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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01 17:55:52

강대국의 흥망

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

1. 개요2. 요약3. 반향
3.1. 1980년대3.2. 1990-2000년대3.3. 2010년대 이후

1. 개요

1987년, 폴 케네디 예일 대학교 교수가 저술한 서적이다. 강대국들의 흥망성쇠를 분석하면서 미국 쇠퇴론을 주장했다.

2. 요약

150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강대국의 정치, 경제적 대두와 쇠락의 이유를 찾는 책으로 폴 케네디는 강대국의 국력은 오로지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서만 정확하게 파악하는게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책이 분석한 강대국은 합스부르크 제국, 대영 제국, 프랑스 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러시아 제국, 그리고 미국이다.

각국의 재정 대비 군사비 지출을 비교하여 왜 영국이 18세기말에 프랑스와의 패권경쟁에서 승리했는지 설명했다. 즉 영국 재정의 건전성이 프랑스에 비해 좋았기 때문에 결국 18세기에 프랑스를 제치고 패권을 거머쥔 것이다. 이것은 사실 프랑스 지도부가 멍청했기 때문이 아니라, 프랑스는 수많은 적과 국경을 맞대어 있기에 대육군을 유지해야하지만, 영국은 해군만 신경쓰면 되기 때문에 그 차이가 고스란히 프랑스의 재정부담으로 돌아온 탓이 컸다.

이렇게 강대국의 대두는 이용 가능한 자원과 경제적 내구성에 좌우되며 강대국의 쇠퇴는 무분별한 군사력의 증강과 그로 인한 경제력의 쇠퇴, 이용 가능한 자원 이상의 안전보장과 무제한의 강대국의 야심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폴 케네디는 이를 서구 열강의 역사 속 사례를 통해 드러내는데 16세기 유럽은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군사적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군사혁신과 산업발전을 추구하게 되었고 16-17세기 합스부르크 왕조가 유럽을 통일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프랑스 왕국, 영국, 프로이센 왕국, 러시아 제국 등의 국민국가가 나타나게 되었다. 18세기에는 프랑스 나폴레옹 전쟁으로 강대국으로 등장했으나 역시 유럽 통일에는 실패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프랑스, 오스트리아 제국 같은 전통적 강국이 물러나고 산업혁명에 성공한 영국이나 풍부한 자원을 가진 미국 같은 신흥강국의 등장을 가져오게 되었다.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미국 소련 냉전이 시작되고 그로 인해 영국, 프랑스, 독일은 상대적으로 쇠퇴하게 되었다. 그러나 냉전으로 인한 과도한 군비경쟁은 미국과 소련의 경제력 쇠퇴를 불러 일본 독일의 등장을 가져왔다는 것이다[1]

한마디로 폴 케네디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1. 한 국가의 부(富)가 커질수록 부를 지켜내기 위해 그만큼의 군사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2. 하지만, 경제대비 이런 군사력의 지나친 확대는 재정불건전화를 불러와 강대국의 쇠퇴를 불러온다. 폴 케네디는 이것을 제국적 과잉팽창(Imperial Overstretch) 이라고 불렀다. 즉 경제력이 성장함에 따라 군사력도 '같이' 그리고 '균형'을 이루는 게 필요하며, 군사력이 지나치게 확장되면 필연적으로 경제의 몰락 및 패권의 몰락을 부른다.
3. 강대국의 조건에 민주주의 유무는 상관없다.[2] 즉 민주주의체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것이다.[3]

이 책에서는 일본, 독일에 비해 크게 주목하지 않았으나 중국도 잠재적으로 미소가 저문 다음에 파워로 떠오를 수 있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중국은 당시 경제성장에 매달리면서도 군비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케네디가 미소의 쇠퇴를 예언한 것은 과도한 군비지출이었는데, 이에 반해 당시의 일본, 독일 중국은 군비부담이 적기 때문에 국력이 더 신장할 여지가 많다고 보았다.

