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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2-09-06 15:02:00

동토의 여명/에피소드 가이드/2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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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바로가기 목록
{{{#000,#fff {{{#!folding [ 펼치기 · 접기 ] 1장
1~10 (10)
돌아온 마고 (총 10화)
2장
11~37 (27)
나르둠의 갈무리 제전 (총 27화)
3장
38~74 (37)
달바람의 혼 (총 37화)
4장
75~80 (6)
누름골 이야기 (총 6화)
}}}}}} ( 문서 / 1부 / 2부 / 3부 / ~ ) ||
네이버 웹툰 동토의 여명 2부 1장의 줄거리를 정리한 문서.

1. 00. 프롤로그2. 01. 돌아온 마고 3. 02. 돌아온 마고 2 4. 03. 돌아온 마고 3 5. 04. 돌아온 마고 4 6. 05. 돌아온 마고 5 7. 06. 돌아온 마고 6 8. 07. 돌아온 마고 7 9. 08. 돌아온 마고 8 10. 09. 돌아온 마고 9 11. 10. 돌아온 마고 10 12. 핵심 요약 및 여담

1. 00. 프롤로그

흰머리산의 대분화.

그 막강한 힘은 대지를 찢고 곳곳에 갈라진 틈을 만들었다.

이후 ''이라 이름 붙여진 괴물들은 농토를 황폐화시키고 선민들을 위협한다.

이에, 겁들을 토벌코자 출병시킨 수호군단마저 허무하게 무너지자 왕국은 도탄에 빠지고 벼랑 끝에 몰린 왕국은 최후 수단으로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전사들을 갈라진 틈으로 파견하기에 이른다.

' 비자수리'

자연의 힘을 다루는 왕국 나랑고스의 최강 전력..

그리고,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8일 간의 대혈투.

비자수리들은 겁들을 물리치고 갈라진 틈을 파괴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놈들에겐 비자수리들을 압도하는 또 다른 힘이 있었으니.

수리단장의 영웅적 희생으로 퇴로를 확보케 된 선비들은 구사일생으로 아비규환 속을 탈출한다.

그렇게 10년.

달왕 ' 아밈'은 '검의 계승자'인 ' 마고'와 함께 상처로 얼룩진 왕국을 유랑하며 어린 마고 안에 깃든 신성한 힘이 악용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한다.

오랜 유랑 생활을 마치고 왕국의 수도 나르골에 도착하게 된 마고.. 마고는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듯 선비의 길을 가고자 비자수리 양성소인 비자둥우리로 향한다.

바로 그때,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비자수리 본거지로 난입하는 겁들..

아밈은 사태의 발원지가 고대의 나라 '사나사이'임을 간파하고 으뜸선비 ' 아란'과 ''을 그곳으로 보내 진상을 파악게 한다.

설상가상, 왕국이 테라부락과의 연대를 도모코자 연례행사처럼 치르던 대회에서 두 진영은 매복해있던 겁두령의 공격을 받아 초토화되고.. 왕국은 상당수의 선비들을 잃게 됨으로써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출몰하는 겁들을 막아낼 인력이 태부족인 상황.. 실지가 줄고 있다며 아밈을 압박하던 집정자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왕국이 추방한 반역 무리 칼리그의 복귀를 천명한다.

아밈을 끝으로 나랑고스 왕국 다섯 왕의 직인이 찍힌 협정서가 통과되자 칼리그 무리는 이전의 권리를 일정 부분 되찾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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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시작합니다

2. 01. 돌아온 마고

험준한 길 위를 달려나가는 네 마리의 말들이 저 멀리 보인다.

"이랴, 이랴!"

선두로 앞서나가는 말 위에는 두 명, 그 뒤를 잇는 세 마리의 말 위에는 한 명 씩. 총 다섯 명의 선비들이 어디론가 향한다.

* * *

한편. 목책 위의 하늘에서는 휘오오오 바람이 불어온다. 경험 많은 노병은 척, 창을 들어 태세를 갖춘다. 그에 비해 젊은 병사는 긴장한 얼굴로 땀을 슥 닦으며, 두두두두, 온 땅을 울리는 커다란 소리를 마주한다. 젊은 병사는 꾸득하고 활 시위에 살을 먹인다. 하지만, 그것을 본 노병은 그를 제지한다.

"넣어 두게. 개구리 낯짝에 물 붓는 격이니.. 겁이 달래 겁이겠나. 겁나게 하니 겁이지. 지들이 불리하다 싶을 때까진 절대 물러서지 않아.."

노병은 역시 노련하다. 크르릉, 매섭게 달려오는 겁들의 무리. 기다란 몸통과 팔 다리에 녹색 눈을 가진, 시커먼 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잊지말게."

젊은 병사는 꿀꺽 침을 삼킨다. 땀이 그의 얼굴을 타고 흐른다. 겁들이 목책에 들이받기 시작한다.

"... 우린 겁도 내지만"

노병이 창을 들어올린다.

"용기도 낼 수 있는 영장이란 걸!"

힘차게 창으로 겁의 머리를 내리찍는 노병! 그를 필두로, 다른 병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수차례 창으로 겁의 머리를 찍어버린다. 하지만 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뚝. 한 병사의 창자루가 속절없이 부러지고야 만다. 설상가상, 그 틈을 타 겁 한 놈이 목책 위로 기어올라오고, 시커먼 침을 흘리며 병사들을 위협한다. 그때였다.

피웅, 날카롭게 허공을 가르며 날아온 화살.. 화살은 겁의 오른쪽 눈 부근에 박힌다. 화살은 곧바로 쿵하고 폭발을 일으킨다. 화살에 푸른 빛이 둘러진 것이며, 폭발하는 것이며 예사롭지 않다. 이는 선힘이 담긴 화살.. 즉 다시 말하자면, 선비들의 화살인 것이다..!!

다그닥 다그닥 말을 달리는 선비들의 모습이 병사들의 눈에 들어온다. 병사들이 안도하며 외친다.

"선비님! 선비님들이야!!"

선두로 앞서나가던 말이 목책 앞에 멈춰선다. 그리고 드디어 그 얼굴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들은 바로 마고 시아였다! 시아는 말 위에서 자세를 잡더니, 힘차게 도약한다. 하랑, 시우도 그 뒤를 이어, 목책 너머 겁들에게 날아든다.

하랑은 하늘에 떠서, 허리춤에 맨 선검 두 자루를 역수로 뽑아든다. 하랑은 선검을 후훙 돌려대더니, 겁 위에 안착해 그대로 꽂아버린다. 그 바람에, 겁의 녹색 체액이 흩날린다. 시우와 시아도 뒤지지 않는다. 남매는 발 끝에 선힘을 모아, 화려한 기술로 겁들을 처치한다.

한편, 쉬라가 드디어 모습을 비춘다. 쉬라는 목책 너머에 남아 활을 쏘며 원거리 지원사격을 수행한다. 선비들의 공격에 여기저기서 푸른 섬광과 폭발이 일어나고, 수많은 잔해들이 투둑 투두둑 떨어진다.

"겁들을 상대로 창을 쓸 땐 재빨리 거둬들이는 게 중요하답니다!"

쉬라는 활을 잠시 내리곤, 창자루가 부러진 병사에게 충고한다.

"그럼..!!"

쉬라가 말하자 왠 놈의 나비들이 날아와 꼬인다. 쉬라는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황급히 이동하고, 병사는 멍한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때, 그의 뒤로 한 거구가 다가온다. 거구는 병사의 뒤에서 나즈막히 말한다.

"겉보긴 깨양 같아도 도통한 선비들이디! 살고 싶음 새겨들으라야…!"

* * *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갈색 단발머리의 한 선비가 두 손을 꼭 모으고 수줍게 말을 꺼낸다. 그 옆, 청록색 단발의 선비도 얼굴이 발그스레하다.

"뭐, 잔겁 쯤이야!"

금빛의 머리칼을 가진 선비.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자만에 가득 차 대답한다. 그는 다름아닌 애드가 애기! 그는 어느덧 으뜸선비가 되어 있다.

"역시 최연소 으뜸선비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니까?! 언제나 여유와 기품이 넘치세요!"

