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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0 07:36:24

풍류괴

1. 개요2. 작중 행적

1. 개요

중국의 고전 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요괴.

사실 작중에서 정확한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본래 서유기에 나오는 요괴는 스스로 자신의 이름이 무엇이라고 자칭하거나 그 요괴의 내력을 아는 인물이 "그놈은 아무개라고 하는 요괴다" 하는 식으로 이름을 알려주는데, 이 요괴는 아무도 그 이름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

그럼 풍류괴라는 이름은 어디서 나온 거냐 하면, 본래 서유기 원문에서는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작중 상황을 묘사하는 시를 한 편씩 삽입하곤 하는데 바로 여기에서 '뜻하지 않게 풍류괴와 맞닥뜨릴 줄 몰랐다'라며 풍류괴로 지칭하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이후 서술에서는 그냥 암컷 요괴라는 뜻의 '여괴(女怪)' 혹은 그 정체를 가리키는 '전갈 요괴' 정도로만 불리는 걸 보면 역시 풍류괴가 본명이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2. 작중 행적

독적산(毒敵山)의 비파동(琵琶洞)이라는 굴에서 살고 있는 요괴로 아름다운 인간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삼장법사와 그 일행이 서량 여인국을 빠져나오고 여행을 재개하려는 찰나에 갑자기 돌풍을 일으키며 나타나서 삼장법사를 납치해간다.
하지만 다른 요괴들과는 다르게 삼장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삼장과 결혼하여서 그의 원양진기를 빼앗는 것이 목적이었다.[1]
아무튼 삼장법사가 납치된 이후 늘 그랬던 것처럼 사오정은 짐과 백마를 지키기 위해서 남고 손오공 저팔계와 함께 스승님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손오공이 꿀벌로 변해 비파동에 몰래 숨어들어가서 상황을 살펴보니 풍류괴는 삼장 법사를 잘 모셔다 놓고 자기와 결혼해서 함께 살자고 온갖 유혹을 한다. 물론 불심이 깊은 삼장은 요괴 소굴에 끌려왔다는 두려움에 덜덜 떨면서도 요괴의 유혹을 끈기있게 계속 거절하였다.[2] 이후 손오공이 풍류괴가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봐서 삼장을 구하려고 하였지만 운 나쁘게도 요괴가 금방 다시 돌아와서 들키고 만다. 열받은 풍류괴는 삼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손오공과 대결한다.

무기로는 세 개의 작살을 사용하고 도마독(倒馬毒)이라 불리는 독을 쓰는데 말도 한방에 쓰러트린다는 이름답게 금강불괴의 육체를 가진 손오공도 이 독침에 한방 쏘이자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3] 다음 날 아픔은 한결 가셨지만 싸우기 어려웠던 손오공을 대신해 저팔계가 나서서 싸우는데, 저팔계도 주둥이에 독침을 쏘여서 물러나고 만다. 독에 쏘인 고통과 요괴를 쓰러트리고 스승님을 구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손오공과 저팔계가 고민하고 있을때 노파로 변장한 관세음보살이 등장하여서[4] 풍류괴의 정체를 알려준다.

풍류괴는 본래는 전갈의 화신으로 한때 뇌음사에서 석가여래의 설법을 듣곤 했다. 근데 석가여래가 괜히 손으로 쓰다듬자 왼쪽 엄지 손가락을 독침으로 쏘아버린다.[5] 이에 석가여래가 금강역사들을 시켜서 이 전갈을 잡아오라고 하자 멀리 도망쳐서 서량여국 근처의 비파동에 거주하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무리 인자한 석가여래라도 자기 손을 쏜 전갈은 용서할 수 없었나보다. 무기로 사용하는 작살은 전갈이던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가위이고 도마독을 쓰는 독침은 전갈의 꼬리라고 한다. 그 후 관세음보살은 자신이 직접 손을 쓸 수는 없으니 요괴를 퇴치하고 싶다면 동천문(東天門) 안에 있는 광명궁(光明宮)의 묘일성관(昴日星官), 즉 이십팔수 별자리 중 묘수(昴宿)를 담당하는 신을 찾아가 보라고 조언한다.

묘일성관은 풍류괴를 퇴치하는데 도움을 달라는 손오공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고 독침에 쏘인 손오공과 저팔계의 치료도 해준다.
손오공과 저팔계가 당당하게 비파동으로 돌아가서 요괴에게 나오라고 외치고 풍류괴는 둘의 유인책에 걸려서 묘일성관이 대기하던 곳까지 나와 버린다. 묘일성관이 두개의 볏을 가진 큰 수탉으로서의 본 모습을 드러내자 풍류괴는 그대로 사색이 된 채 꼼짝 못하다가 죽어버리고[6] 본모습인 전갈로 돌아온다. 시체는 저팔계가 징그럽다면서 쇠스랑으로 내리쳐서 박살을 내버린다. 그 후 손오공과 저팔계는 삼장법사를 구출한 다음에 비파동을 완전히 불태워버리고 짐 지키고 있던 사오정에게 돌아간 다음에 일행은 다시 여행길에 나선다.

