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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플레이어,<독백>,-엑스트라-
#2-1
봤~겠~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 히토미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어, 아, 아니, 그게…?!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진정해! 이런 곳에서 울고 있다니 누가 봐도 보통 일이 아니잖아!
그건…
<히토미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사정을 설명했다.>
엥?! 책을 읽고 슬퍼서 울었다고?!
으, 응…
<히토미가 읽던 책은 여자 아이돌의 분투를 그린 소설이었다. 아무래도 히로인에게 감정이입을 과하게 하는 바람에 울음이 터진 모양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었다고 그렇게까지 우냐?
그런 소리를 듣기 싫어서 옥상에서 읽었던 거란 말이야… 그런데 왜 (플레이어) 네가 오는 거냐고?!
<나도 오고 싶어서 온게 아니다.>
아, 그리고… 아까 '매니저'가 어쩌고저쩌고했지? 혹시 내 얘기야?
아니, 소설에 나오는 매니저. 그 장면이 너무 슬퍼서 참다 못해 눈물이 난 거야. (플레이어) 너랑은 상관없어. 훨씬 더 성실한 매니저거든.
(불성실해서 미안하게 됐다!)
부탁이야! 내가 여기서 온건 다른 멤버들한테 비밀로 해줘! 절대 말하지 마!
(그렇게 필사적으로 숨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만…)
아, 알았어. 비밀로 하면 되는 거지?
(플레이어), 고마워! 비밀 꼭 지키기다!
(하지만 성실하고 완벽한 히토미의 약점을 쥔 것 같아 기분은 좀 좋은데…!)
#2-2
<며칠 후. 그 날 체육 시간에는 체육관에서 탁구를 치게 됐다.>
선생님 좋아, 다들 집합! 발표할 게 있다. 이번에 전교 탁구 대회가 열리게 됐다. 물론 모두 다 참가해야 돼.
(맞아. 첫 번째 인생에서도 했었어…)
선생님 각자 참가 종목은 정해져 있는데…
(난 탁구였지. 히토미랑 복식조를 이뤘던가…)
<내 기억은 틀림이 없었다.>
(플레이어), 열심히 해서 우승하자!
선생님 히토미, 좋은 자세다. 좋은 기회니 (플레이어) 너는 히토미한테 근성이라는 걸 배우도록!
(첫 번째 인생 때도 히토미는 의욕에 불탔었지. 하지만 나는…)
(플레이어), 잠깐만. 내 말 듣고 있어?!
으, 응. 듣고 있어. 하지만 뭐, 그냥 적당히…
(으~음, 우리는 1회전에서 참패한단 말이야… 질 걸 뻔히 알면서 열심히 하고 싶지 않아)
좋아, 선생님이 당부한 것도 있고. 내가 (플레이어) 네 근성을 뜯어고쳐 놓겠어!
<내 미적지근한 태도가 히토미에게 불을 붙인 모양이었다.>
오늘부터 특훈이야! 학교 끝나고 체육관으로 집합!
뭐, 진심이야?!
난 언제나 '진심'이거든!
(…잘 알지)
#2-3
앗!!
<히토미가 날린 혼신의 스매시가 내 머리 위를 지나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뭐야, 또 홈런이잖아. 이건 뭐 야구도 아니고.
<공을 주우려 달려가며 나는 무심코 투덜거렸다.>
미안~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서.
어깨 힘을 더 빼지 그래?
<내 한 마디에 히토미의 낯빛이 변했다.>
힘을 빼? 말도 안 되는 소리! …이얍!
<절대로 힘을 뺄 생각이 없는 모습으로 히토미가 더 힘을 줘서 라켓을 휘둘렀다.>
헉?!
<공이 내 얼굴을 스치나 싶더니 등 뒤의 철망에 박혔다…>
아~ 아깝다!
아니, 하나도 안 아깝거든?!
(안되겠어, 이대로 가다간 내 목숨이 위험해…!)
있잖아. 부탁이니까 라켓을 좀 더 가볍게 쥐어. 이렇게 가볍~게…
이렇게? 가볍~게…
그래, 바로 그거야! 간다!
<히토미가 받아치기 쉽도록 힘을 빼고 약하게 서브를 넣었다.>
야~압!
<조언이 효과가 있었는지 다음 스매시는 확실히 탁구대 위로 되돌아왔다.>
와아, 드디어 됐어!
<히토미가 웃으며 손바닥을 내쪽으로 쑥 내밀었다.>
(응? 하이파이브?)
<내가 그 손에 손을 대려고 한 순간, 어째서인지 히토미가 손을 내렸다.>
?!
(바, 방금 그건 뭐지…? 뭐, 아무렴 어때)
자, 스매시도 성공했으니 그만 가자.
무슨 소리야? 지금부터가 시작인데…! 다음은 내가 서브를 넣을 차례야!
그렇게 열 좀 내지 마. 그냥 연습일 뿐이잖아.
연습이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야!
(히토미가 이길 때까지 해방될 수 없을 것 같다……이제 피곤하니까 그 방법을 써 볼까!)
우왓, 강력한 서브!!
<날아온 서브를 일부러 헛치자 히토미는 크게 기뻐했다.>
만세! 좋~아, 한 번 더…!