애기는 그거로도 모자라, 기고만장하게 팔짱을 끼고선 자신을 추켜세우는 말들을 듣는다. 주위에는 수많은 무리가 모여 있다. 보아하니, 비자둥우리 내의 또래 선비들에겐 인기가 좋은 모양이다. 그때, 애기의 뒷편에서 날선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품? 기품이 넘치다 못해 아주 역류를 하지."

자신을 비꼬는 소리에 잠시 멈칫하는 애기. 그는 매서운 눈초리로 뒷편을 흘겨본다.

"저놈들은?!!"

하랑을 필두로 나타난 아이들! 애기 못지 않게 그들도 비자둥우리 내에서 유명한 듯 주변이 술렁인다. 이에 하나 더 얹어서, 한 선비는 그들을 보자마자 그들의 별명을 외쳐대기 시작한다.

"둥우리 최강 꼴통 남매!!"

버금선비 진시아와 버금선비 진시우.

"뾰족귀 마녀!!"

"그, 그렇게 부르지 마.."

버금선비 쉬라.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냉혈선장!!"

버금선비 하랑.

"기껏 잔겁 상대로 유세는.."

"저들이 바로 둥우리 최강의 문제아 군단!!"

선비는 손찌검까지 하며 동네방네 온 둥우리에 울릴 만큼 크게 외치는데..

"자, 잠깐. 나는!?"

"응?"

당황한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그, 그러게.. 넌 뭔데 쟤네들이랑 엉겨 다니냐?"

"쟤 누군지 알아?" "아니.."

애기 주위에 있던 무리들도 마고를 모르는 눈치다.. 그때.

"저 아이.."

적발의 한 선비가 기억을 더듬는다. 마고는 긴장한다.

"어디서 봤.."

머릿속을 되짚고 되짚다 기어코 마고를 기억해내는 선비. 깜짝 놀라 입을 가리고 외친다.

"맞아! 생각났어!! 선힘 수업 때 아이들을 나무로 졸라 맨 괴물"

그렇게 마지막으로.. 버금선비 마고까지. 마고는 머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인다.

"아냐.. 난 괴물이 아냐.."

"괴물? 저 녀석이? 그럴 리가.."

애기는 어이가 없는 듯하다.

"겁도 한 마리 못잡아 절절대는 녀석이? 아냐 아냐.."

"아녜요! 정말 똑똑히 봤어요! 제가.."

"아아~ 그만 됐다! 어울리는 애들 수준만 봐도 뻔하지..!!"

애기는 말을 뚝 끊어버리곤 발걸음을 옮기려 한다. 하지만 하랑도 한치 물러섬이 없다.

"정말 그럴까, 선철검을 들고도 졸때기면 으뜸님의 수준이야말로.. 뻔한 것 아닌가? 누구랑 다르게 앞가림 하난 똑바로 한다고, 마고는!"

마고를 옹호하며 애기에게 도발하는 하랑. 애기는 도발에 넘어가, 곧바로 선힘을 내뿜으며 불쾌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지금 나랑 해보잔 거냐, 버금선비?"

그 모습을 잠자코 보는 하랑.

"뭐.. 못할 것도!"

하랑은 똑같이 선힘을 내뿜는다. 둘이 내뿜은 선힘으로, 그 주변은 쿠르릉하는 굉음과 함께 빛으로 가득찬다. 애기네 무리 일원인 덩치큰 선비는 걱정하기 시작한다.

'이, 일났다..!! 하랑이는 그렇다 쳐도 애기는 이제 으뜸선비.. 징계 수위가 다르다구!!"

"애, 애기야!"

선비는 애기를 말리려 둘의 사이에 끼어든다. 하지만..

"비켜!"

애기는 그를 거칠게 밀어내고는, 싸늘한 눈으로 오로지 하랑만을 주시한다. 하랑도 애기를 보다 결국 한숨을 푹 내쉰다.

'... 그래, 내 선힘만 아깝지.. 때려눕힌단들 금수저가 똥수저 되는 것도 아니고..'

하랑은 그만 두기로 하고 방향을 튼다. 하지만 하랑은 끝까지 굽히지 않는다.

"... 피곤해서 먼저 가 보겄슴돠 [ruby(권 문 귀 족,ruby=● ● ● ●)]! 으뜸선비님.. 승부는 실적으로 가리자고요."

발걸음을 옮기는 하랑. 이에, 애기와 친밀하게 어울러 다니는 쌍둥이 선비 중 하나가 하랑의 뒤통수에 대고 그를 조롱한다.

"에헤~ 쫄았네~!! 쫄았어~!!! 그니까 싸움도 상대를 봐가면서 걸었어야지 쩌리들아~!!"

그 소리를 들은 시아, 매섭게 놈을 째려본다. 그러자, 선비는 움찔하며 입을 다문다.

"가자. 시아."

하랑은 시아를 부르곤 애기에게 손을 흔든다.

"또 보세나!"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애기는 잠시 생각에 빠진다.

"워낙에 제멋대로인 애들이잖아요. 무시하세요 그냥.."

하지만 그녀의 말은 애기 귀에 들리지 않는다.

"실적으로 겨뤄보자..? 그거 좋네.."

애기는 고개를 획 돌린다.

"계획을 바꾼다."

애기의 말에 쌍둥이 선비들은 앞으로 닥쳐올 사태를 직감한 듯 낯빛이 안 좋아진다.

"겁들이 하루살이처럼 보인다는데.. 그렇다면 실컷 보게 해줘야지!!"

* * *

날은 화창하니 좋지만, 방금 안 좋은 말을 들은 탓일까? 마고의 얼굴은 잔뜩 시무룩한 게 상태가 영 말이 아니다.

'겁도 한 마리 못잡아 절절매는 녀석이 괴물일리가..'

역시나, 애기의 말이 가슴 깊숙히 파고든 것이었다. 눈을 감으며 숨을 후 내뱉어 보는 마고. 그런 마고의 어깨에 하랑은 손을 얹으며 격려한다.

"그딴 녀석 말 신경 쓰지 마. 지금도 넌 충분히 훌륭한 선비니까!"

"하랑아.."

쉬라도 얼굴 붉히며 한마디 거든다.

"그래 맞아 마고.."

"쉬라.."

마고 목소리가 애절하다.

"... 고마워 얘들아.."

마고는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지만, 역시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것일까? 마고의 얼굴은 좀처럼 밝아지지 않는다.

"마고.."

마고는 친구들을 등지고 서서,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홀로 고뇌한다.

'틀린 말도 아니지.. 겁 한 마리도 못 잡는 괴물, 그게 나였으니까!'

하랑은 마고의 모습을 보다 못해, 쉬라를 팔로 툭툭 치고 헛기침을 하며 무언의 신호를 준다. 쉬라는 신호를 알아채고 눈빛이 초롱초롱해진다. 쉬라는 마고에게 달려가서 단숨에 팔짱을 끼더니, 이내 마고의 손목을 잡고 무작정 뛰기 시작한다.

3. 02. 돌아온 마고 2

비자둥우리 내의 공터. 쿵 쿠궁 쿵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나더니, 쾅하는 큰 소리에 박쥐들마저 깜짝 놀라 달아난다. 그리고, 대체 무슨 일인지 마고는 누군가에게 던져져 날아가고 있다.

마고는 지면에 부딪혀 한 차례 튕겨서는 그대로 바닥에 비스듬히 꽂히듯이 떨어진다. 흙투성이 만신창이 꼴이 된 마고에게 바로 상대의 공격이 들어오는데.. 어딘가 익숙한 얼굴.. 그렇다. 사실 마고는 뮤울과 훈련 중이었던 것.

뮤울의 발이 지면을 내리찍자 잔해들이 튀고, 뿌옇게 먼지바람이 인다. 다행히 마고는 옆으로 굴러 빠르게 피하고는, 자세를 잡는다. 이어서 마고는 높이 활공하고, 뮤울의 머리 부분을 노리고 발을 쭉 뻗어 반격을 시도한다. 하지만 뮤울은 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허리를 젖혀 마고의 발을 간단히 피한다.

