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Composite armor (미) / Composite armour (영)[1]여러 가지 소재를 복합적으로 조합하여 만들어진 장갑. 대체로 순수 강철재 균질압연장갑이나 주조장갑보다 무게 대비 방호능력이 매우 높으며, 많은 3세대 전차 이후의 전차들의 기본 장갑으로 쓰일 정도로 효과가 입증되었다. 대부분 복합장갑에 들어가는 복합재의 특성상[2] 철갑탄같은 운동 에너지탄(KE)과 고폭탄이나 대전차고폭탄같은 화학 에너지탄(CE)의 공격을 모두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2. 개발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인 전간기부터 영국이 개발한 많은 전차들에는 내부 프레임에 상대적으로 연한 철판을 사용하여 구조를 잡고 외부에 더 단단한 표준 강철 장갑을 사용하여 유지보수성과 피탄 충격 완화를 위한 복합식 설계가 적용되었다. 하지만 장갑 결합에 리벳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전차 승무원 안전성이 떨어지고 리벳의 무게가 부담되는 문제가 있어서 2차대전 후반부터는 다른 국가들처럼 주조나 용접식 단일 장갑으로 전차를 만들게 된다. 이후 2차대전 동안 독일에서는 3호 전차 후기형의 포탑과 차체 정면에 표면경화장갑을 공간장갑형태로 균질압연장갑에 부착했다.강철만 사용한 장갑의 방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장갑재의 두께가 어느정도 늘어야하기 때문에 방어력을 늘리려면 무게도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물론 경사장갑이나 공간장갑같은 설계도 있었지만 이런 방법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 특히, 단순 강철재 장갑만으로는 당시의 철갑탄보다도 성형작약을 활용한 대전차고폭탄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힘들었다. 이런 점 때문에 2차대전기 직후부터 강철제 장갑판 사이에 다른 물질을 첨가하여 중량 증가를 억제하는 동시에 무게 대비 전차의 방어력을 증가시키는 연구들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때 미국은 T95 실험용 중형전차에 퓨즈드 실리카를[3] 내부충전물로 사용하는 복합장갑을 실험한 바 있다.
실용 복합장갑은 냉전기에 이르러 서방과 동구권에서 독립적으로 발전되었는데, 세계 최초로 복합장갑을 채용한 양산형 전차는 소련제 T-64 주력 전차다. T-64의 본격적인 형식인 T-64A의 복합장갑은 유리섬유합성수지와 알루미나( 강옥) 세라믹을 사용한 복합재를 강철 장갑판 사이에 충전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4]
한편 서방세계에서는 영국이 1960년대부터 초범(Chobham)지역의 군사연구소에서 복합장갑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1970년대에 완성하였다. 장갑이 개발된 연구소가 초밤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이 복합장갑을 초밤장갑 또는 초밤아머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유형의 복합장갑은 미국에서도 연구하여 M1 에이브람스 전차에 처음 적용되었다. 1970년대 중후반과 1980년대에는 재료공학의 발전으로 합금과 세라믹 계열 재료 그리고 신소재에 대한 연구가 진척되면서 대부분의 3세대 전차에는 기술적으로 더 발전한 복합 장갑이 도입되었다.
사실 복합장갑은 육군의 기갑차량들 뿐만 아니라 해군에서도 쓰였는데, 현대의 전차부터가 육상전함으로 시작한 것을 보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은 사례에 해당한다. 제2차 세계 대전기 미해군 16인치 고속전함 노스캐롤라이나급 전함의 장갑 도해를 보면, 주장갑대에 콘크리트가 발라져 있다. 이게 바로 첫번째 예시고, 두번째 예시는 제1차 세계 대전 초, 늦어도 전간기부터는 대형함이라면 너도나도 방뢰를 위해 장착하던 벌지 및 방뢰구획이다. 방뢰벌지와 방뢰구획은 함내 양 현측면에 여러 겹의 방수격벽을 어느정도 간격을 띄워서 설치해 두고, 그 사이에 빈공간과 중유를 번갈아가며 나오도록 급유하여 어뢰나 기뢰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구조로 일종의 복합장갑이라고 볼 수 있다.
