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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일본 드라마)/방영 목록/199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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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의 방영 목록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


1. 소문의 마키오(1990년 4월 19일 방영분)2. 버릇(1990년 7월 12일 방영분)3. 금지된 장난(1990년 7월 26일 방영분)4. 주목받는 남자(1990년 9월 6일 방영분)5. 성묘(1990년 9월 13일 방영분)6. 여배우(1991년 5월 9일 방영분)7. 쓰레기를 못 버리겠어(1991년 5월 17일 방영분)8. 즌도코베론쵸(1991년 4월 18일 방영분)9. 마늘(1991년 8월 22일 방영분)10. 선인(仙人)(1991년 9월 5일 방영분)11. STILL (1991년 10월 31일 방영분)12. 녹색 편지(1991년 11월 7일 방영분)13. 홈 드라마(1991년 12월 12일 방영분)14. 23분의 기적(1991년 겨울 특별편)15. 하이 눈(1992년 6월 11일 방영분)16. 말 없는 방(1992년 7월 2일 방영분)17. 서브리미널(1992년 겨울 특별편)18. 구박받는 여자(1993년 한여름 특별편)19. 벌칙 게임(1994년 칠석 특별편)20. 시간의 여신(1994년 칠석 특별편)21. 그 버튼 누르지 마(1995년 겨울 특별편.1995년 1월 4일 방영)22. 화장실 낙서(1995년 봄 특별편)23. 23세의 노인(1995년 가을 특별편)24. 토모코의 긴 밤(1995년 가을 특별편)25. 상처(1996년 봄 특별편)26. 부정기 버스의 승객(1996년 가을 특별편)27. 공포의 노래 자랑(1996년 성탄 특별편)28. 2040년의 크리스마스(1996년 성탄 특별편)29. 억울한 남자(1997년 가을 특별편)30. 징역 30일(1998년 가을 특별편)31. 파파라치(1999년 봄 특별편)

1. 소문의 마키오(1990년 4월 19일 방영분)

주연: 사카가미 카오리

평범한 여고생 야마자키 나츠코는 남동생의 방을 정리하다가 '소문'이라고 적혀 있는 디스켓을 발견한다. 호기심에 동생의 컴퓨터(워드프로세서?)를 켜고 디스켓을 넣어보니 안에 들어있는 텍스트 파일에는 동생 또래의 아이들 사이에서 도는 온갖 괴담 도시전설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파일 속 글들을 쭉 읽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한 나츠코는 '마키오라는 이름의 소년이 한밤중에 공원에서 혼자 놀고 있다가 사람을 보면 같이 놀자고 말을 거는데, 마키오와 함께 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괴담을 지어내서 그대로 파일에 내용을 적어 넣는다.

그런데 다음 날 나츠코가 학교에 가보니 어째서인지 친구들이 모두 마키오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마키오에 대한 소문은 조금씩 이야기에 살이 붙기 시작하는데, 이를 알게 된 나츠코는 동생이 이 소문을 퍼뜨렸다고 생각하고 동생에게 그냥 장난으로 지어낸 이야기를 퍼뜨려서 어쩔 생각이냐고 추궁하지만 동생은 오히려 자신도 친구에게 마키오 이야기를 들었다며 누나도 알고 있었냐고 되묻는 것이었다. 게다가 처음에는 아이들 사이에서만 퍼졌던 마키오 괴담이 어느샌가 어른들 사이에까지 번져서 동네 주민들도 '공원에 있는 소년'이야기를 입에 올리고 있었다. 결국 나츠코는 친구들에게 사실 마키오 이야기는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실토하지만 친구들은 오히려 그럴 리가 없다며 무슨 소리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날 밤, 학원에 갔던 동생이 밤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동생의 안부를 걱정하면서도 어쩌다 마키오에 대한 소문이 이렇게 퍼져버렸는지 알 길이 없었던 나츠코는 다시 '소문' 디스켓 속 텍스트파일의 내용을 확인하는데, 자신이 알지도 못하거니와 새로 추가해 놓은 적도 없는 마키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쓰여있는 것을 보고 경악한다. 한편 어머니가 동생의 학원에 전화를 해보니 동생은 이미 30분 전에 학원에서 나갔다는 것이었다. "설마 노부(애칭. 정식 이름은 '노부유키')도 마키오에게 잡혀가지는 않았겠지"라고 말하는 어머니에게 나츠코는 순간 울컥해서 왜 엄마까지 그런 말을 하느냐며 역정을 내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고 동생을 찾으러 나갔다.

동생을 찾아 밤거리를 헤매던 나츠코는 어느샌가 공원에 와 있었다. 놀이터 쪽에서 뭔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고 다가가보니 빈 그네가 혼자 흔들리고 있었고 그네 앞에는 동생의 책가방이 떨어져 있었다. 다음 순간 흔들리던 그네가 갑자기 멈춰서는가 싶더니, 그녀의 뒤에서 한 소년이 나타나 같이 놀자며 다가온다. 그리고 텅 빈 놀이터에는 그네 두 개가 흔들리는 가운데 여자의 신발 한 켤레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고, 다음 날 마을에는 "여자아이가 또 사라졌는데 아마 마키오가 데려간 것 같다더라", "공원에 가보면 웬 여자아이가 서 있는데 이름이 나츠코라더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2. 버릇(1990년 7월 12일 방영분)

주연: 키쿠치 모모코. [1]

요시나가 마리코는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인데도 집 밖에서는 항상 촌스럽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수수한 차림새로 지내고 있었다. 심지어 친척의 소개로 만난 맞선 상대인 사사오카 료헤이를 만나는 자리에도 일부러 안경을 쓰고 수수한 옷을 골라 입고 나갔을 정도였고, 심지어 잘 보니 예쁘다고 칭찬하는 료헤이에게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쏘아붙여 그를 무안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료헤이는 마리코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를 마음에 들어해서 진작부터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리코는 단지 숙모가 하도 부탁을 해서 어거지로 맞선을 보러 나왔을 뿐 자신은 남자를 사귈 생각도, 결혼 의사도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튀어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유는 바로 도벽이었다. 그것도 보통의 도벽과는 조금 달라서, 자신을 칭찬하는 말(주로 예쁘다든가, 귀엽다든가 하는 외모 관련 칭찬.)을 듣거나 기분이 좋아지거나 하는 순간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다. 이때 마리코의 도벽 스위치(?) 발동을 나타내는 극중 장치로 종 소리가 울리는 연출이 나온다. 결국 료헤이에게 모든 사실을 고백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도벽을 알고 나서는 모두 떠나간다며 이미 익숙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은 그동안 마리코가 만났던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며, 마리코가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있을 수 있도록 도벽을 고쳐주겠다며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결혼 생활의 처음은 여느 신혼부부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마리코가 물건을 훔치지 않으려고 애써 의식해도 남에게 지나가는 말로라도 칭찬만 들었다 하면 어느샌가 그녀의 손에는 훔친 물건이 들려 있었고, 료헤이는 그 때마다 그녀가 훔친 물건을 몰래 제자리에 되돌려놓는 생활이 매일 반복되었다. 중간에 스토리텔러 타모리가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으로 아주 잠깐 등장한다. 그런 생활이 지속되던 어느 날 결국 료헤이는 아내가 상점가에서 또 물건을 훔쳐온 것을 보고 폭발해서 이러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하니 고치려고 노력을 좀 해보라며 심하게 화를 내고 만다.

다음 날 료헤이와 함께 동물원을 거닐던 마리코는 역시 결혼같은 건 하는 게 아니었다며 자조적인 말을 꺼낸다. 자신의 도벽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실제로 도벽은 원인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다 명확한 원인을 규정할 수도 없어서 신경증 중에서도 고치기 힘든 축에 속한다. 그래서 늘 료헤이에게 폐만 끼친다며 예전처럼 눈에 띄지 않는 여자로 돌아가겠다는 그녀. 료헤이는 그런 마리코에게 네가 훔쳐간 내 마음을 돌려주기 전까지는 헤어질 수 없다그것만은 우리 둘 다 평생 돌려줄 수 없지 않느냐고 한다.

그러다 문득 무심결에 마리코에게 '예쁘다'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하는 료헤이. 이 장면에서 결말의 복선으로 동물들이 있던 우리가 갑자기 텅 비어 있는 모습이 나온다. 마리코도 덩달아 놀라면서 혹시라도 다른 관람객의 물건을 훔친 게 없나 뒤져 보지만 못 보던 물건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드디어 그녀의 도벽이 고쳐졌다고 생각하고 환호하는 두 사람. 동물원 관람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놓고 마리코에게 예쁘다며 칭찬을 늘어놓는 료헤이와 도벽이 나았다고 믿고 기뻐하는 마리코였지만...그런 두 사람의 뒤에서 뭔가 불길한 기운이 다가오나 싶더니 조금 전까지 동물원에 있던 코끼리가 어느샌가 부부의 뒤를 따라온 것이었다! 순간 좀전 코끼리 우리 앞에서 료헤이가 했던 '예쁘다'는 말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둘은 자신들을 따라오는 코끼리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거로 끝.

3. 금지된 장난(1990년 7월 26일 방영분)

주연 : 이시노 마코( 특수전대 데카레인저 시라토리 스완 역), 이시마루 켄지로

타니구치 마사오, 료코 부부와 그들의 자녀인 두 남매가 강가로 캠핑을 가는 중 남매는 달리는 차창 너머에서 무덤을 발견했다. 마사오는 그런 아이들에게 생명의 순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모든 생명은 죽으면 다른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강가에 도착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던 중 남매는 차 안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서였는지, 아빠 마사오가 낚시로 잡은 물고기의 뼈를 추스려 무덤을 만들어 줬다. 그 뒤 숲으로 놀러 가는 도중 오빠는 계속 길에서 마주치는 개미 등의 작은 생물들을 밟아 죽이고 무덤을 만들어 주는 일을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동생은 아빠가 함부로 살아 있는 걸 죽이면 안 된다고 했지 않느냐며 혼날 거라고 말렸지만, 오빠는 어차피 죽으면 다시 태어날 건데 뭐가 대수냐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다.

그러다 남매는 숲에 사냥을 하러 온 사람들 중 한 명이 오발로 자신의 동행을 쏜 것을 목격했다. 남자가 당황하자 남매는 새인 줄 알고 쏜 거냐며 그를 추궁했고, 남자는 현실을 애써 부정하려 했다. 그러던 중 오빠는 땅에 떨어져 있던 남자의 엽총을 주워들고 그에게 겨누면서 "사람이 죽으면 뭘로 다시 태어날까?"라는 말을 했다. 이 모습에 남자는 그 총 진짜라며 아이들을 말리려 하지만 잠시 뒤 숲에는 총성이 울려퍼졌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료코는 뒷좌석에서 세상 모르게 잠든 두 아이를 보며 "꼭 천사 같아."라고 말했다. 그 숲에서 아이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는 끝끝내 알지 못한 채...... 사실 마사오 부부도 강가에서 마사오가 잡은 물고기로 점심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두 사냥꾼을 언뜻 보기는 했다. 하지만 부부가 강가에 있는 사이에 남매가 자기들끼리 숲으로 놀러 갔으니 그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리가 없었고, 총소리를 들었다고 쳐도 좀전에 본 사냥꾼들이 쏜 것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4. 주목받는 남자(1990년 9월 6일 방영분)

주연 : 야나기사와 신고. 극장판 가면라이더 드라이브 서프라이즈 퓨처에서 경시청 고위 간부 '코바 신지'역으로 특별출연.

평소 존재감 없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평범한 회사원 와타나베 마사오. 어느 날 아침,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이 무슨 이유인지 마사오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얼굴에 뭐가 묻었느냐, 그렇게 쳐다보지 말라고 해도 가족들은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하지만 집 밖으로 나와서도 그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 기이한 현상은 회사에서도 이어져서, 동료들이 다른 일을 하는 와중에도 얼굴은 계속 마사오 쪽을 향한 채 그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지 알 리가 없던 마사오는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도망치다시피 회사를 뛰쳐나왔다. 게다가 마사오를 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네킹처럼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이어서 상당히 기이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고 급기야는 도중에 잡아탄 택시 기사까지 마사오를 보며 운전하는 바람에, 결국 그는 차를 세우고 기사를 차 밖으로 떠밀다시피 해서 택시를 빼앗아 자신이 직접 운전을 했다. 달리는 차 안에서 그는 한번쯤 눈에 띄고 싶었던 적은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눈에 띄고 주목받는 건 싫다고 절규했다. 마사오가 잠시 차를 세운 사이 어디선가 나타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차를 에워싸고 안을 들여다보자, 그는 차에 매달린 사람들을 떨쳐버리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로부터 도망치면서 그는 누구라도 주목받고 싶고 눈에 띄고 싶어하지만, 이럴 바엔 차라리 혼자 있게 놔두라며 외톨이인 편이 훨씬 낫다고 울부짖었다. 그러다가 차를 몰던 중, 마사오는 도로변의 구조물에 매달린 눈알 모양의 풍선을 보고 누군가 또 자신을 쳐다본다고 착각, 패닉에 빠졌다. 심지어 그동안 그를 계속 뚫어지게 보던 사람들의 눈과 눈 모양의 사물들이 자꾸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며 그를 괴롭힌다. 심지어 그 중에는 노른자가 2개 들어간 달걀 프라이까지 있었다. 또한 이 부분에서 방송사인 후지 테레비의 눈 모양 로고 마크도 짤막하게 지나간다. 착란상태에서 핸들조차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게 된 마사오. 결국 그가 몰던 택시는 다리 아래로 추락했다.

