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삼국지 가후전의 등장인물. 현명하고 통솔력이 뛰어나면서도 약간은 위선적인 면도 있는 장군. 그래서 일반적인 매체에서의 모습과 달리 천하를 얻고자 하는 야심과 이를 이룰 만한 명망과 능력도 갖춘 것으로 묘사된다. 이 만화에서 가장 먼저 천하에 다다를 뻔한 인물이며, 그 동탁이나 조조도 황보숭에게 천하를 내줄 뻔했다. 다른 매체와는 달리 많은 비중을 지녔다.실제 역사에서는 전형적인 한나라의 충신이자 명장이지만, 가후전에는 이를 뒤틀어 동탁과 마찬가지로 천하를 노리는 야심가로 그리고 있다. 당대 황보숭의 명성대로 작중 주인공 가후의 상사인 동탁보다도 강대한 인물이자, 아직 애송이에 불과한 조조를 압도하는 강력한 위세를 지니고 있다. 즉 한나라의 충신이라는 점보다 당대 황보숭이 가지고 있던 명성과 입지를 중시해, 삼국지 천하 쟁탈 경쟁의 첫 번째 인물로 창작한 것이다. 주인공 가후의 입장에선 초반부 메인 보스와도 같은 캐릭터.
오리지널판의 묘사는 포퓰리스트 같은데, 금발의 미노년으로 풍채도 좋고 사각형의 얼굴이라 묘하게 도널드 트럼프를 연상케하며 미국 코믹스의 주인공같은 연출에서 눈에 띄는 편. 오리지널판에선 병사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격려해서 병사들을 감동시켜 행군을 하도록 유도해놓고선 뒤돌아서는 손을 닦아내는 위선적인 면도 있다.
원작 콘티에 충실한 그림체의 가후전 R에서는 그냥 둥글둥글한 얼굴인데, 그래도 나이에 비해 젊어보인다.
2. 상세
영천의 황건적을 토벌한 장수로, 계속해서 패배하는 동탁을 대신해서 임명되었다. 양심도 뭣도 없다고 주변에서 까는 동탁을 힘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은 자라면서 상당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염충의 말대로 시류를 읽을 줄 아는 모습을 보이며, 무턱대고 나서기보다는 자신이 챙길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이 무엇인지 재고 그것을 확실히 얻기 위해서 힘을 쓰는 모습을 보인다.황건적 토벌전의 공을 독차지하려는 조조의 계책에 의해 적진 한복판에 몰리지만 이틀 안에 돌파하고 이틀만에 황건적 본진에 도착해 조조의 겨드랑이 사이로 화살을 쏴서[1] 조조를 역관광시키는 엄청난 모습을 보여준다.
조조가 황건적의 움직임을 조절해 적의 주력과 만나게 되지만 모조리 쓸어버리고 오히려 조조를 힐문하는 위엄을 과시한다. 가후에게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하지만 토벌 후 적당한 문답 끝에 놔주는 걸 보면 그리 큰 집착은 없었던 듯.
조조는 그를 이득만으로 움직이는 자라서 파악하기 쉽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은 명분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으며 이득이 있어야 움직이지만, 너무 이득만으로 움직이는 자는 명분에 비해 파악하기 쉽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에 작은 이익을 내비춰 자신을 파악했다고 생각하는 상대[2]를 파악하는게 쉽다고 역관광을 태워버린다.