이중 방뢰구획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았는데, 니미츠급 항공모함을 비롯한 항모들의 함재기용 항공유 탱크가 바로 이 방뢰구획 기술을 거의 그대로 응용하여 만들어진다( 예시-니미츠급). 이렇게 하는 이유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재래식 항모때부터 함정추진용 주 연료탱크와 따로 분리되어 있는 방뢰구조가 함재기 연료탱크로는 제격이었기 때문인 점과, 이것이 근접신관의 작동이나 그 자체가 없이 오로지 현측에 직격하는 타입의 구세대 어뢰나 기뢰에 직접 피탄당했을 시에 그 충격을 흡수해주는 특유의 구조에서 나오는 강한 내성을 통한 높은 생존성을 부여해준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해볼수는 있다.
3. 특징
기본적으로 금속과 세라믹, 합성수지류 및 기타 등등의 재료들로[5] 이루어진 적층식 구조의 장갑이다. 방호력이나 재료 구성같은 정보는 군사기밀이지만 복합장갑이라는 개념도 나온지 반백년이 넘어가는지라 기밀이 풀리거나 해외판매 등의 사업 과정에서 방어력이 공개된 경우도 꽤 많다. 심하게는 소재들의 구체적인 적층 구조와 세라믹의 배합비까지 까발려진 차량도 있고, 구체적/대략적인 KE와 CE 방어력 성능만 공개된 차량도 있지만 최신 차량으로 갈수록 공개된 정보가 전혀 없고 기술 발전 수준이나 간접적인 설명에 의존하여 추측만 할 수 있는 차량들이 많아진다.[6]작동원리는 개발된 국가와 시기에 따라 다양한 편이다. 단순히 다른 소재들 사이의 밀도 차를 이용해 방어하는 차량도 있고,[7] 세라믹의 강성을 이용한 것에서부터 피탄시 장갑 재료의 팽창을 활용하여 극대화 된 공간장갑 효과도 동시에 낼 수 있는 거의 비활성 반응장갑(NERA)에 가까운 것까지 다양하다. T-72B의 포탑 복합장갑의 경우 거의 비활성 반응장갑에 가깝고 영국의 스틸브루 증가장갑은 주 장갑판 위에 특수 고무판과 주조강판을 덧붙인 단순한 형태이며 초기 초범장갑은 세라믹의 파괴거동을 이용한 비활성 반응장갑의 요소를 갖고 있다. 현대 차량의 반응장갑은 세라믹의 강성과 비활성 반응장갑 효과를 모두 갖춰서 운동 에너지탄(물리탄)과 화학 에너지탄(화학탄) 모두에 대해 뛰어난 방어력을 발휘한다. 그래도 일단 복합장갑이라고 하면 시기 불문하고 주조/압연강 장갑판으로 만든 구조재 장갑 사이로 다른 복합재료가 들어간 층상구조를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개의 장갑차량 방호력 정보에서는 복합장갑재의 방어력을 오래 전부터 기갑차량에 많이 써온 장갑재인 균질압연장갑재(RHA) 기준 두께로 환산해서 표시한다. 단, 같은 복합장갑이라도 물리탄과 화학탄 대상 방호력이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 방호력 수치를 KE(운동에너지)와 CE(화학에너지)로 나눠서 둘 다 표기한다. 또한 같은 물리탄이라도 탄마다 물리적 특성과 경사장갑 관통력 등 다양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막는 복합장갑이나 그것을 뚫는 탄의 재질에 따라서도 수치에 유동성이 좀 있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대다수의 복합장갑은 보통 동구경의 화포로 발사된 운동에너지탄보다 화학에너지탄에 대해 방어력이 높다는[8] 특성을 가지고 있다.[9]
그리고 많은 복합장갑은 일단 차량에 설치된 후에도 대부분 교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10]. 이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구식 복합장갑의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상쇄하는 요소이다. 물론 그렇다고 야전부대에서 일선 정비병들이 바로 바꿀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교체가 가능하다고는 해도 용접된 철판으로 꽁꽁 싸매져 있기 때문에 용접선을 뜯어내고 내장재를 바꾸는 장갑재 교체/업그레이드는 창정비에서나 할 수 있는 대작업이다.[11]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대에 와서는 메르카바 MK.4같이 피격 후 복합장갑재 교체가 용이하도록 모듈식 복합장갑 설계를 사용한 차량들도 개발되었다. 모듈식 복합장갑을 사용한 차량은 모듈 조립부가 망가지지 않는이상 장갑재를 비교적 쉽게 조립/해체할 수 있어서 수리가 간편해지고 더 간단한 과정의 부품 교체를 통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세라믹 블럭이나 판 여러 장을 겹치는 형태로 삽입하는 대다수의 복합장갑은 그 특성상 삽입부가 각지게 설계되는 편이 장갑 두께를 확보하는데에도, 장갑재 삽입이나 교체를 하는데에도 더 용이하므로 현용 전차의 상당수는 용접식으로 설계된 각진 포탑의 형태를 유지한다.
