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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29 21:45:52

지터스의 일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그늘숲 연속 퀘스트에 나오는 NPC 지터스의 일지. 대격변 이전 퀘스트이기 때문에 대격변 이후 확장팩부터는 볼 수 없다.

엘룬의 낫을 우연히 주웠다가 패가망신하는(또는 시키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참고로 이 때문에 가족이 몰살당하고 늑대인간으로 변하기까지 한 스벤은 지터스에게 매우 화를 낸다. 일지 속에서 엘룬의 낫을 쫓는 흑기사의 정체에 대해서는 확정된 발표는 없고, 죽음의 고개에서 왔으며 죽음의 기사와 비슷하게 묘사되는 것으로 보아 카라잔의 첫번째 보스 사냥꾼 어튜멘의 부하라는 설있었으나 군단에서 조화 드루이드의 유물 퀘스트로 카라잔 출신 암흑기수는 어튜맨 말고도 꽤 여러 명이 있으며 이 들은 '아리덴'이라는 리더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원문은 'Dark Rider'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흑기사'라고 번역되었으나 대격변에서는 '암흑의 기수' 나즈굴라고 번역되었다. 뭐 중요한 건 아니지만...

대격변 이전 그늘숲 지역의 호러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느끼게 해주는 연속 퀘스트이기도 하다. 스탈반의 전설 연퀘나 모르라딤 연퀘, 장의사 연퀘 등도 만만치 않지만.
지난 몇 주 동안의 공포는 참기 힘든 것이었다. 이렇게 일지를 기록하면서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동료에게 죄를 고백하는 것이 마음속의 괴로운 생각을 종이 위에 풀어놓고 덮어두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전에도 일지를 썼었지만 그 일지는 내가 돌아갈 수 없는 곳에 남겨져 있다. 그래서 새로 일지를 작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정 처음부터 시작하리라.

모든것은 롤랜드 광산에서 그 저주받은 낫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낫을 발견하기 전까지 이곳은 노스샤이어 계곡 만큼이나 평온한 곳이었다.

정말 후회스럽게도 내가 광산의 돌 무더기 사이에서 튀어나와 있던 낫의 자루를 발견하고 그걸 잡아 꺼내면서부터 롤랜드 광산은 비참한 죽음의 장소가 되어 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진작 알았더라면 룬문자가 새겨진 그 낫 자루를 잡지 못하게 내 손을 잘라 버리기라도 했을 것이다. 이 얼마나 후회스러운 일인가! 후회란 세상을 등지기 전 노인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후회란 노인이 아니라 절망에 빠진 자의 것이란 걸 깨달았다. 후회하는 사람은 외투를 뒤집어쓰고 불행한 운명에 굴복하여 벗을 수도 없고 벗으려고 의지도 없는 자들이다.

감상적인 시인들이나 할 법한 얘기는 이쯤에서 그쳐야겠다. 내가 겪은 일들은 계속 기록해야 하니까...

그 낫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광산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희미한 횃불에서 나오던 빛이 휘어지고 우리는 목소리 크기를 스스로 제어할 수 없게 되었다. 어떤 때는 한 사람이 속삭이는 소리가 손으로 귀를 틀어막아야만 할 정도로 굴 속 전체에 크게 울려 퍼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고함 소리가 채 몇 발자국 거리가 못 가 바람에 묻혀 희미하게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

물론 우린 당황했지만 이 이상한 현상에 대한 궁금증은 곧 풀렸다. 그것은 우리를 광산에서 내쫓은 늑대인간의 출현을 알리는 전조였을 뿐이었다.

놈들이 사방에서 공격해 왔다. 우리 발아래 숨겨진 구덩이에서 튀어나오기도 하고, 머리 위에서 조용히 떨어져 내리기도 했다. 이렇게 끔찍한 상황이 시작되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반이 당하고 말았다. 나를 포함한 나머지 생존자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나는 달려가면서 많은 형제들이 놈들의 이빨과 발톱에 당하는 걸 목격했고, 비명 소리가 짧게 사라지거나 헐떡이다 끊어져 버리는 것을 수 없이 들었다.

난 그곳을 탈출한 유일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내가 그날 밤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공격이나 위험으로부터 재빨리 빠져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내 별명도 이런 성격탓에 붙여진 것이니 붙여졌다. 이런 나의 조심스러운 성격이 날 구한 것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내가 돌 무더기에서 잡아 꺼낸 낫 때문이었을 수도... 정신없이 도망치는 동안 그 낫을 잃어버렸으니까 그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나 때문에 늑대인간이 그늘숲에 나타난 것이니 늑대인간 놈들도 내게 일종의 예의를 차린 것 아니었을까? 저주받을 놈들!

