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김성종이 쓴 장편 추리소설이자 이를 원작으로 이두용 감독이 연출한 영화와 김종학PD가 연출한 MBC 드라마. 한국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장편소설 현상 공모 당선작.한국 추리소설 역사상 최고를 다투는 걸작으로 꼽힌다. 복잡한 트릭은 없지만, 미국식의 하드보일드와 일본식의 사회파 추리소설의 성향이 적절하게 조합된 속에서 한국이라는 상황에서만이 가능한 소재를 가지고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미스터리와 진실은 독자에게 강렬한 재미를 선사한다. 거기다 작가의 문체 자체도 훌륭하며, 이 때문에 이 작품은 드물게도 순문학 쪽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김성종의 첫 장편 추리소설이고 이후에도 여러편의 추리 소설을 썼으나 이 작품만큼의 완성도를 지닌 추리소설을 내지 못했다.[1] 동서문화사, 새움에서 재출판하여 시중에서 쉽게 구매 할 수 있다.
2. 스토리
경찰 조직 내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외로운 늑대 마냥 겉도는 신세이자 아내마저 죽고 없는 형사 오병호[2], 그는 양조장 주인인 양달수의 살인사건을 맡아 홀로 사건을 수사해 나간다.오병호는 탐문을 이어간 끝에 양달수의 살인사건이 서울에서 일어난 변호사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알아내지만, 탐문을 이어갈수록 오병호의 앞에는 진실이 깊숙이 묻힌 미궁이 펼쳐진다. 사람들이 죽음보다 두려워하며 숨기려 하는 진실. 그 모든 것의 뒤에는 한국 전쟁과 한국전쟁이 만들어낸 억울한 희생자들이 있었으며 그리고 그 뒤에는 절대적 악 간첩이 있었다.[3]
3. 영화
1980년에 이두용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오병호 역에 하명중. 황바우 역에 최불암, 손지혜 역에 정윤희. 촬영 감독에 정일성(1929~).[4]이두용 감독의 말에 의하면 작정하고 작품 한번 만들어보자고 하면서 하명중과 정일성과 함께 전국을 돌다시피 했다고 하며, 이 때문에 소요된 필름 양만 쳐도 당대 여타 한국영화들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한다. 거기다 배우들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영화 촬영을 최대한 영화 속의 사건 순서와 맞추어 찍었으며, 이런 점은 주연인 하명중의 연기가 더욱 빛이 나게 했다. 거기다 3시간에 가까운 분량으로 정리하면서 최대한 원작을 살리는 한편으로 소설상의 몇 부분을 각색해 외려 원작의 주제를 더욱 강하게 만든 것도 영화 쪽의 장점.
하지만 영화에 담긴 여러 사회비판적 요소들은 검열의 철퇴를 호되게 맞았고[5], 여기에 검열로 삭제된 장면들과 이어지지 않는 장면들을 제작사에서 감독 모르게 재편집을 하여 삭제한 것까지 더해 런닝타임 158분의 영화가 약 30분 이상이 삭제된 120분 분량으로 개봉되었고, 흥행에도 당연히 실패하였다. 이후에 나온 비디오는 무려 60분이 잘려나가 90분 남짓으로 출시가 되었다.
그럼에도 저주받은 걸작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6], 이후 2005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잘려나간 부분을 복원해 상영하면서 재차 주목을 받았고, 영상자료원에서 복원판 DVD를 출시하려고 해도 저작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쉽지 않았지만 오승욱, 박찬욱, 김영진 등 이 영화를 보고 열광했던 수많은 감독들과 평론가들의 노력 끝에 결국 복원판 DVD가 출시가 되었다. 2016년 4k 복원이 이뤄졌고 영화제 상영 후 블루레이 발매가 되었다. 복원판 화질은 훌륭한 편이다.
후시 녹음 등 2000년대 이후의 시선으로 보자면 시대상 어쩔 수 없이 실소가 나오는 부분도 있으나, 그럼에도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 속도감 있는 편집, 훌륭한 연출 등 한국 영화의 걸작으로 손꼽히기 충분한 작품.
