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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6-27 23:33:09

로마 모자 미스터리

The Roman Hat Mystery
1. 작품개요2. 등장인물
2.1. 희생자2.2. 관객들2.3. 로마 극장 배우 및 관계자2.4. 피살자 쪽 사람들2.5. 아이프스 포프 가(家)2.6. 형사들 및 기타 사람들
3. 줄거리4. 해설

1. 작품개요

192X년 9월 24일 월요일 저녁 브로드웨이의 로마극장. 인기리에 공연 중인 연극 <건플레이>의 2막이 끝날 무렵 좌측 LL32번 좌석에서 앉은 채로 독살된 시체가 발견된다. 그런데 사건현장에서 독특한 의문점 하나가 생긴다. 죽은 자가 갖고 있어야 할 그의 모자가 극장 안 그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엘러리 퀸 시리즈 최초의 작품이다. 사촌지간이던 프레더릭 다네이와 만프레드 리 두 사람은 당시 S. S. 반 다인의 성공에 '우리들도 추리소설이나 써볼까?'하고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맥클루어스 잡지사의 소설공모전에 가명이자 소설의 주인공인 '엘러리 퀸'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해서 1등으로 당선되었으나 그만 잡지사가 파산해버렸다. 이후 소설을 출판할 출판사를 찾지 못하고 콤비가 그대로 공중분해 될 찰나, 다행히 스토크스 출판사가 이 작품을 출판하게 되고, 그렇게 1929년 엘러리 퀸의 첫 소설 '로마 모자 미스터리'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소설의 제목인 로마 모자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인 '로마 극장'과 사건에 핵심 단추인 '모자'를 뜻한다.

소설에서 모자 추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드레스 코드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현대의 독자들은 모자라고 하면 야구 모자(Cap)와 같이 유행하는 캐주얼한 모자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신사들은 정장과 함께 크고 단단한 모자인 실크 햇을 쓰는 것이 유행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자 또한 실크 햇이다.

2. 등장인물

2.1. 희생자

2.2. 관객들

2.3. 로마 극장 배우 및 관계자

2.4. 피살자 쪽 사람들

2.5. 아이프스 포프 가(家)

2.6. 형사들 및 기타 사람들

그리고, 뉴욕 경시청 경감. 몬테 필드 사건은 전두지휘한다. 우리의 탐정.

3.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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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X년 9월 24일 월요일 저녁 브로드웨이의 로마 극장. 인기리에 공연 중인 연극 <건플레이>의 2막이 끝날 무렵 좌측 LL32번 좌석에서 앉은 채로 독살된 시체가 발견된다. 시체는 몬테 필드라는 변호사로, 겉으로는 바른생활 사나이였으나 실상은 암흑가의 거대 조직 곁에서 부당거래를 일삼은 인물이었다.

필드의 시체를 조사하던 퀸 경감은 그의 자리 그 어디에도 그의 모자가 없음을 확인한다. 관객들을 몸수색하지만, 모자를 숨긴 사람은 없었다. 또한 극장을 폐쇄시킨 후 극장 안을 꼼꼼히 살펴보지만, 역시 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엘러리가 건축 전문가에게 물었지만, 수상한 비밀통로는 없다고 듣는다. 엘러리가 말하길 이잡듯이 수색했지만 모자를 찾지 못했으므로, 모자는 분명 살인이 일어난 밤 극장 안을 빠져나갔다고 주장한다.

유력한 용의자로 변호사 벤저민 모건이 떠오른다. 그는 필드가 있던 그 연극을 관람했으며, 극장의 초대장을 받고 왔다고 했지만, 홍보 담당자는 이를 부인함으로서 수세에 몰린다. 또한 그가 몇년 전 필드와의 동업을 끊을 때 성난 목소리로 죽이겠다고 말한 것 역시 드러난다.

프랜시스 아이브스 포프 역시 용의자로 떠오른다. 그녀의 핸드백이 죽은 필드의 주머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허나 그녀는 1막이 끝나고 만취한 남자가 접근했으며, 그때쯤 핸드백을 잃어버린 것 같은데, 그 때 그 수상한 남자가 필드였던 것 같다고 주장한다.

모건은 이후 밝히기를 필드가 자신의 약점을 잡고 협박했으며, 약점이 담긴 서류를 50000불에 살 것을 요구했다고 했다. 그는 돈을 주고 필드와 연을 끊으려 했지만, 필드가 또다시 협박하는 바람에 죽이겠다고 큰소리로 외쳤다고 주장했다.