조금 뒤, 다리 인근에 TV 뉴스의 기자가 나타나 택시 추락 사고 소식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네, 여기는 현장입니다. 오늘 오전 도쿄 나카노에서 택시 강도가 뺑소니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용의자 와타나베 마사오(26세)는 가나가와현 츠쿠이마치로 도주 중, 현수교에서 운전 실수로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가 현수교 와이어에 목이 졸려 즉사했습니다.
그리고 보시는 것처럼 현재도 허공에 매달린 채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입니다.
다리 위에 매달려 있는 마사오의 시체가 적나라하게 뉴스로 생중계되고 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보기에 상당히 불편한 장면이다.

5. 성묘(1990년 9월 13일 방영분)

주연 : 하기와라 나가레, 사이토 요스케

일도 안 하고 도박이나 술에 빠져 사는 한량인 오치아이 타이치로라는 남자가 단골 라면집에서까지 거절당한 끝에 길거리에서 점을 치던 점쟁이 할머니에게 되는 일이 없어 직장에선 짤리고 아내도 도망쳐버렸다며 울면서 점을 보던 한 남자에게 '안 되는 놈은 뭘 해도 안 돼'라는 심술궂은 말로 시비를 걸어 쫒아낸다. 그런 그에게 점쟁이 할머니는 '오랬동안 성묘를 안 갔구만, 아버지가 부르고 있다', '부딪히는 것에 조심해라, 그게 널 구해줄거다'라는 조언을 해준다.

그 말이 신경쓰여 아버지의 묘비가 있는 공동묘지에 간 타이치로는 옆 묘비에 꽂혀있던 꽃을 뽑아다 자기 아버지 묘에 꽂아놓고 묘지를 나오던 도중 달려오던 차에 부딪칠 뻔 한다. 그 차를 향해 시비를 걸었다가 그 차에 타고 있던 깡패들에게 두들겨맞고 괜히 그 할머니를 탓하는데, 그대로 공원 벤치에서 깨어난 타이치로는 옆에 앉아 신문을 보던 노숙자의 신문을 빼앗아보게 되는데, 그 신문에는 어제 시비가 걸린 깡패들이 타고 있던 차량의 번호와 같은 번호의 마권이 우승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이에 다시 한번 어제와 똑같이 성묘를 하고 나오던 그는 묘지 입구에서 깐족대다가 달려오는 오토바이에 부딪힐 뻔 하고, 그 오토바이의 번호판에 적힌 번호의 마권을 사려고 하지만 문제는 돈이 없었던 것. 본인이 기둥서방 역할을 하고 있던 호스티스 동거녀는 그에게 질려 짐을 챙겨서 집을 나가버리고, 사채업자들에게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사채조차 쓰지 못하고 쫒겨났으며 누구에게도 종잣돈을 빌리지 못하고 떠돌던 그는 결국 스타킹을 뒤집어쓰고 편의점을 털어 돈을 만들게 된다.

그렇게 번 돈으로 마권을 산 그는 대량의 돈을 손에 넣게 되고, 이후로도 계속 성묘를 하고 무언가에 부딪힐 때마다 재물이 생기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육교를 오르던 도중 강도가 경찰을 쫒는 과정에 휘말려 팔꿈치를 부딪혔는데 강도가 흘리고 간 귀금속을 줍거나, 비오는 날 트럭에 치일 뻔 하여 도로 옆 풀숲으로 굴러떨어졌는데 그곳에서 거액이 든 듀랄루민 케이스를 줍는 등. 그리고 전 동거녀가 일하는 호스티스 바에 가서 돈다발을 주며 깐족거리거나, 본인이 살고 있는 고급 맨션에 이전 단골이었던 라면집에 배달을 시켜 배달온 주인에게 음식비보다 더 많은 돈을 주며 잘난채를 하기도 하는 생활을 보내게 되지만…

어느 날 성묘를 가서 언제나처럼 옆 묘비에 꽂혀있던 꽃을 뽑아 아버지 묘에 성묘를 하던 타이치로가 뒤를 돌자 뒤에 서 있던 한 남자가 형사 수첩을 꺼내들고 "오치아이! 강도 및 습득물 횡령 죄로! 체포!"라고 외친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점쟁이 할머니 앞에서 울면서 점을 보던 그 남자였고, 그 아버지의 묘는 타이치로가 자기 아버지 묘에 바치려고 매번 꽃을 훔쳐다 꽂았던 그 묘비였던 것. 놀라는 타이치로에게 형사가 "할머니가 말한 대로, 부딪히는 것에 주의하라고 한 건 정말이였구만."이라는 말을 하고 결국 타이치로는 경찰들에게 끌려가며 경악 한다.

6. 여배우(1991년 5월 9일 방영분)

주연 : 주디 온그, 나가츠카 쿄조

요시나가 아츠사라는 여자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와 자신의 정신병에 대해 상담을 받는다. 이 여자는 일본 최고의 배우로 손꼽히는 사람인데, 연기에 너무나도 열중한 나머지 자신의 드라마 배역과 진짜 생활이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로맨스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나서 상대 배역에게 "그만하세요! 전 남편도 아이도 있는 몸이라고요!"라고 했다가 상대 배역에게 되돌아가서 안기거나 하는 일이 반복된다. 남편도 아이가 있다고 한 부분은 실제 대사였고 컷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몰입한 나머지 상대 배역에게 자신을 데리고 도망치라고 하는 일을 벌인 것.

그리고 자신은 이 사실을 매니저가 말해준 뒤에야 알아차렸다고 한다. 한 번은 경찰 드라마에서의 배역과 자신을 헷갈려 건물 빌딩에서 액션씬으로 착각해 떨어져 죽을 뻔한 적도 있었지만, 그 타이밍에 정신이 돌아와서 구사일생으로 살았다고. 이번에는 요시나가가 살인범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의사는 요시나가에게 배역을 맡을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 하지만, 요시나가는 자신이 아니면 이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스토리의 제목은 "살해당한 카운셀러"고, 내용은 상담을 하던 카운셀러를 살해하던 내용. 요시나가는 드라마 속 카운셀러랑 지금 실제 상담하고 있는 의사를 헷갈리기 시작하고 죽이려 드는데...

갑자기 "컷!" 소리가 들리더니 스태프들이 등장한다. 알고 보니 지금까지 내용이 모두 드라마 씬이었다. 요시나가는 "현실과 드라마를 구분을 못하는 여배우 역할"을 맡고 의사 역을 맡은 남자랑 촬영을 했던 것. 요시나가는 드라마를 찍고 나서 촬영을 했던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다음 스케쥴이 있다면서 자리를 뜨고, 스태프들과 의사 역의 배우가 멀어져가는 요시나가를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는데...

사실 요시나가는 평범한 주부인데 자신을 배우라고 착각하는 정신질환에 걸려 있었다. 의사 역의 배우의 말에 의하면 방금 전까지 했던 건 모두 역할극 치료법에 대한 논문 연구를 위해서였다고. 즉, 이 의사 역 배우는 진짜 정신과 수석 의사, 스태프들은 부하 의사들이었고, 요시나가는 진짜 환자였던 것. 수석 의사는 "자신의 연구가 학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라며 염려하고, 부하 의사 중 한 명이 그를 격려하며 방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다른 부하 의사들이 그걸 묵묵히 지켜보는데...

사실 진짜 정신병에 걸린 사람은 이 남자였다. 자신이 진짜 의사라고 착각하는 정신병에 걸려버린 것. 이 남자가 들어간 방은 사실 의사 사무실이 아니라 입원실이었고, 안에는 감시를 위한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남자는 방에서 마치 다른 사람들하고 있는 것처럼 횡설수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진짜 수석 의사는 바로 좀 전까지 여배우 역할을 했던 요시나가. 그녀는 부하 의사들과 함께 논문 연구를 위해 CCTV로 이 남자를 지켜보고 있었고, 부하 의사에게 "진짜 정신과 의사인줄 알았다니까."라고 하자 조금 전까지 저 남자에게 아부하듯 말을 하던 부하 의사가 선생님 정말 아름다우신데다 최고의 연기를 하셨습니다. 사실 선생님 의사가 아니라 실제로는 여배우인거 아니십니까?라고 묻고 이에 요시나가가 좋아서 깔깔대다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묘한 웃음을 지으며 끝난다.

반전에 반전이 반복되는 어이없고 웃긴 전개로 기묘한 이야기의 최고의 꿀잼 에피소드 중 하나로 자주 회자되곤 한다. 보는 사람도 누가 의사인지 헷갈린다 하며 심지어는 또다른 반전으로 사실 2명 다 정신병자,양쪽 다 정상인데 서로 정신병자로 오해한다라고 말하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이러면 나머지 부하직원들이 설명이 안된다.알고보니 부하들도 정신병자. 마지막 대사때문에 실제로 의사인 요시나가가 의사면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상당한 연기력을 보여준 여배우의 역할도 제대로 하여 에피소드 제목을 관통한다는 의의도 지닌다.

한국의 환상여행에서 표절하여 방영한 바 있는데 정신병에 걸렸으면서 자신이 의사라고 생각하는 노숙자 역할로 권해효가 나온다.

7. 쓰레기를 못 버리겠어(1991년 5월 17일 방영분)

주연 : 사쿠라다 준코

작은 시골 마을의 영업소에서 일하는 사와다 카오루는 업무 실력을 인정받아 도쿄 본사로 발령받게 된다. 그녀는 직장이 없는 남편과 초등학생인 아들을 시골 집에 남겨두고 혼자 상경,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는 몰랐던 독신의 자유로운 삶을 누리며 지낸다. 어느 날 카오루가 퇴근해보니 현관 문 앞에 분명 출근길에 내놓은 쓰레기 봉투가 그대로 놓여 있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평소 쓰레기 분리수거 규칙을 지키지 않는 카오루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아파트 관리인의 고육지책이었던 것. 관리인에게 항의했지만 어쨌든 규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기에 도리어 잔소리만 실컷 듣는다.

그 이후로 카오루의 집 안에는 나날이 쓰레기가 쌓여가게 된다. 내다 버리려고 해도 역 근처 쓰레기통에 버리려니 역무원에게 한 소리 듣고, 공원 쓰레기통에 버리려니 이번에는 경찰(스토리텔러인 타모리가 경찰 역으로 까메오 출연)이 수상하다는 눈초리로 지켜보는 식이라 제때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된 것. 날이 갈수록 집안은 쓰레기장이 되어가서 쌓인 쓰레기 봉지를 이불로 삼을 정도로 심각했다. 카오루는 노이로제에 시달린 나머지 매일 밤 악몽까지 꾸게 된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악몽에 시달리던 그녀가 간신히 눈을 떴을 때, 그녀의 곁에는 남편과 아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동안 이렇다 할 직장이 없이 지내던 남편이 취직을 결심하고 상경했던 것. 하지만 평소 집에서 놀기만 하던 남편을 쓰레기같은 존재로 여겼던 카오루는 도쿄에서 일자리도 찾고 화해도 하고 싶다는 남편과 엄마가 보고 싶었다며 매달리는 아들을 매몰차게 쫓아내 버린다. 게다가 남편에게는 더이상 쓰레기를 늘릴 수는 없다는 폭언까지. 밖에서 두 사람이 애타게 문을 두드렸지만 애써 외면한 채 그대로 눈을 감아버리는 카오루.

다음 날 문 두드리는 소리에 카오루가 나가보니 관리인이 "쓰레기 버리는 날 좀 잘 지키세요!"라며 또 잔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의아해하는 카오루에게 관리인은 재차 "타는 쓰레기는 화/목요일, 안 타는 쓰레기는 수요일에!"라는 것이었다.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그녀가 창가로 달려가 쓰레기 버리는 곳을 보니, 거기에는 남편과 아들이 당장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쓰레기들 사이에서 걸터앉아 있었다.

8. 즌도코베론쵸(1991년 4월 18일 방영분)

주연 : 쿠사카리 마사오. 2016년 NHK 대하드라마 사나다마루 사나다 마사유키 역 배우.

모르는 게 없는 박식한 회사원 미카미 씨는 그 지식 덕분에 동료 직원과 상사의 신임이 두터운 남자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직원들이 '즌도코베론쵸' 라는 수상한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동료 회사 직원, 장난감 가게 점원, 자신의 아내와 딸, 심지어 동네 건달들마저 다 알고 있는 즌도코베론쵸를 혼자만 모르는 미카미 씨. 대화의 흐름에 적응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다방면에 걸쳐 즌도코베론쵸를 조사하지만 매번 허탕만 친다.

그러던 어느 날, 성공만 하면 승진은 확정이라는 회사 내 거대 프로젝트의 팀장에 임명된 미카미 씨. 기뻐하며 프로젝트의 이름을 묻자 '즌도코베론쵸 프로젝트'라는 대답을 듣는다. 그런 프로젝트를 담당하다니 역시 미카미씨는 대단하다며 회사 직원은 물론 동네 건달들까지 몰려와 축하해 주었다. 허탈함+멘붕이 온 미카미 씨는 즌도코베론쵸가 뭔지 가르쳐 달라며 울먹거렸고, 주위 사람들은 뭔지 모르냐며 황당해 하는 걸로 끝났다. 그리고 이는 이 프로그램이 배출한 유행어 혹은 슬랭 중 하나가 되었다. 나우누리에서 유명했던 스타쉬피스 괴담의 원작이며 역시 비슷하게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즌도코(ずんどこ)는 '쿵덕쿵덕'이라는 의미이고, 베론(べろん)은 혀를 내밀면서 말하는 '낼름'이라는 의미의 베로리(べろり)의 변형이다. 다만 일본인도 '즌도코베론쵸'라는 단어에서 '쿵덕쿵덕하고 낼름하는 무언가'라는 인상을 받을 뿐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짐작하지는 못한다.