가후는 황보숭이 자신을 섬길것을 권하자 토벌전 동안 '예측하지 못한 방법으로 세번 속이겠다'고 내기를 걸어 자기가 지면 섬기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방법이 1. 속이지 않았으니 속인단 말이 속인것. 2. 예측의 범주 안에 있었으니 예측하지 못하게 속인단 말이 속인것. 3. 세번이라고 했으면서 두번 속였으니 속인것이었는데[3] 황보숭은 궤변이라고 화를 내며 이렇게까지 내 밑으로 들어오지 않으려는 솔직한 이유가 뭐냐고 하자 가후는 자신은 내기에서 이겨 마시는 싸구려 술이 거저 얻은 명주보다 맛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독자들도 추측한 궤변이어서 독자들의 실망이 컸지만 가후의 진짜 의도는 황보숭이란 인간을 시험해보기 위한 것이었다. [4]
한수의 난이 일어나자 서량과 타협하려는 조정의 분위기를 꾸짖고 토벌대의 사령관으로서 참전한다. 염충과 헤어지기 전 염충에게 역성혁명을 권유받았지만 그런 큰 일은 서둘러선 안 된다며 거절했다.[5] 염충이 자신을 천하의 주인이 될 그릇으로 인정해 준 것은 솔직히 기쁘고 본인 역시 야망을 가지고 있다는 건 자각하고 있지만 염충이 너무 서두르고 있다며 의아해하고 있다. 이후 염충이 죽기 직전 간언한 이대로 군대를 몰아 낙양으로 진군하라는 충고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죽은 염충의 장례를 치러주는 동안 가후가 염충과 그의 계획을 조정에 밀고하는 바람에 일족들이 인질로 잡혀 결국 기회를 놓치고 만다. 물론 인질로 잡힌 일족들을 포기하면 아무 문제 없이 한나라를 타도할 수도 있었지만, 죽은 염충의 장례를 치르느라 시기를 놓친 그에게 살아있는 일족을 포기할 정도의 냉혹함은 없었고[6] 염충 개인의 일탈이라는 판결이 내려져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그의 야망은 영원히 꺾이고 만다. 일족을 살리기 위해 야망이 담긴 칼자루를 놓으며 '원대한 뜻은 염충이 잠든 이 땅에 남겨두고 가겠다'며 쓸쓸히 돌아서는 장면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결과적으로 가장 먼저 천하에 다다를 뻔한 인물이었으나, 자신의 책사였던 염충의 제자인 가후와 진규 때문에 다다르지 못했다. 물론 가후와 진규의 계략과 무관하게 황보숭이 천하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명분이나 인의를 중시하는 성격 때문에 잡지 못했고, 이 점이 오직 실리만으로 움직이는 동탁과 조조와 다른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향이 두 캐릭터와 차별화되는 매력으로 작용했고, 능력까지 더해져 작중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로 기능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역사에서 황건적 토벌 당시 동탁의 상관이자 동탁과 갈등이 있었다는 점을 가져오면서도 살짝 뒤틀어, 동탁과 마찬가지로 천하를 노리는 인물이면서 천하 쟁탈 경쟁에 앞서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또한 황보숭에게 반란을 건의한 염충이 가후를 긍정적으로 평한 점, 그리고 가후가 동탁 세력에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염충의 제자가 가후이며 가후는 동탁의 책사, 염충은 황보숭의 책사라고 변형했다. 천하를 쟁탈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염충의 사상을 황보숭에게도 반영하고 염충과 가후의 경쟁 구도를 만들면서, 황보숭이 초반부 주인공 세력의 경쟁자이자 동탁이 집권하기 전까지의 서사에서 가장 강력한 적으로 설계된 것이다. 황보숭이 모함을 받아 좌천당한 사실을 가후(+마찬가지로 염충의 제자인 진규)의 계략으로 창작한 점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즉 다른 삼국지 매체와 달리, 동탁과 가후에게 집중한 서사와 작가의 훌륭한 재창조로 인해 황보숭이 가장 높은 비중으로 묘사된 삼국지 창작물이 될 수 있었다.
[1]
마치 조조를 맞힌것처럼 연출됐지만 사실 조조 뒤의 황건적을 맞춘 것이었다.
[2]
조조를 말한다.
[3]
사실 가후는 그런 약속을 했던 걸 깜박하고 있기도 했다. 손견 때도 그렇고 깜박하거나 상정하지 않은 일을 말빨로 해결하는 때가 꽤 있었다.
[4]
만약 황보숭이 정말 자신을 절실히 원했다면 그딴 궤변 따위는 인정하지 않고 약속대로 섬기라고 강요했을 것이며 거절하면 옥에 가두고 회유하고 끝내 안되면 죽여버렸을 것이라고 한다. 희지재도 명색이 중랑장인 황보숭이 체면이 있지 어찌 그럴까 의문을 품었으나 만약 동탁이었다면 그보다 더한 짓도 했을 거라고...
[5]
비록 한실이 쇠하긴 했지만 400년 가까이 되는 긴 역사를 지녔고 아직 한실에 충심을 가진 이들도 많기 때문에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이유를 댔다.
[6]
그 와중에도 만약 동탁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포기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로 실제 역사에서 이걸 시전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원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