사실 복합장갑이 아니더라도 주조식으로 포탑을 만들 경우 일반 강판보다 균질성이 떨어지고 추가적인 강화 처리도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용접식으로 만든 포탑보다 방호력이 약간 떨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합장갑 등장 전까지나 등장 이후에도 동구권의 많은 전차들의 포탑이 주조식으로 만들어졌는데, 동구권에서 원했던 낮은 실루엣의 반구형 형상을 만드는 데에는 주조식이 용접식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다.[12] 동구권 전차들도 T-84, T-84 오플롯-M 계열과 T-90A, T-90M같이 냉전 이후 제작된 전차들은 현대전에서의 방어력 증대를 위해 주조 포탑을 버리고 용접 포탑으로 갈아타고 있는 경우가 많다.
4. 도해
이하는 현재까지 공개된 종류의 복합장갑재의 도해AMX-56 르클레르 전차의 장갑개발연구 수행중의 테스트 사진 |
소련 전차들의 차체 장갑 구조
다음은 널리 알려진 구소련 전차들의 복합장갑이다.
차체의 유리섬유 기반 복합장갑으로 가장 먼저 복합장갑을 실용화한 소련의 T-64는( 참조) T-64A 1970년대 생산형부터 주조포탑에 알루미나 세라믹 볼을 삽입한 형태를 하고 있다.[13] 알루미나 세라믹은 석영질의 고경도 소재로 그 이름이 Kvartz 또는 Sand bars라고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세라믹 장갑을 볼 형태로 삽입하는 전차는 T-64A 후기형과 T-64B이며, T-72에도 선행생산된 극소량의 극초기형 모델에 적용되었다고 하나, 여러 단점이 있다고 판단되어[14] 아래와 같은 Combination K복합장갑으로 전환되고 후속 전차부터는 이 형태의 장갑을 사용하지 않는다.
차체와 포탑의 복합장갑 삽입 위치. 차체 전면의 경우 1970년대부터 STEF(러시아명 steklo plastica의 준말)라고 불리는 복합재가 삽입된다. 즉 포탑에는 알루미나 재질, 차체에는 플라스틱 재질이 삽입되는 것이 특징이다. STEF는 유리복합섬유(glass textolite) 내지는 유리 강화 플라스틱으로 알려진 재료로 같은 두께 대비 철갑탄에 대해 0.41배, HEAT탄에 대해 0.5배의 방어력을 제공한다. 차체에 두께 대비 효율이 낮은 재료를 사용한 것은 포탑보다는 공간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많은 소련 전차들에 사용된 Combination K 복합장갑이다.
사진은 수출형 T-72M1으로 구 동독에서 운영된 T-72M1을 절단한 사진이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강철 사이의 노란 부분이 세라믹 충전제 즉 복합장갑이며 재질은 위에 언급했듯이 Kvartz(Quartz) 즉 소결 석영 기반 복합재이다. 속이 빈 강철 주조장갑을 만들고 복합재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최소한 위의 T-64보다는 생산성이 높은 간결한 형태라고 할 수 있으며, T-72는 물론 T-80B에도 채용된 방식이다.
T-80BV의 복합장갑 도해. 차체는 STEF가 들어가고 포탑에는 Kvartz가 주입 형태로 들어가는 전형적인 구소련식 Combination K장갑이다.
