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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영화 버닝의 줄거리를 담은 문서.2. 줄거리
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지만 현재 택배 기사로 일하는 ‘이종수’는 어느 날 가게에 배달을 갔다가 경품 행사에서 내레이터 여자 알바생에게 경품 추첨 번호를 받는다. 그 번호지 덕분에 종수는 손목시계에 당첨된다. 여자 알바생이 종수에게 시계를 주면서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보고 종수가 '여자친구 없는데'라고 대답하자 '이거 여자용 손목시곈데 이제부터 여자친구 구해야겠네?' 라고말한다. 종수가 돌아서서 가려하자 여자 알바생은 종수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이 종수의 어릴 적 동네 친구 '신해미'라고 밝힌다.[1] 쉬는 시간에 종수와 해미는 담배를 피며 서로의 근황을 묻는데, 종수는 해미에게 자신이 소설을 쓰(려고 하)고 있다고 말하며 경품으로 받은 손목시계를 해미에게 준다. 그날 밤 종수와 해미는 같이 술을 마신다. 해미는 종수에게 자신이 배운 팬터마임을[2] 선보인 뒤, 아프리카 부시맨족의 '리틀 헝거'와 '그레이트 헝거'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곤 아프리카 여행을 갈 계획을 말하며 ‘내가 아프리카로 여행을 갈 동안 고양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종수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3]다음 날, 종수는 해미를 따라 그녀의 집으로 간다. 집으로 가는 길에 종수는 해미에게 어머니는 어릴 적에 집을 나갔고 누나는 결혼했으며[4] 파주에 있는 아버지의 집에 문제가 생겨서 자기가 가봐야된다는 얘기를 한다. 해미의 원룸집에 들어오자 종수는 집이 이 정도면 좋다고 말하고, 해미는 이 집이 북향이어서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아 늘 춥고 어둡지만 하루에 딱 한번 남산타워 전망대 유리에 햇볕이 반사돼서 들어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해미는 '보일'이라는 고양이 이름[5]을 부르지만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해미는 보일이가 자폐증이 있어 낯선 사람이 있으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종수는 "그 고양이도 어젯밤 네가 상상했던 귤처럼 현실에 없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이에 해미는 "내가 그럼 왜 너를 내 집에 들였을 거 같냐"고 반문하고,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그리고 둘은 입을 맞춘 후 성관계를 갖는다.[6] 이때 종수는 해미가 말했던 대로 남산타워에서 반사된 햇빛이 해미의 방 안에 들어오는 걸 본다.
종수는 파주시로 가서 아버지의 빈집을 잠시 맡는다. 종수가 파주의 집에 들어간 첫날 밤부터 전화기로 계속 의문의 전화가 걸려오지만, 종수가 받으면 아무말 없이 끊기거나 받기도 전에 끊어지기 때문에 누가 전화를 하는지 알 수 없다. 파주의 집에 들어간 다음날 종수는 집을 둘러보다가 아버지의 낡은 트럭과 아버지의 창고 안 보관함에 담긴 단검들을 발견한다. 해미가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 뒤, 종수는 그녀의 부탁대로 해미의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며칠마다 해미의 집에 간 다음 사료통에 사료와 물을 채워넣고는 텅 빈 방에서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자위행위를 한다. 해미가 말했던 고양이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비워진 사료 그릇과 배설물의 존재가 고양이가 있음을 믿게 한다. 한편 종수는 아버지의 재판을 방청한다. 이 때 종수가 대충 말했던 파주에 가봐야 하는 이유가 드러나는데,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종수의 아버지가 공무집행을 하러온 공무원을 공격해 상해를 입히는 바람에 경찰에 구속된 것. 그리고 종수는 아버지 사건의 담당 변호사를 만난다. 