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 FDPR)은 해외직접생산품(Foreign-Produced Direct Product)이 미국의 기술,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생산되었다면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특정 국가에 수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무역제재를 말한다.2. 사례
- 이 제재를 적용받은 것은 화웨이가 처음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이후 매출이 30% 이상 급감했다.
2.1. 대한민국: 3월 3일부터 규제 해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 당일, 미국이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대러시아 수출에 적용하기로 결정하기로 발표했다. 미국 상무부의 발표는 다음과 같다. # 적용 대상에는 반도체, 통신, 정보보안장비, 레이저, 센서 등의 분야의 기술이 포함되었다. #조선일보 #와 매일경제 #는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에는 유일하게 미국에게 수출규제를 받는다는 보도를 했는데, 다만 좀더 정확히 따져보면 EU, 일본, 호주, 영국, 캐나다 및 뉴질랜드는 이미 관련 규제를 전쟁 전부터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므로 미국 상무부의 FDPR 규정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즉, 이들 국가의 기업들이 러시아에 관련 물품을 수출할 때에 이미 미국 상무부의 FDPR 규정과 거의 유사한 수준의 자체적인 제한을 주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FDPR 규정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 것. # 다만, 미국의 주요 우방국(Allies) 중에서는 한국이 같은 수준의 독자적 제재까지는 이르지 못하여 규제를 적용받았었다. 해당 기사가 나간 당일 오후, 한국은 규제에 동참함과 군복 지원 의사를, 이후에는 재정 지원 의사 또한 밝혔다.
문제는 지금 한국이 어떻게 보면 양립 불가능한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한국이 선진국으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보여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러면서도 러시아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해야하는 것이다. 경제 제재에 기업 타격 우려 기사가 뜨는 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며, 이 둘이 양립 불가능한 상황에서 둘 모두를 달성해야 하니 골치아픈 상황인 것이다. [1]
또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전에 국민들이 이러한 타격[2]을 무릅쓰고 대의명분을 위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범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나, 코로나19로 인한 대봉쇄 상황 속에서 이런 주장이 많은 동의를 얻기는 다소 어렵다. 때문에 3월 1일 열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관 간담회에서도 전문가들은 "제재에 동참은 하되, 주도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
이후 3월 3일, 미국 상무부는 FDPR 규제에 대하여 대한민국을 규제예외국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
2.2. 대만: 규제 대상
그나마 대한민국은 3월 3일부로 규제가 해제되기라도 했지, 정작 제일 환장할 노릇인 나라는 대만이 되고 말았는데, 대만은 반도체 수출 제한 등의 대러 독자 제재를 빠르게 했음에도 FDPR 예외 대상이 되지 못했다. # 거기에다가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의 3월 1일자 연두교서에서 "(전략) ... 우리 자유세계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EU국가들 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와 같이 그들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후략)"이라 발언했는데 이때 대만의 '대'자조차 없었다.
[1]
첨언하자면 한국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특수성도 고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한민국은 과거 북한의 남침으로 대부분의 국토를 점령당하는 국가 멸망 직전까지 몰려있었던 나라였다. 그런 상황에서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미국을 포함한 세계 많은 나라들이 한국을 위해 많은 물자와 병력 등을 지원해 목숨을 걸고 함께 싸워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도움 덕분에 오늘날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된 한국이 무력으로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려 하는 러시아를 보고 아무런 제재를 취하지 않는 것도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심지어 지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들 대부분이 과거 6.25 당시 한국을 지원해줬던 국가다. 역사만을 생각하면 한국은 정당한 투표로 선출된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을 무력으로 굴복시키려 하는 러시아의 행위에 대해 가장 강한 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 우크라이나가 소련의 원년멤버였던건 넘어가자 제재 참여가 아닌 적극적으로 제재를 주도해야 맞는 상황이긴 하지만 명분과 정의가 항상 현실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에 제재에는 참여를 안 할 순 없는데 동시에 경제적, 국민적 피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실 현대 국제사회는 과거 2차세계대전 당시와 달리 경제적인 관계가 타국, 특히 중국, 러시아 등과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 있다. 일정 수준까지의 제재는 어렵지 않지만 그 이상의 제재를 가하면 자국으로 돌아오는 피해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제 더는 정의와 도의만으로 함부로 제재에 참여하거나 주도하기를 결정하긴 매우 어려운 시대다.
[2]
대표적으로 물가 인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