흔히 수출형 T-72는 강철 단일 재질의 주조포탑으로 다운그레이드되어 수출되었다고 하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1982년 이전의 T-72수출형은 강철 단일 재질로 포탑이 제작되었는데 정확히는 소련 내수용도 1979년까지는 그랬다. Combination K방식이 적용된 1979년 이전에는 위의 T-64의 값비싼 생산방식밖에 없었다. 위의 동독 수출형 T-72M1은 구소련 오리지널로 복합장갑이 사용되었고 T-72A와 방어력이 같다. 물론 1982년 이후에도 수출형 T-72에서 강철 주조 포탑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라이센스 생산국가에서 생산 단가를 절약하고자 복합장갑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라크에서 생산된 전차들이 그러하며, 이들은 걸프전에서 대부분 파괴거나 노획되었고 노획한 미국이 포탑을 따보자 그냥 단순 주조 포탑이었고 이 사실이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수출형 T-72가 불나방저럼 터져나간 이유는 복합장갑이 없어서가 아니다. 어느 MBT든 마찬가지로 복합장갑은 차체와 포탑 전면에만 들어있고 측면은 그냥 얇은 철판이라 아주 취약하다.[15] 이 취약한 측면에 반응장갑을 붙이던 증가장갑을 붙이던 해서 방호력을 보완하거나, 보병을 붙이고 전차를 지능적으로 운용해서 측면을 맞을 일을 없게 하거나 해야 하는데 엉망인 교리와 미숙한 전차병들이 합쳐져서 막무가내로 시가지에 밀어넣은 전차가 사방에서 대전차로켓 공격을 당했으며, 여기에 탄약을 좁아터진 차체의 아무 곳에나 처박듯 적재한다는 문제까지 겹쳐져서 어디를 뚫리든 화재-유폭 수순을 밟게 된 것이 문제. 자기네끼리 내전을 벌일때도 이런 상황이고, 서방 세력과 전차전을 붙을 때에는 하필 상대가 참 나빴다.
구 동독의 T-72M(1) 방어력을 참조해보자.
[[파일:external/www.angelfire.com/T72M1_front.jpg | width=100%]] |
독일 통일 후 대량의 T-72M이 스크랩처리 되면서 각종 표적으로도 활용되었다. 위 사진에서 작은 구멍은 105mm L7A3 강선포에서 발사된 DM33 날탄, 큰 구멍은 DM12 날대탄의 관통상이다. 위와같은 복합장갑을 적용하고도 T-72M는 화학탄에는 꽤나 무기력하게 관통되었다. 반면 운동탄의 경우 1500m 이하로 접근하지 않는 경우 관통은 힘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DM33 관통력은 2000m에서 420mm, DM12은 430mm 임을 하면, T-72M의 전면에 적용된 복합장갑은 비록 날대탄에 대한 내성을 위해 제작되었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종합적으로 T-64와 T-72의 의의는 단지 제한된 30~40톤대 중량에서 복합장갑을 적용해봤다는 것 뿐이다. 현대식의 HEAT탄이나, APFSDS탄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 55톤 이상 중량에 두꺼운 중장갑을 두르지 않으면, 아무리 복합장갑이라고 해도 넓은 면적에서 효과적인 방어력을 제공할 수 없다. 결국 방어력 대비 순 철판으로 만드는 것 보다는 무게가 가볍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다음은 새로운 장갑이 도입된 T-72A 극후기형 또는 T-72B형이다.
[[파일:attachment/복합장갑/c0007622_4a9370936981d.jpg | width=100%]] |
미군이 T-72 B형을 입수하여 포탑상부 장갑충전영역의 뚜껑을 열어본 사진과 포탑 내부 장갑재 구조도. BDD또는 Brow Armor, Bulging Armor라고 불리는 형식의 다판 적층식 장갑이다. 고무와 알루미늄을 조합한 것을 공간을 두고 여러 개로 배치 한 장갑으로 NERA(Non Explosive Reactive Armor)의 한 종류로서 초밤장갑의 초기형과 유사하다. 이 버전의 경우 반응장갑 장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본체의 장갑은 운동에너지 탄을 방어하는데 치중하고 있지만 HEAT탄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대응가능하다.
좌측부터 T-72B, T-80U/UD 전기형, T-80U/UD 후기형의 포탑 복합장갑. 세 장갑 모두 포탑을 먼저 주조할때 빈 공간을 마련하고, 포탑이 굳은 뒤에 다음 공정에서 그 공간에다 적층식 장갑재를 설치한 후 위를 뚜껑으로 덮고 용접하는 타입이다.