변호사는 종수의 아버지가 자존심이 세서 숙이질 않는다며, 집행유예라도 받을 수 있도록 종수가 아버지를 잘 설득해달라고 하지만, 종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며칠이 지나고, 고양이 밥을 주러 해미의 집에 있었던 종수는 해미로부터 공항에 마중 나와달라는 전화를 받는다. 마중을 나갔던 종수는 공항에서 해미, 그리고 해미가 아프리카에서 만났다는 미스터리한 남자 ‘벤’을 만난다.[7] 종수의 낡은 트럭을 타고 셋은 같이 곱창집으로 향한다. 벤은 트럭 안에서 자신의 엄마와 살갑게 통화를 하고, 종수는 그런 벤을 백미러로 힐끗 쳐다본다. 이윽고 곱창집에서 해미는 아프리카에서 봤던 노을을 보며 느꼈던 쓸쓸함을 토로하며 서럽게 울고, 죽는 것은 무섭지만 노을처럼 사라지고 싶다는 말을 한다. 이때 벤은 '나는 사람이 슬퍼서 눈물을 흘리는 게 신기하다. 나는 아주 어려서 말고는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다.'라는 식으로 종수에게 얘기한다. 종수는 '슬픈 감정은 느껴보시지 않았냐'고 묻고, 벤은 '느낄지도 모르지만 눈물이라는 증거가 없어 실감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런 벤의 반응에 종수는 벤이 무슨 일 하느냐고 묻지만 벤은 그냥 논다고 말하며 종수가 소설을 쓴다고 하니까 본인의 얘기를 언제 한번 해주고 싶다고 한다. 이후 해미가 잠들어 버리고 벤이 자신의 카드로 계산을 하며 모임이 끝난다. 이윽고 셋이 곱창집 밖으로 나오는데, 종수의 낡은 트럭 뒤에 벤의 차 포르쉐[8]가 세워져 있자 종수는 살짝 위축된다. 해미는 벤이 데려다 주기로 하며 떠나고, 종수는 벤과 해미가 탄 차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종수는 변호사 말대로 아버지를 설득하는 대신, 탄원서를 써서 동네 주민들에게 사인을 받으러 다닌다.[9] 그러던 중 종수는 해미의 연락을 받고 서울의 카페에서 해미를 만나는데, 카페에는 해미 뿐만아니라 벤도 와있었다.[10] 바깥 화단에서 통화를 마치고 들어온 벤은 해미의 손금을 봐주며 해미의 마음 속에 해미를 힘들게 하는 돌이 있다고 말하고선, 그 마음의 돌을 빼주겠다며 해미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화단에서 주워온 돌맹이를 해미의 손 안에 쥐어주는 장난을 친다. 종수는 이러한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불편함을 느낀다. 그 후 셋은 벤이 요리하는 파스타를 먹으러 벤의 호화스러운 집으로 가고, 종수는 벤의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에 감탄한다. 벤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내고 그걸 자기가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요리를 좋아한다고 하며, 만들어진 요리를 '제물'에 비유한다. 제물이라는 표현에 의아해하는 해미에게 벤은 제물은 그냥 메타포라고 하는데 해미가 메타포가 뭐냐고 묻자 벤은 메타포가 뭔지 종수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종수는 옆에서 다 듣고 있었으면서도 메타포가 뭔지 설명해주지 않고 대신 여기 화장실이 어디냐고 해미에게 묻고, 해미는 벤에게 물어보고 벤은 복도 안쪽이라고 답한다. 종수는 화장실에서 여성용 화장 세트와 다양한 여성용 장신구를 발견하고 위화감을 느낀다.[11]
종수와 해미는 벤의 집 테라스에서 담배를 핀다. 종수는 "젊은 나이에 어떻게 하면 저렇게 살 수 있나"며 씁쓸하게 말하고, 벤을 ' 개츠비'에 비유하며 한국에는 개츠비가 너무 많다고 한다. 또한 "저 남자가 널 왜 만나는 거 같냐"고 해미에게 묻자, 해미는 "오빠가 나 같은 사람 좋아한대, 흥미있대"라고 대답한다. 그날 저녁, 종수와 해미는 벤과 함께 고급 식당에 가고 식당 앞에서 벤의 친구들을 만난다. 종수는 자신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도 등단은 못 했다고 덧붙이는데, 오히려 벤은 '글을 쓰면 작가'라고 말한다. 식당 안에 들어갔을 때 해미는 벤의 친구들 앞에서 아프리카 여행에 대해 말하고, 직접 리틀 헝거와 그레이트 헝거의 부족 춤을 선보이지만, 종수는 벤의 친구들이 해미를 구경거리 삼는 것 같아 불편해한다. 또한 벤은 해미의 부족 춤을 보면서도 하품을 한다.[12] 이후 그들은 벤의 친구들과 클럽에 가지만 해미만 클럽의 분위기에 취해 춤을 출 뿐, 그러한 공간이 불편한 종수는 이내 클럽에서 나와 혼자 돌아가고 만다.
