의 계획(87화)

1. 개요

웹툰 《 세레나》의 메인 남주인공, 아이저 리아인스 그레이언의 Chapter 2에서의 작중 행적을 정리한 문서.

2. 장교 고객을 확보하는 성과 달성(52화~55화)

아이저는 약속대로 세레나에게 집무실의 책상을 내어준다. 약속을 지킨 것뿐이지만 세레나는 어쩐지 떨떠름해 한다. 세레나는 집무실의 자리를 마다하고 자신의 간이 집무실을 계속 쓰기로한다.

세레나는 세레니티 호텔의 스포츠 클럽 회원 카드[1]가 왜 아이저의 책상에 놓여 있는지를 묻는다. 세레나가 호텔 설립 기념일 당시, 장교들에게 호텔의 승마 클럽에 대해 이야기를 건넸다고 한다. 세레니티 호텔의 스포츠 클럽에는 테니스와 골프를 즐길 수도 있고, 그 두 종목이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임에도 굳이 승마를 권한 덕에 장교들에게 승마장을 둘러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분명한 성과였지만 세레나가 어떤 생각에서 승마를 권했는지도 알고 싶었다.

세레나의 판단은 이러했다. 장교들은 입이 무거운데 비해 사업가들은 거짓말을 잘하고 정직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강해서 사업가들을 좋게 보지 않는다. 사업가들도 장교들을 너무 폐쇄적이고 집단주의적인 사람들로만 보아서 서로를 엮는 것이 까다로웠다. 하지만 성취욕과 승부욕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보였고, 장교들의 취미를 조사해본 결과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나 이들 중에서는 말을 좋아하고 키우기까지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제대로된 승마장이 없어서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승마장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런 관계로 큰 승마장을 열망하는 상황이다. 세레나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장교들과 사업가들이 세레니티의 승마장에서 승마 경기를 펼친다면 스포츠맨십을 기반으로 하여 멀어보이기만 했던 서로의 사이가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었다. 또한 두 계층을 함께 끌어들이면 승마•폴로 클럽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고, 규모도 키울 수 있다. 이런 생각에서 장교들에게 승마를 권했다.

아이저는 세레나의 판단을 듣고 세레나를 크게 칭찬한다. 장교들을 제대로 사로잡았는지 행사 바로 다음 날부터 세레니티 측에 연락을 해왔고, 아이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미리 맺은 약속이 아니었음에도 흔쾌히 그들의 부름에 응한다.

아이저와 세레나는 열심히 승마장을 소개한다. 생각보다 큰 규모에[2] 장교들은 크게 만족하였고, 이들은 승마를 체험해볼 준비를 단단히 마친 채 세레니티를 찾은 관계로 즉시 승마를 하려고 한다. 이들은 어찌나 신났는지 아이저와 세레나에게 '커플' 승마를 권한다. 세레나는 승마를 해본 적이 없었지만 장교들은 세레나에게 아예 커플 승마를 권하고, 은밀한 스킨십을 할 수 있다고 속삭인다. 아이저는 커플 승마 제안을 우선 수락하고, 세레나와 함께 승마복으로 갈아입으러 간다.

승마복으로 갈아입은 세레나를 보고는 옷이 너무 달라붙어서 당황한다. 마음 같아선 다른 옷으로 갈아입히고 싶었지만 현장에는 다른 옷도 없었고, 당황한 마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실수까지 해버린다.[3] 흐트러짐이 없는 아이저로서는 보기 드문 실수이다. 어쨌거나 둘은 함께 승마를 하게 된다.

세레나는 말 위에서 좀처럼 가만히 있질 못한다. 결국 아이저가 자세를 고정시켜둔다.

한참 승마를 하다가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이 맑아서 금방 그칠 것 같았지만 그 잠깐도 비를 맞는게 싫어서 비를 피할 곳을 찾으려한다.[4] 아이저는 비를 피할 곳을 찾아내었고, 아이저가 먼저 말에서 내린다. 두 사람이 탄 말, '프린스'는 체고가 유난히 높은 편이라 세레나가 말에서 내려오는 것을 아이저가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세레나는 한참 뜸을 들이다 아이저의 손을 잡는데, 이때 프린스가 갑자기 움직이고, 세레나가 균형을 잃는다. 아이저는 균형을 잃은 세레나를 안아서 잡아준다.

나무가 우산이 되어주는 돌 위에 앉게 되는데, 세레나는 앉지 않고 가만히 노려본다. 아이저는 세레나가 돌 위에 앉는 것이 싫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공주님'이 부르며 손수건을 꺼내어 돌 위에 깔아준다. 세레나는 자신이 마음에 안들어서 비아냥거렸다고 생각해 불평한다. 원래 가족들이 자신을 부르던 별명이었지만 아이저가 공주님이라는 별명을 이상하게 쓰게된 이후로 공주님이라는 별명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아이저는 비아냥이 아니라 그저 세레나가 새로워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한다. 처음에는 세레나의 성격이 워낙 낯설어서 '공주님'이라고 불렀으니 좋은 의도라고는 못해도 지금은 그저 세레나다운 상황에서 공주님이라고 부를 뿐이므로 세레나가 생각하는 뜻은 아니라고 한다.

가만히 휴식을 취하던 중, 세레나가 이렇게 비가 올 거면 비가 많이 내리고 천둥도 쳤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린다. 아이저는 헤럴드 회장의 저택에서 묵었던 날, 비가 오고 천둥이 치는 날을 무서워하며 꿈에서마저 부모님을 향해 우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분명 그런 날씨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비가 오고 천둥이 쳤으면 좋겠다고 하니 그런 날씨를 좋아하는지 물어본다.세레나는 완전히 부정한다. 다만, 좋아서 그런 날씨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런 날씨에는 늘 벨라티아[5]가 나오는 꿈을 꾸기 때문이라고 한다. 엄마가 나오는 꿈이라면 분명 좋은 꿈이라고 생각되지만, 결국 현실이 아니기에 깨고나면 악몽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꿈에서라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악몽을 기다리고, 그런 의미에서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비가 더 세차게 오고 천둥이 크게 칠수록 엄마의 얼굴이 선명해지기 때문에 더 강한 자극과 고통을 구태여 원하게 되고, 따라서 비오는 날 밤은 세레나에게는 일종의 자해라고 밝힌다.

비가 그치자 눈 앞에 무지개가 비친다. 세레나가 무지개를 보고 호들갑을 떨지만 아이저는 무지개에 그닥 감흥을 느끼지 못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왜 무지개를 반기냐는 물음에, 자주 보고 싶은데 보기 힘들어서 귀하고, 드러나면 모두를 기분 좋게 만들며 오래 있지 않고 사라진다고 대답한다. 무엇보다도 무지개는 예쁘다고 덧붙이며 예쁘게 웃는다. 아이저는 세레나의 웃음을 지그시 바라보고, 볼에 보조개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아이저는 무지개가 아닌, 세레나와 세레나의 보조개를 보고 예쁘다고 대답한다.

장교들을 회원으로 만드는데 성공하고, 세레나는 그간 이안사와 벨라티아의 성과에 부담을 느꼈음을 토로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성과를 결국엔 이루어가고 있었고, 이에 부쩍 자신감이 생겼는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겠다며 강한 포부를 보인다. 아이저는 이를 지켜보며 흐뭇해한다. 또한 일을 함께하며 아이저를 향하는 경계심이 확실히 줄었다고 느낀다.

3. 세레나가 다이아보다 더 중요해지다(55화~58화)

그날 저녁, 세레나가 자신의 침실에 처음으로 들어와서 4년 만에 처음으로 부탁[6]을 한다. 세레나의 부탁은 다이아의 취임식에 함께 가달라는 것이었다. 아이저는 영 내키지 않아서 단칼에 거절하지만, 세레나가 오랜만에 한 부탁인 만큼, 자신의 부탁을 먼저 들어주면 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아이저는 이 기회에 세레나에게 자신을 퍼스트 네임으로 불러보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세레나는 차마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침실을 떠나고, 아이저는 결국 가지 않기로 한다. 취임식 당일날 세레나를 홀로 갤러리로 보낸 채 호텔 업무를 보지만 도저히 집중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한다. 사실 아이저는 본인이 다이아의 취임식에 가는 것도 싫었지만 세레나가 가는 것도 싫었다. 그 생각에서 출발해서 불현듯 과도한 노파심이 생겼고, 그래서 고민에 빠진 것이다. 고민 끝에 다이아의 취임식이면 빅터도 함께 있을 확률이 높고, 만약 그렇다면 세레나가 위험하다는 결론에 다다라 곧바로 갤러리로 향한다. 결국 현재의 아이저는 다이아와의 감정보다 세레나의 걱정이 더 우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세레나가 빅터와 접촉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마음을 놓은 것도 잠시, 다이아가 두 사람 앞에 나타난다. 아이저는 갑자기 표정이 굳더니 다이아의 장갑을 벗겨 손 냄새를 맡고, 냉정함을 잃은[마지막약속] 아이저는 다이아에게 살벌한 표정을 보이며 관장실로 끌고간다. 이때 둘과의 대화에서 과거사의 일부분이 드러났다.[8]

다이아는 가족들 모두가 아이저에게 가혹했던 시절, 유일한 힘이 되어주었다.[9] 그러나 다이아가 어떤 이유로 아버지에게 목숨을 위협받게 되었고,[10] 다이아는 아버지에게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아버지가 그레이언 가에게 원하는 무언가[11]를 얻어내야 했다. 아이저는 다이아에게 원하는 것을 주고 다이아를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이아는 자신에게 부탁하지 않았고, 빅터와 사귀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는 끝이 난다. 가족보다도 더 의지했던 사람[12]에게 배신당한 것이었기 때문에 다이아는 감정적인 약점으로 남게 되었다. 한편 다이아는 아이저와 만나던 당시에 이미 마약을 하고 있었는데, 다이아를 위해서 마약을 끊을 것을 강력하게 권했고, 이것이 다이아와의 마지막 약속이었다.[마지막약속]

두 사람은 과거의 일을 놓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인다. 첫째로 마약을 다시 시작한 이유를 두고 대립한다. 다이아는 아무도 기댈 곳 없는 유학길에서 아이저를 만날 날을 맨정신으로 기다리기는 어려워서 마약을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저는 자신을 정말로 위하는 마음이었다면 마약을 끊어야했다고 무섭게 반박한다.[14][15] 둘째로 다이아는 아이저와 계속 만나려면 일단 살아야했고, 상황이 힘들었던 아이저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일단 빅터와 사귀며 원하는 것을 얻어낸 다음에 아이저를 다시 만날 계획을 세워야했다고 해명한다. 아이저는 그 말인 즉슨, 다이아 역시 빅터의 성격을 알고도 그를 선택할 정도로 자신이 너무 나약해서 믿을 수 없었다는 뜻인 만큼 더 비참하다며 울분을 토한다.[16] 빅터는 특히나 자신을 그토록 힘들게 한 가족이고, 다이아가 절대 이를 모르지 않았기에 더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부모님과 형보다도 더 잔인한게 다이아였다고 말할 정도다.