마고는 착지도 하지 않은 채 공중에서 다리를 모아, 뮤울의 머리 부분을 노린 연속 공격에 들어간다. 뮤울은 잠깐 놀라는 듯 보이더니, 순식간에 날아온 공격을 빠르게 막아낸다. 뿌연 먼지바람이 걷히고, 마고는 이상하다는 듯 뮤울 쪽을 보는데..

뮤울이 아예 마고의 발을 잡아내버린 것이었다. 마고는 당황하지 않고 발을 공중에 세게 차 뮤울의 손을 뿌리치고, 착지하자마자 허리춤의 사냥돌을 던진다. 하지만 뮤울은 몸을 살짝 틀어 피해버리고, 마고는 뮤울에게 뛰어가더니 발 끝에 선힘을 모아 마지막 일격을 가한다.

그 영향으로 큰 폭발이 일어나고, 뮤울은 땀방울이 맺힌 얼굴에 은은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마고를 칭찬한다.

"제법인데? 이젠 내 선힘까지 넘볼 줄도 알고?"

"다 잡았다 생각했는데.."

마고는 다리를 살짝 벌리고 서서,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며 손으로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낸다. 그때였다.

"쯧쯧쯧.. 결기[1]가 겁새끼보다 못해서야.."

"오셨습니까, 선승님.."

뮤울은 자세를 가다듬고 고개 숙여 그를 맞이한다.

"너의 그 유약함 때문에 언젠가 큰 화를 입게 될 게다."

뮤울에게 충고하는 남자.. 그는 바로 대선승 공용도였다. 그의 얼굴이 전에 비해 부쩍 많이 수척해진 것이 눈에 띈다.

"주의토록 하지요.."

공용도의 시선은 이제 마고를 향한다.

"그리고 마고.."

마고는 무척이나 긴장해 침을 삼킨다. 공용도는 약간의 눈웃음을 지으며 묻는다.

"쾅! 하고 터지니까 신나더냐?"

그러더니 곧바로 표정을 바꾸고..

"내 분명.. 다른 선비의 선힘을 끌어다 쓰는 건 하지 말라 일렀던 것 같은데.."

거칠게 마고의 손을 잡아채는 공용도. 그렇다. 마고가 마지막에 뮤울의 선힘을 끌어다 쓴 것이었다. 그걸 본 뮤울은 눈이 동그래지더니 굳은 표정으로 다가간다.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공용도는 뮤울의 항의를 무시하고는 흥, 콧방귀를 뀌더니 뮤울을 선힘으로 묶어버린다. 고통스러워 하는 뮤울에게 공용도는 또다시 묻는다.

"...내가 과해?"

뮤울은 주먹을 꽉 쥐더니 속박을 신체적 힘으로 풀어버린다. 그 영향으로 상의는 통째로, 하의는 조금씩 터져나간다. 뮤울은 공용도를 매섭게 노려보며 달려가지만, 공용도는 그저 손을 뻗을 뿐.

바닥의 바위들이 뭉쳐 거대한 손이 되어 뮤울을 막아서고, 뮤울은 맨주먹을 내지른다. 하지만 무모해 보였던 것과는 달리, 뮤울은 거대한 바위 손을 격파한다. 하지만 그 너머에는 공용도와 마고는 없었다.

"울이 형!!"

어디선가 들려오는 마고의 목소리. 뮤울은 그제서야 깨닫지만, 위에서 덮쳐오는 공용도를 막을 방도는 없었다.

"수업 중엔 정숙하는 게 예禮이니라!!"

"크헉!"

공용도는 마고의 목덜미를 꼬나쥔 채 뮤울을 덮쳐, 두 무릎으로 뮤울의 양어깨를 짓누르고, 머리도 바닥에 쳐박아버린다.

"사사로운 정에 얽매여 풋내기 수련자를 사지에 몰아 넣고도 깨닫지 못하는 네가.. 수도자로써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보거라.. 마고의 손에 난 이 난선의 흔적을!"

공용도는 뮤울의 머리채를 잡아들고 마고의 손을 보여준다. 마고의 손에는 시커멓게 난선의 흔적이 나 있었고, 그걸 본 뮤울도 심히 놀란다. 공용도는 이내 둘을 놓아주며 허리를 세운다.

"네가 날 경계하는 건 이해하지만 그 이상은 용납 못한다."

마고도 자신의 손을 심각한 표정으로 본다.

* * *

공용도는 가르침을 이어나간다.

"지금껏 마고는 다른 선비들의 선힘을 흡수하는 신비한 선력에 의존, 위기를 타개해 왔다. 본시 선힘이 약했던 마고로썬 그게 최선이라 여겼겠지만.. 그건.. 저승으로 가는 지름길이었을 뿐.."

"선힘이 겉으론 비슷해 보여도 파형은 제각각. 그런 만큼 강도나 형태도 조금씩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런 선힘을 여과 없이 받아들일 경우 난선은 늘어나고, 체내에 축척된 폐색으로 인해 술자는 치명상을 입게 되지.."

"생소하게 들릴 거란 거 안다.. 널 주의깊게 보지 않았다면 나조차 모르고 넘어갔을 사실.. 보통의 선비들끼린 거미줄처럼 느껴질 미미함이나 검의 계승자인 네겐 숨통을 끊어놓는 삼척추수[2]이란 걸 명심하거라.."

공용도는 일침과 경고로 오늘의 가르침을 끝맺는다.

* * *

해가 저물고, 아이들의 숙소. 골아떨어진 시아와, 나무를 깎고 있는 하랑. 마고는 잠자코 누워있다. 마고는 공용도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선승들 중 내 선힘이 가장 약했다. 그런데도 난 여나비제의 대선승이 될 수 있었지. 비결이 뭐라 생각하느냐."

뮤울과 마고 둘은 도통 답하지 못하고, 공용도는 결국 입을 열어 답을 알려준다.

"선류였다. 선힘의 양이 적었던 만큼 누구보다 빠른 선류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선법을 운용하게 되었지. 앞으론 선류를 단련하는데 집중하거라. 선류는 선힘을 쓰는 것과 달리 혼자서도 가능하니.. 내 도움이 없어도 충분할 게다."

"맡겨주세요! 선류라면 자신 있어요!"

다시 숙소로 화면 전환. 마고는 손을 눈 위에 얹고선, 걱정한다.

'큰소리는 쳤지만.. 사실 빠른 선류를 만드는 건 예전부터 노력해오고 있었어.. 그런데.. 언제부터선가 더 이상 빨라지질 않아..'

그걸 본 쉬라는 마고의 침대 곁으로 온다.

"마고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하지만 마고는 얼굴이 시뻘개지며 지끈지끈, 쉬라의 말도 듣질 못한다.

"마고..?"

무시 당한 쉬라는 한 템포 쉬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마고!!!"

"으, 응!!?"

쉬라는 팔짱을 낀 채 화난 표정을 짓는다.

"너무해! 불러도 딴 생각만 하고!"

"미안.."

마고는 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웃는 얼굴로 묻는다.

"무, 무슨 말을 했는데?"

"몰라! 마고 미워!"

그 모습을 본 하랑도 한소리 거든다.

"너도 참.. 뭔 생각을 하길래 옆에서 부르는데도 못 듣냐?"

"그, 그게.. 어떻게 하면 선류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을까 하고.."

"선류를? 왜?"

털어놓은 고민에 하랑은 의아해하며 반문한다.

"사실 난.. 선힘이 많지 않아서 선류를 빠르게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선술을 펼칠 수 없거든.."

'그랬군.. 저 녀석.. 선류가 다른 선비들보다 지나치게 빠른 게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그게 부족한 선힘 때문이었다니..'

하랑은 이제서야 마고의 선류가 빨랐던 이유를 깨닫는다. 그렇게 곰곰이 생각하던 그때였다.

!

'...잠깐! 빠른 선류로 선힘을 대신한다고?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 없는 걸!?'

하랑은 마고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마고는 진땀을 흘린다. 하랑은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내려놓는다.

"나, 흥미 생겼어! 내일 서고에서 찾아보자. 분명 어딘가 빠른 선류에 대한 문헌이 있을 거야..!"

"정말!? 고.. 고마워!!"

