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의 아내. 망가진 책을 고치는 책수선가. 재선 국회의원의 아내지만 지금껏 선거운동 기간을 포함해 외부에 노출된 적이 전혀 없다.
봉사활동을 하다 만난 중도와 사랑에 빠졌지만 평범한 삶을 원했던 혜주에게 그가 가진 정치에의 꿈은 너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혜주는 중도를 사랑했고, 결국 그를 선택했다. 부모를 모르고 자란 혜주에게 중도는 처음 생긴 가족인 동시에 자신이 선택한 가족이다.
8년 전, 중도가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 국회의원이라니. 언젠가는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곤 있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자 혜주는 잠시 아득해졌다. 하지만 중도가 어떤 사람인지, 왜 정치를 하려 하는지를 아는 혜주는 중도의 의사를 존중해주었다. 단, 자신이 정치인 남중도의 아내로 절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비례대표로 시작한 중도는 지역구 선출직 재선까지 이뤄냈고 이제 3선이 걸린 총선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혜주의 조용한 삶을 지켜주겠다는 중도의 약속은 지금까지 유효하다. 그래서 처음 중도가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혜주가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도 이제는 어느 정도 희석되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혜주가 세상에 노출되며 그녀가 오래 전 묻어둔 비밀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흔들기 시작한다.
혜주는 생각한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정치인을 꿈꾸던 남자와 결혼한 것부터일까. 아니면...당신을 사랑하지 말았어야 했던 걸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나는 이 선한 남자를 사랑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에 작은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약자들을 변호하며 남몰래 기부와 봉사를 하던 중 혜주를 만났다. 하지만 조용한 삶을 원했던 혜주는 중도가 가진 정치에의 꿈에 큰 불안과 거부감을 보였다. 그래서 중도는 약속했다. 언젠가 내가 정치를 하게 되더라도 당신의 삶을 분리하고 보호하겠다고. 배우자가 대외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정치인을 꿈꾸는 자신에게 얼마나 큰 약점일지는 알고 있었지만 중도는 그만큼 혜주를 사랑했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뜻 하나로 8년 전 대한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처음 국회에 입성했고 그 다음 총선에서는 자신이 나고 자란, 서울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인 서울 신양구에 출마해 당선되었다. 비례 출신들에게 그렇게 어렵다는 지역구 선출직 재선이었다. 그리고 지금, 3선이 걸려있는 다음 총선을 반 년 정도 앞두고 있다.
정치인이 되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여의도에서도 늘 약자들을 대변하려 한다. 그가 발의한 법안들은 종종 기득권층을 수호하는 국회의원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중도의 지난 시간은 지역구를 넘어 전국적으로 그의 이름을 서서히 알려갔다. 거기에 몇 번의 국감과 청문회를 통해 그는 꽤 성공한 젊은 정치인이 되었다.
국회의원으로 지낸 지난 7년 반 동안 중도는 혜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평소 지역구 표밭 다지기는커녕 선거운동 때조차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혜주를 비난하는 화살들은 모두 자신이 맞았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도에겐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중도의 수석 보좌관. 중도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지만 반대로 중도를 가장 신뢰하는 사람도 (혜주를 제외한다면) 우재일 것이다.
방송국 사회부 기자 초년생 시절 변호사 남중도를 알게 되었고, 자신은 세상을 바꿀 수 없어도 이 사람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중도가 처음 비례대표로 당선되었을 때 방송국을 떠나 함께 여의도로 들어왔다. 지금은 수석 보좌관으로서 중도와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철두철미하고 상황판단이 빠르다. 중도가 가끔씩 ‘인간적’인 면모를 보일 때마다 그걸 잡아주는 것도 우재다. 하지만 그렇다고 까칠하거나 인간관계가 나쁜 것도 아니어서 모두와 두루두루 친하지만 동시에 아무와도 친하지 않다.
중도에게는 그의 정치 커리어를 전력으로 서포트해 줄 배우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성(性)역할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인의 배우자라는 특수한 상황의 이야기다. 그러니 혜주가 맘에 들 리가 없다. 평소에 지역구 표밭 관리는커녕 선거운동조차도 하지 않는 정치인의 배우자라니. 중도에게 다른 큰 불만은 없지만 이 점에 있어서 중도가 혜주를 설득하지 못한 것만큼은 불만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남중도를 선택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고
앞으로도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것이다.
내가 겨우 여의도 강바람 쐬자고 이 사람에게 내 인생을 걸었겠는가?
그러니 대답해 주십시오, 의원님.
의원님이 꿈꾸시는 세상과 사모님, 둘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중도와 어릴 적 한 동네에서 자란 이웃집 누나.
중도와 혜주의 부탁으로 중도의 어머니가 생전에 운영하던 작은 칼국수집을 인수해 사장이 되었다.
그 후 임신과 육아로 힘들어하던 혜주의 부탁으로 중도와 혜주의 집에 들어와 함께 살고 있다.
그렇게 혜주와 허물없는 친자매같은 사이가 된 지 오래다.
병이 있는 건 아니지만 몸이 많이 약하다.
그래서 칼국수집에서 손님이 가장 많은 점심 때까지만 일하고 퇴근한다.
중도가 첫 결혼에서 얻은 아들. 생모는 지훈의 첫 돌도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중도가 혜주와 결혼했을 때 유치원생이었던 지훈은 혜주를 처음부터 금방 엄마라 부르며 잘 따랐다.
하지만 사춘기 시절 시작된 지훈의 비행은 어느덧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혼내고 어르고 울고 불며 빌던 혜주조차도 나중엔 거의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고교를 퇴학당한 지훈은 반복된 음주 관련 사고로 뉴스를 장식했다. 인터넷에 ‘남중도’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남중도 아들’이 바로 뜰 정도. 그러다 최근 지나가던 행인을 폭행, 결국 징역 4개월 형을 선고받고 얼마 전 출소했다.
그러나 바깥공기를 마신 지 보름 만에 지훈은 한강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사망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급성 알코올중독 수준이었고, 그의 죽음은 과음으로 인한 실족사로 정리된다.
지훈의 갑작스런 죽음에 사람들은 쉬쉬하며 말한다.
앞길 막던 망나니 자식이 사라졌으니 이제 정치인 남중도의 앞날은 꽃길이라고.
대한당 당대표. 판사 출신.
8년 전 변호사 남중도를 발탁해 비례대표로 공천한 장본인.
지난 총선 때 중도가 지역구 공천을 받는데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대한당의 총선 후보자들 가운데 중도의 선거 유세 현장에
가장 자주 모습을 드러냈을 정도로 중도를 아낀다...고 다들 생각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5선 째인 보국보민당 최고위원.
충북 영산의 유지인 처가의 지원으로 정계에 진출했기에 그동안 처가에 많은 것을 퍼주었다.
국회 국토위에서 입수한 영산의 토지 개발 계획을 처제에게 흘려줬는데,
이에 대해 중도가 토지 투기 의혹을 제기하자 심기가 불편해진다.
하지만 내가 괜히 5선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