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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5-16 13:16:55

긁다

긁히다에서 넘어옴
1. 사전적 정의2. 인터넷 유행어
2.1. 유래2.2. 커뮤니티에서
3. 야구에서 공이 긁힌다

1. 사전적 정의

긁다
「1」 손톱이나 뾰족한 기구 따위로 바닥이나 거죽을 문지르다.
「2」 갈퀴 따위로 빗질하듯이 끌어 들이다.
...
(중략)
...
「6」 남의 감정, 기분 따위를 상하게 하거나 자극하다.
표준국어대사전

2. 인터넷 유행어

2.1. 유래

이전에도 ‘긁다’가 기분을 상하게 하다의 의미로 쓰이는 유래는 얼마든지 있었으나, 2020년대 초반대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쓰이기 시작한 것, 특히, 이를 피동형으로 써서 ‘긁히다’로 쓰는 것은 트위치, 아프리카TV 등지의 인터넷 방송 영향이 크다. 특히 트위치에서 많이 쓰이는데, 아프리카TV는 비교적 '긁는 채팅'보다 대놓고 욕하는 채팅이 많기 때문.

인터넷 방송은 시청자와 방송인의 실시간적인 교류가 기본적인 근간인데, 방송마다 정도의 차이나 많고 적고의 차이가 있을 뿐, 방송인을 비난하는 것을 삶의 낙으로 삼는 시청자 층이 있다. 검은사막 스트리머 사이버불링 문화 공론화 사건이 이런 악습이 공론화된 사건이다.

방송인들도 이 점을 알고 있기에 평상시에는 이러한 것들을 웃으며 넘기기 마련인데, 상황에 따라서 그게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억까'에 성공해서 방송인의 멘탈을 흐트러트리거나 분노케 만드는 모든 행위를 "긁는다"고 표현하며, 이렇게 멘탈이 흐트러진 상대방을 가리켜 "긁혔다"라고 하는 것.

2.2. 커뮤니티에서

맨 앞 글자 "긁"만 따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보통 화가 난 상대방을 조롱하려고 댓글에 '긁', '-긁-' 정도의 답글이 달리는 것이 일반적이며, 물음표를 붙여 '긁?'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가성비 댓글과 유사하게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인방에서나 커뮤니티에서나 긁은 쪽(조롱, 조리돌림하는 쪽)을 승리자, 긁힌 쪽(열받아서 화를 낸 쪽)을 패배자 취급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약점'을 이용하여 상대를 조롱하기 위해 향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좋게 볼 이유가 없다.

또한 인터넷에서 먼저 시비를 걸거나 논리가 안 맞는 주장을 하다 지적받으면 맥락없이 "긁?"만 할 때도 많다. 이처럼 논리에서 밀렸을 때 정신승리를 하기 위해 쓰는 이른바 원천봉쇄의 오류나 다름없다. 이러한 무맥락 가성비 댓글에 대한 반박은 '선긁필승이네'[1], '너야말로 긁혔네' 등이 있다.

사실 인터넷에서 키보드배틀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고, 인터넷을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씩은 해볼 일인데, 가끔씩 이기기 위해 긁?을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키배의 경우 남의 일이라면 이 표현을 쓰는것도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일이지만 만약 당한다면 승패여부, 사실여부를 떠나 상당한 상처를 입게 된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직접적인 관련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기도 하고, 굉장히 위험한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커뮤니티, 인터넷 등지에서 생긴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시전자의 무지함과 논리적 밑천을 드러내는 현재 한국 최악의 문화로 평가받고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 사람을 화나게 만들었다는 것과 같은 공격적인 소통의 자세는 사회성 떨어지고 비참한 인간들이 보이는 정신병적인 증상의 대표격으로 인식되었는데, 사실 긁혔냐 문화가 향유되는 정서는 이러한 증상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소통에 있어서 고작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조롱한 행위를 승리로 여기고 집착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인터넷 문화가 과거보다도 퇴보했으며, 정신적으로 심하게 병들어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3. 야구에서 공이 긁힌다

야구 용어로 '긁힌다'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 투수가 매우 좋은 구위와 퍼포먼스를 보여줄때 쓰던 표현으로, “저 투수 오늘 좀 긁히네”와 같이 쓰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긁히는 날”이란 표현으로 굳어져서 자주 쓰이곤 했다. 주로 제구력이 들쭉날쭉한 투수가 그날따라 스트라이크를 잘 꽂아넣을때 쓸수있다.

비유적 표현뿐만 아니라 실제로 경식 야구공을 쓰면서 수비중 공을 던지는 야수, 공 던지는 것 자체가 본업인 투수는 공을 던질때 강한 악력과 손가락 힘, 손톱으로 야구공의 빨간 실밥(seam)을 긁어서[2] 던진다. 공이 잘 긁히면 공의 회전수가 늘어나 패스트볼의 구위가 상승하거나[3] 변화구가 예리하게 꺾이기 때문에 타자가 치기 어려운 공이 되고 당연히 투수가 이럴때 퍼포먼스가 좋을 수 밖에 없다. 유행어로써의 긁과는 용례가 반대인 쪽.

[1] 원뜻은 선공필승이다. [2] 선수들은 주로 챈다라고 한다. [3] 이때문에 일반적으로 포심(four seam) 패스트볼의 구속이 제일 높은 것이다. 똑같은 악력과 어깨힘으로 공을 던질때 실밥을 가장 많이 챌 수 있는 투구법이 손가락과 실밥을 직각이 되게 만들어 4점이 만나게 하는 것이다. 4점에 힘을 실어 실밥을 긁으므로 가장 강하게 긁을 수 있고 회전수를 증가시킬수 있는 투구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