2015년 11월 21일 기묘한 이야기 25주년 기념 걸작 부활편에서 후지키 나오히토 주연의 리메이크판이 방송되었다. 배우는 꽃보다 남자 1995년작 실사 영화판의 하나자와 루이 역 배우. 2014년 봄 특별편 '복수병동' 에피소드에서도 주역을 맡았다.

9. 마늘(1991년 8월 22일 방영분)

주연 : 사카키바라 이쿠에

평범한 주부 이시하라 요코. 어느 날 카레에 넣을 마늘을 깜빡하고 안 사왔다는 것을 깨닫고 아파트 단지 근처의 야채가게로 갔지만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가게는 텅 비어 있었다. 순간 바로 눈앞에 마늘이 있는 것을 본 요코는 마침 아무도 없겠다 싶어서 진열되어 있던 마늘 하나를 슬쩍해 집으로 가져오지만, 아무래도 지갑까지 가지고 갔었으면서 도둑질을 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 탓인지 훔쳐온 마늘을 쓰지는 못한다. 사실 그 이후 야채가게에 마늘을 돌려주러 갔기는 했지만 가게 앞에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남들의 눈도 있고 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래서 부엌 찬장에 넣어두게 된다.

이 일로 내내 불안에 시달리게 되는 요코. 집에 마늘이 다 떨어져서 마늘을 얻으러 온 이웃집 사람에게도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하면, 동네 사람과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조금 전에 봤다'는 말에 자신이 도둑질한 현장을 본 건가 싶어 한순간 긴장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다 듣고 보니 경찰차가 서 있는 것을 봤다며 얼마 전 인근에 사는 OL이 실종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아파트 부녀회 사람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구운 마늘을 곁들인 스테이크가 나오자 당황해하는가 하면, 가스 검침원이 부엌 찬장에서 이상한 냄새(사실은 요코가 찬장에 넣어둔 마늘에서 나는 냄새였다)가 난다고 하는 것을 아무 것도 아니라고 얼버무리며 검침원을 황급히 내보내는 등.

그러던 중 찬장에 넣어둔 마늘이 상해 냄새가 심하게 나서 더이상 집안에 둘 수 없게 되자, 요코는 한밤중에 몰래 아파트 화단에 마늘을 묻어두고 돌아온다. 그런데 마침 그녀가 사는 아파트 단지 부근에서 얼마 전 행방불명된 OL의 토막난 시체 일부가 발견되어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었는데, 요코의 집에 들러 탐문수사를 하던 경찰이 느닷없이 그녀를 OL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는 것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그동안 그녀의 거동이 수상하다고 증언해버린다. 앞서 기술되었듯 요코가 마늘을 훔친 것이 누군가에게 발각되어서 계속 감시당하고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나타난 행동들이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그녀가 한밤중에 스카프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수상한 행색으로 화단에 무언가를 묻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까지 확보된 상태. 요코는 자신은 단지 마늘을 묻은 것 뿐이라고 했지만, 그녀의 말을 들은 형사는 경악하면서 역시 인육을 묻은 거냐고 추궁한다. 결국 요코는 미처 항변할 새도 없이 졸지에 살인범으로 몰려 경찰에 체포되고, OL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기자들까지 몰려들어 아파트 단지는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참고로 이 에피소드는 일본어를 모르고 볼 경우 평범한 가정주부가 야채가게에서 겨우 마늘 하나 슬쩍했다가 졸지에 토막살인범으로 몰리게 되는 스토리를 보면서 왜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전개가 되는지 의아해할 수 있는데, 극중에서 요코가 내내 도둑질에 대한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보인 이상행동에 더해 마늘의 일본어 발음 '닌니쿠'가 하필이면 인육(진니쿠)과 발음이 비슷해서 이런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도 이 발음의 유사성 때문에 멀쩡한 채소가 종종 섬뜩한 개드립 소재가 되곤 한다. 또한 체포만 되었으므로 해프닝으로 넘어갔을것이다. 기자들또한 허겁지겁 기사를 쓰다가 이런 해프닝이 있던게 밝혀지만 기레기라면서 욕 먹었을것이다.

10. 선인(仙人)(1991년 9월 5일 방영분)

주연 : 카나야마 카즈히코. ( 가면라이더 키바 시마 마모루 역.

때는 온 나라가 황폐해지고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제대로 해결되지 않던 혼란한 시대. 시대 배경이 명확히 언급되지는 않으나 극중의 묘사로 보아서는 아마도 텐메이 대기근이나 이 시기를 모티브로 한 가상의 시기로 추측된다. '선인이 되는 방법'을 찾아 헤매는 곤스케라는 이름의 남루한 행색을 한 청년이 있었다. 하지만 선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물으러 다니는 곳마다 미친 사람 취급을 받고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
그러다 찾아간 진료소에서 의원이 왜 그렇게 선인이 되고 싶어하느냐고 묻자 곤스케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너무나 덧없다는 사실에 혐오감을 느껴서라고 답한다. 하지만 아무리 박식한 의원이라도 선인이 되는 방법까지는 알 도리가 없어 난감해하고 있던 차에 방으로 들어온 심보 고약한 의원의 아내가 곤스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는데, 여기서 20년 동안 불평불만 없이 보수도 받지 않고 머슴살이를 한다면 선인이 되는 비법을 전수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제안이었지만 곤스케는 아무 의심 없이 그녀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다.

그렇게 의원 아내의 제안에 낚여 머슴살이를 한 지 20년이 되던 날 의원 부부 앞에 선 곤스케에게 아내는 이제 선인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면서 뜰에 있는 큰 소나무 꼭대기로 올라가라는 것이었다. 이것도 그동안 곤스케가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는 것을 보아온 의원의 아내가 또 고약한 심보가 발동해서 어디까지 말하는 대로 고분고분 듣나 보자는 생각에 벌인 짓이었지만 곤스케는 이를 알 턱이 없고...곤스케가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자 이제는 나뭇가지를 잡은 손을 놓으라는 말까지 하고 만다. 의원이 옆에서 저러다 죽는다고 말렸지만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곤스케를 부추키는 바람에 결국 그는 손을 놓고 말았는데.....

의원 부부의 눈앞에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공중에 떠 있는 곤스케의 모습이 보였고 그는 이제야 제대로 된 선인이 될 수 있었다며 부부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작별을 고하고 하늘 저편으로 날아 자취를 감추었다. 이걸 본 의원의 아내는 멘붕해서 그자리에 주저앉아 부들부들 떨었으며 의원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곤스케가 사라진 하늘을 그저 멍하니 올려다볼 뿐이었다.

11. STILL (1991년 10월 31일 방영분)


어느날 집에서 깨어난 주인공 , 잠에서 깨서 거실을 가니 부모님이랑 가족들이 멈춰있는 현상을 발견한다.
이에 수상함을 느껴서 밖에 나가보니 주변인물들도 전부 멈춰서 움직이지 않고있는데..

12. 녹색 편지(1991년 11월 7일 방영분)

주연 : 야쿠마루 히로히데

인구 과밀에 따른 삼림 파괴로 인해 공기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산소가 부족해져 휴대용 산소통이 생활 필수품이 되어버린 근미래의 세계. 한숨 한 번 쉬는데도 산소통이 필요할 정도로 극단적인 산소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에서는 인간을 대대적으로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잉여인간으로 판정된 사람들에게 초록색 편지, 즉 '출두명령서'가 배달되었고, 이것을 받은 사람은 곧바로 종적을 감춰버리는 것. 물론 그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매사에 의욕도 없고, 그래서 회사에 이익이 안 된다며 항상 뒷담화 대상이 되던 주인공에게도 어느 날 '초록색 편지'가 배달된다. 이 편지의 의미를 알고 있었던 주인공은 자신도 먼저 행방불명된 사람들처럼 무슨 일을 당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소꿉친구였던 애인도 모르게 종적을 감추며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한다. 자신을 뒤쫓는 추적자들로부터 도망치던 주인공은 하수도에서 한 중년의 남자를 만나는데, 남자는 주인공에게 배달된 것과 같은 초록색의 출두명령서를 보여주며 그를 자신의 은신처로 데려간다.

은신처에서 남자는 주인공에게 최근 들어 정부가 주인공 같은 젊은이에게까지 보낼 정도로 초록색 편지를 남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이 편지를 받은 이후 2년 동안 도피생활을 해 왔지만 이제 슬슬 한계가 된 것 같다고 자조한다. 출두하겠느냐고 묻는 주인공에게 그는 이대로 있어봤자 어차피 쓸모 없는 존재일 뿐이니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 편이 나을지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한편 주인공의 애인에게 정부 관계자들이 찾아와 그의 행방을 추궁하면서 '그에게 할 일을 주려고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그러다 결국 애인은 주인공이 숨어 있는 곳을 찾아내 그와 재회한다. 알고 보니 주인공과 중년 남자가 숨어 있던 은신처는 어렸을 때 두 사람이 함께 놀던 장소였던 것. 하지만 안도의 순간도 잠시, 정부 관계자들이 은신처가 있는 장소를 알아냈고, 결국 중년 남자는 자포자기한 듯 이제는 지쳤다는 말과 함께 두 사람을 피신시키고 자신은 관계자들이 있는 곳으로 나간다.

뒤쫓아오는 정부 관계자들과 한밤의 도로에서 차로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 두 사람. 하지만 도중에 사고로 둘 다 의식을 잃은 채 길 위에 쓰러지고 만다. 이 때 의식불명 상태가 된 두 사람 앞에서 관계자들은 뭔가 심상치 않은 대화를 주고 받는데...

나무와 온갖 녹색 식물들이 가득한 어느 녹지에서 두 남녀가 앞으로는 훨씬 살기 좋아지겠다는 대화를 나눈다. 이 때 남자가 인구도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데, 바로 아래의 표지석 내용을 보면 이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이 앉아 있는 자리 바로 뒤편에 있는 표지석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키보가오카(希望ケ丘) 인간 식림(植林)지역

제5차 G프로젝트(그린 프로젝트) 지정지역

1기~12기분 총 사용 인원
남성 5만 3000명
여성 4만 7000명

산소 공급 목표 560만㎥(연간)

법무국 녹화촉진위원회

곧 이 곳은 살아있는 인간을 땅에 심어서 만든 녹지라는 의미. 참고로 앞서 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주인공과 애인을 보던 정부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은 아직 숨이 붙어있으니 지금 데려가면 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생물과학연구소'에 연락하라는 것이다.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살아있는 사람을 나무로 변화시켜 식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말이 식림지역이지 실상은 거대한 공동묘지나 다름없는 곳. 중간에 이 '인간 식림 지역'이라는 부분이 짤막하게 클로즈업된다.

13. 홈 드라마(1991년 12월 12일 방영분)

주연: 마츠바라 치아키, 타야마 료세이

오랜 꿈이었던 내집마련에 성공하여 기뻐하는 이쿠타 가족. 하지만 아내 미도리는 새 집을 아끼는 마음이 지나친 나머지 서서히 결벽증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집 안이 담배 때문에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금연을 종용당하고 쓴웃음을 짓는 남편 신이치.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집에 조그만 흠집은 물론 작은 얼룩조차도 용납할 수 없는 미도리는 온 집안에 카펫을 깔고, 문 손잡이에도 일일이 커버를 씌우는 한편 매일 집안 곳곳을 닦는 것은 당연한 일. 방바닥 닦는데 소중한 우리 집을 더러운 걸레로 닦을 수 있겠냐면서 이브 생 로랑 최고급 손수건을 쓰는 기행까지 보였다. 심지어 욕실에 곰팡이가 필 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는 집 대신 센토(대중 목욕탕)에서 목욕할 것을 통보한다.

미도리의 결벽증은 점점 심해져서 급기야는 집에 흠집이 난다는 이유로, 아들의 친구 집에서 기르던 개가 새끼를 낳아서 그 중 한 마리를 분양받아온 강아지를 박스에 넣어서 사방을 테이프로 동여맨 뒤 강에 띄워보내 버리는가 하면 심지어 집안에 있던 모든 세간살이들을 중고품 업자에게 팔아치우는 일까지 저지르고 만다. 당연히 남편은 이 일로 단단히 화가 난다. 결벽증도 결벽증이지만 개를 버려서 아들을 울린 것도 크게 작용했다. 애초에 미도리가 새 집으로 이사가면 개를 키워도 된다고 아들과 약속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짓을 저질렀기 때문. 남편은 생활하면서 흠집이 나거나 더러워지는 건 당연한 게 아니냐, 집은 장식품이 아니라며 다시는 더럽다, 흠집이 난다는 소리는 입 밖에 내지도 마라, 만약 그러지 못하겠으면 집을 나가라고 엄포를 놓기에 이르렀다.

이전처럼 청소를 하지 못하게 된 미도리는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남편이 마당에서 골프 연습을 하면서 잔디가 패이는 것도,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방을 온통 어지르는 것도 극중 묘사를 보면 너무 심하게 어질렀다는 감이 있다만 그저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더러워지는 거니까 상관없다며 자신을 다잡아보려 하지만 더러워진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피고 벌레가 끓는 환각을 보기에 이르고, 결국 결벽증이 재발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미도리가 장을 보러 나간 사이 혼자 집에 있던 딸 마유미가 거실과 부엌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청소 도구들을 대량으로 사고 집에 돌아와서 크레파스 자국으로 엉망이 된 거실과 계란 케첩 등으로 범벅이 된 부엌을 목격한 미도리.

그 날 저녁 마유미는 집 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미도리는 "그래? 몰랐네."라며 태연하게 저녁 준비를 하고 있을 뿐. 저녁 7시인데다 밖에는 비까지 오고 있었기에 남편과 아들은 마유미를 찾으려 하지만, 미도리는 그 와중에도 딸은 안중에도 없이 빗물 때문에 집이 더러워진다며 필사적으로 지붕에 비닐을 씌우러 올라간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쿠타 일가의 가족사진이 클로즈업되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딸 마유미가 정확히 어떻게 되었는지는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과거 미도리의 행동과 대사로 미루어보면 개를 버릴 때처럼 박스에 넣어 강에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 몰랐네.'라는 대답은 개를 버렸을 때에도 나온 대사였고, 마유미를 보면서 떠올리는 장면도 개를 강에 띄워보낸 장면이다. 결국 극도의 결벽증 때문에 미쳐서 자신의 딸까지도 죽여버리는 무서운 이야기.