쉬라는 아직 화가 덜 풀렸는지 여전히 팔짱을 끼고,

"마고는 항상 혼자서만 생각하고 해결하려는 게 탈이라니까? 고민 같은 거 있음 담아두지 말고 좀 열라고! 응? 활짝 열어서 다 같이 찾으면 빨리 찾고 좋잖아! 아, 안 그래?"

하지만 쉬라의 뺨은 솔직하게 붉게 물들어 있다. 그걸 본 하랑은 동태눈깔을 뜨고선 생각한다.

'정말 다 같이야? 단둘이 아니고?'

마고는 불현듯 무언가를 깨달았다.

"담아두는 게 아니라.. 열면 더 빨리 찾을 수 있다..?"

"그럼 그럼! 더 빨리 찾을 수 있고말고!"

마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머리를 부여잡는다. 쉬라와 하랑의 눈이 머문다.

"?"

"나.. 방법을 찾은 것 같아..!"

4. 03. 돌아온 마고 3

방법을 찾은 것 같다는 마고의 말에, 쉬라는 밝게 웃는다.

"정말이야? 보여줘 보여줘!"

"여, 여기서? 하지만 여기선.."

마고는 잠들어 있는 시아 쪽을 바라본다. 이에, 하랑이 제안한다.

"나가면 되지!"

"지금?"

"왜? 싫어?"

"그, 그게 아니라 지금은 문도 다 닫혔을 거 아냐.."

"별 걱정을..!"

하랑은 짝짝, 가볍게 손뼉을 친다. 그러자 천장에서 밧줄로 된 사다리가 내려오고, 그 광경에 쉬라와 마고는 깜짝 놀란다.

하랑은 사다리를 홱하고 밖으로 던져 사다리를 펼친다. 마고는 놀란 탓에 말을 더듬더듬 거리며 묻는다.

"이, 이, 이 사다리는 어디서 내려오는..!?"

하랑은 빠른 행동력으로 진작에 사다리에 몸을 맡긴다.

"뭐해?! 안 나갈 거야?"

* * *

"하랑아.. 시간도 늦었고 비도 오고, 오늘은 그냥.."

마고는 고민하지만.. 손은 이미 밧줄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쉬라는 내심 그런 마고를 귀여워하며 속으로 생각한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달라..' 하고.

하지만 하랑은 뛰어난 언변으로 둘을 설득한다.

"배움엔 때와 장소가 없다잖아! 선비가 선힘을 탐구하고 단련하겠다는데 누가 뭐래!"

결국.. 결정한 마고. 세상 즐거운 표정으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다. 그리고, 넓은 공터에 도착한 아이들. 하랑과 쉬라는 제 몸집만한 바위 뒤에 숨어서 외친다.

"좋아! 우린 준비됐어!!"

"으, 응.."

마고는 조금은 뻘쭘한 듯한 표정과 자세로 서서 대답한다.

"하랑아, 우리 꼭 이렇게 멀리서 봐야 하는 거야?"

"쉬라, 네 탐구정신은 이해한다만 마고의 힘은 예측불허라구! 선장인 자신의 입장도 생각해줘야지.."

하랑의 눈은 총기로 가득찼다. 하지만 사뭇 긴장된 얼굴.

"더군다나 노래로 땅과 초목의 도움을 받는다는데 분명 평범한 선술은 아닐 거라고!"

여기서 잠깐, 잠시 전의 상황으로 돌아간다.

"뭐? 노래?? 노래로 도움을 청해??"

마고의 말을 들은 하랑, 이해가 안된다는 듯 묻는다. 마고는 머리를 부여잡는다.

"서,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데.."

마고는 잠시 텀을 두었다가 설명을 시작한다.

"지금까지 난 선류를 만들 때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힘을 막는 데만 집중했거든.. 안 그럼 빨라진 선류를 유지할 수 없으니까.. 근데, 아까 쉬라가 그랬잖아, 마음을 열면 더 빨리 찾을 수 있다고.. 그래서 선류도 마찬가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 나가는 선힘에 집중하는 것보다 그 힘으로 노랠 불러 도움을 청하면, 그럼.. 그럼 잘 될지도..!"

다시 현 상황으로. 하랑은 쉬라에게 말한다.

"달팽이 풀피리 부는 소리 같긴 하지만.. 매사 희끄무레한 녀석이 그렇게까지 말하는 것 보면..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하지만.. 난 마고의 힘이 무섭다거나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는걸? 물론 선힘 수업 땐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때도 나쁜 기운은 전혀.."

그 말을 들은 하랑은, '어련히도..' 같은 얼굴로

"그러십니까요...?"

라고 답한다. 하지만 쉬라는 그 말에는 대꾸도 안 한다.

"쉿! 시작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린다. 공터 한 가운데 선 마고는 눈을 지그시 감고, 가슴 앞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정신을 집중한다. 아마 방금 말한대로 노래를 불렀겠지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따로 눈에 띄진 않는다.

마고 주위로 푸른 빛들이 깜빡이고, 곧이어 일렁이는 푸른 빛 곡선 여러 개, 즉 선류가 마고에게 흘러든다. 그것을 본 하랑과 쉬라는 크게 놀란다. 하랑은 감탄한 듯 눈을 떼지 못한다.

'보, 보인다! 격렬한 선류의 흐름이..!!'

선류가 마고의 온 몸을 감싸고 휘감자 마고는 힘겨운 듯 얼굴을 찡그린다. 그리고 끝내.. 부웅, 커다란 힘의 분출이 일어난다 놀란 아이들은 황급히 외친다.

"마고!!!"

먼지구름이 걷힌다.

"마고야!! 괜찮아?!"

한껏 텐션 업돼서는 손을 흔드는 마고가 보인다.

"난 괜찮아..! 그보다 이것 봐봐! 내가 해냈다구!!"

"뭔데뭔데!? 나무라도 나왔어?!"

하랑과 쉬라는 기대에 가득 차서는 달려가지만.. 땡, 아니올씨다.

"..이게 뭐야.. 그냥 꽃이잖아..?"

적잖이 실망한 목소리. 하지만 백도라지꽃은 예쁘게도 피었다.

"그, 그냥 꽃이라니! 너무해!! 이건 그냥 꽃이 아니라 기적이라구!!"

마고는 감동하여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기뻐한다.

"꽃이 피다니.."

"정말로 기뻐서 저러는 걸까 아님 민망하니까?"

"글쎄.. 정말로 기뻐하는 것 같은데?"

"아무튼 소박한 녀석이라니까.."

"아무렴 어때! 난 축하해줄래..!"

"그래 그래, 너의 눈부처[3]다 이거지??"

라고 놀림조로 답하고, 쉬라는 하랑을 퍽 때려버린다.

"내가 언제?"

"읔!"

토독 토도독 내리는 비는 나뭇잎 끄트머리에 물방울로 맺힌다. 하랑은 마고를 다그친다.

"마고! 콩나물 같은 거 언제까지 보고 있을 거야! 그만 올라가자구!"

"으응, 지금 가!"

마고는 끝까지 쉽사리 시선을 돌리지 못하더니 겨우내 사다리에 올라탄다. 하랑이 다시 손뼉을 치자 사다리가 스스로 올라간다.

* * *

산마루 위로 붉은 해가 낯을 드러내는 아침. 도라지꽃도 그 자리에 잘 있다. 어젯밤 푹 잘 잔 시아는 아이들을 깨운다.

"일어나!! 왜들 이렇게 안 일어나는 거야!"

"어젯밤에 너무 늦게 잤어.. 역시 규칙은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까.."

하랑이 퀭한 얼굴을 하고선 조용히 읊조린다.

"뭐야! 어젯밤에 또 나 빼고 나쁜 짓 했단 말이야?"

심문하듯 묻는 시아. 하랑은 힘없이 주섬주섬 임무복을 걸치며 진지한 얼굴로 검지를 치켜세운다.

"나쁜 짓이라니.. 선힘의 선힘에 의한 선힘을 위한 끝없는 탐구가 있었을 뿐."

"그니까 그걸 나 빼고 한거냐고!!"

"미안.."