죽은 필드의 집에서는 주목할만한 것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수차례 수색 끝에 엘러리가 침대 캐노피 천장 위를 조사할 것을 제안하고 그제서야 필드의 모자 여러 개가 등장한다. 모자의 용도는 그제서야 알게 된다. 필드는 상대의 약점이 담긴 서류를 자신의 모자 안감 속에 숨겨두었던 것이다. 모자들 중 암흑가와 연계된 서류가 나오면서 부당거래 수사는 전진되고, 특히 벤저민 모건의 이름이 적힌 모자가 발견되면서 모건의 말이 사실임이 확인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수사는 난관에 부딪친다. 죽은 필드에게 사용된 약물은 테트라에틸납으로, 당시 널리 쓰이던 유연휘발유[1]를 증류시키는 방법으로 누구든지 추출할 수 있는 독극물이었다. 또한 살인 자체를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므로 대략의 용의자를 짐작했던 퀸 부자는 막다른 길에 부딪치게 된다.

엘러리는 여행을 떠나고 퀸 경감은 심증만 있는 범인을 잡지 못해 고민하지만, 여행 간 엘러리가 보낸 편지를 보고 약간의 함정수사를 시작한다. 그는 필드의 비서 마이클스를 불러 일종의 협박 편지를 용의자에게 보내게 한다. 협박 편지의 장소와 시간에 실제로 용의자가 등장하고 또다시 테트라에틸납을 이용하여 살인을 하려던 찰나 잠복하던 경찰이 그를 붙잡고 사건이 종결된다.

===# 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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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극장에서 몬테 필드를 죽이고 그의 모자를 가지고 간 사람은 배우 스티븐 배리였다.

엘러리의 추론 과정은 다음과 같다.

필드의 집과 법률사무에서 발견된 필적감정서 등을 볼 때 필드는 협박 내용의 진짜 서류 대신 가짜 서류를 직접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범행 동기는 벤저민 모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필드의 협박 때문일 것이고, 진짜 서류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멀쩡한 모자가 사라진 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모자로 인해 범인의 신원이 드러나거나, 둘째는 모자 안에 범인이 필요한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용의주도한 범인이 매우 비상식적으로 모자를 들고갈 이유가 없다. 실제로 필드는 모자 안감 안에 협박 서류를 숨겨놓았고, 그 모자 안쪽의 가죽 밴드에 협박할 인물의 이름을 적어놓았다. 이는 벤저민 모건의 이름이 적힌 필드의 모자가 발견됨에 따라 증명된다.
그렇다면 모자는 어떻게 사라진 것인가? 당시 극장 안은 일종의 밀실 상태였고 모자를 가진 여성, 혹은 모자를 2개 가진 남성은 몸수색에서 없었으므로, 범인은 몸수색 당시 본인의 모자를 극장에 두고 필드의 모자를 제것인 양 쓰고 나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극장 안에 모자를 두어도 의심받지 않는 극장 관계자가 용의자로 떠오른다.

극장 안에서 수상한 실크모자는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범인의 모자는 상식적으로 당연히 극장에 있는 그런 종류의 모자여야 한다. 극장 안에는 분장실이 있고, 배우들이 쓰는 의상에 포함된 모자라면 가능하다. 따라서 모자가 어울리는 정장, 혹은 외출복 차림의 극장 관계자, 특히 남자. 분장실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범인이다. 지배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모자가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었다. 지배인 루이스 팬저는 대단한 소두였기 때문에 필드의 모자를 쓰면 금방 들통이 난다.(실제로 팬저는 중산모를 쓰고 나갔기 때문에 제외된다.) 배우들 중 실크 모자가 어울리는 차림을 한 사람은 프랜시스 아이브스 포프의 약혼자 스티븐 배리밖에 없었다.

실제로 퀸 부자가 연극 <건플레이>를 관람했을 때 연극의 2막 당시 스티븐 배리의 역은 무대 바깥에 있는 시간이 있음이 밝혀졌다. 분장실을 돌아 무대 뒤로 살금살금 들어오면 당시 관객석 맨 뒷좌석에 있는 필드와 만날 시간이 됐던 것이다.

스티븐 배리가 필드를 죽인 동기는 필드의 협박 때문이었다. 명문가 아이브스 포프의 딸과 결혼하려던 그를 필드는 흑인 혼혈이라는 약점을 잡고 협박했고, 돈 씀씀이가 헤펐던 배리는 모건과 달리 살인을 계획했던 것이다. 필드를 극장으로 부른 이유는 관객이 범인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트릭이었다. 벤저민 모건의 초대장 역시 배리의 술수였다. 모건과 필드가 싸웠다는 것을 들은 배리가 함정을 파기 위해 그에게 가짜 초대장을 보낸 것이다.