14. 23분의 기적(1991년 겨울 특별편)

주연 : 카쿠 치카코(賀来千香子)
소설 ' 쇼군' 등의 작가로 유명한 제임스 클라벨(James clavell)의 단편 소설 'The children's story'를 영상화 한 작품이다.[2] 이 소설을 일본에 번역하면서 제목을 '23분의 기적'으로 했기에 이 제목을 그대로 따른 듯.

불길한 바람소리와 함께 비춰지는 초등학교. 3학년 2반 교실에 학생들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앉아있고 여교사는 교탁 옆에 앉아 소리내어 울고 있다. 시계가 9시를 가르키며 수업 시작 종이 울리고 교실에는 새로운 '여교사'가 들어오는데...

이야기의 전체 내용은 (약간의 앞 뒤 내용을 제외한다면) 새로운 여교사가 들어온 9시부터 23분간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그려내고 있다.(실제 방영 시간은 18분 정도) 삽입곡은 어메이징 그레이스.

15. 하이 눈(1992년 6월 11일 방영분)

주연 : 타마키 코지. (록밴드 안전지대의 보컬)

어느 무더운 여름 한낮. 한 상점가의 작은 식당에 말쑥한 차림새의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 가게 벽의 메뉴판을 한참 보다 첫 번째 음식을 주문한 그는 이윽고 음식이 나오자 한 그릇을 뚝딱 비운 다음 두 번째로 카츠동을 주문했다. 가게 안에 있던 다른 손님들과 주인 부부는 그런 남자를 보며 처음에는 어지간히 배가 고팠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곧이어 세 번째, 네 번째...이렇게 연달아서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는 족족 깨끗하게 먹어치우는 것을 보고서야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눈치챘다.

어느샌가 식당 안은 손님들과 주인 부부, 그리고 가게에 이상한 손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온 동네 사람들까지 가세해서 작은 가게 안이 그야말로 초만원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남자가 벽에 붙은 메뉴판 순서대로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가장 오른쪽 끝에서부터 순서대로 하나씩 주문했다. 게다가 먹는 데 걸린 소요시간은 메뉴 하나에 평균 약 4분 20초. 음식을 조리하는 데 걸린 시간까지 고려한 기록으로 야키소바 같은 면 종류는 이 시간의 거의 절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윽고 그가 마지막 메뉴까지 올 클리어하는 순간 가게 안에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울려퍼졌고, 주인 부부를 시작으로 마을 사람들 모두가 이렇게 흥미진진한 건 처음이었다며 남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 때 남자가 식사를 하느라 잠시 벗었던 안경을 다시 쓰더니, 다시 메뉴판을 천천히 훑어보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설마 하는 생각에 긴장한 채 그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을 때, 남자는 조용히 "오야코동 주세요"라는 한 마디를 던졌다. 남자가 가게에 들어와서 제일 처음에 시켰던 메뉴가 오야코동이었는데, 이 순간 그가 전 메뉴 제패 2주차(?)에 도전하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망연자실+ 멘붕하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TV에서는 절묘한 타이밍에 스포츠 중계 해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2015년에 방영된 25주년 기념 '걸작 부활편'에서 와다 아키코 주연으로 리메이크되었으며, 리메이크판에는 '한낮의 결투(真昼の決闘)'라는 부제가 추가되었다. 그래서 극중에 깔리는 BGM도 원판에서는 재즈 풍의 음악이었던 반면 리메이크판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음악이 주를 이룬다. 또한 주인공의 성별은 변경되지 않았기 때문에 와다 아키코가 남장을 하고 연기했는데, 와다 아키코의 남성적인 외모와 저음의 목소리에 더해서 원판과 리메이크판 모두 음식을 주문할 때를 제외하고는 주인공의 대사가 한 마디도 없기 때문에 남성 등장인물을 연기하는데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에피소드는 스톱!! 히바리군!의 작가 에구치 히사시의 또 다른 대표작 '나아가라!! 파이렛츠' 11권에 수록된 '사상 최대의 생중계'가 원작으로, 원작의 결말에서는 주인공이 마지막에 음식값 안 내고 튀기를 시전했다.

16. 말 없는 방(1992년 7월 2일 방영분)

주연 : 기무라 타쿠야

1970년, 한창 일본이 경제 발전을 이루던때. 도쿄에서는 사람들이 한창 열심히 일을 하는 공장이 나온다. 공장에서 열심히 일한 다음 사람들은 월급날때 뭐하지 하면서 즐겁게 웃고 고민하고 있지만 유독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청년이 있었다. 그런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최고참인 선배가 힘내라고 다독여준다.

어느때나 다름없이 일을 마치고 쓸쓸히 집을 가던 남자. 그러다가 어느 가게를 지나치게 되고 잠시 녹음기에 한 눈이 팔리는듯 싶더만 곧바로 자기 갈 길을 간다. 그리고 가게의 주인은 그런 주인공을 힐끗 쳐다보는데.

다음날 청년은 또다시 일을 하고 점심시간 즈음에 그나마 친하게 지냈던 최고참 선배가 건강 문제 때문에 공장을 그만둔다는 걸 알게되고 조금 있다 송별회하니깐 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렇게 청년은 송별회가 열리는 식당으로 가지만 사람들이 많은게 부담스러웠는지 결국 다시 발길을 돌린다.

그렇게 또다시 비를 맞으면서 쓸쓸히 길을 걷던 도중 청년은 저번에 지나쳤던 그 가게를 또다시 지나가게 되고 저번에 본 녹음기를 다시 보게 된다. 이 녹음기를 살까 말까 고민하던 청년은 결국 녹음기를 사게 된다.

녹음기를 산 청년은 집으로 가지고가서 녹음기를 테스트 해보고는 녹음이 잘되자 신기하던지 굉장히 즐겁게 혼자 녹음을 하면서 시간을 때운다. 일은 일대로 굉장히 고된데다 연이어서 실수를 저질려서 혼나는등 힘든 하루를 보내지만 녹음기에다 인사말을 녹음하고 녹음기가 다녀오세요 라고 하면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등 이런 식으로 본인의 외로움과 고됨을 달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또 다시 녹음을 하던 그는 자기소개를 하는데 본인의 처한 상황과는 반대로의 상황을 가정해서 녹음을 한다. 예를 들어 본인은 도쿄에서의 일이 즐겁다던지 친구들이 많아서 행복한다던지 등 . 그리고 그는 녹음을 마치고 다시 녹음기를 재생한다. 하지만 어째선지 녹음기에선 본인이 녹음했던 거와는 다른 내용이 나오는데 본인이 처한 진짜 상황과 진짜 심경이 나온다. 때문에 당황해서 녹음기를 끌려고 하지만 꺼지지 않고 결국 그는 멘붕이 와 절규를 외친다.

그리고 다음 날 그는 감식반에 의해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이 된다. 감식반은 그가 갑작스런 심장발작을 일으켜서 사망했다고 추정되는 와중에 녹음기를 발견하고 감식반은 녹음기를 틀자 녹음기는 청년이 녹음한 본인의 실제 상황과 심경을 반대로 가정해서 만든 원래 내용이 흘러나오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17. 서브리미널(1992년 겨울 특별편)

주연 : 아즈마 미키히사, 모리모토 레오

1997년, 일본 전국의 인구가 5년 전에 비해 3배 증가하고, 전 인구의 3분의 2가 65세 이상 노년층이 차지할 정도로 사회가 고령화되어 대대적으로 뉴스에 보도되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전국 각지에서 노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급증하게 되었고, 베테랑 신문기자 칸노는 갓 사회부에 배속된 신참 기자 니시무라 히로아키와 함께 이 일련의 노인 연쇄 자살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한다. 그와중에 칸노를 할배라고 부르다가 혼나는 니시무라 사회부 동료 기자들이 칸노를 '할배'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따라 부르게 된 듯하다.

하지만 도무지 사건의 실마리를 잡아낼 수가 없어 고심하던 차에 칸노는 저명한 심리학자 오카무라 교수로부터 노인 연쇄 자살의 원인을 알아냈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하지만 칸노와 니시무라가 그가 전화를 걸어온 공중전화로 달려갔을 때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앞서 오카무라 교수가 칸노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을 보면 교수가 시종일관 불안해하는 모습이고, 공중전화 부스 밖 뒷배경에 수상한 차 한 대가 그를 응시하며 서 있었다.

게다가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대학의 연구실에서는 오카무라 교수가 실종되었고, 지난번 학회 이후 교수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조교의 말만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다른 곳에서도 오카무라 교수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마자 니시무라와 칸노를 문전박대하는 것이었다. 결국 오카무라 교수의 집을 찾아간 두 사람.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오카무라 교수 부인으로부터 서브리미널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여기서 실마리를 얻는다.

서브리미널과 노인 연쇄 자살의 상관관계에 대해 한참을 고심하던 중, 니시무라는 문득 '파라다이스 껌'의 CF가 이상할 정도로 TV에서 자주 보인다는 것을 깨닫는다. 잘 보면 CF만 빈번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극중에서 칸노와 니시무라 정도를 제외한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 껌을 씹고 있다. 앞서 칸노와 니시무라가 찾아간 대학 연구실에서도 조교가 이 껌을 씹으면서 말을 하는데, 굉장히 무성의한 어조다. 어쩌면 이 CF에서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칸노와 함께 영상분석실을 찾아간다. 영상을 찬찬히 살펴보던 칸노와 니시무라는 마침내 CF 속에 숨겨진 다음과 같은 메세지를 발견하게 된다.
바이바이 65
65세 이상인 자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라.
이 메세지만이 아니라 CF 자체에도 심상치 않은 요소가 숨어 있다. 광고 카피 중 '어차피 갈 거라면 파라다이스(천국)'라는 문구가 있고, 껌을 씹는 모습을 표현하는 '카미카미카미카미'도 '씹다'는 뜻의 '嚙み(かみ)'와 '신'이라는 뜻의 '카미'가 같은 발음이다.

즉, 유난히 빈번하게 송출된 이 CF를 보던 노인들이 무의식중에 영상 속에 숨겨진 메세지에 세뇌되었고, 이것이 노인 연쇄 자살사건으로 이어졌던 것. 결국 칸노와 니시무라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정부가 65세 이상 고령자 대상의 노령연금을 홍보하며 '해피 65라'는 켐페인을 내세운다. 말로는 노인 복지를 보장하면서도, 실제로는 노령연금으로 지출할 막대한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서브리미널을 이용해 노인들의 자살을 유도했다는 결론. 하지만 아무도 두 사람이 알아낸 진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의문의 자동차 한 대가 두 사람을 향해 돌진해오는데, 칸노는 니시무라를 밀쳐내고 자신이 차에 치인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구급차 한 대가 칸노를 싣고 어디론가 가 버렸고, 신문사에 전화를 했지만 노이즈와 함께 돌연 통화가 끊기고 만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한 니시무라는 TV 생중계 현장에 난입해서 모두 속고 있다며 그 껌을 조심하라고 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방송사 스탭들은 송출을 중단해 버려 아무도 니시무라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하게 된다. 필사적으로 거리의 사람들에게 파라다이스 껌의 CF가 위험하다고 소리치는 니시무라. 다음 순간, 그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그를 집단으로 폭행하기 시작했고, 거리의 매장 TV에서는 니시무라의 사진과 함께 "이 남자를 말살하라"라는 메세지가 숨겨진 파라다이스 껌 CF가 흘러나왔다.

덧붙여 에피소드 마지막에는 시청자들의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의도인지 "현재 일본에서는 CM 등에 서브리미널 광고 제작, 방송은 시행되지 않고 있음"이라는 자막이 삽입되었다.애초에 위에 문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직까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유사과학,괴담 수준이다.

18. 구박받는 여자(1993년 한여름 특별편)

주연: 오오츠루 기탄, 미즈노 마키, 이시바시 렌지

쇼와 시대 초기. 대학생인 주인공 사노 칸이치는 자료 정리를 돕기 위해 카노 교수의 자택을 방문한다. 그 곳에서 교수의 외동딸 미야코를 만나게 되는데, 금지옥엽 귀한 대접을 받고 있어야 할 그녀는 이상하게도 가족들로부터 심한 냉대를 받고 있었다. 딱히 그녀가 무언가 잘못했다거나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이유 없이 그녀에게 독설을 퍼붓고 모질게 구는 것. 이를 이상하게 여긴 칸이치가 카노 교수에게 미야코에 대해 물어보지만, 카노 교수는 미야코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겼다며 대답을 회피하고, 카노 부인은 미야코는 단지 병에 걸렸을 뿐이라고 일축한다. 하나뿐인 딸임에도 불구하고 미야코를 대하는 카노 부부의 태도에 의문을 품는 칸이치. 그녀의 처지를 동정하면서 마주칠 때마다 상냥하게 말을 건네지만, 그 순간 미야코는 갑자기 심한 경련과 발작 증세를 보이며 쓰러지고 만다.

결국 카노 부인은 칸이치를 따로 불러내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사실 미야코는 '애정 알레르기'라는 특이체질의 소유자로, 조금이라도 애정 혹은 그에 준하는 감정인 친절, 위로, 배려, 동정 등을 접하게 되면 호흡곤란과 심한 발작 증세가 나타나는 것. 카노 부부가 미야코를 냉대한 것은 바로 딸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이 증세가 도저히 믿기지 않았던 칸이치는 그렇다면 미야코를 무엇 때문에 낳아서 키웠느냐는 식으로 묻지만 카노 부인은 칸이치의 말을 도중에 자르면서 "그 아이만 힘든 게 아니예요. 제 딸을 사랑해주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이 어떤 건지....당신은 알기나 하시나요?"라고 되묻는다.

