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하후연, 문빙, 장비다.
1. 개요
삼국지에서 장비가 활약했던 장소. 장판파 ( 징먼시)에 있었다. 연의에서 장비의 활약을 보여주는 일화로 유명한데, 정사에도 나오는 일화이다.2. 정사
조공이 하루 낮, 하루 밤을 추격하여 당양(當陽-형주 남군 당양현) 장판(長阪)에 이르렀다. 선주는 조공이 갑작스럽게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처자식을 버린 채 달아났고, 장비로 하여금 20기(騎)를 이끌고 뒤를 끊도록 했다. 장비는 물가에 의지한 채 다리를 끊고는 눈을 부릅뜨고 모(矛)를 비껴 잡으며 외쳤다.
"내가 장익덕이다. 앞으로 나와 생사를 가름하자!"
감히 접근하는 적군이 아무도 없었고 이 때문에 마침내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다.
《 삼국지》 장비전
"내가 장익덕이다. 앞으로 나와 생사를 가름하자!"
감히 접근하는 적군이 아무도 없었고 이 때문에 마침내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다.
《 삼국지》 장비전
연의와는 양상이 조금 다른데, 대군이 숨어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계책은 없었고, 물가에서 단신으로 조조군의 정예기병 수백을 맞이한다. 물가에 의지한 채로 다리를 끊었다 는 문장의 해석차이 때문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옛 사서에서 의지한다는 말은 등을 기대는 형세 를 말하는 것이다.[1] 그러니까 정사에서는 도망칠 수 있는 다리를 끊어놓고 배수진의 형국으로 기병을 상대했다는 뜻이 된다.
즉 창작인 연의보다 오히려 정사가 더 소설같은 상황이다. 장비는 대군이 매복해있다는 허장성세조차도 없이 다리 끊어놓고 단기필마로 조조의 대군에 맞섰다는 것.
3. 연의
장판파 전투가 벌어지며 유비의 백성들이 학살을 당하던 도중, 유비를 무사히 피신시키긴 했으나 조운이 배신했다고 미방이 주장하자 "내 이 배신자 놈의 목을 따버리겠다"며 유비의 만류도 무시하고 장판교로 달려간다. 이 때 주변의 통로가 장판교 하나밖에 없음을 확인한 후, 부하들에게 말꼬리에 나뭇가지를 묶고 돌아다니면서 먼지를 날리고 소란을 일으켜 대군이 준비중인 것처럼 꾸미게 하고는 자신은 혼자서 장판교 위에 서서 전방을 지킨다.이후 조운이 미축과 감부인을 구출해 데려오자 "배신자 왔는가?"라며 호통을 쳤지만, 미축과 감부인을 피신시키는 게 급선무이거니와 앞서 조운 덕분에 구출된 간옹이 미리 설명을 했기 때문에 착각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조운이 다시 유선을 구하러 돌아가자, 감부인과 미축을 유비가 있는 후방으로 보내고는 자신은 다시 사주경계를 선다. 얼마 안 있어 조운이 유선을 구해왔지만 문빙 등이 몰려오자 "자룡은 어서 가라! 저것들은 내가 맡을 테니!"라며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조운을 뒤쫓던 문빙은 장비를 보자 그 위세가 무섭기도 하고, 뒤에 복병이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움찔하고 멈춰선다.
이후 조조가 남은 군대를 모조리 몰고 오자, 장비는 조조군 뒤편에서 파란 양산[2]을 보고 조조가 왔다고 짐작하고는 "연인 장익덕이 여기 있다! 누구든지 나와서 나와 자웅을 겨루어 보자!"라고 대갈한다. 전군은 물론 조조도 그 고함에 놀랐는지 장비가 무서워 일단 파란 양산을 치우라고 하고는, "예전에 관우가 안량을 베었을 때 아우 장비는 백만대군 중에서 장수의 머리를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한다고 했다.[3] 그 장비가 저기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마라!"며 좌우에게 명하고 자신도 장비가 혹시나 이 쪽으로 달려오지는 않을지 걱정하며 마주 노려봤다.