T-72B에 이어 T-80U( 참조)와 T-90 등에도 유사한 방식의 장갑이 사용되나, 장갑재 금속으로 알루미늄 대신에 티타늄을 사용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T-80U/UD의 경우 처음에는 포탑 기반이 된 시제차 오비옉트 476의 플라스틱+강철 복합장갑을 사용했으나, 1989년형(T-80U 기준. T-80UD는 그보다 먼저)부터는 포탑 내 장갑재가 세라믹과 강철을 사용하는 것으로 달라졌다.
T-72B형부터는 차체도 STEF가 아닌 벌징 아머가 적용된다.
아래 도해는 기밀 해제된 버전의 벌링턴 아머(Burlington Armor)이다.[16] 벌링턴 장갑은 탄성 플라스틱을 충전한 전형적인 NERA형 장갑이다. 주된 개발 목적은 RPG-7/ 칼 구스타프 무반동포 등에서 발사된 대전차고폭탄에 대한 방호였고, 일반 철갑탄( APDS)에 대해서는 같은 두께의 균질압연장갑과 방어력이 거의 동일하다.[17] 내부 충전제가 세라믹인 종류는 챌린저 2에 사용된 도체스터 장갑(Dorchester Armour)으로, 재료나 작동 방식은 당연히 극비이다.
벌링턴 장갑의 도해이다.[18] 벌링턴 장갑은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되었으며, 이 도해는 여러 방식의 장갑 중 하나일 뿐이다. 외피라고 할 수 있는 버스터 플레이트는 고경도 철판이며, 도해에 빨간색으로 칠해진 샌드위치 패널은 1매 당 철판-플라스틱-철판의 형태이다. 초기의 벌링턴 장갑은 샌드위치 패널을 3장을 겹친다.
초범아머, 벌징 아머 형태의 장갑은 샌드위치 패널을 공간을 두고 여러개 겹친 공간장갑의 일종으로 사실 만드는게 복잡하지 않다. 유사한 형태의 장갑은 1991년 걸프전 당시의 이라크 군도 사용했다.
T-55의 포탑에 용접 형태로 붙여진 증가장갑재의 사진.[19] 위의 T-72B의 벌징아머와 같은 구성이다. 즉 알루미늄과 고무판, 공간이 적층으로 결합된 전형적인 NERA이며, 노획한 미국의 테스트 결과 HEAT탄에 대한 방어력은 같은 두께의 RHA의 2배였으나 철갑탄을 상대로는 RHA와 동일했다고 하는데, 이는 벌링턴 장갑과 동일한 특성을 보인다.
T-55에 사용된 NERA는 사실 복합장갑이라는게 본질적으로 복잡한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도 소개된다. 사용된 충전재의 재질이 복잡한 것도 아니고, 저런 형태의 장갑을 사용함으로서 수월하게 HEAT탄에 대한 내탄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영국의 스틸브루처럼 구형 전차에 외장식으로 추가되는 형식의 복합장갑을 적용한 사례이기도 하다.
파괴된 M1A1 에이브람스 전차의 측면장갑. 외피-샌드위치 플레이트 3매-코일 스프링(공간)-내피 등으로 구성된 NERA 형태의 복합장갑이다. 알루미늄, 강판, 티타늄 등을 사용하는 러시아(소련)와 영국과 달리 미국은 열화우라늄을 샌드위치 패널의 주 재료로 사용한다고 알려져있다. 위의 T-72B 전면장갑과 비교해보자. T-72B쪽이 좀 더 투박하지만, 크게 다른 형태는 아니다.
해당 문단에서 주로 HEAT에 대응하는 NERA형 복합장갑을 집중적으로 다룬 이유는 철갑탄을 상대로도 같은 두께/중량인 RHA보다 높은 방어력을 확보하는 최신예 복합장갑도 RHA 사이에 충전재를 삽입한다는 본질적인 설계 방식은 NERA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재를 어느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장갑의 효율은 천차만별이며, 본격적으로 APFSDS를 막아낼 수있는 미국, 독일, 한국, 일본, 러시아 등 최신예 전차들의 장갑 재질과 제조 공정, 작동기전은 군사기밀사항이다. 미국 M1A2 Sep.2에 사용된 신형 열화우라늄 복합장갑은 1978년식 초기형 M1에 적용되었던 초범장갑과 5세대라는 간격이 있으며, 중량은 10톤 이상 무거워졌지만 방어력은 몇배 이상 차이가 난다.
