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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25 11:56:34

라 바야데르


1. 개요2. 상세3. 줄거리
3.1. 1막3.2. 2막3.3. 3막

1. 개요

La Bayadere[1]

발레 작품. 발레 작품들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인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무희, 장군, 왕녀, 승려의 사각관계 드라마를 그리고 있다.

2. 상세

발레의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대작이다. 캐스팅 인원도 많은 데다가, 이국적이고 화려한 무대장치 및 의상 등으로 인해 제작비도 매우 많이 소요되며, 군무 등의 난도 역시 높다. 발레계에서도 매우 까다로운 작품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 서차영 발레단이 초연을 했고, 뒤이어 유니버설발레단, 국립발레단에서도 무대에 올렸다.

스토리는 단순하고 통속적인 데다가, 지젤과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지젤을 이미 본 사람이라면 3막을 감상할 때 어딘가에서 본 데자뷰를 느낄 정도. 그러나 드라마틱한 전개와 이국적이고 화려한 무대로 인해 상당히 인기있는 작품이다. 백조의 호수나 지젤과는 달리 매우 러시아 스타일의(정확하게 소련 스타일) 발레라는 평을 받고 실제로 현재 공연되는 모든 버전의 원형은 1940년에 키로프 발레(현재는 마린스키)에서 초연한 바흐탕 차부키아니의 버젼이다. 실피드,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지젤, 코펠리아 같은 발레들이 "서유럽 스타일"의 발레라고 한다면 라 바야데르, 바흐치사라이의 샘, 사랑의 전설, 스파르타쿠스, 파리의 불꽃은 서방의 발레 스타일과 의도적으로 차별되게 만든 소련 스타일의 발레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다른 소련 스타일의 발레들과는 달리 라 바야데르는 러시아 외의 발레 팬들에게도 대중적이라고 인식이 된 덕에[2] 러시아 외에서도 많이 공연되는 인기 발레이다. 바흐치사라이의 샘이나 슈레일 같은 발레는 러시아 외에서는 공연도 안한다
러시아에서는 거의 백조의 호수 급으로 고전 대우를 받는데 아직도 러시아 컴퍼니가 아닌 이상 이 발레의 뉘앙스를 제대로 표현하는 서방의 발레 컴퍼니는 드물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등 예전 소련 위성국가들에 있는 상대적으로 작은 발레단들이 차라리 미국이나 서유럽의 유명하고 큰 발레단들보다 이 발레 특징을 잘 살려내는 편. 그도 그럴듯이 루돌프 누레예프가 프랑스로 망명 후 3막만 따로 떼어서 갈라 공연으로 선보이기 전에는 이 발레가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 현재 가장 많이 공연되는 버전은 마카로바와 누레예프의 버전이지만 가장 프티파의 원래 안무와 무대 프로덕션에 가까운 건 세르게이 비카레프의 버전이다. (2000년에 마린스키 발레가 초연) 마카로바와 누레예프의 버전의 원전인 1940년의 차부키아니 버전은 이미 1900년에 초연한 프티파 버전에서 많이 변형된 버전이었는데 비카레프는 1900년의 오리지널 프티파 안무의 원형을 그대로 재연한 것. 문제는 체부키아니 버전에 이미 익숙해진 러시아 관객들과 마린스키의 발레 무용수들/코치들은 이 버전을 맘에 들어하지 않았고[3] 몇 번 공연 후에 다시 원래 공연하던 체부키아니 버전으로 돌아갔다. 흥미롭게도 비카레프 버전은 러시아 외에서 반응이 훨씬 좋은 편이었다. 이 발레가(비카레프 버젼을 제외하고) 얼마나 구 소련 색채가 강한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일화.

한편으론 대부분 프로덕션에서 대체 국적을 알 수 없는 셋과 안무로 인해 아시아의 왜곡된 스테레오 타입으로 만든 발레라는 혹평도 듣는다.[4] 특히 마린스키나 볼쇼이의 경우 얼굴에 검은 칠, 즉 미국에서는 죄악시되는 black face를 한 코르가 등장해서 아직도 비판을 받는 중. 블랙 페이스 논란으로 욕을 엄청 먹은 덕에 이후 미국에서 공연시에는 몸에만 검은 레깅스를 입고 얼굴에는 검은 칠을 하지 않고 공연을 한다.