며칠 뒤 종수가 아버지의 집에서 동요 '어린 송아지'를 흐느끼고 절규하듯이 부르며 송아지를 관리하고 있을 무렵[13] 종수는 해미에게서 ‘벤과 너희 집으로 간다’는 연락을 받는다. 곧 해미와 벤이 포르쉐를 타고 종수의 집으로 도착한다. 해미는 종수의 집 앞에 펼쳐진 파주의 풍경을 둘러보며 "내가 어릴 적 우물에 빠졌는데, 종수가 구해주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종수는 이 사실을 대꾸를 하지 않고, 해미는 이를 잊은 종수에게 서운함을 표현한다. 세 사람은 종수 집 마당에 모여 벤이 사온 와인과 샌드위치를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분위기가 익어가자 셋은 대마를 하며 노을 지는 풍경을 본다. 벤은 차로 가서 노래를 틀고, 약에 취한 해미는 상반신을 탈의한 다음 손으로 새 모양을 만들더니 뒤이어 아프리카 부족 마냥 춤을 추고, 노래가 끝난 후 울먹인다. 시간이 지나고 해미가 잠에 들자 벤과 종수는 함께 집 안으로 해미를 옮기는데, 벤은 낄낄대고 종수는 잠든 해미에게 이불을 덮어주면서 해미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저녁이 깊어지고, 종수는 대마에 취한 기운을 빌어 벤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분노조절장애이며 어릴 적 어머니의 옷을 태워야만 했던 개인사를 씁쓸하게 털어 놓고 아직도 그때 꿈을 꾼다는 얘기를 한다.[14] 그리고 벤은 종수에게 자신의 비밀스런 취미를 말하는데, 낡고 오래되어 쓸모없어진 비닐하우스에 석유를 뿌리고 성냥불을 던져 방화한다면서, 자신은 비닐하우스가 불타는 모습을 보면 가슴 속에 뼛속까지 울리는 베이스가 느껴진다는 말을 한다. 이에 종수는 '낡고 쓸모없다'는 것의 판단은 벤이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지만, 벤은 자신은 판단 같은 걸 하지 않는다고 할 뿐이다. 또한 벤은 "내가 진짜 여기 온 이유는 사전 답사를 위해서였다"며, 곧 종수의 집 근처에 있는 비닐하우스를 방화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인다.[15] 종수는 벤의 고백에 불편함을 느끼며, "나는 해미를 사랑하고 있다"고 나지막히 얘기하지만 벤은 그저 웃을 뿐이다. 그런 벤의 비웃는 듯한 반응에 울컥한 종수는 벤에게 욕설과 함께 다시 한번 "나는 해미를 사랑하고 있다"고 공격적인 태도로 쏘아붙인다. 마침 그때 잠에서 깬 해미가 나타나고, 벤과 해미는 떠나려 한다. 해미에 대한 애정과 벤에 대한 적대감(혹은 열등감)을 느끼는 종수는 해미에게 ‘남자 앞에서 옷 벗고 춤추는 건 창녀나 하는 짓이다’며 상처가 될 말을 내뱉어 버린다. 속이 상한 해미는 벤의 차를 타고 떠나는데, 그것이 종수가 본 해미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리고 그날 밤 종수는 꿈을 꾸는데, 비닐하우스가 활활 타고 있고 어린 모습의 종수가 상의를 벗은 채로 그걸 바라보고 있었다.[16]
다음날 아침 종수는 지난 밤의 술자리를 정리하다가 벤이 남겨두고 간 라이터를 발견한다. 종수는 물류창고 같은 곳에 일하러 갔다가 대기시간 중에 해미에게 전화를 하지만 해미는 종수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후 작업반장이 지원자들을 모아놓고 이들의 이름대신 번호를 부르며 (출퇴근 때문에) 어디 사냐고 차례로 묻는다. 종수는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갑자기 아무 말 없이 작업장을 빠져나가고, 작업반장은 그런 종수에 관심 없다는 듯 이내 다음 사람에게 어디 사냐고 묻는다. 작업장을 빠져나온 종수는 트럭을 타고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비닐하우스들의 위치를 확인한다. 이 와중에 해미 번호로 전화가 와서 종수가 받으나, 해미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웬 남자들의 목소리와 지퍼 잠그는 소리, 무언가를 떨어뜨리는 소리와 누군가 뛰어가는 소리가 연달아 짧게 들리며 전화가 끊겨 버린다. 종수는 해미의 집에 갔으나,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어서 별 수 없이 집을 나온다. 파주 집으로 돌아온 종수는 밤중에 지도에 주변 비닐하우스들의 위치를 표시하며 다시 해미에게 전화를 걸지만 해미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다음날 새벽부터 종수는 벤이 방화한 비닐하우스를 알아내기 위해 집 근처에 있는 비닐하우스들 주변을 새벽마다 돌지만 모두 멀쩡하다. 종수는 다시 해미에게 전화를 걸지만 이 때부터는 전화의 전원이 아예 꺼져있다는 음성이 나온다.