5. 문제점
당연히 복합장갑이라고 무적은 아니겠고, 다른 장갑재와 마찬가지로 손상되면 방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복합장갑재가 손상될 정도로 제대로 피탄당한 뒤에는 장갑재 교체가 필요하다. 그나마 눈에 띄는 단점은 성능 외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비싸다: 복합장갑의 가장 큰 문제점. 복합장갑도 일단 종류별로 가격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는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복합장갑의 양을 늘릴수록 방어력 뿐만 아니라 병기의 가격도 함께 필연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전차라도 측면과 후면은[21] 복합장갑이 전면부보다 얇은 경우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복합장갑 위에 다른 NERA를 붙이는 식으로 방어력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 매우 두껍다: 많은 NERA 형태의 복합장갑에 해당되는 단점이다. 충분히 효과적인 방어력을 얻기 위해 복합장갑을 많이 사용하면 그만큼 복합장갑재가 차지하는 부피도 커지면서 전체 장갑재의 두께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벌징아머를 적용한 T-72B는 충전식 복합장갑으로 제작된 T-72A와 비교해 3톤이 무겁고, 포탑 전면의 두께는 거의 200mm가까이 늘어난다.[22] 그래도 최소한 고전적인 강철 균질압연장갑보다는 두께 대비 성형작약탄에 대한 방어력이 높기 때문에 크게 눈에 띄는 단점은 아니다.
- 중량이 크다: 방어력 향상에는 좋지만 복합장갑도 많이 사용할수록 전차의 절대적인 중량이 크게 증가하므로 가벼운 장갑차같은 경우에는 복합장갑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힘들다. 그래도 최소한 고전적인 균질압연장갑보다는 중량 대비 방어력이 높기 때문에 크게 눈에 띄는 단점은 아니다.[23]
- 조달이 힘들다: 비싸다는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많은 복합장갑은 제작 방법이 매우 까다롭거나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제조하는게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충전재를 비롯한 내부 장갑재의 구성과 제조공정은 대부분 국가기밀이므로 무기 시장에서 돈 주고 복합장갑만 산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리고 외국제 복합장갑이 적용된 무기를 통째로 사더라도 수출형에는 보안문제로 복합장갑이 다운그레이드되어있는 경우가 많다.[24] 복합장갑의 방어력과 성능은 APFSDS의 관통자 성능와 마찬가지로 개발 국가의 재료공학 수준과 상당히 관련있으므로, 단순히 성능 좋은 재료를 찾는 수준을 넘어서 개발 국가의 기초 및 응용과학 수준이 뒷받침되어야 원하는 성능을 얻을 수 있다.
6. 평가
비록 문제점이 없진 않아도 냉전기에 전차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성형작약탄 앞에서 약세를 보이던 전차가 방어력 문제를 극복하게 해줄 수 있었을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 장갑이다. 물론 반응장갑도 마찬가지 역할을 수행하였으나 반응장갑은 본질적으로 1회용인 소모품의 성질이 있으므로 복합장갑만큼 큰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이에 더해서 날개안정분리철갑탄 계열의 운동에너지탄에도 방어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참동안 가장 강력한 장갑의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 보인다.
7. 종류
- 초밤장갑(벌링턴 아머): 1970년대 영국의 초밤( 초범) 지역 군사 연구소에서 개발된 복합장갑. 강철판과 고무 및 플라스틱 복합재를 번갈아 배치한 적층식 구조의 장갑으로, 서방권에서 최초로 군사용으로 채택된 복합장갑이기도 하다. 초밤 지역의 다른 이름인 벌링턴이나 도체스터를 가져와 벌링턴 아머나 도체스터 아머라고도 불린다. 챌린저 1와 챌린저 2, 초기형 M1 에이브람스의 장갑재로 쓰였다.