아니면 내가 그늘숲에 일으킨 변학의 목격자가 되는 비참한 운명을 타고난 것인가? 아마도 늑대인간이 이 땅을 짓밟고 그 사악함으로 세상을 끝없이 더럽히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내 운명일지도...

진정 그것이 내 운명이라면, 나에게 닥친 시련은 그것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늘숲을 차지하려는 세력은 늑대인간만이 아니다. 죽음의 고개에서 나타난 악귀들도 이 땅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쓰도록 하겠다. 그리고 이 땅을 노리는 자들이 그들이 마지막이 되길 바랄 뿐이다...

롤랜드 광산에서 무사히 도망친 후, 나는 스벤이라는 자의 헛간에 숨었다. 그 헛간에서 며칠을 지냈지만 계속 공포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에 스벤이나 그의 가족이 보지 못하게 숨어있었다. 하지만 숨어서 지켜보니 농부가족인 이들은 매우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때 내가 헛간에서 나갔다면 그들이 안전하게 나를 숨겨 줬었겠지만, 당시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내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광산에서 그 충격적인 일을 겪은 후로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나는 숨어 있었고 그것이 나를 살렸다.

내가 헛간에 숨어 지낸 지 며칠이 지난 후, 스벤은 다크샤이어로 떠나기 위해 농장을 나섰다. 그는 아내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고 아이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곧 장난감과 과자를 사 가지고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길을 나섰다. 불쌍한 사람, 그것이 가족들의 모습을 본 마지막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마지막 순간에 행복하게 헤어질 수 있지 않았는가. 또 그의 아내가 먼저 죽었으니 아이들의 처참한 죽음을 목격하고 피눈물을 흘리는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내게는 이런 작은 자비도 허락되지 않았다. 난 모든 걸 목격했고, 그 모습은 악몽으로 나타나 영원히 나를 괴롭힐 것이다.

스벤이 떠나고 집에 남아 있던 그의 가족이 흑기사의 습격을 당하던 그날 밤의 악몽이 생생히 떠올라 내 손이 떨리면서 또다시 후회가 밀려온다. 내가 뛰쳐나가 죽음의 고개에서 온 저 악귀들과 맞서 싸웠어야 하는데...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후회일 뿐이다.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라면 누구나 이러한 후회에 시달리게 된다. 설령 내가 숨어있던 곳에서 뛰쳐나갔다 하더라도 나 역시 죽임을 당하고, 내 시체가 조각조각 찢겨 사방으로 흩어져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되었으리란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 극악무도한 살인을 막기위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정말 후회스러운 게 있다. 바로 내가 흑기사들을 스벤의 농장에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내가 낫을 발견했기 때문에 늑대인간들이 그늘숲에 풀려났을 뿐더러 죽음의 고개에서 흑기사를 불러들이기까지 한 것이다. 놈들은 가족을 몰살시키기 전 아이들을 꼭 안고 있던 스벤의 아내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었다. 이 대화를 통해 내가 이 엄청난 파장의 씨앗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죽음이 가까이 온 것을 분명히 느끼면서도 최대한 아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엘룬의 낫." 흑기사 중 하나가 마치 돌에 도끼를 가는 듯한 거칠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고 말이 끝날 때쯤에는 - 엘룬 - 이라고 목이 멘 듯 쉰 목소리가 났다.[1]

그 목소리는 공포 그 자체였다. 소리가 무시무시하기도 했었지만... 나는 그들이 애기하는 낫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며칠 전 내가 롤랜드 광산의 돌 더미에서 꺼낸 그 저주받은 물건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게 흑기사들이 찾고 있는 물건이었다니! 그리고 그때문에 스벤의 가족이 죽임을 당하다니...

항상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스벤의 아내의 호칭은 "여보", "내 사랑", "엄마" 등이었기 때문에 난 그녀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녀의 이름을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난 그날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비록 일개 농부의 아내일 뿐이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봐 온 어떤 사람보다도 용감한 사람이었다.

물론 그녀는 낫에 대해 모르고 있었지만 흑기사가 그걸 찾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곧 작전을 생각해 냈다. 정말 대담하고도 영리한 작전이었다. 성공했더라면 정말 좋았을것을...