과거의 분노와 배신감, 무력감이 되살아나자 아이저는 고개를 떨구고, 다이아는 생각과 방법의 차이일 뿐 그저 사랑했을 뿐이라며 입맞춤을 시도한다. 아이저는 그 말에는 동의하지만 자신이 원한 건 다이아처럼 혼자 모든 걸 결정하고 무서워하는 상대에게 애원하는 것 따위가 아니라 두려워도 맞서고 함께 탈출구를 의논하는 것이었으며, 다이아의 방법은 다이아에게는 최선이었을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최악이었다며 서로 끝난 사이임을 분명히 해둔다. 다이아는 그럼에도 끝까지 아이저를 붙잡으며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 사과와 동시에 아이저가 세레니티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면 그때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그런 다이아에게 아이저는 미움조차도 남아있지 않다며 다이아의 기대를 없애버린다. 관장실을 나가려던 찰나, 다이아가 아이저에게 오해한 것이 있다며 자신의 임신에 대한 진실을 밝힌다. 사실 다이아는 임신한 적이 없었다. 빅터와 결혼을 피하기 위해 임신한 척 속이고 그 아이를 아이저의 아이라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었다. 아버지가 노발대발하여 뷔터베레크 공화국으로 쫓겨났던 것도 그 아이가 아이저의 아이였기 때문이고, 귀국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저의 아이를 유산해서 건강이 나빠졌다며 아버지의 동정을 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저는 다이아가 원했던 대로 오해를 풀기는커녕 더 다이아에게 실망한다[17]. 빅터와 헤어질 때도 자신을 죽였다며 다이아와 만났던 세월도, 다이아같은 사람을 신뢰했던 것도 전부 후회하며 관장실을 빠져나간다.

4. 다이아에게 미움 조차도 갖지 않게 되다(59화~61화)

신문을 보고 세레나와 다이아 사이에 서로가 가진 <발레리나> 그림을 두고 진품 논쟁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바닷가 호텔이 착공에 돌입하기 직전이라 계약서에 명시할 새 이름이 필요한데 그 이름을 세레나가 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세레나를 찾는다. 세레나는 술 창고에서 술을 먹고 있었다. 도수가 낮은 딸기맛 술을 마셔놓고 이미 취해서 혀가 꼬이는 모습을 보고 새 이름을 정할 상태가 아닌거 같다고 말한다. 세레나는 아이저에게 또 술을 마시러왔냐고 묻는다. 예전에 술 창고에서 독한 술을 먹고 취해서 잠든 적이 있었고, 술김에 다이아를 보고 손목을 잡아채서 이름을 부르다 다시 잠들었던 기억이 희미하게 있는데 그게 다이아가 아니라 세레나였던 것을 알게된다. 아이저는 긴 머리가 흔들리는데 순간적으로 익숙한 존재를 부른거 같다고 해명하면서도 해명을 하고 있는 자신을 어이없어한다. 세레나는 '익숙'이라는 단어를 듣고 그럼 그 익숙한 존재를 만났으면 아이저야말로 술을 마셔야하는 게 아니냐고 투정을 부린다. 그동안은 다이아를 혼자 정리하면서 무언가 모를 불쾌함이 계속 남아 그 찌꺼기같은 기분을 없애고자 독한 술을 찾아왔다. 그런데 세레나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오히려 다이아와 마주한 뒤 무언가 정리되는 느낌에 술이 생각나지 않았고 그런 자신의 변화를 흥미롭게 여긴다.[18]

술자리에서 세레나가 먼저 다이아와 있었던 일을 화제로 꺼내고, 아이저는 감정 결과가 생각과 다르면 어떡할 것이냐고 묻는다. 세레나는 갑자기 아이저에게 가까이 다가가 살짝 웃더니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아이저도 세레나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거냐고 묻는다. 아이저는 세레나의 술버릇이 나쁘다며 재미있어한다. 아이저는 세레나의 말을 믿지만 더로랑 측이 혹시나 나쁜 방법을 쓴다거나 세레나가 모르는 것이 있을까봐 우려된다고 알려준다. 세레나는 감정사들을 무조건 믿지만은 않고 대책을 세울 것이라 대답하고는 이내 힘이 풀려 잠이 든다. 세레나를 침실로 데려다주는 길목에 프리드릭을 만난다. 그는 세레나에게 말할 것이 있다는 이유로 내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저는 세레나가 프리드릭을 보고싶지 않아하는 것 같다며 프리드릭의 신경을 자극하고, 목적을 이루지 못할 듯하니 나가라는 말을 돌려서 말한다. 프리드릭은 아이저의 의도를 똑바로 알아듣고서 세레나가 명령해야 떠날 것이라는 말을 남기며 떠난다.

<발레리나> 그림의 감정 결과 발표 이틀 전, 그림 감정 결과가 좋게 나오지 않을 것을 우려해 발표 장소인 더로랑 갤러리 회의실로 동행하기로 한다.[19] 아이저가 도와주고 싶었지만 세레나가 전혀 원하지 않을 것 같고, 세레나도 손 놓고 있지 않을 것이라 했기 때문에 그림 감정 자체는 세레나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로 한다. 세레나는 이 일에 직접 왕국의 신문사를 전부 불러들였다.[20] 먼저 더로랑 갤러리 소유의 <발레리나>가 진품 판정을 받는다.

5. 세레나가 혼자만의 힘으로 진실을 증명해내다(62화~64화)

왕국 감정사들은 이어서 세레니티 소유의 <발레리나> 역시도 진품 판정을 내린다. 왕국 감정사들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크게 당황하여 재감정을 해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고 한다.[21] 다이아는 한 작가가 같은 작품을 두 개나 남긴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니 납득할 수 없다며 항의하고, 세레나에게 결과를 납득했는지 묻는다. 세레나는 둘 중 어느 것이 진품이고 가품인지에만 초점을 두었다면 결과에 납득할 수 없겠지만 작품의 히스토리[22]를 유심히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대답을 한다. 세레나는 증인을 회의실로 불러들인다. 그 증인은 다이아도 잘 알고 있는 왕궁 화가 ' 찰린'이었다.

찰린은 한때 <발레리나>의 작가, 마리안느의 스승이었으며, 그 인연으로 마리안느와 종종 서신을 주고 받으며 지냈다. 그 서신 중 하나에 세레나의 어머니에게 후원을 받게 되었다는 내용이 써 있었고, 이후로도 그녀에게 그림을 의뢰받은 일로 생긴 고민, 그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았다. 그 모든 과정이 찰린에게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전말은 이러했다. 거액의 의뢰가 처음이었던 마리안느가 찰린에게 조언을 구했고, 찰린의 조언대로 부담을 떨치고자 미리 한 번 그려보게 되었다. 그렇게 그림이 두 개가 되었고, 첫 번째 작품은 습작이기 때문에 작업실에 두었으며, 두 번째 작품을 세레니티에 주었다고 한다. 다이아는 작업실에 남겨둔 습작을 구매한 것이다. 심지어 <발레리나> 그림 속 소녀는 발레복을 입은 세레나를 그린 것이었다.

분위기가 심상치않게 흘러가고, 감정사와 다이아의 비서는 가품은 없었다는 게 핵심이었다고 둘러대며 자리를 급하게 파한다. 기자들은 그저 해프닝이어서 허무하면서도 결과가 의외라서 재미있다며 수군댄다. 아이저는 제 것을 건드리는 것을 절대 못참는 세레나가 이런 상황을 두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지 세레나 눈치를 본다. 세레나는 입술을 씹더니 갑자기 유리잔을 깨며[23] 아직 할 말이 남았으니 다 앉으라고 소리를 지르고,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세레나는 비록 세레니티가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비전문가일 지언정, 전문가라는 다이아의 안목은 한낱 비전문가보다 늦게 마리안느를 알아본 셈이라고 말하며 다이아의 '비전문가' 발언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날의 '비전문가' 발언은 다이아가 예술을 사랑하고 갤러리를 방문하는 모든 손님과 그들의 안목을 겨우 '비전문가' 정도로 바라본다는 의미라며 오너로서의 태도도 지적했다. 세레나는 가품이라고 증명된 쪽이 오늘 대화의 책임을 지기로 했던 약속을 상기시킨다. 다이아는 가품은 없는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냐며 모르겠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세레나는 엄연히 '습작'과 '완성작'인데 진품으로서 더 가치 있는 쪽은 세레니티의 그림이니 차이가 극명하다고 주장하며 탈출구를 봉인한다. 아이저는 다이아가 세레나에게 완전히 걸려들었다며 흥미진진하게 바라본다. 세레나는 진정한 진품이 아니게 된 더로랑 측이 책임을 질 것이냐고 묻고, 다이아는 세레나가 원하는 것을 묻는다. 세레나는 칼을 던져주며 더로랑의 그림을 지금 이 자리에서 찢어서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 다이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을 때 다이아의 아버지, 이고르 더로랑이 등장해서 세레나와 단 둘이 얘기하기를 청한다.

6. 세레나와의 숨겨진 첫 만남(64화~66화)

갤러리를 빠져나가는 세레나를 아이저가 잡아세운다. 아이저는 자기 것을 건드리기만 해도 화를 내면서 정작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은 모르는 세레나가 답답했다. 세레나에게 화가 나서 뭘 하든간에 스스로를 아프게는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대답을 요구하며 세레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느데 세레나가 고개를 돌려 눈을 피하고, 아이저는 세레나의 얼굴을 잡고 정면으로 돌려버린다. 세레나는 상황을 센 척으로 빠져나가려하고, 걸음도 힘주어 걷는데 그만 길바닥에 구두굽이 끼어 넘어지고 만다. 박힌 구두를 뽑아보려하지만 구두굽이 부러진다. 아이저가 구두굽을 뽑아주며 학생때나 지금이나 '또' 구두굽이 끼어서 못 걷는다고 말하며 두 사람 사이에 과거의 인연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6년 전, 달린쿠르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졸업생과 초대 손님을 초대해서 아주 큰 파티 겸 방학식을 열었다. 애프터 파티는 가면 파티였다. 파티장과 기숙사 사이 출입을 막아놓은 지름길에 웬 여자 비명 소리가 들려 그곳으로 갔다. 어떤 여학생[24] 하나가 구두굽이 돌 바닥에 끼어 곤란해하는 듯했고 구두굽을 뽑아서 건네주었다. 일으켜주겠다고 했지만 도리질만 했다. 그때 폭죽 이벤트가 시작되었고, 그 여학생과 함께 폭죽을 보았다.

