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지혈( 止 血, hemostasis)은 문자 그대로 출혈을 그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혈은 혈관이 손상되었을 때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회복하기 위해 피떡(blood clot)을 형성하는 혈액의 응고 과정이란 뜻이 보다 기초적이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뜻은 응급처치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피가 멎는 것을 돕는 것에 가깝다.2. 관여하는 인자
지혈 과정에는 혈소판(platelet)과 내피세포(endothelial cell), 응고인자(coagulation factor)가 관여하여 혈액의 응고를 진행하고, 조절한다. 혈소판은 혈액응고 과정 초기에 '혈소판 마개'로서 손상된 혈관 내피세포 부위를 막고, 피떡을 형성하기 위한 중추가 된다. 응고인자는 10가지 이상의 다양한 인자들로, 응고연쇄반응을 일으켜 피브린( 섬유소, fibrin) 성분의 덩어리를 형성한다. 내피세포는 주로 이 응고 과정을 억제하는 항혈전적 특성을 가지며, 이는 혈소판과 응고인자들의 응고 작용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3. 과정
3.1. 혈소판의 초기 지혈
3.2. 응고연쇄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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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발생하는 응고연쇄반응의 내인성 경로와 외인성 경로 |
4. 조절 기전
5. 응급처치로서의 지혈
5.1. 의의
과다출혈 문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피가 몸에서 너무 많이 빠져나가면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렇기에 지혈은 출혈이 발생했을 때 생존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행위나 마찬가지이며, 그만큼 최대한 빨리 지혈을 할수록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그렇다고 출혈이 발생한다고 무조건 지혈을 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상처 부위에 유리 파편같은 날카로운 이물질이 남아 있다면 그것으로 인해 출혈이 심해질 수 있으며 더러운 물건에 의해 출혈이 발생했을 경우 세균 감염의 위험도 있다. 따라서 출혈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먼저 이물질 제거나 소독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지혈을 해야 한다. 다만 군대에서는 무조건 지혈이 먼저라고 가르치는데, 이는 전투 중 생기는 상처는 즉각 지혈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1], 빠른 후송이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 야전에선 우선 응급 지혈을 하고, 후송된 후 병원에서 오염 물질 제거 및 감염 예방을 위한 처치를 하는 것이 낫다. 물론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로 출혈이 심하진 않고 빠른 후송도 기대할 수 있는 일상 생활에서의 상처에선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조치하자.
5.2. 방법
기본적으로 상처 부위를 압박한다. 손가락 끝의 작은 상처 같은 것은 밴드로 압박할 수 있으나 큰 상처는 붕대나 거즈 등을 사용하여 압박을 한다. 지혈대 등의 보조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참고로 뜨거운 쇠에 지지는 방법은 중세시대에나 사용된 방법으로 효과도 적고 추가 감염이나 손상 등의 위험이 커서 현대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미키 루크의 추적자에서는 총상을 입은 캐릭터가 총알을 분리해 탄피 안에 들어있는 화약을 상처 위에 톡톡 뿌려주고 성냥을 켜서 먼저 담배부터 한 대 맛있게 빨아준 뒤 상처 위에 뿌려진 화약에 불을 붙여서 지혈을 하는 장면을 연출했지만 어디까지나 마초이즘이고, 화약으로 지지나 인두로 지지나 의학 전문가들의 대답은 '하지 마라.". 외과수술중에 보비를 이용하여 아주 작은 출혈을 지혈하는 정도로는 쓰기는 한다.지혈대는 팔다리에 상처가 난 경우 상처 부위보다 심장 쪽을 묶어 혈관을 조여서 혈류를 멈추게 한다. 붕대나 끈으로 상처부위보다 위쪽[2]을 묶은 뒤 짧은 막대를 지혈대로 끼워 넣고 빙빙 돌려 조이고 지혈대 반대쪽을 팔다리에 묶어서 고정한다. 과거에는 사지가 썩지 않도록 1~2시간마다 지혈대를 풀어주어야 한다고 하였으나 현재는 지혈대를 푸는 건 지식과 장비를 갖춘 전문 의료인에게 맡기고 응급 조치를 수행하는 일반인들은 지혈대를 묶는 법만 알면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괴사를 방지한답시고 지혈대를 푸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출혈이 더 위험하기 때문. 지혈대에 지혈대 채운 시간만 기록해 두고[3] 최대한 빨리 후송하여 그 다음부터는 의사의 조치를 받도록 하자. 따라서 최근 개발되는 지혈대는 기본적으로 1회용으로, 재사용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훈련을 위해 풀었다 채웠다 하는 게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지혈대의 강도가 약해지므로 훈련용은 훈련시에만 쓰고 실상황에선 새 것을 써야 한다.