종수는 해미의 집에 재방문해 시끄럽게 문을 두들기고 소리를 들은 집주인이 계단을 걸어 올라온다. 종수는 집주인에게 "고양이 밥 줘야 한다"는 핑계로 해미 집에 들어가려 하지만, 집주인은 "여기서는 고양이를 못 키운다"고 말한다. 결국 집주인의 마스터키를 써서 들어온 집에 들어오지만, 집에는 고양이는커녕 사료도 배설물도 없다. 또한 종수는 평소와 달리 해미의 집이 아주 깨끗하게 각잡혀 정돈되어 있다는 것을 불현듯 느끼고는 미심쩍은 듯한 표정을 한다. 집주인이 "여행이라도 간 것 아니냐."고 묻지만, 종수가 문을 연 화장실 옆 창고에는 해미의 핑크색 수트케이스가 놓여있는 모습이 보여진다. 종수는 해미의 내레이터 동료를 찾아가는데 이 동료는 자신도 며칠 전부터 해미와 연락이 안 됐다며 '너무 많은 카드 빚을 지면 갑자기 도망치기도 한다'고 얘기해주고, 사람들이 여자한테 이래도 뭐라 하고 저래도 뭐라 한다면서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17] 종수는 또 해미가 다녔던 팬터마임 학원도 방문하는데 마찬가지로 해미가 잠적했다는 걸 확인할 뿐이었다.[18] 그 뒤로도 종수는 강박적으로 집 주위 마을을 뛰어다니며 불태워진 비닐하우스가 있는지 확인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이때 종수는 비닐하우스의 안을 들여다보거나 실제로 들어가보지만 텅 비어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번은 호기심으로 비닐하우스 한쪽 부분에 라이터를 대어 불이 붙는지 확인해 보기도 한다.
결국 종수는 트럭을 타고 벤의 차를 미행하기 시작한다. 벤의 차가 카페에서 멈추자, 종수는 우연을 가장한 채 카페에 들어간 다음 벤에게 비닐하우스에 대해 묻는다.[19] 그가 ‘이미 태웠다‘고 하자, 종수는 "우리 집 주변에 탄 비닐하우스는 없었다"고 반박하지만, 벤은 '대상이 너무 가까이 있으면 모를 수도 있다'며 웃는다. 이때 벤의 새로운 여자친구로 보이는 연주가 카페에 오면서 벤은 연주와 함께 카페를 떠난다. 종수는 나가는 벤에게 해미의 행방을 묻지만 벤은 자기도 연락이 안 된다며 웃으면서 "해미는 그냥... 연기처럼 사라졌어요"라는 모호한 말을 한다. 벤은 해미가 종수를 특별하게 생각했고 그 사실에 자신이 생애 처음으로 질투를 느꼈다는 또다른 모호한 말을 종수에게 남기고는 연주와 함께 차를 타고 가버린다. 종수는 식당을 하는 해미의 어머니와 언니도 만나는데, 언니는 해미가 보내서 온 거 아니냐며 '카드빚 다 갚기 전에는 집에 들어올 생각 말라'고 전하라고 한다. 종수는 해미에게서 들은 ‘우물 이야기’ 얘기를 꺼내는데, 모녀는 해미가 그런 얘기는 우리한테 해준 적이 없고 애초에 집 옆에 우물이 없었다며 "해미가 거짓말을 잘한다"고 말한다. 종수는 동네 이장을 찾아가 동네에 우물이 있었냐고 묻지만 이장 역시 우물이 없었다고 답하자 종수는 탄식한다.