볼일이 끝나고 자리를 떠나려하자 그 여학생은 아이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가면 파티가 아니었던 1부에서 아이저가 하퍼스, 러비스와 함께 있을 때 하퍼스가 그동안 꾸준히 말해왔던 동생을 멀찍이서나마 보여주었다. 이때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여학생이 세레나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이저가 긴 출장에서 돌아온 날[25], 이안사가 아이저에게 재미있는 물건이라며 보여준 것이 바로 이 때 부러진 구두굽이었다. 이안사가 별관의 짐을 요양 저택으로 옮길 때 섞여들어간 것 같다며 아이저에게 돌려주었다. 굳이 아이저에게 돌려준 이유도 있었는데, 가면 파티 이후 세레나가 검은 깃털과 빨간 루비가 달린 가면을 쓴 남자가 구두굽을 주워줬다며 가족들에게 자랑도 했고, 보물이라며 소중히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안사는 달린쿠르 졸업생 자격으로 그 파티에 와있었고, 그때 아이저도 만났다. 세레나가 말한 가면이 아이저의 가면이었던 것 같아 구두굽을 보여주었고, 아이저가 자신이 맞다고 긍정했다. 그때 그 구두굽을 주워준 사람이 아이저이니 별관에 있는 세레나의 서랍장[26]에 아이저가 다시 가져다 놓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아이저에게 구두굽을 전해준 것이었다.[27]

세레나는 그때 구두굽을 주워준 사람이 아이저라는 걸 알고 놀란다. 아이저는 이번엔 일으켜줄테니 손을 잡으라고 말한다.

7. 세레나 납치 사건(68화~71화)

유독 이날만은 세레나가 계속 자신을 흘끗흘끗 쳐다보는 것이 잘 느껴진다. 그리고 그날, 수이에게서 세레나가 경매장에서 돌아오던 중 납치를 당했다는 보고를 받는다. 운전 기사가 낯선 남자들에게 차를 빼앗겨 죽을 뻔 했는데 그 사이에 세레나가 운전자가 바뀐 걸 모르고 차에 타버렸다고 한다. 본래 경매장으로 향할 땐 보디가드들과 동행하지만 보디가드의 차에 장치가 되어있었는지 쫓아가던 중 차가 멈춰버렸기에 속수무책이었다.

수이는 최근에 그림 뒤에서 또 다른 고미술품과 숨은 돈이 발견되었던 사안과 관련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경찰과 연락하는 일은 수이에게 맡기고 아이저는 라울과 함께 세레나를 노리는 이유에 관해 조사를 한다. 이안사가 이 일을 알면 건강이 더 나빠질 것을 염려해, 이안사에게는 철저히 비밀로 한다.

라울의 조사 결과 세레나가 납치되기 전, 슬릿스완 경매장에서 유명한 작품[28]을 구매하러 갔다가 소장자이자 유명 콜렉터인 '한'이 갑자기 경매를 취소하는 바람에 허탕만 쳤다고 한다. 경매가 취소되었다는 것에 매우 의아해하는데, 이번 경우처럼 출품자가 갑작스럽게 취소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장작에 큰 논란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거의 하지 않는다. 이외의 사유로 취소를 요청할 경우 물어야 할 위약금도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이 모든 정황상 유능한 세라 때문에 불법 자금 거래에 방해를 받자 세라를 잡기 위해 덫을 놓았다는 뜻이 된다. 다만 세라와 세레나가 동일 인물인줄 알고 납치한 것인지, 모르고 한 것인지는 추측조차 할 수 없었다.[29] 라울에게 수상한 돈과 그림의 출처를 쫓는 일을 맡겨두고 아이저는 더로랑과 슬릿스완 경매장 사이의 불법적인 유착관계를 이용해 '한'을 추적한다.

다이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금일 슬릿스완 경매장에 출품했다 취소한 유명 콜렉터 '한'의 정체를 캐묻는다. 다이아는 슬릿스완 경매장의 일은 본인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모르는 척 해보지만, 더로랑과 슬릿스완 경매장 사이의 불법 행위들을 아이저가 낱낱이 꿰면서[30] 하나 둘씩 언급하자 유착관계를 인정한다. 그러나 아이저의 말이 협박이라고 생각했기에 쉽게 협조에 응하지 않자 협박이 아니라 이번 일을 도와주면 이 모든 행위를 눈감아주겠다는 조건으로 거래를 요청한 것이고, 협박을 했다면 '더로랑 쪽에서 슬릿스완 경매장의 뒤통수를 치고 경매 사업을 삼키려는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무기로 삼았을 것이라며 승부수를 던진다. 여전히 '자기야'라는 호칭을 쓰는데다 배신감을 느끼고 다이아가 목소리를 떨자 한 번 더 선을 긋는데, 네가 어떤 사업을 벌이든 상관 없고 그저 수집한 정보를 팔고 본인이 필요한 정보를 사는 일종의 거래 관계일 뿐이라고 말하며 '한'에 대한 정보만을 재촉한다. 아예 '한'의 정체가 빅터[31]냐며 단도직입적으로 다이아를 압박한다.

다이아에게 대답을 듣는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다이아가 긍정하였는지 빅터를 범인이라 확신하고 세레나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빅터가 소유한 별장이나 사무실도 의심 장소지만 빅터에게는 비밀 아지트가 워낙 많아서 비밀 아지트에 세레나를 가둬두었다면 일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빅터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기로 하고, 라울에게는 빅터의 옛 수하들에게 접촉하거나 전화국을 통해 통화 내역을 수집해서라도 아지트를 찾아내라고 명한다. 라울은 전화국까지 동원되는 일이라 시가니 오래 걸린다며 최소 7일은 걸릴 듯하지만 5일 안에 최대한 해보겠다고 답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세레나가 더욱 위험해질 터였고 최대 3일의 시간을 준다. 반드시 그 기간 안에 구해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세레나가 사라진 지 이틀 째, 경찰 측에선 도시를 빠져나간 것 같아 더이상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다.[32] 게다가 빅터는 행선지가 불분명해 도저히 연락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비밀 아지트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지금까지 찾아낸 비밀 아지트 중에서 총 다섯 곳을 추려낸다. 수이에 의하면 세레나는 호신용품으로 목걸이 형태의 독침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데, 납치 당일에도 수이가 세레나에게 직접 걸어주었고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한다.

아이저는 납치당한 세레나의 행동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식음을 전폐하고 버티고 있을 것이 뻔했고 혼자 있었던 적이 잘 없어 더 무서워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머릿속에서 세레나의 얼굴과 목소리가 좀처럼 떠나질 않았고, 화내는 모습이라도 좋으니 그저 다시 곁에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이때 집무실로 누군가 전화가 걸려오는데, 상대는 그저 침묵하고 있었음에도 세레나라는 걸 확신한다. 다행히 다친 곳은 아직 없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세레나의 목소리가 많이 떨리고 있는 상태였다. 대략적인 위치를 물어보지만 차에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들이 눈을 가려버렸던 탓에 웰른베르크 외곽의 숲으로 향하는 외길이 기억의 전부라고 알려주며 지금으로서는 낡은 2층짜리 나무집에 있다는 것만 알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눈을 감고 소리나 냄새라도 차근히 기억해보라는 조언에 페인트 냄새와 작은 기계 소리를 기억해낸다. 허나 말을 마치자마자 다른 감시자의 소리가 들려오고, 황급히 전화를 끊으려한다. 다행히 해당 정보가 위치를 파악하기에는 충분했고, 전화를 끊기 전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으니 조금만 참으라고 안심시킨다.

그리하여 납치 장소는 웰른베르크 외곽의 헬린 타운 71번가와, 인근 도시 테이톤의 미시벳 8번가 두 곳으로 좁혀진다. 게다가 세레나가 걸어준 전화 덕에 전화국을 통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다만 불안정하게 떨리는 세레나의 목소리를 들은 이상은 더 기다릴 수도 없었고, 전화국에 연락하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을 도모한다. 그리하여 한 곳에는 러비스의 인맥을 이용해서 신속히 경찰 병력을 보내고, 아이저와 라울은 새로 채용한 경호원들과 함께 남은 곳으로 가는 방향을 선택한다. 다만 아이저 측이 어디를 갈 지가 문제였는데, 두 곳에 대해 짚이는 게 있는지 세레나가 있을 확률이 높은 곳으로 가려고 하던 중 전화가 걸려온다. 아이저는 상대의 말을 그저 가만히 듣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33] 전화를 끊자마자 총 한 자루[34]를 챙겨 헬린 타운으로 행선지를 정한다.

8. 세레나 구출 작전(72화~73화)

발신자는 프리드릭이었다. 프리드릭의 정보는 보다 구체적이었는데, 헬린 타운 71번가의 동쪽, 루드나 숲 안에 난 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세 번째 집에 세레나가 있고, 남자 넷 정도가 상주하고 있다는 정보까지 준다. 프리드릭은 모든 것을 알아냈지만 그 길목에는 검문소가 있었고, 프리드릭은 그의 신분 상 검문소를 통과할 수 없어 멀리 돌아가는 길을 사용해야만 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자신보다 더 빠른 아이저에게 일을 맡기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이었다.[35] 아이저가 직접 차를 몰고 세레나가 있는 곳으로 출발한다.

도착하자마자 총으로 빅터의 부하들을 쏜다. 아이저가 드디어 세레나와 만났을 때는 감시 인력 하나가 세레나의 손목을 잡아채고 있었고, 블라우스 앞섶이 풀어져 맨살이 훤히 드러나보였다. 겁탈이나 추행으로 오해하기 딱 좋은 장면이었고 아이저의 표정이 험악하게 구겨진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 사람 당 한두 발씩 쏴서[36] 앞길을 막지 못하도록 쓰러뜨리고 끝낸 것으로 보이지만, 세레나의 몰골을 보고 말았을 때는 이성이 완전히 끊어져서 총을 7회나 연발했다. 하단의 'Tip's'를 통해 아이저가 선수급의 사격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7회나 쏘고도 숨이 붙어있었고 어깨와 팔에 총상을 입은 것을 보아 죽지는 않도록 급소를 피해서 조준한 듯하다. 세레나는 그동안 아이저를 '그레이언'이라고만 불러왔다. 그래서 아이저는 세레나가 퍼스트 네임을 불러주는 순간을 바라고 있었는데 결혼한 이래로 처음 아이저의 이름을 외치고 제발 사람을 죽이지 말아달라고 울면서 애원한다. 아이저가 앞에 있는데도 울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린 것 역시 처음이었다.[37] 그동안은 아이저 앞에서 약해보이기 싫어서 억지로 울음을 참아왔기 때문에 눈물이 맺힌 적은 있었어도 결코 흘리지는 않았다. 눈물 섞인 목소리로 '아이저'라고 외치는 소리가 격발을 멈췄고, 죽이지 말라고 부탁하는 세레나를 보고 이성을 찾는다.

아이저는 주저앉은 세레나를 꼭 끌어안아주며 죽이지 않았다고 안심시킨다. 아이저는 그대로 세레나를 안아들어 구출하고, 라울과 경호원들에게 경찰 신고와 뒤처리를 맡긴 채 세레나를 태워 인적이 드문 개울가로 간다. 세레나의 옷에 묻은 피가 너무나 역겹다며 세레나의 외투를 거칠게 벗겨버린다. 다리의 살갗에도 피가 묻은 것을 발견하고는 급기야 정장 드레스 밑단을 찢고 자기 셔츠를 개울물에 적셔서 다리를 닦아준다. 세레나는 자신이 엉망이 된 것에 왜 그렇게 화를 내냐며 의아쩍은 눈초리를 보낸다.