미군에서는 1인당 2개씩 지혈대가 파우치와 함께 지급되며 손이 쉽게 닿는 곳에 나누어 결합해서 휴대한다. 한데 몰아두었다가 폭발에 휘말릴 경우 한꺼번에 분실해버릴 위험성이 있고, 부상자 1인당 평균 사용량이 2.55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팔다리를 절단할 경우 남은 부분 길이가 최대한 길어야만 의족을 장착한다거나 하는 이후 QOL [4]에 직접적으로 연관되기에 부상자가 발생하면 부상자의 지혈대를 꺼내(자신의 지혈대는 유사시 자신에게 사용해야 한다) 팔다리 가장 안쪽을 묶고, 상처 쪽 팔다리를 최대한 길게 남겨 추가로 묶는 것이 기본.
구형 지혈대는 탄력 있는 붕대와 벨크로(찍찍이)만으로 구성된 것도 있다. 값싸고 가볍고 부피가 작지만 두 손을 다 써야 해서 부상자가 스스로 사용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단점. 군대에서 지혈대를 사용할 상황은 전투 중이고, 전투 중에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동료 1명+의무병까지 동원되기보다는 부상자가 한 손으로 스스로 지혈하고 전투 끝날 때까지 버티는 편이 부대 전체의 생존성을 높일 수 있다.
퀵클랏이라는 제품은 수분을 흡수하는 가루[5]로 상처 위에 뿌리는 것 만으로 지혈시키는 물건이다. 기존 압박붕대에 비해 효과가 높고 내피세포가 파괴되지 않으며, 군인들 입장에서는 부상 위에 뿌리기만 하면 응급헬기 날아올 때까지 살아남게 하고 부상자가 스스로 처리할 수도 있다는 찬사를 받았으나, 후송된 병사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퀵클랏 가루가 혈관 안으로 들어가서 혈전(핏덩어리)이 되어 돌아다닌다고 학을 떼었다. 이후 소독, 봉합 등의 과정에서 뭉치고 굳은 가루를 죄다 긁어내고 닦아낸 이후 처치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진, 환자 모두 배로 힘들었으며, 현재는 3세대제품으로 가루가 아니라 거즈에 적용되어서 나온다.
2014년에는 RevMedx라는 스펀지형 지혈 기구가 개발되었다. 작은 알약 크기의 흡습 스펀지 수십 개를 굵은 주사기형 주입기에 담아 두었다가 외상 부위에 직접 주입해서 욱여넣는 방식. 주입된 스펀지는 수분을 흡수하여 상처 안에서 크게 부풀고, 이렇게 부피가 커진 스펀지가 상처를 직접 압박해 지혈하게 된다. 작은 알갱이 하나하나에 X레이에 반응하는 감응제가 포함되어 있고 크기도 커서 혈관으로 들어갈 걱정은 없을 듯하다. 실로 무지막지한 응급처치로 보이지만, 애초에 압박법은 힘으로 눌러서 피를 멎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부위에 이물질(소독된 붕대 등)이 닿게 하여 신체의 지혈 기작을 자극하는 방식이고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RevMedx는 매우 효과적인 응급처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대형 부상일 경우 상처에 거즈를 있는 대로 쑤셔 넣는 것도 지혈법 중 하나였는데, 그것과 동일한 원리. 물론 환자 입장에선 통증이 매우 극심하겠지만, 아파서 죽을 것 같아도 진짜로 죽는 것보단 낫다.
여담으로 이 물건은 머리~몸통 등 주요장기가 위치한 부분에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안에서 부풀어올라 내장(특히 폐)을 아예 찌그러트려 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데, 영화 PMC: 더 벙커에서 총상으로 폐에 구멍 뚫린 부상자에게 사용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신기한 물건이니 장면 따고 싶은 건 알겠지만...
가벼운 출혈 정도는 위생랩으로 압박을 하지않고 상처에 가볍게 감싸주어도 쉽게 지혈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