하지만 애정 알레르기에 대한 의문과는 별개로 칸이치는 자신이 점점 미야코에게 이끌리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 급기야 카노 부부에게 미야코와 결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다. 어렸을 때 고아가 되어 부모의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자신과 미야코가 닮았다며, 그렇기에 미야코의 마음을 뼈저리게 이해한다는 칸이치.

이후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되나, 칸이치는 미야코의 체질 때문에 결혼 후에도 가급적 얼굴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부부간에 대화를 주고받는 일도 없었고, 그나마 꼭 필요한 경우에는 최대한 고압적으로 대했다. 미야코를 사랑하면서도 그녀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없이 모질게 대해야 한다는 사실에 칸이치는 때때로 갈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오랫동안 부부 관계를 유지했다.

이윽고 세월이 흘러 50년 후 미야코의 장례식장. 조문객들은 장례식장에 남편인 칸이치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뒷담을 하는 한편 평생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다 죽은 미야코를 동정하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화면이 전환되면서 미야코가 생전 쓰던 방에 홀로 남은 채, 그녀의 젊었을 때 사진을 보며 회한에 젖는 늙은 칸이치의 모습이 나타난다.

시대 배경이나 주인공들의 이름으로 보아 오자키 고요의 '금색야차'( 이수일과 심순애의 원작에 해당)에서 모티브를 따 온 것으로 추정되는 에피소드. 사노 칸이치와 미야코가 금색야차에서는 칸이치와 오미야에 대응된다.

현실에서도 비슷한 병이 존재한다.다만 알레르기나 병은 아니고 선천적으로 호흡기관이 문제가 있어서 웃으면 호흡곤란으로 사망할 수 있는 병이다.

19. 벌칙 게임(1994년 칠석 특별편)

주연 : 나가사쿠 히로미, 이노하라 요시히코(아이돌 그룹 V6의 멤버.)

아키히코는 어느 비오는 날 친구 히로시의 집에 놀러 갔다가 히로시의 누나 유키를 만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히로시는 자기 누나를 꺼리는 듯한 눈치인데다, 유키와 만나기 전에 아예 아키히코에게 누나와 엮이지 말라는 묘한 경고까지 하는 것이었다. 유키는 어렸을 때 히로시와 자주 했다며 어떤 게임을 제안한다.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각자 여러 가지 벌칙을 종이에 적은 뒤 상자에 넣고, 주사위를 굴려서 낮은 수가 나온 사람이 패자가 되어 상자 속 종이를 뽑아 거기에 적힌 벌칙을 수행하는 것. 하지만 흥미를 보이는 아키히코와는 달리 히로시는 이상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한다.

결국 아키히코와 유키 두 사람만 게임을 하게 되는데, 유키는 흔한 벌칙은 시시하니 정말 이건 아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한 벌칙을 써달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시작된 첫 번째 게임에서 아키히코가 승리했으며 첫 번째 벌칙부터 심상치 않은 것이었으니, 첫 번째 벌칙은 자신의 목을 스스로 조를 것. 단 완전히 정신을 잃을 때까지 졸라야 한다. 도중에 풀리면 처음부터 다시 목을 조를 것이었다. 이 어이없는 벌칙 내용에 설마 이걸 진짜로 할까 싶었던 아키히코였지만, 유키가 이를 정말로 실행하는 것을 보고 경악한다. 히로시에게 점점 무서워진다며 하소연도 해 보지만 히로시는 담담하게 그러게 내가 뭐랬느냐는 식으로 반응할 뿐.

목을 조르다 기절한 유키에게 인공호흡을 해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게 한 뒤 게임이 계속되었고 이번에도 아키히코가 이겼는데 두 번째 벌칙의 내용은 첫 번째보다 더 끔찍한 얼음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를 것, 그것도 무려 최소 3cm는 박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어처구니없는 벌칙에 아키히코는 더이상 이런 게임은 못하겠다며 그만두자고 하지만, 유키는 어차피 벌칙을 받는 건 자신이지 아키히코가 아니라며 직접 얼음송곳을 가져와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고 만다.

더이상 견딜 수가 없게 된 아키히코는 게임을 포기하겠다고 하지만, 유키는 그런 식으로 도망치는 건 비겁하다며 그를 비난한다. 그러면서 마지막 게임을 제안하는데, 마지막 게임에서 또 아키히코가 이긴다면 그 때는 게임을 끝내도 좋다고 한다. 다만,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벌칙을 리셋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결국 유키의 제안을 받아들여 마지막으로 주사위를 굴리는 아키히코. 하지만 이번에는 유키가 이기게 되고 아키히코가 벌칙을 수행하게 되는데, 벌칙의 내용을 읽어본 유키는 갑자기 크게 웃으면서 방을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벌칙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발뒤꿈치에 다리미를 10초 동안 댈 것. 온도는 최고 온도로. 단, 도중에 다리미를 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

조금 뒤 방으로 돌아온 유키의 손에는 다리미가 들려 있었다. 패닉에 빠진 아키히코는 없던 일로 하자고 했지만, 유키는 자신은 규칙대로 할 일을 다 했다며 조금 전 벌칙으로 다친 자신의 다리도 없던 일로 할 셈이냐고 아키히코를 비난한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하던 아키히코는 히로시에게 매달리다가 히로시의 오른쪽 가슴에 난 화상의 흔적을 본다 이 뒤로 과거 히로시와 유키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때 유키는 뜨겁게 달군 부젓가락으로 히로시의 가슴을 지지는데, 오른쪽 가슴의 부젓가락 자국 외에 다리미 자국 비슷하게 생긴 화상흔이 있는 것을 보면 다리미로도 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제서야 '누나와 엮이지 말라'는 히로시의 말을 이해하게 된 아키히코. 그리고 섬뜩한 미소를 띤 유키가 뜨겁게 달궈진 다리미를 든 채, 천천히 그에게 다가선다.

그리고, 부모님이 늦게 들어오시는 날 아키히코는 주사위를 들고 여동생에게 벌칙 게임을 제안한다.. 이때 아키히코의 발뒤꿈치가 클로즈업되는데 다리미 모양의 화상이 있다.

중간에 히로시가 트는 CD의 노래는 WANDS의 명곡인 世界が終るまでは로 당시 나온 따끈따끈한 신곡.

20. 시간의 여신(1994년 칠석 특별편)

주연 : 야나기바 토시로, 미즈노 마키. 본명은 고토다 유키. 미즈노 마키는 예명이다.

주인공 사와다 슈헤이는 부인과 사별한 후에도 그녀를 잊지 못해 재혼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그녀를 처음 만난건 30년전 초등학교 시절 칠석 때로 학교에서 칠석에 달 소원을 생각하며 집으로 가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었고 이후 칠석날 소원 종이에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적기까지 한다. 이후 대학교에서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지만 초등학교때 만난 여인을 잊지 못해 그녀에게 그 여인의 이미지를 원하는 바람에 서로간에 사이가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수업을 받기 위해 달려가다 이상한 기분에 뒤를 돌아보니 그때 만났던 여인이 서있었고 아니겠지 하며 뒤돌았다가 다시 돌아보니 사라져있었다. 결국 더 그리워하게 되는 바람에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고 10년이 흘러 사회인이 된 그는 그녀가 머릿속에 잊혀지지 않아 결혼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던 비가 오던 날에 정류장에게 그 하얀 원피스의 여인과 똑같이 생긴 여자를 만나게 되고 결국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

결혼 생활은 너무나 행복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아내가 갑자기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는데 손에 빨간 꽃을 들고 있었고 뭐냐고 물어보자 좋아하는 사람에게 받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결혼 생활을 하면서 예쁜 딸도 낳게 되지만 딸이 5살이 되던 해에 아내는 중병에 걸리게 되고 아내에게 슈헤이는 당신과 똑같이 생긴 여인을 2번이나 만났다고 고백하자 그녀는 전부 자기라고 말하며 시간을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며 당신과 결혼하기 위해 어렸을때부터 지켜보았다고 말한다. 결혼하기 위해 어릴때부터 지켜본 게 아니라 두 사람이 미래에는 결혼하는데 사랑하는 이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보고 싶어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미래, 과거로 갈수는 있지만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남편 앞에 나타난 것이라 말한다. 슈헤이가 미래에도 다녀왔냐고 물어보자 그건 비밀이라고 말했고 그는 그냥 농담이겠거니 하며 웃어넘긴다. 결국 병이 심해져 아내는 숨을 거두었고 슈헤이는 마키가 말한 미래에도 다녀왔다는 말에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될 때를 기다리느라 재혼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미래에 자신이 결혼해 있으면 아내가 슬퍼할까봐.

하지만 10년이 지나 딸이 중학생이 되도 나타나지 않자 죽은 아내가 농담을 한 거라 생각하게 된다. 그러던 중 딸과 같이 길을 걷다 꽃집을 지나치게 되고 거기에 예전에 아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받았다는 붉은 꽃을 보게 된다. 그리고 꽃을 사는데 집의 정원에는 없던 꽃을 아내가 들고 있었던 걸 기억한 슈헤이는 설마하며 뒤를 돌아보자 뒤에는 아내가 서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내가 자기에게 보여준 손가락 표식을 보고 그녀의 말이 진실이었다는 것을 안 도시로는 그녀에게 붉은 꽃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자기가 미래에 숨을 거둘 거라는 것을 알고도 슈헤이와 결혼했던 것이다. 즉, 그와 결혼했기에 숨진 것이 아니라 원래 중병으로 세상을 떠날 운명이었다. 살아있을 때 좋아하는 사람에게 받았다고 꽃을 보여줄때 기쁜 미소를 짓는데 그 이유가 자신이 죽고 없는 미래로 가니 노년이 된 슈헤이가 여전히 자신을 잊지 않고 그리워하고 있었기에 남편의 사랑에 대해 감동받아 좋아한 것이다. 참고로 꽂을 줄때 중학생인 딸도 자신의 엄마를 보게 된다.

21. 그 버튼 누르지 마(1995년 겨울 특별편.1995년 1월 4일 방영)

주연 : 니시무라 마사히코

웬 벙커같은 방에 들어온 끌려들어간 남자. 아무것도 없는 방 한쪽 벽에 버튼이 있는데, '누르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문 너머에는 아무도 없어서 불러도 대답없고, 버튼은 계속 신경쓰이고... 어느 순간 경고문이 '누르시오'로 바뀌는 환영까지 보일만큼 미치고 팔딱뛸 지경이 된 남자는 버튼을 눌러버리고, 그러자 온 방에 사이렌이 울린다. 그리고 그제서야 와서 '누르지 말랬잖아요!'라며 남자를 쫓아내는 관계자.

한편, 옆방에서는 이 모든 상황을 매직 미러로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모든 건 '금지사항 반대효과', 즉 하지 마라면 하고 싶어지는 인간심리의 관찰이었다. 참석한 의사양반들은 바로 다음 실험으로 '쌍둥이 텔레파시' 실험을 시작한다. 두 명을 분리시킨 다음 한 명한테만 외부 자극을 주면 나머지 한쪽은 자극 없이도 무의식중에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가설인데, 제대로 성립한다. 이쯤에서 갑자기 '아까 그 남자도 쌍둥이입니까?'라는 뜬금포 질문이 터진다. 당연히 앞의 실험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며 황당해하던 주최자 의사는 무심코 실험자료를 보는데 이게 웬일, 쌍둥이가 맞다고 한다. 그리고 실험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다른 한 쪽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장면이 바뀌고 갑자기 ICBM이 발사된다. 이 미사일을 발사한 장본인은 아까 버튼 누른 남자와 쌍둥이인 장군이었다. 옆의 부하가 이걸로 제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거라며 대체 왜 핵미사일 발사버튼을 눌렀냐고 따지자 왠지 모르게 누르고 싶어져서 그랬다는데... 그 발사버튼이라는게 아까 누르지 마라던 그 버튼하고 똑같이 생긴 것이었다. 결국 어딘가에 미사일이 터지면서 에피소드 종료. 여기서 우리는 왜 현시대에 일본군과 핵무기가 있으면 안되는지 알 수 있다.

중간마다 등장하는 음악은 매드니스의 'One Step Beyond'.

22. 화장실 낙서(1995년 봄 특별편)

주연 : 기무라 타쿠야. 20대 초반 기무타쿠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남자가 막차를 기다린다. 나중에 나오는 혼잣말에 의하면 직업은 견습 디자이너. 그러다 화장실에 들어와 일을 본다. 화장실엔 곳곳에 온갖 낙서가 쓰여있었고, 그 중엔 밤 0시가 되면 문이 닫힌다는 낙서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로 거의 0시가 되었을 무렵 화장실 문이 크게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는 그냥 우연의 일치로 여기지만 이내 막차 출발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나와보는데 화장실 문이 진짜로 꽉 닫혀있는 상태. 문은 아무리 두들겨도 꼼짝도 안하고, 결국 막차 출발 방송이 들려온다.