"낫이라고요?" 조용한 목소리로 그녀가 대답했다. "물론 알고 있죠. 이곳에 사는 사람 중에 그 낫을 모르는 사람이 있겠어요?" 그녀는 흔들림 없이 흑기사를 쳐다봤다. 만약 내가 진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나조차도 그녀가 사실을 말할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녀가 낫에 대해 알리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거짓말이 효과를 발휘했다. 조금 전 질문을 했던 흑기사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외쳤다. "어디에 있지?" "내가 데려다 주겠어요, 당신들 모두." 그녀가 대답했다. 그녀의 눈 속에 작은 희망이 희미하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가는 길이 멀고 아이들은 방해만 될테니까 여기 두고 가요." 그녀의 속임수는 단순했지만, 원래 단순한 속임수가 가장 잘 먹히는 법이다. 성공했더라면 흑기사들을 농장에서 멀리 데려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그녀 자신은 살아남지 못하더라도 아이들 만은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흑기사가 그녀의 지혜로운 거짓말을 믿기만 했더라면 성공했을 것이다. 난 신을 믿은 적이 없었지만, 저 끔찍한 흑기사와 맞서고 있는 스벤의 아내를 위해 열심히 기도했다.

"제발... 놈들이 믿도록 해 주십시오."

놈들은 꼼짝도 않고 서 있었고 그녀는 태연하게 그들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는 놈들 중 하나가 멀리서 부리는 소리라도 들리는 듯이 위를 쳐다보았다. 놈은 자신의 품 속에서 작은 보석을 꺼내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스벤의 아내에게 그 보석을 내밀었다. 그 흑기사의 손에서 빛이 나와 기분 나쁜 흰색 손 모양으로 변해 그녀를 향했다.

그녀는 똑바로 빛을 응시했지만 나는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 뒤에 감춰진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손은 그녀에게 닿자 머리카락을 펴 그녀의 머리를 감싸고는 쥐어짰다.

스벤의 아내는 판자처럼 굳은 채로 서 있었고 눈동자는 커졌다. 비명을 지르기 위해 입을 벌렸지만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끔찍한 순간이 몇 분 동안 계속된 후 그 손은 그녀를 놓아 주었고 그녀는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는 보석을 가진 흑기사가 말 안장에 올라타더니 커다란 목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이 여자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 목소리는 그 후 내가 꾸는 악몽에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 여자는 낫을 본 적도 없어."

그러고 나서 그 흑기사는 몸 속의 영혼이 빠져 나가기라도 한 듯 어깨를 약간 굽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과 같이 늙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주인께서 명하셨다. 모두 죽여라!"

그 뒤에 일어난 일은 설명할 수가 없다.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긴 하지만 내 비열한 영혼조차도 차마 그 후의 끔찍했던 몇 분 동안 일어난 일들을 종이 위에 옮기지는 못하겠다.

그저 스벤의 가족이 모두 죽었다는 것만 말 할 수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벤이 이 끔찍한 죽음의 현장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의 깊은 슬픔 앞에 내 모습을 나타내기가 두려웠다. 그리곤 그가 나를 발견하게 될까 두려운 나머지 숨어 있던 헛간에서 도망쳐 나왔다. 나는 지금 스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그가 언젠가 평온을 되찾게 되기를 빈다.

그 후 몇 주 동안 이곳 저곳으로 피해 다녔다. 흑기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어디에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지금 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까마귀 언덕의 버려진 마을에 숨어 있다. 놈들이 스벤의 아내에게 사용했던 그 힘이 무엇이든 나는 그 힘을 감당할 수가 없다. 그리고 놈들이 아직까지도 그 낫을 찾기 위해 그늘숲을 수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낫이 지금 내 손에 없다는 것에 대해 신께 감사한다. 만약 내가 지금까지 그걸 가지고 있었더라면 이미 놈들에게 발각됐을 것이다. 지금도 마음속으로는 언젠가 놈들이 나를 발견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난 너무 지쳤다.


[1] 엘룬의 낫을 언급하는데 끝부분에 엘룬을 언급하는 건 원문인 영어로는 '낫 of 엘룬'이라 엘룬이라는 단어가 뒤에 나오기 때문이다. 한글로 번역 시 흑기사가 엘룬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길 꺼리는 느낌이 있었다면 '말이 끝날 때'가 말 앞부분으로 바뀌어야 했고 그게 아니라면 엘룬이 아니라 낫을 언급할 때 목이 멘 듯했다고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