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자의 망토

누가 걸치지 않았을 땐 사냥꾼이 걸치는 모피 더미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인다. 겉을 보니 상한 부분을 기운 흔적이 보인다. 스텔가 가죽이 곰 가죽과 늑대 모피 위로 덧대어져 있으며, 모든 가죽들은 수많은 포식자들의 이빨 자국이 난 어두운 색의 파충류 가죽 위로 켜켜이 꿰매어져 있다.

한 번 입어보게 되면, 내부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퍼지는 온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갑옷은 또한 스스로 움직여 소유자의 몸 측면과 겨드랑이에 맞게 단단히 고정시켜 주기도한다. 나아가 양질의 결투용 가죽 갑옷에 필적하는 자유로운 움직임까지 보장해준다.

망토는 두 번째 피부처럼 몸에 꼭 맞는다. 마치 자기 피부처럼 말이다. 그리고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가 타격을 받으면 다시 단단해진다. 망토는 외부 근육처럼 사지에 딱 달라붙어 착용자의 공격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다.

흥분 상태가 되면 털이 부드럽게 곤두서며, 물결치는 비늘에서는 불쾌하지 않은 사향 냄새가 풍겨나온다. 기묘한 온기가 사라진 대신, 갑옷은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

갑옷을 입었다는 사실을 흔히들 잊어버리듯이, 사실 많은 일들이 너무 쉽게 잊혀지곤 한다. 기억, 후회, 추상적인 철학, 삶의 거대한 사냥에서 이런 것들은 있을 자리가 없다. 그렇다, 무한히 서로 연결된 그 시련에서 에오라의 모든 행동이 결정되는 것이다. 집중하는 자에게 삶의 집중도는 더욱 강화된다. 이번 도전과 다음 도전, 그리고 의미를 주는 각각의 투쟁에 집중하라.

생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저의 생활이 바로 생존이다. 음식과 물이 제공되면 결코 둥지를 떠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 애완동물이 그렇게 살아간다. 도살되도록 길러지는 가축도 그렇게 살아간다. 생존에는 사냥이 필요없다.
그저 살아남는 것 이상을 추구하라, 탐구자여. 항상 도전하라. 매 순간 맹렬히 달려들고 놈을 땅바닥에 밀어붙이고, 놈에게 너의 권리를 주장하라. 놈의 뜨거운 피를 마셔라. 놈의 살점을 취해라. 놈의 가르침을 삼켜버려라.

너는 네가 취한 것을 얻는다.

분연코 일어나 무리를 모으고, 나아가 먹이를 사냥하고, 피를 흩뿌리고, 힘과 부와 지혜를 손에 넣어라. 마시고, 마음껏 먹고, 성교하고, 다시금 잠에 빠지도록 하라.

그리고 계속 반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