종수는 지속적으로 벤을 미행한다. 벤은 헬스클럽을 다니거나[20] 부모님과 성당에 나가거나[21], 미술품들이 걸린 갤러리 옆의 고급 레스토랑에서[22] 가족들과 화기애애하게 식사하는 등 종수와 너무나도 대비되는 여유로운 일상을 누린다. 종수는 그런 벤의 모습을 계속 지켜본다. 그러다 한 시골길에서 벤의 차를 미행하는 도중, 벤의 차가 갑자기 속력을 내어 종수의 시야 너머로 사라지고 만다. 겨우 구석진 산속으로 들어가는 벤의 차를 따라잡은 종수는, 오히려 벤의 차에 의해 역추격을 당하는 듯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23] 가까스로 벤의 차를 따돌리는 데에 성공한 뒤, 종수는 트럭에서 나와 몸을 웅크리며 언덕 위에 멈춘 벤의 차로 다가가지만, 벤은 차 반대편에서 저수지를 보며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24]
다음 날, 잠에서 깬 종수는 또 다시 집에 걸려온 전화를 받는데, 어렸을 적 자기를 버리고 도망친 어머니의 전화다. 종수는 어머니와 카페에서 만난다. 어머니는 16년 만에 다시 만난 아들 종수에게 반가움보다는 "급전이 필요하다"는 뉘앙스를 은근히 내보이고[25], 종수는 한숨을 쉬며 그런 어머니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종수는 어머니에게 마을 우물에 대해 다시 한번 물어보는데, 해미의 어머니와 해미의 언니의 말과는 다르게, 종수의 어머니는 "마을에 우물이 있었다"고 한다.
벤을 계속 미행하던 종수는 벤의 집 앞에서 트럭을 탄 채 기다린다.[26] 그러다 종수는 벤에게 그 사실을 들키고[27] 종수는 해미에 대해 할 말이 있어서 왔다고 둘러댄다. 벤은 웃으며 종수를 자신의 집에서 열리는 포틀럭 파티에 초대한다. 종수는 벤의 집 안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전에 왔을 때는 없었던 고양이를 발견한다.[28] 벤은 종수에게 무슨 소설을 쓰냐고 묻고, 종수는 '이 세상이 수수께끼 같아서 아직까지 무슨 소설을 써야 될 지 모르겠다'고 답한다. 또한 전에 화장실에서 보았던 위화감을 준 서랍 안에, 자신이 해미에게 준 핑크색 손목시계와 같은 모델의 시계가 들어있는 것 역시 발견한다.[29]
그때 벤의 집에 연주가 방문하고 현관문을 연 사이 고양이가 탈출해버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벤과 연주, 종수가 주차장으로 내려와 고양이를 찾는데 종수는 주차장 구석에 숨은 고양이를 발견한다. 겁에 질린 고양이는 종수가 '야옹아, 고양아'라고 불러도 대답하지 않다가, 종수가 '보일아'라고 부르자 다가와 종수의 품에 안긴다. 연주는 종수가 찾은 고양이가 귀엽다며 고양이를 받아 껴안는데, 종수는 해미의 실종에 벤이 연관되어있음을 확신한 듯한 표정을 짓고 벤을 쳐다본다. 벤의 친구들이 때마침 차를 타고 벤의 집에 오는데, 벤이 새로 사귄 여자 연주도 해미처럼 벤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자신의 여행 얘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종수는 기시감을 느끼고, 더욱이 벤이 이전처럼 지루한 듯 하품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불편함을 느낀 종수는 벤의 집을 빠져 나오지만, 벤은 주차장까지 따라와 조금 더 어울리다 가라고 한다. 벤이 '해미에 대해 할 말이 있어서 왔다고 하지 않았냐'고 묻자 종수는 얘기 안 해도 될 거 같다고 답한다. 이에 벤은 "종수씨는 너무 진지한 거 같애. 진지하면 재미없어요"리면서 종수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베이스를 느껴야 돼요. 뼈속에서부터 그게 좀 울려줘야... 그게 살아있는 거지"라는 모호한 말을 한다. 종수는 말없이 트럭을 타고 벤을 떠난다.