(그래, 이런 느낌으로 져 주자고!)
<내 계획은 효과를 발휘한 덕에 연습 시합은 히토미의 승리로 끝났다.>
…졌다! 그럼 오늘은 이쯤에서…
아직 멀었어! 지금 이 감촉을 몸으로 익혀야 해!
!
<히토미는 이기든 지든 연습을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했다.>
이렇게 대회 전날까지 매일 밤낮 안 가리고 특훈을 하는 거야!
(!! …대회 당일까지 이 지옥이 이어지는 거야?)
#2-4
<기숙사로 돌아온 후에도 히토미는 변함없이 기운이 넘쳤다.>
(플레이어), 연습 시작한다!
여기서 연습을 하겠다고?
테이블 위를 정리하면 탁구대로 쓸 수 있어.
뭐?! 진심으로… 하는 소리겠지. 히토미는 항상…
자~ 저녁 다 됐습니다~!
<부엌에서 나온 채연이가 요리가 담긴 쟁반을 들고 왔다.>
히토미, 밥 먹으라니까.
네~…
<히토미는 할 수 없이 식사를 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은 듯 했다. 젓가락을 라켓처럼 잡고 스매시라도 날리려는 듯한 자세로 반찬을 집어 올린다.>
잠깐?! 탁구한느 자세잖아!
히토미. 밥 먹을 때는 밥에 집중해야지. 자, 나처럼.
아… 미안…
(나 참.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앗, (플레이어). 밥 다 먹으면 스윙 100번이야!
뭐?!
<히토미는 진심이었다. 분주하게 밥을 다 먹자마자 히토미는 내 손에 라켓을 쥐었다.>
그럼 간다! 하나~!
…
(이러면 내말은 근육통 때문에 라켓은 고사하고 젓가락도 못 들 것 같은데…)
선생님 다들 왜 이렇게 느슨해졌어!
<그 날 레슨 담당은 특히나 엄하게 엄하게 지도를 하는 걸로 유명한 선생님이었다. 연습이 끝난 후 멤버 전원에게 불벼락이 떨어졌다.>
몸이 무거워서 잘 안 움직여…
구기대회 연습까지 하느라 과로를 했거든요.
선생님 이 정도 일정으로 쉰소리를 하면 앞으로 어쩌려는 거냐!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실이 끊어진 듯 멤버 몇 명이 울기 시작했다. 울지 않은 멤버도, 지금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두 눈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얘들아, 괜찮아. 또 연습하면 돼.
<그렇게 힘있게 말을 꺼낸건 히토미였다. 히토미는 의기소침해진 멤버들의 어깨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옳지, 착하지. 괜찮아~ 나도 같이 열심히 할게.
<그 광경을 보던 난 첫 번째 인생을 떠올렸다.>
(히토미의 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히토미의 우는 모습을 얼마 전 옥상에서 본 게 처음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 소설이 그렇게 감동적인 내용이었나?)
#2-5
<다음 날 나는 드물게 늦잠을 자지 않고 멤버들과 함께 아침을 먹고 있었다.>
(연일 히토미의 특훈을 따라가고 있으니까. 제대로 먹어 둬야 버텨낼 수 있을거야…)
으~음, 맛있다! 행복해~!
<눈앞에는 히토미가 맛있게 치즈 토스트를 입 안에 밀어넣고 있었다.>
히토미는 치즈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응! 치즈라면 몇 개든 더 먹을 수 있어!
치즈 하면 얼마 전 금요일에 다 같이 먹은 치즈 핫도그가 맛있었지~♪
응! 최고였어! 또 먹고 싶다.
그러고 보니 히토미. 그 때 없지 않았어?
어디 갔던 거야?
<다들 히토미를 주목했다.>
응? 으, 응. 그 때는…
(…아, 금요일이라면 설마 그 때인가!)
<옥상에서 히토미가 '비밀 꼭 지키기다!'라고 했던 말이 귀에 맴돌았다.>
그, 그 때 벌칙으로 청소를 하게 됐는데 히토미가 도와줬어. 그렇지?
그, 그래! (플레이어)한테 부탁을 받아서… 아아, 나도 치즈 핫도그 먹고 싶었는데!
<히토미가 내게 말을 맞춘다.>
호오, 그런 일이 있었구나?
히토미 언니, 착하다~!
그보다 도움을 받으면 벌칙의 의미가 없잖아!
히토미가 아무리 착하대도 폐를 끼치면 안되지.
나도 알아.
(다행이야. 다들 믿어 준 것 같아…)
…그럼 아침 연습을 해야 하니까 나랑 (플레이어) 둘은 먼저 학교에 갈게!
<식기를 다 정리한 히토미가 내 팔을 꽉 당겼다.>
얘들아, 먼저 간다!
아, 잠깐만…!
<식당에서 한 걸음 바깥으로 나왔을 때 히토미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약속을 지켜 줬구나…
아, 아니… 그야 뭐, 약속이니까…
<가볍게 웃으면서 히토미가 한 마디 덧붙였다.>
기뻤어. 고마워…
으,응
(히토미가. 그 히토미가 내게 '고맙다'라고…?!)
<난 감동한 기분을 안고 학교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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