* * *

버금선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웅성이는 소리가 여기저기가 터져나온다. 피부가 뽀얗고 푸짐하게 생긴 한 선승이 앞의 단 위에 나와 서서, 두루마리를 들고 알림을 발표한다.

"자자! 알림이 있으니 다들 집중해주세요! 오늘부터 새로 바뀐 규칙으로 인해 승격점 200점 이상 버금선비들이 잔겁 소탕 실습 대상으로 승격되었음을 알립니다!"

이에 다섯 명 모두 놀라더니, 이어서 시우 하랑 쉬라 마고 모두 일제히 시아에게 고개를 돌린다. 그 이유인 즉슨.. 시아만 199점이었기 때문.. 그 반면 시우와 하랑은 300점을 채워 승급 대기 중이고, 쉬라는 282점, 마고는 간당간당하게 201점 턱걸이.

시아는 두 주먹을 꽉 쥐곤 자신에게 다가온 현실에 울먹인다.

"왜 나만!!!"

시아는 쉬라의 소매를 붙잡고 호소한다.

"언니!!! 1점만이라도 당장 받을 방법 없을까?"

"그러게 지각 한 번만 안 했어도.."

마고도 한소리 하지만..

"오빤 조용히 해! 선비 된 지 얼마나 됐다고 200점 씩이나 받아놓고는!!!"

쉬라는 진땀을 흘리며, 달래보려 한다.

"실습 나가는 게 뭐가 좋다고 그래.. 힘들고 위험하기만 하지.."

하지만 시아는 못내 아쉬운 듯,

"무슨 소리야! 실력을 뽐낼 절호의 기횔 두고! 언제까지 어중이떠중이들이랑 어울릴 순 없어! 버금선비들이랑 소꿉장난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하고, 주위 사람들이 다 들을 만큼 큰 소리로 말한다. 그런 시아의 모습을 보던 붉은머리의 두 선비는 대화를 나눈다.

"어중이.. 떠중이..? 야, 이거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거냐..?"

"말했잖아! 저기 손질하려면 먼저 '선장'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일단 기다려봐, 지금은 애기가 맡고 있으니까."

그새, 어느덧 또다른 선승이 단 위에 올라가서, 승죽간을 공중에 펼쳐놓고 한 명 한 명 점수를 확인하고 있다. 어깨선까지 내려오는 직모의 검은 단발머리와 곱게 빗어 관리한 네모반듯한 콧수염이 인상적이다.

"다음!"

쭈뼛거리며 나오는 마고.. 마고의 차례다. 선승은 마고의 점수판을 보더니 의아해하며 눈알을 굴린다.

'응? ..마고..?'

"..3조로 가거라!"

"네.."

'이 녀석.. 언제 200점을 채운 거지? 그렇게 뛰어난 아이로 보이진 않았는데.. 뭐, 겉모습이 다는 아니니까..'

그러나 선승은 더 이상의 의심은 하지 않는다. 왜냐면 빨리 지금 일이나 해치워야 하니까.

"자, 다음!"

쭈뼛쭈볏 들어서는 발. 다음 차례는.. 시아??

시아 엉거주춤한 자세로 와서 선승 앞에 선다.

"아, 안녕하시렵니까?"

"..진시아?"

승은 방금과는 또다른 의아함으로 시아를 본다.

"..넌 아직 점수가.."

"1점 모자란 것 뿐인 걸요! 딱 1점!"

"딱 1점? 그래도 안 돼."

"읅.. 하..아하하하.."

진땀을 뻘뻘 흘리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 시아.. 선승은 지체없이 "자, 다음!!!"을 외치고, 시아는 당황하며 양팔을 마구 휘저으며 선승을 막아본다.

"아! 아! 아! 자, 잠깐, 잠깐만요!!!"

시아는 고개를 숙이고 꼼지락하고 두 손을 모은다. 갑작스런 광경에 선승은 어처구니 없음이 표정에 그대로 묻어나온다.

"뭐... 뭐시여"

시아, 특급 애교를 시전..한다.

"존경하옵는 선승님~ 제발 이번 한 번만~!?"

선승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버텨내는 것으로 보였으나.. 곧바로 삐질 땀을 흘리며 빈틈을 보이고야 만다. 넓다란 소매로 입을 가려가며 방어를 시도하는 선승.

"존경! 존경...? 그래도 안 됏!!!"

하지만 시아의 초롱초롱한 눈을 막기엔 역부족이 아닐까..

"에이~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게요!"

5. 04. 돌아온 마고 4

하지만, 시아의 최후 보루인 애교도 먹혀들지 않았다.. 선승은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하,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그때였다.

"무슨 난처한 일이라도 생기신 겁니까?"

선승들의 검은 옷을 입었으나, 머리는 희고 눈은 붉은 노인.

"..당신은..?"

선승의 짧은 회상.

'칼라리아 수련술사 오십 외 지도술사 한 명, 인사 올립니다..!'

선승은 그를 기억해낸다.

'칼리그의 지도술사?!'

"지도술사께서 이곳엔 어인 일로.."

"어린 선비들의 첫 출정이 아닙니까.. 노승의 격려라도 더하려 왔지요.."

"아, 예.."

선승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다.

"그래.. 진시아..라고 했나? ..보기 드문 재원[4]이로고.."

그 말을 듣는 시아는 긴장으로 가득 찬 얼굴. 선승은 지도술사를 탐탁지 않아하며 눈살을 찌푸린다.

'이 영감이..'

선승은 헛기침을 한 차례한다.

"더 이상의 소란은 용납 못한다,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선칙을 따르지 않겠단 뜻으로 간주하겠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너도 잘 알겠지?"

결국 시아는, 그 말을 듣고선 눈에 고인 눈물을 팔뚝으로 닦아내고는 결국 출정을 포기한다. 돌아선 시아의 뒷모습을 본 마고, 외쳐부른다.

"시, 시아야!!"

하지만, 시아의 얼굴은 이미 체념한 듯하다. 마고는 그것을 보고만 있을 순 없었던지, 선승 앞에 나가선 회유를 시도한다.

"서, 선승님! 선승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선승은 아니꼽다는 듯한 표정으로 답한다.

"짧게 하거라! 시간이 지체되었으니..!"

마고는 마른 침을 삼키곤 입을 열지만, 턱이 덜덜 떨린다.

"그, 그건.."

긴장한 마고의 손 위에 포개진 손. 그건 바로 쉬라의 손이었다. 쉬라는 마고에게 빙긋하고 웃어주고, 덕분에 마고는 마음을 가다듬는다.

'고마워 쉬라!'

마고는 말을 시작한다.

"시아는.. 시아는 엄청 강해요.. 실력도 뛰어나고요.. 아시다시피 시아의 벌점은 대부분 수업태도나 지각 때문이었어요. 물론 그것도 잘못이긴 하지만.. 선비로서의 자질은 저희들 모두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선승님 시아에게 부디 기회를 주세요. 둥우리에선 199점짜리 선비일지 몰라도 겁들에겐 천점, 만점짜리 선비니까요!!"

말을 끝낸 마고, 시아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치? 시아?"

"마고오빠.."

시아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 그러던 중.. 마고 뒷편의 하랑과 쉬라는..

"쟤 우리가 아는 마고 맞지..?"

"너무 멋져..!!"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지도술사는 입을 연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지도술사는 지체없이 자신의 지팡이를 바닥에 탁, 한 차례 찍는다. 역시 칼리그의 술사이니만큼, 선비들과는 다르게 붉은 빛의 에너지가 뿜어나온다. 그러자, 펑 퍼벙하고 검은색의 인형 수개가 나타난다.

"저에게도 선승으로서의 승격점수 부여 권한이 주어진 바, 수리 승격법 11조 3항에 의거해 시아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이 '허깨비 망령'들을 제압해 낸다면 승격점 1점을 주는 겁니다."

허깨비 망령들을 보고선 황당한 표정을 짓는 선승.. 지도술사는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다.

"아차차.. 비자수리들의 '허깨비 망령'은 흰색이었지요?"

지도술사, 급히 색깔을 바꾼다. 비자수리들의 의복은 검은색, 칼라리아 소속 인물들의 의복은 흰색이란 걸 생각해보면 참 묘하다. 선승은 머리를 부여잡는다.