- Combination K: 많은 소련 전차에 적용되었던 복합장갑이다. 강철과 유리섬유(Glass Textolite) 수지 복합재를 사용하며, 석영질의 알루미나 세라믹 복합재도 들어간다. T-64부터 유리섬유 기반 차체 장갑이 적용되었고 포탑은 연식에 따라서 다른 복합장갑이 사용되었지만, T-72A와 T-80B에는 차체 유리섬유 장갑은 물론 포탑에도 충전식 세라믹 장갑이 적용되었다. 다만 같은 유형의 유리섬유 기반 복합장갑이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재의 종류나 재료 배합비가 달라졌을 수도 있고, 세부적인 장갑재 층 구조가 변화했기에 같은 유형의 Combination K 장갑이 적용되었더라도 전차 차종이나 연식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KSAP[25](한국형 특수장갑판):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하고 삼양컴텍[26]에서 1998년 6월부터 생산하고 있는 K1A1, K-2 흑표, 알타이[27] 전차의 복합장갑으로 강철, 알루미늄, 비산화물 탄화 규소(SiC)를 배합한 세라믹 방탄재로 이루어져 있다.
- MEXAS, AMAP: 독일에서 개발된 탈착식 모듈형 복합장갑. MEXAS의 후속작으로 AMAP가 개발되었다.
- 컴파운드 아머: 19세기의 군함용으로 쓰였던 장갑. 강도가 다른 철판 두장을 이중층 구조로 배치했다.
- 열화우라늄 복합장갑: 미군용 M1 에이브람스에 적용된 복합장갑. M1A1 HA 이후부터 적용되었으며, 현재 열화우라늄을 대량으로 장갑 제조에 사용하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8. 미디어
- 워 썬더: 주조강과 압연강 이외에도 세라믹, 플라스틱, 유리섬유, 고무, 알루미늄 합금 등 실제 복합장갑 제조에 쓰이는 여러 소재에 대한 장갑 방어력이 구현되었다.
픽션에서도 뭔가 굉장히 단단한 장갑엔 앞에 붙는 여러 수식어 뒤엔 꼭 복합장갑이 붙는다. 예를 들면 다층 세라믹 복합장갑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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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은 미국식 영어로 "armor"이라고 부르며 영국식 영어로는 "armou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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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 이상의 재료를 이용해 각 재료의 단점을 보완한다. 이러한 조합법은 국가기밀이므로 최신 장갑재는 어떤 재료를 조합했는지 상세 내용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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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유리 석영과는 달리 비정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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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Warford, "Soviet-Russian Tank Turret Armor: The Cold War Shell-Game", Armor magazine Jul-Aug 1999|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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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나 특수한
플라스틱
복합 재료를 사용한 장갑도 있고, 거의 금속만 사용되었더라도 층마다 물성이 다른 강철이나 강화
합금재를 사용하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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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제 MBT는 복합장갑에 대한 정보가 공개된다 해도 각도별이나 부위별 방호력 정도 수준으로만 제한적으로 풀리고, 최신 차량들의 경우 정보가 거의 없어서 대부분 간접적인 언급이나 기존 차량 대비 기술의 발달 수준을 짐작하여 추측만 할 수 있는 정도이다. 반면 소련 MBT들은 소련이 붕괴되고 경제가 무너지면서 당장 먹고살 길이 막힌 장교들이 온갖 기밀 서류는 물론이고 실물 부품이나 차량까지 마구 팔아댄 탓에 정보가 굉장히 많다. 특히
T-72는 구글링조차 할 필요도 없고 나무위키만 봐도 복합장갑 내부의 구조까지 알 수 있다...