아이브스 포프의 핸드백이 나온 것은 우연이었다. 친구들의 연극을 보기 위해 로마 극장에 온 프랜시스 아이브스 포프를 알아본 필드가 현재 협박하는 배리와의 연관성도 있고해서 술에 취한 채로 그녀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이후 대화할 건수를 잡기 위해 그녀가 실수로 잃어버린 핸드백을 가진 것으로 사료된다.

4. 해설

1차 세계 대전을 전후한 바로 그 시기는 미스터리의 주도권이 영국과 미국을 넘나들던 시절이었다. 근대적 의미의 최초 미스터리는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에드거 앨런 포), 장르의 기반을 다진 화려한 성공은 주로 영국에 있었다( 아서 코난 도일을 위시한 작가군). 수세에 몰린 미국을 구원한 건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라는 한 미술 평론가였다. 그가 바로 S. S. 밴 다인이다. 밴 다인의 초기 네 작품(《벤슨 살인 사건》 《카나리아 살인 사건》 《그린 살인 사건》 《비숍 살인 사건》)은 당시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다. 딱딱한 문장과 장황한 주석 그리고 한없이 현학적인 탐정까지 등장해 비록 후대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지만, 밴 다인의 이 초기 작품들은 퍼즐 미스터리의 틀을 완벽하게 제시했다.

불가해한 사건을 논리로 해결하는 지적 쾌감, 왠지 멋져 보이는 현학적인 스타일 그리고 밴 다인의 엄청난 성공은 뉴욕에 사는 두 사촌 형제를 자극했다. 유태계 이민의 후손으로 브루클린 주거 지역에 이웃해 살던 프레더릭 다네이와 만프레드 리는 시끌벅적한 뉴욕의 삶에 어느 정도 적응하던 때였다. 소년 시절 잠시 떨어져 살았던 그들은 광고 회사의 카피라이터 겸 미술 감독(다네이)과 영화사의 카피라이터(리)로 다시 만났다. 업종도 회사 위치도 비슷한 터라 그들은 매일 점심을 함께했고 다양한 화제를 나눴다. 그중 한 화제가 공동으로 쓰는 탐정소설이었다. 둘 모두 어린 시절 셜록 홈스에 빠졌고 당시는 혜성처럼 등장한 밴 다인의 전성시대였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1928년 <맥클루어스McClure’s> 잡지의 소설 공모가 두 사촌 형제의 계획을 현실로 만들었다. 프레더릭 A. 스토크스 출판사가 공동으로 후원한 이 공모전의 1등 상금은 7,500달러였다. 지적인 다네이가 아이디어와 플롯을 짜고 현실 감각이 있는 리가 소설을 구체화하는 역사적인 공동 작업이 시작됐다. 그들이 구상한 탐정소설의 주인공, 즉 탐정의 이름은 ‘ 엘러리 퀸’이었다. ‘윌버 씨’나 ‘제임스 그리펜’ 같은 후보가 있긴 했지만, 고심 끝에 이 리드미컬한 이름을 골랐다. 두 사촌 형제는 탐정은 기억되지만 작가는 쉽게 잊히는 문제를 감안해 영리하게도 작가의 이름도 ‘엘러리 퀸’으로 결정했다. 저자이자, 작중에서 탐정이며 작가이기도 한 ‘엘러리 퀸’은 이렇게 탄생했다.

두 사촌 형제는 석 달 이상을 소설 집필에 몰두했고,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1등 당선’이라는 소식을 듣기에 이른다. 낭보에 들뜬 그들은 직장을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물론, 작은 기념품으로 던힐 파이프를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맥클루어스 잡지사가 파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다. 잡지사의 상속자는 다른 사람에게 1등을 수여했고(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로, 우리에겐 MBTI를 개발한 심리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덩달아 대공황도 시작됐다. 엘러리 퀸의 첫 작품은 1929년 출간됐으나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꿈은 잠시 접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직장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당혹스러운 일을 겪긴 했지만 엘러리 퀸의 후속작들은 거듭 성공했고 그들은 마침내 미스터리만을 쓰는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로마 모자 미스터리》는 엘러리 퀸의 첫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엄격한 형식에 얽매인 퍼즐 미스터리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엘러리 퀸 1기 작품의 시작이기도 하다. 앞에서 언급했듯, 엘러리 퀸의 시작은 밴 다인의 직접적인 영향하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로마 모자 미스터리》는 밴 다인의 작품과 많이 닮아 있다. 엘러리 퀸의 1기 작품군은 후에 ‘국명 시리즈’라고 불리는데 이 작품들은 ‘국명 형용사+명사+미스터리’라는 제목의 규칙성을 가지고 있다. 밴 다인의 경우, 훗날 깨지긴 하지만 ‘여섯 글자+murder case’라는 규칙으로 전개됐다.

