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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01 21:54:23

Milthm/스토리/프롤로그 -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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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트 12. 파트 23. 파트 34. 파트 45. 파트 56. 파트 6

1. 파트 1

감상 조건 몰입도 15.00%
뚝, 뚝.

뚝뚝, 뚝뚝, 뚝뚝, 뚝뚝…

이 도시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리듬에 빠져 있었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난 옥상 계단에 있는 처마 밑에 서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빗방울들이 땅에 떨어지면서 끝없는 교향곡을 연주하는 듯한 잔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이 비는 내가 태어나기 오래 전부터 내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장로들은, 여기로 오기 전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고 한다.

비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공평하게 떨어져 땅의 모든 것에 닿고, 빗방울에 젖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비의 세계로 끌려갔다. 그 사람들을 볼 때는 마치 잠들어있는 것처럼, 끝 없는 꿈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실내 피난처를 찾고, 튼튼한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구조물에 피신한 다음, 두꺼운 나일론 천으로 이루어진 방수 옷을 입었다. 이 모든 것은 그 꿈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다.

끝 없이 내리는 비의 세계에서 두려움에 떨며 매일 같은 일을 하는 그들을 지켜봤다. 식량을 모으고, 옷을 고쳐입고, 집을 관리하고...

꿈 속의 세계가 행복한지, 현실의 세계가 행복한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비가 내리는 소리를 조용히 듣고있다. 뚝뚝. 덜거덕 거리는게 마치 포효하는 소리 같다. 조용히 들어봤다.

뚝뚝, 뚝뚝, 뚝뚝…

빗소리가 계속 들렸다.

2. 파트 2

감상 조건 몰입도 30.00%
이웃 칸막이에 살고 계시는 수잔 이모께서 아기를 낳으셨다.

모두가 그녀 주위에 모여서 아기의 탄생을 축하했다.

이 순간의 수잔 이모는 마치 성모 마리아가 된 것 같았다. 그녀의 몸에 흘린 땀과 피는 이 순간엔 신성을 지니며 고통의 기적적인 상징이 되었다.

연회가 시작됐다. 지상 100m가 넘는 이 건물에서 사람들은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과 음식을 가져와 수잔의 금속 침대 옆에 뒀다. 그녀는 초콜릿, 육포, 드레스(보호 목적은 없는 겉모습을 위한 드레스)를 희미하게 바라보았고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저녁 식사엔 일반적인 버섯이 거의 없었다. 그 자리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양한 뿌리채소와 향신료가 들어간 푸짐한 고기 수프 냄비가 있다. 수프의 향이 방 전체를 맛있는 향기로 가득 채웠고, 방에 있던 모든 퀴퀴한 냄새를 잠시 잊게 만들었다.

한 숟가락씩 뜨끈한 국물이 배를 따뜻하게 하고 마음의 우울함을 풀어줬다. 어느새 냄비는 비워졌다. 사람들은 모닥불 주위에 모여서 버섯으로 만든 특별 수제 맥주를 마시며 꿈에만 나타나는 것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불이 꺼지고 사람들은 돌아갔다.

하지만 수잔은 아직 수프를 맛보지 못했다.

3. 파트 3

감상 조건 몰입도 45.00%
연회가 가져다준 기쁨은 점차 사라졌다.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음식을 모으고, 옷을 고쳐 입고, 집을 관리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마 연회 때 남은 육포와 버섯을 넣은 증류수를 점심시간에 몇 입씩이나 즐길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수잔은 출산 후유증으로 인해 부담스러운 표정으로 여전히 침대에서 요양 중이다. 그녀의 아기는 다른 방에 있는 나무 침대에 안전하게 누워 있었다. 수잔은 너무 약해서 그들이 아기가 마실 수 있는 분말 분유를 줬다.

아기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분유 병을 빨고 있는 그의 눈은 순진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잔의 남편은 아버지가 되는 첫 기쁨을 느끼고 이젠 걱정에 빠져 있다. 가족이 더 늘어난다는건, 음식 먹을 입이 더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모유수유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어디서 음식을 찾아야 하는걸까?

작은 칸막이실을 이리저리 서성거리다 갑자기 지상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기계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자신이 들어가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이사해서 지상에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남편은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침대에 안전하게 누워 있는 아기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마침내 일어나 아내를 향해 걸어갔다.
수잔은 괴로워 보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아이와 남편은 모두 떠나버렸다.

4. 파트 4

감상 조건 몰입도 60.00%
일주일 뒤, 수잔은 지상에서 이동할 수 있었다.

여전히 연약해 보이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언제나 온화한 미소가 있었다. 모두들 그녀를 보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듯 복잡한 표정을 짓지만, 결국 모두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떠났다.

수잔은 할 일을 찾고 싶었지만 모두가 친절하게 그녀에게 쉬라고 말하며 가족 잃은 수잔을 불쌍하게 여겼다. 이런 과한 친절로 인해 수잔의 미소는 얼어붙었고, 그 미소에는 찾을 수 없는 슬픔의 흔적이 드러났으나 그 표정은 미소로 가려졌다.

일주일이 더 지났지만 여전히 누구도 수잔이 무엇이든 하도록 놔두지 않았고, 그녀의 미소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끔 방 구석을 바라보고 몸을 살짝 떨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돌아봤을때,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평소의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녀의 부어버린 눈과 눈물 자국은 이미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잔이 사라졌고 아무도 그녀를 찾지 못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결국 옥상에서 그녀를 찾았다. 그녀는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빗속에 누워 있었다.