종수 아버지의 재판은 재판장에게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 받으면서 종결난다. 종수는 암컷 송아지를 팔고, 다시 새벽에 마을을 뛰어다닌다. 종수는 비어있는 해미의 집에서 자위행위를 하지만, 지난 몇 번과는 다르게 남산타워를 보지 않고 창문을 등진 채 침대에 누워서 자위를 한다. 이때 마치 종수의 상상처럼 해미가 나타나 뒤에서 핸드잡을 해주는데, 자위가 끝나자 해미는 없고 종수 홀로 누워있다. 종수는 그녀의 집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30]
시간이 흐르고, 벤은 자기 집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렌즈를 착용하고 (종수가 이전에 화장실에서 보았던) 여성용 화장 세트를 들고 나와 연주의 얼굴에 화장을 한다.[31] 이후 벤은 주변에 비닐하우스가 많은 곳에 포르쉐를 타고 와서 종수를 기다린다. 종수가 벤에게 '해미를 찾았으니 같이 만나자'고 거짓말로 연락한 듯한데, 뒤늦게 트럭을 타고 나타난 종수는 벤을 칼[32]로 몇 번이나 찌른다. 벤은 포르쉐로 도망가지만 뒤쫓아온 종수가 다시 칼로 찌르고, 벤은 황망한 표정으로 종수를 바라보며 껴안은 채 죽는다. 종수는 벤의 시체를 그의 포르쉐 운전석으로 밀어넣고 트럭 뒤에서 기름통을 가져오다 구토를 한다. 때마침 멀리서 트럭이 다가오자 종수는 벤의 시체가 보일까봐 운전석에 바싹 붙고, 트럭은 그냥 지나간다.[33] 종수는 포르쉐의 안팎에 기름을 뿌리고 벤의 피가 묻은 자신의 옷들을 전부 벗어 같이 넣고 라이터[34]로 방화한다.[35] 알몸이 된 종수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트럭을 타고 살인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오는 장면과 함께 영화는 완전히 끝이 난다.
[1]
종수가 못 알아보자 해미는 자신이 성형을 했다고 말한다.
[2]
귤을 까먹는 팬터마임을 하며, 귤이 없지만 귤이 없다는 사실을 잊으면 자신은 언제나 귤을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3]
"고양이는 살던 곳을 옮기면 안 된다"며 해미의 집에 와서 돌봐 달라고 한다.
[4]
이 누나는 작중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이후 해미의 어머니와 언니를 만났을 때 결혼해서 애도 있다고 종수가 잠깐 언급하는 정도.
[5]
보일러 근처에 버려진 걸 발견해서 보일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6]
카메라 워크 등을 보면 아름답고 에로틱하다기보다는 상당히 건조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7]
해미와 벤이 귀국하기 위해 있던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둘은 3일 동안 공항에 갇히게 되고 한국인은 둘밖에 없던지라 자연스레 친해졌다고 한다.
[8]
정확한 차종은
포르쉐 911 카레라 S이다. 벤의 차는 벤의 지인이 운전해 운반해 주고 곱창집으로 들어와 차키를 건네주었다.
[9]
동네 이장은 종수가 쓴 탄원서를 읽으면서 '정다운 이웃'이라고 쓴 문장을 두고 종수의 아버지가 솔직히 정다운 이웃은 아니었다고 하면서도 종수가 글을 잘 쓴다고 칭찬한다. 이는 종수도 어느 정도 허구를 만들어 낼 줄 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10]
종수에게 벤은 해미가 종수를 보고 싶어했다고 하고, 해미는 벤이 종수를 부르자고 했다며 서로 엇갈리는 말을 한다.
[11]
잘 보면 장신구 중 어떤 여성의 이름이 새겨진 장신구도 있다.