핸드폰은 터지지 않았고, 담뱃불로 화재경보를 내서 도움을 요청할까 생각했지만 화장실에서 구조요청을 했다가 웃음거리가 되는 상상을 하고 그만두고 결국 꼼짝없이 하룻밤을 화장실에서 보내게 될 상황. 그런데 앞서 0시에 문이 닫힌다는 낙서부터 시작해서 화장실에 적혀 있는 별의별 낙서가 계속해서 진짜로 일어나게 된다. 지갑 떨어뜨렸다는 낙서를 보니 진짜 자기 지갑이 떨어져있는 걸 발견하는 것부터, 물에 빠져 괴로워한다는 낙서를 보고 얼마 후 소변기가 넘쳐나기 시작하는데 바닥의 배수구로 물이 빠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배수구에서 물이 역류하기까지 한다. 그러자 진짜 기겁해서 대걸레 자루로 쑤셔서 겨우 뚫는다. 물방울 무늬 넥타이를 멘 남자가 네모난 방에서 목을 매단다는 낙서도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남자도 물방울 무늬 넥타이를 메고 있었다. 어두워지면 잭( 잭 더 리퍼로 추정)이 죽이러 온다는 낙서도 있었다.

뭔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낙서도 있었는데, 이건 나중에 거울로 보니 숫자 259, 일본어로 읽으면 지고쿠, 즉 지옥이 된다. 일본어에서 二가 인명용으로 사용될 경우 '지'라고 읽히기때문. 거기다 그걸 알아챈 순간 거울에 적힌 '죽어'라는 낙서까지 발견하고... 남자는 급한대로 화재경보를 내서 나가려고 하는데, 연기 감지기에 담뱃불을 가져다대자 물이 뿜어져나오고 바닥의 배수구도 도로 막혔는지 물이 역류해 뿜어져나온다. 이에 천장으로 탈출하려는데 그러다 삐끗하면서 넥타이가 걸려 하마터면 진짜 목을 매달 뻔 한다. 결국 발자국 소리마저 들려오자 잭이 오는 것이라 여긴 남자는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 낙서를 지운다. 그런데 그러자마자 발소리가 뚝 끊기고, 이에 남자는 낙서를 지우면 된다는 생각에 다른 낙서들도 지우려고 마구 돌아다니다가 대걸레 자루를 밟고 넘어져 기절해버린다.

다음 날 아침 청소부와 역무원이 그를 발견한다. 그는 취객 취급을 받자 화를 내며 왜 문을 잠그고 안열어주냐고 따지는데, 알고보니 문이 미닫이 문이었다. 즉 미닫이 문을 여닫이 문처럼 열려다가 안되니 혼자 갇혔다며 생쇼를 했다는 것. 남자는 어이없어서 허탈하게 웃는다.

이후 밖으로 나온 남자는 택시를 잡아탄다. 하지만 택시 번호가 하필 259번인 걸 보고 잠시 머뭇거리고, 결국 좀 타고 가다가 그냥 돈내고 나와버린다. 택시기사는 어이없어서 화를 내지만 곧바로 다른 손님이 잡아타서 그냥 출발한다. 남자는 낙서 따위를 신경쓰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자책하는데 그 순간 뭔가 큰 소리가 난다. 놀라서 달려가보니 좀 전에 탔던 택시를 공사장에서 쓰는 대형 H빔이 관통하는 사고가 나 있었다. 남자가 바닥에 떨어져있는 259번 번호판을 보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도망치면서 에피소드 종료.

23. 23세의 노인(1995년 가을 특별편)

주연 : 나카이 마사히로

항상 돈에 쪼들리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23세의 주인공은 어느 날 우연히 신문에서 '시니어 시뮬레이터' 개발 조수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게 되었다. 특별한 자격증이나 면허가 필요 없고, 일당 3만 엔에 교통비까지 지급해 준다는 파격적인 근무 조건에 구미가 당긴 주인공은 곧바로 구인 광고를 낸 연구소를 찾아갔다.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시니어 시뮬레이터란 노인의 실제 신체 상태를 체험하는 장비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개발중인 장치라고 한다. 또한 이 시뮬레이터는 단순히 노인의 신체 능력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노인을 보는 시선이나 노인에 대한 대우도 리얼하게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시뮬레이터 장비를 착용하고 특수 제작된 마스크까지 쓰자, 주인공은 순식간에 23세 청년에서 75세의 노인으로 변신했다.[3] 외모는 물론 바로 앞에 있는 물건을 집기도 힘겨울 정도로 신체 능력이 저하된데다 귀도 잘 들리지 않고 시야도 흐릿해진다. 마스크의 귀 부분이 덮여서 고음역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는 들릴 음량의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봐도 사실은 23세의 건장한 청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아르바이트의 내용은 매일 지정된 장소에서 지정된 행동을 한 뒤 날마다 체험한 내용을 기록해서 보고서로 제출하는 것. 간단한 일이지만 실상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 외에는 특별한 스킬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보니 '개발 조수는 개뿔, 그냥 돌아다니기만 하는 거잖아'라며 투덜대는 주인공이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한다.

하지만 횡단보도에서부터 애로사항이 꽃피기 시작했는데, 평소 같으면 신호가 바뀌기 전에 가뿐히 건너갔을 횡단보도를 느린 걸음으로 힘겹게 걸어야 하는데다 차들은 노인이 지나가거나 말거나 자기네들 신호에 맞춰 위태롭게 쌩쌩 지나갔다. 횡단보도에서 곤욕을 치른 주인공의 다음 행선지인 지하철에서도 사람들은 주인공이 있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고 제 갈길 가기 바빴고, 열차 안에서 빈 자리를 발견하고 앉으려는 순간 웬 아줌마가 갑자기 나타나 주인공을 밀치고 자리에 앉아버렸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남자도 고개를 떨구고 자는 척했고 그 옆에 앉아 있던 중년의 남자도 그저 묵묵히 신문만 읽을 뿐, 누구 하나 자리를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연구소로 돌아온 주인공은 하루 동안 자신이 당한 일을 줄줄이 털어놓으면서 도저히 못해먹겠다고 역정을 냈지만, 박사는 그것이 꼭 필요한 체험이라며 그 체험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보고서로 적어서 제출하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 보고서를 쓰던 주인공은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의 양 때문에 짜증을 낸다. 보수는 1주일치 보고서에 대한 댓가였다. 하지만 딱히 다른 일거리도 없었고 일당 3만엔은 쉽게 얻을 수 없는 보수였기에[4] 일단은 아르바이트를 계속하기로 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나갔다.

다음날 다시 시뮬레이터를 장비하고 노인 체험을 하던 주인공은 우연히 지명수배 전단지를 보게 되었는데, 순간 노인 모습으로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 마스크만 벗으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는 나쁜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 전에 어느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가게의 물건을 돈도 안내고 그대로 가지고 가다가 걸린 것을 본 것이 발단이었다.

1주일 후 아르바이트 기간이 끝나고 보수를 받아 돌아가기 전 주인공은 박사에게 부탁해 시뮬레이터를 빌려왔다. 자기가 노인체험을 해보니 노인들이 정말 어려움을 겪는다는걸 알았다며 하루 더 체험을 해서 노인들이 겪는 고통을 마음속에 새기겠다는 것. 이에 박사는 처음에는 외모만 보고 의심했었는데 이제보니 정말 훌륭한 청년이었다며 혼쾌히 빌려준다.

주인공은 이제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노인 모습으로 바꾼 뒤 백화점의 귀금속 매장을 찾아가서 며느리의 생일 선물을 고르는 척하며 점원에게 고가의 목걸이를 보여달라고 한다. 그리고 점원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미리 준비한 가짜 목걸이를 진짜로 바꿔치기하는 데 성공한 다음 잘 볼 줄 모르겠으니 다음에 며느리를 데리고 다시 오겠다고 둘러댄 뒤 매장을 빠져나가려 한다. 계획이 성공하나 싶었던 그 순간 점원이 그를 불러세우는 바람에 순간 긴장했지만, 떨어뜨리고 간 손수건을 돌려주러 오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손수건을 받기 위해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빼면서 조금 전 바꿔치기한 진짜 목걸이가 바닥에 떨어져 버렸고,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한 점원이 다급하게 도움을 청하는 사이 주인공은 혼비백산해서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백화점 경비원에게 쫓겨 필사적으로 달아나던 주인공은 급하게 지하도 계단을 내려가다 그만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고 그 충격으로 그는 정신을 잃고 혼절한다.

눈을 떠 보니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고, 병실 안에는 마침 아무도 없었다. 주인공은 이때다 싶어 탈출을 시도했지만 병실 밖 복도에는 경찰이 서 있어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 고심하던 그는 문득 마스크와 시뮬레이터만 없으면 자신을 알아보지 못 할 것이라 생각하고 마스크를 벗으려 했지만 이 마스크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벗을 수 없고 특수한 용제를 사용해야만 벗을 수 있었다. 이 사실을 떠올린 주인공은 약장을 뒤져 용제를 찾아내 머리 위에 뿌리는데, 데스크에서 CCTV로 이 광경을 본 간호사가 큰일났다며 의사를 불러오라고 다급하게 지시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용제를 뿌렸는데도 마스크가 벗겨지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한 주인공은 근처 벽에 걸려있던 달력을 한장한장 찢어봤는데 놀랍게도 달력에 표시된 연도는 2045년이었고 착용하고 있던 시뮬레이터 장비도 보이지 않았다. 이 날벼락같은 상황에 멘붕한 주인공을 CCTV로 지켜보던 간호사들은 그가 착란을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50년만에 의식이 돌아왔으니 무리도 아니지...."라는 말을 남기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즉 이미 마스크는 50년전에 벗겨낸 상태였고 주인공은 혼수 상태에 빠져있는 동안 진짜로 늙어버린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90년대에 방영한 테마게임에서 표절을 해서 서경석을 주인공으로 같은 내용으로 대사도 동일하게 방영했다. 테마게임의 사실상 모든 내용이 기묘한 이야기 등 일본드라마의 표절이다.

24. 토모코의 긴 밤(1995년 가을 특별편)

앞서 방영된 1995년 봄 특별편에는 '토모코의 긴 아침'이라는 에피소드가 있으며, 여기서도 토모사카 리에가 주인공 토모코를 연기했다. 후지노 미나코의 개그 만화 '토모코의 경우'가 원작.

주연 : 토모사카 리에. 가수 겸 배우. 소년탐정 김전일 애니판 엔딩곡 '두 사람'을 불렀으며, 1대 실사판 드라마에서 나나세 미유키를 연기했다.

다음 날부터 시작되는 중간고사 벼락치기 모드에 들어간 여고생 타무라 토모코. 원작에서는 머리 회전과 상상력만큼은 초인적인 수준이지만 천연 보케 속성인지라 늘 생각하는 것들이 죄다 4차원적인 망상으로 흘러간다. 토모코의 긴 아침에서는 지각에 대한 변명거리를 궁리하다가 점점 산으로 가더니 나중에는 등교중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상황까지 상상해내는 등 자기 주변의 사소한 일들마저 망상으로 왜곡해 쓸데없이 스펙타클하게 큰 일로 만들었다. 하지만 막판에 칠판에 토모코 본인이 그동안 궁리한 망상과 이런저런 계획을 죄다 적어놨기에 금세 뽀록난다.

공부중인 토모코는 교과서는 물론 그동안 수업시간에 받은 프린트물과 학교 숙제 등에서까지 문제가 나온다는 압박스러운 시험범위에 절규하면서 책상 앞에 앉지만 항상 그렇듯이 공부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질러진 책상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책상을 정리했고, 그러다 내친 김에 서랍까지 정리해버리자는 생각에 서랍을 열었다가 그 안에서 초등학교 때 찍은 수학여행 사진을 발견했다. 그리고 찾아낸 졸업앨범을 들여다보면서 추억 삼매경에 빠졌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책상 앞에 앉아 시험공부를 하려 했지만 막상 수학책을 펼치니 토모코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외계어 수학 기호들 뿐. 적분 기호를 두고 토모코가 표현하기를 "대체 뭐야 이 고사리같이 생겨먹은 기호..." 결국 깔끔하게 포기한 다음 이번에는 눈에 띈 오래 된 책들이 거슬린다고 버리려다가 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읽어보자며 앉은 자리에서 무려 10권 분량을 독파한다. 이때 토모코가 보던 책은 베르사이유의 장미였다.

그 와중에 다른 만화책을 보다 말고 야밤에 가쓰오부시까지 직접 대패로 갈아가며 우동을 해 먹는데 이 때 토모코가 집어든 만화책은 맛의 달인. 이래저래 하다보니 시계바늘이 어느새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참고로 극중에서 토모코가 처음 시험공부를 시작한 시간이 밤 8시 35분. 그러니까 거의 7시간 가까이를 온갖 뻘짓으로 보냈다는 얘기.

뒤늦게라도 시험공부를 하려고 했다가 지금 공부해봤자 능률이 꽝이니 차라리 아침공부를 하자는 마음을 먹고 그대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시험에 대한 압박 때문인지 꿈에서도 갑자기 화재로 시험이 취소되거나 하는 온갖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꿈나라를 헤매는 거로 끝.

스토리 자체는 시험 전날의 벼락치기라는 흔하디 흔한 내용이지만 벼락치기 유경험자들너 나 그리고 우리이라면 여러 모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에피소드다. 토모코의 책꽂이에 꽂혀있는 만화책은 파타리로라던가 지금은 고전만화인 후유키 루리카(冬木るりか)의 장기연재작 아리즈(アリーズ), 2018년 작고한 만화가 아사기리 유우(あさぎり夕)의 일곱빛깔 매직(なな色マジック) 등등 80년대 중후반과 90년대에 걸친 만화가 많은데 베르사이유의 장미나 맛의 달인까지 전권 소장하고 있을 정도면 중증 이상의 만화 덕후로 보인다.

25. 상처(1996년 봄 특별편)

주연 : 와시오 이사코, 이마이 마사유키

회사원 유키오는 장을 보러 나갔던 아내 미사키가 엉망이 된 몰골로 집에 돌아온 것을 보게 된다. 놀란 그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미사키는 담담하게 역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할 뿐이었다. 병원에 가야 하지 않겠냐는 남편에게 그녀는 괜찮다고 담담하게 말한 뒤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넘어져서 병원에 갔지만, 다행히 뱃속의 아이에게는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남편을 안심시킨다.

