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봉감별곡 필사본.
1. 개요
조선의 고전소설. 작자는 미상이지만 대략 개화기를 전후해 쓰인 소설로 추정된다.[1] 비교적 근대에 들어와 지어졌기 때문에 고전소설치고는 여자 주인공의 행동이 진취적이다. 대신 남자 주인공은 별로 하는 일이 없다.(...) 또 다른 제목은 추풍감별곡(秋風感別曲).2. 줄거리
평양에 사는 김 진사의 딸 채봉은 외출했다가 선천부사의 아들 장필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혼인을 약조한다.[2] 하지만 돈을 주고 벼슬자리를 사려던 아버지에 의해 혼인이 깨어지고[3] 허 판서의 첩이 되어야 할 지경에 놓인다. 채봉은 도망치지만 그 사이 허 판서에게 주어야 할 돈까지 잃은[4] 김 진사는 옥에 갇히고, 채봉은 아버지의 몸값을 마련하기 위해 기생이 된다. 장필성은 전일 주고 받았던 시를 통해 채봉과 재회하지만 애인이 기생이 되었기 때문에 채봉을 다시 잃을 위기에 놓인다.그 사이 새로 부임한 평안감사가 채봉의 재주를 높이 사 그녀를 기적에서 빼내고 관아로 데려가 문서업무를 맡긴다.[5] 장필성은 채봉을 만나기 위해 감사의 이방이 되지만 둘은 재회하지 못한다. 채봉은 장필성을 그리워 하며 추풍감별곡이라는 시를 쓰고, 이를 읽은 감사가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채어 이들을 맺어준다.채봉의 아버지도 무사히 풀려나오고 채봉은 부모님과 재회한다.[6] 이후 장필성은 당하관을 지낸다. 한편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인 허 판서는 그동안의 만행이 드러나 결국 자신을 포함하여 9족이 몰살당한다.
여러모로 다른 고전소설과는 다른 면이 많다. 여자 주인공인 채봉이 단독으로 주인공의 위치에서 행동하다시피 하고 남자 주인공인 장필성은 하는 일이 거의 없다.[7] 그리고 채봉의 부모는 일의 진행에 별 도움이 안 된다.[8]
게다가 채봉은 부모의 말을 거스르기도 한다. 어떻게든 장필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아버지가 허 판서와 결혼하자는 것에 반대. 결국 서울로 가게 되었을 때 도적떼들의 습격을 받자 그대로 평양으로 도주. 그러고도 허 판서랑은 결혼 안 하려고 평양을 떠나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장필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기생이 되었어도 장필성과 주고받은 시 중 자신이 쓴 시를 보여주며 그 시는 무슨 시에 대한 답시였는지 맞추게 해서 맞추는 사람 아니면 대접 안 하겠다고 해서 교묘하게 빠져나가고[9] 끝내 장필성과 이어지는 것이 어려울 것 같자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모든 행위들은 끝내 권세가인 허 판서가 역모를 기도함으로서 평안 감사가 칭찬했듯 잘 한 일이 되었다. 진짜로 채봉이 아버지 말에 순응했다면 채봉의 아버지는 당연히 사형감이고 채봉과 채봉의 어머니는 노비가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나마도 그렇게 따르지 않았음에도 평안 감사가 힘을 써 주었어야 했음을 감안해보면 따랐다면 평안 감사가 나섰다고 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1]
활자본이 1910년대에 나왔다는 것으로 보아 일단 그 이전에 구전으로 떠돌았을 듯.
[2]
다만 그의 아버지는 이미 고인이었기에 매우 가난했다고 한다. 밑에 후술하겠지만 선천부사까지 지낸 사람의 아들이 이방직이나 했다는건 그만큼 별 볼일 없는 생활을 했다는 반증도 된다.
[3]
이때문에 훗날 죽음의 위기를 맞는다.
[4]
운없게도 채봉이 도망칠 수 있던것도 돈을 노린 도적떼 덕분이었다.
[5]
이 무렵 허 판서는 역모를 꾀했다가 죽는다. 때문에 평안감사는 채봉에게 허씨의 청을 거절한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칭찬하며 김 진사의 구명을 해준다.
[6]
평안감사가 채봉에게서 얘기를 들어 그를 위한 변명을 해 주었다고 한다.
[7]
유일하게 적극적으로 나선게 채봉이 기생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몸값을 모으려는 장면이지만 이것마저도 실패. 그 외에는 채봉을 평안감사가 기생에서 해방시켜주었을 때 채봉을 만나겠다고 이방이 된 것 정도? 그래도 나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만 하는 일마다 되는게 없다. 그래도 이방이 되어서 그런지 운 좋게도 채봉과 다시 만나긴 하지만...
[8]
채봉의 아버지는 권세가에 붙어보려고 딸인 채봉을 넘겨주려다가 삼족이 다 멸족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채봉의 어머니는 채봉의 아버지보단 낫지만 이쪽도 별 대안도 별 행보도 보이지 않는다.
[9]
후에 장학성은 호기심인지는 몰라도 여기에 도전했는데 당연히 장필성 본인이 아는 것이었기에 맞췄다. 물론 이 때 채봉이 자신을 기생으로 팔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