발레 특징상 캐릭터 댄스가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 단원수가 충분하지 않는 발레단의 경우 divertissement 몇 개를 생략하기도 한다.(pas d'action에서 가장 생략이 많이 이루어지는 편)

3. 줄거리

3.1. 1막

배경은 인도. 용맹한 장군 솔로르와 사원의 무희 니키야는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최고승려 브라민도 니키야를 사랑하여 그녀에게 고백하지만 니키야는 거절하고, 솔로르와 니키야가 신 앞에서 사랑을 맹세하는 장면을 본 브라민은 질투로 솔로르를 죽이고자 마음먹게 된다. 한편 라자 왕은 솔로르를 자신의 딸인 왕녀 감자티와 결혼시키려 하고, 솔로르는 라자 왕의 권유에 못 이겨 이를 허락한다. 브라민은 라자 왕에게 솔로르와 니키야의 관계를 말하고, 라자 왕은 솔로르가 아니라 니키야를 죽이고자 마음먹는다. 브라민과 라자 왕의 대화를 듣게 된 감자티 역시 보석으로 니키야가 솔로르를 포기하도록 회유하려다가 거절당하자 니키야를 죽이고자 한다.

3.2. 2막

솔로르와 감자티의 성대한 결혼식이 열린다. 니키야는 슬픔을 감춘 채 두 사람을 축복하기 위해 춤을 추던 중 솔로르가 보냈다는 꽃바구니를 받고 기뻐한다. 그러나 그 꽃바구니는 사실 라자 왕과 감자티가 보낸 것으로, 그 안에는 독사가 숨어 있어서 니키야는 춤을 추던 중 독사에 물리게 된다. 브라민은 니키야에게 해독제를 주면서 자신과 함께 떠나자고 제안하지만, 니키야는 해독제를 먹지 않고 죽음을 택한다.

3.3. 3막

솔로르는 니키야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며 크게 괴로워한다. 솔로르는 꿈 속에서라도 니키야를 만나기 위해 아편을 이용해 환각 상태에 빠져들고, 꿈 속 망령들의 왕국에서 니키야와 다시 재회한다. 솔로르와 니키야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스카프를 함께 든 채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볼쇼이 버전에서는 솔로르가 꿈에서 깨어 비통해하며 발레가 끝난다.

발레 프로덕션에 따라 이 3막에서 끝날 때가 있고 4막에서 솔로르와 감자티의 결혼식 중에 신전이 무너지고 전원 사망하는 권선징악의 형태로 끝나는 버전도 존재한다. (물론 그대로 끝나면 찜찜하니 신전이 다 무너지고 나서 사망한 솔로르가 니키야와 영혼으로 재회하는 걸로 끝난다. 니키야를 배신한 솔로르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프티파의 원작에서는 위에 언급한 모두사망 엔딩으로 끝났는데 소련시절 여러 번 리뉴얼되는 과정에서 이걸 빼버린 덕분에 현재에도 러시아에서는 3막으로 끝내는 게 대부분이다. 라자 왕과 감자티의 악행에 분노한 신이 신전을 붕괴시켜서 벌을 내린다는 설정이 종교를 부정했던 소련 공산주의 정권에게 거슬렸기 때문.[5] 현재 유명한 극장들 중에 4막까지 하는 곳은 나탈리아 마카로바[6]의 버전을 공연하는 미국의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가 있다.
[1] 프랑스어로 ' 인도의 무희' [2] 이건 일부 하드코어 발레 팬들이 "종교적 경험"으로 취급할 정도로 호평을 하는 3막 "망령들의 왕국"(Kingdom of Shades) 파트의 공이 크다. 이 부분만 떼어서 갈라 공연에 포함되기도 할 정도로 엄청난 팬층이 존재한다. 1, 2막 스킵하고 3막 시작하기 전 입장하는 팬들도 있을 정도. [3] 차르 시절의 화려한 무대를 재연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안무까지 1900년대 버전을 재연한지라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4] 이 또한 소련 프로덕션들의 특징인데 특히 중앙 아시아나 아랍계 국가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거의 모든 발레에 등장한다. [5] 백조의 호수도 원래는 비극 엔딩이었는데 공산당이 제동을 걸어서 러시아 발레단들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엔딩으로 바꿔서 공연해야 했다. 마린스키는 아직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버전을 공연 중이고 볼쇼이의 경우 소련 붕괴 이후 수석 안무가인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원래 원했던 오데트의 죽음으로 끝나는 버전을 공연 중이다. [6] 마린스키의 전설적인 무용가. 마카로바가 있을 당시 마린스키에서는 4막 포함 공연을 했기에 미국으로 그 버전을 그대로 들고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