5. 파트 5

감상 조건 몰입도 75.00%
사람들은 두꺼운 방수복을 입은 상태로 수잔을 다시 데려왔다.

불과 몇 미터 거리에서도 사람들은 방수복을 입어야 했는데, 마치 지옥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다들 표정이 무거웠지만 수잔의 얼굴엔 여전히 그 미소가 남아 있다. 모두가 그녀를 격리 구역에 두고 생명 유지 장비에 연결한 뒤에 한숨을 쉬며 돌아갔다.

그녀가 마치 잠든 것 처럼 장치가 리듬감 있게 뚝뚝거렸다.

창밖에는 비가 계속 내렸고 그치지 않고 있다. 다른 사람을 빼앗아가도 비의 리듬 변하지 않았다.

뚝. 뚝. 뚝.

난 그녀의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그녀가 숨을 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평온함과 기쁨이 가득하다. 그녀는 분명 달콤한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나는 매우 궁금했다.

내가 기억하는 내 꿈은 어둠 뿐이었다. 어쩌면 꿈이라 부를 수 없고, 그냥 누군가 내 꿈의 캔버스에 온통 검은색으로 투박하게 칠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난 그녀에게 다가가 만져보고 싶었지만, 질병이 전염될까 봐 두려워 하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그러지는 못했다.

밤에는 사람들이 모닥불 주위에 모여 수잔에 대해 속삭였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를 지상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여기에 가둬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생명 유지 장치를 꺼야 한다고 제안하며 싸우고 또 싸웠는데 결국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장비가 저절로 멈춰버리기를 은근히 바랐다.

나는 오늘 밤에도 꿈 없이 잠을 잤다. 아마 꿈은 나와 격리되어 있는 것 같다.

나는 일어나서 수잔에게 다가가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가 꾸고 있는 꿈을 상상했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이미 옥상에 서 있었다. 비가 내 앞에 떨여져 땅에 물이 튀고 잔물결을 일으켰다.

뚝. 뚝. 뚝.

나는 한발 더 나아갔다.

6. 파트 6

감상 조건 몰입도 100.00%
전부 검은색이다. 칠흑같이 어둡다.

비가 내리지 않는 세상.

빗방울이 물체에 부딪히는 소리도, 물이 튀는 소리도 없다.

평화, 정적, 침묵

딱딱거리는 불도 없고, 사람들의 잡담도 없고, 경고음 장치도 없다.

모든 것을 굳건히 할 수 있는 침묵.

그럼, 이건 내 꿈이다. 놀랍게도 딱 맞다.

그런데... 비오는 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익숙한데, 이 모든게 사라지니 다시 좀 외로워진다.

"외로워?"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내가 물었다.

"나는 너야, 네가 볼 수 없는 너야."

나는 그제야 그게 내 목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는… 나야?"

"응. 우리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난 너 때문에 존재하고 너가 생각하는 것 때문에 나타나. 나는 너가 아는 것과 원하는 것들을 알아."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원하는건 뭘까?"

"빛을 향해 나아가. 거기에 답이 있을거야."

그 말을 끝으로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멀리서 작은 빛이 빛나고 있었고 난 그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솜 같은 분리된 땅을 밟으며 소리도 내지 않고 얼마나 걸어왔는지 알 수 없었다. 발이 아프고, 종아리에 쥐가 날 것 같고, 숨이 가빠진다. 좀 더 가까워 진 것 같긴 하다.

나는 계속 걸었고, 피 냄새가 목구멍을 가득 채웠고, 시야가 흐려지고, 더 이상 앞을 보기 위한 힘 조차도 없었지만 계속해서 걸어갔다.

마비된 감각이 갑자기 따뜻함을 느꼈다. 힘겹게 고개를 들자, 거대한 불덩이가 내 앞에 맴돌고 있다.

그걸 만져봐야 한다는 생각이 나서 한번 만져봤다.

불덩이는 나를 태우진 않았지만 부드럽게 내 손을 감쌌다.

내 몸에 따뜻함이 느껴졌고, 그와 함께 따뜻한 감정도 생겼다.

나는 이것을 찾아 필사적으로 온몸이 불에 잠길 때까지 불덩어리 속으로 꿰뚫었다.

빛이 나를 감싸고, 따뜻함이 나를 감싸고, 감정이 뒤섞여 어둠을 다채롭게 물들였다.

기쁨, 고통, 행복, 슬픔, 만족, 실망, 감탄, 질투...

눈부신 빛 속에서 나는 의식을 잃었다.



쏟아지는 빗소리...

빗방울이 내 뺨에 떨어져 톡톡 소리를 냈다.

눈을 떠보니 옥상이었다. 난 꿈에서 돌아온 게 틀림없다.

나는 일어섰고 떨어지는 비 속에서 비를 느꼈다.

마음이 가볍고 행복해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은 누구에요? 전 어디에 있는거죠?"

내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흰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내 앞에 서 있었는데, 빗방울이 그 사람 위에 떨어져도 드레스와 긴 흰머리가 젖지 않았다.

소녀는 푸른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울어요?"

그녀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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