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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7 18:59:11

책임주의

1. 개요2. 취지3. 책임의 구성요소4. 관련 문제
4.1. 법인에 대한 형사처벌과 책임주의4.2. 양형책임
5. 관련 원칙
5.1.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5.2. 보안처분과 비례원칙

1. 개요

책임주의(責任主義 / Schuldprinzip)은 "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라는 형법의 원칙이다.

즉,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즉, 위법성조각사유가 없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행위자에게 비난가능성이 없다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원칙이다.

체계상 죄형법정주의 내지 법치주의(특히 비례원칙)의 한 내용으로 이해되고 있으며(헌재 2009. 7. 30. 2008헌가16 결정 등), 형법이 규정한 책임조각사유들 역시 책임원칙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민법 과실책임의 원칙과 명칭은 비슷하지만 내용상 관련은 없다.

2. 취지

형벌은 범죄에 대한 제재로서 그 본질은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된 행위에 대한 비난이다. 일반적으로 범죄는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행위(행위반가치)와 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의 발생(결과반가치)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여기서 범죄를 구성하는 핵심적 징표이자 형벌을 통해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행위에 나아간 것’, 즉 행위반가치에 있다.

만약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의 발생이 어느 누구의 잘못에 의한 것도 아니라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형벌을 가할 수는 없다. 물론 결과의 제거와 원상회복을 위해 그 결과 발생에 아무런 잘못이 없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민사적 또는 행정적으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허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행위를 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 형벌을 부과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형벌의 본질은 비난가능성인데,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하지 않은 자에 대한 비난이 정당화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책임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국민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스스로의 책임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것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이다.
헌재 2007. 11. 29. 2005헌가10 결정

3. 책임의 구성요소

형법상 책임의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은 것으로 풀이된다.

4. 관련 문제

4.1. 법인에 대한 형사처벌과 책임주의

일반적으로 형사상 책임은 ‘행위자가 합법을 결의하고 행동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결의하고 행동하였다고 하는 의사형성에 대한 윤리적 비난’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전통적 책임개념은 자연인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는 책임주의의 원칙이 단지 법적으로 인격이 부여된 법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형사적 책임은 순수한 윤리적 비난이 아니라 국가적 규범의 침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므로 자연인에 대한 위와 같은 책임개념을 법인의 책임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법인의 행위는 이를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행위에 의하여 실현되므로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 및 행위에 따라 법인의 책임 유무를 판단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나아가 형벌권은 국가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이므로 형벌권을 중요한 사회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하여야 하는바, 입법자가 일단 법인의 일정한 반사회적 활동에 대한 대응책으로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인 형벌을 선택한 이상, 그 적용에 있어서는 형벌에 관한 헌법상 원칙, 즉 법치주의와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결국, 법인의 경우도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는 책임주의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헌재 2009. 7. 30. 2008헌가14 결정
위 판례는 구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2006. 3. 24. 법률 제7901호로 개정된 것) 제31조에 관한 것인데, 해당 조항은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 의 대리인ㆍ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 의 업무에 관하여 제30조의 규정에 의한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 에 대하여도 동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할 경우 법인이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까지도 법인에게 형벌을 부과될 수밖에 없게 되어 책임주의원칙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았다.

이 사건 외에도 다른 법률들에 관해서도 비슷한 사건이 여럿 있었는데, 이러한 판례에 따라, 이후에 특별형법상 양벌조항에 관한 대대적인 개정이 이루어져, 종업원이 주의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법인이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되었다.

4.2. 양형책임

형의 양정의 기초와 한계는 무엇보다도 행위자의 책임이며,[1] 이는 책임주의의 귀결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서, 비난가능성이 높으면 형벌도 그만큼 무거워져야 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양형의 조건으로서의 책임은, 행위 자체의 불법, 범죄 전후의 정황 등까지 포괄하므로, 범죄성립요건으로서의 책임과 관련은 깊지만 개념상으로는 구분된다.

5. 관련 원칙

5.1.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

어떤 범죄의 타형에 부가하여 과하는 형의 일종인 몰수형을 규정할 것인지 여부와 이를 임의적으로 할 것인지, 또는 필요적인 것으로 할 것인지의 여부는 입법자가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일 것이지만,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예방효과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전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음으로써 다른 범죄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헌법상 평등의 원리에 반하게 된다거나,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입법금지원칙에 반하는 등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 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법정형을 규정한 법률조항은 입법재량권을 남용하였거나 그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헌법에 반한다(헌재 2009. 7. 30. 2007헌가11 결정 등).

5.2. 보안처분과 비례원칙

보안처분에는 책임주의는 적용되지 않지만,[2] 비례의 원칙은 적용된다.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4조가 "보호관찰, 사회봉사, 수강 또는 갱생보호는 해당 대상자의 교화, 개선 및 범죄예방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절한 한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대상자의 나이, 경력, 심신상태, 가정환경, 교우관계, 그 밖의 모든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실시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1] 독일 형법(StGB) 제46조는 "양형의 원칙"(Grundsätze der Strafzumessung)이라는 제목하에 제1항 제1문에서 "행위자의 책임은 형의 양정의 기초이다."(Die Schuld des Täters ist Grundlage für die Zumessung der Strafe.)라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2] 예컨대, 심신장애이어서 형벌은 면하는 사람이라도 치료감호 대상자는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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