[12]
하품을 하던 벤은 종수와 눈이 마주치지만, 벤은 조용히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을 뿐이다. 이 상황에서 위화감을 느낄 수 있는데 해미의 말에 따르면 벤이 그녀를 만나는 건 그녀에게 흥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벤은 해미에게 예의바른 미소만 짓고 그녀를 위해 뭔가 해줄 뿐 딱히 관심을 보이진 않는다. 여기서도 해미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13]
수많은 청년들로 빽빽하고 화려한 조명이 펼쳐지는 시끄러운 클럽 장면에서 바로 종수 홀로 마굿간을 청소하는 장면이 이어져 나와 굉장한 괴리감을 느끼게 해준다.
[14]
종수는 표현에 소극적이지만 아버지처럼 분노가 내재된 인물임을 암시하고, 이미 무언가 태운 경험이 있다는 사실은 결말의 종수의 행동과 일맥상통한다.
[15]
벤은 직접 메타포를 운운하며 은유를 사용해 말하기 때문에 비닐하우스가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해석이 다양하다.
[16]
이 종수의 꿈 장면은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이 하나도 없이 완전한 무음으로 나온다.
[17]
이 때 종수는 그 내레이터 동료가 자신이 경품으로 받고 해미에게 준 것과 같은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 걸 본다.
[18]
이 장면에서 수강생들은 마치 얼굴에 있는 가면을 벗겨내는 듯한 동작들을 한다. 이 동작들이 종수와 한 앵글에 비춰지면서 가면을 벗어내는 것은 종수가 될 수 있다는 암시를 준다.
[19]
벤은 카페에서 종수가 좋아한다던 윌리엄 포크너의 책을 읽고 있었다.
[20]
벤은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던 중 창밖으로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종수의 존재를 눈치챈 듯하다.
[21]
서초동성당에서 촬영했는데 부유층 거주지에 위치한 성당이고 천주교 교적관리체계상 실제 출석하는 신도들도 대부분 여유있는 계층인 곳이다.
[22]
그 중 종수가 유심히 바라보는 그림은 화가
임옥상의 <삼계화택 - 불>로,
용산 참사를 표현한 그림이다.
[23]
벤이 눈치를 챈건지 아닌건지는 영화 속에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24]
저수지를 바라보는 벤의 뒤로 웅크리고 있던 종수가 서서히 일어나는 화면에서 갑자기 장면 전환이 이뤄져 그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게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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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종수의 어머니는 오랜만의 만난 아들과의 대화에도 집중하지 않고, 시종일관 누군가와
카톡을 하며 히히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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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순찰하던 경찰이 벤의 동네와는 어울리지 않는 종수의 낡은 트럭을 보고 이상하게 쳐다보고, 종수도 긴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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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있냐는 벤의 전화에 우물쭈물하는데 벤이 갑자기 나타나 트럭 창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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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은 주인 없는 고양이인데 예쁘게 생겨서 데려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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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수의 시각에서는 서랍 속 시계가 해미의 것으로 보이지만, 영화는 그 이전에 해미의 내레이터 동료도 같은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음을 보여주며 그 손목시계가 흔해 빠진 물건임을 보여주며 시계의 의미를 희석한다. 서랍 속 시계가 해미의 시계란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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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수는 벤과의 대화에서 "세상이 수수께끼 같아 소설을 쓸 수 없다"고 했다. 그런 그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은, 자기 현실 속 수수께끼에 대한 자신의 답을 내놓았고 이제 행동을 취할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고양이를 보일로 부르는 행동을 취함으로써 현실을 확정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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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극 중 처음으로 종수가 아닌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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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 종수가 파주 고향집 아버지의 비밀 보관함에서 발견한 단검 중 하나인 것으로 추측된다. 같은 단검이 아니더라도, 세상에 대한 아버지의 분노가 종수의 분노로 전이된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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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살인 시퀀스에서 이창동의 데뷔작
초록물고기에서의 막동이 살인 시퀀스가 새롭게 변주된다. 다급하고 어설프고 얼떨떨한 살인과 살인 도중에 나타나는 제3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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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이 종수의 집에 방문한 후 놓고 간 라이터와 같은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벤의 물건으로 벤을 태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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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벤이 비닐하우스를 불태울 때 기름을 뿌린다고 언급한 것, 해미가 옷을 벗고 춤을 춘 것, 종수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옷을 불태운 것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