집에서 자연분만을 하기 위해 도우미를 고용하는 등 출산 준비에 여념이 없는 유키오와 미사키 부부에게 어느 날 갑자기 경찰이 찾아온다. 골목길에서 뺑소니 사고를 내고 도망쳤던 가해자의 자수로 사고 피해자를 찾고 있다는 것. 그런데 사고 당시 가해자 차량의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즉사했거나 중상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던 피해자가 사라져서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날은 미사키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날이자, 역 계단에서 넘어졌다는 그 날이었다. 이에 유키오는 뭔가 짚이는 게 있었는지 미사키에게 다시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묻지만 그녀는 그 정도 사고가 날 것 같았으면 자신이 집에 올 수 있었을 리가 없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이 때 미사키의 출산을 돕기 위해 고용되었던 도우미 키무라가 미사키의 팔에 상처가 났다가 금방 아무는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다.

그렇게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지 못하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유키오는 퇴근했다가 현관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미사키의 모습을 목격한다. 놀란 그가 구급차를 부르려 했지만, 그녀는 병원만큼은 가기 싫다면서 도우미 키무라를 불러 달라고 고집을 부린다. 할 수 없이 키무라가 올 동안 그녀의 상태를 살피던 중 그는 육교에서 굴러떨어졌다는 아내의 몸에 지난 번과 똑같은 위치에 상처가 난 것을 눈치챈다. 조금 뒤 연락을 받고 키무라가 집에 도착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잠깐 사이에 미사키의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고 유키오는 경악한다.

시간이 흘러 미사키가 어느덧 임신 10개월째에 접어든 뒤, 그 경찰이 다시 유키오를 찾아왔다. 지난번 뺑소니 사고 가해자의 증언에서 당시 피해자의 인상착의가 미사키와 흡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 경찰서에서 법의학자의 소견과 경찰의 자세한 설명을 들었지만 그는 이 사실을 좀처럼 믿지 못하고 멀쩡한 남의 아내를 그렇게 죽이고 싶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돌아가려는 유키오에게 경찰은 무언가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가해자의 증언을 녹화한 비디오였다. 여자가 보닛에 부딪혀 날아가 머리가 함몰되는 등 끔찍한 몰골이 되었다는 당시 상황을 진술하던 가해자는 갑자기 겁에 질린 목소리로 그 여자가 일어나더니 사고로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던 머리며 팔다리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서는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태연히 걸어갔다고 말했다. 이를 보고서야 유키오는 비로소 그날의 사고 피해자가 미사키였다는 사실을 믿게 된다.

그 날 밤 유키오는 아직도 사실을 말하지 않는 미사키를 추궁하지만, 그녀에게 갑작스럽게 진통이 오기 시작한다. 산고 끝에 키무라의 도움과 유키오의 격려 속에 마침내 건강한 남자아이를 낳지만, 아이를 품에 안은지 얼마 되지 않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더는 견딜 수 없다고 말한다. 직감적으로 그녀의 몸에 이상이 온 것을 알아차린 유키오.

미사키는 그제서야 그 동안 숨겼던 사실을 고백한다.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그 날 사실은 경찰의 말대로 차에 치었고, 죽는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녀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는 강한 염원으로 그 엄청난 고통을 견뎠다고 한다. 그러자 놀랍게도 상처가 사라지고 고통도 없어지면서 이제까지 버틸 수 있었지만, 아이를 낳자마자 결국 그녀의 몸에도 한계가 오면서 수명이 다하게 되었던 것. 결국 미사키는 유키오에게 아이를 행복하게 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그녀의 숨이 끊어진 바로 그 순간, 몸 곳곳에 교통사고 때 입었던 상처가 그대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26. 부정기 버스의 승객(1996년 가을 특별편)

주연 : 나카이 마사히로

주인공 오카다는 회사에서 잘리고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아르바이트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부모가손에 꼽을 쓰레기 부모다. 안그래도 힘든 자식한테 "부모 빚은 역시 자식이 갚아야지?"라며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친다. 때문에 빚까지 뒤집어쓰고 개고생하던 오카다는 어느날 편의점 강도짓을 하다 실수로 점원을 찔러버리고 도망친다.

사람이 지나가지 않을 법한 도로에서 버스를 잡아 타고 자신이 위험한 사람에게 쫓기고 있다며 거짓말을 하고 버스에 얻어 타고 승차한 그는 운전사와 6명의 승객들에게 자신은 사람을 죽이는 일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며 칼을 꺼내 위협한다. 그런데 승객들이 겁을 먹지도 않고 굉장히 어두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덤으로 전화가 울린다던가 하면 여기서 한명을 죽여버리겠다고 하자 승객들이 자발적으로 "그때는 저를..."라며 이상할 정도의 휴머니즘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차피 오카다는 버스에서 신세만 좀 질 생각이었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만 하면 살려주겠다고 말한다. 그는 버스 좌석에 앉아 자신이 강도짓을 했을 때를 상상하는데, 본래 찌를 생각이 없었는데 우연치 않게 점원을 찔러버렸다면서 속으로 후회한다. 그렇게 과거를 회상하던 중 6명 중 중년 남성의 승객이 와서 뭔가를 물어보는데, 대충 사람을 찔렀을때 그 사람 표정이 괴로웠냐는 내용이었다. 오카다는 괴로운게 싫으면 빨리 가서 시키는 대로 앉아있으라 한다.

그러던 도중 이 승객이 "오오사키"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 게다가 운전사인 텐마와 나머지 승객 5명 역시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노년의 여성에게는 "야마다", 30대 중반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에게는 "오가와", 여고생에게는 "이즈미", 20대 정도 여성에게는 "키무라", 오타쿠처럼 생긴 안경남에게는 "시바타". 오카다는 오오사키에게 버스 사장이었냐고 물어보는데 오오사키는 자신은 성냥 공장의 사장이었는데 회사는 도산하고 가족은 모두 죽어버렸다고 대답한다. 뒤에서 오가와가 그건 누가 뭐라해도 당신 책임 아니냐며 딴지를 거는데 오오사키가 "그러는 너는 카드도 파산당한 신용불량자 주제에 사람들에게 얼굴이 다 까발려졌다지?"라는 말로 응수를 해 싸움이 벌어진다. 이 말싸움 과정에서 승객 중 한명인 키무라는 정신불안증 환자임이 밝혀진다.

오카다가 이 광경을 보다 못해 돌아가라며 칼로 위협하지만 야마다 할머니가 갑자기 오카다가 압수한 짐 쪽으로 달려간다. 오카다가 야마다를 위협하려고 다가가지만 야마다는 객혈을 하고 있었고 오카다는 이를 방금 전 찌른 편의점 점원 얼굴을 떠올려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치게 된다.

다시 진정하고 모두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있을때 오카다는 자신을 괴롭혀왔던 부모와 회사 등으로 인해 손목을 그어 자살하려다 실패한 자신의 막장 인생을 회상한다. 이때 운전사 텐마가 야마다는 병을 앓고 있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오카다가 칼로 텐마를 위협하며 이 사람들은 누구냐고 물어보는데 텐마는 눈하나 깜짝 안하고 이 분들은 버스 투어의 승객들이라고 대답한다.

이때 갑자기 뒤에서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났고 오카다가 누구냐고 엄포를 놓자 안경남 시바타가 우주인이라고 대답한다. 오카다는 지금 장난하냐며 시바타에게 칼을 들이미는데 시바타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우주인이 아니라 우주상을 떠돌아다니는 아주 작은 물질들을 말한 거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그 우주인들이 본인에게 날아왔기 때문에 크고작은 사고가 시바타에게 너무나도 많이 일어났다며 자기 정도로 불운만 넘치는 서람은 없을 거라며 자조한다. 자기가 얼마나 운이 없냐면 비행기 추락 확률이 2억분의 1인데 자기가 타면 100프로 확정이라고.

이때 버스가 급커브를 돌게 되고 오카다는 텐마에게 운전미스가 조금이라도 나거나 승객 중 하나라도 자신을 거슬리게 하면 이번엔 텐마를 찔러 버스를 전복시키겠다고 한다. 오오사키가 그러면 너도 죽지 않냐고 묻자 자신은 어차피 사람을 찔렀으니 내 인생은 끝난거나 마찬가지라 다같이 죽어도 상관 없으니까 어디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대답한다. 그런데 이 때 승객들이 웃으며 그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오카다는 완전히 쫄아서 앉으라고 협박하는데 고교생 이즈미가 오카다의 칼로 달려들며 제발 자신을 죽여달라며 애원하는데 오카다는 이를 뿌리치다 이즈미의 목에 심한 상처를 발견한다. 알고 보니 이즈미는 심각한 이지메 피해자였고 중학교 때에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더했으면 더했지 나아지는 일은 없었다고. 그리고 밝혀진 이 버스의 정체.

이 버스는 운전수인 텐마를 포함해 승객 전원이 자살 여행을 가기로 한 버스였다. 위에서 서술한 이유로 인해 자살을 실패한 사람들이 잡지를 통해 서로 알게 되어 자살을 확실히 성공하기 위해 기획한 여행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카다가 위협해도 승객 전원이 오히려 쫄지 않고 누구 하나를 죽여버린다 할때 그때는 자기를 죽여달라며 기괴한 휴머니즘까지 보여준 것이었다.

텐마는 원래대로라면 목적지인 5km 앞에서 자살할 생각이라고 하지만 자기가 당신에게 칼에 찔려 버스사고로 다 죽어버려도 상관없다고 대답한다. 이에 오카다는 우디르급 태세전환을 보이며 완전히 겁먹고 제발 내려달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승객들은 이게 당신 숙명이야. 여기서 네가 내려서 투어에 대한 정보가 누설되면 곤란하다고. 어차피 당신 사람 찔렀잖아? 네 인생은 끝났어. 우리랑 같이 죽으면 겁나 끝내줄거야. 등의 대답만 할 뿐이었다. 덤으로 텐마마저 죽을 기세로 하면 뭐든 된다는 거 다 사기다.라며 오카다를 내려줄 생각을 안한다.

오카다는 투어에 관한 얘기는 아무한테도 안 할 테니 제발 살려달라며 몇번이고 애원하고... 결국 텐마가 버스 문을 열고 오카다를 내려준다. 승객들은 물론 항의했지만 텐마는 오카다같이 의지 약한 사람이 있으면 우리는 못 죽는다며 또다시 (자살에)실패하고 상처만 남으면 어떡할 거냐며 손님들을 돌아가게 한다.

텐마는 인생길 마지막에 만난 사람이라며 오카다와 통성명을 하고, 오카다는 텐마에게 왜 자살같은걸 하냐고 물어 보지만 대답해 주기 곤란하다며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부탁한다. 결국 승객 중 텐마의 자살 이유만 끝까지 안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여기서 내리는 거 정말 후회 안 하죠?" 라는 질문을 하며 오카다를 보내고 버스는 떠난다.

버스에서 오가와가 휴대폰을 창 밖으로 버린다. 시청자들의 추측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어차피 인생 마지막이니 휴대폰은 필요 없다. 다른 하나는 오카다에게 휴대폰을 주며 이 휴대폰으로 자수를 하고 새 인생을 살라고 권하는 것. 그런데 마지막 장면을 봐서는 전자의 추측이 맞는 듯 하다.

그러면서 오가와는 오카다에게 인사를 하는데 오카다는 버스를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 힘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그 씁쓸한 얼굴은 곧 공포에 질린 얼굴로 변해버린다, 분명히 떠났을 자살 투어 버스가 오카다를 향해 돌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오카다의 인생에는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텐마가 자살하기 직전에 오카다가 편해지게 하기 위해 죽여버린 듯 하다. 버스에서 오카다가 내릴때 위에서의 질문을 한 이유가 바로 이것.

굉장히 긴장감이 돌면서도 서정적인 에피소드다. 특히 강압적인 분위기에 맞지 않는 브금이 오히려 공포 분위기를 더욱 올려준다.

27. 공포의 노래 자랑(1996년 성탄 특별편)

주연 : 노무라 히로노부, 타구치 히로마사

한 연구부 직원이 같은 회사 네 명의 직원들을 납치한다. 회사의 노래방 회식에서 그에게 노래를 강요하고 자신을 조롱한 것에 앙심을 품었기 때문이다. 연구부 직원은 자신이 유전공학으로 만든 온갖 괴식물들을 채점자로 삼아 노래자랑 대회를 하자고 강요했다. 직원들은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채점자인 식물들의 비위를 맞추지 못해 하나 하나 괴식물에 희생된다.

특히 첫 번째 직원이 희생되는 부분의 연출이 꽤 고어한 편으로, 잡아먹히는 순간의 구체적인 묘사는 나오지 않는 대신 끔찍한 효과음으로 직원이 괴식물에게 먹히고 있음을 표현했고, 마지막에 피에 젖은 손목이 바닥에 툭 떨어지는 모습이 꽤나 섬뜩하다. 어차피 이 에피소드의 분위기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코믹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렇게 무섭지는 않지만.

그렇게 세 직원이 희생당한 뒤, 마지막 남은 주인공에게 돌아간 마이크. 주인공은 노래 부르기를 주저하지만 결국 강요에 못이겨 부르기 시작하는데, 그는 상상 이상의 끔찍한 음치였다. 노래를 부르자 연구부 직원은 고통받다가 실신해버리고, 식물들도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한다. 결국 고통에 겨워 미쳐버린 식물이 주인인 연구부 직원을 먹어버리고 죽는다.

결국 주인공 혼자만 죽음의 노래자랑 대회에서 살아남았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끝까지 불렀다는 사실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끝. 음치가 부른 곡은 이전 연구부 음치 직원 곡과 똑같은 오자키 유타카의 'i love you'이다.