'이거, 초장부터 일진이..'

그러면서 구석진 곳에 서 있는 누군가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그나저나.. 동인들께선 보고만 있을 참인가? ..별 수 없구먼..'

"뭐.. 좋습니다! 진시아! 준비는 됐겠지?"

시아는 다시 기운을 되찾고 자세를 취하더니, 허깨비 망령들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잠시 후.. 마고와 시아, 어깨동무를 하고 좋아라 하며 신난 표정으로 걸어간다. 일이 잘 풀린 모양. 그 뒷모습을 보며 지도술사는 생각한다.

'아밈님께서 재밌는 아이를 데려오셨군.. 아직까지.. 안 죽고 살아 남은 보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어..'

* * *

드디어 출정 직전. 무슨 영문인지 쉬라는 고집을 피우는 중이다.

"싫어! 나도 마고랑 같은 조 할래!"

아하, 그럼 그렇지. 쉬라의 팔목을 잡고 재촉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시우. 오랜만에 얼굴을 보여서 반갑긴 한데.. 힘들어 보이는 얼굴이다.

"제발 고집 좀 그만 부려! 대체.. 이렇게까지 마고한테 집착하는 이유가 뭐야?"

쉬라는 얼굴을 붉힌다.

"그, 그야.. 우리 중 키가 제일 크니까?"

"거짓말 마! 마고가 크면 얼마나 더 크다고!!"

하랑은 또 한소리한다.

"너넨 여기까지 와서 툭탁거리냐.. 근데 선승님 많이 늦으시는걸?"

그때 누군가가 부리나케 달려오는데.. 돌부리에 걸려 철퍽 넘어지고는 비틀거리며 다시 온다. 녹발녹안을 가진 앳된 얼굴의 선승은, 삿갓을 살짝 들어올리며 인사를 건넨다.

"아, 안녕?! 오늘 너희와 함께 할 지도 선승 윈지야!"

"아, 안녕하세요!"

아이들은 다소 어색한 얼굴로 윈지를 맞이하는데, 그나마 쉬라만이 맞인사를 해준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들. 속닥이는 진 남매.

"윈지? 그런 선승님도 계셨나?"

그때 등장하는 누군가.

"이번에 선승으로 승격되신 분들 중 한 분이셔..!"

"뮤울 오빠?! 오빠도 우리 조에 배속된 거야??"

뮤울을 본 시아가 무척 반가워한다.

"용 가는 데 구름 가는 거지!"

"아하하.. 요, 용이라니.."

마고는 민망한 듯 억지 웃음을 짓는다.

"빠진 사람은 없지? 어디 아픈 사람도?"

낮은 둥지 아이들, 윈지, 뮤울 그리고 그 외, 총 15명이다.

"네~!"

"그럼 가볼까?!"

"네~♪♬"

드디어 출정! 들뜬 시아는 해맑게 웃으며 앞서 나간다.

* * *

마찬가지로 출정을 나온 애기의 무리. 애기는 자신을 따르는 선비들과 모종의 계획을 세운 듯하다. 매서운 눈초리를 하며 묻는다.

"알아들었지?!"

통통한 체형의 선비가 입을 연다. 이전에 하랑과 애기가 기싸움을 할 때, 말리려고 나섰던 그 선비다. 하지만 그는 말을 얼버무리며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에.. 그러니까.. 그, 그러니까.."

그를 본 쌍둥이 선비 중 하나가 답답해하며 그를 거칠게 밀친다.

"어휴 답답아!! 한마디로.. 겁들을 하랑이네 쪽으로 몰잔 거잖아.. 그치?"

그의 검지 끝에는 검은돌 다섯에 둘러싸인 흰돌 하나가 덩그러니 있다.

"똥패들 겁에 질려 도망다닐 걸 생각하니.. 으흐흐흐.."

그는 기분이 좋은 듯,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통통한 선비는 전에도 그랬듯이, 규칙을 매우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스물 한 가지나 되는 규칙을 어기면서 걔네를 곤경에 빠뜨리잔 거잖아.."

쌍둥이 선비들은 곰곰 생각하다, 그 중 하나가 되받는다.

"그게 스물 한가지나 되냐?"

"애기야, 다시 생각해보면 안 될까? 이러다 정말 큰일 날지도 모른다구."

통통한 선비가 땀을 삐질 흘려가며 부탁해보지만.. 돌아오는 답은 너무나도 차갑다.

"무슨 소리야? ... 큰일 나라고 하는 거잖아."

"애, 애기야.."

"왜, 겁나? 그럼 빠져."

애기가 차가운 눈으로 쏘아보며 그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알아둬. 쟤들이 우릴 욕보이는 건 나르못을 욕보이는 것과 같다는 걸.. 잘 생각하라구.."

애기는 먼저 앞서 걸어나가고, 쌍둥이 선비들은 통통한 선비 옆에서 재잘거린다.

"참 걱정도 팔자다. 여차 하면 지도 선승이 다 알아서 처리할 텐데 뭔 걱정이냐?! 애기 기분만 잡치게.."

"우린 그냥 겁만 주는 거야, 나중에 가서 그 선승 입만 막으면 된다니깐?!!"

* * *

다시 주인공 측으로. 윈지는 불안한 듯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윈지는 다급한 목소리로 부른다.

"일, 일조 선장!!"

이에 뮤울이 뛰어나간다. 윈지는 뮤울의 팔을 부둥켜 안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우, 울아! 큰일 났어!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아!"

"뭐??"

"어, 어떡하지?! 되돌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일단 진정해!"

그때, 하랑이 슬그머니 다가온다.

"선승님, 지도 좀 볼 수 있을까요?"

"2조 선장? 자, 잠시만.."

윈지는 소매를 뒤적거리더니 지도를 꺼낸다. 검은 두루마리다.

"여기.."

하랑은 건네받은 지도를 펼쳐 살핀다.

"... 방향은 틀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뮤울과 하랑이 갈피를 못잡고 있는 한편, 마고는 높은 바위언덕을 올려다본다. 토독 토도독하고 돌들이 굴러 떨어진다. 지도를 한참 살피던 하랑과 뮤울.. 그러던 중 뮤울은 번뜩 무언가가 떠오른 듯, 황급히 언덕을 오른다.

"자, 잠깐!!!"

"?"

윈지는 당황한다.

"뮤, 뮤울! 아니, 일조장님 어디 가세요!!"

"왜? 무슨 일인데?!!"

시아도 소리치지만, 뮤울은 아랑곳 않고 꿋꿋이 마저 올라 꼭대기에 이른다. 언덕 너머를 보고는 놀란 얼굴의 뮤울. 뮤울의 눈 앞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겁 떼가 몰려오고 있었다..!!

6. 05. 돌아온 마고 5

주인공 일행을 향해 몰려오는 겁들.. 시아와 시우를 선두로 모두들 달려나간다. 뮤울은 일찌감치 먼저 고지로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낡은 성채 하나를 발견하자 크게 외친다.

"찾았다..! 서둘러!!!"

곧바로 모두들 뮤울과 윈지의 지휘 아래 급히 성채에 들어간다. 가쁜 쉼을 몰아쉬는 선비들. 하랑 또한 힘들 게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윈지에게 청한다.

"선승님! 다음 지시를!!!"

윈지는 진땀을 흘린다.

"선승님!" "선승님!!"

모두가 윈지의 지시만을 기다리고, 겁들은 몰아쳐온다.

"아.. 어.."

윈지는 말을 잇지 못하고, 다리는 사시나무 떨 듯이 떨린다. 끝내 균형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윈지. 그 뒤에 뮤울이 다가와 윈지를 받쳐준다.

"내가 봐서 아는데, 변수 앞에선 신도 당황하더라구. 잊지 마, 오늘은 나도 너의 일원이란 걸!"

"울아.."

뮤울의 격려로 윈지는 마음을 추스린다. 그 동안, 뮤울은 아이들에게 대신 지시를 내리기로 한다.

"얘들아!"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 말다툼을 하느라 바쁘다. 잔뜩 날선 목소리. 다름아닌 시아다. 상대는 이름 모를 선비.

"어떡하긴 뭘 어떡해! 싸워야지!"