[7]
영국이
치프틴 전차의 포탑에 장착한
스틸브루 증가장갑과
T-72,
T-90의 차체 복합장갑이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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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에너지탄은 무거운 금속 관통자가 직진하면서 직접 장갑을 관통하고 파괴하기 때문에 관성이 커서 복합장갑을 써도 멈추는게 더 힘들다. 반면 성형작약탄은 메탈제트 관통자가 훨씬 빠르게 직진하기에 단일 강철은 운동에너지탄보다 효과적으로 뚫을 수 있지만, 메탈제트는 가벼운 금속 입자들의 흐름인데다가 자체 무게도 가벼워서 층마다 재료적 특성이 바뀌는 복합장갑 구조에 비교적 쉽게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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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로 M1 에이브람스는 걸프전 당시 포탑 전면장갑으로 CE 1200mm급의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을 막아낸 전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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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는 강철 구조재 사이에 고체 복합장갑재를 다판구조로 끼워넣는 방식들에만 해당하며, 초기 소련제 포탑 복합장갑처럼 제조 과정에서 주조장갑 안에 복합장갑재 층을 고정한 방식같은 경우는 주조 부품을 통째로 교환하지 않는 이상 내부의 복합장갑재 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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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쉬운 작업이었다면 진작에
K-1 전차의 장갑재도 쑥쑥 업그레이드를 했을 것이다. 사실 K-1의 장갑이 잘 업그레이드 되지 않은 이유는 까다로운 장갑 교체 과정보다는 설계 용량이나 중량 등의 문제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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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압연강판은 원통형으로 구부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걸 구형으로 성형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야 하며, 그렇게 성형이 되었다고 해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내부 결함이나 가공 후 잔류
응력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생산성은 떨어지고 균질도는 주조식에 비해서도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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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형 T-64는 차체에만
유리섬유 복합장갑이 적용되었고 포탑에는 알루미늄 합금이 들어간 복합장갑이 적용되었다고 한다. T-64A에는 T-64 초기형과 동일한 차체 장갑이 적용되었고, 1970년대 이전 생산분에는 포탑에 고경도 강판이 들어간 복합장갑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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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방식이 비효율적이었고, 이러한 포탑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라믹 구체의 생산과 주조시 필요한 바스켓 부품을 위한 새로운 생산라인을 깔아야 했다. 그리고 제조공정상 확실하게 요구된 방어력을 달성하기 어려웠는데, 세라믹 구체를 배열하고 용융된 강철을 틀에 부어서 주조하는 과정에서 세라믹이 가열과 냉각으로 깨지거나 변성되었기 때문에 단열 접착제를 사용했음에도 방어력이 저하될 수 있었다.
참조
[15]
소련 MBT가 측면장갑이 RHA 80mm로 그나마 가장 두꺼운 편이고, 서방 MBT는 전부 그 미만이다. 동서양 가리지 않고 너나 할 것 없이 측면에 사이드 스커트나 반응장갑을 덕지덕지 붙이는 것이 이 때문이다.
[16]
초범아머(Chobham Armor)라고 불린다.
[17]
Feastibility Study of Burlington Fitted to Chieftain, F.V.R.D.E. Report No. P.C. 59, 1969, Table 1-2.
[18]
Ibid., Fig. No. 4
[19]
T-54/T-55의 현대화 개량형 일부에 장착되었으며,
T-62 용으로도 유사한 추가장갑이 있다.
[20]
통상 운행에 필요한 내충격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피탄시 세라믹 파편이 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보병용
방탄 플레이트와 설계 방식 및 작동 기전이 거의 같다.
[21]
사실 아래의 두께와 무게 문제 탓도 있어서 측후면에도 복합장갑을 써도 전면만큼 두껍게 넣기 힘들다.
[22]
T-72 극초기형 포탑 전면 최대 두께 550mm, T-72A 포탑 전면 최대 두께 700mm, T-72B 800mm
[23]
허나 이것이 전차의 중량이 커질수록 복합장갑의 방호력이 높다는 근거가 되지 못하는데 대표적인 예시로 차체 전면 상단과 하단의 복합장갑재의 분포가 고르지 못해서 부위에 따라 방호력 편차가 심한
챌린저 2가 있다. 애초에 복합장갑은 무턱대고 균질압연장갑의 두께를 늘릴 수는 없다는 점 때문에 나온 물건이고, 장갑의 방어력은 내부 충전재를 비롯한 복합장갑의 구성 재료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M1 에이브람스의 경우 신형 모델들에는
나노기술을 적용한 장갑재를 도입함으로서 더 효과적으로 중량을 줄이는 동시에 방호력을 이전보다 증대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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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M1 에이브람스도 미군 도입분만 열화우라늄 날탄, 복합장갑을 쓰며, 수출형은 텅스텐 날탄, 비슷한 성능이 나온다고 하는 다른 재료의 복합장갑이 적용된다.
[25]
Korean Special Armor P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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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보병용 방탄복과 K1A1, K2,
K21의 복합장갑을 생산하는 방탄재 전문제조 업체이다.
[27]
2023년 중순에 삼양컴텍이 알타이에 사용될 전차용 세라믹 방탄재를 튀르키예로 수출하였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