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사회에서 부족은 하나의 큰 대가족이다. 지르발 부족 사회에서는
지르발어에 존재하는 25가지의 친족 부류에 따라 부족의 전 구성원이 분류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피를 통해 이어진 혈연(血緣)과 결혼을 통해 이어진 인척(姻戚)의 구별은 이 사회에서 나타나지 않고, 철저히 동족 관계(Consanguinity), 분류적 친족관계(Classificatory kinship system)로써 친족 부류가 결정되었다. '인척'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잠재적인 결혼 상대는 모두 배우자와 같이 취급된다. 이런 친족 관계는 누가 소년식을 도와줄지, 장례식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와 같은 개인의 행동은 물론이고 친척 간의 행동에도 영향을 끼쳤다. 평행 사촌[1] 간에는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지만 교차 사촌[2] 간에는 '회피' 관계가 이루어졌다. 이들 간에는 서로를 제대로 보거나 직접 말하는 것도 꺼려졌다. 동시에 부모의 손위 방면의 교차 사촌은 자기 배우자의 부모로 여겨졌고, 부모의 손아래 방면의 교차 사촌은 자기 자녀의 배우자로 여겨졌다. 이런 복잡한 일련의 친족 체계는 '잘응우이'라는 독특한 언어 문화를 낳게 된다.
이후 이해를 돕기 위하여 등장할 가계도에는 설명할 대상만 이름을 적기로 한다. 화자는 노란색 박스가 표시되고 직계 가족은 분홍색으로 표시하기로 한다. 일반적인 가계도 규칙에 따라 남자는 사각형, 여자는 원으로 표시되나 위치는 심미성을 위해 남녀 순의 배치는 임의로 조정될 수 있다. 더해 "타고간다"라는 표현은 앞으로 가계도상에서 한 인물의 상하좌우 방면으로 친인척 관계를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정의하며, "큰"과 "작은"은 수평으로 타고갈 때 각각 왼쪽과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한다.
지르발 부족이 상대방과 친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상대방의 기준에서 친족어를 사용한다. 따라서 부부가 자신의 자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같은 대상을 지칭함에도 호칭이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아내는 자신에게는 'daman'인 딸을 남편에게 말할 때 "너의 galbin"이라고 지칭할 것이다. 반대로 남편은 자신에게는 'galbin'인 딸을 아내에게 말할 때 "너의 daman"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아이"와 같은 표현은 지르발어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호칭 체계상에서 어린 아이들이 자신을 기준으로 말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성인이라면 아버지에게 어머니를 이야기한다면 "당신의 bulgu(아내)"라고 하겠지만, 유아어상이라면 "나의 yabu(어머니)"라고 하여도 괜찮다.
두 세대 떨어진 친족에 관한 친족어는 여러 특징이 있다. 첫번째는 태어난 서열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데, 다른 친족어들은 분류 기준에 손위인지 손아래인지를 따지는 반면 이들은 그렇지 않다. 두번째는 지칭 대상과 상호 간에 대칭적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친할아버지와 친손주가 서로 bulu라고 부르는 것이 그 예이다. 세번째는 명사부류가 고정돼 있지 않고 포괄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지칭 대상의 실제 성별에 따라 부류가 달라진다.
[1]
각각의 부모 중 서로를 이어주는 구성원의 성별이 같은 사촌. 이모의 아들, 삼촌의 딸 등...
[2]
각각의 부모 중 서로를 이어주는 구성원의 성별이 다른 사촌. 외삼촌의 아들, 고모의 딸 등...
[3]
Dixon R. M. W, Edible Gender, Mother-in-Law Style, and Other Grammatical Wonders: Studies in Dyirbal, Yidiñ, and Warrgamay, Oxford University Press,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