"저걸 보고도 지금 그런 말이 나와?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기도나 할래."

"얘들아?"

"선비에게 절망은 수치란 거 몰라?"

"선비도 인간이라구! 이 상황에 냉정하면 그게 인간이야? 괴물이지!!"

이렇게 말다툼을 하는 탓에 뮤울의 말소리는 묻혀버리고, 끝내 뮤울은 모두를 단 한번에 주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 방법이란 건.. 선힘으로 탑의 거대한 돌기둥을 부수는 것..이었다. 당황하는 시아. 과격하긴 해도 효과는 확실했고, 뮤울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얘들아.. 하늘까지 무너진 건 아니니까 제발 좀 침착하자."

이어나간다.

"규모가 큰 만큼 살필수리[5] 눈엔 되려 더 잘 띌 수 있어. 끝난 게 아니라구.. 숫자에 겁먹지 말고 일단 배운 대로 하는 거야!"

아이들은 어느새 잠자코 그의 말을 듣는다.

" 좁은 목만 잘 지켜도 수 십 배의 적을 물리칠 수 있댔으니까..! 겁들과 전투 경험이 있는 선비들은 입구를 막고, 나머진 방어선 구축과 엄호 지원을 하는 거야. 괜찮지?"

하지만 뮤울의 지시에도 선비들은 우물쭈물해 하며 곧바로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 그러던 중! 시아가 겉옷을 벗으며 앞으로 나선다.

"난 좋아! 겁내고 있어봤자 겁만 더 많아지지. 대신, 선두에서 싸울 수 있게 해줘!! 죽더라도 끝장나게 싸우다 죽고 싶으니까!"

시아는 애답지 않게 목숨까지 걸어가며 당찬 각오를 밝힌다. 그걸 본 하랑, 지지 않는다. 그 또한 슥 손을 든다.

"이하동문!"

하지만 그런 하랑을 뮤울이 막아선다.

"하랑아, 잠깐! 너한텐 따로 부탁할 게 있어.."

"?"

뮤울은 하랑을 따로 데리고 간다.

"가능성은 낮지만.. 놈들이 외벽을 타고 올라올 경우 낡은 성채가 주저앉아버릴 수도 있으니까, 넌 위를 막아줘!"

그렇게 하랑은 단신으로 위쪽을 맡게 되고, 하랑은 성채 꼭대기에 나와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독백한다.

'가능성이 낮다고? 아주 그냥, 작정하고 올라오는구만.'

그 말마따나 겁이 떼거지로 기어 올라오고, 하랑은 전의를 다진다. 같은 시각, 시아는 마치 활공하듯이 겁들의 머리 위를 누빈다. 시아는 겁 한 놈의 머리 위에 한 손만으로 물구나무를 서더니 파츳 하고 선힘을 흘려보낸다.

곧바로 또다시 위로 뛰어오르더니 연거푸 겁들의 머리 위에서 같은 동작들을 반복한다. 그러고선 낮은 자세로 땅에 착지하는데.. 주위엔 겁들이 머리를 잔뜩 들이밀고 있다. 시아의 온 얼굴에 맺힌 땀방울. 시아는 또다시 힘차게 땅을 박차 그곳을 벗어난다.

그리고 곧이어 겁들의 머리통에서 꿈틀대는 선힘.. 곧바로 쿵 쿠궁 쿵 연달아 폭발이 일어나며 겁들을 산산조각내버린다. 그런 시아의 활약을 지켜보는 선비들은 칭찬일색이다.

"시아.. 끝내준다.."

"날치가 드디어 물을 만난 거지!"

그러던 한편, 뮤울 또한 선검 한 자루를 빼어들고 겁에 맞서는 중이다. 펄럭이는 옷자락.. 푸른 섬광이 전면을 한 차례 휩쓸고, 섬광이 미쳤던 모든 것들이 깔끔하게 베어져 나간다. 방금 시아를 칭찬했던 선비들은 뮤울까지 합쳐서 둘의 실력에 감탄한다.

"한 사람은 선술로, 한 사람은 선무로.. 저 두 사람이.. 정말 버금선비라고..?"

"..선승님들 말씀으론 그래.. 선술을 익히지 못해 선무 밖에 못하는 바보, 선술을 익혀도 다스리지 못하는 바보라고.."

그걸 듣고 있던 시우는 스리슬쩍 대화에 끼어든다.

"내 동생이긴 하지만 저럴 때 보면 나도 좀 무섭긴 해..!"

그러나 선비들은..

"근데 넌 뭐야?"

뼈 아픈 말에 시우는 눈물을 글썽인다.

"뭐냐니!! 나도 1인분은 한다고!!!"

한편 시아는 계속해서 매서운 공격을 감행하고, 뮤울은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다름 아닌.. 시아의 얼굴이 겁마냥 변해가고 있던 것! 얼굴은 검어지고, 눈은 역안으로 바뀐 시아. 뮤울은 부리나케 달려가고, 선비들은 그걸 모른 채 나름 열심히 맞서 싸운다.

"그래도 저 두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야.. 우리끼리라면.. 절대.."

"으악!"

"이, 이것 봐! 갑자기 겁들이 불어났어!!"

"겁들이 불어난 게 아니야..! 형이랑 시아한테 뭔 일이 생겼단 거야!!"

마침내 뮤울은 시아에게 다다른다. 푸른 빛으로 이글거리는 시아의 눈.. 마치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맹수의 눈 같이 보인다. 뮤울은 대처방법을 알고 있었던 건지, 시아의 뒤에 서서 왼쪽 어깨를 꾸욱 누른다. 이에 다행히도 시아의 눈이 되돌아오고, 시아는 그 영향으로 잠시 기절한다.

뮤울은 시아를 품에 안고선 어마무시한 점프력으로 순식간에 성채 내부로 들어오고, 기절한 시아를 본 시우는 몹시 놀란 표정으로 다급히 달려온다.

"시아야!"

시아의 얼굴을 확인하는 시우.. 검게 물든 시아의 얼굴에, 시우는 시아의 이름을 크게 외쳐 부른다.

"진시아!!!"

7. 06. 돌아온 마고 6

"시아야 정신 차려!!"

뮤울의 품에 안긴 시아 앞에, 무릎을 꿇고 외치는 시우.

"형! 우리 시아 왜 이래?"

"히 힘을 너무 많이 썼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진짜지? 진짜 괜찮은 거지..?"

"그렇다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뮤울의 독백은 사뭇 다른 냄새를 풍긴다.

'..정말 큰일 날 뻔했어.. 가까운 곳에 내가 있었으니 이 정도였지 안 그랬음..'

그때였다.

"번쩍—"

한 줄기의 보랏빛 광선이 어두운 하늘을 가른다. 아무 일도 없나 싶더니, 곧내 성채는 타격을 입고, 크게 훼손된다. 위험을 감지한 뮤울. 충격으로 성채가 흔들리자 선비들도 덩달아 자세가 흐트러진다.

검은 연기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겁.. 막강한 공격의 주인공은 생긴 것은 애벌레 같고, 몸뚱아리는 검은데다가 마디 사이마다 보랏빛이 감도는 모양새다.

겁은 몸을 웅크리더니, 아가리를 벌려 두번째 공격을 준비한다. 또다시 성채를 향하는 광선.. 이 기세를 몰아, 겁들은 성채를 옥죄어온다.

같은 시각, 애기와 그 무리는 멀찌감치 고지 위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다. 애기의 무리들은 걱정한다.

"겁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 게다가 포겁까지.."

"이러다 진짜 몰살당하는 거 아냐?"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애기는 아랑곳 않는다.

"그렇게 걱정되면— 가서 도와주지 그래?"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겁들. 뮤울은 침착하려 애쓴다.

'아무리 방만한[6] 겁들이래도 이건 아니야.. 다른 지역에서 다른 종의 겁들이 그것도 동시에.. 설마 마고를 노리고? ..아냐.. 궁지에 몰긴 했지만 살수들의 짓이라기엔 구멍이 너무 많아.. 도대체 누가..'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나 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우선 급한 불부터!!'