탐정 역할을 맡고 있는 엘러리 퀸 또한 밴 다인의 파일로 밴스와 유사하다. 파일로 밴스는 조각 같은 외모는 물론 180센티미터가 넘는 당당한 체격의 소유자이며, 포커의 명수이자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예술애호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숙모에게 받은 넉넉한 재산까지……. 라틴어 비유를 잊지 않는 이 우월한 ‘스펙’의 탐정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엘러리 퀸은 또 어떤가. 하버드 출신, 동서고금의 지식에 밝고 애서가이며 미스터리 작가이기도 하다. 걷는 모습이 늠름하게 느껴질 정도의 당당한 체격이지만 코 위에 얹은 안경 덕에 학자에 가까운 지적인 모습이다. 그리스 신화 비유를 잊지 않는 연역 추리에 능한 순수한 이론가이다. 또 그 역시 외삼촌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있다. 파일로 밴스는 왓슨 역을 담당한 마크햄 검사 덕에 자유롭게 수사에 임하고 엘러리 퀸은 아버지 덕에 경찰 수사를 함께할 수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하지만 《로마 모자 미스터리》와 밴 다인의 작품에는 확실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엘러리 퀸 1기 작품군의 백미로 꼽히는, 훗날 수많은 후배 작가들이 흉내 낸 ‘독자에의 도전’이다. 독자와의 공정한 게임을 위해 엘러리 퀸은 다양한 장치를 준비한다. 먼저 탐정의 경이로움을 돋보이게 하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을 과감히 배제한다. 《로마 모자 미스터리》의 왓슨은 J. J. 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중 탐정인 엘러리 퀸의 원고를 소개하는 데 그친다. 이런 복잡한 이중 설정은 3인칭 시점을 선택해 ‘게임’을 하기 위한 것이다. 또 각종 도면과 단서는 물론이고 등장인물 소개에서도 독자에게 ‘게임에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챕터의 간략한 설명(이 또한 일본의 쓰즈키 미치오를 비롯해 많은 후배 작가가 따라한 장치이다.)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해석된다.


《로마 모자 미스터리》는 유려한 현대 작품에 비해 용의자와 증거를 따라 움직이는 전개를 택하고 있어, 복잡해 보이지만 구성 자체는 단순하다. 제목의 기발함을 살리기 위해 다소 무리한 부분도 찾을 수 있으며 시대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동기는 여전히 설득력이 부족한 편이다. 무엇보다 수수께끼와 그것을 숨기는 기교에 집착해 경직된 느낌을 준다. 인간의 본성에까지 닿아 있는 전성기 작품에 비하면 당연히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엘러리 퀸은 《로마 모자 미스터리》에서 공정한 퍼즐 미스터리의 전형을 선보이고 있다. 신의 능력을 지닌 슈퍼 탐정의 뒤통수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공정한 게임을 제시한 것이다. 덕분에 사건은 더 생생하고 수수께끼는 더 난해하며 해결은 더 극적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세심한 각종 장치들은 훗날 수많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로마 모자 미스터리》로 시작된 국명 시리즈는 두 번째 작품 《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로 이어진다. 두 사촌 형제가 직장을 관두고 전업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 작품으로, 탄탄한 논리와 수수께끼를 감추는 현란한 기교가 더욱 발전된 형태로 펼쳐진다.


[1] 휘발유에 테트라에틸납을 섞은 유연휘발유 노킹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1923년에 화학자 토머스 미즐리가 발명했다. 하지만 이 소설에도 나오듯, 테트라에틸납은 인체에 너무도 유독한 물질이었다. 그럼에도 테트라에틸납의 끓는점이 높아 연료에 섞는 정도로는 영향이 비교적 적다는 판단 때문에 계속 쓰였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들어서야 공기 중 테트라에틸납 농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 알려지며 환경법 등으로 사용을 제한하게 되었다. 1980년대 들어서 많은 나라들이 위법으로 정하기 시작해, 현재는 대부분 국가에서 차량 연료로서는 완전히 퇴출되었다. 다만 아직도 개인용 경비행기 등에는 소량 사용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