빅터에게 잡혀간 사람은 전부 끔찍한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레나에게 달려가면서 혹시나 아이저를 원망하다가 빅터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을까봐 두려웠다. 세레나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고초를 겪느라 초췌해진 차림새를 보고 말았을 때는 세레나 앞에서만큼은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는 이성과, 고통스럽게 죽이고 싶다는 본능이 뒤섞여서 세레나가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면 정말로 죽여버렸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안도감 이전에 죄책감이 너무 컸다. 세레나를 이렇게 만든 게 하필 자신의 피붙이인 빅터라는 사실이 너무 끔찍했다. 세레나는 그레이언 가문인 아이저가 자신을 죽일까봐 두려움에 떨어왔고, 별관에 불법 총기까지 구비해두고 비상시를 대비해 머리맡에 두고 잠들었다. 그랬던 세레나가 실은 총소리를 아예 못 듣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간 세레나가 보였던 과격한 위협은 정당한 것 같았고, 싫어하는 총을 억지로 겨누게 만든 자신에게 화가났다. 그레이언이라는 이름이 세레나를 울렸다는 점에서 우는 얼굴을 궁금해했던 게 후회될 정도로 자책한다. 그토록 세레나가 퍼스트 네임을 불러주는 순간을 고대해왔지만 하필 이 모든 비상식적인 상황 때문에 그 순간이 찾아왔다는 것이 죄스러웠다. 수없는 자기혐오와 안도감이 밀려와 세레나에게 기대어 어깨에 얼굴을 파묻는다.

밥을 제대로 못먹어서 어지러울까봐 안아서 데려다줄지 물어보려는데 세레나가 처음으로 아이저의 손가락을 먼저 쥔다. 세레나는 총소리가 들리고 피가 튀기는 상황이 무서워서 소리를 질렀을 뿐, 싫지 않았고 오히려 고마웠다는 말을 전한다. 아이저는 감사 인사를 들은 뒤로 심각해져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저택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세레나를 태우고 간다. 그것도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차를 모는 진풍경을 보여준다. 세레나의 자켓에 피가 묻은게 보기 싫어서 개울가에 버려두었고, 셔츠는 몸에 묻은 피를 닦는데 썼고, 코트는 세레나에게 덮어주었기 때문이다.

9. 세레나에게 감정을 표현하다(74화~76화)

앞마당에 호수가 있는 작은 집[38]으로 데려가 열과 탈수 증세로 앓아 누운 세레나를 돌본다. 굳이 휴가[39]를 사용해가며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한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가져다 주고 식사할 때 끝까지 지켜봐주고 더 먹이려고 노력한다.

세레나가 정신을 차린 듯하자 밥을 먹이려 했는데 입맛이 없다며 밥을 먹지 않으려한다. 이참에 쓰러져 죽으면 본인 손해이니 최악의 상황이라도 먹고 버티라는 충고를 해준다. 이에 세레나는 사탕을 먹었다고 해명하고, 사탕이 그 상황에 있었다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한다.

이때 '아서'가 아이저를 찾아온다. 아이저가 몇 가지 물건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함께 차를 타고 '에릭'에게 가 물건들을 얻어오자는 제안을 하려고 왔다고 한다. 대화를 들은 세레나는 아이저의 소매를 붙잡고 가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아이저는 이 행동에 설렘을 느낀다. 차로 20분 밖에 걸리지 않는 일이라고 안심시키려하지만 그래도 싫다며 같이 있기를 원하는 탓에 하는 수 없이 아서에게 아내 때문에 함께 가지 못할 것 같다며 거절한다. 필요한 물건은 에릭이 직접 갖고 오는 방향으로 결정짓는다. 아서가 세레나를 보고 말을 걸고 싶어하자 아서를 급히 돌려보낸다. 그동안 아서가 여러 번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마치 꽁꽁 숨겨둔 것마냥 전혀 대면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심지어 세레나에게 차 트렁크에 있던 자신의 비상용 정장을 갈음옷으로 주었는데, 당연히 입을 만한 건 셔츠 말고 없어서 세레나가 밖을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세레나가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있긴하지만 세레나가 여벌 옷을 더 달라고 하자 보기 좋다고 말하거나, 어디 나가는 것도 아니니 그냥 입으라고 하는 등 셔츠만 입고 있는 상황을 즐기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그래도 세레나의 편의가 우선이었고, 세레나가 기운을 차리면 옷을 요구할 것을 예상해서 옷을 사와달라고 부탁했다. 옷이 곧 도착하니 조금만 참으라며 무심하게 달래주는데, 그 말인 즉슨 진작에 옷을 구해다 줄 수 있었다는 뜻이기에 세레나가 다소 의아해한다.[40]

세레나에게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책의 힘을 빌리기로 한다. 책을 가지러 가면서 괜히 세레나에게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못됐다며 퉁명스럽게 말한다. 세레나는 낯선 곳에 감금시켜둔건 정작 아이저이고, 자신은 낯선 곳이 무서워서 붙잡았을 뿐이니 못된 것은 아이저라는 사실 관계는 분명히 짚자며 서로 티격태격한다. 이때 아이저가 세레나를 저택으로 데려가지 않은 이유가 방백으로 밝혀지는데, 저택의 의사를 보아야할 정도로 세레나의 상태가 위급하지 않았고 수이나 프리드릭 등에게 밀려나 아픈 세레나를 돌볼 기회를 빼앗길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심리는 예쁘고 재밌는 것을 오직 혼자서만 온전히 갖고 싶다는[41], 살면서 처음 느끼는 못된 소유욕[42]이었다. 아이저가 더 못됐다는 세레나의 발언에 긍정하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더 못됐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싫으면 저택으로 돌아가도 된다며 세레나의 편의를 봐주려하는데 의외로 세레나가 싫지는 않다고 대답한다.

태연한 척 책을 펼치지만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심장이 진정되기는 커녕 세레나가 딸기 맛 술에 취해 들이댔을 때와 똑같은 자세로 과감하게 다가온다. 세레나가 울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기 시작하고, 입술을 제발 깨물지 말라며 피를 닦아준다. 세레나는 그 손을 뿌리치고서 자신이 기분이 나쁘든, 죽어버리든 뭘 하든 관심 없을테니 읽던 책이나 마저 읽으라고 화를 내지만, 사실 아이저의 신경은 온통 세레나였다. 세레나가 아이저에게 나쁜 놈이라며 원망을 표하고,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며 한탄하는데, 여기서 세레나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눈치를 챈다. 다만 세레나가 쏟아내는 원망의 말은 아이저야말로 하고 싶은 말이었다. 세레나의 마음도 알아버렸고, 본인도 더이상은 주체하지 못하여 손에 있던 책을 내팽겨치고[43] 세레나에게 키스를 건넨다.

세레나는 키스를 받아들이고, 분위기는 더 무르익어서 첫날 밤을 보내기 직전까지 간다. 아이저는 세레나에게 먼저 동의 여부를 묻는데, 세레나는 목덜미에 키스를 한 정도면 할 것은 다 한 건데 대체 무엇을 더 하고 싶어하는지 전혀 모른다. 처음에는 순진한 척이라 생각하지만 세레나는 정말로 억울해하고, 그제서야 세레나가 정말로 성행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부부의 건강 검진날, 주치의가 세레나가 임신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세레나가 성경험이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고, 눈치가 빠른 아이저 조차 세레나가 자신의 물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를 파악하는데 찰나의 어려움이 있었다. 보통의 귀족 가문 자제라면 성년제 때 부모에게 술과 성에 대해 배워야했지만 그때라면 세레나의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신 뒤였고, 호텔을 살리는 것조차 버거웠던 시기였으므로 이안사가 자식 부부를 대신해 가르쳐 줄 여유 따위는 없었다. 결혼 문제로 세레나가 이안사와 사이가 좋지 않았기도 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지인과도 교류를 끊어서 지식을 주워 들을 수도 없었다. 세레나가 민망함에 침실의 일을 모르는 이유를 해명하고, 기분 나빠하는 것 같아 달래준다. 그런 사정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하고 프리드릭에게 경고까지 했는데 전부 헛수고였던 것이다. 새삼 프리드릭에게 2년 동안이나 한 침대에서 세레나와 함께 잠들어놓고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경외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술은 어디서 배웠는지 궁금해졌는데, 술은 가면 파티장에서 혼자 배웠고 그곳에서도 부부 사이의 일은 '남편에게 직접 배우라'라고해서 배우지 못했다고 한다. 잘도 그런 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순진하기 짝이 없는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당돌한 태도가 나오는 이 상황에 정욕이 더 끓어오른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궁금하다면 가르쳐줄 수 있으니 정말로 지금 배우길 원하는지 의사를 확인한다.

10. 세레나와 다른 사람들의 차이(76화~77화)

선택을 도와주겠다며 다리를 만지던 손으로 허벅지를 쓸어올리면서 수위를 더 올려보지만 세레나가 그 손을 잡는다. 그 손이 떨고 있다는 것이 전해졌고, 세레나가 대답하지 않았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충동적으로 몸을 섞는 데에 긍정해버리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한 발 물러서서 기다리기로 한다.

세레나를 재우고 감정을 진정해보려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창 너머로 호수에 입수한 세레나를 발견한다. 수면 장애가 있는 세레나가 몽유병이 있다고 착각하고 구조하기 위해 한달음에 세레나에게로 뛰어간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위해 냉수 마찰을 하고 있던 것이었고, 원래도 정신을 차리고 싶을 때 물에 몸을 담그거나 끼얹는 편이라고 한다. [44]

아이저의 옷이 물에 젖어 옷 아래로 살이 비쳐보였고, 세레나가 빤히 바라보자 그 시선을 느끼고 부담스러워한다. 세레나는 이에, 보이니까 보았고, 아이저도 자신을 만졌는데 문제가 없다며 자존심을 세우고 해명한다. 아이저는 세레나도 만지면 된다며 장난스레 대꾸했는데 세레나는 굳이 사양하지 않고 열심히 아이저의 가슴팍을 조물조물 만져본다. 설마 진짜로 만질 줄은 몰랐는데 만지랬다고 덥썩 만져버려서 크게 당황한다. 한참을 만진 세레나가 다시 심각해지는데, 이미 알고 있던 남자의 몸인데도 자신과 전혀 다르게 모든 것이 길고 크고 단단해서 신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다시 태연하게 이런 말을 하는 세레나 때문에 기껏 진정시킨 흥분을 다시 가라앉혀야하는 위기가 찾아올 뻔 한다.