뮤울은 겁들 한 가운데로 도약한다. 착지하기가 무섭게 겁의 대가리를 걷어차더니 그대로 한번 더 몸통을 차버린다. 덩치에 걸맞잖게 허공으로 날아가버린 겁은, 포겁의 광선에 맞아 공중분해된다. 이로써 약간의 시간을 버는데에는 성공.

'애들도 이젠 지쳤을 텐데.. 어떻게든 막아야해.. 막지 못하면 이걸로 끝이야!!'

뮤울이 걱정한대로, 경험이 적은 선비들은 수세에 몰려있다. 하지만 그때! 드디어 윈지가 용기를 내어 나선다. 윈지는 선힘을 염력처럼 응용하여, 한 선비의 선검을 당겨와 손에 굳게 쥔다. 눈길이 끌린 하랑이 윈지를 바라본다.

'선승님?'

윈지는 근력에 선힘을 더해, 겁을 향해 힘차게 선검을 내던진다. 겁의 머리 중앙에 정확하게 꽂히는 선검. 윈지가 하랑에게 외친다.

"2조 선장! 선비들과 함께 성채로 들어가!"

"안 됩니다! 여기서 철수해버리면 성채가..!"

"그래, 성채가 무너질 지도 모르지. 나도 알아!"

하랑은 반론을 제기하지만 윈지 또한 물러나지 않는다. 윈지는 선힘으로 선검 두자루를 공중에서 붕붕 돌리더니, 겁들의 머리를 마치 물수제비 마냥 연달아 찔러 죽인다.

"하지만 그건 그때 일이고, 일단 피해!"

일단 윈지의 지시를 이행하는 하랑. 하랑은 뒤를 돌아본다.

'울이 형도 참 대단해, 사람을 한순간에 바꿔놔버리다니..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뭐 그런 건가?'

이어서, 다시 바깥 쪽 상황. 뮤울과 윈지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도통 끊기질 않는 겁들. 애기네 무리는 여즉 지켜보고만 있다.

"결국은.. 전부 뒤덮이고 말았어.."

'애기야..'

통통한 선비는 안타까워 하며 애기를 바라보지만, 그의 눈빛은 차디찰 뿐이었다. 한편.

"벌써 여기까지..!"

이젠 성채 안쪽까지 기어들어온 겁들. 선비들은 나름대로 대항해보고자 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역부족이다.

"얘들아 비켜!!"

그때, 윈지가 선힘으로 바위를 쌓아 출입구를 막아버린다.

"뚫고 들어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거야."

진땀을 뻘뻘 흘리긴 해도, 과연 선승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윈지. 하지만 그도 잠시, 쿠르르르 성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천장은 무너져내리고, 바닥은 갈라진다. 하랑의 다급한 외침.

"선승님!"

윈지는 죽을 힘을 짜내가며 선힘으로 커다란 방어벽을 만들어, 선비들을 보호한다. 하지만 성채가 통째로 반토막이 나버려 윈지 혼자 감당하기엔 버거운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것을 잘 아는 하랑..

"선승님 혼자선 막을 수 없어!! 우리도 힘을...!!"

"으아악!"

하지만 몇몇 선비들은 무너진 바닥 탓에, 힘을 보태기는 커녕 간신히 매달려 있는 상황이다.

"틀렸어!!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라구!!"

그 말을 들은 마고는 주위를 둘러본다.

'죽은.. 목숨..?'

시아를 품에 안고 있는 시우, 윈지에게 힘을 보태고 있는 하랑, 공포에 휩싸여 눈물 흘리는 또 다른 친구.. 아비규환 속에서 마고는 잠시 두 눈을 감는다. 어슴푸레 떠오르는 공용도의 가르침. 그래, 그는 남의 선힘을 끌어다 쓰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었다.

'하지만 그건... 저승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 이라면서.

이번엔 애기의 모습이 보인다. 마고에게 새로이 붙은 괴물이란 별명을 듣고도, 마고를 무시하던 애기.

'겁도 한 마리 못 잡아 절절매는 녀석이...? 아냐 아냐.'

그리고 그런 말을 들은 마고를 위로해준 하랑도.

'그딴 녀석 말 신경 쓰지 마. 지금도 넌 충분히 훌륭한 선비니까!'

눈을 뜨고는 두 주먹을 꽈악 쥐는 마고. 그런 마고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온다. 그건 바로..

한 송이의 노란 꽃이었다

진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 하는 하랑. 잠시 시선을 돌리는데.. 하랑은, 윈지 뒷편에 서 있는 마고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8. 07. 돌아온 마고 7

9. 08. 돌아온 마고 8

10. 09. 돌아온 마고 9

11. 10. 돌아온 마고 10




동토의 여명/에피소드 가이드/2부 1장 完

12. 핵심 요약 및 여담

「(한줄 요약)」
해당 챕터 정리 다 끝나고 한줄 요약 문구 및 핵심 요약 내용 기입할 예정입니다. 아래는 보류.

에피소드 가이드 2부 1장에 해당하는 시즌 2 1화~10화는 새로운 등장인물 윈지의 합류와 낮은 둥지 아이들의 성장을 보여준다. 1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주요 인물 개개인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고, 리틀 빌런인 줄 알았던 애드가의 태도가 변화하는 계기도 나타난다.

01. 돌아온 마고 1[7]
등장 or 언급된 주요인물
마고, 진시아, 진시우, 하랑, 쉬라, 자무, 애드가 애기

자무의 대사 중에 나오는 '깨양'은 고욤의 방언이다.

02. 돌아온 마고 2
등장 or 언급된 주요인물
마고, 뮤울, 공용도, 진시아, 하랑, 쉬라

03. 돌아온 마고 3
등장 or 언급된 주요인물
마고, 쉬라, 하랑, 진시아

마고가 백도라지꽃 앞에 무릎 꿇고 감탄하는 장면에서, 다른 아이들은 발만 그려져 있는데, 대화 내용과 맥락을 보면 좌측이 하랑이고 우측이 쉬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전 컷에는 위치가 다르다.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디테일 오류기에 기재한다.

승죽간의 점수 확인 장면에서 시아가 선승 상대로 딜을 시도할 때, 시아의 말풍선 꼬리가 선승 쪽으로 되어있는 오류가 있다.

04. 돌아온 마고 4
등장 or 언급된 주요인물
진시아, 지도술사, 마고, 하랑, 쉬라, 아밈, 진시우, 윈지, 뮤울, 애드가 애기

아밈은 지도술사의 대사 중에서 한번 언급되는데 그쳤다.

05. 돌아온 마고 5
등장 or 언급된 주요인물
뮤울, 진시아, 진시우, 하랑, 윈지, 마고, 쉬라

뮤울의 신에 대한 언급은 검의 계승자인 마고를 말하는 것인지, 뮤울의 과거 경험인지는 불명이다.

뮤울이 전략을 세우는 장면에서 명량 해전이 연상되는 대사가 있다.

마고와 쉬라의 분량은 실종되었다.

06. 돌아온 마고 6
등장 or 언급된 주요인물
뮤울, 진시아, 진시우, 하랑, 윈지, 마고, 공용도, 애기

이전 화에서 진시아가 큰 피해를 입어, 시우시아 남매는 영 활약하지 못했고, 쉬라는 등장했으나 대사가 없다. 공용도와 애기는 회상 장면으로 등장.

07. 돌아온 마고 7
등장 or 언급된 주요인물

08. 돌아온 마고 8
등장 or 언급된 주요인물

09. 돌아온 마고 9
등장 or 언급된 주요인물

10. 돌아온 마고 10
등장 or 언급된 주요인물
[1] 1. 못마땅한 것을 참지 못하고 성을 내거나 왈칵 행동하는 성미. 2. 곧고 바르며 과단성 있는 성미. [2] 三尺秋水, 시퍼렇게 날이 선 칼 [3] 눈동자에 비치어 나타난 사람의 형상. 이 말엔 상호공존의 의미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4] 才媛, 뛰어난 젊은 여자 [5] 나랑고스 우범지대를 순찰하는 비자수리 [6] 맺고 끊는데가 없이 제멋대로 풀어진 [7] 연재 재개로 "돌아온 마고". 이하 전편 후속으로 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