서유기에 등장하는 요괴들 중에서도 몇 안되는 여성형 요괴인데 손오공과 저팔계 둘을 상대하는데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강자. 또 하나 특이점은 작중 여성 요괴들 중 처음으로 삼장과 결혼하려 한 요괴이다. 더군다나 등장하는 에피소드도 여인국 바로 다음이라서 삼장 일행은 연속으로 여인들에게 시달린 셈이다.(...) 참고로 여인국에서의 에피소드도 삼장 일행을 골치아프게 했다. 어느 샘물을 마셨더니 그게 남자도 애를 낳게 만드는 물이어서 낙태를 시킬 수 있는 샘물을 따로 구해야 했고, 여인국에서는 처음으로 남자를 보게 된 여인국의 여왕과 백성들이 삼장법사 일행을 여인국에 머물게 해서 자식을 얻기를 원했다. 그나마 강제로 범하는 등의 악행은 하지 않고 여왕이 제발 결혼해 달라고 간절히 청혼한 것.
삼장 일행도 이 사람들이 요괴라면 그냥 때려죽이고 가겠는데, 그냥 평범한 인간인데다 국왕 일행이니 함부로 뿌리칠 수도 없어서 매우 곤란한 상태에 빠졌다. 결국 손오공이 꾀를 내어서 '일단은 저쪽 장단에 맞춰주는 척 사부님을 남겨두고 제자들만 서역으로 가겠으니 배웅해달라고 부탁하고, 여인국 여왕 일행이 배웅해주러 국경까지 나왔을 때 술법으로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한 다음 우리는 부리나케 도망치자'는 작전을 짰다. 그래 작전대로 국경까지 나와서 일이 잘 풀리...나 싶었는데, 어디선가 풍류괴가 달려와 "삼장법사는 내 남편이 되어줘야겠다!"면서 삼장을 납치해간 것. 삼장법사의 제자들도 풍류괴를 추적하러 구름을 타고 날아가버리자, 보고 있던 여왕과 신하들은 '저 스님 일행이 알고 보니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나한 분들이시구나, 헛꿈 꾼 셈 치고 그냥 돌아가서 나라나 잘 다스리자' 하고는 도로 돌아갔다고.


[1] 한 마디로 동정을 따려는 것.(...) 사실 이 요괴 말고도 서유기에 나오는 여괴(女怪, 작중에서 여자 요괴들은 이렇게 불린다)들은 대부분 삼장법사의 동정을 노린다. 삼장법사는 열 번 환생하는 동안 매번 수행자의 삶을 살았기에 여괴가 그의 동정을 얻으면 그동안 쌓인 수양의 힘으로 바로 득도할 수 있다나 뭐라나. [2] 여기서 평소엔 짐덩어리일 뿐인 삼장법사의 진면목이 드러나는데, 아무리 요괴라곤 해도 엄청나게 아리따운 여인이 침대머리에서 온종일 끊임없이 유혹하는데도 단 한번도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3] 이게 제법 대단한 게, 손오공은 태상노군의 환단이며 천도복숭아며 온갖 귀한 것들을 신나게 먹어와서 몸뚱이가 강철같다. 특히 동두철액, 즉 구리 머리에 강철 이마라 불릴 정도로 머리가 단단해서 온갖 병기는 물론 하늘의 번개로도 머리에는 상처 한 번 난 적이 없다. 그런데 비록 죽진 않았다지만 그 머리가 제대로 뚫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에 나오는 다목괴의 빛 역시 손오공의 머리에 상처를 입힌다. 천웨이동 서유기에선 아팠다고 하지만 상처는 없었다. [4] 손오공은 어지간히 도움을 받아서 그런지 자기들에게 오는 노파를 보고 한눈에 관세음보살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5] 관세음보살이 대놓고 '그냥 가만히 놔뒀으면 좋았을 것을 여래께서 섣불리 건드리시는 바람에...'라고 어쩐지 디스 같은 말을 한다(...). 여담으로 부처님도 어지간한 것엔 끄떡도 안 하지만 이 독에는 아픔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6] 묘일성관이 뭔가 공격을 한 것은 아니고 진짜로 묘일성관의 본 모습을 본 풍류괴가 그냥 쓰러져서 죽어버린다. 닭이 전갈의 천적이라는 설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며, 실제로 서유기 내에서 벌레 요괴들은 닭 앞에선 꼼짝도 못하고 닭 울음소리도 싫어한다. 나중에 등장하는 지네 요괴 다목괴는 묘일성관의 어머니인 비람파 보살이 바늘 한 번 던지자 꼼짝도 못 하고, 천축국 근처에서는 '지나가는 산에 오래 묵은 지네가 요괴가 되려고 한다'는 말을 듣자 손오공이 천축국 왕에게 특별히 영물도 아닌 그냥 닭을 수백 마리 정도 풀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실제로도 닭은 전갈이나 지네 등 싸움 좀 한다는 절지동물들이라도 부리로 쪼아서 삼켜버리는 등 절지동물들에겐 저승사자나 다름없는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