옛날 영화인데다가 특별한 액션씬도 없고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넘나드는 복잡한 미스테리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속도감과 리듬감이 엄청나서 일단 한 번 보기 시작하면 2시간 30여분이 후딱 지나가 버릴 정도로 몰입감이 높다. 감독 특유의 군더더기를 잘라버린 건너뛰기식 편집이 압권. 특히 마지막 씬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는 느낌이 들 정도로 쇼킹한 데다가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끝내버리는 엔딩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을 멍하게 만들 정도이다. 심지어 엔딩 크레딧도 없이 새빨간 글자로 적힌 '끝' 한 글자만 나오고 바로 끝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시대가 바뀐후로 흑수선이라는 제목으로 배창호 감독이 리메이크 하였다. 오병호에 해당하는 역을 이정재, 황바우에 해당하는 역을 안성기[7], 손지혜에 해당하는 역을 이미연이 하였다. 빨치산 투쟁이 아닌 거제도 포로 수용소 탈주극으로 이야기를 바꾸고 술집여자였던 손지혜는
4. 드라마
MBC에서 2번에 걸쳐 드라마화했다. 최초는 1979년에 6.25 특집드라마로 3부작 편성한 것으로서 오병호 역에 오지명. 황바우 역은 전운, 손지혜 역은 김해숙이 맡았다. 영화 개봉년도보다 1년 빠른 시기에 나왔으며, 사실상 이 작품이 소설 원작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미디어믹스라 할 수 있다.1987년에는 10부작 드라마로 만들었다. 최후의 증인(드라마) 항목을 참조할 것. 오병호 역에 유인촌. 황바우 역은 영화와 동일하게 최불암이 맡았다. 시범적으로, 지금으로 치면 파일럿 에피소드 스타일의 미니시리즈였고, 이 작품의 성공으로 MBC는 외국식 미니시리즈 제작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어느 정도 사전 제작을 해서 4철 풍경을 담아낼 정도로 제작 당시 MBC가 상당히 힘을 주었고, 힘이 들어간 만큼 방송 당시 상당한 호평을 얻었다.
[1]
이러한 평을 받는 이유는 김성종이 본래 순문학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사람인지라 대필작가들을 고용하여 양산형 추리 소설을 낸 탓이 크다. 애초에 <최후의 증인>을 집필하게 된 계기도 이미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상태였지만 먹고 사는게 힘이들어 다른 문학 공모전들보다 상대적으로 상금이 많은 추리 소설 공모전에 당선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공모전에 당선될 만한 요소들을 모조리 쏟아부어 만든 소설이라고 한다.)
[2]
김성종이 쓴 소설 대다수의 주인공 형사의 이름은 모두 오병호인데 김성종이 쓴 소설들의 세계관이 연결되거나 셜록 홈즈와 같은 연작 시리즈물도 아니기 때문에 최후의 증인과 김성종의 다른 소설에 등장하는 오병호들은 모두 동명이인이다. 일종의
스타 시스템.
[3]
보통 영화식으로 간첩에 대한 이야기 없이 끌고 나갈수 있지만 작품 발표때의 사정상 모든 악의 뒤에는 국제 간첩단이 있다라는 결말이 나온다.
[4]
한국 최고의 촬영감독.
임권택,
김기영,
유현목 등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모든 감독들의 대표작들은 다 이 분이 촬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5]
당시
박정희 군사 독재정권 당시에는 아무나 외국 영화를 수입하지 못했고, 대종상이나 청룡상 등에서 상을 받은 국산 영화를 제작한 제작사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외화수입 쿼터가 주워졌다. 외화수입은 큰 돈을 벌 수 있는 길이었기에, 국산 영화는 외화수입쿼터를 타내기 위한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만들었는데, 이로 인해 여러가지 폐해가 발생하게 되었다. 아무튼 <최후의 증인>이 영화가 잘 만들어 졌다는 소문이 돌자 경쟁 영화사에서 외화수입쿼터를 따내지 못할까봐 중앙정보부에 이 영화의 감독의 사상이 의심 스럽다는 무고를 넣었고, 결국 이두용 감독이 남산에 끌려가서 코렁탕을 먹고 영화도 검열로 난도질을 당하게 된 것이다.
[6]
박찬욱 감독이 10대 시절, 영화진흥공사의 시사실에서 이 영화의 무삭제판을 보는 행운을 누렸다고 한다. 그 후로 만나는 사람마다 그는 이 영화가 걸작이라고 여라 차례 언급했고, 이로 인해 이 영화가 알려지게 되었다. 심지어 2017년 블루레이 발매 당시
쥘리에트 비노슈가 내한했을 당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마다하고 음성해설 녹음에 참여했을 정도. 그의 작품 중에서 특히
공동경비구역 JSA의 결말이 이 영화의 결말에서 강하게 영향을 받은 느낌이 난다.
[7]
청년 시절도 직접 연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