28. 2040년의 크리스마스(1996년 성탄 특별편)

주연 : 하기와라 마사토, 키무라 요시노

경비원으로 일하며 회사 내 순찰을 돌던 주인공
그러던 도중 갑자기 회사 전화기에서 자신에게 할아버지가 아니냐며 묻는전화가 걸려오는데..

감동적이고 잘 만든 에피소드로 유명하니 꼭 한번 보길 바란다.

29. 억울한 남자(1997년 가을 특별편)

주연 : 쿠사나기 츠요시

카와시마 이치로는 언뜻 보기에는 그저 어디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 같지만,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잘 사고 쉽게 의심을 받는 남자다.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실수를 자기가 뒤집어쓰는 일은 이미 그에게는 일상이 된 지 오래. 어린 시절부터 다른 아이가 장난을 쳐도 의심은 항상 카와시마가 받았고, 심지어 학급의 급식비가 없어지기라도 하면 늘 용의선상에 가장 먼저 오르는 것도 그였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이 상황은 점점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지는 않아서 직장 상사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방귀를 뀐 것도 단지 옆에 같이 있었다는 이유로 범인이라는 누명을 써서 욕을 먹지를 않나, 지하철역 개찰구에서 다른 사람이 카드투입구에 꽂아 놓고 간 전화카드를 뽑았다가 무임승차로 몰려 역무원실에 끌려가는 등 심심하면 이런저런 곤욕을 치르는 형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약속장소에서 여자친구 카즈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문득 지나가던 행인들이 그를 보고 슬금슬금 피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겁에 질려 도망가기까지 하는 것을 보고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모처럼만의 데이트인데다 프로포즈를 앞두고 있던 참에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약속장소에 나타난 카즈미가 돌연 그에게 도망가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잠시 뒤 카와시마는 난데없이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알고 보니 지명수배된 연쇄 강도살인범과 카와시마의 얼굴이 판박이였던 탓에 사람들이 그를 보고 경찰에 신고를 했던 것. 몰려든 사람들과 경찰에게 필사적으로 자신은 결백하다고 항변하는 그였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찌어찌 겨우 도망친 카와시마는 혹시 카즈미가 경찰에 잡혀가거나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어 그녀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가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그러다 회람판을 돌리러 온 아파트 주민과 마주쳤는데, 그의 얼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가던 주민이 계단에서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즉사하고 만다. 게다가 하필이면 또 다른 아파트 주민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 카와시마가 사람을 죽였다고 오해하는 바람에 그는 또다시 쫓기는 몸이 되었다.

벼랑 끝에 몰린 카와시마는 마지막으로 친구인 시라이시를 찾아가지만, 믿었던 그마저도 카와시마를 살인자라며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결국 자포자기한 채 간신히 추적을 피하던 그의 앞에 카즈미가 나타난다. 그녀만이 유일하게 그의 결백을 믿어주는 상황에서, 카즈미는 도망치기만 해선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용기를 내서 함께 경찰서에 찾아가 아무런 죄도 없다는 사실을 밝히자고 한다.

그녀의 격려에 용기를 얻은 카와시마가 결심을 굳힌 순간, 서치라이트의 불빛과 함께 두 사람 앞에 경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알고보니 경찰이 카즈미를 이용해 카와시마를 유인해 체포하려 했던 것. 하지만 그가 품 속에서 무언가 꺼내는 모습을 본 경찰은 카와시마가 총을 쏘려는 줄 알고 그를 사살한다.

사실 카와시마가 꺼내려 했던 것은 총이나 흉기가 아니라, 지난번 데이트 때 프로포즈를 하려다 경찰에게 쫓기는 바람에 미처 전해주지 못했던 반지였다. 그리고 현장에 몰려온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와 경찰들의 웅성대는 소리 속에서, 카와시마는 반지를 손에 꼭 쥔 채 "어째서...난...억울해...."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숨을 거둔다.

30. 징역 30일(1998년 가을 특별편)

주연 : 미카미 히로시

사람을 일곱 명이나 살해한 살인 및 무장강도 흉악 범죄자가 체포되었다. 변호사는 무기징역이 나올수도 있다고 말해준다. 현실의 일본은 사형 제도를 유지중이지만, 이 세계관의 일본은 사형이 폐지되었기에 무기징역이 최고형인 것. 이에 남자는 변호사의 코에 박치기를 날리고, 끌려가면서도 만약 무기징역을 받으면 가만 안두겠다고 날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재판에서 그는 징역 30일을 선고받고, 변호사더러 최고의 변호사 아니냐며 신나게 웃는다.

그 뒤 남자는 이런저런 신체검사를 받는데, 마지막에 주사를 맞고 잠에 든다. 그 뒤 깨어난 곳은 굉장히 허름한 감옥. 게다가 그가 받는 형벌은 땡볕이 내리쬐는 바깥에서 상의를 벗고 해가 질 때 까지 기둥에 묶여있는 것이다. 그 곳의 간수장이란 사람[5]은 그것도 모자라서 그의 앞에서 시원하게 물을 마시거나 신발을 벗고 달궈진 쇠판에 맨발로 서 있게 하거나 아예 땀을 많이 흘리면 염분이 부족하다며 소금을 발라주는 등 극도의 고통을 주며 괴롭힌다. 심지어 가죽 끈을 물에 적셔서 목에 묶어, 끈이 마르면서 목을 조여들게 하기까지한다. 그래도 남자는 한 달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버티고, 마침내 하루만 남게 되자 나가면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중얼거린다.

그런데 마지막 날, 그를 끌고 간 곳은 옥상이 아니라 전기의자. 그리고는 갑자기 징역 30일이란 사형 선고라는 뜻이라고 밝힌다. 일곱 명이나 죽인 사람을 징역 30일만 주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며, 형이 끝난 사람이 어딘가로 잠적하는 일은 흔하니 그를 죽여도 시체만 처리하면 묻어버릴 수 있다고 한다. 그제서야 겁을 먹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남자에게 간수장은 다른 사람들을 죽일 때 애원하는 걸 신경 쓴 적은 있냐고 비꼰 다음 스위치를 내리는데... 그 순간 남자는 잠에서 깨어난다. 알고보니 그건 모두 약물로 재워놓은 뒤 가상현실 체험 기계로 뇌를 자극해서 겪게 만든 꿈이었던 것이다.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 끝냈으니 풀어달라고 하지만...

알고보니 이 징역 30일 형벌의 정체는, 약물로 죄수를 재워놓고 뇌를 자극해 30일동안 쉬지 않고 계속 리얼한 악몽을 꾸게 만드는 것이었다. 일본의 감옥의 수용능력이 한계에 다다르자 새로 시행된 정책이었던 것. 그리고 현실에서는 이제 고작 5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그리고 판사가 때린 징역 30일은 현실 시간 기준으로, 5분을 30일처럼 살게 된다면 징역 30일은 체감상 약 720년을 고통받아야하는 것이다. 1시간이 360일인 걸 그냥 1년으로 단순하게 계산해서 그런 것이고, 365일로 정확하게 계산하면 710년 하고 50일, 윤년까지 생각하면 대충 709년 하고도 240일 정도 된다.

남자는 징역을 다 살았으니 보내달라고 사정했으나, 과학자들은 '아직 5분 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29일 23시간 55분의 징역을 더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 또 주사를 놓는다.

30일 뒤에 석방된 남자는 고문에 가까운 심리적인 충격으로 폭삭 늙은 할배가 된 모습으로 비틀거리며 교도소를 나온다. 교도소 밖에는 애인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언제 나오나 교도소 안쪽을 기웃거린다. 남자 또한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린 상태로 애인은 안중에도 없이 터덜터덜 앞으로 걸어가며 끝난다.

여기서 징역 30일을 세는 게 그냥 현실 시간 기준인지 가상현실 시간 720년 기준인지는 애매하다. 일단 한 번 시행한 이후 과학자들이 정확하게 29일 23시간 55분이 남았다고 하는 걸 보면 작 중에서는 가상현실로 정확하게 720년을 채워야 하는 것 같다. 다만 이러면 중간중간 깨어나고 다시 잠드는 시간까지 포함했을 때 30일을 넘기게 되고, 현실적으로 욕창이나 영양섭취같은 문제 때문에 휴식시간이 더 길어질 경우엔 (현실 징역 시간이) 훨씬 더 길어지게 된다. 물론 이건 굳이 세세하게 따질 때의 이야기라 작 중에서도 딱히 언급하지 않은 것이고, 애초에 5분을 30일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도 가능한데 어떨 때는 더 짧은 시간동안 30일이 지나게 하는 식으로 조절한다 치면 별 문제 없을 듯.

외국 드라마 블랙 미러 화이트 크리스마스 편에서 비슷한 소재가 나온다. 하지만 본작과는 다르게 이를 이용해 범인을 잡으며 그 외의 차이점이 많다. 후에 이 범인을 본작과 같은 방법으로 괴롭히는것은 동일.

31. 파파라치(1999년 봄 특별편)

주연 : 기무라 타쿠야

수완 좋은 파파라치인 주인공. 언제나 유명인들의 스캔들 같은 굵직한 특종 사진들을 잘 건져내기로 평판이 자자했고, 당연히 그를 경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은 단지 대중들이 궁금해하고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는 쓸데없는 부심을 무기삼아 파파라치 행각을 멈추지 않는다. 자신을 '버러지 같은 놈'이라며 비난하는 상대방에게도 " 그럼 사진 찍힐 짓을 하지 마시던가"라는 식으로 뻔뻔하게 응수한다.

그러던 중 파파라치의 심각한 사생활 침해에 시달리다 못한 유명 여배우가 자살하는 사건이 터진다. 주인공이 일하는 잡지사도 이 문제 때문에 골치아파질 것을 우려해 적당히 얼버무리자는 입장을 검토중이었다. 게다가 다른 잡지사에서는 이를 의식한 탓인지 아예 대놓고 파파라치 박멸을 표방하기까지 한 상황.

그런데 여배우 자살 사건이 발생했을 무렵부터 주인공은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집 안에서도 이 기이한 '시선'은 계속 그를 따라다녔고, 그는 설마 파파라치가 파파라치를 당하겠냐며 기분 탓이라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집요해지는 '시선'에 대한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집에서 세수를 하고 나왔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에 벽지를 뜯어보았고 그 안에 카메라가 숨겨진 것을 발견한다. 순간 얼마 전 회사에서 본 '파파라치 박멸 캠페인'이 실린 잡지를 떠올렸고, 그는 그 잡지 쪽 관련자들이 자신을 타겟으로 삼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잡지사 편집장에게 하소연을 해 보지만 편집장은 그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넘길 뿐.

그를 향한 '얼굴 없는 파파라치'의 공세는 시간이 지나도 그치지 않고 오히려 더 집요해졌다. 그만큼 주인공의 집에 몰래 설치되는 카메라도 늘어나는 상황. 문자그대로 집안의 온갖 틈이란 틈은 전부 막아봐도 계속 설치되는 카메라에 주인공은 결국 심신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버렸고, 급기야는 자신을 노리는 '얼굴 없는 파파라치'들을 향해 유명인도 아닌 날 찍어서 어쩌겠다는 거냐, 사람한테는 초상권이라는 게 있다고 소리치면서 평상시 주인공 자신이 해 온 극중의 행적들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제 온 집안을 폐허로 만들다시피 하면서까지 설치된 카메라들을 모조리 뜯어내기에 이른다. 나중에는 거리의 모든 카메라, 심지어 CCTV마저도 자신을 찍어대는 환각에 사로잡혀 버린 그는 결국 미쳐버린 상태로 거리에서 총격사건을 일으킨 뒤 자신도 경찰에게 사살되는데...

이 모든 것은 100년 후의 미래에서 온 카메라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Crime In History'라는 미래의 TV 프로그램에서 주인공이 일으킨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100년 전인 1999년으로 카메라를 보내 그가 총기 난사를 일으키는 순간을 타임머신으로 생중계하고 있었던 것. 극중의 언급에 따르면 역사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타임머신 중계를 시행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잘 보면 타임 패러독스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이 총기 난사를 벌인 원인을 찾기 위해 과거로 가서 주인공을 감시했는데 주인공은 그 감시를 눈치채고 자신을 감시하는 존재에 대해 초조해지면서 점차 미쳐버려 총기 난사를 벌이게 된다.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이,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타임머신을 보냈던 것이라는 것이 되어 버리게 된다. 물론 이 작품이 과학적인 것을 따지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그래도 미래에선 이 사건이 tv프로 때문에 벌어진 걸 알았으니 방송사가 욕을 먹고 프로그램이 폐지되었을지도

타임 패러독스 항목에서 가장 합리적인 추측은 주인공은 처음부터 총기난사를 할 예정이였고 원인만 생중계로 바뀐것으로 보인다.


[1] 버블시절 잘나갔던 가수 겸 배우, 성우. 포켓몬스터 AG 극장판 뮤와 파동의 용사 루카리오에서 아일린 여왕/린 여왕 역을 맡았다. [2] 원작 소설에서 바뀐 부분이 있다. 원작 소설에서는 '전쟁에 져서 점령된 나라'의 학교가 배경이었는데 배경을 일본으로 바꾸면서 '쿠테타로 헌법이 바뀐 일본'을 배경으로 하였고, '국기에 대한 충성'에 대한 부분은 이전의 여교사가 붓글씨로 쓴 '평등 자유 평화'로 바꾸었다. [3] 참고로 노인 연기자를 따로 기용하지 않고 나카이 마사히로가 직접 특수분장을 하고 연기했다. [4] 2020년 기준으로 한화로 32만 5천원 정도에 해당한다. [5] 고독한 미식가로 유명한 마츠시게 유타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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