세레나는 이참에 아이저에게 물에 들어오고 싶었을만큼 혼란스러운 이유를 설명해준다. 아이저가 지난 번 '그레이언의 이름을 증오하는 건 너와 나의 차이점이 아닌 공통점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언급하며 세레니티 가문에 들어온 이유를 직접 묻는다. 아이저는 가슴 깊이 묻어둔 사연을 대답해주고 싶지도, 들추고 싶지도 않았다. 가정사에 대해 알든 모르든 자신을 믿는 건 세레나의 자유이고, 말하고 싶지 않으니 궁금하면 알아서 조사해보라며 민감하게 선을 긋는다. 세레나를 홀로 두고 거처로 돌아가려는데, 세레나가 어떤 식으로든 알아낼 능력이 있었지만 아이저의 입을 통해 직접 듣고 아이저와 손을 잡아도 되는 것인지 의논하고 결정하고 싶었다며 토로해버린다. 아이저는 그 말에 크게 놀라 얼어붙기까지 하는데, 그동안 아버지도 다이아도 아이저와 의논 없이 늘 일방적으로 자신들만을 위해 결정한 뒤 '너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사후에 결정을 통보하고 상처를 줄 뿐이었다. 아버지는 어떤 일 이후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안단다. 내 판단이 곧 네 판단이다, 아이저. 어쩔 수 없었어. 너라도 그랬을거야. 그레이언가를 위해서.'라고 하였고, 다이아는 아이저를 버리고 빅터와 약혼한 뒤 '나한텐 그 방법 뿐이었어!', '다 널 위해서' 따위의 말을 했다. 그런 다이아애게 연인을 버리고 싫어하는 사람에게 목숨을 구걸하기로 일방적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함께 의논했어야했다고 일침하기도 했다. 즉, 그토록 듣고 싶어했던 말을 세레나에게서 들은 것이다.

세레나는 묻고 답하는 행위 대신 거래를 하자고 제안한다.

세레나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아이저가 세레나의 이야기에 충분히 만족한다면 아이저가 이야기하기로 하는 거래였다. 호텔 설립 기념식 전날 집무실에서 세레나와 싸우면서, 세레나의 표정에는 그레이언 가문의 평판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불신과 증오가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세레나 역시 그레이언 가를 싫어하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세레나는 이 일을 언급하며 자신이 그레이언 가문을 싫어하는 이유와 아이저를 믿지 못한 이유를 밝힐테니 그 정보가 만족스럽다면 아이저의 이야기를 내놓으라고 한다. 세레나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세레나가 14살 무렵 라타생에서 처음으로 빅터를 만났고, 이때 빅터는 자신에게 항의하는 학생 하나를 총으로 쏴 죽였다고 하는데, 세레나가 총을 심하게 무서워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 일 이후 세레나를 돌봐주던 언니들과는 멀어졌고, 빅터가 제공하는 후원 계약이 접대인줄 몰랐던 학생들이 접대 공연으로 고통받다가 세레나를 돌보던 언니 하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렸다는 이야기였다. 세레나가 예술원들을 후원하는 이유였다. 아이저를 싫어하게된 이유는 아이저가 2년 전, 친척에게 전화로 남동생이 방해가 되면 죽이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하필 세레나가 주어 없는 통화 내용을 듣고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했기 때문이었다.

아이저는 해당 대화의 주어는 자신의 남동생이라고 설명한다. 이 남동생은 출생 자체가 불분명하고 아이저는 본 적조차 없는데, 아버지와 빅터 측에서 남돔생이 살아있다고 굳게 믿고 찾아다니고 있기에 장단을 맞춰줘왔고, 본인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거나 이미 죽었다고 판단한 뒤였다. 다만 여전히 남동생이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척 친척들을 속여야할 필요가 있어 그를 두고 죽이겠다, 살리겠다 하는 등 이야기를 꾸몄던 것이다. 다만 그레이언 가문과 척을 지고 세레니티로 오게 된 이유는 자신이 말하기엔 벅찬 일이라 아버지와 형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일 뿐이라며 두루뭉술하게 설명해버리고 만다. 세레나가 당황하자 사업가라면 뒷조사를 하는 것이 나쁜 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니 뒷조사를 하라고만 말한다. 세레나가 라울을 꼬여서 알아내겠다고 궁시렁거리자 약간의 서운함을 드러내자 잠시 고민에 빠진다. 애초에 스스로 밝히기 싫을 뿐 숨길 생각도 없고, 세레나는 어떻게든 알아낼 능력이 있다. 거기다 세레나가 그레이언 가문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도 컸고, 아이저까지 믿을 수 없어져 아주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아이저에게 직접 듣고 싶다는 이유로 궁금증을 참았다. 세레나의 의도가 아이저를 동하게 했고, 라울보다는 러비스를 통해 알아보라며 넌지시 방향성을 잡아준다. 본인이 직접 말하지만 않을 뿐, 사실상 남의 입을 빌려서 다 알려주겠다는 의미이다. 아이저는 별장으로 돌아와서 처음으로 아이저와 함께 결정하겠다는 말을 건네준 세레나 때문에 작게 웃음을 흘린다.

아침이 밝아오자 러비스가 찾아온다. 러비스를 통해 알아보라는 말을 하자마자 세레나가 러비스에게 연락해버렸고, 호수 앞 낡은 별장이라는 단서만으로 세레나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채고서는 세레나가 먼저 연락해서 기분이 좋다며 아이저가 맡겨둔 일도 팽개치고 방문한 것이다. 설마 곧바로 연락하고 또 이렇게 바로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해서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는데, 여기에 세레나는 '자신의 최대 관심사는 아이저인데 망설일 게 뭐가 있냐'라며 직진 고백을 해버린다.

아이저는 두 사람이 시간을 보내도록 자리를 피하고, 홀로 남아 마음을 진정시키려 책을 집어들지만 헛수고였다. 순간의 욕정을 못참은 후폭풍으로 급격하게 관계가 달라진 것은 변수였다.

11. 과거사(77화~80화)

아이저의 조부는 신분제가 사라지던 시점에 건축 회사를 설립하고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이 건축 회사가 크게 성공하였고, 이 회사를 아이저의 아버지, 더스틴 그레이언이 물려받았다. 아버지는 '그레이언가를 위해서'라는 명목 하나로 부정한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단 본인은 가문을 사랑해서 그렇다고 주장하지만, 아이저의 시선에서는 그저 광적인 집착으로 보였다. 가문의 수장으로서 그는 사채 시장을 장악하고, 암거래와 밀매를 하여 돈을 부풀렸으며, 사람에게 칼을 들이대기도 했다. 이 소유욕이 갈수록 심해져서는 아내가 자식을 임신하거나 출산하면 그 자식도 가차없이 죽여버렸는데, 자식에게 자신이 일군 회사를 물려주는 것이 자식에게 회사를 빼앗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이미 더스틴은 지팡이를 짚고 다닐 정도로 몸이 편치 않았고 부하들과 아내가 이를 두고만 볼 수 없었다. 결국 영원한 삶은 없다는 사실에 굴복했고, 더이상 자식을 죽이지 않기로 하여 겨우 빅터와 아이저가 태어날 수 있었다.

막상 자식이 태어나자 정이 갔는지 빅터와 아이저 형제에게 나름 잘해주었다. 빅터는 장남이어서 후계를 이어야했기 때문에 더스틴은 빅터와 주로 시간을 보냈고, 아이저는 주로 어머니와 함께였다. 아이저는 그레이언가의 저택에 있기보다 어머니의 지인들이 사는 동네[45]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았다. 그래서 어머니와 추억이 아주 많다. 승마도 어머니가 직접 가르쳐주었고, 언덕에 올라 야경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까지는 불행이란 것도 모르고 살았고 가장 사람답게 살았던 시간이기도 했다. 모든 것은 12살 무렵, 아버지가 빅터에게만 쏟던 관심을 아이저에게도 나누어주기 시작하면서부터 변화했다.

빅터와 아이저는 둘 다 영특했는데, 12살 즈음에 아이저는 스스로 상급반 교재를 독학해버렸다. 이를 눈여겨본 아버지는 빅터에게만 경영을 가르치겠다는 뜻을 바꾸어 아이저에게도 경영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집무실에 아들들을 불러낼 정도로 경영 교육에 열정을 다했지만 어머니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쓸데없다고 여겼고, 이때부터 아이저가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힘들어졌다. 아버지의 경영 교육은 학대에 가까웠다. 아들들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직접 가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지속적으로 주입했고, 아들들에게 공장이 지어질 부지를 견학시킬 때는 사채를 빌린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죽이는 것까지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채무자들과는 살이 닿는 것조차 거부할 정도로 더러운 것으로 취급하는 발언도 두 아들 앞에서 감추지 않고 퍼부었다.

아이저는 어머니와 오랜 시간 함께해온 시간이 있었기에 아버지가 가르치는 내용이 기괴하다는 비판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빅터는 사정이 달랐는데, 아주 어릴 적부터 오랜시간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며 세뇌되었다. 아버지는 경영 교육도, 사업도 모두 빅터의 것이라고 단언해왔지만 약속과 달리 아이저를 개입시켜버렸다. 빅터가 이에 항의하자, 아버지는 가업을 물려받지 못하는 사람을 도태한 실패자라는 관점을 주입시켜 빅터의 질투를 아예 적개심으로 개발시켜버렸다. 이때부터 아버지의 눈에 어떻게든 들기 위해 아버지와만 시간을 보내려했고, 학교도 가지 않겠다는 떼를 쓰며 조금씩 일탈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가족 외에는 출입을 금한 방에 외부인이 출입을 해버렸고, 그간 그레이언 가문에서 사업적인 이득을 위해 살인을 저질러왔다는 사실을 들켜버렸다. 아버지는 죄 없는 어머니에게 책임을 전가했고, 어머니를 체포하기 위해 군인들과 경찰들이 저택으로 처들어왔다. 사람을 죽인 중죄였기 때문에 순순히 어머니를 내어주었다가는 어머니가 죽을 수도 있었다. 아이저는 미약한 힘으로나마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빅터와 자신만이 열쇠를 갖고 있는 꼭대기 방에 어머니를 데려가 문을 잠그고 출입문을 막았다. 힘 없는 어머니는 그저 어른들끼리 대화만 하면 되는 일이니 괜찮다며 아이저를 거짓말로 달랠 뿐이었고, 모자는 무의미하게 대치했다. 이 대치를 끝낸 장본인이 빅터였다. 열쇠로 방문을 따서 군인들과 경찰들을 손수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고, 어머니가 일이 잘못되어 죽든 말든 상관없이 아이저를 이겼다는 생각에 흥겨워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숨긴 아이저에게, 큰 것(돈)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중한 것(아이저의 어머니)을 내어줄 줄 알아야하며, 사업가는 늘 더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더 가치있는 것을 선택해야한다며 사상 교육을 했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가치를 지녔지만 소중하다는 것은 순간의 가치일 뿐, 언제든 변하는 것이기에 돈이 더 좋다는 해괴망측한 이유는 덤이었다. 즉, 어머니는 돈보다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을 어렵게 한 것이고, 아이저는 찰떡같이 알아듣고 아버지에게 확인 차 되물었다. 아버지는 뒤이어 닥칠 일을 전혀 모른 채, '역시 내 아들이라 훌륭하다'라며 아이저의 이해력을 크게 칭찬했다. 그리고 빅터는 그 순간에도 아버지의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 하나로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몰고도 기쁘게 웃고 있었다. 빅터의 웃음이 도화선이 되어 아버지의 책상에 놓인 식칼을 그대로 주워들고 빅터에게 가서 웃고 있는 입꼬리를 칼로 그어버렸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의 교육을 받는 것보다 어머니를 따라 감옥에 가는 것이 더 가치있으니 사람을 해한 자신도 감옥에 넣으라고 말하며, 더 가치 있는 것을 계속해서 재고 선택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그대로 활용하여 아버지를 조롱했다.