폴 케네디의 '제국적 과잉팽창'(Imperial Overstretch) 이라는 개념은, 국제정치학의 방어적 현실주의에 영향을 끼쳤다. 방어적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인 잭 스나이더(Jack Lewis Snyder)가 <제국의 신화>(Myths of Empire)에서 제국들이 제국주의적으로 과잉팽창(overexpansion)하여, 제국에 위협을 느낀 대항 세력들의 동맹을 형성시키는 자기 포위(self-encirclement)로 인하여, 제국이 스스로 무너지는 자기 파멸적 행동을 한다고 분석하였다.

3. 반향

3.1. 1980년대

이 책이 나올 당시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침체되고 유럽, 일본과의 통상마찰로 갈등이 심화되던 상황이라 이 책은 선풍적인 화제를 일으키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반향 때문에 폴 케네디는 의회에 불려가 강연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케네디의 견해에 반대하여 미국 패권의 지속성을 주장하는 정치학자들 ( 새뮤얼 헌팅턴, 조지프 나이)등의 저서들도 유명해졌다.

1988년은 미 대선(大選)이 있던 해. 조지 슐츠(George Schultz) 미 국무장관이 직접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는 폴 케네디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라고 콕 집어 말했을 정도로 당시 인문학의 기본서이자 한 시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였다.

3.2. 1990-2000년대

이렇게 1980년대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책이었으나, 1990년대의 정황은 이 책과 거의 반대로 흘러가서 한동안 잊혀졌다. 즉, '''본 책에서 저자는 일본이 곧 미국을 제치고 제1의 강대국으로 우뚝 설 것이란 전망을 했다"[4] 사실 케네디가 이 책을 집필할 당시 일본의 기세가 상당했던 건 사실이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본의 미래를 매우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위기감)으로 예상하긴 했지만...[5] 이 항목 맨 위에 보면 1987년에 이 책이 나왔음을 볼 수 있는데, 플라자 합의 (1985) 얼마 후에 썼다는 이야기. 게다가 일본은 뒤로도 몇 년 동안 역사상 최고의 버블을 구가했기 때문에...[6] 폴 케네디 이외도 저명한 주류 학계의 주장이 만연하긴 했다.[7]

케네디가 예상한 바와는 반대로, 일본은 1990년대 이래 내리막길로 들어섰고, 2020년대 시점에서 보면 미국은 커녕, 중국에도 밀리는 상태가 되었다.[8] 케네디는 미국의 쇠퇴를 예언했지만, 미국은 소련의 몰락과 함께 IT경제의 부흥으로 혁신에 성공하여서 케네디의 예언과는 정 반대로 1990-2000년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노릇을 했다. 이때 나온 폴케네디의 안티테제가 일본계 미국인 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 이 책에서 후쿠야마는 미국의 이념은 승리했고, 이제 미국의 패권은 영원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하여 미래에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나라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하여 이 <강대국의 흥망>은 한동안 흘러간 명저 취급을 받았다.

3.3. 2010년대 이후

하지만 미국도 테러와의 전쟁과 함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문에 휘청 거리기 시작했고, 미국 쇠퇴론이 다시 부상하기 시작하였다. 이 때문에 폴 케네디의 저작이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2010년대 두드러진 중국의 팽창과 미국의 쇠퇴 (아프간 패전, 2008년 금융위기, 미국 정치의 양극화 등등), 그리고 미중 패권전쟁구도에 대한 놀라운 분석 적중률을 보이고 있어 다시금 급부상하고 있다. 오히려 폴 케네디와 정 반대의 견해를 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 조차도 미국 패권의 영원성을 예언했던 자신의 주장이 틀렸다고 인정했을 정도이다.