한편 장비는 아무 반응이 없자 다시 한 번 "연인 장비가 여기 있다! 누구든지 나와라!"라고 외치는데, 이에 조조군 전체가 눈에 띄게 동요하자 조조는 슬며시 퇴각 명령을 내린다. 장비의 자신감도 문제지만 장비 뒤에서 요란스럽게 날리는 먼지와 말발굽 소리가 어지간히 신경쓰였던 것. 장비는 다시 조조군을 살펴보다가 퇴각하는 기미가 보이자 더더욱 자신감이 폭발해서는 "싸우자니 싸우지는 않고, 물러가라니 물러가지도 않으니, 이는 무슨 연고냐!"라고 외쳤고, 거기에 식겁한 하후걸이 말 위에서 떨어지자 조조군은 더욱 동요한다. 결국 조조는 기겁해서 말을 돌려 도망가고, 휘하의 장수들도 따라서 서쪽으로 가는데, 이 와중에서 이 과정에서 무기와 갑주를 버리고, 혼란 속에 스스로 짓밟힌 자의 수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반면 장비는 군세가 적었던지라 퇴각하는 조조를 추격하지 않았고, 조조가 돌아오더라도 발길을 늦출 수 있도록 장판교를 끊은 뒤 부하들을 데리고 도망간다.
하지만 도망치던 조조의 말고삐를 장료와 허저가 잡아서 멈춘 뒤, 장료가 "장비는 결국 한 사람 뿐이니 두려울 게 없습니다. 지금 진격하면 유비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만류하자 그제야 조조도 조금 진정하고는 장료와 허저를 보내 상황을 파악한다. 같은 시각 조조군을 물리친 장비가 유비에게 돌아가 보고하자 유비는 장비를 칭찬했지만 생각이 짧았다며 탄식한다. 이에 장비가 그럴 리 없다며 불퉁거리자 "차라리 다리를 남겨놨으면 어서 오라는 듯이 매복하고 있다고 판단했을 텐데,[4] 다리를 끊었으니 그럴 여유도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라며 깨우쳐 준다. 즉 쉽게 고칠 수도 없는 다리를 끊어버린 게, 그만큼 상황이 급해서 허세를 부렸던 것임을 알려주는 셈이 되어버린 것.
과연 조조는 장료와 허저에게서 보고를 받자 '제갈량의 계책일지도 모른다'는 이전의 조언을 무시하고, '장비는 무모한 놈인데 무슨 계책이 있겠냐!'라며 다시 추격 명령을 내린다. 이렇게 유비는 붙잡힐 뻔했지만 강하에서 유기에게 받은 지원군을 이끌고 달려온 관우가 때맞춰 나타나자 조조가 공명의 함정이라며 지레짐작하고 퇴각한 덕분에 유비는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어쨌건 장판교 덕에 번 시간이 없었으면 이마저도 늦었을테니 장비의 대활약이라고 할 수 있겠다.
[1]
안전하게 건너간 다음에 다리를 끊었다면 "물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며" 라는 표현으로 기술했을 것.
[2]
햇빛가리개. 연의에서 이것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손권으로 나온다. 합비대전 당시 장요와 장수들이 "저 파란 양산 밑에 있는 녀석을 죽이면 적벽대전에서 죽은 백만대군의 원수를 갚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언급한다.
[3]
그리고 당시에 조조도 경각심을 느꼈는지, 농담반 진담반으로 '다들 옷소매 끝에라도 장비라는 이름을 적어두고 앞으로 만나면 주의해라'라고 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정말로 그 장비를 만나버린 것.
[4]
이렇게 심리전에 능한 조조의 모습을 역이용하는 모습이
적벽대전 이후인
화용도에 나온다.