어머니가 그렇게 되고 나서 뒷마당에서 아버지에 의해 그동안 죽어온 사람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돌탑을 쌓곤 했다.본래 행운을 빌거나 나쁜 운을 막아준다는 미신이 있으나 알고 그런 것은 아니고, 그저 죽은 사람이 생길 때마다 돌을 한 개씩 모아서 탑을 쌓았다. 붉은 돌 하나는 어머니가 감옥에 간 뒤로 생겼는데, 행여나 붉은 돌이 탑에 쌓일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때 가문의 고문 변호사였던 '제프릭'이 아이저에게 다가와 주었다. 제프릭은 사용인들이 특별한 용무 없이 가족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제프릭의 심기를 거스를 것을 알면서도 큰 맘 먹고 다가와준 것이었다. 제프릭은 어머니를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아이저에게 온힘들 다해서 어머니를 꼭 빼내주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제프릭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아이저를 뒤뜰에서 만나고 싶어했고, 아이저도 싫어하지 않았기에 두 사람의 만남이 지속되었다. 제프릭은 어머니의 빈자리를 대신해서 아버지가 주입하는 가치와는 다른, 올바른 가치를 전해주었다. 아이저는 어머니가 없던 시기에 아버지에게 세뇌되지 않은 것에는 제프릭의 덕이 분명히 컸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프릭은 약속을 지켰고, 4개월 뒤 아이저의 어머니를 옥에서 빼내주었다. 그러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고초를 겪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는지 머리는 하얗게 세었고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어머니는 이전과 달리 속이 텅 빈 사람같았다. 더스틴의 대화 내욤을 몰래 들은 바로는, 자기 자식들의 어머니인데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서 토지 몇 개를 바쳐서 겨우 집으로 데려왔다고 하였다. 어머니는 이후 종종 수녀원에 가서 요양을 하곤 했다.

그동안 아이저는 더스틴에게서 도움이 될 것들만 적당히 걸러 듣는 방법을 터득하게되었다. 스스로 힘을 갖기 전까지만 더스틴을 거부하지 않고 있다가 힘을 갖게되면 아버지에 대항하여 무언가 일을 꾸밀 생각이었다. 17세에는 달린쿠르에 입학하였고, 18세 때 방학을 맞아 저택에 돌아왔을 때는 제프릭이 그레이언 가의 고문 변호사 일을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프릭이 그간 아이저를 몰래 만난 탓에 더스틴의 눈 밖에 났다고 추측하긴 했으나,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었고 제프릭 없이 홀로 모든 시간을 버티기 위해 제프릭을 잊으려 노력했다. 숲에서 사격 수업을 받기도 했다.

아이저가 성인이 되기 며칠 전, 더스틴의 악행이 또다시 드러나버렸다. 더스틴은 또다시 자식이든 부인이든 가족 중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려 했다. 아이저의 어머니는 지난 번 이미 모든 죄를 뒤집어쓰며 겨우 사형의 위기를 넘겼기에 이번에도 죄를 뒤집어씌우면 정말로 손 쓸 도리 없이 사형을 선고받을 신세였다. 아이저는 아직 성인이 아닌데다 가문을 물려주어야했기에 아이저가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능했고, 빅터는 행방불명이었으며, 더스틴 본인은 아무 이유없이 그저 더스틴이라서 불가능했다. 더스틴은 이번에야말로 아이저의 어머니를 사형수로 만들 작정으로 아이저의 어머니를 감옥으로 보내려했다. 지난 번과는 다르게 아이저는 곧 성인이 되기에 어느 정도 힘이 있었다. 어머니가 그 책임을 다시 지게되는 꼴을 볼 수 없었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의 죄를 밝히려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이저의 전화를 도중에 끊어버리고, 더이상 삶에 미련이 없다는 듯 자살을 암시하였다. 어머니는 겨우 낳은 두 자식만은 지키고 싶어 자신이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었다. 아이저가 더스틴과 빅터를 미워하며 스스로를 망치지 말길 바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성년을 미리 축하한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더스틴과 빅터는 어머니의 죽음에 애도는 커녕 그 죽음을 이용하여 자선 사업을 벌이고 이미지 회복을 시도하고, 하청 업체를 이용해 수익을 챙기고 있었다.[46] 두 사람을 당장 죽이고 싶었을 정도로 괴로운 시간을 보내다 21살이 되었고, 다이아 더로랑이 아이저에게 다가왔다. 다이아의 가문인 더로랑 가문은 예전부터 그레이언 가문의 힘을 빌려 사업을 했기 때문에[47] 종종 마주치긴 했으나 오래 대화해본 적은 없었다. 다이아는 제대로 하는 첫 대화부터 담뱃불을 요청하는 파격을 보였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외모에 담배를 핀다는 것에 약간의 흥미를 느끼기도 했고, 더로랑 가문 역시도 그레이언 가문과 함께 추잡한 일을 많이 하는 가문이기에 어쩌다 담배를 피게 되었는지 알 것도 같아 동질감이 들었다. 이런 이유들 때문인지, 연상이라 그랬는지 자신도 모르게 편안함을 느꼈다.

편안함도 잠시, 다이아가 갑자기 결혼을 제안했다. 그레이언 가문과 더로랑 가문 사이에 혼담이 오갔고, 더로랑은 이 기회에 빚을 갚을 궁리를 하고 있었으나 그 상대는 아이저가 아닌 빅터였다. 아이저가 이에 의아함을 표했는데, 다이아는 아이저가 그레이언 가문을 어떻게든 물려받고 가문을 망하게 만들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전부 알고 있다고 밝혔다. 즉, 그레이언 가문과의 결혼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가문에 협조적인 빅터와 결혼하여 그레이언 가문에 종속되는 삶을 사느니, 가문에 적대적인 아이저와 결혼하여 빚도 갚고 자유도 찾을 생각이었다. 자신이 아이저에게 줄 수 있는 것도 명확했는데, 더스틴은 아이저에게 가문을 물려주고 싶어했지만 아이저가 가문에 비협조적이라는 불안 요소를 갖고 있어 여전히 빅터와 아이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더스틴은 다이아를 자식들과 결혼시키고 싶어했는데 아이저가 다이아와 결혼을 약속한다면 더스틴은 아이저를 확실한 후계자로 삼을 것이었다. 이 모든 계산을 끝마치고 접근했던 것이고, 아이저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양가에 결혼을 허락받았다. 더스틴은 약혼을 한다는 조건으로 결혼을 허락한다고 안전 장치를 달아두긴 했으나 어찌됐든 두 사람의 계약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 시기 아이저에게는 어른이 필요했는데, 더스틴과 빅터는 그 역할을 해내지 못했고, 어머니는 고인이 되었으며, 제프릭은 종적을 감추었기에 연상인 다이아에게 많이 의지했다. 그러나 다이아도 점점 거짓말이 늘어갔고,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 연이은 변명에 실망감만 커졌다. 당시에도 다이아는 마약 중독자였는데 마약 투약 후 인사불성이 되어 몸도 가누지 못하는 다이아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다니기도 했다. 이런 다이아에게 지쳐갔지만 서로가 한 약속에 대한 책임감 하나로 다이아를 견뎌내었고,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본다면 포용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1년 뒤 22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더스틴이 결혼 날짜를 잡아주었다. 후계 구도가 아이저로 점점 굳혀지자 빅터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아이저를 공격할 수단 하나를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제프릭의 죽음이었다. 아이저는 곧장 더스틴에게로 향해 제프릭의 죽음에 대해 따졌다. 더스틴은 늘 그렇듯, 죽일만해서 죽였다고 대답했다. 이어 더스틴은 태연하게도 아이저가 18살 무렵 사격 연습을 할 때 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며 아이저가 제프릭을 죽였다는 듯한 말을 꺼냈다.

더스틴이 제프릭과 아이저가 밀회를 갖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 본인 탓은 전혀 하지 않고 제프릭 때문에 아이저가 마음이 약해져 자신에게 반기를 든다고 믿었다. 그 화가 결국 제프릭을 죽인 것이다. 하지만 아이저는 제프릭이 더스틴을 분명 좋게 평가하기도 하였으며, 나쁘게만 바라보는 아이저에게 충고해준 제대로된 어른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우직한 가치관을 갖고서 더스틴에게 위임받은 일을 충실히 했던 사람이기에 더욱 화가 났다. 아이저는 잠깐 대화를 한 것이 죽음이라는 벌을 받을 정도로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따져보았지만, 더스틴은 제 손으로 사람을 죽여봐야 단단해진다는 둥 도저히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비록 가문을 망칠 목적이긴 했으나 가문을 물려받기 위해 모든 것을 견디고 아등바등 살아왔다. 그런 자신을 감쪽같이 속여 아끼는 사람을 죽게 만들고 심지어 자신의 손을 빌렸으니 죄책감, 무기력감[48] 등의 버거운 감정에 질식할 것 같았다. 이 가문에 계속 있다가는 아이저 자신이 오염되거나 희생당하거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될 것 같았다. 결국 그동안 숨겨온 감정을 퍼붓고는 그레이언의 이름을 버리겠다며 가출을 하였다. 더스틴은 주어진 것이 이미 풍족한데[49] 만족하지 못하는 아이저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저가 금방 돌아올 것이라고 호언하였다. 그러나 아이저는 코웃음을 치며 떠났다. 당시 그레이언 가문은 아이저에게 승계할 준비를 모두 해놓은 관계로 당장 아이저가 없으면 가문이 위태로워지는데다 더스틴은 본인 생각에는 아이저에게 애정을 쏟았기 때문에 아이저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다.

아이저는 러비스가 구해다 준 호텔 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다이아는 아이저가 이 호텔에서 묵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아이저는 한동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다이아를 찾을 여력이 없었다. 조금 기운을 차리자 갑작스런 가출로 놀랐을 다이아가 생각났고, 다이아와의 약속을 다른 방법으로 지키고 싶어서 다이아를 찾아갔다. 그러나 다이아는 빅터와 연인이 되어 진한 애정행각을 나누고 있었다. 다이아는 망하더라도 같이 망하자며 아이저를 달콤한 말로 회유하고 믿음을 주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이저가 보이질 않자 곧바로 약속 상대를 바꾸었다. 그동안 다이아가 했던 다정한 말들은 모두 거짓으로 느껴졌다.[50] 아이저는 다이아와의 관계가 비록 끝이 약속된 관계였다 해도 서로 진심을 나누었다고 믿었고, 그래서 다이아에게 지쳐갈 때도 약속에 대한 책임을 쏟아왔다. 그렇게 노력한 관계의 끝은 너무 허망했다. 배신감도 배신감이지만 똑같은 행동을 상대만 빅터로 바꾸어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으니 그동안 다이아가 속삭여왔던 모든 말들은 그 진실성 자체가 박살이 났다. 자신은 진심을 보일 때 상대는 거짓으로 자신을 속이고 진심을 이용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용서하기 힘들었다. 이 배신감이 모두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빅터와 결혼을 한다는 소식, 임신했다는 소식 등 알고 싶지도 않은 가문의 소식들이 들려와서 소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아이저가 향한 곳은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머물던 별장이었다. 헤럴드 회장과는 이때 처음 만났다.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헤럴드 회장의 방문은 모든 것이 뜻밖이었다. 놀랍게도 헤럴드 회장은 제프릭의 사촌형이었고, 제프릭의 부탁으로 아이저를 찾은 것이었다. 생전 자신이 잘못되면 아이저를 잘 살펴봐달라고 부탁했던 까닭이었다. 헤럴드 회장은 제프릭과 말투가 비슷했고 그레이언 가문이 원망스러울 상황에서 그레이언 가문 사람인 아이저를 달래주는 넓은 아량까지 갖춘 사람이었다. 그 성품에 자신도 모르게 그동안 억눌러왔던 죄책감을 담아 사과를 해버렸다.