이렇게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우뚝 서 있었던 2000년대까지 한동안 잊혀졌던 저서였으나, 2010년대부터 폴 케네디를 인용한 기사와 논문이 쏟아지고 있다. 영어원서까지 더하면 각계 언론에서 매우 중요하게 거론됨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들은 결론이 대체로 미국의 네오콘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케네디가 말한 과도한 팽창의 늪에 들어서게 되었고 이로인해 쇠퇴로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중국이 최근 20년 사이에 유성처럼 경제적으로 부상하여 중국의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영향력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고 반면 미국은 국제적 영향력이 약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등 쇠락이 점차 두드러 지고 있다. 그러자 중국의 시진핑은 집권 후 대만 침략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서 미국과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이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미-중간의 갈등과 발생할 지도 모를 미래 전쟁 가능성에 대해 이를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보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역사적으로 세계적인 지도적 강대국 세력 교체가 있을 때 기존 강대국과 새로운 강대국간에는 서열재정리를 위한 대규모 전쟁이 많았다는 전쟁 위험성에 대한 역사적 교훈이다.


[1] 그러나 테가트 머피의 저서에 의하면, 실제로는 오히려 고도성장기 일본의 달러 신용 보증이 20세기 후반 미국의 적자재정을 한동안 뒷받침해주었었다. 미국은 경찰 노릇을 맡고 일본이 미국의 물주가 되어준 셈. [2]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더해 저자는 '안정적인 정부(stable government), 예측 가능한 법들(predictable laws), 공평한 조세(absence of unfair taxation) 위 3가지를 필요조건으로 제시했으며 반드시 어떤 체제의 국가만이 가능하다는 조건은 없다고 강조했다. 소련몰락 이후 민주주의 체재야말로 보다 완벽하고 최종적이며 가장유리한 핵심요인으로 보는 학계의 오직 민주주의 체제만이 가능하다(우월하다)의 주장에 대한 부정이다. [3] 이는 정확히 아래 언급된 후쿠야마의 이야기와 정반대이다. 후쿠야마는 미국식 민주주의만이 강대국이 이념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이념이라고 보았다. [4] 정확히 말하면 조지 프리드먼, 피터 자이한 같이 콕 집어 특정 국가의 미래를 예측하여 말한건 아니다. ~하면 ~할 수 있다는 해석에 가깝다. [5] 과거 미국 영화에선 부유한 악당이나 흑막으로 일본 기업들이 등장하는 등, 그런 위기감이 드러나 있다. [6] 플라자 합의는 보통 미국이 최전성기를 구가하며 기세등등하던 80년대의 일본을 결정적으로 손봐준 사건이라고 평가받지만, 채택 직후에는 다케시타 노보루의 발언처럼 오히려 '미국이 일본에게 항복한 사건'(=대등하게 경쟁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엔화 절상을 요구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였다.(물론 다케시타 노보루의 발언 자체는 합의 내용에 대한 일본 국내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기는 하다.) 게다가 플라자 합의로 일본 경제의 전성기가 무너졌다고는 하지만 그 약발이 돌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따라서 폴 케네디가 이 책을 쓴 시기는 딱 일본의 저력(특히 경제력)에 대한 평가가 막 상한가를 치고 있던 시기라고 보아야 한다. 그 미국조차도 경제적으로는 대등하게 경쟁할 수 없어 인위적 환율 조정이라는 반칙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고도 일본 경제의 기세를 미처 꺾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법한 시기였던 것. [7] 이 시기에는 학계 뿐 아니라 서브컬쳐와 같은 대중문화의 인식에서도 일본의 위세와 영향력에 대한 고평가가 엄청났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물론 2010~2020년대 이후에도 일본이 경제대국이자 강대국이라는 인식을 받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어쨌건 '미국을 맹주로 하는 제 1세계 동맹의 주요 구성원'의 입장을 벗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비해 80~90년대 초반 당시에는 정말 일본이 미국과 대등하게 대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8] 위에서 말한 조지 프리드먼과 피터 자이한은 2020년대에도 일본이 다시 부흥하고 미국의 패권은 영원하며, 중국이 몰락할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 하고는 있다. 다만 케네디는 학자이고, 이들 프리드먼과 자이한은 보수주의 논객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