해가 지나자 이안사가 찾아왔다. 이안사는 딸과 사위, 손자를 사고로 모두 떠나보내고 임시로 경영을 하고 있었으나 가문의 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아이저를 급히 수소문했는데 마침 아이저에게 안좋은 일이 생겼고, 라울이 이안사를 찾아가 아이저를 살려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하였다. 여기에 헤럴드 회장까지 합세하여 아이저가 묵고 있는 별장으로 온 것이었다. 이안사는 가문의 위기를 살려야했고 세레니티도 아이저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여겨 거래를 요청했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태도를 굽히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지만 거절했다. 수 개월이 지나서 이안사의 요청이 다시 생각났을 무렵에 몇 가지 계기로 인해 거래를 받아들이겠다며 세레니티를 찾아갔다.

세레나와 공식적인 첫 만남이 성사되었으나 세레나는 아이저와 결혼을 해야한다는 상황에 반감이 심했다. 이안사는 손녀의 태도가 버릇 없을 지도 모른다며 양해를 구할 정도였다. 아예 아이저를 보기도 싫어했지만 하퍼스의 친구였다고 설득해서 겨우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아이저는 세레나를 달린쿠르 파티와 장례식에서 이미 두 번이나 마주쳤지만 세레나는 아이저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기에 세레나는 아이저와 공적이든 사적이든 초면이었다. 세레나는 높은 구두를 신고 복도에서부터 크게 발소리를 내며 걸어오더니 문을 걷어차며 등장했다.

12. 세레나와 공감대를 형성하다(81화)

세레나는 러비스를 통해 아이저의 모든 이야기를 알게되었다. 처음에는 세레나의 시선이 동정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 동질감이 담긴 시선이었다. 아이저는 이미 세레나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동질감을 세레나와 공유하게 된다. 아이저가 왜 자신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는지도 읽어낸다.

산길을 내려가며 세레나를 배려해서 앞장서서 나뭇가지와 돌을 치워준다. 세레나는 다시 아이저의 퍼스트 네임을 부른다. 총을 쏘았을 때처럼 공포스러운 상황이 아니라 행복한 시간 속에서 불러주었기에 아이저가 놀란다. 세레나 쪽으로 돌아보자 아이저에게 손을 내밀며 잡아달라고 요청한다. 아이저는 흔쾌히 그 손을 잡고 세레나를 이끈다.

세레나의 위치를 알려준 사람이 프리드릭이라는 것도 알렸다. 세레나가 자신의 과거를 알도록 한 날, 저녁에 저택으로 돌아간다.

13. 납치 사건을 겪고 불안이 강화되다(82화~83화)

다음날 아침이 되자 세레나에게 흰색으로 도색된 새 차량을 주고 본인은 어디론가 간다. 업무 관련이 아니었는지 세레나가 아이저의 행선지를 전혀 모른다.

세레나에게 준 차량은 커슨 자동차의 제품이다. 재커슨 사장이 호텔에 차량 12대를 공급해주었는데, 그 중 1대를 오너 전용으로 제공했다. 아이저는 기존 차량을 탄다고 해서 세레나 전용 차량이 되었다. 신제품 엔진을 도입한 모델이며, 세레나를 무시했던 무례를 사과하고 싶어서 특별히 흰색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아이저가 찾은 곳은 그레이언 가였다. 한바탕 소동이 있었던지라 아이저는 기분이 가라앉아있었고, 그저 창밖만 주시한다. 라울이 아이저의 기분을 읽었지만 세레나가 종종 아이저가 무얼 했는지 물어보곤 했기에 그레이언가에 방문했던 사실을 숨겨야할지 아이저의 의사를 물어본다. 아이저는 질문에 대꾸하지 않고 계속 창밖만 바라보는데, 세레나의 새 흰색 차량과 경호 차량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이저가 차량을 발견한 곳이 다름아닌 마약과 술의 온상지인 슬럼가여서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아이저는 차를 세우라고 차갑게 지시한다.

세레나를 그곳에서 찾아내었을 땐 다이아와 함께였다. 두 사람이 있는 방 안을 둘러보자 뒤편에서는 마약 냄새가 진하게 나고 있었다. 다이아는 마약을 투약할 목적으로 이곳을 찾았음이 분명하고, 이런 곳에서 다이아와 세레나가 만났다면 다이아가 마약을 이용해 세레나의 비밀을 캐거나 중독시킬 작정일지도 모른다. 갤러리 관장 취임식날 이미 다이아에게 미운 정마저도 다 떨어졌지만, 그간 다이아의 말도 안되는 선택들을 적당히 존중하게되어 다이아가 평온하게라도 살길 바랐다. 그러나 다이아는 여전히 엉망으로 살고 있었고, 본인만 엉망으로 살면 차라리 다행이지, 세레나를 망칠 작정일지도 모른다. 결국 다이아에게 '네 수준을 알겠다'라며 독설하고, 세레나를 건드는 순간 적으로 취급하겠다며 경고를 한 뒤 세레나를 그곳에서 빼낸다.

세레나에게도 세상의 무서운 면을 너무 모르고, 유사 시를 대비해 문 밖에 경호원을 두기라도 했어야하는데 스스로를 전혀 지킬 줄 모른다며 따끔하게 화를 낸다.

아이저가 부부 전용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직전, 세레나가 아이저를 막아선다. 세레나는 앞서 아이저가 훈계했던 내용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켜야한다는 말을 받아들일 것이며, 낯선 곳에서는 좀 더 조심하겠다고 말한다. 그렇다고해서 매번 몸을 사리고 싶진 않다고 밝힌다. 혼자라도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거나 자신이 원한다면 부딪히길 원하고 있었고, 그게 때로는 아이저의 시각에서 무모해보일지 몰라도 그러고 싶다고 한다.

아이저가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세레나는 안전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자유와 독립을 원하기도 한다. 주위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도 구축된 울타리만 있다면 언제든 맞서려고 한다. 그런데 아이저가 아침에 그레이언 가를 찾았을 때, 빅터는 세레나를 건들 것이고, 과거에 어머니, 다이아, 제프릭이 그랬든 무조건 망가뜨리든 죽이든 끝을 볼 작정이었다. 아이저도 마음같아서는 세레나가 마음껏 도전해보고 기량을 펼치길 바라지만 빅터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뒤라 세레나도 잃을까봐 두려웠다. 단 한 번도 제 사람을 지켜본 적 없기 때문에 더욱 자유를 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엔 세레나를 단속하게 된다. 아이저의 마지막 사람이 될 세레나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세레나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내겠다는 각오가 담긴 키스를 쏟아붓는다.

14. 세레나와 진정으로 부부가 되다(84화~86화)

아이저는 기분이 나빴던 영향인지 지난 번보다 더욱 거칠었다. 다시 욕망이 샘솟자 돌연 멈추고, 세레나를 침실로 보내려한다. 세레나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아이저에게 처음으로 먼저 폭 안기고, 아이저는 이 행동에 크게 설레버린다. 세레나는 안긴 채로 아이저가 지난 번에 하려다가 만 것을 가르쳐달라고 떼를 쓴다. 순간 정말로 이성을 잃을 뻔하지만 이성을 다시 붙잡고 신중함을 유지한다. 세레나는 사실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사람은 네가 아니냐며 아이저의 속을 찔러본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아이저의 성적 호기심은 비대해진지 오래되었고, 그렇기에 언제든 준비되어있었다. 만일 세레나와의 관계를 후회하게 된다 해도 그 느낌에 중독되어서 후회할 것 같았다. 그러나 세레나의 의사가 중요했고, 아이저는 다소 무섭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언제든 준비되었다는 말과 함께 몸을 밀착하고, 속옷을 벗기고, 블라우스 단추를 몇 개 풀며 약간 거칠게 행동한다. 그런 다음 이보다 더한 것도 할 것이라며 세레나가 겁을 먹는지를 관찰한다. 조금이라도 겁을 먹으면 하지 않을 생각으로 일부러 그랬다. 세레나가 조금 떠는 듯하여 각방으로 보내려하지만, 세레나는 더한 것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입맞춤을 통해 표현한다. 이로써 세레나는 아이저에게 확신을 주었고, 아이저는 더이상 욕구를 억제하지 않고 함께 침실로 들어간다.

잔뜩 긴장한 세레나를 배려해서 천천히 다루는 모습이 나온다. 세레나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자신과의 관계를 상상했냐고 묻는 바람에 혼자만 안달난 것 같아 약이 오른다.

다음날, 세레나의 몸 상태를 고려해서 부부 동반으로 휴가를 낸다. 호텔 설립 기념식 이후에 오너들에게 주어지는 휴가권이 있는데, 이걸 사용했다. 세레나가 자신의 몸에 잔뜩 남은 자국들을 신경쓰자 휴가 기간 내내 침실 구역에서 둘이서만 있자고 제안한다. 마음같아서는 세레나 외에는 아무도 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사용인들이 세레나를 돌봐주지 않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여자 사용인들로만 꾸려서 눈에 띄지 않게 신속히 일처리를 하고, 보고 들은 모든 것을 비밀로 하라고 지시한다.

두 사람은 하루 더 세레나의 방에서 함께 지내다가 휴가 이틀 째부터는 더이상 각방을 쓰지 않기로 한다. 부부의 침실은 다른 침실과 달리 집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세레나는 부모님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곳에 여전히 발을 들이기 힘들어했다. 그럼에도 큰 용기를 내주었고, 아이저는 힘들어하는 세레나를 조용히 보듬어준다. 대략 나흘간, 부부의 침실이든 새벽에 몰래 나간 공원에서든 시도때도 없이 딱 달라붙어서 관계를 갖는다.

다음날 오후, 아이저는 급히 볼일이 있다며 외출을 했다. 세레나에게는 금방 돌아온다고 했지만 새벽이 지나서 겨우 돌아왔다. 밖에서 기분이 나쁜 일이 있었는지, 세레나를 보자마자 거칠게 몰아붙이며 위로받으려한다. 세레나가 당혹감에 아이저를 제지하고, 기분이 나쁜 것인지 묻는다. 그 말에 정신이 들고, 진정하기 위해 씻으러간다. 다소 진정되었지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말하지 않은 채 평소보다 더 욕심껏 세레나에게서 욕망을 채운다. 그날따라 유난히 세레나의 소리, 얼굴 등 시청각적 요소들을 최대한으로 담아두려 하였다.

15. 아이저의 계획(87화)

세레나가 며칠 안 남은 휴가 기간에 어디론가 놀러가고 싶어했고, 이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가고 싶은 장소가 어디인지 묻는다. 세레나는 휴가 기간 대신 이후에 일정을 잡고 바다에 가고 싶다고 대답한다. 특히 새 호텔이 지어질 플로 마리나에 출장을 겸하여 가고 싶다고 한다. 어릴 적에 가족들과 바다에서 보낸 추억도 있으니 더욱 설렘에 부푼다. 헤럴드 회장과 다시 만나서 철도 건설에 관해 협상하겠다고 하자, 이미 복지 재단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철도 건설이 결정되었다고 알려준다. 세레나는 신나서 재잘거리지만, 어쩐지 아이저는 어두워보인다.

아이저는 새 호텔 건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레이언 가를 동시에 옥죄는 비범한 능력을 보인다. 그레이언에 몸담은 시절, 거래처가 어디인지, 그들과 어떤 계약을 했는지 그 내용을 전부 외우고 다녔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과 계약을 함으로써 그레이언과의 계약을 막았다. 새 호텔 사업이 워낙 대규모의 사업인 터라 이들은 세레니티 위주로 자재 납품을 하게 되었고, 최소 3년 동안은 그레이언을 어쩌지 못하도록 만들어두었다고 한다. 아이저의 계획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레이언가가 10년 전에 인수한 셀터즈 은행이 조만간 파산할 예정이었고, 그레이언 가문의 명의로 담보가 여럿 잡혀 있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는데,. 셀터즈가 파산하면 상토리아 블루에서 그레이언이 관리하던 대형 무역상의 자금은 핸러우트 은행이 맡게 된다. 핸러우트 은행은 세레니티 가문 쪽의 은행이니 이 역시 아이저가 손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저는 세레니티를 이용해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레이언을 향한 복수 역시 진행하고 있었다.

아이저가 세레나와의 이혼장을 작성해 두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1] 그린 등급의 카드. [2] 실외, 실내 승마장이 모두 있으며, 물이 부족한 국가 사정에도 실외 승마장에 호수가 포함된 코스가 있다. [3] 아이저의 독점욕이 드러난 장면이면서, 아이저가 사랑을 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4] 비 속에서 아기 고양이를 구해준 일, 과호흡에 시달리던 세레나를 데리러 비를 뚫고 온 일은 모두 오로지 세레나를 위해서 비를 맞는 상황을 감수했다는 의미가 된다. [5] 세레나의 엄마. [6] 결혼 직후, <잠식의 색>을 팔지 말아달라는 부탁이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이었다. [마지막약속] 아이저와 했던 대부분의 약속을 어겼고, 마지막 남은 약속이 마약을 끊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래서 마약 냄새를 맡았다는 것은 마지막 약속마저 어겼다는 뜻이었고, 다이아에게 그나마 있던 인간적인 신뢰마저도 잃었다. 이런 다이아를 믿고 약혼했던 과거의 자신에게도, 뻔뻔하게 확신을 주었던 다이아에게도 화가 났던 것이다. 당시에 다이아가 일방적으로 관계를 깸으로써 해소되지 못하고 곪아버렸던 감정이 폭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8] 과거사의 모든 부분을 확인하려면 본 문서의 '과거사(77화~80화)' 문단을 참고할 것. [9] 연인 관계였던 것은 맞다. 약혼까지 한 사이였지만 아이저 측에서 사랑은 부정했다. 이는 해당 회차에서 밝혀지진 않았고, 아이저의 과거사가 풀릴 때 밝혀졌다. [10] 이때 다이아는 임신 중이었다. [11] 가문의 빚을 탕감할 돈이었다. [12] 아무리 실망스러워도 책임으로 서로가 묶인 약혼자였기 때문이다. 아이저는 워낙 약속과 책임을 중시하는 사람이었고, 관계를 놓기 힘들어했다. [마지막약속] [14] 마약을 다시 시작한 이유도 본인의 나약함 때문인데 아이저의 외면을 탓했으니 화가 안나는 게 이상하다. 더욱이 아이저는 다이아를 위해서 마약을 끊을 것을 원했던 사람이었으니 아이저를 생각했다면 아이저의 말을 떠올리며 약을 하지 말았어야 이치에 맞다. [15] 취임식 이전에 빅터가 찾아왔었다고 한다. 맨정신으로 빅터를 감당할 수 없어서 마약을 했음을 밝힌다. [16] 다이아는 스스로를 변호하며 계속해서 아이저의 나약했던 과거까지 상기시켰다. 다이아가 변명할수록 비참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아이저는 다이아를 구할 능력이 분명히 있었고, 다이아의 아버지가 원하는 것도 줄 수 있었음에도 아이저보다 더 강해보이는 빅터를 선택했다는 점이 아이저를 더 아프게 한 것이다. [17] 당연한 반응이다. 살아남기 위해 아이저를 버렸으면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아이저의 이미지를 파탄내버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아이저를 버린 것은 사과했어도 이 일은 아직 사과하지 않았으며, 그 전에 다시 사귀고 싶다는 말까지 했으니 그나마 찌꺼기같이 남아있던 정마저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미 아이저의 감정이 전혀 남지 않았고 진실이 거짓보다 더 최악이기까지 했다. [18] 사실상 감정적인 약점으로서 다이아가 가지는 존재감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19] 취임식 때만 해도 아이저는 다이아를 만나는게 싫어서 갤러리로 가기 싫어했다. 그래도 세레나가 걱정되어 뒤따랐던 것인데, 이번에는 세레나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세레나의 체면을 생각해 동행했다. 이제는 보는 것이 껄끄럽지도 않을 정도라 감정적인 약점 조차도 못 된다. [20] 맥킨 신문사도 포함. [21] 총 5단계의 감정 절차에다 작가의 사인, 물감의 제조사, 제작 시기, 붓터치 등 모든 특징이 일치했다고 한다. 마리안느는 문하생이나 보조 작가도 없었다. [22] 세레나는 이미 다이아에게 자신이 알고있는 범위 내에서 작품의 히스토리를 알렸다. [23] 유리 조각 때문에 피가 흥건하게 맺혔다. [24] 세레나. [25] 플로 마리나에서 돌아왔을 때. [26] 세레나의 보물 창고라고 한다. 원래 거기에 구두굽을 보관하고 있었다. [27] 구두굽을 발견하고 그걸 전달해주러 세레니티 저택까지 직접 온 것이다. [28] 1840년대 작품, '허센'의 <달무리>. [29] 모르고 했다면 세레나의 유명세와 파급력을 생각하지 못하고 정말로 죽일 수도 있다. 알고 했다하더라도 사고사나 자살로 위장할 수도 있고 목숨은 건지더라도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었을 수 있어 둘 다 문제다. [30] 수수료 조작은 기본이고 전문가, 브로커, 견제 응찰자 등 각종 거짓 정보를 뒤에서 조작하고 주고받으며 낙찰가를 부풀려왔다. [31] 더로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인데다 불법 자금을 유통하고 납치까지 벌일 정도면 빅터가 매우 유력하다. [32] 본래도 경찰에게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33] 라울이 보기에 세레나는 아닐 것 같다고 한다. [34] 개인 소지 목적의 총이라 불법이다. [35] 어딘가에 들어가 망원경으로 동태를 살펴보고 있었다. 전화는 그곳에 설치된 것을 이용했다. [36] 감시 인력은 총 4명 정도였고, 한 명은 세레나를 협박하고 있었으니 세 사람에게 쏘았으며 총성은 4번이었다. [37] 헤럴드 회장의 집에서 운 적이 있긴 했지만 세레나가 아이저를 의식하고 운 것이 아니라 잠꼬대로 울었다. [38] 세레나가 느끼기에는 아이저의 개인 별장이라기엔 작고 낡았고, 시계도 멈춰있는 것으로 보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집인듯했으며, 물건들도 다른 사람의 소유물 같아 이상하게 여긴다. [39] 호텔 설립 기념식 후 예정되어 있던 오너 휴가로 간주하지 않았다. 단순 병가로 처리되었다. [40] 세레나가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못하도록 손을 쓴 것이다. 셔츠 한 장만 달랑 입혀두면 밖에 나갈 리도 없고 방 안에서 아이저 외에는 왕진 오는 의사만 만나게 된다. 이를 알 리 없는 세레나는 아이저가 밖에 나가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셔츠만 주어도 참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며칠 동안 몸이 편치 않았으므로 옷을 따질 힘도 없었다. 덧붙여서 아이저가 세레나를 처음으로 여자로 느꼈던 때가 맨몸에 아이저의 셔츠 한 장만 입고 잠결에 아이저를 끌어안았을 당시였기도 하다. 즉, 자신만 아는 세레나의 모습을 또 볼 수도 있으면서 둘이서만 있을 기회를 혼자 독점하기 위한 유치한 꼼수인 셈이다. [41] 좀더 자세히는 예쁜 세레나를 혼자만 보고, 재밌는 세레나를 혼자서만 맛보고 느끼고 싶다고 한다. 간혹 자신도 모르게 피부결을 만지고 다친 걸 걱정해주는 수준의 작은 욕망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열렬해진 욕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42] 다이아에게는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다는 말이 된다. 물론 소유욕을 느낀 적 없다 해서 다이아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 [43] 여기서 책이 이성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쓰였다. 책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욕망을 표현하게 되었다. [44] 예전에 갑자기 폭우 속에 뛰어든 일이 연상되었다. 그때도 비슷한 요지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였는데 당시에는 워낙 당황스러워서 깊게 이해하고 넘어가진 못했다. [45] 호수가 보이는 별장에서 머물렀고, 돌다리가 지척에 있다. 세레나를 저택 데신 데려온 집이 어머니와 살던 바로 그 집이다. [46] 이 시기, 라타생 예술원을 후원하고 있었는데 라타생 예술원의 후원 학생들을 접대부로 이용하였다. 학생들을 결혼 장사에 이용하여 돈을 벌려고 했던 유력한 정황도 있다. [47] 더로랑 가문은 힘을 갖기 위해서라면 '누구에게든지' 협력한다는 가치관을 지녔기에 그레이언 가문에게 협력하면서도 동등한 관계를 맺으려하기보다 저자세를 취해왔다. 더로랑이 예술 사업을 하면서 필요한 땅을 그레이언에서 빌려주고 건물을 세워주었다. 운영은 더로랑이 하였으나, 땅과 건물의 소유주는 대부분 그레이언이었을 정도로 상하 관계가 명확하다. [48] 아끼는 사람이 죽어가는 것도 몰랐고 지키지도 못했다. [49] 귀족 출신 집안 자제로 태어나 유복한 환경을 만끽하고 다이아와 군말 없이 결혼하여 가문을 승계받아 무탈히 사는 삶을 말한다. [50] 게다가 약속을 깨고 싶더라도 상대에게 직접 말하는 최소한의 예의조차도 차리지 않은 셈이라 아무것도 모른 채 다이아를 찾아갔다가 두 사람의 딥키스를 보아야만 했으니 그 충격은 아이저가 더 무너지게 만들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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